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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공산주의는 어떻게 가능성을 확보하는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12. 28.

[책과 생각] 공산주의는 어떻게 가능성을 확보하는가

 

죄르지 루카치 전문가 김경식
루카치 문학·존재·미학이론 개관
쇠락한 마르크스주의 재구축 고민
‘자유의 나라’로 공산주의 재조명

 

 

 


루카치의 길-문제적 개인에서 공산주의자로
김경식 지음/산지니·2만5000원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죄르지 루카치(1885∼1971)만큼 ‘죽은 개’ 취급을 받은 사상가가 있을까. 특히 소련의 영향 아래 있던 헝가리에 살았고, 죽을 때까지 공산주의를 고수했던 루카치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하지만 그의 귀환을 위한 작업은 조용하고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1996년 독일에서 ‘국제 죄르지 루카치 협회’가 설립되고, 중단됐던 독일어 루카치 전집 발간을 다시 시작했으며, 2008년 글로벌 자본주의의 위기 이후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좌파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3년 사이에 루카치의 후기 존재론을 담은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한 프롤레고메나>가 번역 출간되는 등 그의 전체 사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은 뒤늦게 갖춰져 가고 있다.

 

 

 

 

죄르지 루카치는 “마르크스의 결정적인 철학적 업적은 헤겔의 논리·존재론적 관념론을 극복하는 가운데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유물론적·역사적인 존재론의 윤곽을 그린 데 있다”고 말했다.

사진 Balla Demeter, 산지니 제공


 

이런 움직임에 발맞춘 산지니 출판사가 ‘루카치 다시 읽기’ 시리즈를 시작하며, 그 첫 권으로 김경식(56) 자유연구자의 <루카치의 길>을 선보였다. 그는 연세대 독어독문학과에서 루카치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루카치의 대표작 <소설의 이론>과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한 프롤레고메나>를 번역하는 등 오랜 기간 루카치를 연구해온 국내에 몇 안 되는 연구자다. 그는 내년에 시리즈 다음 권으로 오길영 충남대 교수(영문학)와 함께 1993년 번역했던 루카치의 자서전 <삶으로서의 사유>를 독일어판을 토대로 다시 함께 번역·출간한 뒤,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루카치의 마지막 실제 비평인 <솔제니친>을 번역해 낼 예정이다.


루카치를 지금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김경식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1930년대부터 루카치가 우리나라에 수용됐고, 문학이 진보적 담론을 주도하던 1980년대 전반까지 루카치만큼 문학 담론에 강한 영향을 미친 사상가는 없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견딜 만한 연구의 두께가 없으니 90년대 들어 순식간에 잊힐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20세기 서구 사상에서 루카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출발점 역할을 했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의 존재론은 현실과 대결하고 극복하는 진보적이고 실천적 이론을 형성하는 데 많은 단서를 제공해준다.”


이번에 낸 <루카치의 길>에서 그는 루카치의 삶에 대한 소개와 함께 루카치가 마르크스주의자가 되기 이전의 문학론과 이후의 존재론, 미학 이론을 개괄하며 그에게 덧씌워진 오해들을 벗겨나간다. 그래서 이 책은 루카치에 관한 개론서로도 읽힌다.


루카치는 스탈린주의라는 현실사회주의의 실패를 목격한 이후에 어떻게 마르크스주의를 재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한 사상가라는 점에서 지금 좌파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루카치 자신부터가 소련에선 ‘트로츠키주의자’란 죄명으로 체포되고, 헝가리 혁명에 참여한 일로 10년간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현실사회주의와 불화했지만, 끝까지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은 사상가라는 점에서 가능했던 사유다.


“루카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체제가 공히 위기에 봉착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스탈린주의로 만신창이가 된 마르크스주의를 보편적인 조작과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이론적 힘과 파토스를 지닌 진정한 마르크스주의로 재구축하고자 시도했다. 그리하여 그는 ‘유물론적·역사적인 존재론’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재정초하는 길을 열었다.”


위의 말처럼 루카치는 ‘유물론적·역사적인 존재론’을 소생시키는 것을 “마르크스주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기 위한 지렛대라 생각했다. 그에게 존재란 ‘상이한 요소들이 종합된 복합체’다. 인간은 자연적 존재지만 노동을 통해 자연적 한계들을 후퇴시키는 사회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역사란 단선적이거나 목적론적이지 않고, “그때그때 활동하는 복합체들의 상호작용과 관계에 의해 작동되는 하나의 발전경향”이다. 따라서 인간의 정신을 기계적 산물로 보고, 인간의 선택할 자유를 부인하며, 역사가 목적을 가지고 단선적으로 발전해나간다고 보는 속류 마르크스주의는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일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루카치는 마르크스를 정치경제학의 비판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존재와 생성의 이론가”라고 말한다. 루카치는 “소외시키고 소외된 사회적 세계”인 “인류의 과거 역사”를 마감하고, “자기목적으로 간주되는 인간적 힘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자유의 나라”의 다른 이름이 곧 공산주의라고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말대로 “천 개의 사회주의”가 존재한다면, 현실사회주의는 그중 하나였을 뿐이며 루카치가 말한 새로운 공산주의는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 놓여 있는 것이다.


김경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적인 비인간화, 자본주의의 모순에 맞서 싸우면서 그것들을 극복해나가는 여러 형태의 운동 속에서 작동하는 힘으로 존재한다. 그 힘을 심화·확대함으로써 전체 사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힘으로 전환시키는 혁명적 과정을 거쳐, 그 과정에서 ‘자유의 나라’의 주체로서 인격이 발달된 인간들을 통해 공산주의는 본격적으로 이룩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겨레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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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치의 길 - 10점
김경식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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