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가 창작집
'창' '닭발' 등 단편 8개 묶어 출간
'끌과 나무'처럼 끌어안는 세상 기대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서 당선해 등단한 이병순 소설가가 첫 창작집 <끌>을 세상에 내놓았다. 등단작품 '끌' 외에 '인질', '놋그릇', '부벽완월', '슬리퍼', '창', '닭발', '비문' 총 8편의 단편을 묶었다.
 
생애 첫 작품집을 묶는 소회가 어떠할지, 어떤 이야기들로 독자들에게 말을 걸어올지 궁금해 하며 소설 속 인물들을 만나러 문을 열고 들어간다.
 
소설은 일상 속에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러나 늘 달라붙어 있는 관계에 대한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그 문제의 중심에 '소통의 부재'가 똬리를 틀고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정작 서로의 삶 속에 깊이 있게 관여하지는 못한 채 곁을 떠돌 뿐이다. 다들 저 혼자서 생활의 올가미에 발목 잡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간절히 소통을 갈구하는 말들을 떠올리지만 그 말들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허공에 부유한다. 
 
'창(窓)'은 창호를 만드는 대기업의 하청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복학 준비생의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창이 없는 단칸방에서 철물점을 하는 부모와 고등학교 때까지 방 가운데에 커튼을 치고 한방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독서실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았고, 제대를 하고는 앞이 막힌 쪽창이 전부인 고시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과장을 따라 다니며 보조 일을 하던 '나'는 전망 좋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창을 수리하러 다니면서 환한 창을 갖고 살면서도 창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 창은 소통을 의미하지만 '마음의 창'을 닫고 사는 사람들에겐 벽과 다름없으며 깨뜨리고 싶거나 뛰어내리고 싶은 욕망을 부추길 뿐이다.
 
"넌 우리의 빛이다." 제대를 하던 날 아버지가 한 말이지만 '나'에게 그 말은 "우린 너의 빚이다"라는 말로 울려 퍼진다. 전망 없는 현실에 놓여 있는 '나'가 어떤 방법으로 세상에 창을 내야 할지, 또 삶의 버거움을 어떻게 견뎌나가야 할 지, 작가는 우리에게 담담하게 그리고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닭발'은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자 갑자기 말더듬이가 된 수학교사 언도의 이야기다.
 
엄마는 도계장 도계라인에서 잘려 나온 닭발을 소쿠리에 담는 일을 하면서 사생아로 낳은 언도를 키웠다. 어릴 적 언도는 사생아라는 사실과 말더듬이 엄마가 부끄러워서 친구들에게 늘 가족에 대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말더듬이가 된 언도는 '말더듬이 교정' 학원에서 상담사 '공'을 만난다. 상담을 받으며 어릴 적 상처를 치유한 언도는 말더듬이도 고치고 공과 가까운 사이가 된다. 어느 날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공이 전화 한 통으로 여느 때보다 더 깍듯한 존댓말로 이별을 통보한다. 이날 언도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비린내 나는 닭발을 입에 물려 주던 엄마를 떠올리며 포장마차에서 혼자 닭발을 씹는다. 
 
엄마는 "정으로 돌을 쪼개듯 말을 힘들게 빚어내"는 심한 말더듬이였지만 "거짓말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해선 헛말을 하지 않"고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이런 엄마와 언도가 소통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우리는 말을 술술 잘하지만 해야 할 말을 숨기기도 하고, 헛말이나 거짓말로 자신을 위장하기도 하며, 심지어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소통을 위해 말을 배웠지만 정작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고 사는지 깊이 있게 생각해볼 일이다.  
 
작가는 "나무는 끌 맛을 안다"고 말한다. 끌만 나무의 맛을 보는 게 아니라 나무도 끌 맛을 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끌과 나무처럼 우리도 서로를 심심(深深)하게 들여다보고 끌어안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끌이 결을 살린 매끈하고 탄탄한 가구를 만들 수 있듯이 우리 삶도 각각의 무늬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따뜻한 소통의 무늬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힘겨운 세상살이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사람 맛을 느낄 수 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사는 일이다. 

이은주 | 김해뉴스 |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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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점
이병순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최근 김해와 부산에서 책에 관한 훈훈한 이야기를 여러 건 접했습니다.

 

▲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김해의 책 추진협의회'는 매년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시민들이 함께 읽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한 독후 활동도 다채롭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2015 김해의 책'으로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과 어린이 도서 <어느 날 구두에 생긴 일>을 선정했습니다. 어린이 도서를 선정하는 곳은 김해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김해에 '책의 꽃'이 만발하길 바랍니다.
 
부산에서는 부산일보사와 부산시·부산시교육청이 공동주최하고 부산지역 25개 공공도서관이 주관해, 부산을 대표하는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원북원부산(One Book One Busan)운동'입니다. 직접 책을 읽은 시민들이 온·오프라인 투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최영철 시인의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가 채택됐습니다. 12회 째를 맞는 동안 시집이 '원북원'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최종 후보 도서로는 <상실의 시간들>(최지월),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저녁이 깊다>(이혜경) 등이 있었는데, <금정산을 보냈다>는 총 투표인단 1만 3천649명 중 3천206표를 얻어 1위를 했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시 '금정산을 보냈다'는 '아들이 중동 갈 적에 가슴 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에 대해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인은 열사의 나라로 일하러 떠나는 아들에게 금정산을 선물하고 있는 것입니다. 금정산처럼 묵직하고 넉넉하면서도 자식 걱정에 늘 마음 한 구석이 저린 부모의 마음이 읽힙니다. 한편으로는 세계가 마침내 금정산 같았으면 좋겠다는 염원도 보입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줄임)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그 놈의 품은 원체 넓고도 깊으니 황망한 서역이 배고파 외로워 울거든 그걸 조금 떼어 나누어줘도 괜찮다고 일렀다" (시 '금정산을 보냈다' 일부)
 
최 시인은 김해 생림 도요마을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도요'란 이름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영철이 하고 농사짓기> 같은 따뜻한 책들이 여러 권 나왔습니다. 도요출판사는 매월 저자들을 초청해 '맛있는 책읽기'란 고급 문화행사를 열고 있기도 합니다. 김해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최 시인은 <김해뉴스> 창간 초기에 '금바다칼럼'의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최 시인의 문학 도반이자 부인이면서 <김해뉴스>에 '김해의 설화'를 연재 중인 조명숙 소설가도 네 번째 소설집 <조금씩 도둑>(산지니)을 펴냈습니다. 조 소설가는 생림에서 태어나 자란 여인인데, 창녕 출신의 최 시인과 동상동시장 등지에서 소주, 막걸리 같은 걸 마시며 연애를 했다더군요. 그렇다면 김해 시민들에게 최 시인은 '최서방'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책들이 김해 시민들과 출향인들에게 두루두루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한 끼니의 국밥을 거르더라도 반드시 이 책들을 사서 읽음으로써, 저자들에 대한 예의도 갖추어 주었으면 합니다. 꾸벅.

이광우ㅣ김해뉴스ㅣ201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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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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