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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2

가족이라는 아포리아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근대사의 지층에서 5월은 무엇보다 광주에 대한 기억으로 들끓는 시간입니다. 물론 그 역사적인 5월도 유족을 비롯한 피해 가족들에게는 상처로 얼룩진 가족사의 어떤 질곡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예컨대 강풀의 카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의 서사가 역시 그 가족들의 원한을 복수라는 형식으로 해원하려 하지 않았습니까. 요즈음의 한국소설은 늘 그래왔지만 특히 가족에 예민합니다. 당대의 주류적 서사들이 가족에 어떤 집착을 보인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대한 일종의 증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5월을 맞는 저에게도 가족이란 진정으로 곤란한 아포리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며칠 전엔 ‘어버이 날’을 맞아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2013. 5. 13.
세상을 향해 비추는 밝음과 어둠의 서사들 『장미화분』 가장 추운 새벽에 피어나는 크로아티아 장미처럼, 김현 소설집 『장미화분』 출간 2010년, 『봄날의 화원』을 출간하였던 소설가 김현이 2년 만에 총 일곱 가지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모아 소설집을 출간하였다. 김현의 이번 단편집의 이름은 『장미화분』이다. 강력하게 뿌리를 내리고 어둠 속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는 크로아티아 장미처럼, 『장미화분』에 실린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그들만의 ‘장미’를 피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잉여인간으로 치부되는 노인의 삶이 담긴 「소등」이나 「7번 출구」가 그러하며, 열한 살 이후로 주어진 일생의 절반을 바다에 담그며 남편의 외도와 폭력을 겪어왔던 기구한 제주 해녀의 일생을 담은 「숨비소리」, 희생된 이들 못지않게 .. 2013.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