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와 문향 갖춘 두 권의 산문집

문계성 수필가 수필집 ‘찔레’, 장동범 시인 산문집 ‘나절로 인생’ 눈길

 

  문계성 수필가와 그의 첫 수필집 <찔레>. 한강 제공

 

■ 기독교·불교·미술·문학 넘나드는 수필집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계성 수필가가 첫 수필집 <찔레>(한강)를 출간했다. 수필집에 묶은 글은 “때로는 지독하게 외로움을 타고, 때로는 환희에 겨워 몸을 떨던 내 혼의 얼굴”이라고 해놓은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짙은 문향을 머금고 있다.

그는 “글을 쓰면서 숱한 생각과 감정들은 이해되고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내 마음에 사는 온갖 중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 생각과 감정들에 저항할 때 번뇌였지만, 그것을 허용할 때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유였다고 한다.

성적 욕망에 대한 그의 불교적 사유와 탐구는 빛난다. 그 글은 티베트 밀교의 고승이 “승복 뒤에 숨겨진 성적 욕망을 감출 수 없었다”라고 고백하면서 승복을 벗었다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원효의) 무애(無碍)야말로 도의 극치가 아닌가”라며 “무애는 오온칠정과 함께 살면서 거기에 사로잡히지 않고 즐길 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썼다.

“파계는 계율을 가진 사람들의 것이고 자연에는 파계할 계율이 없다. (중략) 자연이 사람에게 오욕과 칠정을 주었고, 이는 사람들이 즐겁게 사용하라고 준 것이다. 그래서 잘 쓰다가 싫어지면 버리면 된다. 몸이 사라지면 어차피 전부 사라질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진정한 수행이란 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욕칠정을 잘 가지고 놀다가 잘 버리는 것, 내가 그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닐까?”

37년간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했다는 그의 글은 기독교 불교, 그리고 미술 문학 등을 넘나들고 있다.

 

  시인 장동범과 그의 칠순 문집 <나절로 인생>. 부산일보 DB

 

■ 칠순 삶의 안팎과 얼개가 느껴지는 문집

장동범 시인이 칠순 문집 <나절로 인생>(산지니)을 냈다. 그는 기자, 방송국장, 부산외대와 경성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으며 1999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해 그간 일곱 권의 시집 등을 냈던 문사다. 이번 문집에는 산문 칼럼 독서일기 등이 5부로 나눠 실렸는데 그의 칠순 삶의 안팎과 얼개가 느껴지는 짧고 긴 글들이다. 많은 글들이 흥과 감각, 재치로 넘치는데 그것의 뿌리는 깊은 사유, 칠순의 연륜, 기자로서의 삶에 있을 것이다.

그는 통도사 수안 스님에게서 ‘때때로 한가하게 거한다(時時閑居)’라는 글귀를 받았는데 곰곰이 보니 ‘시시한거’라고 읽는 데 묘미가 있다고 한다. 그는 덕수 장씨로, 시조가 1274년 세조 쿠빌라이의 딸 제국대장공주와 함께 고려에 귀화한 아랍인 시종무관 ‘산코(三哥)’인데 핏줄의 내력 때문인지 부산대 국문과를 다니던 젊은 시절부터 용서의 미학을 살았던 ‘아랍인 신라 처용’에 관심을 가졌었다는 얘기도 있다.

수필집 제목에 보이는 ‘나절로(我自然)’는 조선 중기 김인후의 ‘자연가(自然歌)’에서 따온 구절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지경을 내다본다. 시인으로서 그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한 마디로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시”라고 한다. ‘어머니, 물레에 손이 가지 않아요~’. 앳된 소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설레는 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한 사포의 구절처럼 행간 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독서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 불교와 인연이 닿았는데 지난해 <아함전서> 16권을 통독했다고 한다. 선인들의 열독 경험에 따르면 나이 들어서는 불경을 읽어야 한다고도 했다는데 그는 <아함전서>를 통독하면서 “2500여 년 전 붓다 가르침의 진수를 생생하고 마치 곁에서 법문 듣듯 읽고 새기며 1년 내내 행복했다”고 적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엔도 슈사쿠의 묘비명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릅니다’. 칠순에 이른 그의 글이 푸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출처: 부산일보

 

알라딘: 나절로 인생 (aladin.co.kr)

 

나절로 인생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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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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