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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포기 않는 이들에 건네는 위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2. 18.

- 섬세한 문체·독특한 표현력에
- 생생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내용
- 신예작가 불구 존재감 드러내

 


신예 작가 강이라의 독특한 존재감은 그의 첫 소설집 ‘볼리비아 우표’(산지니) 속을 “낮게 깔린 눅진한 안개”(수록 작품 ‘명상의 시간’ 속 표현)처럼 채운다.

 

   

첫 소설집을 낸 강이라 작가.

강이라 작가는 울산에서 활동한다. 그는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쥐’로 당선됐다. 앞서 2013년에는 제24회 신라문학대상 소설 부문에서 단편소설 ‘볼리비아 우표’가 당선됐다.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때 단편소설 심사를 맡은 이순원 작가의 다음과 같은 선명한 ‘회상’이 소설가로서 강이라의 역량을 드러낸다.

 


“나와 또 한 명의 심사위원(문학평론가 황국명 인제대 교수)은 그 작품(당선작품 ‘쥐’)을 읽자마자 당선작으로 선뜻 골라냈지만 그날 저녁부터 꽤 오랫동안 작품 속에 나오는 꼬리가 잘린 쥐가 주는 소름 끼치도록 칙칙한 인상과 상징에 시달려야 했다.”(이순원 작가가 소설집 ‘볼리비아 우표’에 쓴 표사 중)

 


단편소설에 등장한 쥐 한 마리의 힘이 얼마나 셌는지 심사위원조차 ‘그날 저녁부터 꽤 오랫동안’ 그 이미지의 생생함과 강력한 생동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강이라가 보여준 섬세한 문체와 표현력, 주제를 장악하는 강한 힘, 작품의 결을 개성 있게 다듬는 역량에 관한 간결한 평가인 셈이다.

 

 

‘쥐’는 초라한 자취방에서 혼자 지내며, 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취업 전선에서, 미친 듯이 노력하면서 빠른 속도로 소모돼 가는 2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자취방 욕실의 욕조 속 바가지 안에 꼬리 잘린 쥐 한 마리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주인공이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생생히 담았다. 궁지에 몰린 청춘의 절박한 상황을 딱 맞아떨어지는 상징 구도와 문체로 표현했다.


 

다른 수록 작품에서도 강이라는 세밀한 결의 다채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명상의 시간’은 아련하고 아프지만, 아름답고 ‘통쾌한’ 반전을 지닌 단편이다. 라파엘과 라파엘라는 이란성 쌍둥이 남매다. 학창 시절 라파엘·라파엘라와 같은 학교에 다닌 ‘나’는 요가 강사이자 명상가이다. 독일에서 열린 요가 워크숍에 가게 된 나는 우연히 코블렌츠라는 작은 도시로 간다.

   
   

 


그곳에서 뜻밖에 라파엘라를 ‘발견’한 나는 라파엘라의 상처와 라파엘의 비극을 알게 된다. 작품은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라파엘라에게 우편물을 보내지만, 답장이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오는 데서 끝난다. 여기에 이 소설집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전이 숨어 있다. 강이라 작가 자신이 요가 강사로 활동해왔다. 그래서 이 단편에는 요가와 명상의 낱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요가와 명상의 세계가 작가 강이라의 작품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가꿔줄 가능성을 내다보게 한다.

 


표제작 ‘볼리비아 우표’에서 작가는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마치 다른 트랙으로 ‘점프’하는 느낌이다. 사촌 사이인데 친남매처럼 한집에서 자란 두 사람이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굴레에 갇히지 않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 떠난 한 사람의 결단을 뻔하지 않은, 경쾌한 방식으로 그렸다. 여성 의상을 입는 데 집착하는 남편의 모습을 담은 ‘스위치’ 등 수록 작품은 대체로 위태롭게 흔들리거나, 그렇게 흔들리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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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우표 - 10점
강이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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