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정광모 장편소설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꿈속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을 꾀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되짚는다.
무득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어렵게 얻은 직장이지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민원인과 매일 반복되는 하루. 현실은 답답하고 무료할 뿐이다. 무득은 ‘푸른 탑 꿈 카페’를 통해 ‘깨어있는 꿈’을 알게 되고, 어떤 기구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날고 싶다는 일념으로, 꿈을 자각하는 훈련부터 차근차근 시행한다. 그런 무득을 눈여겨본 푸른 탑 꿈 카페의 대표 탁우는 무득에게 ‘깨어있는 꿈’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데 동참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유토피아로 가는 길목에 놓인 흰 문과 검은 문. 탁우는 오직 흰 문을 통해서만 유토피아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무득은 탁우를 따라 흰 문 너머에서 유토피아를 경험하지만, 그것은 탁우의 질서 내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자유일 뿐이다. 이것이 정말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일까?
치밀한 묘사를 통해 구축한 가상의 세계
인류는 종교와 이데올로기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노력해왔다. 역사의 현재가 말해주듯 그런 유토피아는 마녀사냥과 아동노동과 강제수용소라는 치명상을 남기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꿈에서라면 어떨까? 자각몽에서라면 인간은 유유히 유토피아를 즐기고 퍼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그런 물음에서 탄생했다. _「작가의 말」(363쪽)
정광모 소설가는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낸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자각몽을 통해 인류가 원하던 유토피아를 건축할 수 있을까 하는 창의적 질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계의 도움 없이 하늘을 나는 무득의 상상을 시작으로, 작가는 ‘깨어있는 꿈’으로 명명되는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집요한 묘사를 통해 ‘깨어있는 꿈’에 입체감을 더한다.
상상의 서사에서 현실을 건져 올리다
어렵사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안정적인 직업을 획득했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진상 민원인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무득,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환경을 구축할 수 없는 양태관, 세상의 이목에 반하여 원하는 성적 지향을 표출하지 못하는 송아진과 홍리. 그들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유토피아를 찾아 ‘깨어있는 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광모의 소설은 성실한 현실 조사와 탐구를 바탕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의식과 존재를 사회적 징후의 서사로 포착하는 데 예리한 성취를 보여왔다. 그의 소설에 언제든 분명하고 구체적인 구조와 배경으로 녹아 있는 ‘사회’라는 지평은 미메시스의 영역에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더디지만 착실하게 진전시켜온 온전한 인간 파악의 과제를 새삼 돌이키게 한다. _해설, 정홍수 문학평론가(349쪽)
작가는 ‘깨어있는 꿈’이라는 기묘한 가상 세계의 기저에 꿈을 꾸어도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깔아 둔다. 사회 구조적 문제와 감정적 결핍 등을 경험한 인물들은 유토피아를 찾아 헤맨다.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징후를 서사에 녹여내는 작가의 방식은 소설의 밑바닥에서 사건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유토피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아이러니
유토피아를 향한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존재하는 것인가. 각자의 희망을 안고 인물들은 ‘깨어있는 꿈’속에서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구축한다. 말 그대로 ‘꿈속의 꿈’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호수에 잔물결이 일고 호숫가를 따라 수초가 무리 지어 자라났다. 꿈이라는 호수 앞에 놓인 정자에 몸을 기대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편안하게 바라다보는 느낌이었다. 무득에게 깨어있는 꿈은 그걸로 족했고 두 사람의 동지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건 오래도록 이어질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이었다. _본문(220-221쪽)
인물들은 ‘깨어있는 꿈’이라는 잔인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 받는다. 정광모 소설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직조된 세계와 느와르적 서사, 그 밑에 자리한 사회적 징후들은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유토피아로 건설되었다. 그 위에서 ‘꿈속의 꿈’을 꾸는 인물들이 어떻게 유토피아를 실현하려 하는지 그 여정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첫 문장
무득은 비명을 질렀다. 총을 맞고 허공으로 떨어지다니.
책속으로 / 밑줄긋기
📌 p.23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꿈 세상은 무한했고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었으며 다채로운 경험으로 넘쳐났다.
📌 p.37 “우린 꿈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해.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추구하려다 실패만 거듭한 그야말로 꿈이었지. 꿈의 유토피아에 들어올 자격을 갖춘 사람을 고르고 있어.”
📌 p.83 탁우는 처음부터 오롯이 흰 문에만 집중하기를 원했다. 그건 탁우가 만든, 자신의 말을 믿고 자기를 따르도록 한 첫 번째 계명이 아닐까. 그 계명을 어기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푸른 탑을 안내할 이유가 없는 건 아닐까.
📌 p.86 “이 공간은 당신을 위한 유토피아 자리로 제공되었으니 마음껏 쓰시라. 이 안에서는 뭘 만들거나 무슨 일을 벌려도 좋다. 단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야 한다.” 무득은 꿈에서 지켜야 할 질서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며 말했다. “질서라면 어떤 걸 말하나요?” “꿈에서도 질서란 그냥 질서야. 지키지 않아도 돼. 다만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뿐이지.”
📌 p.238 양태관의 몸은 고통으로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다. 그는 속으로 외쳤다. 이건 꿈이다. 곧 깨어날 꿈. 통증은 가짜고 곧 사라질 거짓이다. 다섯 번째 총알은 종아리를 부수고 여섯 번째 총알은 어깻죽지에 박혔다.
📌 p.313-314 멀리 태양계 외곽에서 보면 우리 지구는 밤도 낮도 없는, 볼펜으로 콕 찍은 점에 불과해. 우리는 무에 가까운 존재야. 무는 아니지만 무한히 무에 가까운……. 그래서 유토피아란 말이 슬프게 들려. 그 말에 열정보다는 진한 체념이 배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유토피아는 결국 무에 가까운 인간이 무에 가까운 공간을 그려낸 거야.
저자
정광모
소설가. 부산 출생.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작화증 사내』, 『존슨기억 판매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 『콜트45』, 장편소설 『토스쿠』, 『마지막 감식』, 그 외 『작가의 드론독서 1, 2, 3』이 있다. 부산작가상, 아르코창작기금,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해설: 유토피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아이러니
-정홍수(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정광모 지음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꿈속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을 꾀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되짚는다.
알라딘: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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