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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딛고 詩 쓰는 시인의 삶의 방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5. 24.

 

최영철 시인은 “시가 나의 오른팔이었다면, 이 산문들은 나의 왼팔이었다”고 했다.

부산일보DB

 

최영철 시인은 1985년 겨울 아침, <한국일보> 하단에 적힌 ‘신춘문예 내일 마감’이란 광고를 보게 된다. 10년 동안 신문사에 투고해 두어 번 최종심에 올랐지만, 본인 재능은 거기까지라고 단정했다. 시인은 그 광고를 보고 “그만 적당히 주저앉고 싶었던 나를 향해 날아든 느닷없는 돌팔매질”이었다고 회고한다. 단칸방에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고 나이는 어느덧 서른을 넘기고 있었고 변변한 직업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간, 시인은 자신에게 닥쳐온 절망으로 시를 썼다. 이제 시 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투고한 그해 크리스마스 즈음, 그는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었다. 

최영철 시인, 산문집 ‘시로부터’ 

시와 시인·시 쓰기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쓴 깊이 있는 글들 

명쾌한 정의·주옥같은 문장 눈길 

이후 시인은 문명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에 중독된 세상을 비판하고 주변부와 생명을 보듬는 시인이 됐다. 2015년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로 부산 대표 도서를 선정하는 ‘원북’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 시인은 최근 펴낸 산문집 <시로부터>(사진·산지니)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게 온 모든 절망들에게 감사한다. 나는 나의 절망들에게 빚지고 있다. 그 겨울의 절망이 나를 두드려 깨우지 않았다면, 그 겨울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나를 들쑤셔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만 중도에 시의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시로부터>는 30여년 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와 시인, 시 쓰기, 시의 유용함과 무용함,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써 내려간 책이다. 시인이 30여 년 동안 썼던 산문 중에서 시와 관련된 글을 추리고 정리해 묶었다. 시인은 “시가 나의 오른팔이었다면 이 산문들은 나의 왼팔이었다. 독자들이 시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시인들은 자기 시에 자의식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펴냈다”고 했다. 

시인은 “시의 재료를 고통과 절망, 실패에서 찾았다”고 한다. 일상에 상처받고 일상에 배신당하고 일상에 걷어차여야 시를 쓸 수 있었다. 고통과 절망을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며 관리하는 게 시인의 책무라 여겼다. 

책에는 시와 시인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린 주옥같은 문장들이 즐비하다. 먼저 시인에 대한 정의. ‘시인이 원하는 것은 완전한 사랑이 아니다. 시인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것은 궁합이 잘 맞는 천생연분의 세계가 아니라 서로 어긋나서 삐걱거리는 불화의 세계다. 그 어긋나고 삐걱거리는 세계를 해체하고 조립하고 중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존재가 시인이다.’

시의 세계에 대한 정의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가 추구하는 세계는 본래 크고 높고 화려하고 빠르고 시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들을 피해 그것들을 물리치며, 그것들을 넘어서는 세계였다. 작고 적고 낮은 것의 가치, 약하고 여리고 조용하고 느린 것의 미덕을 발견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꿈꾸었다.’ 

시인으로서의 의지를 다짐하는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시인에게는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의 관계를 역전시키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산적한 문제들에 감응하고 인지하는 능력과, 그것들을 해결하려는 자구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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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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