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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문학

지금껏 나를 만든 시간 그리고 가족, 수필가 양민주의 세 번째 수필집 『어머니와 구름』 :: 책 소개

by ujustice 2025. 5. 12.

 

 수필가 양민주의 세 번째 수필집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지금껏 나를 만든 시간을 돌아보다 

경남 김해에서 수필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양민주 작가의 세 번째 수필집 『어머니와 구름』이 출간되었다. 양민주 작가는 2015년 출간된 첫 수필집 『아버지와 구두』로 원종린 수필문학작품상을, 두 번째 수필집 『나뭇잎 칼』로 경남문학우수작품집상을 수상하며 경남을 대표하는 수필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수필집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가족을 향한 애틋함,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 등을 써내려간 서른네 편의 작품을 담아냈다. 더불어 저자와 긴 세월 인연을 가진 성선경 시인의 발문 「먼 길을 나서는 사람의 채비」이 수록되어 작가의 수필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양민주 시인의 수필에서는 가족이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의 수필에서 많은 부분이 가족과 관계된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소재가 가족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와 삼촌, 아내와 장인, 장모 그리고 아들과 딸, 세상의 따뜻함을 느끼고 이해하는 기저로서 그에게는 가족이 있다.
_발문 중에서

30여 년간 대학 행정실에서 근무한 저자는 고서화와 글씨를 수집하는 취미를 통해 직장생활에서 오는 정신적인 피폐함을 이겨내곤 했다. 특별히 김해 출신 작가들의 고서화를 수집해온 저자는 퇴직 후 김해에 갤러리를 열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그림으로 위안을 얻은 저자는 이번 수필집에 직접 그린 열여덟 점의 작품을 실어 글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계란 한 판의 숫자보다 많은 해를 다닌 직장을 그만두었다. 또 다른 삶을 꾸리면서 김해갤러리를 열고 옛날 그림과 함께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김해의 문인화로 피폐한 심신을 치유하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김해의 문인화는 학문과 교양을 갖춘 문인들이 욕심을 버리고 필묵으로 내면세계를 표현하여 병든 심신을 치유하기에 더없이 좋다.
_「김해의 문인화로 치유하다」 중에서

 

 아들을 버티게 했던 어머니의 편지 
 글을 쓰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다 

『어머니와 구름』에는 ‘어머니의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각각 1, 2, 3의 번호를 달고 실려 있다. 저자의 군 생활 중에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 대한 글이다.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는 아들을 군에 보낸 어미의 애달픈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편지에는 아들이 혹독한 군 생활을 잘 이겨내기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격려의 말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심신이 약해져 있던 시기,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많이도 울었던 저자는 세월이 흘러 다시 편지를 읽으며 남편을 일찍 떠나보낸 여인을, 한평생 땅을 일구며 자식을 먹여 살린 어미를 발견한다. ‘참고 견디라.’라던 어머니의 말씀은 저자가 오늘까지 살아서 글을 쓰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어머니의 편지는 ‘민주 답 바다보아라’로 시작한다. ‘받아보아라’라는 말씀이 ‘바다보아라’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어머니의 거룩한 뜻 같다. 바다를 바라보며 큰마음을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지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아직도 이 편지를 버리지 못하는 까닭일지도 모른다.
_「어머니의 편지 3」 중에서

「이소(離巢)」

저자는 취업한 딸을 처음으로 타지에 보내며 둥지를 떠나는 어린 박새를 바라보는 어미 새의 마음을(「이소(離巢)」), 염천의 더위에 자신을 낳으며 고생했을 어머니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을(「반의반」) 써 내려간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허름한 빌라 4층에서 시작했던 신혼살림에 대한 추억과(「아카시아 추억」) 부모님이 남겨주신 칠남매라는 인생의 동기들을 향한 애틋함도 전한다(「동기간」). 여러 글 속에서 김수로왕릉, 거북공원, 수릉원, 대성동 고분군, 김해평야, 분성산, 은허사 등 김해의 장소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김해의 문인화를 수집하고 알리는 일에도 애쓰고 있는데, 삶의 터전인 김해에 대한 사랑과 아끼는 마음을 글에서도 느낄 수 있다.

김수로왕릉은 겨울에 산책하기 좋다. 돌담이 찬 바람을 막아주고 후원에는 상수리나무 등 아름드리 고목이 운치를 더한다. 후원을 돌아 왕릉 안 작은 연못가 벤치에 앉아 동쪽에 있는 분성산을 바라본다. 춥진 않은지 안부를 묻는다. 산은 심심한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나의 안부를 되물어 온다. 분성산이 내 대화의 상대가 된다.
_「무작정 여행」 중에서

 

글·그림 양민주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와 수필』을 통해 수필로, 2015년 『문학청춘』을 통해 시로 등단하였다.
수필집으로 『아버지의 구두』, 『나뭇잎 칼』, 시집으로 『아버지의 늪』, 『산감나무』가 있다.
『아버지의 구두』로 원종린수필문학작품상, 『나뭇잎 칼』로 경남문학우수작품집상을 받았다.
현재 김해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책 속으로 

pp.18-20
낯선 분위기라 잠이 좀처럼 오지 않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딸이 “아빠, 잘 키워 줘서 고마워. 아빠는 글을 잘 쓰니까 이 상황을 글로 써보면 어때?” 한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내일 출근해야 하니 그만 자” 했다. 딸은 자기 아빠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리고 이따금 역설로 표현한다는 사실도 아는 모양이다.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고였다. 형광등을 끈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도 가만히 ‘잘 커 줘서 고마워’라고 반응하며 괭이잠에 들었다.
아침 해가 밝고 해결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고 왔다. 이소한 어린 박새같이 새봄을 맞아 세상 속으로 처음 뛰어든 우리 딸과 우리나라의 딸, 아들들에게 감히 고해본다. 살구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붕새처럼 세상을 훨훨 날기를…. 항상 건강하여라
_「이소」

pp.46-47
나도 한때는 부모님의 자식이었고, 지금은 자식들의 아버지가 되어 있다. 이 일로 하여 내가 자식일 때 부모님께 얼마만큼의 기쁨을 드렸던가 하고 한 번 더 돌이켜 보게도 했다. 나는 부모님께 생신 선물을 제대로 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 생신 선물은 고사하고 철없이 세상에 왜 태어나게 했냐고 대든 기억만 선명하다.
고등학교 갓 입학한 후의 일이다. 몇 가지 준비물을 사기 위하여 어머니께 돈을 요구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어머니는 주지를 못했다. 그래서 화가 나 “자식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킬 거면서 왜 낳았냐”라며 아침 등굣길에서 어머니께 달려든 기억이 있다. 어머니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불효의 기억은 지금까지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 일 이후에도 나의 잘못은 모두 잊어버린 채 내 생일만 되면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생일 밥을 해주시고 가셨다. 염천의 더위에 낳은 것도 모자라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올해는 유례없는 긴 장마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어머니가 더 보고 싶다.
_「반의반」

「어머니와 구름」

pp.74-75  
5월의 구름은 어머니 같다. 구름은 삶이 힘들 때 어머니를 그리듯 쳐다보는 것이다. 휴식해야 할 때 구름을 쳐다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구름은 사람처럼 어딘가에 구속받지 않는다. 구름은 자유롭다.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람 따라 흘러간다. 흘러가되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그저 적막으로 흐르다가 사라지고 또 어느 순간에 나타난다.
파란 하늘의 가운데 혹은 신록의 산골짝에 나타나 고요히 떠 있는 구름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 구름은 노마드처럼 이동하는 매력이 있다. 구름은 한곳에 머물며 사는 사람들에게 상상으로나마 멀리 떠날 기회를 준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팍팍한 마음을 위로한다.
구름은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파란 하늘엔 흰 구름, 회색빛 하늘엔 먹구름, 노을 깔린 하늘엔 붉은색 구름이 제격이다. 구름은 태양의 열에 의해 생겨나고, 비가 내리면 비와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비 갠 하늘에는 구름이 적다. 어쩌다 미련이 남아 미루나무 꼭대기에 흰 구름 한두 점 걸려 있다. 걸려 있는 구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을 적시곤 한다.
_「어머니와 구름」

pp.178-180   
나는 옛 물건을 좋아한다. 그 물건에 대한 내력을 상상케 하여 생각의 나래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내가 결혼하고 아내와 같이 시골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너는 옛날 물건을 좋아하니 필요하면 다듬잇돌을 가져가거라” 하셨다. 가져가기 위해 다듬잇돌을 꺼내는데 무겁고 단단한 화강암의 옆 표면이 곰보처럼 몇십 군데나 깨어져 있다. “단단한 돌 표면이 왜 이렇게 깨어져 있습니까?” 하고 어머니께 여쭈어보았다. 어머니는 “그게 6·25동란 때 맞은 총탄 자국이란다”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난리에 피난을 갔다가 돌아오니 집은 모두 불타버리고 타지 않는 다듬잇돌과 타다 만 피 묻은 붕대와 의약품들이 쓰레기처럼 흩어져 있었다고 했다. 우리 집은 낙동강 전투에서 다친 국군과 유엔군을 치료하는 야전병원으로 사용되었는데 인민군의 공격을 받아 격전지가 되었다고 했다. 그때 다듬잇돌이 군인을 대신하여 총알을 맞았던 것이란다. 낙동강 전투가 우리 마을 뒷산에서 일어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북한의 남침으로 죄 없는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총질할 때 다듬잇돌이 가운데서 총알을 받아내었다. 한마디로 군인을 대신한 총알받이였다. 총알받이 역할로 군인의 생명을 몇이나 구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아픔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총알을 맞고 폐허 속에 남겨진 다듬잇돌을 어머니가 간수한 것이다. 어쩌면 이 돌이 어머니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_「유품」

 

 차례 

더보기

책머리에 | 수수밭에 들다 

1부
슈크란 바바
이소(離巢)
타인의 삶
꽃의 여왕
수박은 깨서 먹어야 제맛
애증의 대명사 쥐
반의반
친구 집 다녀오는 길
낙동강은 흐른다

2부
혼자 하는 취미생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아카시아 추억
어머니와 구름
반려
여름 바다 추억
고목을 안다
호박이 있는 가을 풍경
피아노를 팔다 

3부
소에 대한 기억 
작은 공원의 나무들 
여름이 좋은 세 가지 이유 
김해의 문인화로 치유하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매화꽃 필 때를 기다리며 
6월을 맞이하며 
대학원장의 주례사

4부
무작정 여행
어머니의 편지 1 
어머니의 편지 2 
어머니의 편지 3 
동기간 
기억에 남는 생일 
유품 
12월에 관한 단상 

발문 | 먼 길을 나서는 사람의 채비_성선경(시인)

 

지은이 : 양민주
쪽수 : 204
판형 : 145*205
ISBN : 979-11-6861-459-8 03810
가격 : 20,000
발행일 : 202558
분류 : 에세이>한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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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구름 | 수필가 양민주의 세 번째 수필집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지금껏 나를 만든 시간을 돌아보다 경남 김해에서 수필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양민주 작가의 세 번째 수필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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