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바다

 

 

▶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를 꿈꾸는 청년

남태평양 사모아 어장을 향하는 배에 몸을 싣다

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 『아버지의 바다』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원양어업의 출발점에 서서 한국 해양문학의 근원을 되짚고, 보다 진취적인 해양소설의 미래를 제시한다.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잊고 싶어 했지만, 뱃사람이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듯 항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 일수. 수산대학을 갓 졸업한 그는 원양어선 지남2호의 실습항해사 자리를 얻어 남태평양의 사모아로 떠난다.

당시 뱃사람들에게 참치잡이 배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다. 일수와 함께 지남2호에 탑승한 스물두 명의 선원들 중 대다수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에 올랐다. 일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수는 왜 이 배에 탔느냐고 묻는 선장에게 넓은 바다가 보고 싶었다고 답한다. 금전을 이유로 드는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했기도 하지만, 일수에게 바다란 밤마다 별을 헤며 꿈꾸던 신세계였고,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새끼거북의 원초적이면서도 강렬한 그리움이었다. 그 그리움의 근원을 알기 위한, 또한 밤하늘을 비추며 선원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한 일수의 항해가 시작된다.

 

▶ 한국 원양어선사에 기록된 첫 해난사고, 지남2호 침몰사건

이 책은 1963년 12월 30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지남2호의 조난 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다. 참치 조업을 위해 출항한 지남2호는 사모아 해역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강한 파도를 만났다.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기울어지기 시작한 배는 간신히 몸만 탈출한 선원들을 뒤로하고 침몰했다. 23명의 선원 중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한국 원양어선사에 기록된 첫 조난 사고였다.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단 두 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인 문인리 씨가 이 소설의 주인공 ‘일수’의 모델이다.

저자는 이 지남2호에 오른 주인공 일수의 항해기를 통해 한국 원양어업의 시말을 밝히고, 그 시절 고된 노동에도 외화벌이에 앞섰던 선원들의 분투를 재조명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 잊혀가고 있는 또 다른 역사와 인물들을 드러낸다.

 

▶ 생의 갈림길에서 그를 뭍으로 끌어 올린 기억들

삼각파도에 의해 침몰한 지남2호의 선원들은 저 멀리 수평선 끝에 나타난 섬까지 헤엄쳐 가 구조요청을 할 인원을 차출한다. 맨몸으로 상어가 들끓는 바다로 뛰어든다는 공포 속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일수였고, 뒤이어 조기장과 2항사, 2기사가 차례로 자원했다.

그들은 곧 섬을 향해 출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린 몸과 정신적 압박감에 일수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는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렸다. 항해 중 선장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사모아에서 만난 인연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

회상의 끝에 일수의 몸이 수영을 시작한지 11시간 만에 산호섬에 닿았다. 그를 뭍으로 끌어 올린 것은 튼튼한 체력도 강인한 정신력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에게 소중했던 사람들과 기억이었다. 희미해져가는 그의 정신을 특히 붙잡은 것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기억이었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결국 일수를 뭍 위로 끌어 올린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김부상 소설가는 각 인물들의 교차되는 운명을 통해 각자가 생에서 겪는 우연과 필연이란 과연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고국을 떠난 자와 남은 자, 바다로 다시 떠나는 자. 그들 각각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지만 그 결말은 공교롭고 또한 운명적이다. 운명은 존재하는 것일까.

 

▶‘세상일이란 우연과 필연이 결합된 수레바퀴야’

사모아에서 귀국한 일수는 마침내 아버지를 용서한다. 해방 후 근대화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무능하고 거칠었던 남자. 그가 반짝일 수 있었던 곳이 바다였다. 사라호 태풍이 휩쓸어간 그 남자의 꿈을, 그 인생의 슬픔을 일수는 바다를 다녀와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그 슬픔을 딛고, 다시 바다로 돌아갈 것인지 육지에 남을 것인지의 갈림길에 선 일수는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선원들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또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다시 사모아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마침 지남5호의 2항사 자리를 얻게 된 일수는 출항을 앞두고 신변정리를 서둘렀다. 그가 떠나기 전 가장 맺어두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에게 전 남편의 자식들을 돌려주는 일이었다. 설득 끝에 의붓 형님들과 모인 식사자리에서, 그는 그 옛날 가끔씩 자신을 찾아와 전차를 태워주었던 이웃집 곰보누나가 바로 이붓 누나였으며, 자신이 곰보누나를 떠올렸던 사모아의 앨리사 엄마처럼 곰보 누나 역시 미국인과 결혼해 해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 밤 혼자 술을 마시던 일수는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눈물을 흘리며 그리운 강 선장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세상일이란 우연과 필연이 결합된 수레바퀴야’

인생의 수레바퀴는 일수에게 넘어서기 힘든 시련을 주었지만, 그는 다시 한 번 출항한다. 아버지의 바다로.

 

책속으로

첫 문장 10월 9일. 오늘 일수(逸壽)는 먼 바다로 떠난다. 섬에서 자란 유년시절부터의 오랜 꿈이었던, 수평선 너머 미지의 그리움을 향한 첫걸음인 셈이다.

P. 53 일수는 어린 시절부터 섬을 보면 늘 그리움이 앞섰다. 섬안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그 또한 끊임없는 그리움이었다. 그래서 섬과 바다를 바라보면 언제나 가슴이 설레었다. 이제 머지않아 큰 바다를 만날 것이다. 사방이 온통 바다뿐인 망망한 곳에 떨어지면 과연 어떤 그리움과 마주할지 그것이 또한 궁금했다.

P. 81 미처 상상도 못한 역사의 비화를 굴비 두름 엮듯 이어나가는 선장의 곁에서, 일수는 마치 손전등을 비추며 어두운 역사의 동굴을 걷는 기분이었다. 눈앞을 가린 안개가 걷히는듯 신선한 충격이 밀려왔고 올바른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배움에 취해 머리가 뜨거웠고 입에서는 바짝바짝 침이 말라갔다.

P. 163 바비라 불린 남자아이는 폴리네시아계 혼혈이었고 앨리사는 엄마를 닮아 동양인의 얼굴에 가까웠다. 아이들을 보자마자 신화 속의 투투와 일라가 생각났다. 초사가 아이들에게 용돈으로 1달러짜리 지폐를 하나씩 건넸다. 그때서야 아이들이 밝게 웃었다. 일수의 눈에 비친 아이들은 구만리 바다를 건너온 한국산 봉숭아 홀씨였다.

P. 187 일수가 별을 사랑하게 된 것은 천문항해를 배우면서 별은 ‘스스로 빛나는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록 수입된 과학상식이지만 대학생이 될 때까지 학교에서 그에게 이를 주목하고 가르쳐준 선생은 아무도 없었다. 별의 발광은 비록 과열된 가스가 농축된 것이지만, 농축된 그 무엇이 스스로 빛을 낸다는 사실에 일수는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P. 222 그가 태어난 구조라의 바다와 아버지에 대한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지금도 아름답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세월은 일수조차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수두룩했다. 그것은 좋게 말하면 무욕과 인내의 세월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아둔하고 미련한 세월이었다.

 

 

저자 소개

김부상

1953년 경남 거제생

1978년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 졸업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해양소설(중편) 「명태를 찾아서」가 당선

2007년 9월 해양소설집 『인도에서 온 편지』 출간

2018년 6월 해양소설집 『바다의 끝』 출간

2019년 『바다의 끝』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도서로 선정

원양엉업회사 20여 년 근무 후, 무역 등 자영업 20여 년 종사

부산소설가협회 및 한국해양문학가협회 회원

현재 전남 나주시 거주

 

목차

1 출항

2 한국 원양어업의 아버지

3 세토나이카이

4 도쿠시마 조선소

5 분고수도

6 남양군도

7 적도제

8 아메리칸 사모아

9 삼각파도

10 바다의 끝

11 산 자와 죽은 자

발문

작가후기

 

 

 

 

김부상 지음ㅣ264쪽ㅣ140*205ㅣ978-89-98079-44-4 03810ㅣ17,000원ㅣ2021년 11월 30일

한국 해양문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설가 김부상의 해양장편소설. 한국 원양어업의 출발점에 서서 한국 해양문학의 근원을 되짚고, 보다 진취적인 해양소설의 미래를 제시한다. 가족들에게 무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버지를 잊고 싶어 했지만, 뱃사람이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듯 항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꿈꾸던 스물두 살의 청년 일수. 수산대학을 갓 졸업한 그는 원양어선 지남2호의 실습항해사 자리를 얻어 남태평양의 사모아로 떠난다.

1963년 12월 30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지남2호의 조난 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다. 참치 조업을 위해 출항한 지남2호는 사모아 해역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강한 파도를 만났다.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기울어지기 시작한 배는 간신히 몸만 탈출한 선원들을 뒤로하고 침몰했다. 23명의 선원 중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한국 원양어선사에 기록된 첫 조난 사고였다.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단 두 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인 문인리 씨가 이 소설의 주인공 ‘일수’의 모델이다. 저자는 이 지남2호에 오른 주인공 일수의 항해기를 통해 한국 원양어업의 시말을 밝히고, 그 시절 고된 노동에도 외화벌이에 앞섰던 선원들의 분투를 재조명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 잊혀가고 있는 또 다른 역사와 인물들을 드러낸다.

 

Posted by __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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