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뒷모습에서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독서후기

 


 

 

 

 

 

 

'이 단발머리 여자는 누굴까?'
'그녀가 읽고 있는 저 책을 뭘까?'
'그녀는 무엇 때문에 고개를 돌렸을까?'

 

   『조금씩 도둑』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참 단순하게도 표지의 여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던 여자. 창밖에 일어난 어떠한 일(사건)로 하여 순간 고개를 돌린 듯한(그녀의 단발머리가 흔들렸거든요!) 모습은 평화로운 여자의 시간이 깨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잔잔한 삶에 예고 없이 다가온 어떤 사건, 그리고 그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 제게『조금씩 도둑』의 첫인상을 그러했습니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본다'

 

 「점심의 종류」의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나와 상관없이 창밖의 풍경들은 시간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갑니다. 밖의 모든 것들은 10년 뒤의 미래를 살고 있지만,「점심의 종류」의 주인공은 아직 10년 전,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소설의 앞부분을 다시 읽었을 때, 잔잔한 창밖 모습이 왠지 환상처럼 느껴졌습니다. 밀려드는 시간의 홍수가 아픔을 채 덮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고요한 풍경들이 진짜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4년 4월, 시대적인 상처가 되어버린 '세월호 사건'. 소설을 그 사건이 발생한 뒤 10년 후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영미가 볶음밥 접시를 들이민다. "먹어, 좀. 언니 볶음밥 좋아하잖아." 못 들은 척한다. 옛날 일이다. 볶음밥을 좋아했고, 만두를 좋아했다. 하지만 진흙이 메워진 것 같은 머릿속, 누런 위액이 구석구석 고여 있는 것 같은 뱃속, 스멀거리는 통증과 가려움으로 채워진 뼈와 살…. 고통의 증거들 속에서 배회하는 기억이 식욕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저자와의 만남(http://sanzinibook.tistory.com/1367)을 통해서 조명숙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식지 않은 슬픔, 분노, 모멸감을 느끼며 '작년에 일어난 일'이 아닌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창 밖의 풍경 속에 살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점심의 종류」를 비롯해 2008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앞두고 촛불시위를 벌이는 애인을 찾는 여자의 우울한 일상을 그린 「거기 없는 당신」, 2005년 APEC정상회의를 둘러싼 어떤 사회적 기미를 ‘가가’의 하루를 통해 풀어낸 「가가의 토요일」까지. 무엇보다 이번 작품집에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어떤 소설이 현실보다 리얼하겠어?”

「하하네이션」의 작가 지망생 '유'가 한 말처럼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블라인드를 올리고 현대사회의 리얼한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조금씩 도둑』의 주인공들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이치로와 한나절」의 '고아'인 주인공,「러닝 맨」은 '자식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버지',「사월」은 '실질적인 결혼 생활이 끝난 여성',「나비의 저녁」의 남자의 충격적인 죽음을 이겨나가며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는 여자 등. 삶의 상처가 몸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마음의 응어리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소설들 속에서 이런 고통을 마주하는 것은 매우 힘이 듭니다. 하지만 잔잔하게(하지만 뾰족하게) 밀려드는 고통을 참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은 아픔 끝에 묻어있는 따뜻한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한「조금씩 도둑」입니다.

 

   "띠띠는 피융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초라하고 고되게 나이를 먹은 피융이 눈앞에 있었다. 띠띠는 피융의 곁에 누웠다. 피융에게서 시큼한 시장 냄새와 헤나 냄새가 함꼐 풍겼다. 띠띠는 피융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띠띠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훔쳐와 버려서 피융은 그 자체로 별로 남은게 없었다."

 

   용희, 선경, 영미 대신 피융, 바바, 띠띠라는 이름으로 우정을 쌓아가던 열여섯의 소녀들.  꿈 많던 청년기에서 중절 수술의 후유증을 얻게 되는 고단한 삶에 이르기까지. 세 소녀는 서로의 아픔을 조용히 끌어안으며 함께 생을 견뎌 나갑니다. 특히 친구 '피융'에게 조금씩 마음을 주고만 '띠띠'의 마음은 애달프게 다가왔습니다. 소설 중간마다  "괜찮아?"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옵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부를 물어보는 사소한 말 속에서 왠지 모를 위안을 얻습니다. 아마, 이 세 소녀가 고단한 생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이 말 속에 들어있었던 것을 아니었을까요?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다시 책의 표지를 봤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느껴졌던 여자의 모습에서 창밖의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고통을 잊지 않는 여자의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아픔과 위로,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고된 현실을 걸어나갈 힘을 얻습니다. 9편의 작품들을 만나며 블라인드를 걷고, 밖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씩 도둑』은 아픈 현실 위에서도 생의 꽃을 피우는 많은 사람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전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아마, 표지 속 여자의 뒷모습도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닐까요?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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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연제구 거제1동 |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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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상실,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조각들'

이번 대담자로 나서 주신 정미숙 문학평론가는 이 카피가 조명숙 작가님의 작품을 잘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소담스럽게 차려진 작품들 안으로 비치는 삶의 민낯들은 아프고 치열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조명숙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계속해서 삶을 이어갈 희망과 이상을 만나게 해줍니다. 66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아프지만 따뜻했던 소설집『조금씩 도둑』의 조명숙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저자: 조명숙

1958년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96년 『진주가을문예』와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창작집 『헬로우 할로윈』,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댄싱 맘』(2012 향파문학상 수상)과 장편소설 『바보 이랑』, 『농담이 사는 집』 등을 썼다. 2006년 장편동화 「누가 그랬지?」로 14회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으며, 그림동화책 『샘바리 악바리』, 『아기뱀 꼬물이』를 냈다. 그 외에 산문집 『우리 동네 좀머씨』가 있고, 아내들을 위한 연시집 『하늘 연인』을 엮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는 대담자로 정미숙(문학평론가) 선생님께서 참석해 주셔서 보다 유쾌하고 재밌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정미숙(이하 정) 

오늘 부부의 날인데 공교롭게도 조명숙 선생님과 최영철 선생님을(조명숙 선생님과 최영철 선생님의 소설가  시인 부부이십니다.) 함께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더불어 모범적인 문인 부부를 보며 본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조명숙 선생님의 작품들은 문체가 친밀하고, 탄탄한 구성을 통해 집요하게 타자들의 삶과 상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조금씩 도둑』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참으로 치열하고 따뜻한, 그리고 아픈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제작인 <조금씩 도둑>은 제목의 참신함에 반했고, 동성애적인 코드와 여성연대, 견딤을 만나며 참으로 아름답게 읽었습니다. 이외에도 조명숙 선생님의 『조금씩 도둑』에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치로와 한나절>의 주인공은 '고아'로 설정되어 있고, <점심의 종류>는 시대적 상처인 '세월호 사건', <러닝 맨>은 '자식을 잃을 위기의 아버지', <가가의 토요일>은 '사랑이 모두 과거에 끝난 쓸쓸한 여성', <사월>은 '실질적으로 결혼 생활이 끝난 여성' 등 행복하지 않은 인물들의 집요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문맥을 쉽게 건너뛰지거나 과장하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사람들이 현을 직시하는 모습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절망-희망, 현실-이상의 변주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표제작 <조금씩 도둑>에서 띠띠와 피융의 동성애 코드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동성애, 결혼, 여성주의는 어떤 것입니까?

 

조명숙(이하 조)

페미니스트냐, 동성애자냐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여자인 내가 어떻게 여성을 보는가? 그 관점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자로 살아가면서 제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봤던 것 같고요.

 

선생님의 소설들에서는 (남성적인) 남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남성은 믿을만한 존재가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웃음) 

 

(웃음) 남자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집의 중심은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제가 배우기로는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고 배웠는데 살아가면서 느끼는 바로는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도, 가정을 지켜 나가는 것도 여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남자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물질적인 것보다 여자, 아이들이 가지는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이 우선돼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것이 삶 전체를 포용하는 여성성이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오랜 신뢰에 기반한 동성애적 코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저 역시도 동성애를 관계에서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도둑>에서 조금씩 진행되는 동성애(사랑)가 굉장히 현실적으로 받아지면서, 한편으로는 여성주의와 맞물려 있다고 보는 것에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소설에는 '헤나 냄새', '시큼한 시장 골목 냄새'와 같이 후각이 많이 드러나는데 이는 굉장히 감각적이란 느낌을 줍니다. 작중 인물들이 대부분 몸이 아픈 상태로 등장하는데, 이는 오히려 세상과 더 밀착되어 있고 정신과 감각이 더 열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각적 표현들이 인물들의 아픔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몸', '아픈 몸'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신이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몸이 잖아요. 제가 나이가 드니까 그런게 보이더라고요. 어느날 한의원에 갔는데 어르신들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서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의 아픈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픈 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서 그 사람의 내면적인 고통을 조금 더 또렷하게 나타낼 수 있었고요.

 

선생님의 소설이 잔잔하게 와닿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고 할까요? 고통의 감각을 잃지 않는 느낌을 받아요. 조명숙 선생님도 이제 '나 조명숙이야'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셨는데, 이전 작품들에서도 느꼈던 아픈 여성들을 바라보는 그 감각이 여전하단 생각이 듭니다. 반면 몸의 문제를 여성과 인간의 경계로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성숙되었단 느낌을 받았고요. 

 

일상 속에서는 어느 평범한 아줌마로 살면서도, 작가로서 놓치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공감하는 태도였습니다. 작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뒤, 서울에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광화문에 안 갔어요. 안 갔다고 해야 하나, 못 갔다고 해야 하나 헷갈리지만... 제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깊이 공감하고 혼자 막 눈물도 흘리는데 실제로 행동은 안되더라고요. 지난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럽고 힘들어 하고 있을 무렵에 저 역시도 어린 생명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기더군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그래도 우리는 편안하게 보냈잖아. 그 바다를 보면서 보낸 사람들... 그 사람들은 마음이... 어떨까" 이후에 사건이 수습되는 과정과 몇몇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을 보며서 인간으로서 느끼게 되는 모독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제가 <점심의 종류>에서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 드릴려고 했는데,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해 주시니 바로 이야기 해야 겠네요. 선생님의 소설 대부분들이 과거에 이뤄졌고 현재에 반추하는 형식인데 <점심의 종류>는 10년 후의 미래에 와 있더라고요. 미래에 존재하는 여자가 밥을 잘 못 먹는 상황을 보면서 박완서 선생님의 나목이 떠올랐습니다.

 

제 스스로는 <점심의 종류>가 작위적인 부분이 많아서 (세월호) 유족 분들한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인간으로 느꼈던 분노, 모멸감을 느끼면서 '아직도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가?'라는 생각도 했고요.

 

 

다른 소설들에서 결혼 생활이 피폐적으로 끝나지만 대안적인 가족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점심의 종류>를 읽으면서 선생님께서 얼마나 충격을 받으셨는지 느껴졌던 것 같아요. 동생의 위로도 10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보면서 어떤 대안이나 여지가 없는 것이구나... 싶기도 했고요. 또 한편으론 문제는 가족 안으로, 쓸쓸함의 패턴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소설에서의 보잘 것 없는 남성들을 작파하고 남성과의 연대를 통해서 한 번 휘젓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웃음) 

 

(웃음) 선생님은 참 용감하신 것 같습니다. (웃음)

 

제가 좀 용감하지요? (웃음) 선생님의 소설이 좋은 말로 하면 성숙하지만 나쁜 말로 하면 여성주의에 상처 받아서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많이 늙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성숙이죠! (웃음)

 

제가 작중 인물들을 힘없이 설정한 것은 어찌보면 불가항력적인, 우리가 정말 많이 싸우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은 결과들이 모여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하게 요즘은 자갈을 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문학으로서나마 꿈틀거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양아름 편집자의 남자친구가 제게 정면으로 물어보더라고요. 문학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냐고. 저는 그냥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문학의 힘이 크다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요. 지금은 기대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얼마 전, 늦둥이 아들이 박종철 관련 책을 읽고는 열사라면서 열변을 토하더라고요. 그것을 보면서 책(혹은 문학)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아들과 세대차이가 제법 나는데 그것도 극복하고 말이죠. (웃음)  

 

 

(문학에 대한 기대가 없다)이렇게 말하면 안되는데, (웃음) 소설 쓸 때는 저의 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후배 작가들은 문학의 힘을 믿고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비의 저녁>에서 결국 남편이 죽고 오윤이 혼자 남겨져 종이를 만들다 기계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굉장히 상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은데 저는 정말 신나게 썼습니다. 이 부분은 저의 지인이 종이 공장에서 근무를 할 때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대요. 그래서 '이거 소설감이다' 싶으면서도 '거짓말 아니냐'고 물었는데, 실제로 신발만 남겨져 있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3년 뒤에 소설이 나오고 읽어나 보라고 보냈는데, '그냥 뻥을 친 건데 거기에 뻥이 더해져 이렇게 작품이 됐네.'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이유가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썼거든요.

 

선생님, 연애... 연애는 아닙니다.

 

안 그래도 다른 분들도 연 애소설이 아니라 예술가 소설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저는 가끔씩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면 소설이지만 굉장히 비유나 시적인 표현이라고 느낄때가 있습니다. 혹시 남편 분인 최영철 선생님의 영향인 것인지요?

 

제가 등단이 늦지 않습니까? 저는 작품 활동의 공백도 있었고요. 제가 십 몇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문학의 성취를 이룬 시인하고 사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열패감도 들고... 그래도 '저 사람은 내 손바닥 안이다' 싶은 위로를 하기도 해요. (웃음)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했던 진한 시간이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더 많은 이야기와 조명숙 선생님께 드리고픈 질문은 접어둬야 했지만, 조명숙 선생님의 작품으로 더 깊게 만나보기로 약속하고 아쉬움 마음을 달랬습니다.

 

 

 

▶▶ 조명숙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보세요!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댄싱 맘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국 도서관 협회에서 매분기 발간되는 국내 신간 문학도서를 대상으로 엄선된 우수문학도서를 마을문고, 어린이도서관, 사회복지시설, 작은도서관, 아동청소년센터, 대안학교, 교정시설, 고아원 등에 무료로 보내주는 정부 사업인 문학나눔.


이번 문학나눔 사업의 소설부문에 조명숙 선생님의 『댄싱 맘』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림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만남 감동과 감흥을 시작으로 '소설로 그림 읽기'라는 새로운 형식의 단편을 그려낸 조명숙 선생님의 소설집이 이주홍 문학상 수상에 이어 문학나눔 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좋은일이 계속 일어나네요^^.

문학나눔 소설부문 심의위원은 구효서, 강영숙, 전성태 소설가와 안인자 동원대 교수(시민평가단)이 참여한 가운데 총 14종의 소설이 선정되었습니다.

강영숙 소설가는 『댄싱 맘』 작품을 두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현재적 시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깨져 있고, 몸은 죽었고, 마음은 불행하지만 그들의 불행은 이상하게도 자꾸만 어디선가 끌어당기는 희미하지만 끈질긴 끈에 의해 견딜 만한 것이 된다. 그것은 모두가 과거의 꿈, 공동체에 대한 희미한 기억인지도 모르는데, 그 희미함 한쪽에 프리다 칼로의 그림 [버스]의 승객들을 배치해놓고 보면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 같아서 매우 즐겁다"라고 평했습니다.

바로 이 그림을 두고 하는 말이겠죠?


프리다 칼로, bus


 저또한,「거꾸로 가는 버스」 속의 내용과 묘하게 밀접되어 있는 이 그림을 찾아보며 다시 소설을 읽다가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와 또다른 감흥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말야, 참 이상했어.”
그녀의 뼈를 강물에 뿌리고 돌아오는 장의차 안에서 그녀의 첫 번째 자식이 나란히 앉은 순규에게 말했다.
“뒤주 속에 엄마가 앉아 있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 팔꿈치를 겨드랑이에 착 붙이고 상체를 구부려 입으로 뭘 집으려는 자세였는데, 그게 꼭 새 같았다니까.”
그녀의 첫 번째 자식은 그녀의 자세를 잘 보여줘야 되겠다는 듯이 두 팔꿈치를 겨드랑이에 착 붙이고 상체를 구부린 다음 입을 쑥 내밀었다.
그 자세가 어느 날 꿈에 보았던 그 날개 접은 새 같다고, 순규는 콧물이 멈추지 않는 그녀의 세 번째 자식을 돌아보면서 생각했다.(「댄싱맘」에서)

그때 영주의 어깨는 참 자주 빠졌다. 길을 가다가도 문득, 체조를 하다가도 문득. 어깨가 빠지면 영주는 재빨리 그것을 끼워 넣었다. 남들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특징을 강조하려는 듯, 혹은 엄숙한 의식을 거행하기라도 하듯, 허옇게 눈을 까뒤집고 고개를 외로 꼬면서 말이다. 흰자위만 남은 눈으로 허공을 보면서 어깨를 고치는 그 광경은 몹시 불쾌하고 난처했다.(「어깨의 발견」에서)


문학나눔에 선정된 『댄싱 맘』은 오는 8월 말부터 전국 각지의 도서보급처로 보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책을 한달에 몇권씩 꼬박 구입하여 읽곤 하지만, 어렸을때 책을 접하는 유일한 창구는 도서관이었습니다.

학교도서관이었기도 하고 마을도서관이었던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책들이 지금의 나를 이룬 밑거름이 되었다고 아직도 생각하곤 하는데요.

이번 문학나눔사업으로 인해 문학을 접하기 힘든 문화소외지역에 위치한 많은 이들이 『댄싱 맘』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길 기대해 봅니다.


문학나눔 공지사항 바로가기>>

http://www.for-munhak.or.kr/idx.html?Qy=notice&nid=313


댄싱맘 관련 포스팅>>

2012/06/09 조명숙 작가『댄싱 맘』, 이주홍문학상 수상

2012/05/11 축하합니다. 조명숙 소설가 『댄싱 맘』, 향파 이주홍 문학상 수상!

2012/05/02 <34회 저자와의 만남> 조명숙 선생님의 댄싱맘

2012/03/23 너무 환한 세상은 잊어요, 엄마 『댄싱 맘』


댄싱 맘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산지니안 여러분 안녕하세요, 갑자기 자주 인사드리는 전복라면입니다. 26일 목요일 저녁, <34회 저자와의 만남>을 위해 중앙동 백년어서원으로 갔습니다.

앉으면 발등이 덮이는 긴 치마를 입고 오신 선생님은 책날개의 프로필 사진에 안경만 씌운 딱 그 모습이시더군요. 사회자는 <댄싱맘>의 해설을 써주신 김경연 평론가님이십니다.

 

*아래 대담은 후에 대화의 주제와 흐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언 순서와 내용이 임의로 보충, 수정, 생략되었습니다. 또한 전작들보다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저자와의 만남에 꼭 방문해 주세요^^

화가의 방을 보다
선생님은 서울 시립미술관의 천경자 전에 전시된 ‘화가의 방’을 보고 흥미로우셨다고 합니다. 그즈음 글의 주제나 형식의 새로움을 찾고 계셨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림에 관심이 가셨고, 그러다 6년의 과정을 거쳐 댄싱맘이 탄생했습니다. 그림을 끌어온다는 건 작가에게 모험이었다고, 주제나 구성이 흐려지거나 그림에 글이 부속적으로 따라갈까 봐 많은 걱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림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림과 같이 읽든 별개로 읽든 독자에게 맡기시겠다 하셨습니다.

소설처럼 살다가 시처럼 죽는다
댄싱맘 속 인물들은 어딘가 결핍되어 있고, 소설의 분위기는 어둡습니다. 그리고 글 속의 그 남루함을 윤리적으로 감싸 안아야 하는 책무나 성찰은 없습니다. 선생님에게 있어 인간은 불완전합니다. 소설가는 그러한 문제적 인간을 그립니다. 선생님의 개인적인 이상형에 따르면, 완전한 인간은 자유로운 인간입니다. 노숙자를 보고 느끼신 감상이라고 합니다.(^^) 그처럼 다 놓아버린 상태, 마음대로 살다가 안 되면 휙 죽고 싶은 욕망을 내비치기도 하셨습니다. 물론 그 말씀을 하신 선생님은 비롯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웃었습니다.


똑같은 걸 반복하기 싫다!
김경연 사회자께서는 조 선생님을 ‘유목민의 소설가’라 칭하셨습니다. 선생님의 50년 삶 중 글을 쓰며 보내신 시간은 20년입니다. 긴 시간동안 편안한 한 군데 정박하지 않은 선생님. 무엇이 좋은 소설가인가? 라는 질문에도 새로운 것을 성실하게 쓴다, 는 답을 내셨습니다. 그림과 소설을 엮은 형태를 시도한 이유에는 본격적인 소설에서 벗어나려는 일탈의 의도도 있었다고 하십니다. 항상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민하시며,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는 선생님.
 
<독자 질문>
Q: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죽음이 낯설었습니다. 의도가 무엇인가요?
A: 사실 그건 우리들의 참 모습이 아닐까요. 동정을 드러내는 것은 제 소설과는 다릅니다.  19세기 소설처럼 어떤 공식이 생긴다면 편하겠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입니다. <까마득>의 마지막에서 버려진 흐엉의 치마를 바람이 흔들고 지나갑니다. 그 바람이 뭘까요? 독자들은 소설가에게 너무 많은 희망을 바라는 것 아닐까요?

Q: 단편 중에서 영감을 얻어 차기작이나 연작 소설을 쓰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없습니다. 산지니가 대박날 수 있는 작품을 써야 할 텐데요^^

Q: <비비>의 그녀가 엄지손가락을 이마에 올리는 그 포즈는 어떤 포즈인가요?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어이구, 저는 못합니다. 젊고 예쁜 아가씨가 해야죠.


<그냥투표>

선생님이 오시길 기다리며 산지니 여섯 식구를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러고 싶어서 딱 골랐습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1. 소설에 사용된 그림 중 좋았던 것은?
바람꽃 (3표)   버스 (2표)

2. 좋았던 단편은?
까마득 (4표)   댄싱맘 (1표)   거꾸로 가는 버스 (1표)

3. 그럼 별로였던 단편은?
바람꽃 (1표)   나쁜 취미 (1표)   댄싱맘 (1표)   없음 (1표)

4. 마음이 가는 인물은?
바람꽃의 상희 (1표)   비비의 그녀 (1표)   어깨의 발견의 케리 (1표)   댄싱 맘의 셋째 자식 (1표)
까마득의 흐엉 (1표)

 

5월 24일, <35회 저자와의 만남>에는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의 저자 윤여일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댄싱 맘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