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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으로 읽는 두 지성의 세기적 사랑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19.

서신으로 읽는 두 지성의 세기적 사랑



     독일 실존철학의 거장인 마틴 하이데거(1889~1976)와 그의 제자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1906~1975) 사이의 사랑은 꽤나 유명하다.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세기적 연인’들 사이의 관계와 이래저래 비교되기도 하면서, 하이데거와 아렌트는 이른바 지적인 사랑의 대명사로 회자돼왔다.


     이들의 관계를 단순히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그동안 많았다. 육체적·정신적 사랑을 넘어 제3자가 쉽게 규정하기 힘든 묘한 관계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정, 정신적 동반자, 사상을 교유하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몽땅 녹아들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하이데거와 아렌트 관계는 세간의 관심을 끌 만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둘 다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들인 데다, 열일곱 살의 나이 차이, 하이데거는 독일 민족을 강조했고 아렌트는 유대인이라는 차이도 있다. 더욱이 하이데거는 나치에 적극 협력했고, 아렌트는 전체주의 사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명저 <전체주의의 기원>을 썼다. 하이데거와 아렌트가 처음 만날 때 하이데거는 유부남이기도 했다.


     이들은 첫 만남 이래 아렌트가 세상을 떠나는 1975년까지 무려 50년간 관계를 유지했다. 십수년간 서로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고, 편지를 주고받은 것도 그렇게 자주라고 할 수 없지만 그들은 그야말로 세기적인 사랑을 이어간 것이다.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서신 속 대화, 주위 사람들의 증언 등을 통해 위대한 이 두 철학자의 삶과 사랑, 사고의 전개과정, 인간적인 면 등을 분석한다. 저자는 2005년 타계한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으로 작가이자 미국 MIT 교수를 지낸 엘즈비에타 에팅거다.


     책은 1924년 늦가을, 열여덟 살의 아렌트가 마부르크대학 철학과 학생이 되면서 하이데거를 처음 만나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간의 흐름 순으로 구성됐다. 첫 만남 당시 하이데거는 역저 <존재와 시간>의 집필을 막 끝낸 서른다섯 살의 대학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교수였다.


     저자는 1925년 2월10일 하이데거가 아렌트에게 첫 편지를 보내고, 나흘 만에 두 번째 편지, 2주 후엔 “두 사람이 육체적으로까지 가까워지기 시작했음”을 알 정도로 두 사람의 삶과 생각을 내밀하게 분석한다.


     하지만 아렌트 중심으로 글을 쓴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실제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 아렌트에게는 호의적인 반면, 하이데거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어서 하이데거 측의 강한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편지를 소재로 한 첫 책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두 철학자의 내밀한 생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경향신문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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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8162134375&code=900308




나치즘 비판했던 그녀가 나치 옹호 思想家와 불륜을


"아렌트는 '만약 당신이 날 원하신다면'이라며 조그맣게 속삭이곤 했다. 자신의 수줍음과 말 없는 숭배가 하이데거를 기쁘게 하고 흥분시킨다는 것을 그녀는 직관으로 알고 있었다."(39쪽)


     남자는 35세의 유부남 대학교수였고, 18세의 여자는 대학 신입생이었다. 1924년 독일 마부르크대학에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이후 50년 동안 지속됐다. 현대 철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두 사상가, 마르틴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다.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돼 '공상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킨 이 책은 편지와 증언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에 피와 살을 붙인다.


     그것은 숱한 철학서에서 두 사람이 보여줬던 관념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로 바뀌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 '사랑'의 현장에서 사상과 실존은 모순을 일으킨다. 존재와 시간을 탐구했던 하이데거는 거짓말과 광적인 집착, 상투적인 편지 문장을 썼던 사람이었고, 전체주의를 비판한 아렌트는 나치즘을 찬동한 사상가를 사랑했다는 걸 독자는 알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아렌트에 대해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여성이었으나 사적인 삶에 있어서는 여전히 전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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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16/2013081603345.html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 10점
엘즈비에타 에팅거 지음, 황은덕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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