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출판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김해 돗대산의 추억


3년 전 가을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책을 출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이 말이다. 빨갛게 낙엽이 진 산길을 오르며 동료들과 함께 시인이신 신진 선생님의 자택으로 야유회를 즐겼던 추억이 아직도 눈에 선히 떠오른다. 출판사의 야유회이다 보니 마냥 즐거이 웃고 놀 수만은 없었다. 김해의 돗대산을 오르는 와중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중에도 출판사 식구들 사이에서는 출판기획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음은 물론이요, 온통 책 얘기만 하다가 집에 갔으니 말이다. 등반에 이어 선생님의 농막에서까지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기획에 관한 아이디어가 좀처럼 모아지지 않아 김해에서 다시 부산의 구포역으로까지 돌아와서 결국 야유회 아닌 기획회의(?)를 끝마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출판사에서는 정기적인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출판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하여 좋은 사례가 있으면 산지니에도 실천해보자는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읽었던 책들이 파격적인 편집자』『편집에 정답은 없다』『한국 전자출판을 말하다와 같은 책인데, 이 같은 다양한 책들을 탐독하면서 정작 왜 지역출판에 관한 책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표님께서 저자가 되어 책을 쓰는 게 어떨까 하는 질문을 야유회에서 넌지시 여쭈었지만, 대표님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손사래 치셨던 게 기억난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단행본


이후, 몇 년이 지났다. 동료의 결혼과 퇴사, 새로운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입사와 같은 일상의 소소한 변화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출판사의 창업 10년을 맞이해 들뜬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출판사의 10년을 정리하는 단행본을 기획해보자는 주문이 내게 주어졌는데, 담당자로서 갑작스런 곤혹감을 느꼈다. 그동안 수많은 저자들을 상대하면서 나름 내공이 쌓였지만, 우리가 저자가 되어 우리가 마감을 하고 우리가 제작하는 책이란 어떤 모양새를 띌지 도무지 가늠이 잘 안 되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업로드 되어 있는 저자와의 만남 사진 중 일부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다함께 쌓은 저력의 무기인 블로그가 있었다. 블로그에 실은 글을 우선으로 하여 출판사 식구들이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한데 모으고 나니, 원고의 뼈대가 얼추 잡혔다. 블로그의 글과 함께 담당편집자의 주문에 맞춰 새로이 글을 쓰고, ‘저자의 고통을 이제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며 마감일을 지켜준 출판사 식구들의 노력 덕분에 완성된 책이 바로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여담이지만 부제인 부산 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출판 생존기는 담당편집자인 내가 아니라 권문경 디자인 팀장님께서 작성해주셨는데, 단순한 이야기 모음이 아니라 생존기에 방점을 두고 싶으셨다고 책의 결을 살려주셨다. 화룡점정의 표지디자인 덕분에 책을 받아본 독자들 모두 더 즐겁고 좋게 봐주신 것 같아 뿌듯했다.


금강산도 식후경부터! 아이스크림부터 먹고 일했던 2012년 무더운 여름날의 추억.


책의 제목에서도 강조했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지역출판의 어려움이 아니다. 지역에서 출판하고 있음에도 행복하게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은 다들 어렵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외면하고 서점 수금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돈 안 되는직업이 출판업이라는 게 출판을 바라보는 세간의 이목이다. 하지만 몇 번의 직장을 체험한 내게 다른 직종과 다른 출판업의 매력은 이 아닌, 바로 사람에 있다. 따스하고 배려 깊은 마음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서로의 행복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억대연봉의 직업보다 훨씬 더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출판인들이 서울과 파주가 아닌 지역에서행복하게’ ‘출판할 수 있음을 느끼고 또 함께 좋은 책을 지역에서 만들어주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저널』 2016년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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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출판사 식구들과 김해 나들이를 했습니다.

대동면에 있는 신진 선생님 농막에 초대를 받았거든요.

신진 선생님은 시인이시며 최근 산지니에서 첫 연구서『한국시의 이론』을 내기도 하셨지요.

출간 전에 교정지 검토하러 출판사를 방문하셨는데, 모두 책상에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모니터랑 원고만 보며 일하는 저희 모습이 안스러워보이셨다나요.

"책만 파지 말고 산길도 좀 걷고 나무냄새도 맡고 우리 농막에서 감도 따묵고 하믄 좋을 끼다." 하며 초대해주셨습니다.

 

 

 

부산도시철도 3호선 덕천역을 지나니 갑자기 밖이 훤해지면서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풍경이 좋으니 전철도 탈만하네요.

 

 

경전철 안에서 바라본 철길과 김해시 풍경

 

대저역에서 경전철로 갈아 탔습니다. 부산 사상에서 김해 삼계동을 잇는 경전철은 2011년 9월 개통했는데 예상보다 이용자가 적어 운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역사에 입점했던 편의점이 모두 철수하는 소동도 벌어지구요. 저도 이날 처음 타봤는데 2량의 열차는 생각보다 아담하고 안은 꽤 한산했습니다.

 

약속장소인 김해 불암역에 내리니 선생님이 마중나와 계셨습니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도로를 10여분쯤 걸으니 오른편으로 곧 산길이 나타났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프로의 포스가 확 느껴지는 신진 선생님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산지니 식구들을 특별 배려하여 짜여진 오늘 산행은 돗대산 정상(해발 380미터)을 오르는 2시간 거리의 가벼운(?) 산책 코스.

 

 

등산 전 준비운동은 필수!

헛둘 헛둘! 대장님의 구령에 맞춰 모두 준비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뭔가 어설퍼 보이는 중에 선생님의 포즈는 단연 압권. 사실 등산 전 준비운동은 부상을 막기 위해 필수죠. 귀찮아서 늘 건너뛰지만요.

 

 

언덕 하나 올랐을 뿐인데 벌써 김해시가 발 아래로 내려다 보입니다.

벌써 정상에 온 기분.

 

 

아침엔 쌀쌀했는데 산을 오르니 어느새 땀이 흐릅니다.

아직 걸을만합니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풍경은 좋기만한데 고도가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말이 없습니다.

 

 

고개 숙이고 묵묵히 걷기만 하는 사람들

도시의 아스팔트, 보도블록만 걷다가 폭신폭신 낙엽과 보드라운 흙을 밟으니 오늘은 발이 호강이네요.

 

우리 앞길을 가로막은 암벽들

가벼운 산책로라고 하셨는데...

 

 

돛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모두 무사히 정상에 올랐습니다.

 

 

기념촬영과 야호 한판.

 

 

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특별 간식 오골계 알

통에 가득하던 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껍질만 남았네요.

오골계 알과 에이스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이제 하산할 일만 남았네요. 야호~

 

 

빨치산이 된 산지니 식구들

하산 중에 길을 잃어 잡목을 헤쳐가며 없는 길을 만들며 내려왔습니다.

돗대산이란 이름답게 산이 어찌나 가파르던지요.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 떼굴떼굴 구르는 소리, 엉덩방아 찧는 소리가 산중에 울려퍼졌습니다. 가벼운 산책이 고난도 유격훈련으로 바뀌었습니다. 다행히 모두들 무사히 하산하였습니다.

 

 

 

농막 가는 길은 정겨운 돌담길

 

 

2시간이 배로 늘어난 4시간 산행 끝에 시인의 농막에 도착했습니다.

 

뒷마당 텃밭에는 배추, 무우, 파 등 온갖 푸성귀가 가득했습니다.
곧 김장철인데 잘 자란 배추들을 보니 부럽네요.

올 겨울 배추값이 작년의 2배라니 걱정입니다.

 

 

풀어 기르는 닭들

어떤 녀석이 오골계인지 모르겠네요.

산 정상에서 까먹은 닭알 참 맛있었는데요.

 

 

우리를 반겨준 까불이 '야차'

덩치가 산만합니다.

 

 

생후 3개월된 삽살개 '달구'

아직 어려서 그런지 겁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머리만 빼꼼 내밀고 우리를 살피더군요.

 

 

선생님이 손수 기른 감나무의 감

감이 달고 맛있었습니다. 껍질을 깎다 선생님께 혼났습니다.^^

싱싱하고 약을 전혀 안친거라 껍질채 먹어도 된다네요.

 

 

농막 옆 너른 마당

평상에서 다리쉼을 하고 감도 따먹고 달구랑 야차랑 즐겁게 놀았습니다. 

 

 

농막 아래 마을에 있는 돼지국밥집에서 따끈한 국물과 쫄깃한 흑돼지 수육으로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다들 잊지 못할 하루였습니다.

 

 

귀가길. 주중마을 정류소 앞에서 웅성웅성

 

선생님은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해주시며 또 놀러오라셨습니다.

다들 웃음으로 대답을 얼버무렸습니다.

오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까지는 돗대산에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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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김해시 불암동 | 돗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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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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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2.11.20 09: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빨치산 체험의 추억은 다음날 아침 사지로 옮겨가 각인되어 있더군요! 그래도 지나고 나니 추억이에요 생애 한 번만 경험하고 싶은 추억...ㅋ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12.11.20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독했지만 아련한 추억이네요^^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도 선생님의 활기찬 기운이 빛나길 바랍니다.

  3. BlogIcon 엘뤼에르 2012.11.20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리막길에서 길을 잃어 아직도 돛대산을 생각하면 살떨리는 기억뿐이예요. ㅎㅎ 사진으로 이렇게 보니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네요.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4. 전성욱 2012.11.20 1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빨치산 체험이라~ㅋㅋㅋ 수경 씨는 뒤로 넘어져서 나뭇가지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었고, 권문경 디지이너는 바지까지 찢어졌었지요~

  5. sbs생방송투데이 2015.05.18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sbs생방송투데이 노승구 작가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놀러다녀오신 신진 선생님의 농막에 대해 취재해보고 싶어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연락 한 번 주실 수 있을까요??ㅠ

    제 연락처는 O1O-6437-9359 노승구 작가입니다!

    연락 꼭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