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리듬 혁신으로 현대시조 새 지평 열어야"
문학평론가 구모룡, 현대시조 비평집 '보존과 창조' 출간
동아시아 부활 속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탈근대 전망
지난해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한 문학평론가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가 현대시조 비평집 <보존과 창조>(산지니)를 냈다. 구 교수는 “혁신하는 세계관과 율동(리듬)으로 주변 장르인 시조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첫째 그는 “시조의 정형시 규율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정해진 율격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생동하는 율동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조의 율격을 불변하는 것으로 고집하면 현대시조의 지평을 열어갈 수 없다”며 “불변체에서 변화로, 요컨대 율격에서 율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구 교수의 생각이다. 초정 김상옥 같은 경우, 다양한 율동을 구사하면서 관습과 상투에 얽매일 것을 우려해 ‘시조’를 아예 ‘3행시’라고 불렀다고 한다. ‘정형시 규율’을 넘어서자며 시조적 발상이 아니라 시적 발상을 하자는 거였다. 구 교수는 “시조는 잃었던 흥, 우리말의 묘미를 한껏 살리는 시적 경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그는 “시조의 세계관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조시인들의 세계관은 뻗어나가지 못했다. 시조에 따라다니는 것이 민족주의(육당 최남선), 국가주의(월하 김달진), 아니면 중간계급적 교양주의나 개인주의 따위다. 구 교수는 전혀 다른 이념을 제시한다. “우리 시조 속에 ‘자연의 이념’과 ‘유기적 세계관’이 있다. 시조는 이 2가지 이념을 통해 탈근대를 지향해 나아가야 한다.” 현대시조는 2가지 이념을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고양시키면서 근대성의 폭주를 극복하는 탈근대의 양식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것이 ‘오래된 미래’의 또 다른 예다.
구 교수는 두 주장을 한데 아울러 “현대시조는 패러디다”라는 새로운 명제를 제시한다. 현대시조는 전통을 취하면서 혁신으로 나아가는 ‘패러디’라는 거다. ‘양식 실험’과 ‘전통 이념의 재구성’으로 현대시조는 탈근대를 지향할 수 있다는 거다.
함의는 이렇다. 21세기 세계사적 조망 속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식민지 경험을 치른 ‘뒤떨어진 국가’들이 더 이상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 이행의 ‘느린 길’을 걸었을 뿐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동아시아 모델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못난 것으로 치부된 동아시아 전통이 새롭게 조망되면서 심지어 탈근대의 전망을 포함한 것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거다. 시조가 그렇다. 혁신하는 역사적 전망과 실천, 글쓰기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구 교수의 이번 작업은 지역문학에 뿌리를 많이 두고 있는 것 같다. “이우걸 시인은 틈날 때마다 현대시조 공부를 강조했고, 김보한 시인과 함께 초정 김상옥을 기념하는 일을 하면서 시조를 떠날 수 없었다.” 모두 지역 시인들이다. 그리고 3부에 실린 8편은 모두 지역의 시조시인들-박옥위 김연동 정희경 강영환 서일옥 등에 대한 평문이다. 지역문학-시조 혁신-새 역사적 전망이 짝을 이루고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출처: 부산일보(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22214283697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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