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수) ~ 29(목) 양일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9 찾아가는 남미도서전>이 열렸습니다. 산지니는 이 행사에 참가사로 선정되어 아르헨티나에 다녀오게 되었는데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먼저 항공요금을 줄이려다 보니 비행기를 세 번을 타야 했고요, 그것도 12시간씩 두 번, 그리고 두 시간짜리 한번을요. 또 미국 공항을 거쳐 가다 보니 환승절차가 어찌나 까다로운지 꼬박 이틀에 걸쳐 도착하니 몸은 녹초가 되어버렸답니다.
여러분은 아르헨티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축구겠지요? 영화 <에비타>를 생각하는 분이 계실 테고요, 탱고도 유명하지요. 남미의 역사에 대해서 좀 공부하신 분들은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을 아실 테고요...
아르헨티나 군부 정권의 인권 탄압을 매주 침묵 시위로 세계에 고발한 이들이 바로 5월 광장의 어머니들입니다. 그들은 독재정권에 의해 납치,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아기 기저귀 천으로 만든 흰 수건을 쓰고 광장을 돌았다고 하는데요, 그리하여 30년간 아르헨티나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아래 왼쪽 사진이 바로 5월 광장입니다. 1810년 5월 25일 이 광장에서 아르헨티나의 독립 선언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광장은 우리나라의 시청 앞 광장처럼 수많은 집회와 시위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제가 갔던 때도 집회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연설을 하면서 장애인 차별 금지 관련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빌딩에 그려진 여인이 바로 영화 <에비타>의 주인공 에바 페론입니다. 그녀는 영부인으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았지만 낭비와 사치의 아이콘이기도 했던 듯합니다. 성녀와 악녀로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그녀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도착 이튿날, 드디어 이틀간의 도서전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도서전에는 일반인 참가는 없었고요,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칠레,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남미의 여러 나라 출판사 편집들이나 출판 관련 에이전시들이 함께 저작권 상담을 하는 자리였답니다. 아울러 각 나라들의 출판 현황에 대한 간담회를 하였는데, 한국 출판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고, 이렇게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와서 프로모션을 하는 모습에 놀라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산지니 출판사에 대한 PPT 자료를 준비해서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요, 대학 관계자들이 온다고 해서 한국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책 위주로 소개를 하였는데, 나중에 이루어진 개별 미팅 때 파라과이 편집자분께서 큰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칠레에서 많은 출판사가 찾아와 주었는데요, 출판사 규모도 상당히 크고 책 수준도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맨 처음 미팅했던 출판사는 본사가 스페인에 있고, 칠레에는 지사가 있는 곳이었는데요, 한국 도서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번역 출판의 의지도 있고, 재정이 많은지 번역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다른 칠레 출판사는 2년 전에 시작해서 그림책만 몇 권 출판했다며 들고 오셨는데요, 그림 수준이 상당해서 또 놀랐네요. 또 한 분은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해서 산지니 부스를 보았다며 반가워하셨고요.
두 번째 미팅했던 분은 아르헨티나 대학 출판부와 협업하는 에이전시였는데요, 대학 출판부와 같이 일을 해서인지 진지하고 학술적인 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분은 10월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나기로 했죠.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은 책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책도 많이 읽고요. 해마다 열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전에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고요, 인구당 서점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답니다.
아래 큰 사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릅답다는 서점 엘 아테네오인데요, 오페라 극장을 그래도 서점으로 쓰는 거라고 합니다. 실제로 천장에는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고요, 무대를 그대로 두고 카페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규모도 엄청 컸는데, 축구 관련 책만 서가 두 개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서점을 구경하고 나와 두 블록을 걸어가니 또 서점이 있더군요.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고 중형 서점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서점 수가 가장 많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골목골목 서점들이 산재해 있었는데, 특히 헌책방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니 이 나라도 젊은이보다는 연세 있으신 분들이 책도 많이 읽고,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은퇴하고 나이 들어 책을 정리해야 하는데 버릴 수도 없고 해서 헌책방을 연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탱고의 나라를 다녀왔으니 탱고 영상 하나 올려드릴게요. 생각지도 않은 기외를 주셨던 태림스코어 대표님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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