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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24 [서평] 인도까지 이끈 마약같이 단 향기,『마살라』 (2)

 

 

그 남자를 처음 만난 곳은 시바 카페였다.

어쩌면, 처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의 시작에서 소설의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었다. 작가의 처음이 시작과 끝 문장을 정해놓은 것이라면 그 안의 서사는 기획의 단계에서 벗어난 작은 오차조차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설가에게 소설을 쓰기에 최적의 공간과 환경이 주어진다면 모든 사람이 환호할 대작(大作)을 낼 수 있을까. 문학적 가치와 시의성, 대중성을 갖춘 베스트셀러가 되어 후세에 알릴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10만 연의 운문으로 이뤄진 마하바라타라는 서사시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코끼리 머리의 사람 몸을 가진 지혜의 신 가네샤, 인도 신화 속 그 존재는, 브야샤가 쉼 없이 쏟아낸 대서사시를 자신의 어금니를 뽑아 완성시킨다.

소설에서 가네샤는 끝없이 우리의 앞에 나타난다. 누군가의 목걸이에, 당신의 여행에.

이곳에서는,

소설 속 하나의 기둥이 되어 함께 인도를 걷고자 한다.

 

 

미완의 소설, 왠지 모를 이끌림에 는 소설 속 낯선 남자의 목걸이에 있는 가네샤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이설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낯선 곳, 낯선 향, 수많은 사람들이 를 향해 뻗는 손길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시바 카페에서 '나'를 바라보는 한 남자. 자꾸만 의 주변을 맴도는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의 가족은? 나의 친구는?

눈을 뜬 그곳은 하얀 벽지에 하얀 천이 둘러쌓인 곳,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프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은 맞는 것 같다. 하나씩 떠오르는 무언가가 낯설지만은 않다. 이설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소설, ‘는 완성할 수 있을까.

 

 

서평을 쓰기 전에는 자신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이 작품을 평할 수 있겠다고. 서평이 애정을 가지고 객관적인 평을 하는 것이라 한다면, 필자는 잠시 손을 내려놓겠다. 이미 마살라라는 향에 홀려 객관성을 잃었으니, 그러니 애정 없는 문구란 더 자신이 없다. 시바의 밤, 라훌에게 달려가는 처럼, 나는 오늘도 마살라를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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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방을 제공하겠습니다. 당신을 쓰기만 하면 됩니다. 가네샤처럼.”

 

소설은 표지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살짝의 죠크를 준다. 맥거핀(MacGuffin effect)일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느낌의 비밀은 소설과 소설 속 소설이 교차되면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자꾸만 꺼려지는 ‘M의 아내

처음에는 소설가 M과 이설이, 자기 안의 심리가 일으킨 부담감 때문에 도망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생각이 오해를 일으켰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건이 전개될수록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분명 있었다. M의 아내는 왜 그렇게도 소설가를 믿으며 헌신하는가. 그저 소설쓰기에만 몰두하면 된다는 그녀의 생각이 몇의 인생을 흔들고 있는가.

내 안의 작은 울림에도 책임감을 가지는 작가에게 M의 아내는 M이 가져야 할 또 다른 책임감이었다. M에게 중요한 것은 소설이 아니라 3시간 동안 글을 쓰는 소박한 삶이었지만, 그를 사랑한(사실 그의 소설을 사랑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녀로부터 모든 계획은 처참히 무너진다. 그녀 자신까지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함에 쉬이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이설은 어디에 갔는가. 어디로 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소설가 이설을 따라 는 어디에 도달해있나. 꽤나 매력적인 진은 이설을 부른다. 이설의 소설을 부른다. 가네샤가 될 이설은 진에게서부터 얼마나 멀리 도망쳐 갔을까. 진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도망칠 수 있을까. 소설을 쓰지 않는 지금, 이설은 행복할까.

 

 

 

 

 

단맛에 빠져 문장을 쓰지 못한 소설가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99

 

단맛은 마약 같은 것이라고 했다. ‘가 이설을 찾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왜 이토록 이설을 찾아 나선 것일까. ‘가 좇는 것이 이설이 맞을까. ‘가 말한 '이설이 취한 단맛'이라는 것은 라두경단 보다 달콤하고 매혹적인 것. 나는 어쩐지 그것이 뭐라고 확답 짓지 못하면서도 이설의 단맛이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단맛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스쳐간다.

이설에게 들어야 하는 이야기는 미완의 소설에 쓰지 않은 부분으로부터 시작된다. 단지 소설을 완성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쓰지 않은 부분에 이설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누구로부터 소설을 쓸 것인지, 뒷이야기에 이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쫓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갠지스 강물처럼 탁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면서 M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억울한 일을 겪고 궁지에 빠진 사람처럼 참혹한 M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을 느꼈다.”

-115

 

M은 소설 속 주인공이었고 사라지기도 했다가 나타나 를 따라다니며 추궁하고 몰아붙이는 귀찮은 존재였다.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는 궁금해야 했다. M은 그저 매일 같은 곳에 똑같은 옷을 입고 앉아 있는 남자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의 괴팍함이 를 움직이더니 어딘가 익숙한 두려움과 고통을 그에게서 느끼기 시작했다.

 

 

소음 때문에 소설을 쓰지 못했는지 소설을 쓸 수 없어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231

 

사고 후 는 자아를 명확히 하지 못했음에도 본능처럼 글을 써야함을 알고 있었다. 머리는 기억한다. 다음 문장이 무엇인지. 무엇을 써내려가야 하는지. 이제 조금씩 현실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음에도 는 다시 소설을 붙잡아야 할 것이다. 미완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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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마살라1부와 2부로 빠른 전개 속, 유연함과 서성란 작가 특유의 여유를 가지며 진행된다. 복잡한 구조는 작가를 만나 그 어려움을 깨버리고 독자에게 그 무엇보다 빨리 서사와의 만남을 제시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바라지 않는다. 어떤 당부의 말이나 질문 없이 문장을 따라, 소설을, 인도를 걸어 나갈 수 있게 안내한다. 한 걸음 물러서 흐름 속에 빠져든 독자의 반응을 기대한다. 독자는 대답할 차례이다.

 

 

 

저자소개

서성란 

1967년 익산에서 나고 서울 사당동에서 자랐다. 서경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1996년 중편소설 「할머니의 평화」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창작집 『방에 관한 기억』, 『파프리카』, 『침대 없는 여자』, 장편소설 『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 『특별한 손님』, 『일곱 번째 스무 살』, 『풍년식당 레시피』, 『쓰엉』등을 출간했다.

 

책 소개

서성란 소설가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작 <쓰엉>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인 '쓰엉'과 도시에서 농촌 사회로 편입해온 '장', '이령' 부부의 삶을 통해 이방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씁쓸한 시선을 그려냈던 서성란 소설가가 장편소설 <마살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었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이주 여성을 다뤘다면, 이번 신작 <마살라>에서는 '글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를 이야기한다. 흔히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을 한다. 창작의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작가들에게 소설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쓰라고 하면 손가락이 날아다니듯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영감이 떠올라 작품을 써 대는 환상 속 소설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을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졌지만, 결국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소설가 '이설'을 찾아 낯선 도시를 헤매는 '나'의 이야기다.

 

 

 

 

 

 

 

마살라 - 10점
서성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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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