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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83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후기 - 정문숙 작가와 나눈 치유와 희망의 글쓰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6. 19.

83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작가를 만나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은 집에 대한 이야기다. 

한 권의 책은 집과 같다. 언어로 짓는 집. 

길을 따라 들어선 마당을 지나 툇마루 옆의 작은 방.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꿈을 꾸었다. 

그곳에서 오롯이 혼자였고, 우리였고, 모두였다. 

그래서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은 나만의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지난 금요일,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4층 카페테리아에서 83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열렸습니다. 이번에 함께 이야기나눠주신 주인공은 지난 12월 첫 책을 출간하신 정. 문. 숙. 작가님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선언을 떠올리게 하는 책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은 정문숙 작가님의 '산문집'입니다. 정문숙 작가님은 뒤늦게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여 소설을 공부하고 2015년 수필 「천사가 머무는 시간」으로 공식 지면에 글을 쓰시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그간의 산문들을 차곡차곡 모은 작가님의 첫 책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작가님의 글쓰기 이력 때문일까요. 책에 담긴 한 편 한 편의 글에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선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선언이 상징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듯합니다.  




이 날의 메인 무대는 작가님에게 직접 듣는 '글쓰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첫 책의 의미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질문에 응한 정문숙 작가님의 솔직한 답변들이 매력적이었지요. 

작가님은 책의 서문에 자신의 글쓰기를 <치유와 희망의 글>이라 정의내려주셨는데요. 이날 작가님의 목소리를 통해 '치유'와 '희망'이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쓸 수 있도록 정문숙 작가님에게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되어주었던 것은, 유년을 포함한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삶(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공통 분모는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정문숙 작가님은 '일상적인 소재'를 빌려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과 현재의 삶을 가감없이 풀어내주셨습니다.  특히 삶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관계에 깊은 애착을 갖고 쓰신 첫 책에는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래서였을까요. 한 권의 책을 엮고난 이후 기쁨과 곤란함이라는 상반된 기분을 느끼기도 하셨다는 작가님의 후기는 더욱 솔직하게 다가왔습니다.  



'허구'가 가미되지 않은 나와 가족에 대한 정문숙 작가님의 일상의 글쓰기. 이 날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모여주셨습니다. 작가님의 글에서 빠질 수 없는 가족이란 이름의 소중한 사람,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친구들, '글쓰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지인분들, 무엇보다 작가님의 첫 책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읽어주신 특별한 독자분들이 모인 자리였지요. 각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자리였기에, 혼자 읽을 때 알 수 없는 묘미를 이 자리에서 다함께 나누고자 작가님께서 직접 책의 일부분을 낭독해주셨습니다. 물론, 이책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라는 소개와 함께요.   



오늘은 식빵을 만든단다. 발효 과정이 까다로워 초보자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과제라고 한다. 어찌 해결을 할 것인지. 덩달아 조바심을 내며 자꾸만 주방을 기웃거리게 된다. 역시 다른 빵을 만들 때보다 손이 더 바쁘다. 한때 저 손은 피아노 건반 위에서 하느작거리던 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운 선율을 자아내는 것 외에는 저 두 손이 동분서주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유난히 가늘고 길었던 손가락은 검고 흰 건반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 타이머가 울린다. 중간발효가 끝나자 둥근 반죽의 등에 사선으로 칼집을 내고 빵틀에 넣어 또 발효를 시킨다. 온도를 맞춰놓고 시간을 재고 있다. 딸은 이 시간이 '천사가 머무는 시간'이라며 행복해한다. 

(...) 과정을 돌아보며 결과를 기대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빵 만들기의 백미라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정리해놓고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한다. 동틀 무렵, 꽃들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치장을 준비하는 듯 은은한 선율이 거실을 타고 흐른다. 빵이 익기를 기다리며 연주하는 딸의 모습 위로 백의의 천사가 되어 바삐 움직이는 딸의 모습이 겹쳐진다. 세상에 나아가서도 악기가 낼 수 없는 그 이상의 감동을 선물하는 딸이기를 기도하며 가만히 지켜보는 지금이야말로 딸의 어깨 위로 천사가 머무는 시간이다. 

- <천사가 머무는 시간> 중에서



정문숙 작가는 첫 책을 펴내며 한 권의 책을 '언어로 짓는 집'에 비유해주셨습니다. 작가는 말과 글로 책을 지으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나가고 거창한 어떤 의미가 아닌 나와 내곁의 가족을 회상하고 바라보며 일상의 희망을 담습니다. 그 집에 초대된 독자는 작가가 지어놓은 집을 나름대로 부유합니다. 독자들은 제각각 살아오며 갖게된 삶의 시각을 통해 작가의 글이 탄생한 '툇마루 옆의 작은 방'을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언어로 지은 집에서 '오롯이 혼자'이지만 '우리였고, 모두였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 

"내 안에서 흘러나와 세상으로 나온 글은 이제 독자에게로 옮겨진다. 어떻게 읽히고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문제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 된다. 한 편 한 편, 읽고 난 후, 가슴에 예쁜 무늬 하나 그려지는, 다시 힘을 얻고 지금을 살아낼 수 있는 위안의 글이 되었으면 한다. (책머리에)"고 쓴 작가의 말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다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날의 만남을 더욱 멋있게 장식해주셨던 또다른 주인공! 앞으로 더 좋은 글을 많이 써주면 좋겠다는 따뜻한 당부의 말과 함께, 멋진 기타연주를 세 곡이나 들려주셨던 도창현 클래식 기타리스트입니다. 작가님의 오랜 지기이기도 하시지요^^ 이날 연주해주신 목록을 소개해드리며 83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setlist

* Paul Mauriat, <El Bimbo>

* Jean François Maurice, <28° à l'ombre (Monaco)>

* maksim mrvica, <exodus>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 10점
정문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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