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호ㅣ부산일보ㅣ20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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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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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해와 부산에서 책에 관한 훈훈한 이야기를 여러 건 접했습니다.

 

▲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김해의 책 추진협의회'는 매년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시민들이 함께 읽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한 독후 활동도 다채롭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2015 김해의 책'으로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과 어린이 도서 <어느 날 구두에 생긴 일>을 선정했습니다. 어린이 도서를 선정하는 곳은 김해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김해에 '책의 꽃'이 만발하길 바랍니다.
 
부산에서는 부산일보사와 부산시·부산시교육청이 공동주최하고 부산지역 25개 공공도서관이 주관해, 부산을 대표하는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원북원부산(One Book One Busan)운동'입니다. 직접 책을 읽은 시민들이 온·오프라인 투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최영철 시인의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가 채택됐습니다. 12회 째를 맞는 동안 시집이 '원북원'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최종 후보 도서로는 <상실의 시간들>(최지월),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저녁이 깊다>(이혜경) 등이 있었는데, <금정산을 보냈다>는 총 투표인단 1만 3천649명 중 3천206표를 얻어 1위를 했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시 '금정산을 보냈다'는 '아들이 중동 갈 적에 가슴 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에 대해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인은 열사의 나라로 일하러 떠나는 아들에게 금정산을 선물하고 있는 것입니다. 금정산처럼 묵직하고 넉넉하면서도 자식 걱정에 늘 마음 한 구석이 저린 부모의 마음이 읽힙니다. 한편으로는 세계가 마침내 금정산 같았으면 좋겠다는 염원도 보입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줄임)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그 놈의 품은 원체 넓고도 깊으니 황망한 서역이 배고파 외로워 울거든 그걸 조금 떼어 나누어줘도 괜찮다고 일렀다" (시 '금정산을 보냈다' 일부)
 
최 시인은 김해 생림 도요마을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도요'란 이름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영철이 하고 농사짓기> 같은 따뜻한 책들이 여러 권 나왔습니다. 도요출판사는 매월 저자들을 초청해 '맛있는 책읽기'란 고급 문화행사를 열고 있기도 합니다. 김해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최 시인은 <김해뉴스> 창간 초기에 '금바다칼럼'의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최 시인의 문학 도반이자 부인이면서 <김해뉴스>에 '김해의 설화'를 연재 중인 조명숙 소설가도 네 번째 소설집 <조금씩 도둑>(산지니)을 펴냈습니다. 조 소설가는 생림에서 태어나 자란 여인인데, 창녕 출신의 최 시인과 동상동시장 등지에서 소주, 막걸리 같은 걸 마시며 연애를 했다더군요. 그렇다면 김해 시민들에게 최 시인은 '최서방'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책들이 김해 시민들과 출향인들에게 두루두루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한 끼니의 국밥을 거르더라도 반드시 이 책들을 사서 읽음으로써, 저자들에 대한 예의도 갖추어 주었으면 합니다. 꾸벅.

이광우ㅣ김해뉴스ㅣ201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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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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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의 나마스테!] 시인 최영철·소설가 조명숙 부부

낙동강변 도요마을에 가랑비가 내렸다. 삼랑진역에 내렸을 때부터 비는 그치지 않았다. 시인 최영철과 소설가 조명숙 부부가 역까지 마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들어가겠다고 만류했는데 굳이 도요마을에서 차를 끌고 나왔다. 이들은 5년 전 부산을 떠나 김해시 생림면 도요마을로 이주해 살고 있다. 도요마을에 도자기 굽는 가마나 도요새 군락지 같은 건 없다. 천태산과 무척산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 옆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삼한시대부터 주요 마을이라 하여 도읍 도(都)자에 중요하다는 맥락의 요(要)자가 붙어 도요마을로 명명된 것인데, 시적인 마을 이름처럼 풍광도 아름다운 건 사실이다. 이윤택 시인이 대표로 있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창작스튜디오가 있고 그들의 주거지까지 자리 잡은 연극촌으로도 호가 높은 마을이다. 이윤택과 형제처럼 살아온 최영철 시인도 이 연극집단이 2009년 이곳에 자리 잡을 때 부산의 집을 내놓고 들어왔다.

경남 김해 도요마을 옆 낙동강에 선 시인 최영철, 소설가 조명숙 부부. 이들은 5년 전 부산을 떠나 도요마을로 들어와 변방에서 중심을 누리고 있다.

“도시 변두리에서만 살면서 그곳을 무대로 시를 캐낸 터라 이제 환경을 바꾸면 좋겠다 싶었어요. 저로서는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별 볼일 없는 변방에서 새로 시작해보고 싶었던 거지요. 그 즈음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맥이 빠져 있던 때라 이윤택 선생의 제안을 두 번 생각 안 하고 바로 받아들였습니다.”

최영철(59)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중견시인으로 활약하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각광받아온 인물이다. 올해는 부산에서 12년째 진행해온 책읽기운동 ‘원북원부산’의 책으로 그가 작년에 출간한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가 뽑혀 명실상부한 부산의 상징 문인이 되었다. 전문가집단이 5권까지 후보를 압축해놓은 뒤 이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부산시민들이 투표로 한 권을 선정하는 방식인데, 부산 출신 문인이 그것도 시인이 시집으로는 처음으로 1만3000여 표를 얻어 뽑힌 경우여서 의미가 각별하다. 이 시집을 놓고 올 10월까지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인데 지자체에서 인문의 향연을 벌이는 돋보이는 모범적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처음에는 진저리를 쳤어요. 성장기에 촌에서 자란 데다 바로 건너 마을이 친정 동네여서 한 다리만 건너면 전부 아는 사람인 처지라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을까 걱정한 거지요. 게다가 소설을 쓰는 공간이 저에게는 중요한데 이곳은 너무 평화로워서 오히려 집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여건이었어요. 처음 1년은 두 집 살림을 하다가 이곳에 정착했는데 지금은 중심에 있다고 착각하는 도시 사람들이 오히려 불쌍하게 여겨집니다.”

소설가 조명숙(57)은 1996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와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해 장편과 소설집을 펴낸 중견작가다. 이달 초에는 네 번째 소설집 ‘조금씩 도둑’(산지니)을 펴내 건재를 과시했다(세계일보 4월17일자 참조). 개인이 안고 있는 작은 상처들의 내력을 핍진하게 되짚어온 조씨가 남편 최영철을 만난 건 1970년대 후반이었다. 부산에서 발행되는 동인지에 시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역시 문학청년이었던 최영철이 물어물어 그네를 김해까지 찾아간 것이다.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고 당시만 해도 버스를 여러번 갈아타야 했던 김해와 부산을 번질나게 오가며 연애를 했던 것인데, 이를 안 양가 집안은 서로의 교제를 극렬하게 반대했던 모양이다. 이제 갓 스물 한두 살인 어린 사람들인 데다, 조명숙은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고 최영철 또한 중학교 때 사고를 당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처지였다. 이들의 사랑을 부모들은 불장난으로 치부했다.

이 ‘대책 없는’ 문학청년들은 먼저 ‘사고’부터 치고 결혼을 밀어붙였다. 혼전 임신과 출산을 거쳐 첫딸이 기어다닐 무렵 결혼식을 올렸다. 가난과 박대의 터널 속에서 이들의 결혼 생활은 시작됐다. 최영철 시인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잠시 서울에서 출판사 편집장 생활도 했지만 끝내 도시적 삶에 길들여지지 못한 그이는 가족들을 설득해 부산 변두리로 내려와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업시인으로 살아왔다. 전업작가 아내와 전업시인 남편이 꾸려온 생활의 가난이야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들은 밝고 따스하게 아이들을 키웠고 두 자녀는 보란 듯이 서울과 부산의 국립대를 나와 딸은 박사과정에, 아들은 지금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6년 전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100여 곳에 취업 원서를 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어렵게 요르단 근무를 전제로 취직해서 떠나게 됐다. 이때 시인 아비는 아들을 멀리 보내는 아픔을 담아 ‘금정산을 보냈다’를 썼다. 부산의 상징적인 금정산을 아들에게 통째로 선물한 것이다. 아들은 무사히 돌아왔고 부산 시민들은 시인이 새로 쌓은 금정산을 따스하게 안아준 셈이다. 문인 부부로 사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서로 격려할 것 같지만 반대예요. 피차 아는 처지에 글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어차피 겪기로 한 이상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요. 상대방의 작품에 대해서는 날 선 감시자 역할을 하는 편입니다. 남보다 더 인정사정없이 비판해요. 이런 게 외려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균형감각을 잃지 않도록 남편이 스승 역할을 한 건 확실합니다.”

낙동강에서 사진을 찍고 도요마을 흰 집으로 들어와 식탁을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소설가 아내 조명숙은 시인 남편과 사는 소회를 말했다. 사실 시는 조명숙이 먼저 문청 시절 시작했지만 남편에게 ‘양보’를 한 셈이다. 결혼해서 양육하느라 10여년을 글쓰기와 멀어져 있다가 소설로 다시 문학을 경작해왔다. 최 시인은 “지금이라도 내가 시를 포기하고 산문을 쓸 테니 시로 돌아가라”고 농을 건네자 아내는 “이젠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시도 많고 소설이 더 낫다”고 받아쳤다. 최영철은 “나는 눈물이 더 잦아졌다. 망치를 들고 세상을 깨부수고 싶은 날이 있다. 시는 더 절박하고 절실해야 할 것이다”고 시집 후기 대담에서 언급했거니와 “세상은 미궁 속으로 추락하는데 다른 소리만 하는 시가 너무 많아져 걱정된다”면서 “시로 이야기할 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명숙도 “시와 소설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동시대를 반영하는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시인 남편과 문학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같음을 확인했다. 

조명숙은 부산 여성소설가들 중에서 맏언니 격에 속한다. 부산에는 등단 작가만 80여명,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도 반이 넘는다. 그네는 인터넷과 교통수단이 발달한 이즈음에 중앙과 지방문단의 구별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도시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중심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같다고, 비켜서보니 그런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시인 남편이 옆에서 덧붙였다. 특히 상부, 하부 조직으로 체계화된 문인단체의 구성 때문에 중앙, 지방이 구분될 따름인데 이제 이런 단체들도 해산될 때가 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실 작금의 문학 환경은 어디에 머무느냐보다 ‘의식’이 더 큰 요인일 수 있다. 끊임없이 변방으로 내려가 자신을 낮추어 중심을 제대로 관찰하고 반성하는 자세야말로 문학의 기본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나오는 길, 도요마을 하얀 집 대문 문패에 아내가 심었다는 인동초 덩굴이 드리워져 있다. 35년 넘게 서로 마음의 다리가 되어 문학이라는 지팡이를 짚고 애틋하게 낮은 변방까지 걸어온 이들 부부의 이름 위로 곧 아름다운 ‘금은화’(金銀花)가 피어날 절기다.

조용호ㅣ세계일보ㅣ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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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댄싱 맘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 10점
최영철 지음, 박경효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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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5.04.30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분 포즈가 참 고전적이네요.(두 번째 사진)
    사진 찍을 때 꽤 어색하셨을 듯.^^

 

  안녕하세요. 솔율입니다호호

  요 며칠간 날씨가 매우 스펙터클 했지요. 귀가 떨어져나갈 듯 추웠던 날도 있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금정산. 부산광역시 금정구와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東面) 경계에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산

  오늘은 또 하나의 서평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산지니>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시인선의 첫 주자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라는 시집인데요. 최근 원북원 부산 프로젝트의 후보 도서로도 올라 후끈후끈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부산이 활동무대였던 최영철 선생님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집이기도 한데요. 더불어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 또한 담고 있습니다. 그럼 차근차근 얘기해보도록 할까요?

 

  먼저 최영철 선생님은 1956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부산광역시에서 보내셨습니다. 1986<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으며 제2백석문학상, 2010년 제10최계락문학상, 2011년 제6이형기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선생님 작품의 특징은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며 현실과 일상에 집중하는 건강한 서정시라 볼 수 있습니다. 대표작으론 시집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산지니, 2008),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산지니, 2014) 등이 있습니다.

 

  시집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봅시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앞서 말했듯이 산지니 시인선의 첫 번째 시집입니다. 그리고 최영철 선생님의 등단 30년을 기념하는 열 번째 시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표제인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 제목이기도 한데요. 아들을 요르단으로 보내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와 단숨에 써 내려갔다는 시는 아버지로써의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 금정산을 보냈다

  "부산대를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입사 지원서를 내 모두 떨어졌다. 간신히 한 대기업에 걸렸는데 조건이 요르단 근무였다. 환경도 그렇고 위험해서 말렸는데 아들은 가겠다고 했다. 그게 다 무능한 애비를 만난 탓인 것 같아 미안했다. 딱히 줄 건 없고 뭔가는 줘야겠기에 시로 금정산을 선물했다." 아비는 힘 넘치는 젊은 혈기가 고지가 없는 사막에서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 당부하고자 했던 것이다.  - 최영철 시인 인터뷰 <국제신문> 임은정 기자 2014-10-13 본지 23

  저는 이 시에서 부모자식 관계에서의 아버지와 함께 남편으로써의 아버지의 모습 또한 느낄 수 있었는데요.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이 짧은 대목에서 어머니보다 물러나 있는 아버지의 위치가 느껴졌습니다. ‘혹여 아비의 안부가 궁금하거든이라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 자식과의 미세한 거리를 화자가 은연중으로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의 외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시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과 함께 남편, 그리고 가장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식을 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을 터

 

  최영철 선생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한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의 지난 발자취가 드러나는 작품이 많은데요. 선생님의 주요 무대였던 부산, 그리고 지금 살고 계시는 김해 도요마을이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합니다. 이번 시집에서도 금정산을 보냈다를 비롯해 서면 천우짱, 부산釜山이라는 말등 부산을 품은 작품이 많은데요.

집과 학교 사이 가로막고 섰던 하야리아 부대

하루 두 번 그 길 빙 돌아 오가며

세상에는 눈앞에 두고도

바로 지나갈 수 없는 길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반도의 남쪽에 그어진 또 하나의 분단선

지름길 막아선 총부리에 걸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을 빙빙 돌아서 갔습니다

<중략>

스무 살 무렵 부대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기도 했으나

나의 꿈은 오래 주눅 들어 힘없이 뚝뚝 끊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오래전 일제 차지였고 동란 후 미군 차지였던

언젠가부터 나는 그 길을 피해서 걷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앞집 옆집 양공주들이 붉은 등으로 걸리고

양키들이 낄낄대며 그 등을 하나씩 거두어 갔습니다

버터냄새 풍기는 불빛들이 다 잦아든 뒤에도

양공주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담은 다시 헐렸지만

분수가 요염하게 춤추는 평화로운 주말이 되었지만

동강난 길은 여전히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 하야리아 부대

  여러분, 하야리아 부대를 아시나요? 하야리아 부대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전동 및 연지동에 설치되어 있는 주한 미군의 기지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의 경마장으로 사용하다가 1945UN 기구, 1950년 한국전쟁 이후에 주한 미군 부산 사령부가 설치되었습니다. 2006810일에는 공식적으로 부대가 폐쇄되었고, 이후 주한 미군과 반환 협상이 이어지다가 2010127일 부산시에 반환되면서 부산시민공원조성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부산시민공원이 위치한 곳이 바로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자리입니다.

  위의 시를 읽으며 저는 하야리아 부대에서 부산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세월이 작품 속에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시민공원으로 바뀌어 분수가 자리 잡은 모습까지 담겨 있어 후반부가 인상깊게 들어왔는데요. 공간의 변화와 함께 하니 동강난 길이 여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구로 전해져오는 씁쓸함과 같은 것이 더욱 배가 되어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모습 1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모습 2

 

  또한 에 관한 화자의 생각이 돋보이는 작품도 많았습니다. 시인, 한때 시와 같은 작품들을 읽으며 우리문학이 처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뜨겁고 생생했으나

그때는 서로 앞서가겠다고 야단법석이었으나

마을 입구 공동수도 끝없이 줄선

양동이 다 채우고도 철철 넘치던 봇물이었으나

산동네 꼭대기까지 나누어 쓰던 한 바가지 선심이었으나

비수처럼 번득이던 표적이었으나

잠든 그대 머리통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간 기별이었으나

이제는 흘러갈 곳 잃은 도랑물

천리길 한달음에 와놓고 남은 백리 앞에 주저앉은

아무도 받으러 오지 않는 헌혈 차량의 사과 반쪽

부끄럼만 늘어난 미지근한 침묵

출처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로 진화한

겨울 탕자 당신만이 입 훔치는 후식

이 엄동설한 떨지도 않고 배회하는 해독 불능의 허기

그래, 좋아, 죽어도, 당신만이 받아먹고 배 두드리다

어디 먼 곳 적선할 수도 내다버릴 수도 없게 된 미지근한 정표

그래도 괜찮다고 찾아오셨으니 천천히 꼭꼭 씹어

천리만리 가시다 배고픈 동무 만나면

아직 저 길모퉁이 끝집 아무 술꾼이나 받아주는

만만한 주막거리 하나 있더라 전해주시길

다 타버린 꽁초로 떠내려가다

마지막 남은 재로, 흐릿한, 문질러진 자국

/ 한때 시전문

  과거엔 양동이 채우고도 철철 넘치던 봇물, 비수처럼 번뜩이던 표적과 같은 것이었으나 현재는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헌혈차량의 사과 반쪽, 그리고 부끄러움만 늘어난 미지근한 침묵과 같은 것. 이렇듯 화자는 이렇게 과거의 시가 아닌 현재의 시를 조명합니다. 치열했던, 날카로운 비수 같았던 시들이 지금은 적선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과거에 비해 시가 온전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인공호흡을 해줄 사람조차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시인은 배고픈 동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화자는 아무 술꾼이나 받아주는 만만한 주막거리를 알려주며 그들을 위로하고픈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 세상과의 고달픈 싸움

 

  앞에서 과거의 시가 날카로운 비수 같았다고 말씀드렸지요. 금정산을 보냈다속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가진 시가 등장합니다.

옛날 시계 분침보다 시침이 더 길었다는 사실

분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

분침 따위 무시해도 좋은 잔챙이였다는 사실

그런 분침이 지금 시침을 졸병으로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사람들이 야금야금 시간을 다 파먹었다는 사실

이대로 가다간 초침이 제일 길어질 날 올 거라는 사실

그 아래 조금 작은 분침이 돌고

그 아래 시침은 떨어져 나와

서랍 속 다이어리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

/ 시간의 진화전문

  「시간의 진화는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에 일침을 던집니다. 현대 사회는 흔히 속도전이라고도 하지요. ‘빨리빨리가 대중화 되어버린 세상에서 느리다는 것은 배척 받을 행동이 되고 맙니다. 화자는 시계바늘을 통해 점점 빨라지는 사회를 직시합니다. 시간 단위가 점점 짧아져 초를 넘어서는 아주 미세한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된 지금, 시 속의 내용대로 어느새 시계에서 시침이 사라지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속도의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 스마트폰

 

  배추 한 포기 오백원입니다 허리 한 번 숙인 값 오원입니다 땅을 향해 절한 값 오원입니다 비지땀 한 방울 오원입니다 도어보이 치어걸 하루 삼만원입니다 허리 숙여 웃어준 값 삼원입니다 어서 오라 또 오라 인사한 값 삼원입니다 손 한 번 내어준 값 십만원입니다 가슴 한 번 드러낸 값 백만원입니다 지랄발광 물리치지 않은 값 천만원입니다 요리조리 배팅 한 번 억입니다 아무렇게나 내던져 굴러온 십억입니다 밑져도 그만이라고 던져놓은 수백억입니다 한 끼 오백원입니다 저 흑장미 요염한 웃음 한 번 억입니다 백의 눈물과 억의 웃음 뼛속 깊이 사무칩니다 그 먼 거리를 넘나드느라 세상은 이토록 바쁘고 아득합니다 그 먼 거리를 은폐하려고 세상은 이토록 빛나고 향긋합니다

/ 향긋한 양극화전문 

  위의 시는 양극화 된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과거에 발생했던 배추값 폭등을 기억하시나요? 배추 한 포기가 5000~10000원을 넘나든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배추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받는 돈은 포기당 500원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돈을 펑펑 쓰면서도 돈을 벌고 누군가는 메말라가면서도 돈을 가지지 못하는 현실의 간극이 너무나 크지요.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점을 시로 표현하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배추 한 포기 오백원입니다 허리 한 번 숙인 값 오원입니다 땅을 향해 절한 값 오원입니다 비지땀 한 방울 오원입니다 /「향긋한 양극화」 中

 

  이처럼 금정산을 보냈다에는 가족을, 부산을, 시를,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특히 현재에 소멸되어가는 과거의 것들을 놓치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데요. 시 속에 많은 현실이 담겨져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넘어 시가 가야 할 온전한 방향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꾸밈없이 드러내는 것, 짧은 문구 속에 강력한 힘이 들어 있는 것이 바로 가 아닐까요. 그렇기에 우린 시를 더욱 보듬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발을 담고 있는 그 자리를 잊지 않고 깊게 바라보면서요. 최영철 선생님께서 묵묵히 부산을 담아내고 있으신 것처럼…….

 

  이상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2015년엔 모두에게 행복한 일만 가득가득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스토랑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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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입니다.

매년, 분기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교양도서' 사업의 여름분기에 어중씨 이야기가 선정되었습니다.

분야는 과학기술 3종, 문학예술 15종, 사회문화 4종, 역사 4종, 종교철학 4종 등 총 30종입니다.

그중, 문학예술 15종에 산지니에서 펴낸 최영철 시인의 『어중씨 이야기』가 당당히! 뽑혔습니다.

여름 분기에 신청을 받고 가을에 책을 보급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소식이 늦게 전해졌네요.^^


드디어 마크를 달고, 최영철 시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이야기들이 청소년들에게 전해질 생각을 하니 설레입니다.


이 책은 도시에 살다가, '도야마을'에 정착한 어중씨의 삶을 그리고 있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입니다.

느리고 답답해 보이지만 모든 것에 너무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는 어중씨의 삶은 아마 청소년뿐 아니라 현대인들이 잃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책의 배경이 되는 도야마을과 이름이 비슷한 김해시 생림면 '도요마을'에서 최영철 시인은 살고 있습니다.


편집자인 저희 아버지도 직장인이신데, 종편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를 애청하시며 퇴직 후 귀농을 꿈꾸고 계십니다.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낀 현대인들이라면 한번쯤 꿈꾸었을 따뜻한 시골 생활,

조금은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곳에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겠죠.


아름다운 '어중씨 이야기'의 시골 마을 이야기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시에 살며 잊고 지냈던 따뜻한 감성을 배워 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할 듯 싶습니다.


여유로운 어중씨는 저자 최영철 시인과 비슷한 듯 안 비슷한 모습입니다^^ 위트와 재미가 넘치는 동화의 매력으로 빠져 보세요~


아울러, 청소년 도서에 선정된 『어중씨 이야기』 많이 많이 애독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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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지니 58회 저자와의 만남


지난 15일 부산 교대 앞 <책과아이들>에서 최영철 작가의 『어중씨 이야기』로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책과아이들>은 아이들 책을 파는 서점입니다. 서점에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흥미롭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중씨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오랜만에 <책과아이들>를 찾았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아이처럼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날의 이야기를 요약, 발췌해서 담았습니다. 사회는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의 편집위원인 박형준 문학평론가가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가영 그림작가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아! 물론 이날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 출연진 소개


『어중씨 이야기』

지은이 최영철   


『어중씨 이야기』

그린이 이가영   

『오늘의문예비평』편집위원 

박형준 문학평론가   






박형준 평론가가 행사 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그 유명한 몰카! 




뒤에서는 이가영 그림작가가 채색한 그림을 전시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에 오시면 책을 살짝 할인해 드립니다. 




두 분이 재미나게 웃는 이유는... 

최영철 작가가 자꾸 이가영 그림작가의 그림을 경매로 팔자고 해서지요ㅎㅎ



정말 안 되는 거야?  물론입니다! 선생님!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요?ㅎㅎ





시작합니다! 총총




박형준   

저도 최영철 선생님의 산문집도 읽고 시도 많이 읽었는데, 오랜만에 성장소설이라는 작품으로 이 책을 읽게 돼서 재밌었습니다. 오늘 이가영 그림작가도 계시는데요. 2대 1이라서 센 질문을 하면, 질 게 뻔하기 때문에 말씀을 많이 듣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성장소설로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영철    

무엇보다 심심해서죠. 올해는 정신이 없겠지만, 부산에서 오십 년 넘게 살다 처음 도요마을에 갔을 때 너무나 심심했습니다. 다들 해가 뜨면 밖에 나갔다 해가 지면 들어오기 때문에 낮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때는 마누라도 집이 팔리지 않아 부산에 있었고요. 무서울 정도로 적막하고 외로웠는데 그 고독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어도 무료하고 시를 쓴다고 해도 사실 시는 번개 같은 불길이 일어야 쓸 수 있습니다. 그 불길 같은 찰나를 붙잡아야 하는데 그게 쉽게 오지 않지요.


제가 10대 문청 시절에도 시보다 소설 습작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왜 포기했느냐면 단편 소설을 쓰면 제대로 한 편을 완성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지구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옛날에 어른을 위한 동화를 두 번 정도 쓴 경험이 있고 그래서 소설도 아닌 동화도 아닌 그 중간에서 가족들 모두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로 시작했어요.


박형준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통해, 문학을 통해 말하고 싶은 성장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최영철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성장이란 말은 물적 팽창이지 않을까요. 그러나 사람의 성장이란 불어나는 게 아니라 비우는 거라 생각합니다. 인간은 비우는 걸 불편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완성은 자각하고 버리는 것, 그것을 깨우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소설에 이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박형준   

어중씨가 도시에서 시골에 온 이유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서입니다. 생의 상실감을 바꿔 보기 위해 삶의 형식을 바꿔 도시에서 시골로 옵니다. 여기 어중씨의 선택에서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장과 이 책에서는 말하는 성장의 의미가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도시의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어중씨가 시골에 오면서 다시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 어중씨도 다른 사람들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과의 관계 지형을 보여준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서문에서 이웃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작가가 생각하는 어중씨 캐릭터가 있고, 이가영 그림 작가가 생각하는 어중씨 캐릭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어떤 경우는 그림이 글과 민주적으로 잘 결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림이 글과 조화롭게 어울리는데요.




이가영    

다행히 최영철 선생님과 같은 마을에 살고, 다행히 자주 만날 수 있어 선생님이 보는 도요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도요마을이 (소설에서) 도야마을로 바뀐 모습을 첨가만 한 게 아닐까 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려 달라는 말에 한동안 그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과 함께 놀면서 교감했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4~5일 만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어중씨가 10년 전에 집을 샀는데 팔 때는 더 싸게 팔아야지 더 비싸게 파느냐는 말에 어중씨의 삶의 지혜와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최영철    

도시는 타자에 대한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무수한 사건이 생겨나면서 사소한 사건은 다뤄지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에는 비춰진 상이 없습니다. 『어중씨 이야기』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시골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시골이라는 무대는 고인 물로, 거기에 비춰진 낯낯들이 소중하게 보입니다.








박형준   

그림이 종종 글을 보조하는 역할로 있습니다. 그러나 『어중씨 이야기』에서는 그림과 글이 조화가 잘 이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그림이 어중씨가 말하는 비움의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여기 이 그림은(163쪽) 마치 우주 한 공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중씨의 여백과 잘 어울립니다. 오일장 그림(141쪽)은 복잡하지만 절대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일장 그림은 어떻게 그리셨나요?


이가영    

이 그림은 실제 삼랑진장 그림이구요, 삼랑진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 제가 본 기억에서 상상을 더해 그려낸 그림입니다.


박형준   

어중씨가 여기 있고요, 상점이 많지만 복잡하거나 바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최영철    

참고로 삼랑진 장은 4,9일 장입니다. (하하)




박형준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최영철    

중심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잘 담았는지, 역량 부족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거 쓰면서 책이 잘 팔리면 엉뚱씨 이야기로 2권을 발간하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이가영    

도요마을에 와서는 그림 그릴 거야 하며 문을 꼭 닫아 놓았습니다. 몇 달 동안 그리기가 잘 안 되서 전전긍긍했는데, 선생님이 이런 그림을 그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 그림을 잠시 놓아두고 글을 읽으면서 글 속에 강변과 산도 보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저에게 굉장히 많은 휴식이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비움이 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어중씨와 도야마을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이 청명해지는 자리였습니다. 책이 잘 팔려서 엉뚱씨 2권도 발간되었으면 좋겠네요^^이날 참석해 주신 독자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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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입니다.


계간 『오늘의문예비평』과 함께하는 산지니 58회 저자와의 만남 주인공은 

최영철 시인의 『어중씨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저자 최영철 시인은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굵직한 시집을 문단에 내놓았고, 자신만의 시 세계로 주목받는 시인입니다. 

그러한 그가 이번에는 섬세한 시인의 감수성으로 청소년을 위한 소설 『어중씨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이번 소설은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어중씨가 하루 동안 겪은 유쾌하고도 기이한 모험담을 따뜻하게 그렸습니다.


아이들, 어른 모두 함께 읽어도 좋은 『어중씨 이야기』.

따스한 봄날, 저녁 나들이 오세요.


행사 끝나고 저자와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뒤풀이도 있습니다. 



일시: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저녁 7시
장소: 책과아이들(교대 전철역 5번 출구 교대로16번길 20)

(행사는 1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사회: 박형준(『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

주최: 산지니, 오늘의문예비평


*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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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씨 이야기

 최영철 성장소


시인 최영철이 오랜만에 소설가로 돌아왔습니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어중씨. 소설에서 어중씨가 살고 있는 도야마을은 실제 작가가 살고 있는 경남 김해 도요마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실감나고 재미나게 읽히는데요, 청소년 소설이지만 아이와 어른 함께 읽어도 좋은 소설입니다. 

그럼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어중씨 매력에 빠져 볼까요. 






◎ 매력이 넘치는 어중씨가 왔다!

최영철 시인이 전하는 따뜻하고 유쾌한 성장소설


엉뚱한 매력을 가진 사랑스러운 어중씨가 왔다. 도시에 살던 어중씨가 시골 도야마을로 이사와 마을 사람들과 좌충우돌을 겪다 어느 날 마님의 심부름으로 장터에 가게 된다. 그러나 평소 어중씨 성격대로 여유를 부리다 그만 장터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만다. 외진 시골 마을이라 버스를 타고 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기에 어중씨는 결국 걸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도야마을에서 장터까지 가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님이 부탁한 물건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리고 길에서 학생들, 강아지 길동이, 목사, 순례자 등을 만나며 그 어느 때보다 기묘한 하루가 어중씨에게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 최영철 시인은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굵직한 시집을 문단에 내놓았고, 자신만의 시 세계로 주목받는 시인이다. 그러한 그가 이번에는 섬세한 시인의 감수성으로 청소년을 위한 소설 『어중씨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소설은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어중씨가 하루 동안 겪은 유쾌하고도 기이한 모험담을 따뜻하게 그렸다.


짐작했듯이 『어중씨 이야기』는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좀머 씨가 이 마을 저 마을 바삐 다니면서 사람들의 의심과 걱정을 살 때 좀머 씨는 당당히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말한다. 좀머 씨의 이 대답은 독자들이 오랫동안 이 책을 사랑하게 한 이유이다. 『어중씨 이야기』의 어중씨 역시 ‘나는 여기가 좋아’라고 당당히 말하며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바꾸려는 의지이기에, 지금 부족하고 미흡해도 괜찮다고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도시였다면 어중 씨는 경쟁에 뒤처지고 주눅 들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은 잘하는 게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금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봐 주곤 했습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경쟁하는 도시 사람에게 인간 본연의 심성을 깨우치고 살려 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소설이 됐습니다."


소설은 어중 씨가 아내의 심부름으로 오랜만에 읍내로 나서는 하루를 그렸다. 여유를 부리다 버스를 놓치는 등 출발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길에서 아이들 강아지 목사 순례자를 만나며 유쾌하면서도 기이한 모험을 하게 된다.


<부산일보> 2014-03-20 김영한 기자

원본 읽기





어중씨가 최영철 작가와 닮은 듯하네요^^


◎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어중씨가 발견한 일상의 새로운 의미


마을에 초상이 나서 염불을 좀 해달라고 마을 이장님이 어중씨 집을 찾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어중씨는 언제부터인가 아내를 마누라님으로 부르고 있다. 마누라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보라는 호칭보다 훨씬 다정하고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마님으로 줄여 부르기 시작하자 마님 역시 어중씨를 따라 서방님을 서님~ 서님~ 하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이장님이 불쑥 찾아와 염불을 부탁하며 묻는다. “스님 아니세요? 이 댁 아주머니가 스님 스님 불러서 환속한 스님인 줄 알았는데.”

시종일관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흘러가는 이 소설을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며 정신없이 읽다 보면 어느새 잊고 있었던 일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이나 길, 이웃, 마을 등에 대한 어중씨 특유의 유쾌하고 엉뚱한 상상으로 우리 앞에 놓인 일상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지은이 최영철과 그린이 이가영. 책이 나온 날 다함께 식사를 했는데요 그날 살짝 찍었습니다. 컨셉은 아버지와 딸이라고 하네요 후후


◎ 최영철 시인이 실제 살고 있는 도요마을 배경

도요마을에 함께 사는 그림 작가도 참여


소설에서 어중씨가 마님과 함께 한눈에 반한 도야마을은 실제 최영철 시인이 살고 있는 김해 생림면 도요마을이다. 우편물을 보내도 한참이 지나야 도착하는 외딴 시골 마을에 최영철 시인은 부인과 함께 글 쓰며 살고 있다. 도요마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최영철 시인이 가진 섬세하고 투명한 감수성이 이 소설에서 잘 녹아들어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소설로 읽힌다.


이번 소설에 그림을 그린 이가영 작가 역시 도요마을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어중씨가 바라보던 강물처럼 아름다운 강이 에워싼 이 마을을 모티브 삼아 그리다 궁금할 때면 문밖을 나와 강가를 거닐고 나무도 안아 보고, 길에서 만난 길동이 같은 강아지에게 말도 붙여가며 재밌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며 소설이 펼쳐지는 도야마을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이러한 마음을 그림에 고스란히 담아 읽는 이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했다.



글쓴이 : 최영철

시를 쓰는 사람으로,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습니다. 시집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과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 등 여러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고,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어중씨가 태어난 도요마을에서 글 쓰며 살고 있습니다. http://blog.daum.net/jms5244


그린이 : 이가영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습니다. 한·중·일·러 초대전, 2009블루닷아시아, 유령전 등 단체전과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최영철 선생님과 한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어중씨가 바라보던 강물처럼 아름다운 강이 에워싼 이 마을을 모티브 삼아 그리다 궁금할 때면 문밖을 나와 강가를 거닐고 나무도 안아 보고, 길에서 만난 길동이 같은 강아지에게 말도 붙여가며 재밌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nakta00@icloud.com




『어중씨 이야기』 꿈꾸는 보라매06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
소설 | 신국판 |
180쪽 | 12,000원

2014년 3월 15일 출간 

ISBN :978-89-6545-242-3 43810


섬세한 시인의 감수성으로 써내려간 청소년을 위한 소설로,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어중씨가 하루 동안 겪은 유쾌하고도 기이한 모험담을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도요마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저자가 가진 섬세하고 투명한 감수성이 잘 녹아들어 아름다운 동화 같은 소설로 읽힌다.






◎ 서점과 인터넷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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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쓴 쉰다섯 남자의 '성장 소설'


최영철 시인의 '어중씨 이야기' 

시골 마을에서의 경험 녹여 내



▲ 소설에 삽입된 어중 씨 부부 삽화. 최영철 시인과 함께 도요 마을에 사는 이가영 씨 그림이다. 산지니 제공


'어중씨 이야기'(산지니)의 작가는 최영철 시인이다. 2010년 10월 김해 도요마을로 들어가 살고 있는 시인이 시골 마을에서 살아온 경험을 녹여 낸 동화 같은 소설 한 편이다.


"심심해서 쓴 시시껄렁한 이야기입니다. 시인이 엉뚱한 발상을 하잖아요. 앞뒤가 안 맞는 상상력인데 동화 장르와 맞는 측면이 있어요." 


연극인과 함께 사는 도요 마을에서 '작가'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는 거다. "옛날 작가는 극작을 쓰면서 시 소설도 썼는데, 요즘은 자기 장르에만 묻혀 있다. 시인이 시도 쓰고 소설 희곡도 쓰면 문학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한다"는 게 시인이 소설을 쓴 변이다.


소설 주인공 '어중 씨' 캐릭터가 흥미롭다. 전직 국어교사로 도시에 살다 시골 마을로 들어간 쉰다섯 남자다. 잘 잊고 행동이 굼뜬 데다 할 일을 놓치면서도 남 사정을 그냥 모른 척 지나치질 못한다. 어중 씨에게선 최 시인의 평소 모습도 얼핏 겹친다.



도시였다면 어중 씨는 경쟁에 뒤처지고 주눅 들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은 잘하는 게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금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봐 주곤 했습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경쟁하는 도시 사람에게 인간 본연의 심성을 깨우치고 살려 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소설이 됐습니다."


소설은 어중 씨가 아내의 심부름으로 오랜만에 읍내로 나서는 하루를 그렸다. 여유를 부리다 버스를 놓치는 등 출발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길에서 아이들 강아지 목사 순례자를 만나며 유쾌하면서도 기이한 모험을 하게 된다. 


성장 소설이라 붙여 놓은 소설이지만 꼭 아이들 책은 아니다. 도시 사람을 격려하고 위로하려는 게 시인의 마음이다. "짧은 한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바꾸려고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 어딘가 미흡한 인간들이고, 계속 성장 중에 있는 인간들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이웃이며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산일보 김영한 기자 

2014-03-20 | 16면


원본읽기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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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유. 회 다!


 지난 토요일 평소에는 문자와 씨름하는 산지니 가족들이 이학천, 전성욱 편집위원과 함께 자연을 만나러 경남 김해 생림면에 있는 도요마을로 떠났다.


도시는 농촌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농촌은 도시 없어도 살 수 있다는 말.

도요마을은 이 옛말을 잘 따르고 있었다. 마을에는 흔한 슈퍼조차 없어 물 한 병도 살 수 없었다. 부산에서 대략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생활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문득, 이제부터 도시를 떠나 온 우리가 소비할 건 푸른 산과 유유히 흐르는 강, 그리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풍경은 새롭게 바뀌었다. 도요극장 밖




도요에서 우리를 맞이한 건 마을 주민이자 문학가 조명숙 선생님과 최영철 선생님. 조명숙 선생님은 『댄싱맘』, 최영철 선생님은『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로 산지니와 인연을 맺었다.

작가를 만나면 동물적으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문체와 구어가 다르듯, 문체로만 만나는 게 대부분인 작가와 독자의 만남 속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이제부터 그들의 문체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래서인지 목소리는 들으면 들을 수 록 신기하다.


오른쪽부터 최영철 선생님, 조명숙 선생님 그리고 산지니 가족들


 예전에는 모두 감자밭이었으나 지금은 정부사업으로 도로로 변했다.


여하튼 우리는 부산과 도요마을의 시차를 적응하지 못한 채 최영철 선생님의 목소리를 졸졸 따라갔다. 아래쪽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다리 위로 간간히 기차가 지나다녔다. 주변에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답답하지 않았다.

최영철 선생님은 산지니가 왔다고 도로를 만들었다고 농담하셨는데 정말로 정부사업으로 새로 도로를 만든 길이었다. 한때는 모두 감자밭이었다고 하니 『동백꽃』에 점순이는 어디서 감자를 캐고 있을까, 여름에 감자 찌어 먹으면 맛있는데 하는 별별 생각을 하다가 도요마을에 핫 플레이스, 정자로 향했다.


도란도란 밥먹는 우리들


역시 야유회의 꽃은 도시락. 김밥과 닭강정, 다양한 과일 등 든든하게 먹을거리를 사온 우리는 마음껏 먹었다. 최영철 선생님과 도요 마을 이야기도 하고 전성욱 선생님의 상하이기행 후기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도시락의 깍두기는 산지니의 K가 되었다.


전성욱 선생님의 특유의 묘사력과 생생한 목소리로 상하이의 K 이야기는 우리 배꼽을 빠지게 했다. 거기에 평소에 우리가 아는 K까지.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 하는 상사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부지런한 우리의 K는 그렇지 않고 늘 사무실을 배회한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쏟아져 나온 K의 이야기들. 물론, 참을 수 없을 만큼 웃겼다. 뭐, 야유회니까...

그렇게 야유회만 간다면 비가 온다는 대표님의 징크스대로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징크스에도 강약이 있는지 비가 왔지만 좋았다. 초록은 진하게, 바람은 시원하게. 땅은 촉촉하게.



비가 내리자 차가 올때까지 잠시 정자에서 기다리고 있는 세 분. 왠지 인상적이다.


발걸음을 옮겨 도요가족극장에서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갔다. 이번 뮤지컬은 생림초등학교 전교생 70명과 교사들이 참여한 동요뮤지컬로 연희단 거리패 지도로 만들어진 무대다. 뮤지컬 <푸른 하늘 은하수>는 작지만 강한 무대였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순수했고 모두가 함께 참여했기에 아름다웠다.




도요마을에 있는 창작스튜디오. 배우의 집부터 연극 할 수 있는 무대와 공간들이 있다.


생림초등학교 어린이 뮤지컬이 시작된다. 덩달아 떨린다.




마지막 장소는 최영철 선생님과 조명숙 선생님 집으로 갔다.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는 종횡무진 했지만 출판 안에 있었다.


그러는 동안 비가 왔고 해가 지고 있었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이별의 시간은 더 길었겠지. 한참을 이별의 인사말을 나눈 후 우리는 도시로, 부산으로, 집으로, 일상으로, 저녁으로 향했다.

야유회가 끝나고 다시 높이 멀리 날기 위해 날개를 펼치는 산지니. 

도요에서 느낀 데로 작지만 강하게. 푸르게, 단단하게.


그럼 다음 야유회 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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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김해시 생림면 | 도요마을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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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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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2.07.18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유회 후기 잘 봤어요! 다음 야유회가 기대돼요ㅋㅋ 다 좋은데 사진을 전복라면이 찍어서 그런지 별로네요 흠...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12.07.18 0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중요한 장면은 다 있었다는^^ 글쓰는데는 전혀 문제없었어요. 사진과 글이 딱 맞아서 ㅎㅎ

  3. BlogIcon 엘뤼에르 2012.07.18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즈넉한 도요마을의 정경이 안개와 겹쳐 더욱 몽롱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네요. 그날 너무 즐거웠어요!

  4. BlogIcon 라몽. 2012.07.18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못간 게 후회되네요ㅜㅜ 안그래도 전복라면님을 사진 속에서 찾았는데 없길래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사진기사셨군요..!

지난 주말 김해 도요마을에서 열린 '도요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2회째인 북콘서트는 예술인마을인 '도요림'의 입주도 겸해서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오셔서 말그대로 마을잔치 분위기였습니다.

공연이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남아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예술인마을 '도요림' 풍경


현재 도요림에는 연극인 이윤택 선생님과 극단 '연희단거리패' 단원들, 도요출판사의 최영철 시인도 입주해 있구요, 다른 예술인들도 입주를 원하면 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구경하는 집

구경하는 집 내부. 아담한 방 2개와 화장실, 커다란 나무책상과 군데군데 책장이 붙박이로 붙어 있네요. 뭣보다 방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연극단의 작업 공간인 도요창작스튜디오입니다.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동네 어르신들과 외지에서 온 문인, 예술인들로 꽉 찬 객석


드디어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던 관객석에 사람들이 들어 앉고  사물놀이패의 여는 마당으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접 보는 사물놀이는 너무 오랜만이라 절로 흥이 났습니다. 바로 곁에서 울려대는 북, 징, 꽹가리, 장구 소리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습니다.


더운날씨에 공연하느라 고생한 사물놀이패.


연극배우로 오랜 세월 활동했고 최근 <방자전>에서 열연한 영화배우 오달수 씨가  '나의 노동'(엄국현 작)을 낭송했습니다.


이어서 연희단거리패가 <태양의 제국>을 공연했습니다.
젋은 연극인들은 몸이 어찌나 가벼운지 걸어다니지 않고 날라다니는듯 보였습니다. 솔직히 보고나서도 극의 내용은 뭔 얘긴지 잘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배우들의 함성소리, 춤과 노래를 라이브로 보니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태양의 제국 - 암흑전설의 숲에 빛을 내리다



마지막으로 거리 예술가 우창수 씨와 함께 배워본 동요 <보리밥>
보리밥을 먹고 산다
보리밥은 맛있다
보리밥이 최고다
빵구도 잘 나온다

우창수의 동요메들리


잔치에는 먹을 거리가 빠지면 섭섭하죠.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 살얼음 동동 뜬 악양말걸리와 수육, 도토리묵, 고추튀김 등등.



도요마을 풍경


도요마을은 경상남도 김해시 생림면에 있습니다.
마을 옆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구요.
한적한 마을풍경을 뒤로하고 부산으로 돌아 가는 길. 
넓게 펼쳐진 논밭 끝머리에는 낙동강 살리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낙동강 살리기 제11공구, 12공구'라는 뻔번스런 간판을 보고 다들 급우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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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김해시 생림면 | 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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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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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따사로운 주말 오후.
김해 생림 도요마을에서 북 콘서트가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 나들이 삼아 다녀왔다.  
김해는 부산 바로 옆도시이긴 했지만 도요마을은 김해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곳이었다.
제법 높은 산세를 자랑하는 무척산 옆을 돌아 낙동강을 끼고 돌아가니 아담한 도요마을이 보였다. 폐교된 분교를 고쳐 만든 도요창작스튜디오 안에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연습실이 있고, 작은 도서관과 <도요출판사>가 명패를 달고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조갑상 소설가

많은 문학인,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넘어가는 저녁 햇살 아래 조용하고도 부드럽게 진행되었는데, <테하차피의 달>을 쓰신 조갑상 교수님께서도 참석하셔서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조갑상 교수님의 부친께서는 공무원을 하셨는데 퇴임을 하실 적에 연금을 한꺼번에 받는 걸로 선택을 하셨다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그러지 않았더라면 아흔이 넘는 지금까지도 연금을 받고 계시지 않았겠느냐고, 국민세금을 축내지 않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씀하셔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손, 장남으로서의 애환을 말씀해주신 마산의 성선경 시인은 아버지에 대한 재미있는 시를 낭송해주셨다.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연극 공연도 이루어졌는데, 이는 조용한 마을에 스튜디오가 들어와서 연습과 공연으로 행여 마을 주민들께 누가 될까봐 마을 주민들한테 연극을 선물한다는 의미도 같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극단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공연한 극은 현대판 <춘향전>이었는데, 이몽룡이 청바지를 입고 나와 신세대 도련님의 이미지를 보여주었고, 춘향이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거친 욕설을 입에 달고 있어 새로운 캐릭터을 보여주었다. 

데리고 간 막내 녀석은 춘향이 누나가 마음에 드는지 이도령과 방자가 나와서 한참을 실갱이를 하자 "그 누나는 언제 나와?" ... "왜 빨리 안 나와" 하면서 계속 관심을 보인다.(예쁜 건 알아가지고...^^) 또 배우들이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나오니 이상한지 "저건 언제 지울 거야?" 하면서 유심히 쳐다본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도 "엄마, 연극 재밌었어" 하면서 계속 생각이 나는 눈치다.

앞으로도 이 도요마을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화행사를 계속할 거라 하니 주말 나들이 삼아 한 번씩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무대에도 한 번 올라가 보고...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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