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와 문향 갖춘 두 권의 산문집

문계성 수필가 수필집 ‘찔레’, 장동범 시인 산문집 ‘나절로 인생’ 눈길

 

  문계성 수필가와 그의 첫 수필집 <찔레>. 한강 제공

 

■ 기독교·불교·미술·문학 넘나드는 수필집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계성 수필가가 첫 수필집 <찔레>(한강)를 출간했다. 수필집에 묶은 글은 “때로는 지독하게 외로움을 타고, 때로는 환희에 겨워 몸을 떨던 내 혼의 얼굴”이라고 해놓은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짙은 문향을 머금고 있다.

그는 “글을 쓰면서 숱한 생각과 감정들은 이해되고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내 마음에 사는 온갖 중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 생각과 감정들에 저항할 때 번뇌였지만, 그것을 허용할 때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유였다고 한다.

성적 욕망에 대한 그의 불교적 사유와 탐구는 빛난다. 그 글은 티베트 밀교의 고승이 “승복 뒤에 숨겨진 성적 욕망을 감출 수 없었다”라고 고백하면서 승복을 벗었다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원효의) 무애(無碍)야말로 도의 극치가 아닌가”라며 “무애는 오온칠정과 함께 살면서 거기에 사로잡히지 않고 즐길 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썼다.

“파계는 계율을 가진 사람들의 것이고 자연에는 파계할 계율이 없다. (중략) 자연이 사람에게 오욕과 칠정을 주었고, 이는 사람들이 즐겁게 사용하라고 준 것이다. 그래서 잘 쓰다가 싫어지면 버리면 된다. 몸이 사라지면 어차피 전부 사라질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진정한 수행이란 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욕칠정을 잘 가지고 놀다가 잘 버리는 것, 내가 그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닐까?”

37년간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했다는 그의 글은 기독교 불교, 그리고 미술 문학 등을 넘나들고 있다.

 

  시인 장동범과 그의 칠순 문집 <나절로 인생>. 부산일보 DB

 

■ 칠순 삶의 안팎과 얼개가 느껴지는 문집

장동범 시인이 칠순 문집 <나절로 인생>(산지니)을 냈다. 그는 기자, 방송국장, 부산외대와 경성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으며 1999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해 그간 일곱 권의 시집 등을 냈던 문사다. 이번 문집에는 산문 칼럼 독서일기 등이 5부로 나눠 실렸는데 그의 칠순 삶의 안팎과 얼개가 느껴지는 짧고 긴 글들이다. 많은 글들이 흥과 감각, 재치로 넘치는데 그것의 뿌리는 깊은 사유, 칠순의 연륜, 기자로서의 삶에 있을 것이다.

그는 통도사 수안 스님에게서 ‘때때로 한가하게 거한다(時時閑居)’라는 글귀를 받았는데 곰곰이 보니 ‘시시한거’라고 읽는 데 묘미가 있다고 한다. 그는 덕수 장씨로, 시조가 1274년 세조 쿠빌라이의 딸 제국대장공주와 함께 고려에 귀화한 아랍인 시종무관 ‘산코(三哥)’인데 핏줄의 내력 때문인지 부산대 국문과를 다니던 젊은 시절부터 용서의 미학을 살았던 ‘아랍인 신라 처용’에 관심을 가졌었다는 얘기도 있다.

수필집 제목에 보이는 ‘나절로(我自然)’는 조선 중기 김인후의 ‘자연가(自然歌)’에서 따온 구절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지경을 내다본다. 시인으로서 그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한 마디로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시”라고 한다. ‘어머니, 물레에 손이 가지 않아요~’. 앳된 소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설레는 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한 사포의 구절처럼 행간 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독서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 불교와 인연이 닿았는데 지난해 <아함전서> 16권을 통독했다고 한다. 선인들의 열독 경험에 따르면 나이 들어서는 불경을 읽어야 한다고도 했다는데 그는 <아함전서>를 통독하면서 “2500여 년 전 붓다 가르침의 진수를 생생하고 마치 곁에서 법문 듣듯 읽고 새기며 1년 내내 행복했다”고 적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엔도 슈사쿠의 묘비명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릅니다’. 칠순에 이른 그의 글이 푸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출처: 부산일보

 

알라딘: 나절로 인생 (aladin.co.kr)

 

나절로 인생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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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절로 인생 

 

 

▶ 나절로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원고를 정리하다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기록한 단상을 비롯하여 산문, 칼럼, 독서일기 등이 담겼다.

나절로 인생이라는 제목은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절로처럼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었다. 300쪽에 달하는 꽤 두툼한 책에는 칠순의 나이에 흩어진 글을 하나하나 살피며 반듯하게 엮어내는 모습과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드러난다. 표지그림과 제호는 저자의 호를 지어준 통도사 수안 스님의 작품이다.

 

▶ 비로소 인생의 참맛을 아는 나이에 공개하는 문집

장동범 시인은 2021, 올해 칠순이다. 그의 주위 연배 지인들은 고희古稀를 일러 비로소 인생의 참맛을 아는 나이라 격려한다.

책의 1스마트폰을 열며에는 20144월부터 1천 회 가까이 스마트폰에 기록한 수촌야화壽村野話사진과 글 가운데, 25편의 내용을 발췌해서 실었다. 음악과 미술과 시와 풍경 등 평소 관심을 가지는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저자는 시인이다. 그런데 시만 쓰는 시인은 드물다. 2붓 따라 글 따라에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붓 가는 대로 자유롭게 쓴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그동안 이곳저곳에 써 놓은 글을 모은 것이다.

3강단에서는 경성대 언론홍보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인터넷 언론 <시빅뉴스>에 정기적으로 기고했던 칼럼이 담겨 있다. 주로 제자들을 생각하며 쓰긴 했으나, 누구나 읽고 그 울림을 들을 만한 글이다.

4책갈피에는 저자가 읽은 책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시대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시인이나 작가에게 여전히 소중한 가치이다. 그 단면을 저자의 독서경험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창작에는 비평이 뒤따른다. 특히 짧은 시 쓰기에 열심인 저자는 자신의 시에 대한 견해를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했는데. 이에 5시에 관하여에서는 시인인 저자가 보는 시에 대한 감상과 저자가 직접 쓴 시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KBS 대구방송총국 보도국장이던 시절 인터뷰한 내용과 마산고등학교 개교 80주년 기념문집에 수록한 시편이 부록으로 들어 있다.

 

▶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여전히 공부하고 소통하는 삶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배울 것이다. 또 남은 시간 오랜 생명력을 지닌 옛글(고전)들을 두고두고 천천히 읽고 음미할 것이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글에서 배운 바가 있다면 그 느낌을 간혹 기록해 남길 것이다. 일찍이 로마 원로원에서 카이오 티투스는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남는다(Verba volant, scripta manent)”라 했다. 이 세상 모든 기록물들은 ‘배워서 남 주자!’의 실천과 다름없다. 앞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시를 쓸 수 있어 좋고, 끝으로 그동안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한 대학 강단이 고맙다!

_‘들어가며’ 중에서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는 동안에도 저자의 마음은 한결같다. 쉬지 않고 정진하는 삶, 책 읽기와 시 쓰기 같은 배움으로 더 나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것. 올해 초 네 명의 시인과 함께 공동시집을 낸 데 이어 개인 문집까지 발표하는 성실함이 그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저자는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天无絶人之路)’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어딘지 모르지만 왔고 어딘지 모르지만 간다. 그래서 세상살이는 고단한 나그네이기도 하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우여곡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저자와 같이, 세상에서 머물거나 떠도는 동안 자족할 줄 아는 나그네로 살 줄 알아야겠다.

 

 

첫 문장

인생 칠십이 흔한 일이 되었지만 맞이하는 저마다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책 속으로 / 밑줄긋기

📌 P.28 외출도 하고 모임도 월 몇 차례 있지만 일상을 굳이 소개한 것은 단순한 생활에서 오는 낙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 하여 시간에 늘 쫓기는 분들, 괴테의 시구처럼 조금만 기다리시라! 시간 주체못할 때가 언젠가 온다.

📌 P.74 어릴 적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절임에도 명절이 기다려지는 즐거움이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땀이 차 잘 미끄러지는 낡은 검정 고무신 대신 앞에 고무밴드를 댄 운동화를 빔으로 받고서 신을 날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다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려 안타까웠던 추억!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기쁜 일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이다.

📌 P.111 원만한 대화란 상대의 말을 잘 듣고 답하는 식으로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생활에서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고, 아무리 통신 수단이 발달해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아날로그적인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 P.228 책은 추억을 깊숙이 소환하는 미디어다. 1976, 지도교수께서 대학에 남기를 권했지만 졸업 전 생활 전선에 나섰다. 그러나 문학의 꿈은 버리지 못하고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기웃거렸다. 내가 손때 묻은 책들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 P.243 좋은 시란 어떤 시인가? 아마 평자評者 수만큼이나 좋은 시에 관한 정의는 많을 게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한 마디로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시이다.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공감대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

📌 P.277-278 장동범 시인은 전화에서 느꼈던 정다움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생생한 현장을 보도하는 뉴스가 주는 표면 위의 날카로움은 그이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그를 만난 첫인상이다. 보도국의 장동범 국장이 아닌 시를 쓰는 남자 장동범의 시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저자 소개

장동범

1952가고파의 고향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 성호초등학교(57), 마산중(17), 마산고(30)를 거쳐 부산대 문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에서 쭉 살고 있다.

1976년 중앙일보, 동양방송 기자로 출발했으나 1980년 언론 통폐합으로 KBS로 자리를 옮겨 부산, 창원, 대구에서 기자, 부장, 보도국장을 거쳐 울산방송국장을 역임한 뒤 2010년 정년퇴직했다. 학업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부산외대, 경성대에서 2개의 석사학위를 딴 인연으로 두 대학에서 7년간 겸임, 초빙교수로 일했다.

1999년 월간 <시문학>에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해 심심7권의 시집을 자비로 출판했으며 30년 언론인 생활의 소회를 적은 칼럼집 촌기자의 곧은 소리와 공동시집 오후 다섯 시의 풍경도 상재했다.

백수인 요즘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스마트폰을 통해 한정된 지인들과 SNS로 소통도 하고 특히 불교에 관심이 많아 공부도 나름 하고 있다.

 

차례

더보기

글머리에

 

1부 스마트폰을 열며

귀가 순해진다는 것은 | 병원 가는 길에 | 모든 산봉우리에 휴식 있노라 | 시작 메모 | 우물쭈물할 겨를이 없다 | 고운 떡갈나무 단풍 | 한가하게 거한다 | 무명시인의 하루 | 내 안으로의 여행 | 불란서 빵집 앞에서 | 가을 햇살 | 꽃무릇 유감 | 파도처럼 잠깐의 흐름 | 끼리끼리 어울리며 | 멈추어 보는 지혜 | 과거로의 여행 | 인류의 고난과 연민 | 버리고 줄이고 비우며 | 출산의 기쁨 | 파스칼의 구체 |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 나이 일흔에 | 봄이 무르익었다 | 오래된 필통에서 | 절로 절로 나절로

 

2부 붓 따라 글 따라

삼산거사의 세상 사는 이야기 | 황금 돼지해의 어떤 고백 | 괭이갈매기와 아구찜 | 지하철에서 동기회 모임까지 | 선물-우분투 | 처용, 용서의 미학 | 또 한 해를 보내며 | 매화 옛등걸에 봄이 왔으나 | 바다의 갈채 | 양파를 뽑으며 | 평화가 바로 길이다 | 산천은 의구한데 | 러시아 문학기행민중의 고통 속에 꽃핀, 그러나 미완의 혁명 | 한잔 술이나 할까

 

3부 강단에서

수구리족과 모바일 세대, 그리고 인간소통 부재 | 그래서 여러분에게 미안합니다! | 저마다 있는 곳에서 주체적인 삶을! | 잡초는 없다 | 심심해지자! | 국민이 국가다 | 대학의 위기와 책 이야기 |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 평형감각이 필요하다 | 부자와 문화보국 | 조상 이야기 | 그때는 그랬지요 | 살아남은 자의 슬픔 | 우리의 소원 | ‘안티푸라민의 추억 | 사람이 곧 하늘이다 | 마음 비우기 | 배워서 남 주자!

 

4부 책갈피

독서의 정점이 될 책이 왔다 | 꽃향기 훔친 도둑 | 읽을 책은 쌓이고 | 아함경 일독을 마치며 | 내 인생의 책 | 진흙에서 연꽃을 피운 구마라집 | 인문학의 보고 <삼국유사>를 읽고 | 바다의 침묵 | 책 읽기, 본다는 것 | 폭염과 독서-서늘한 독후감 | 사아디라는 페르시아 시인

 

5부 시에 관하여

시 짓기의 아픔 | 나의 시 쓰기 | 짧은 시에 관하여

 

부록1: 인터뷰 작가를 만나다

부록2: 학림문향鶴林文香수록 시편

약력: 수촌 장동범 칠순 흔적

 

 

나절로 인생

장동범 지음 | 304쪽 | 150*220 | 978-89-6545-726-8 |

18,000원 | 2021년 5월 18일 출간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기록한 단상을 비롯하여 산문, 칼럼, 독서일기 등이 담겼다.

 

알라딘: 나절로 인생 (aladin.co.kr)

 

나절로 인생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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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규 산문집

을 굽다




소설가 정태규, 그가 구워낸 사유의 그릇 『꿈을 굽다』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과 『길 위에서』로 예민한 감수성과 함께 세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가치관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소설가 정태규. 그가 지난 이십여 년 세월 동안 기발표 단문들을 모아 첫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이번 산문집에서 독자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소설가 정태규의 삶의 단면과 함께 그만이 가지고 있는 소설가 특유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 소설가가 어떻게 소설 쓰기를 결심하게 되었으며, 교직을 겸업하면서 교단에서의 작가의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지 짐작할 수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 실린 글들은 내 개인적으로 다들 만만찮은 의미를 품고 있어 책을 엮어내는 감회가 새롭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의 내 생각과 감성과 삶이 일기처럼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설의 형식으로 가공되지 않은, 날것으로서의 내 삶과 사유가 비린내를 풀풀 풍기고 있어 민망하기도 하고 글을 쓸 당시의 내 삶의 포즈가 생각나 재미있기도 하다는 것이다._서문에서




세상을 향한 작가의 꿈을 담아내다

제목 『꿈을 굽다』가 암시하듯, 작가는 세상을 향한 염원을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꿈꾸지 않는 자신에 대한 자책, 스스로의 소설에 진실하고 진지한 영혼이 담겼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한국 문화계 단면에 대한 날선 목소리 등 정태규 소설가의 글에는 한결같이 ‘꿈’에 대한 갈망이 녹아 있다. 좀 더 나은 작품을 쓰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예술인들과 문화인들이 대접받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소설가가 아닌 생활인으로서 세상의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는 이상적인 삶을 위해서, 소설가 정태규는 아직도 소년처럼 늘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소설가가 바라본 세상읽기

“꽃이 뭐라고 하니?”

그러자 꼬마는 맑은 눈망울과 딴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엄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예쁘다고 인사했는데 대답을 안 해. 꽃은 입이 없나 봐. 그치? 엄마.”

아이의 엄마가 웃었고 나도 슬며시 따라 웃었다.

우리는 휴일이면 자연을 찾아 꽃과 나무를 보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즐기는 대상으로만 볼 뿐 아무도 그것들을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자연은 건강과 휴식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꽃과 나무가 사람과 같은 영혼을 가졌다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_꽃에 이르는 길

정태규가 빚어내는 사유의 빛은 독특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성세대답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꽃과 대화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꽃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고, 해외 입양아 친부모 찾아주기 방송프로그램을 보며 길러준 부모의 칭송에는 인색한 순혈주의를 비판한다. 이 책은 조금 더 다른 시각에 서서, 조금 더 다른 시선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려 애쓰는 소설가 정태규의 모습을 담아냈다.


정태규 문학의 모든 것

이번 산문집 『꿈을 굽다』는 교직을 겸업하고 있는 소설가의 교단일기를 비롯해 「부산일보」에 연재되기도 했던 정태규 소설가의 독서일기도 함께 실려 있다. 가히 정태규 문학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편지글과 일상글을 모두 포함한 60여 편의 글을 한 권의 책에 모았다. 특히나 1장 ‘예술과 문학의 향기’에는 작가가 소설을 창작하게 된 계기와 함께 소설 쓰기의 원동력, 글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 등이 오롯이 담겨 있어 정태규 문학의 원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3장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 편 또한 놓칠 수 없는데, 소설가가 읽는 다른 문학의 매력을 엿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지은이 : 정태규

 쪽수 : 259쪽

 판형 : 46판 양장

 ISBN : 978-89-6545-208-9 03810

 값 : 15,000원

 발행일 : 2012년 12월 31일



글쓴이 : 정태규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를 거쳐 동대학원(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고,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집이 있는 풍경』, 『길 위에서』가 있으며, 제1회 부산소설문학상, 제28회 향파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메일 : ssangbaek@hanmail.net


차례

1장 예술과 문학의 향기

알바트로스의 꿈 | 초발심(初發心) | 갈천리에서 | 글에 대한 겸손 | 늑대를 찾아 | 생각의 씨 | 소설가 지망생 N형에게 | 숲의 정령을 위해 | 집을 짓는 힘 | 막걸리처럼 들큼한 문학 기행 | 김기덕 표 영화를 보다


2장 문화라는 집에 걸린 깃발

골프 유감 | 바보 같은 | 수서양단(首鼠兩端) | 외화(外畵) 제목론 | 페가수스의 비극 | 호기심의 문화 | 영화배우 안성기, 그 깊고 서늘한 눈빛 | 조선인이 세운 일본 도자기의 메카, 아리타 | 영어에 영혼을 팔다 | 귀 없는 토끼와 귀이빨대칭이 조개, 그리고 생태문학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그 큰 깃발 홀로 흔들다가


3장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

똥에 관한 유쾌한 단상 | 밀란 쿤데라의 『느림』 | 사랑과 야망의 대서사시 | 『잃어버린 고대문명』 | 사랑, 그 쓸쓸함 | 통과제의의 공간 | 유년의 트라우마 | 권력과 저항 | 자조(自嘲)의 깨달음 | 예술가의 삶 | 구원의 빛을 찾아 | 죽음의 아이러니


4장 빈 교실에 혼자 앉아

3월에 | 따뜻한 제자 | 말 더듬기 | 사랑의 매 | 사물놀이와 교육 | 얘들아 행복하니? | 행복할 권리 | 영화에 나타난 교사의 이미지


5장 살면서 가끔 우두커니 서서

꼬마 아가씨 | 바둑 유감 | 별 이야기 | 보리밥과 손수건 | 생각의 발효 | 꽃에 이르는 길 | 아름다운 순간 | 아이들은 자란다! | 음치의 일기 | 짝사랑 | 청사포에서 | 초등학교 | 오월에는 | 감나무 연가 | 순혈(純血)주의 유감 | 장자산을 오르며 | 남강 다리의 추억 | 오늘도 난 ‘사랑방’에 간다. | 아들아, 보아라.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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