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곰치·평론가 구모룡 "표절은 확실"
전성욱 편집주간 "사랑 결합하는 서사구도 유사"


부산 지역 문인들이 소설가 신경숙(52) 표절 사태와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3일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부산광역시 거제동에 위치한 산지니 출판사 회의실에서 전성욱 편집주간의 사회 아래 소설가인 조갑상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최영철,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이하 직함 생략)가 참석해 좌담이 진행됐다.

이들은 표절 논란에 휩싸인 후 신 씨가 보인 태도, 그를 옹호하고 나선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된 윤지관(61) 평론가의 글, 백낙청(77) 창비 편집인의 글에 대해 비평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 '오늘의 문예비평'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김곰치는 "한국문학에 신경숙과 함께 소속돼 있다는 생각을 평소 별로 하지 않아선지, 동료애랄 게 없어 솔직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몇 평론가들이 십몇 년 전부터 이 소설가의 표절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그것이 널리 알려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공론화되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숙의 표절행위로 그의 작품들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빈자리를 다른 새로운 작가들이 채울 기회를 얻게 되니까 좋은 일이다"며 "왜곡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고, 드디어 그런 기회가 왔다는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곰치는 "표절은 확실하다"며 "같은 작가 입장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든지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맞겠다'라는 식의 신경숙 답변은 말이 안된다"며 "대중 앞에 나서서 작가가 거의 죽을 정도의 서러운 결단으로 고백을 하든지 신상발언을 해야 하는데, 신경숙의 대응은 참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구모룡은 "표절이냐 아니냐하는 논란은 이미 다 결판났다고 생각한다"며 "당사자조차 기억이 안 난다. '아몰랑'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치판이나 문학판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은 기억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 만큼, 신경숙의 태도가 진솔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 기회에 신경숙 문제만이 아니라, '읽고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2015-09-03

이어 "신경숙의 글은 신경숙의 읽고 쓰는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며 "백낙청 선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신경숙 문학의 강점으로 신경숙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을 꼽았다. 문제는 신경숙이 가진 기억과 경험이 소진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명망이나 자본과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쓰다보니 이 사람의 글쓰기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성찰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작가가 자신이 얻은 허명의 노예가 되거나 자본에 종속될 때 어떻게 귀결되는가, 이런 반성을 신경숙을 통해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성욱은 "어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정래 선생께서는 '왜 하필이면 이 작품이냐'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1936년의 2.26사건, 즉 청년 장교들이 천황의 친정을 주장하며 일으킨 우익 쿠데타를 다룬 작품이다. 국가에 대한 사랑과 남녀 사이의 사랑, 삶과 죽음의 문제를 결합시켜 아주 농밀한 에로티시즘으로 천황에 대한 우국의 지성(至省)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설'도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며 "두 작품에서 공통된 구도는 남자가 나라를 위해 떠나야 한다는 설정이다. 특정 문단의 일치 여부와는 별도로, 국가주의와 남녀의 사랑을 결합하는 서사적 구도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구모룡은 "'전설'이 수록된 소설집의 원래 제목은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래 전 집을 떠날 때'(창비, 1996)이다"며 "정문순 씨의 평론에서 두 작품의 문장을 나란히 비교해 놓은 것을 보면 명백한 표절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영철은 "신경숙 작가는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며 "이는 작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도덕적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의 대표작가가 그런 정도라면, 오늘날 작가들의 문학적 도덕성 또한 우려해야 할 수준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과거 '문예중앙'에 실린 정문순 평론가의 표절 지적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작가 본인은 정문순의 평론을 묵살하면서도 속으로는 엄청 찔렸을 텐데, 왜 개정판을 내면서 해당 단편을 빼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출판사에서 제목만 바꾸고 수록작은 똑같다. 왜 그랬을까 싶다"고 말했다.

백낙청 창비 편집인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신경숙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잡담 제하고 신경숙의 해당대목이 의식적인 베껴쓰기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할 정확한 진실은 저도 모른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한 토론도 이어졌다. 구모룡은 "'백낙청 선생은 왜 오판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백낙청 선생은 신경숙의 출신, 즉 신경숙이 가지고 있는 공장 여성노동자로서의 경험을 과도하게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는 백 선생의 태생적 한계가 작동하고 있다. 백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진보적인 리얼리즘을 주장한 분이다. 이 분의 맹점은 가난함 속에 자란 경험을 모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일종의 무지로 한 몫 접어두고 신경숙을 보게 되니, '창비'는 문학주의가 아닌데도 신경숙을 두고는 '문학동네'와 뜻을 같이 해버리는 묘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안타깝게도 백낙청 선생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사진=뉴시스 DB) 2015-09-03

최영철은 "지금 출판 자본과 작가의 관계만 주목하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독자"라며 "제삼자인 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지금 독자들의 수준과 성향이 표절을 부추긴 한 요인일 수 있다. 10만부 넘게 팔리는 책이 있으면 1만부나 5000부가 팔리는 책도 있어서 나란히 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출판시장은 좋은 책을 1000부 팔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갈수록 독자층이 잘 팔리는 작가와 작품 쪽으로만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따지고 보면 독자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며 "독자가 잘 감시했다면 인기작가 신경숙이 아닌 좋은 작가 신경숙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독자층의 특질이 그런 작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충격적인 것은 창비가 표절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신경숙의 작품이 더 뛰어나다'면서 무마하려 했다는 점이다"며 "하지만 제가 읽은 '전설'은 '우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국'은 미시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완벽한 문장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단편임이 느껴진다"며 "미시마는 작품 발표 뒤 약 10년 뒤 '우국'의 자살 장면을 자신의 자살로 재현했고, 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단편소설 하나에 목숨을 건 이런 집중력을 저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전설'은 참 허접하다. 표절 문제를 떠나 억지로 쓴 가짜 작품이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윤지관 평론가는 '전설'이 더 뛰어나다고 이야기했는데, 믿을 수 없는 비평적 언사였다"며 "부산문단도 무차별화 등 문제가 많지만, 이 표절 사건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창비도 무섭게 타락했다"고 말했다.

전성욱은 "그동안 애써 살피지 못했던 어떤 진실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특히 이른바 주류 문예지와 출판사, 그리고 언론에서 만들어낸 신화화된 작가와 작품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탄로나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문학장의 정치적 역할 때문에 억압되고 말았던 진실"이라며 "이렇게라도 드러나게 된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관건이고, 그 진실을 보존함으로써 지금까지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을 견책하고, 또 결국에는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효령 | 뉴시스 |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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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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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가을호 게재 윤지관 글에 비판 '한목소리'

"감정적 대응보다 지속적 논의가 중요...창비 공과 구별해야"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된 윤지관 평론가의 신경숙 옹호글에 대해 부산 지역 문인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1일 출판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문단을 대표해온 계간 문예지 '오늘의 문예비평'(산지니)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전성욱 편집주간의 사회 아래 소설가인 조갑상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최영철,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가 지난달 21일 대담한 내용(이하 직함 생략)이다.

좌담에선 표절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이어가기보다 이번 사태가 노출한 한국문학의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들이 잇따랐다. 그러한 맥락에서 표절 논란 확산을 촉발한 창비 가을호 편집 방향과 백낙청 편집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과 비판들이 제기됐다.

김곰치는 "충격적인 것은 창비가 표절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신경숙의 작품이 더 뛰어나다'면서 무마하려했다는 점"이라며 "제가 읽은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전설은 참 허접하다. 윤지관 평론가는 '전설'이 더 뛰어나다 했는데, 믿을 수 없는 비평적 언사"라고 지적했다.

전성욱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설'이 '우국'보다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는) 윤 평론가의 글은 평론가로서 식견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며 "설득력이 없으며,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설'의 문학적 성취를 표절 비난에 대한 반박의 주요 근거로 삼았던 윤지관의 논거를 약화시키는 지점이다. 앞서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문학과사회' 가을호에서 김영찬 평론가 또한 "'전설'은 문학적 성취에 있어 실패한 작품에 가까우며, 성공한 표절은 표절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설'의 표절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새로운 진술도 나왔다. 최근 '우국'을 읽어봤다는 김곰치는 "표절은 확실하다"며 "대중 앞에 나서서 작가로서 거의 죽을 정도의 서러운 결단으로 고백을 하든지 신상발언을 해야 하는데, 신경숙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표절의 정황 증거로 지목한 대목은 '전설' 속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라는 표현이다. 이는 창비가 '우국'에 비해 '전설'의 뛰어난 대목이라고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앞의 문장 흐름에서 이 말을 살려주는 서술적 근거는 없다. 깨끗하고 속되지 않다는 뜻의 '청일하다'는 말은 흔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서른 즈음에 참 맛깔나고 매력적인 한자어를 사용했군, 하고 신경숙의 단어 감각 하나는 인정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우국'의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청일함'이란 단어가 나온다. 너무 고약하다." (김곰치, 29쪽)

그러나 좌담 참석자들은 신경숙이 재충전해야 할 때 출판자본에 이끌려 자신을 소진한 측면에 무게를 뒀다. '표절' 의혹이 작가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출판자본에 종속돼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공헌하는 비평가와 매체 등을 뜻하는 '문학권력'에 대해 일정 부분 창비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의 책임을 지목하면서도 이들의 공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모룡은 "백낙청 선생이 상업주의적으로 신경숙을 띄운 것은 아니다"며 "백낙청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리얼리즘을 주장했는데, 신경숙은 여공 출신 작가로서 성공을 이뤄냈다. 이점 때문에 백낙청이 신경숙을 한 수 접어두고 본 것이 판단착오"라고 주장했다.

전성욱은 "(문단이) 그동안 애써 살피지 못했던 어떤 진실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주류 문예지와 출판사, 신화화한 작가와 작품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관건이며, 지금까지 이를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을 견책하고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배| 연합뉴스 |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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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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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돋보기] 발바닥으로 쓰는 남자, 김곰치

 

르포·산문집과 소설을 넘나드는 글쓰기, 소설가 김곰치. 이름부터 특이했습니다. 김곰치. 자꾸 곱씹는 이름, 김곰치. 이름이 특이했고,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는데 실은 그의 본명은 김경태입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그 이름이 곰치라는 탈을 쓴 순간부터 제겐 특별하게 다가왔으니, 소설가의 이름도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데 한 몫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곰치, 그는 1970년 김해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구요. 1999년 제4회 한겨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가 쓴 책으로는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한겨례신문사, 1999), 『발바닥 내 발바닥』(녹색평론사, 2005), 『빛』(산지니, 2008), 『끝까지 이럴래(-졸업)』(한겨례출판사, 2010), 『지하철을 탄 개미』(산지니, 2011),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한겨례출판사, 2011)가 있습니다.

오늘은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그의 소설 『빛』과 르포·산문집『지하철을 탄 개미』을 살펴볼 작정입니다.

먼저 『빛』에 대한 이야깁니다.  

 

 

『문학을 탐하다』를 먼저 읽고, 소설 『빛』을 읽으니 이건 그의 자전적 소설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 이름이 '조경태'거든요. 작가의 본명은 '김경태'구요. 또 『문학을 탐하다』 속에서 볼 수 있었던 정영태 시인이 『빛』 안에서 종종 등장하기도하고, 자신의 가정사와 닮은 이야기를 소설 안에서 작가가 풀어놓아서 그랬을테지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전도는 기독교인의 사명이라지만, ‘교회 나와보세요’라는 말을, 물론 기독교인이라니까 정연경한테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듣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오늘 집에 가시면 성경을 한 번 읽어보세요, 읽고 저랑 이야기 좀 해봐요, 이런 말은 기분이 안 나쁠 거 같은데, ‘교회 나와보세요’라는 말에는 뭔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위태로우나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던 대화였는데, 나는 축지법을 쓰듯 백 걸음 앞서버렸어요. 성깔을 드러낸 것입니다.

pp186-187

 

소설 속 주인공인 '조경태'는 '정연경'이라는 여자와 썸씽(?)이 있습니다. 조경태의 썸녀 정영경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사실은 얼마 전 불교에서 개종한 사람입니다. 조경태는 따로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그런 그녀를 나쁘게 보지 않았는데, 애정 관계로서의 만남이 아닌 마치 전도하려 자신과의 만남을 가진 듯한 그녀의 말에 기분이 확 상해버리죠. 소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경태와 정영경의 썸씽은 어떻게 전개 될런지요.

 

살인, 강간마저 용서하는데, 내가 저지른 죄 정도는 가볍게 용서받겠다, 종교가 이 정도는 돼야지, 혹시라도 당신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곤란합니다. 기독교는, 아니 정확한 이름은 바울로교입니다, 살인과 강간을 용서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극단적인 교리를 내놓고 있는 종교입니다. 용서가 불가능한데, 그 불가능한 죄의 용서를 성취해냈다고, 그래서 더욱 기적과 같은 종교가 아니냐고, 제발 그러지 말아 주세요. 죽은 이, 그의 부모, 목에 칼을 대인 채 강간당한 이, 그녀의 부모, 애인, 사랑 없이 낳아진 자식의 운명 등을 곰곰이 생각하면, 그런 염치없는 소리는 절대 입에 올릴 수 없어요.

pp224-225

 

조경태와 정연경의 썸씽에 앞서 이 소설이 다루고자하는 이야기는 ‘기독교’에 대한 내용이지요. 더 정확히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지만요. 소설 안에서 조경태는 ‘기독교’의 안일함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교 자체를 비판하기보다는 문제있는 신도와 그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비판이지요. 종교적인 냄새로 독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일종의 편지형식을 취하며 독자에게 말을 건넴으로서 작가는 독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독대하고 있죠. 또 가까워진 거리만큼 거부감을 줄이면서요.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 무지했던 독자들에게 배경지식을 알려주기도 하구요.

 

아, 그런데 존경하는 당신이…… 복음에서 예수 이적 이야기를 모조리 뽑아버리셨다구요! 오늘에야 알았어요! 거짓말이라 진리공부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리 러시아 농민한테 조금도 쓸 데가 없다고 충치처럼 뽑아버리셨다구요! 선생님의 그 단호한 조치는, 『전쟁과 평화』,『부활』,『안나 카레니나』만큼 내 인생의 빛이에요. 얼마나 큰 격려가 되는지 선생님은 모르실 것입니다. 나는 갑자기 진짜 자유로워요. 선생님과 함께 정말 자유롭단 말예요!

p298

 

여기에서 ‘존경하는 당신’은 소설가 ‘톨스토이’입니다.

 

선생님이 이적 기사를 뽑아버린 것은, 그러면서도 그리스도인으로 자처했던 것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던 예수라 해도 참삶을 산 사람이기에 우리들 인생의 빛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아닙니까. 내 생각과 일치하여 너무 반가워요!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리스도사상을 가졌는지 알고 싶어요. 당신의 ‘통합 복음’을 꼭 읽고 싶어요! 맹세할게요, 앞으로의 내 인생, 예수의 성령잉태를 절대 부인합니다. 천 번을 윤회한다 하여도 나는 단 한 번도 기독교인이 되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 너무 잘하셨어요! 감사해요, 감사해요.

p299

 

본문에선 톨스토이가 그리스도인이지만 기독교를 바울로, 혹은 바울로의 후손들이 왜곡한대로 받아들이지 않으셨다는 점을 높이 사지요. 예수의 ‘성령 잉태설’은 바울로와 바울로 제자들이 그들의 죄를 가볍게 하기위해, 혹은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다른 이들이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예수를 신성시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저 또한 종교가 없는지라 ‘성령 잉태’같은 건 믿지 않았지만 톨스토이가 생각한대로 그가 인간임에도 충분히 존경받을 존재였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Lev Nikolayevich Tolstoy)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사상가로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일컬어지고 있다. 톨스토이는 예수를 신적 대상으로 추앙하기보다는 따름의 대상으로 생각하여, 기독교의 영성은 하느님을 공경하고, 가난한 사람과 죄인들까지 모두 사랑하며,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복음서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바울로 (The Apostle Paul)

기독교 최초의 전도자. 예수가 죽은 지 불과 몇 년 뒤에 회심한 그는 새로운 종교운동, 즉 그리스도교를 지도하는 사도(선교사)가 되었으며, 그 운동이 유대교의 한계를 넘어 세계 종교가 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남긴 서신들은 현존하는 그리스도교 문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바울로의 서신들은 신학적인 정교함과 목회적인 이해를 생생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리스도교의 생활과 사상에 대해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형, 까놓고 얘기해보자구. 예수가 지 입으로 마리아가 성령으로 지를 잉태해 낳았다고 한 적 있나. 하느님은 내 아버지라고 했지 정말 그렇게 태어났다고 했어? 지가 태어날 때를 어떻게 기억해? 그런 말 진짜 했다면, 제자들에게 살짝이라도 말했다면, 왜 직접인용으로 성경에 기록되지 않았겠냐구. 예수 스스로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럼 대체 성령잉태는 뭐야. 마태, 아니 마태 죽고 난 뒤의 어떤 미친 새끼가 성령잉태 이야기를 써갈겨 넣은 거야? 예수 좆 빠는 소리를 왜 집어넣은 거냐구!

p315

 

작가는 과격한 말투로 ‘성령잉태’의 허위성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예수의 ‘사생아설’에 무게를 싣지요.

 

예수의 존재, 예수의 사랑이 절대화되면 될수록 자기 죄가 가벼워지는 바울로, 그리고 그 후예들이 그 짓을 했지. 근데 그게 예수를 높이는 그 새끼들이 진심으로 예수를 높이려고 그랬나? 십자가에 이미 죽고 없는데, 죽고 없는 예수를 어떻게 빨아? 예수 이름으로 교회 세우고 세력을 확장하려는 교회 지도자 놈들 좆 빠는 소리였지!

p315

 

또한 작가는 허위사실 기록으로 예수를 신격화시키며, 신성화시키려했던 그들의 전략에 대해, 그들의 진실된 속셈에 대해 폭로하고 있습니다.

 

나는 애잔해졌고 따스한 사랑을 느꼈다. 똥 누는 예수가 내 미래의 아기처럼 예뻐 보였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질 교류가 원활하게 되도록,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제 할 일을 하고, 일익을 맡아 똥 누는 일을 매일매일 성실하게 행할 뿐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느님을 즐겁게 순종하는 일을 누구든 거역할 리 없고, 어떤 생명체든 거역하다간 죽음을 일찍 부를 뿐이다.

p326

 

그리고 인간적인 예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요. 예수도 과거의 사람일 뿐이고, 신격화 된 사람이었다는 사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한사람에 불과하다고. 그가 신격화 될 만큼 존경받을 만한 사람인 것은 동의하나, 남녀의 잠자리 없이 태어날 수 없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성령 잉태’는 허위지만, 그가 ‘빛’인 것은 진실이라고 설파하지요. 자세한 내용은 소설 『빛』을 참고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은 르포·산문집『지하철을 탄 개미』에 대한 이야깁니다.

 

 

산문 챕터 두 개와 르포 챕터 두 개로 구성된 이 책은 ‘발바닥으로 쓰는 글’이라는 취지에 가장 맞는 글이지요. 산문1, 르포2, 르포3, 산문4로 차례가 구성되어있는데, 산문1에 있는 내용은 서정적인 글들이 많습니다. 작가가 사물을 바라볼 때 느끼는 애정이 깊다는 게 보이지요. 르포2에서는 보다 무거운 문제에 접근하지요. 원자폭탄 환우 2세들의 이야기(원자폭탄 2세들에게 무관심한 정부 비판),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시절 한양 주택 주민들을 거주지 침해(다수를 위한 소수의 강제적 희생을 요구), 또 태안 앞바다를 오염시킨 기름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대기업인 삼성에 관한 루머) 있습니다. 르포3에서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아이들의 이야기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결핵 문제, 그리고 호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산문 4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또 생각을 새로 버는 데에 걷기만 한 것이 없어요. 발이 하는 일이 걷기인데, 머리에서 제일 먼 게 발이죠. 걷는다는 것은 뇌를 발바닥까지 내려보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뇌가 발바닥까지 내려오는, 즉 온몸을 통과하는 뇌, 그러면서 뇌가 온몸이 되는 일인데, 사실인즉, 뇌와 심장 사이로 오가는 짧은 회로 속에 갇힌 다량의 피가 걷기에 의해서 발바닥까지 내려가 지기(地氣)를 받고 뇌로 돌아가는 일인데, 어떤 까닭인지 모르지만, 심장만 돌고 올라온 피에 비해 발바닥까지 갔다가 온 피는, 즉 피가 온몸 구석구석까지 돌고 왔다는 것인데, 경험 많은 자가 지혜가 많듯이 풍성한 아이디어와 감정을 뇌에 담뿍 선사하는 것이었어요. 생각을 버는 데에 걷기가 최고라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p233

 

산문4에서 내오는 부분인데, 『빛』에서의 주인공의 편지를 인용하고 있는 부분이지요. 이 부분은 작가가 생각하는 글쓰기 방식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바닥으로 쓰는 글. 작가는 “가장 직접적이고 진실하고 또 가장 겸손한 어떤 것을 르포 글쓰기가 잘 담아낼 수 있다”며 르포의 가치를 말했다고 합니다. 고발자 역할. 소설은 현실의 사건을 형상화하는데 느리지만(예술이기 때문) 르포르타주는 감정적 자아를 솔직히 드러내데 효과적이지요. 그래서 매력적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더 호소하는 힘을 가진 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곰치 작가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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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탐하다, 우리 지금 만나!

 

 문학(文學) [명사]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런 작품.

탐하다(貪--) [동사] 어떤 것을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

 
문학을 탐하다. 이 제목은 사전적 의미로 풀어본다면 참으로 묘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학을 탐한다는 이 말을 곱씹으면 문학이란 사상과 감정을 언어로 또는 작품으로 만들어낸다는 뜻이고, 탐하다는 말은 그런 문학을 갖고 싶어 안달내는 누군가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문학을 탐내는 첫 번째 누군가는 단연 이 글을 집필한 최학림 문학기자요, 두 번째는 바로 이 책을 읽게 될 당신이 되지 않을까요?

 

최학림 기자가 문학 기자가 되기까지 과정은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문학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부산일보>에 입사해서 여러 과정을 거쳐 문학기자가 된 최학림. 그가 만난 작가들의 이야기들이 여기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문학을 탐하다』는 세 가지 파트로 나눠지고 또 그 한 파트 한 파트 안에는 각각 여섯 명의 작가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즉, 이 책 한 권으로 독자들은 총 18명의 작가들을 만나보는 셈이지요.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입니까? 책 한 권으로 18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다니! 또한 최학림 기자는 작가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와 독자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고 있습니다. 최학림 기자가 풀어놓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가 들려준 작가들에게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 읽고 싶어집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와 독자는 작품 밖에서 미리 만나게 되지요. 그렇게 보면,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문학을 탐하다』의 위치가 아닐까 싶네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태규 소설가, 최영철 시인, 조갑상 소설가, 이복구 소설가, 유홍준 시인.

제가 처음 『문학을 탐하다』를 접했을 때 이 책 안에는 생소한 작가들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문학을 멀리하는 독자층이라면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처음 보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였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존재감이 분명한 이 작가들은 이 책을 뚫고 나옵니다. 대담하게 독자의 앞에 걸어 나와 묻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면 독자는 작품이라는 몸에 걸쳐진 『문학을 탐하다』라는 옷을 보고 그 안에 감춰진 속살을 생각해봅니다. 옷 속으로 비친 속살을 보며 그 안을 가늠해봅니다. 그러다 호기심이 이는 순간 이 책을, 그리고 이 책 안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손에 집어든 당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아니면 저처럼 이미 작품들을 펼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구요.

『문학을 탐하다』를 읽다보면 최학림 기자가 얼마나 문학에 애정이 있는 사람인지 느껴지실거예요. 최학림, 그는 진정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문학을 애정의 대상으로 보고, 그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나 자신의 글쓰기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최학림 기자의 눈을 통해 18인의 작가를 엿볼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렇기에 작가들이 멀게 느껴져서, 혹은 작품을 어렵다며 책 읽기를 멀리하는 그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대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작가,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거예요. 이건 마치 소개팅하는 기분일지도 몰라요. (두근두근)

소설가 이복구, 시인 김언희, 시인 최영철, 시인 유홍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엄국현, 소설가 조갑상, 시인 신진, 시인 성선경, 소설가 정영선, 시인 박태일, 소설가 강동수, 소설가 정태규, 시인 조말선, 시조 시인 박권숙, 소설가 이상섭, 시인 정영태, 시인 최원준.

나른한 오늘 오후.

18명의 작가들과 유쾌한 만남을 가져보시지 않겠어요?

 

 

- 마하 올림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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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4.01.27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속 홍조와 하트가 무척 인상적이네요ㅋㅋ 애정 넘치는 글 잘 봤어요!

풀의 힘

언론스크랩 2013.06.03 19:37

 

 

[오늘의 사색]지하철을 탄 개미

 

 

“내 발 옆 보도블록과 축대 사이 1㎝도 되지 않는 틈으로 흙이 노출되어 있었다.

폭 1㎝의 긴 흙의 줄.

 

이것도 생명의 흙이라고 하여야 하나?

그 긴 띠 같은 곳에 뿌리를 박고 풀이 드문드문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을 보다가 새삼 나는 놀랐던 것이다.

시멘트가 갈라진 곳에 흙이 노출되어 있는데, 그러니까…

그 밑에는 커다란 땅이 있을 것이다!

 

풀의 생명력이 아니었다. 나는 문득 땅이 놀라웠다.

바람에 날리는 풀씨를 붙든 것은 땅이고,

품에 안고 씨의 껍질을 벗기고 뿌리를 내게 하여 하나의 생명체로

키워올리는 (풀의 생명력이 아니라) 땅의 악착을 보았다.

 

들과 산이 살아 있는 줄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블록과 아스팔트, 집과 아파트로 된

거대한 돌덩어리를 이고 있는 그 아래에, 

공기와의 접촉이 전혀 없이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숨통이 막혀 있는데도

땅은 풀씨를 키우며 살아 있는 것이다.

 

 땅이 숨 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바람이 불고, 습기 찬 바람과 직접 접촉하는 것만이 땅의 숨 쉼은 아니다. (…)

 

무엇보다 땅은 풀과 나무를 이용하여 숨 쉰다.

들이 기공을 통해 숨 쉬고, 숨 쉰 그것이 줄기의 관을 따라 뿌리로 간다.

뿌리는 내려받은 그것들을 땅속에서 끊임없이 내보낸다. (…)

 

시멘트로 발려진 땅은 몇십 년째 그 같은 숨 쉼을 차단당한 채였다.

어째서 죽지 않았을까.

20년, 30년 이런 상태였으면 지금쯤 죽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땅이라고 해도 지금쯤은 죽어도 되지 않을까.”

 

 

△ 요즘 땅을 자주 들여다본다. 들꽃에 관심이 생겨서 사진으로 찍기 위해 접사모드를 취하다 보면 자연스레 땅과 가까워지고, 땅과 가까워지면 땅의 표정을 보게 된다. 땅의 생명활동을 보게 된다.

 

더 작게 피어난 새싹들, 개미들, 갈라진 틈들. 손으로 땅을 한 움큼 쥐면 그때 강하게 땅냄새가 난다. 땅냄새는 어떤 풀냄새 꽃냄새보다 좋다. 풀꽃냄새는 사실 땅에서 올라온 냄새인 것이다.

 

우리는 농부도 아니어서 땅을 길러내지도 않는다. 그저 땅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 즐거움을 스스로 포기하고 파괴하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 <경향신문> 기사 원문 보기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풀. 기장군 칠암 바닷가 방파제에서 본 풍경이예요.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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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6.04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땅이라. 도시의 어리석음을 깨우는 글이네요:)

안녕하세요, 광복절까지 전복라면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전복삼계탕입니다. 말복이 데려간 전복라면 찾기, 다들 벌써 잊어버리신 건 아니겠죠?  

<휴가특집 포스팅①> 사라진 전복라면을 찾아라!

오늘은 지하철에서 찍어놓고 올려야지 하다 깜빡 잊고 있었던 사진 한 장을 올려봅니다.

 

 

작아서 잘 안 보이시죠? 바로 이 책입니다. 좋은건 크게 봅시다.

 

키친 테이블 노블(kitchen table noble: 부엌의 테이블에서 끄적인 글. 주로 생업이 따로 있는 작가 지망생들의 소설을 이름) 이라는 말도 있으니 대신 키친 테이블 독후감이라는 말이 없으리란 법도 없겠네요. 어머니들, 키친 테이블 독후감 많이 응모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기왕이면 『지하철을 탄 개미』를 읽고 써주시면... 헤헤.

 

부산시립작은도서관협회. 주부 대상. 선정 도서 10권 중 1권 읽고 200자 원고지 10매 이내 제출. 제출 마감 9월 20일. 입상자 발표 10월 2일. 051-818-7578.

저자 김곰치 선생님 블로그: blog.naver.com/gomchi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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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둥그미 2012.08.10 1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어머니께 추천해봐야겠어요 :^)

  2. BlogIcon 엘뤼에르 2012.08.10 14: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주부 독서감상문 공모대회 포스터가 어쩐지 웅장한데요? ㅎㅎ 지하철을 탄 개미로 대상작이 수상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봅니다.

흠흠, 휴가특집 포스팅이라.... 휴가때 밀린 잠을 실컷 자두고, 꿈나라로 떠나온 저는, 이번 휴가를 맞이하여 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기획해 봤습니다. 세계여행. 거창하게 돈 들일게 뭐 있나요? 한권의 책을 손에 두고 이방의 세계를 탐험하는게 진정한 세계여행이 아닐까, 주장해 봅니다.

100% 엘뤼에르의 편견에 의한 나라별 소설 추천 리스트! 지금, 시작합니다.



1. 유럽권


 프랑스 /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소설 속 여주인공, 라일라는 인신 매매단에 잡혀가 숱한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이리저리 표류하게 됩니다. 운명 속에 자신을 내려놓고 이리 저리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말이지요. 부자와 빈자, 약자와 강자로 대변되는 선악론과 이분법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부조리를 문학으로 표현했을때의 묘한 감동과 따뜻함을 소설 속에서 아프도록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벨기에 / 아멜리 노통브 <앙테 크리스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예요? 라는 질문에 으레 하루키와 아멜리 노통브를 외쳤던 저인만큼 이번 포스팅에도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 빠질 수 없겠네요. 크리스타와 블랑슈라는 두 소녀 사이의 적대 관계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는 아멜리 노통브의 <앙테 크리스타>는 외로운 소녀의 감성이 절절히 묻어나는 독특한 소설입니다

 

 독일 /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인터뷰도 마다하고, 좀처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쥐스킨트. 이 책은 한 여류화가로부터 강요당한 '깊이'라는 덧없는 무언가에 대한 단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서처럼, 평론이 말하는 '깊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가 예술을 바라볼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 예술을 어떠한 편견없이 바라보아야 할 내면을 비우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여하튼, 작은 이 책은 짧은 시간을 내어 읽기에 좋은 괜찮은 독일 소설입니다. 

 

 오스트리아 / 게르하르트 J. 레켈 <커피 향기>


 커피라는 기호의 문화사를 배경으로 음모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커피를 들이키고 싶어 굉장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될만큼, 커피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입니다. 미스테리한 사건이나 스릴러를 좋아하거나 '다빈치 코드'를 재밌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2. 아시아권

한국 / 김곰치 <빛>

 이번에는 산지니에서 나온 한국소설입니다. 교회 다니지 않는 남자 조경태와 교회 다니는 여자 정연경 사이의 서툰 연애를 따라가며 감정과 심리의 냉온탕을 세심하게 그린 김곰치의 장편소설 『빛』은 37살 노총각·노처녀의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종교소설이라고 보이지만, 사실은 진지하고 소박한 연애소설에 가깝다는 것. 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일본 / 다자이 오자무 <인간 실격>

 요조는 제목 그대로의 '인간실격'자로 나옵니다. 사람 사귐에 서툴고, 사람을 살핍니다. 내 태도로 인해 저 사람의 반응이 어떤지 항상 살피고 괴로워하고, 한편으로 조금은 즐거워하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고 아플때마다 이 책은 치유의 마법약같기도 합니다. 너혼자만 그런거 아니라 다들 괴로워하고 있다고, 특히 요조가 슬프게 익살지으며 웃으며 다가올 것만 같은 소설입니다.

 

 중국 / 펄 벅 <연인 서태후>

몇년 전, 중국에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화원이란 곳을 들렸었지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게 도대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던 저는 서태후의 별장이구나 하고 고개만 끄덕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제일먼저 도서관에서 펄벅의 연인 서태후를 빌려 읽었습니다. '대지'의 작가 펄벅이 그리는 서태후의 일대기가 한편의 영화와도 같이 재밌게 읽히는 소설입니다.


3. 중동

이스라엘 / <가자에 띄운 편지>

비록 여행을 하며 즐기면서 떠나기는 어려운 중동지역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TV로 지켜보며 항상 궁금했습니다. 왜 정치적인 문제로 이유도 없이 아이들과 민간인이 죽음을 당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책은 팔레스타인의 한 남자아이와 이스라엘의 한 여자아이가 주고 유리병을 통해 주고받는 편지글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다소 식상한 소재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와닿았던 것은 이들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십대의 아이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극적인 서사는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4.북미

 미국 / 폴 오스터 <뉴욕 3부작>

뉴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 폴 오스터! 탐정소설을 쓰고 있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결말부까지 다 읽고나니 소설 자체가 한편의 탐정물처럼 곳곳에 복선이 깔려있음에 경악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작가인 폴 오스터가 등장인물로 등장해서 이것이 과연 소설일까 하는 의문마저 선사하는데요. 현대인의 고독을 뉴욕이라는 공간을 통해 잘 묘사해 낸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5. 남미

콜롬비아 / 가브리엘 G.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너무 재밌어서 손에 땀을 쥐며 봤던 책.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표지에 겁먹어서 난해한 소설이 아닌가하고 겁먹기도 했는데,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한 가족을 휩싸고 있는 '고독'이라는 그림자와 남미의 역사가 중첩되어 묘하게 슬픈 소설이었습니다. 판타지적 요소들이 전혀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설명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처럼, 이 상황이니까 당연하게 상황이 전개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두꺼우니까 충분히 시간을 내어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하네요. 

 

 칠레 / 팜 무뇨스 라이언 <별이 된 소년>

꽤 최근에 나온 책이네요. 올해 초에 나온 <별이 된 소년>은 노벨문학상 수상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소년의 머릿 속은 자연에 대한 의문과 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해 있지만, 철도회사에 다니는 아버지는 무뚝뚝한데다 시인이 되고 싶은 소년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특별히 본문이 초록색으로 인쇄되어 있어 신기해하면서 봤던 이 소설 속에서 네루다의 소년기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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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입니까 2012.08.08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다자이 오사무^^

  2. 온수입니까 2012.08.08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세계문학지형으로 보니까 우리가 접하는 나라의 문학만 접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산지니가 세계문학지형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훗!

    • 전복라면 2012.08.09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수씨의 훗! 의 의미는 무엇인가ㅋㅋㅋ 이거 보고 여러 작가의 작품을 읽어봐야겠어요

    • BlogIcon 엘뤼에르 2012.08.10 14: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국내소설과 인문사회 분야에 강한 산지니지만, 외국 소설도 출간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좋아하는 책들을 나름 목록화해서 정리해 봤네요 ㅎㅎ

  3. BlogIcon 카레왕파힘 2012.08.09 0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신기해요! 포스팅을 읽고나니 등짝이 서늘해지는 것이 진짜 어디론가 갔다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_<// 제목만 듣고 스쳐지나간 작품들을 이렇게 여름특집으로 만나게 되니까 다 재밌을 것 같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욧! 꺄악

  4. 블루 2012.08.10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아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책들.
    세계여행과 더불어 올림픽 특집인 것 같기도 한데요?? ^^

    • BlogIcon 엘뤼에르 2012.08.10 14: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처음에, 올림픽으로 나라별 메달 경쟁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각 나라별 좋은 소설도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데 의도가 전달되어서 좋네요^^ 고마워요~ㅎ

  5. BlogIcon 둥그미 2012.08.10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과 함께 부산에서 연극으로 공연이 되기도 해서 관심이 있던 작가라 눈에 확 보이네요ㅋㅋ
    인간 실격은 국내에 '로얄 패밀리'라는 이름의 드라마로 방영되어 역시나 인기를 얻기도 했던 작품이구요@_@ 항상 책은 늘 같은 나라, 비슷한 작가들의 것만 봐서 그런지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여러 작가와 작품들 목록은 가뭄의 단비같습니다ㅋㅋ

    • BlogIcon 엘뤼에르 2012.08.10 1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적의 화장법>이 연극으로도 공연이 되었군요! 봤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ㅎㅎ 아멜리의 팬이라서 관련 정보를 모두 알고 싶었던지라... 아참,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답니다. 아직 못봤는데 과연 소설속의 그 내용을 그대로 살렸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ㅎ





2011년 <해석과 판단>은 '폭력', '실재', 공동체' 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들을 찾아보고 있다.




1부 _ 폭력



고은미「폭력의 스펙터클과 윤리적 되갚음」
<아저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악마를 보았다>를 중심으로 잔혹한 폭력 이미지와 복수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 영화 속 폭력 이미지는 대중의 피해 의식과 불안, 배설 욕망을 포착하였지만, 자본주의적 교환 의지를 바탕으로 전시 욕망의 스펙터클을 위해 활용될 뿐이다. 앙갚음을 원하는 복수극 안에서 분개심의 정의를 넘어 윤리적 되갚음을 고민하는 영화적 시선이 필요함을, 글쓴이는 역설하고 있다.



김필남 「폐쇄된 세계, 역류하는 신체 - 김기덕론」
김기덕 영화는 관객들에게 ‘구역질’을 유발하는데 이 의미는 몸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을 게워내려는 가역반응이다. 봉합하고 감추기 급급한 이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구역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사회 규칙과 규범 등을 부정하기 때문에 관객들과의 소통에 실패했으며, 이 지점이 바로 개인들에게 윤리적 존재가 되게끔 강요하는 사회를 똑바로 직시하게 만든다. 

 


박정민 「고통의 심연」 
이창동의 영화 <밀양>(2007)과 <시>(2010)가 고통을 다루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창동은 자극적인 사건의 재현을 생략한 채, 인물들의 고통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대화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서로 다른 두 입장은 시선의 반복되는 상호교차 속에서 손쉬운 이해와 연민으로 남기를 거부한다. 고통을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는 이창동의 안간힘 앞에서, 우리는 고통과 함께, 타자의 고통의 심연을 그 윤곽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시>의 마지막 수업시간, 미자의 시를 읽기 전에 시인은 시 써온 사람 또 없느냐고 묻는다. 수강생들이 "어려워요"라고 대답하며 멋쩍게 웃을 때, 그 모습은 고통의 재현물 앞에서 가벼운 연민 뒤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2부 _ 실재



오선영 「환상은 없다-황정은론」
황정은 소설에서 나타나는 ‘환상’의 배치와 맥락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황정은 소설 속 인물들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기이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담담한 태도에 놀라는 것은 독자, '우리들'이다. 여기에서 황정은 소설의 새로움과 특별함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황정은의 환상은 베일에 가려진 진실의 이면을 들추어내면서 예외적 존재들의 자기 목소리를 들려준다. 거기서 삶의 진실에 대한 앎이 아닌 행동의 문제를 제기할 때 주체의 윤리적 태도는 나타날 수 있다. 



조춘희 「노동하는 사람들-박현덕 시조(時調)를 읽는 한 방식」
 


 
과연 노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라는 역설적인 물음 앞에 오늘에 복무하고 있는 우리가 던질 수 있는 답변이 있을까. 현대시조가 설 자리를 탐색하는 하나의 방식은 노동의 오늘을 진단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박현덕의 시조에서 찾을 수 있다.
 

 

손남훈 「르포르타주와 글쓰기의 윤리-김곰치의 르포·산문론」 
김곰치의 르포르타주에서 글쓰기의 가능태를 보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작금에 일어나는 르포르타주 글쓰기는 당대 현실의 부조리에 반하는 실재를 향한 충동의 결과인데, 김곰치의 르포르타주는 ‘직각’과 ‘의심’의 글쓰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글쓰기=행동에 근접하고자 하는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부산의 어느 길거리, 그들이 왜 한낮에 부산역까지 가는 초행의 길에 있게 되었는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막내야, 니가 물어봐라, 했던 듯이 셋을 '대표하여' 가장 젊은 축의 사내가 나선 것이고, 길을 묻는 일에 '대표'가 필요했구나, 하고 나는 직각(直覺)했다.

-김곰치 「한 사람」『지하철을 탄 개미』


그의 르포르타주는 논리적 근거를 찾아 자료들을 많이 읽고 준비해가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되레 현장의 생생한 사태들과 맞부딪칠 때 생겨나는 "고유성" "유일무이함"을 그는 신뢰한다.




3부_공동체 


장수희 「죄의식의 정치, 윤리의 기술(Art)」
지금까지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되어온 소설가 이기호를 읽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기호가 화두로 삼아온 ‘죄의식’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근대 체제를 만들어온 이 죄의식을 벗어나기 위한 이기호의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것은 이기호의 근작(近作) 「밀수록 더욱 가까워지는」과 『사과는 잘해요』에 잘 드러나고 있으며,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서 죄의식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소설과 소설가의 작업 내용은 소설가 이기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나중에 혹시 나한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말이야."
"그러면?"
"그냥 너한테 해."

-이기호  『사과는 잘해요』

이 말은, 죄의식을 지배하는 자에 대한 기계적 사과의 공허함을 체득한 자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용서의 말이다. 반성적 사유를 통해서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는 것-그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이기호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죄의식과 고백의 무한 순환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희원
「‘아무도 아닌 자들’의 윤리 ― 배수아의 『북쪽거실』을 읽는 어떤 시선」

 배수아의 장편소설 『북쪽거실』을 통해 공동체의 윤리적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동일성의 논리로는 계산해낼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진실과, 그것에 충실하기를 멈추지 않는 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정념과 소통의 방식, 그 속에서 흔적으로 남는 아이러니한 역사를 좇아가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북쪽거실』의 인물들은 충돌로 서로 도래하고 일체화된 합일로서의 소통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계를 단절하는 것에도 특별한 고통이 따르지는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이러한 인물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는 매우 건조해 보이며 때때로 공동체에 대한 상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이 건조함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그들의 입장이 비동일적인 낯섦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지 열정이 없거나 무관심한 때문은 아니다. 


 



김수현 「경계, 불안, 눈(seeing)」
영화 <황해>(나홍진, 2010)와 <무산일기>(박정범, 2011)를 통해 조선족과 탈북자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입장과 태도를 분석한다. 이는 영화 속의 이방인의 존재가 국민국가-자본주의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윤리란 사회적 관계 속에 놓인 주체의 입장과 태도에 관련된 질문을 의미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황해>의 카메라가 빠르게 질주하는 방식을 통해 조선족의 삶을 밀어내고 외면한다면, <무산일기>의 카메라는 끊임없이 머뭇거리고 서성이는 방식을 통해 탈북자의 삶에 밀참함으로써 현실의 구조를 반추하고 되돌아보게 만든다.




박형준 「불화의 공동체-지역학문공동체와 지역학의 윤리」
우리가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중앙 그 자체가 아니라, 중앙이라는 대타적 관념을 작동―점멸시키는 정치회로다. 비평적 논쟁의 실종과 침묵의 공모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의 취약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에 발린 지역적 연대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 더 넓은 의미에서의 ‘로컬’을 ‘불화의 장소(local trouble)’로 사유하는 것이다.  

학문적 논쟁이 실종되고 풍문과 추문이 횡행하는 지역학문공동체, 이 불화로 가득한 장소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이 '지역'이라는 곤혹스러움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임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 해석과 판단5

| 문학 | 평론

해석과 판단 지음
출간일 : 2011년 12월 30일
ISBN : 9788965451686
신국판 | 270쪽 

2011년 한 해 동안 '폭력', '실재', '공동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사유한 결과물.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한국 현대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들을 찾아보고자 찍은 방점으로 각각의 글들은 지금-이곳의 현실성에 대한 비평적 개입이자 가장 치열한 방식으로 현재를 사유한 글들이다. 




저자 :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2006년에 결성된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 그룹이다. 경성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에 임하고 있는 젊은 비평가들이 대학이라는 학연적 위계를 넘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문학 비평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비평의 현재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금-여기의 문제들을 온전히 돌출해내고, 그것에 치밀하게 개입함으로써, 단지 ‘부산’ 지역의 비평이 아닌, 보편적으로 정초 가능한 비평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 - 10점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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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인터뷰는 '만덕'에서 진행했습니다. 드디어 서면을 벗어난다고 생각했지만, 만덕도 만만찮게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저는 이 추운 겨울에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 대단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게 됐네요. 제가 결코 게을러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동안 너무 딱딱하게 글을 쓴 것 같아요. 전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인기가 없었나 봐요. (절규)
  아, 아직도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을 소개해 드리지 않았네요. 여러 작가님이 물망에 올랐지만 며칠 전에 따끈따끈한 후속작 초고를 완성하신 김곰치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년 9월에 개정판이 나온 제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이하 『칼국수』)대상 작품으로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삼백구 년 만에 약속이 있어 12센티 구두를 신고 갔는데, 만덕은 높고 높아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작가님도 그런 걸 신고 왔느냐고 하셨죠.

  가까운 다방에 들어가서 유자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동아대에서 강의할 예정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졸업을 해서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죠. 아마 소설실습과목을 맡게 될 것 같다고 하네요. 강의는 처음이라서 사뭇 긴장하면서 설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개정판을 내며..

 책도 세월이 지나면 죽고 만다. 책이 살아 있고 죽었다는 기준은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칼국수』는 12년 전에 나왔고 죽은 책이죠. 심한 경우는 작가 본인에게도 책이 죽은 경우도 있다. 꼴도 보기 싫고,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고 하는 경우에는 그렇다. 이상적으로는 한 명의 독자와도 소통된다면 그 순간에는 책이 살아 있다. 그렇지만 책이 많이 나오는 세상이라 죽어 있는 책이 많다.

『칼국수』는 나에게 반쯤 죽어 있는 책이었다. 그러다 어떤 의욕이 생겨 책을 바로 잡게 되었다. 재밌는 건 수업을 나가면 『칼국수』 처음 책과 개정판 두 가지 텍스트인데, 작품의 퇴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장을 퇴고하고 장면을 보강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는 게 증거 자료로 남아 있다. 학생들에게 초고를 쓰고 고치는 작업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기에는 좋은 텍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훗날 문학도들이 내 작품 두 개를 두고 퇴고수업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은 초기작이고 자전소설이라고 알고 있다. 주인공 현직과 김곰치 작가님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거리낌은 없었나요? 만약 엄마가 죽었다면 이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나요?

  사실 그 시기에 집안도 굉장히 좋지 않았다. 부산에 귀향한 이유는 조금 달랐지만, 나의 건강이나 사회적 진출에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어머니 수술이 잘 돼서 지금도 건강히 살아 계신다. 만약 엄마가 돌아가셨으면 절망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절망하면 절망을 추스르지 않고는 글을 쓰지 못한다. 절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절망을 벗어나서 얘기하거나 아니면 절망이 아닌 것이다. 절망하면 몇 줄짜리 유서밖에는 쓸 수 없다. 어떻게든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의 에너지가 있었기에 나는 소설을 쓸 수 있었다. 나는 핵가족화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님은이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 문학이 개인화되고 있다. 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주변이야기를 쓰는 걸 지향한다. 남의 이야기를 쓰면 잘 써야지 자기 이야기처럼 실감이 나지 그게 아니라면 잘 읽히지도 않는다. 사랑의 달인만이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할 수 있다. 실제 겪을 일을 소설화하는 방식도 수만 가지가 있다. 우리 독서 시장에서는 아직도 자전, 경험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자전소설은 경험 하나 잘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칼국수』는 자전적이긴 하지만 경험과 허구가 적절히 섞여 있다. 만들어진 장면에 독자들이 놀라기도 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자전'과 싸우게 될 것 같다. 

 대학 시절 하숙집에서 소설을 쓸 때 옆방 선배가 "야, 네 얘기를 써라"라고 던진 완벽한 충고가 소설가 김곰치를 만들었다. 나는 선배의 충고 덕에 내 얘기를 써서 당선되었다. 남의 이야기는 르포로 써왔다. 70~80년대 리얼리즘을 나는 르포로 연결해 쓰고 있다. 두 길을 다르게 걸어오고 있지만 어느 순간 합쳐지는 날도 있을 거다. 나는 경험 그것을 중요시한다. 


♤ 칼국수를 먹는 장면은 소설 끝 부분에 나온다. 혹시 나중에 제목 때문에 첨가한 내용은 아닌가요? 왜 주인공 현직을 '그'라고 지칭했나요?

  실제로 어머니와 함께 칼국수를 먹었다. 나는 그 순간에 소설을 쓴다면 칼국수 먹는 것이 마지막 장면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한 순간이었다. 감정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부분은 있지만, 소설이기에 허용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나'라는 화자를 데려올 때는 독특한 화자일 경우에 가능하다. 『빛』의 조경태가 그런 경우다. 착한 소설은 '나'라고 하는 것이 너무 자서전적이다. 현직이가 조경태보다는 무난한 자아를 가졌기에 '나'라고 할 수 없었다. 『빛』에서는 조경태의 생각을 최대한 늘여놓고 그리고 인간적 약점을 노출하는 데 '나'는 유용했다. 현직을 '나'라고 하기에는 겸연쩍었다. 간단한 선택이기도 하다.

나도 학기중에 자전적인 색을 가진 소설을 써오는 친구들을 자주 봤다. 물론 나도 안 썼다고는 말은 못 하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화할 때 수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에 어려움이 있다. 김곰치 작가님은 그런 경계를 잘 타는 작가인 것 같다. 다행히 작가님이 어설픈 소설일 뿐이라고 말해주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이 소설을 쓴다는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 제목을 짓는 비결이 따로 있으신가요? 저는 중간 제목 <어……간……주… 알……> , <스캇렌 요한슨이 십자가에 달렸다면> 등 개성 넘치는 제목이 많았습니다. 제가 자랑할 수 있는 제목은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 정돕니다.

  미국 작가 레이먼드 카버도 그런 제목을 잘 짓는다. 레이먼드 카버 정도 쓰면 단편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두 소설에 마음에 들지 않는 소제목은 <영적인 것들>, <감자와 흰자위, 삔 팔, 족발> 정도다. 『빛』에 <그 방에 불이 켜졌다>는 3장 제목인데 제목과 관련된 내용은 다른 장에서 나온다. 앞에 살짝 정보 노출을 하는 거고 독자들은 나중에 그 얘기가 나올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한다. 소설 전체에 대한 제목은 정해 놓고 쓰지만, 소제목은 정말 안 나온다. 소설을 다 쓰고 마지막 퇴고를 할 때 자연스럽게 제목이 떠오른다. 퇴고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각 장에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명백히 알게 된다. 소제목은 퇴고하던 중에 하루 만에 다 지을 정도로 제목이 잘 나왔다. <조치원에서 꾸다>, <조치원에서 어린 새[鳥]로 날다>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제목이다. 조치원을 서로 연결해 묘미가 있었다. 학생이 소제목을 이야기한 첫 사람이라 반갑다.






























  김곰치 작가님은 개정판을 내면서 '인간적으로 후회가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초기작을 다시 꺼내 보는 건 작가에게 큰 용기였을 겁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너무 급하게 나온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은 경험도 없었지만 모든 애정을 투자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1,800매에서 600매를 일주일 만에 줄였기에 소설뿐 아니라 문장에도 군더더기가 많았던 거죠. 김곰치 작가님은 박혀있던 가시를 다시 빼내는 작업을 시도했죠. 펜을 들고 일일이 퇴고를 4~5번 거듭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개정판 작업은 새로운 작품을 쓰기 전에 흔히 말하는 초심 잡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자신의 내면을 항상 관찰하는 분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소설에 얼마나 무한한 애정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차기작 『파프리카』가 7월쯤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스포일러 하려고 내용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네요. 모두 함께 김곰치 선생님의 활동을 지켜봅시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 10점
김곰치 지음/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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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자, 다르게 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해마다 열리는 ‘환경책 큰잔치’에서 저희 출판사 책 2종이 다음 100년을 살리는 환경책에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은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과 김곰치 작가의 르포 산문집 『지하철을 탄 개미』입니다.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책소개 보기

『지하철을 탄 개미』 책소개 보기

어느덧 10주년을 맞은 ‘환경책 큰잔치’는 ‘올해의 환경책’을 선정하고, 함께 읽고 싶은 환경 책에 대한 정보도 가이드북을 제작해 제공해주고 있는데요.


‘올해의 환경책’으로는 『골목 안 풍경 전집』(김기찬, 눈빛),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최병성, 오월의봄),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제이 그리피스, 알마), 『물건 이야기』(애니 레너드, 김영사), 『생수, 그 치명적 유혹』(피터 H 글렉, 추수밭), 『식품주식회사』(에릭슐로서 외, 따비), 『우린 마을에서 논다』(유창복, 또하나의문화), 『중국 없는 세계』(조나단 와츠, 랜덤하우스), 『체르노빌의 목소리』(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새잎), 『탈핵, 포스트 후쿠시마와 에너지 전환시대의 논리』(김명진 외, 이매진),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이유진, 이후), 『기후변화와 자본주의』(조너선 닐, 책갈피)가 선정되었네요. 다들 축하합니다.^^

이 외에도 ‘우리시대의 환경고전’ 18권, ‘다음 100년을 살릴 환경책’에는 146권, ‘청소년 환경책 권장도서’ 12권 ‘어린이 환경책 권장도서’ 12권.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드리는 한우물상은 번역가 황성원 선생님이 받으셨네요. 모두 다 축하드리고 내년에도 더 좋은 환경책 만들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 10점
강수돌 지음/산지니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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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 디자이너 2011.11.21 1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생종이로 만든 책 2권이 선정되었네요.^^
    갑자기 읽어야 할 책이 확 늘었습니다.
    '환경고전' 18종 안에는 제가 찜해놓기만 하고 아직 못읽은 책도
    여러권 들어 있네요. 앞으로 찬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2011년 2분기 우수문학도서에 김곰치 르포산문집 『지하철을 탄 개미』(이하 개미)가 선정되었습니다. 1분기에는 나여경 소설집 '불온한 식탁'이 소설 부문에 선정되었는데 연이어 기쁜 소식이네요. 애써 만든 책을 인정받는 기분, 뿌듯합니다! 

『지하철을 탄 개미』선정평:
"남루하고 비루한 것들에 애정을 갖은 시선이 돋보였다"
(선정평 더보기)


2분기 우수문학도서는 2011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발간된 국내 신간 중 문학도서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모집부문은 시, 소설, 아동청소년, 수필, 희곡·평론 5개 부문 6개 장르입니다.

수필 부문 선정도서


수필 부문 총평 :
다루는 대상의 제한도 없고 형식적 틀도 없는 것이 수필의 가장 큰 특징이기는 하지만 평론적 성격의 것은 훌륭한 사색과 문체에도 불구하고 제외하였다. 문학작품의 독서에서 촉발된 깊은 성찰에 바탕을 둔 삶의 이야기를 담은 글로 일관된 책은 그 감동에도 불구하고 수필의 정수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어휘에 대한 역사적 통찰에 입각하여 삶의 흔적까지 추적한 글이라든가 널리 알려진 훌륭한 인물에 대한 추적을 통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것 등도 그러하다. 기행문도 수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성격의 글이기는 하지만 한 지역에 대한 박람식의 책도 선정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글을 빼고 나머지 책 중에서 자기만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이 과정에서 얻은 순도 높은 성찰을 독특한 문체로 쓴 것들을 뽑았다. 산중의 절이든, 농촌과 도시의 각박한 현장이든, 이국의 낯선 고장이든 여유있는 호흡과 겹이 있는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이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성격의 책 중에서 지역에서 나온 것은 문화의 서울 중심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가점을 주었다. 사진과 그림 등으로 무장한 좋은 수필집들이 우리 문학의 폭을 넓혀간다는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장르 선정작 더보기

 "소외지역(계층)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 사업은
지역 간, 계층 간의 문화격차해소를 목적으로 전국 각지의 소외지역(계층)에 무료로 책을 보내는 사업입니다. 지난해까지는 분기별로 총 25종 내외를 뽑았는데, 올해부터 예산이 늘어 55종 내외로 두배정도 늘었습니다.

선정된 도서는 1종당 2,000부씩 구입(아동청소년은 2,200부, 희곡·평론은 각 1,000부)해 아동복지시설, 작은도서관, 대안학교, 청소년 공부방 등 전국 약 2,800여 곳에 보냅니다.

『개미』
초판 1쇄분 재고가 얼마 없어서 저희도 8월 초에 납품분 2쇄를 다시 제작했습니다. 제작 일정을 확인하느라 제본소와 통화하는데 개미가 개구리로 바뀌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 책 언제쯤 나오나요?"
"아, 그 '개구리' 말이죠? 그거 납품 완료 했는데요"
"개구리요?"
"개구리 아니었나? 허허허"
"개미거든요. ㅋㅋ"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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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도 기가 막혔다. 77일 목요일 김곰치 작가를 만났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난 후부터 난 계속 긴장 상태였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까 하나하나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입술 옆에 물집까지 생겼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한다
. 낯가림이 심하고 성격도 소심해서 누군가 함께 모이는 자리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있으면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처음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가 정색을 하며(본의 아니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나를 좋아라하진 않는다. 이런 내가 새로운 사람, 거기다 내가 꿈꾸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혼자 끙끙 앓고 있다 결국 어차피 해야 될 일, 편안히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만덕역에 내리자마자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김곰치 작가를 만나기 전,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지하철을 탄 개미를 읽었다. 버스를 타고 만덕역으로 갈 수 있었으나,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였기 때문일까. 나는 지하철을 타고 만덕까지 갔다. 김곰치 작가는 도서관 앞에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김곰치 작가와 나는 도서관 옆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특수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근데 특수한 시간이 뭔지 안 궁금해요?"
  “, 여쭤 봐도 될까요?”
 
몇 번의 실패를 했지만, 어제부터 다시 또 금연을 시작했거든요.”
 
첫 대화는 금연으로 시작됐다. 지금 금연 중이니 다소 까칠할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란다는 김곰치 작가의 말에 오히려 난 조금 긴장이 풀렸다. ‘작가를 만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내게 김곰치 작가의 첫 마디는 10년을 넘게 금연을 꿈만 꾸고 있는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곰치 작가의 지하철을 탄 개미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르포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라고 재밌게 읽었다고 말했다. 김곰치 작가와 르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 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 글쓰기라는 것은 옳은 것이 무엇이냐를 자기한테 질문하게 되어 있다. 원래 안 그런 사람도 글을 쓰다보면 사람이 되어 간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은 면이 있다.
- 좋은 글, 쓰기 힘들다. 사람들이 읽고 문제의식을 가질 말한 글을 쓰는 것이다.
- 나는 치열한 기행문을 쓴다. 어떤 부분에서는 소설처럼 세심하게 묘사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료를 언급한다. 누구나 쓰기는 쉽지만 정말 제대로 된 완성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다. 치열한 기행문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르포가 되게 되어 있다.
- 르포는 정말 쓰기 쉽다. 누구도 겁낼 필요가 없다. 최대한의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단수 판단력도 필요하고 문장도 잘 써야 한다. 나는 퇴고를 많이 했다. 문장도 많이 신경을 쓴 르포였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자기 문장 욕심을 내면 르포는 예의에 어긋난다. 정확하고 정직한 문장을 써야 한다. 소설도 그렇다. 연기를 잘해야지 자기 꾸미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르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간단하게 자판기 커피도 한 잔 했다. (, 자판기 커피 정말 맛있었습니다! 달달한 커피 참 오랜만이었어요!)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소설 『빛』이야기로 넘어갔다. 나는 크리스찬이긴 하지만 『빛』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 '조경태'는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저는 경태가 참 좋더라고요. 특히 정태가 연경이에게 마음속으로 욕하는 부분은 경태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었어요."
  "경태는 약간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성격이 있어요. 근데 그 부분 쓰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 장면 쓰기가 제일 힘들었다. 내가 거의 마지막까지 쓰면서 그 장면을 정말 힘들어 했어요. 마음속으로 욕하는 건데 굉장히 큰 사건처럼 보이잖아요. 소설을 잘 쓴 거죠. 욕망이 분노로 표출된 게 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경태와 정연경의 이야기가 흘러 흘러 그렇다면 '연애 소설'에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까지 넘어 갔다. 김곰치 작가에겐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그래서 김곰치 작가의 말이 더 잘 귀에 들어 왔다. 지금 우리 문학에는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김곰치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서 어른스럽게 명쾌하게 다루면 정말 좋을 거예요
. 그걸 읽으면 사람들이 연애를 잘하게 되죠. 쓸 때 없는 감정 소비를 안 하게 되잖아요. 연애 성공률이 높아져요. 그거 얼마나 좋은 소설이에요. 연애소설에서는 이런 걸 다뤄야죠. 소설은 인간학인데……."

  김곰치 작가는 소설은 인간학이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곰치 작가와 나는 디지털도서관에서 만덕역까지 걸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를 한 후 집에 와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곱씹어봤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 마음에는 한 가지가 깊이 남았다. 그날 나누었던 이야기 결론은 결국, 이곳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정말 인간학이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지를 말해주는 것이 '문학'이었다.


  대학교를 들어오면서, 많은 친구들과 소설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1학년 그 새내기가 뭘 안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혼자 다짐을 했었다. 이제 졸업반이다.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다짐을 이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할 때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 이야기,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를 쓰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내가 그래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나의 그 평생 다짐에 있다. 이제는 나를 깨뜨리고 부대끼며 살아야겠다.
  결국,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하니 쉬운 일이 아니네요.
  김곰치 선생님의 모습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합니다. (선생님, 사진 마음에 드세요? ^^)
  선생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인도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 마음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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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성욱 2011.07.11 0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참 재밌네요. 좋은 작가가 될거예요. 김곰치 소설가의 매력은 저 남방의 무늬같은것일겁니다. 언젠가 누나가 사준 새옷을 입고 무척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 정현미 2011.07.12 1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교수님!!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지요...^^ 그래도! 김곰치 소설가의 매력에 정말 푹 빠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ㅎㅎㅎㅎㅎ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잡지를 아시나요?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올해로 15돌을 맞는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인데요, 매달 생태 환경 분야의 책을 1권씩 선정하여 소개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김곰치 작가의 『지하철을 탄 개미』가 4월의 책으로 선정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도 이런 잡지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부터 산지니도 <오늘의문예비평>이라는 비평전문 계간지를 내다 보니, 이런 잡지를 보는 마음이 남같지 않습니다.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환경 잡지 답게 재생지를 사용해서 만들었구요, 초록과 검정으로 2도 편집을 하였네요.


10대부터 40대까지 나이와 직업도 다양한 다섯 분이 '김곰치 르포산문집'을 읽고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인 임지향(18세) 님은, 원폭 2세 환우 김형율의 삶과 죽음을 다룬 글을 읽고, 교과서에 밑줄 그으며 단순히 암기하던 '원폭'이라는 단어가 '학생인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외면해왔지만 이제라도 기억하고, 학생인 나를 포함해 지금 어린 세대일수록 이런 일들을 알아야 한다'라고 기특한 의견을 주었네요..

회사원 박대신(39세) 님은 "돌과 개미, 잡초와 같은 하찮은 미물에서부터 천성산, 새만금, 대추리, 태안, 해고 노동자, 원폭 피해자, 탈북청소년, 노숙자 같은 사회적 약자, 그리고 보통은 늘 스쳐 지나가고 마는 골목길과 벤치에 이르기까지, 미치 제 자식을 돌보는 마음과 같은 시선으로 낮은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는다."라고 평했습니다.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쓰는 반성문'(이효진, 30)이며,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책(박주희, 29)이라고, 짧지만 마음에 와닿는 평가도 해주셨네요.

"태안의 아픔도 잊혔고, 평택의 농지는 미군부대 땅으로 갈아엎어졌으며, 한양주택은 재개발로 사라졌다. 하지만, '지하철을 탄 개미'가 남았으니 다행이다."라고 박영록(45세/다큐멘터리 사진가) 님께서 책의 존재 이유를 간명하게 정리해주셨습니다.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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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저자와의 만남> 주인공은 『지하철을 탄 개미』의 저자이신 김곰치 샘입니다.
보라색 셔츠에 하늘색 카디건으로 나름 의상에 멋을 부리셨네요. 너무 신경 쓴 것 티 나면 안 된다고 셔츠를 살짝 구길까 하는 것을 말렸습니다.^^

김곰치 작가



너무 많은 분이 올까봐 자리 걱정을 하셨다는데(자뻑이 조금^^) 적당히 오셔서 뒤 자리까지 김곰치 샘의 침 세례를 받았습니다. 열정이 넘치셔서 앉아서 이야기하셔도 되는데 서서 정말 열심히 이 책이 나오게 된 경위, 르포의 필요성, 소설가가 왜 르포를 쓰는가를 적당한 포장 없이 너무나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셔서 편집자로서는 어, 너무 솔직한 것 아닌가 나름 우려 아닌 우려를 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 시작하기 전 기다리는 동안.. 이날은 평론가 몇 분과 책전문 파워블로거도 오셨답니다. 어느 분일까요.사진기 들고 포스 느껴지시죠.



소설가로서 한 획을 그어 독자분들과 만나고 싶은 바람을 조금 미루고 상 욕심에^^ 르포산문집을 내었지만 퇴고 과정에서 시간이 지난 르포지만 너무나 잘 읽힌다는 데 놀랐다고 하네요(김곰치 샘은 퇴고를 꼼꼼히 하기로 유명하거든요). 뿐만 아니라 예상 외로 언론이나 독자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정말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신다고 하네요(저희 출판사로서는 간만에 홍보에 대박이었습니다).

누군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했는데 김곰치 샘은 “르포가 제일 쉬웠어요”랍니다.
본인은 르포를 부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하고 가도 인터뷰가 잘 안 될 때가 있는데 김곰치 샘은 하필 그날, 그 말, 아니 그만이 들을 수 있는 말, 그 장면을 만나 살아 있는 르포를 쓸 수 있었다고 하네요.

직접 발로 뛰어, 듣고 본 사실들에서 어떤 보편적 주제의식을 찾아내어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쓰기 때문에 김곰치 샘의 르포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사라진 한양주택 모습. 슬라이드 상영 중.


글 읽기에 방해가 될까봐 이번 책에서는 사진을 다 뺏는데요,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는 인권위 도움을 받아 제공받은 관련 사진을 슬라이드 상영을 하여 내용 이해를 도왔습니다.


김곰치 작가의 파이팅을 주문하고 계신 박정애 선생님.



마지막으로 『엄마야, 어무이요, 오 낙동강아!』의 저자이신 박정애 선생님의 「칼」 시낭송으로 후끈 달아오른 이 자리를 마무리하고 못다 한 이야기는 뒤풀이에서... 
뒤풀이에서도 여전히 쉼 없이 김곰치 샘의 열강이 이어졌다는 사실.^^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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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월 저자와의 만남은 『지하철을 탄 개미』의 저자이신 김곰치 선생님입니다.
『지하철을 탄 개미』는 『발바닥, 내 발바닥』 이후 6년 만에 나온 르포·산문집인데요. 12편의 르포와 소설가 김곰치의 감성을 흠뻑 느낄 수 있는 13편의 산문이 담겨 있습니다.

『지하철을 탄 개미』 소개 보기

김곰치 선생님은 본업은 소설가이지만 꾸준히 르포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소설이 언어예술로서 완성도가 생명인 반면 르포는 감성적 자아를 솔직히 드러낼 수 있어 시사문제를 다루는 데 보다 효율적이고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이번 책에 담긴 르포는 그동안 ‘녹색평론’과 ‘인권’ 등 잡지에 기고해왔던 정말 발로 뛰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요.
원폭피해 2세로서 반핵 인권 평화운동을 벌이다가 2005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김형률 씨의 이야기, 은평뉴타운이 들어서면서 사라져버린 한양주택 주민들의 이야기, 기름 유출로 절망에 빠진 태안 지역 사람들 이야기 등 우리 주변 이웃들과 사회의 비주류라고 할 만한 소수자와 약자들 이야기를 정말 가슴 저리게 담고 있습니다.



이번 백년어 <저자와의 만남>에 오시면 그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저희가 준비를 좀 많이 했습니다.^^ 관련된 사진 슬라이드도 보여드릴 예정이고 『엄마야, 어무이요, 오 낙동강아!』의 저자이신 박정애 시인님의 시낭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오셔서 우리 주변 사람들 이야기 같이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시: 2011년 2월 24일(목) 저녁 7시
장소: 백년어서원(부산 중앙동, 051-465-1915)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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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곰치
쪽수 : 272p
판형 : 신국판
ISBN : 978-89-6545-135-8
값 : 13,000원
발행일 : 2011년 1월 24일





 


김곰치 르포 산문집 『지하철을 탄 개미』출간

『발바닥, 내 발바닥』 이후 6년 만에 작가 김곰치가 두 번째 르포 산문집인 『지하철을 탄 개미』를 묶어 내놓았다. 생명과 개발에 대해 집요하게 묻고 장삼이사의 아포리즘을 나르며 발바닥으로 뛰어다닌 결과물인 12편의 르포와 소설가 김곰치의 감성이 담긴 13편의 산문을 한 그릇에 담았다.

왜 르포인가?

김곰치는 본업인 소설이 있다. 그러면 소설가가 자기 주제의식이나 현실의 이야기를 소설로 하면 되지 왜 르포인가?

“소설은 현실의 사건을 형상화하는 데 발이 느리다. 왜냐하면 소설은 그야말로 예술이기 때문이다. 완성도가 생명이다. 언어예술로서 소설은 어떤 소재와 주제를 놓고 한 작가의 인생에서 늦게 쓰면 늦게 쓸수록, 또 오래 쓰면 오래 쓸수록 완성도의 성취 확률이 높아진다. 다양한 장르적 분화가 일어나 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시사문제를 놓고 형상화가 거친 사회고발소설을 쓰느니 감정적 자아를 솔직히 드러내는 르포르타주가 보다 효율적이고 적합하다고 본다.” -작가와의 대화 중에서

김곰치 르포 글쓰기의 핵심은 ‘약자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옹호’

김곰치 르포 글쓰기의 핵심은 ‘약자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옹호’라고 요약할 수 있다. 『발바닥, 내 발바닥』이 자연의 생명권에 대한 작가의 질문과 주장이 주되게 담았다면 이번 『지하철을 탄 개미』는 사람, 자연, 물건의 생명권을 함께 바라보자는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주제의식이 확장되고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김형율 르포(사람), 한양주택 르포(물건), 태안 르포(자연)가 이 세 가지 사안에 집중하고 있다.

김곰치는 남루하고 비참한 세속에서 어떤 숭고함을 찾으려 애쓰는 작가다. 그의 글은 삶의 터를 빼앗기고 쓸쓸하게 죽어가는 것들, 그 연약한 생명의 외로움에 대한 따뜻한 포옹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글에는 빼앗고 내쫓는 세상의 야비함에 대한 서늘한 추궁이 담겨 있다. 그는 어떤 순간에라도 쉽게 동조하거나 조급하게 비판하지 않는다. 느리게 사유하면서 뜨거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보편적 진실에 가 닿는다. 그래서 김곰치는 진정 발바닥으로 사유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머리로 글을 쓰는 세상의 잘난 사람들이 동서고금의 아득한 이름들을 빌려 제 생각을 풀어낼 때도, 그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외로운 이름들을 애써 부르며 그들과 함께한다. 그러니 김곰치는 “누군가 잊지 않고 있다는 것, 그 위로의 힘”을 알고 실천하는 참으로 놀라운 작가가 아닌가. -전성욱(문학평론가)

섬세한 소설가의 감성을 담아낸 산문

『지하철을 탄 개미』의 2부, 3부에서 르포작가로서의 김곰치의 치열한 정신을 볼 수 있다면, 1부, 4부에서는 소설가 김곰치의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르포를 취재하고 쓸 때는 지사(志士)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야말로 공적인 문제를 놓고 누군가와 다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취재와 글쓰기가 끝나면 작가는 약간의 후유증을 앓으며 일상으로 돌아온다. 평범한 동네 청년으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도시생활자로 돌아와 우리 주변을 돌아본다. 지하철을 타고 개미를 보고 복잡한 감동을 받고, 산책하고 음악 듣고 벤치에 앉기를 좋아하고... 그러다 길을 덮은 시멘트와 블록 틈새에서 줄기와 잎을 내고 있는 잡초들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내가 나라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라는 섬세한 소설가의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지하철을 탄 개미

르포가 책의 분량을 많이 차지하지만, 제목은 산문에서 따왔다. ‘지하철을 탄 개미’... 불안하고 연약하고 안쓰럽고 또 분명한 하나의 신비스러운 생명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현재 우리네 삶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그와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는 이 책 머리말에서 ‘사랑과 싸움의 르포’라고 말했다. 사랑하고 싸우고 좌절하고 새로 인식하고 다짐하는 르포 속의 모든 등장인물들도 지하철을 탄 개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

장편르포도 기대

김곰치는 소설가이다. 그동안 여러 편의 단편소설과 두 권의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빛』을 출간했다. 앞으로 『빛』에 이은 두 편의 장편소설 『말』 『소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700매 분량의 경장편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장편르포에 대한 기대도 가져본다. 운명과도 같이 어떤 사건, 어떤 인물을 놓고 불같은 그런 시간이 작가에게 올 것이라 믿는다. 작가는 앞으로도 계절마다, 또는 일 년에 두세 번, 르포를 쓰기 위해 녹음기를 들고 도시의 후미진 골목을, 또는 어떤 사건의 현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 같다.


저자 : 김곰치

1970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였다.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빛』이 있고, 르포 산문집 『발바닥, 내 발바닥』이 있다.
1999년 제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차례

머리말 직접적이고 진실하고 겸손한

제1부 산문 첫 번째 이야기
한 사람
숨 쉬고 싶다
지하철을 탄 개미
을숙도에서
인사동에서 울다
옛날 옛날에
새만금갯벌은 죽지 않는다, 다시 산다
잘 자라, 아이들아

제2부 르포 첫 번째 이야기
“글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김형율의 삶과 죽음 1
“나는 아프다!”-김형율의 삶과 죽음 2
이 집은 살아 있는 생명의 집이다-서울 한양주택 사람들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지키는 사람들-서울 한양주택 사람들 2
바다는 망하고 우리는 병났다-태안에서 1
누가 바다의 주인이냐-태안에서 2

3부 르포 두 번째 이야기
시간에 지쳐 울지는 않겠다-탈북 청소년
“지난 반년, 하루 한 시간밖에 못 잤어요”-국립마산병원에서
아름다운 이별도우미, 호스피스-부산의료원에서
어느 40대 여성노동자의 1인 시위
살아 있는 한, 희망의 본능은 꿈틀댄다-부산역 광장에서
봄 되면 평택에 모내기하러 오세요

4부 산문 두 번째 이야기
산책과 벤치
지역작가로 살아보니 알겠다-내가 산지니와 손을 잡은 까닭
인생의 최대사건
오래된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
도대체 저건 뭐야! 하고 외칠 때가 있다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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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부수

출판일기 2010.04.02 14:36

송인서적에서 <빛> 주문이 60권 들어왔다.  한동안 주문이 뜸했는데 이번 '원북원부산' 독서 캠페인에 후보도서로 뽑혀서일까? 어쨌든 대량주문은 반가운 일이니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본사에 있는 재고 중에서 독자님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상태 좋은 넘들로 고르고 골라 50권을 보냈다.

김곰치 장편소설 <빛>은 2008년 7월에 출간됐는데 초판 1000부가 한달만에 모두 팔렸다. 8월에 2쇄를 제작했고 그해 12월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3쇄분 2000부를 문화예술위원회에 납품했다. 요즘 소설은 천부 아니면 만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소설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는 얘기다. 소설 <빛>은 지금까지의 성적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데 들인 작가의 공력을 생각하면 독자들의 사랑이 더 넘쳐도 될 책이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 저자와 초판 제작부수를 의논할 때
'우선 초판은 500~1000부를 제작한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라고 얘기를 시작하면 저자들은 실망스런 낯빛을 감추지 못한다.
'제 책이 정말 1000부밖에 안팔린단 말인가요?'

천원, 천개, 천권
'천'이라는 숫자에 대해 사람들의 체감 지수는 각기 다를 것이다.
몇해 전부터 '천냥마트'나 '천원김밥'이 인기다. 요즘은 그마저도 물가가 올라 천원은 김밥 한줄도 못사먹을  하찮은 돈이지만, 
책에서 '천'이라는 숫자는 다르다. 아주 큰 숫자다.
책 한권 팔기가 녹록지 않은 요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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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성심원 2010.04.02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래서 한달에 일정금액(10만원)을 책구입하는데 사용하려고 열심히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이 일정금액은 다섯 식구가 책을 구입하면 각 1~2권정도입니다.
    하지만 한달에 한권의 책이라도 구입해서 읽자는 의지이기도 하지요.
    디지털 시대에 방전만 하는 블로거는 더욱 책을 읽어야할거라고 초짜 블로거가 느끼고 있습니다.

    • BlogIcon 산지니 2010.04.02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채우지 않으니 나오는 것도 빈약한 것 같습니다. 매달 식비로 얼마를 쓰는 것처럼 책비로 일정금액을 떼 놓는 것, 참 좋은 생각이네요.

  2. 풀소리 2010.04.02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십만원? 만원어치도 안 사는 나는 ㅠ ㅠ 존경스럽네요.

축하해주세요.^^

부산광역시교육청과 부산일보가 공동주최하고 22개 공공도서관이 주관하는 <원북원부산> 후보도서로 우리 출판사 출간도서인 『빛』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네요.

<원북원부산>은 부산시민의 독서생활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범시민 독서생활화 운동’ 사업의 일환인데요, 부산을 대표할 한 권의 책을 시민투표를 통해 뽑는답니다.

1~2월 각계각층 독서관련 전문가들이 추천한 도서 200여 종 중에서 교수님, 사서선생님, 문학가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10종의 후보도서를 선정하여 시민투표를 통해 최종 한 권의 책을 뽑는데요. 올해 그 후보도서로 김곰치 소설가의 『빛』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네요.

작년에도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부산을 쓴다』가 후보도서로 선정되었는데 안타깝게도(우리 입장에서^^) 신경숙 소설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선정되어 아쉬움을 금치 못 했는데요. 올해 다시 한번 기대를 해봅니다.

투표기간은 2010년 3월 2일(화)부터 3월 21일(일)까지 20일간이며, 투표 방법은 부산광역시교육청, 22개 공공도서관, 서점 등에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됩니다.

올해는 선정된 책의 내용을 주제로 북 토크쇼 등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해 시민과 함께하는 진일보한 독서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많은 투표참여로 정말 부산을 대표할 만한 책이 선정되면 좋겠죠.^^



그러면 『빛』은 어떤 책인가. 소설가 김곰치가 첫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낸 이후 9년 만에 엉덩이로 쓴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예수라는 존재가 어떤 종교적 상징으로 있는지, 아니 상징으로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앉아 우리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암약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인데요. 기독교적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 과정을 펄펄 살아 뛰는 현실의 언어로 그려 예수라는 인물에 과도하게 인입되어 있는 신비화, 신격화를 묵은 빨래를 세탁하듯이 빨아버리고 있는 책이죠.

김곰치 소설가가 쉼표 하나 토씨 하나 고민하며 써내려간 작품입니다.

『빛』책소개 자세히 보기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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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2010.03.03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축하합니다. 이번엔 꼭 부산의 원북으로 뽑히길 기대해볼께요...

  2. BlogIcon 마루니 2010.03.03 1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많은 홍보와 투표 참여 꼭 부탁드려요.

김곰치 장편소설 <빛>이 2008년 제4분기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좀전에 3쇄 제작 발주서를 인쇄소에 팩스로 보냈습니다. 2008년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올해의 마지막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출판계에선 로또당첨이라고들 하는데요, 그만큼 선정되기가 어렵고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선물이라는 의미겠지요. 경기불황이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삭감이다 해서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조금 펴지는 기분입니다.

우수문학도서는 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하는 ‘문학나눔’ 사업입니다. 분기별로 30~40종의 책을 선정하여 권당 2,000부(평론은 1,000부)를 구입해 교정시설․복지시설․대안학교․지역아동센터 등에 보내 책을 직접 구입하기 힘든 소외계층이 우수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책이 꼭 필요한 시설은 한번 신청해 보시길. 그럼 보내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문학나눔 홈페이지(www.for-munhak.or.kr)에.

올 4분기에 선정된 작품은 시가 12종, 소설이 10종, 아동청소년문학이 9종, 평론․수필․희곡이 6종으로 총 37종 37권입니다. 아래 글은 우수도서 공지사항 중 소설 부문 선정평을 옮겨온 것입니다.

4/4 분기 소설부문 선정대상 도서는 총 36종이었다. 원로로부터 신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작가들의 열정과 고투를 즐겁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 종교, 과학 등 다루고 있는 주제도 폭넓었다. 심의위원들은 1차 예심을 통해 전체 대상 중에서 19편을 선정하였다. 예심을 거친 도서를 놓고 심의위원 전원이 모여 장시간의 토의 끝에 대상 작품을 압축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은 몇 가지 경우를 고려하였다. 우선, 첫 작품집을 내는 신진작가를 최대한 격려하기기로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액의 상금을 받으며 등단한 신인 작가의 등단작과 이미 문학적 평가를 얻고 독자들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도서는 가능한 한 제외하여 다른 도서들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장편문학공모 당선작가와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 선정된 도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대한민국 사회를 힘들게 하는 양극화 현상이 출판계도 예외 없이 심화되고 있는데, 심사위원들이 책을 심사하면서 이를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이보다 더 자세할 수 없는, 이보다 더 적나라할 수 없는
37살 노총각, 노처녀 그리고 예수의 삼각관계 이야기


김곰치

<빛>은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로 제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던 소설가 김곰치가 9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첫 장편 이후 긴 공백 기간에 작가는 ‘생명, 생태 현장’을 찾아다니며 쓴 르포를 <발바닥, 내 발바닥>이라는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습니다. 새만금, 천성산의 대법원 패소를 지켜보며 현실에서는 주저앉았지만 소설 속에서라도 힘찬 꿈꾸기를 계속해야겠다는 의지의 결실로 세상에 나온 것이 소설 <빛>입니다.

첫 원고가 올 2월에 출판사에 도착했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렸지만 사실은 작가의 9년 간의 내공이 오롯이 들어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연애 이야기이고 또한 종교 이야기입니다. 시간적인 배경은 2007년, 공간적인 배경은 작가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 부산입니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면서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 조경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남잔데 이런 조경태가 ‘교회에 다니는’ 여자 정연경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빛>의 우수도서 선정평입니다.

김곰치의 <빛>은 유물론자와 기독교인의 연애담 이야기로, 주인공의 사생활이나 창작과정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다. 이 점에서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용은 주로 박식한 주인공의 입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박한 에피소드들이 아기자기하게 전개되어 무리없이 읽히고, 예수와 4대복음서, 신약, 성령잉태와 죽음 등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이 설득력 있게 진술되고 있다. 유물론자인 남자와 기독교인인 여자가 결국 종교적 견해 차이로 헤어지게 되는 형이상학적 연애담으로 가독성을 갖추고 있다.

 

 인사동 '이모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지난 7월 책이 나오고 책 홍보를 위해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자간담회가 책 홍보에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서울까지 올라가야 하는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고, 뭣보다 기자가 몇 명이나 올지 걱정됐습니다. 지역의 작은 출판사에서 낸 책을 소개하는 자리에 관심을 보일지…

일간지 문학담당 기자들에게 공문을 띄우고, 일일이 전화로 참석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연합뉴스 고미혜 기자는 ‘멀리서 오시는데 당연히 가봐야지요’라고 해서 우리를 감격시키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이름 덕분인지, 보도자료를 잘 쓴 덕분인지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인사동 ‘이모집’에 예약해놓은 방이 꽉 찰 정도로 많이들 와주셨습니다. 무사히 간담회를 마쳤고, 다음날부터 책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홍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당시 소개된 기사를 짤막하게 정리해보면,

문학 밖 외유 9년, 김곰치가 문제작을 들고 돌아왔다 _ 매일신문
15년 동안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해온 주제의식의 결실 _ 동아일보
2천 년 전 바울로와 지금의 김곰치가 맞짱 뜬 종교논쟁 _ 부산일보
똥 누는 예수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소설의 하이라이트 _ 서울신문
소설은 예수를 일개 서민이자 친구로 만들어버린다 _ 세계일보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느님’의 섭리 속에 있는 ‘사람 예수’에 대한 그리움 _ 연합뉴스
한국 주류 기독교에 대한 정면 비판 _ 한겨레
철학적인 주제를 쉽게 재밌게 풀어쓴 게 소설의 장점 _ 한국경제신문
실연 이후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주인공 조경태의 ‘예수 다시 보기’ _ 한국일보



한 권의 책을 위한 블로그


<빛>은 산지니가 처음으로 블로그 마케팅을 시도한 책이기도 합니다. 보통 출판사 홈피나 블로그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모든 종의 책을 소개하거나 서평 이벤트 위주로 많이들 운영하는데요, 이렇게 단 한 권의 책을 위한 블로그는 많이 없었습니다. 김훈의 ‘남한산성’ 블로그 정도가 눈에 띄었구요.

책이 종교적인 내용을 다룬 것이다 보니 항의성 댓글이 많이 달리면 어떻게 일일이 답글을 달거냐는 등의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블로그 초기화면의 스킨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더니 방문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지금은 작가블로그로 바뀌면서 스킨은 사라졌지만요.

처음엔 블로그마케팅에 부정적이었던 작가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무척 만족해하고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내용을 올리고 방문객의 흔적에 일일이 정성스러운 답글을 달고 관심을 보이니 한번 방문객은 꾸준한 팬이 되는 것 같습니다. 

빛블로그 http://blog.naver.com/gomchilight.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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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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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설가지망생 2008.12.19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곰치 소설가의 블로그에 들어가 봤는데 정말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더군요.
    작가가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열정이 넘치는 분 같았습니다.
    <빛>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 아니카 2008.12.23 0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합니다. 선정평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