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은 없다
사회이동이 우리를 어떻게 호도하는가
We Have Never Been Niddle Class
하다스 바이스 지음
문혜림·고민지 옮김
▶ 과연 중산층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다
“금융화가 가하는 가장 심한 압박은
우리 자신의 착취에 우리가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의 증가와 쇠퇴는 중요한 이슈다. 중산층의 몰락은 그 사회의 경제가 위험하다는 지표로 읽힌다. 하지만 사람들은 중산층을 산출하는 범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는지 과감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고,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만 존재한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그 이데올로기 핵심은 바로 ‘투자’다.
저자 하다스 바이스는 인류학자로 금융화 및 중산층과 관련된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 도발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독일, 이스라엘, 미국 등지에서 나온 문화기술지 연구들을 실례로 제시한다. 그간의 연구를 집약적으로 녹여낸 이 책은 중산층을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 새롭고 논쟁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주식, 펀드, 부동산, 가상화폐, 유· 무형 자산에 열광적으로 투자한다. 은행과 증권사는 목청껏 투자를 홍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저축 이자가 낮아졌으니 은행에 돈을 넣어 손해 보지 말고 금융 자본에 투자해 이윤을 챙기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우리가 중산층이 되기 위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자본에 투자하는 행위는 과연 ‘자기 결정적 투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핵심 논쟁을 이끌어가면서 모호한 중산층 범위와 중산층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사유재산 제도, 인적 자본 투자, 변화한 정치적 특성과 가치에 대해 상세히 규명한다.
▶ 투자를 강요받는 시대
우리는 우리를 착취하는 구조에 투자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사회 구조적으로 투자를 강요받지만, 주도적인 자기 결정으로 투자했다고 여기고, 이런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자산을 지닌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었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에서 가계 재산을 늘릴 가능성이 점차 커지자 노동자들은 “주택이나 주식, 보험, 학위, 전문자격증, 그 밖의 유・무형의 재산에 투자하지만, 그들의 자산 가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이를 메우기 위해 계속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런 끊임없는 투자로 인해 투자한 사람들은 지속적인 불안정과 부채, 강박적인 과로에 시달리게 된다. 엄청난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투자에서 손을 뗄 수도 없고 그로 인해 큰 손실을 얻게 되더라도, 투자는 자신의 결정에 의한 선택이기 때문에 투자의 모든 손실 역시 개인의 책임이라고 여긴다.
우리는 우리를 착취하는 자본에 투자하면서 자본의 몸집을 키워주지만 손실의 위험에 대해서는 개인의 몫으로 떠안아야 한다. 이 위험성에 대해서 자본주의는 함구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착취를 은폐할 뿐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 인적 자본에 과잉 투자, 결국 인간의 가치를 하락시킬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중산층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인적 자원에 투자한다. 학위를 받고 자격증을 따고 의미 있는 인맥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자녀 교육은 열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 자본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자녀 교육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어든다. 내 자녀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계 재산을 기꺼이 투자한다.
그러나 인적 자본에 투자할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우리는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예를 들어, 개인이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격증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격증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평균이 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따라잡기 위해서 인적 자본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자녀나 자신에게 투자했을 때, 투자의 결과가 사유재산의 증식으로 전환되면 좋겠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은 완전한 가치로 보상하거나 전환하지 못한다. 저자는 책에서 인적 자본 논리에 따라 가족의 유대 관계가 어떻게 재형성되는지 관찰하고 인적 자본의 과잉 투자와 축적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 굿바이 가치, 굿바이 정치
마지막으로 저자는 중산층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정치와 가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시위와 시민운동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낳은 정치에 대한 비판적 사상들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하면서, 미국에서 표명된 정치와 가치를 살펴보고, 뒤이어 저자의 문화기술지 연구에 기반하여 독일과 이스라엘에서 나타난 정치적 변화 및 가치에 대해 살펴본다. 이러한 사례들은 투자 주도적인 자기 결정이라는 중산층 이데올로기가 활동가들이 세우는 최고의 목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자본에 투자하면 할수록, 사회의 중요한 가치나 공동의 이익보다는 내가 투자한 곳의 이익에 더 치중하게 되고, 사람들은 점점 사적 이익에 따라 재정립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가치와 정치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우리에게 착취를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구조에 더 순응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첫 문장
(중산층으로서의) 중간계급(middle class)은 존재하지 않는다.
추천사
이반 아서(Portfolio Society: On the Capitalist Mode of Prediction 저자)
어쩌면 우리는 이미 중산층이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어린아이가 산타클로스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방에 있는 어른들이 계속해서 착한 소년과 소녀가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면, 그 믿음을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산층은 없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 특별한 책에서, 하다스 바이스는 놀라울 정도로 영리하게 누가 선물을 나무 아래에 놓았는지뿐만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지까지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매우 친절하고 예리하게 오늘날의 금융화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상기시키면서 동시에 해체한다. 이 책에서 얻는 교훈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우울감이나 향수를 자아내지는 않는다.
마이크 새비지(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사회학과 교수・전(前) 국제불평등연구소장)
이 책은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계급 인류학에 절묘하게 기여하고 있다. 하다스 바이스는 투자와 축적, 재산 개념이 전 세계의 중산층 이데올로기의 매력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보여줌으로써 폭넓은 시각을 드러낸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63 “중산층”이라는 명칭은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어떻게 사는지가 마치 개인적 선택과 노력의 결과인 것처럼 여기는 우리의 생각을 대변한다. 더욱이 그것은 마치 미래가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만 달려 있다는 듯이 미래를 위해 희생하려는 우리의 헌신을 대변한다.
P.74 자본이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희생시켜서 축적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버티는데,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것이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장려하기 때문이다.
P.96 중산층을 지명하는 것의 주요한 이점은, 노동자들이 포부와 근면성, 진취성(enterprise)을 가지고 축적에 기여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서게 하여 축적을 용이하게 한다는 데 있었다.
P.125 우리는 더 이상 일관되고, 안정적이며, 눈에 보이는 재산의 소유주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운이 좋으면, 재산의 구성요소가 압축되어 있고 광범위한 축적 추세에 따라 가치가 변동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공동 투자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의 집, 자격증, 보험, 연금계좌는 안정의 올가미가 될 수 있다.
P.144 새로운 중산층은 대개 인적 자본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구 중산층과 구별된다. 경제의 구조조정 물결은 선진국의 재산 가치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소유의 기회나 혹은 소유주가 불로소득 및 수익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켰다. 사회의 부유한 구성원들은 다른 방법으로 그들의 이익을 확고히 하고 영속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은 물질적 획득을 사회적 지위로 전환하고, 자녀들에게 우수한 교육을 받을 특권을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 새로운 중산층을 과시하는 국가들은 옛 엘리트계급의 기원이 재산에 있었던 것과는 달리 중산층의 기원은 전문적 기술과 교육을 통해 일어나는 사회이동이 보장된 것에 있다고 본다.
P.149 “인적 자본”이라는 범주는 자본주의 생산의 맥락에서만 의미가 있다. 사회적 관계, 기술, 취향, 역량을 표준화된 측정 가능한 단위로 바꿔서 이를 자본이라는 물질적 표현으로 나타낼 뿐만 아니라 여타의 물질들과 비교되고 대체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역학이다.
P.191 가치를 통해 자신을 표명할 때, 우리는 더 안정된 토대에 서게 된다. 왜냐하면 가치는 현실보다는 신념에, 물질적 보상의 포기에, 그리고 실제 영향력에 얽매이지 않고 비슷한 성향을 지닌 타인들이라는 가상적 존재로 입증되는 보편성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시위, 자원봉사, 연대활동, 시민운동에서 가치는 우리의 약해진 힘을 발산할 강력한 수단을 제공한다. 또한 가치는 보상받지 못한 투자를 기꺼이 한 희생처럼 보이게 만들어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마치 더 고귀하고 비물질적인 이상을 추구하면서 실용주의를 초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치는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구조의 경직성을 우리가 받아들이게 만든다.
P.205 투자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이러한 자유로부터 힘을 얻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명백한 불평등에 맞닥뜨리고 만다. 이러한 불평등은 일상의 고역을 넘어설 수 있는 수단을 지닌 사람들의 대응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그들이 지닌 가치는 무기력하고, 그들의 정치는 물질적 압박 및 인센티브와 얽히면서 방해를 받고 있다.
P.222 중산층에 암시되어 있는 자기 결정은 거짓이다. 우리가 인생을 계획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의 관습과 관계를 조정하는 구조들은 우리의 욕구 충족과 꿈의 실현, 두려움 해소와는 상반되는 목표를 위해 나아가도록 설계된다. 그 목표들은 우리가 투자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적이고 수단적인 동맹을 맺게 하는 한편, 이익과 손실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경쟁은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운동들 속에서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힘을 우리에게서 앗아간다.
저자🌸
하다스 바이스Hadas Weiss
이스라엘 출신의 인류학자이자 학계의 유목민이다. 시카고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핀란드, 헝가리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였고, 마드리드 고등연구소(Madrid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에 재직한 바 있다. 현재는 베를린훔볼트대학교 아시아 아프리카학과에서 프로젝트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문화기술지 연구는 이스라엘, 독일, 스페인에서 이루어진 금융화의 사회적 기반과 그 여파를 다루고 있으며, 다수의 학술지에 기재되었다. 이 책은 하다스 바이스의 첫 번째 책으로, 그간 진행한 문화기술지 연구들의 결과를 녹여내며 중산층을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 과감하고 논쟁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문혜림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 대학원 정치경제학과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저서로 『교육혁명가 파울로 프레이리』, 역서로 『거리 민주주의』, 『계급 이해하기』(공역),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공역), 『희망의 페다고지』(공역)가 있다.
고민지
경상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정치경제학과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여 『프랜차이즈 생산구조와 노동의 불안정화: 베이커리 산업을 중심으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술지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등재된, 계급과 사회재생산론에 관한 해외학술논문을 번역한 바 있다.
목차🌸
감사의 말: 중산층-러브스토리
서문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다
제1장 우리가 중산층을 이야기할 때 말하는 것들
제2장 재산의 은밀한 매력
제3장 너무나 인간적인
제4장 굿바이 가치, 굿바이 정치
맺음말
역자 후기 : 투자를 강요받는 시대, 과연 중산층은 존재하는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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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중산층은 없다』 - 사회이동이 우리를 어떻게 호도하는가
We Have Never Been Middle Class
하다스 바이스 지음 | 문혜림·고민지 옮김 | 272쪽 | 127×200
978-89-6545-721-3 03330 | 20,000원 | 2021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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