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도 사상 선인들이 진리를 설파하기 위해 공통으로 내세운 가치는 무엇일까? 유교가 내세운 군자(君子)의 이미지, 불교의 선(禪), 노장사상의 유유자적함은 모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수행으로 세상살이를 강조했다. 진리는 거대한 말씀이기도 하지만 곧 사람답게 살기 위한 개인의 성찰과도 다르지 않았으며, 수행의 방식은 달랐지만 동양의 사유는 공히 깨달음의 이치를 익히는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원효스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에서 비롯하여 동양 전통 사상에서 펼쳐지는 사유들를 정리하고 강의해온 저자 김종의 교수는 대학의 생활을 정리하고 밀양 매화리에 작은 수행 공간을 마련하여 진리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 단순하지만 묵직한 타이틀이 달린『깨달음』은 학문적 수행으로 갈고닦은 동양의 사유들을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변주해낸 드문 책이다. 어지러운 세상을 건너갈 희망의 좌표로서 ‘하나(一)’의 가치를 내세운 유불도 선인들의 사상은 일상의 하루하루 속에서 과연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까? 쉽게 읽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말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 선인의 수행과 대화,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무상(無常)의 미학으로 펼쳐지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1부 「몸과 마음」, 2부「행복한 삶」, 3부 「선(禪)과 깨달음」, 4부「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5부「관심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진리로서의 ‘깨달음’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탐색하는 2부를 중심으로 사상의 언어인 관념어보다는 일상 속 대화에서 나눌 법한 삶의 보편적 물음들이 큰 테마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동양 사상의 정수가 집약된 고서의 내용을 적극 인용하고 학문적 수행으로 다져진 사유로 재해석하여 쉽게 들려준다. 특히 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선인들의 대화와 수행적 언술이 저자의 통찰을 경유하여 현대인의 삶의 지침으로 변주되는 대목을 주목해보자.
가령 유교의 이상을 정립한 「중용(中庸)」에서 설파된 진실됨(誠)으로서의 천명, 불교의 핵심을 드러내고 있는 「금강경(金剛經)」에서 드러나는 상(相) 이치, 노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강조한 ‘무위(無爲)’사상은 ‘깨달음’이라는 세상살이의 지혜로 풀이되어 독자에게 전해진다. 심오한 영적 깨우침의 위상을 지녔던 사상의 딱딱함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일상의 기술과 만나는 순간 단순하고도 분명한 이치로 다가온다. 나아가 저자는 동양의 사유를 구성하는 ‘본성’, ‘도(道)’라는 말조차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구체적인 삶의 실감과 맞닿은 일상의 사소함과 연관된 것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동양의 가르침이 공히 강조하는 깨달음이란 분별과 차별을 떠나 온전함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성찰의 자세로부터 비롯되며 이것이 사람다운 삶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일관된 목소리로 전달해준다.
▶ 서른 편의 잠언으로 변주된 ‘깨달음’의 기술,
느림과 비움으로 행복해지는 법
가설 없이 명확히 쓰인 잠언집은 인생 문제에 명료한 해답을 찾는 사람들에게 종종 한줄기 빛으로 다가간다. 근거 없는 인용으로 버무려져 순간의 위로에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면, 책을 통해 처세와 처신을 익히고 배우는 것은 누구나에게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는 왜 ‘깨달음’이라는 마음 수양의 원리를 중심으로 유불도 사상의 정수가 담긴 고전의 내용을 발췌하고 해석한 것일까. 그것은 저자가 들려주는 마음의 기술이 현대인에게 처세 ․ 처신에 관한 공부의 필요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사상 ․ 학문적 수행으로서의 깨달음과 일상 속 깨달음은 인간의 ‘본성’을 자각한다는 점에서 동등한 위상을 가지며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의 학문적 내공으로 펼쳐지는 처신의 기술은 빠름과 불행이라는 세상의 속도와 세태에 지친 사람들에게 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질문들을 던져줌으로써 결코 느긋하지만은 않은 능동적인 휴식의 순간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차별과 분별이 없는 세계를 지향해왔던 동양의 사유는 처음부터 인간만의 본성을 따로 정의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본성이라는 말 자체가 본성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는 곧 본성을 자각하는 일이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의 일상에서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이기적인 심성이나 물질적 가치를 대입하지 않게 되면 그것이 곧 본성을 자각하는 길, 즉 본성의 온전함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한다. 괴로움과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역시 자신의 삶을 되돌아봄으로써 본성을 자각하는 길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머리말」중에서
책속으로 / 밑줄긋기
P.7 공자와 붓다 그리고 노자, 이들은 모두 어지러운 세상을 건너갈 희망의 좌표로서 ‘하나(一)’를 들고 있다. 서로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면, 이들이 내세우는 ‘하나’의 의미 역시 별개의 그 무엇이 아님은 분명하다. 세상은 처음부터 분별이나 차별이 있지도 않았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 그리고 만들어진 그것에 매달려 있는 상태가 삶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서라도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천명이 열리는 환희를 맛볼 수 있고, 해탈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며, 무위자연의 세상을 온몸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P.35-36 어떤 학인이 조주(趙州)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저 담 너머에 있다.’
‘그런 길을 묻지 않고 대도(大道)를 물었습니다.’
‘큰 길은 장안(長安)으로 뚫려 있지.’ (「碧巖錄」)
조주스님은 편견을 버리고 온전한 눈으로 본다면, 보이는 것마다 천지만물 그 자체로서의 도이자 법칙이라고 질책하고 있다. 하지만 선입견에 매달려 있는 제자는, ‘도는 무엇이다’라고 해야 도를 정의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어디선가 들은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라야 답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이해하기 전까지, 우리가 만나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대상은 진정한 그 자체의 허상, 즉 우리의 생각에 의해 분리되고 나누어진 대로 이해되는 대상일 뿐이다. 달리 말하자면 여지까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관점으로는 세상을 온전하게 볼 수 없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선입견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는 참된 용기다.
P.74-75 낮과 밤이 흘러가서
인생은 어느덧 종착지에 다다르니
유한한 존재의 여정은 끝나가네.
마치 강물이 흘러가 버리듯. (「那先比丘經」)
‘나’를 앞세우게 되면 당연하게 ‘나 아닌 것’이 따라오게 된다. 그러나 그 ‘나’가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 아닌 것’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내 생각’ 또한 상상으로 만든 허구의 세계일 뿐이다. 다시 말해 그 ‘나’가 스스로 만든 환상의 실체라면,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 또한 이미지의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P.148 어떤 행자가 물었다.
‘나고 죽는 일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그대는 언제 나고 죽었더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해주십시오.’
‘모르겠거든 한번 죽어봐라.’ (「傳燈錄」 神山僧密)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근본적인 가치는 합리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논리와는 별개로 자신의 본질에 의해 존재한다. 불교가 우리에게 일깨워주고자 하는 내용 또한 지식과 논리로 무장한 만큼 사물의 핵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나’도 그렇지만 삼라만상 역시 서로 맺고 걸리는 상의적 관계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존재일 뿐이다. 고정된 실체 즉 일정하게 지속하는 존재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면 삶이란 단지 하나의 흐름이며 나누어지지 않은 연속적인 순간임을 깨닫게 된다.
P.234-235 너는 나로 인해 존재하고,
나는 너로 인해 존재한다.
둘 다 알고자 하는가?
원래는 다 같은 공(空)이다. (僧璨, 「信心銘」)
아름다움(美)이 무엇인가에 대한 평가는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왔지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진실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이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형태는 변하지만 아름다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행복하다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P.266-267 부처도 없고 진리도 없다. 달마(達磨)는 비린내 나는 오랑캐이며, 노자(老 子)는 똥 닦는 밑씻개이고, 문수(文殊)보살 보현(普賢)보살은 똥 푸는 사람에 불과하다. 깨달음이란 굴레를 벗어난 범부의 마음에 지나지 않고, 보리와 열반은 나귀 묶는 말뚝일 뿐이다. (「五燈會元」 德山宣鑑)
절대적인 권위와 신성한 지위를 부정한다는 덕산스님의 호언장담은 궁극적 목적인 인간으로 향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표현하는 이면에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믿음, 즉 바로 지금의 삶은 온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는 확신이 깔려 있다.‘나’를 무엇이라 부르던지 간에, 그것을 설명하는 수식어에는 ‘그것은 무한하고, 형체가 없고, 변함없고, 어디에나 있으며,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표현이 곁들여진다. 뿐만 아니라 ‘나’ 속에는 만물에 깃들여 있는 원리로서의 ‘하나’ ‘모든 것’ ‘신성’이 있다고도 한다. 문제는 이것이 종교에서 말하는 창조주와 구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 소개
김종의
원효스님에 대한 공부가 인연이 되어 대학에서 불교와 전통사상을 강의하다 퇴직하였으며, 지금은 밀양 매화리에서 작은 법당을 짓고 부처님이 일러주신 길을 따르는 삶을 살고 있다. 저서로는 『동양의 정신세계』 『자연의 원리 땅의 이치』 『원효, 편견을 넘어서다』 『동양의 길을 걷다』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1부 몸과 마음
01 몸인가 마음인가
02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다
2부 행복한 삶
03 확신의 올가미
04 어떻게 살 것인가
05 느끼고 자각하라
06 마음을 다스려라
3부 선(禪)과 깨달음
07 속박으로부터 풀려나다
08 진리란 무엇인가
09 믿어야 한다고 믿는 것들
10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라
11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12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
13 가장 행복한 사람
14 날마다 참 좋은 날
15 따뜻한 마음으로
4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16 우리가 사는 세상
17 달과 손가락
18 옳다고 생각하면 옳은가
19 이름으로 가득 찬 세계
20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21 삶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랴
22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가
23 단순하고 소박하게
5부 관심으로부터의 자유
24 이미 우리에게 있다
25 온전하게 반응하라
26 인정하되 취하지 말고 부정하되 버리지 말라
27 이 순간이 전부다
28 삶은 기적이다
29 지금 여기가 극락이자 지옥이다
30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다
깨 달 음
일상을 여유롭게 만드는 마음의 기술
김종의 지음 | 304쪽 | 25,000원 |2018년 5월 21일 출간
원효스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에서 비롯하여 동양 전통 사상에서 펼쳐지는 사유들를 정리하고 강의해온 저자는 동양 사상의 정수가 집약된 고서의 내용을 적극 인용하고 학문적 수행으로 다져진 사유로 재해석하여 쉽게 들려준다.
어지러운 세상을 건너갈 희망의 좌표로서 ‘하나(一)’의 가치를 내세운 유불도 선인들의 사상은 일상의 하루하루 속에서 과연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까? 쉽게 읽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말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신청년』 창간, 오사운동, 중국공산당 창당 등 20세기 중국 현대사를 뒤흔든 천두슈, 그의 삶과 사유의 역정을 들여다보다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천두슈 사상선집』이 출간됐다. 이 작품은 천두슈의 청년기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과 사유의 역정을 담고 있다. 천두슈는 신문화운동의 창도자, 오사운동의 총사령관, 중국공산당 창당인이자 초대 당총서기로 불리며, 정치 사회 사상 문화 등 20세기 중국 현대사 전 영역에 걸쳐 큰 영향을 남긴 인물이다. 『천두슈 사상선집』은 이러한 천두슈 사유의 골간이 되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글, 현대 중국의 혁명사나 사상문화운동사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글, 천두슈의 개인적인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글, 천두슈 연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져온 글 등 총 64편의 글을 만날 수 있다.
▶ 천두슈에게 영향의 미친 사건 ① : 신해혁명과 1차 세계대전
소수의 사람이 공화나 입헌의 대업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실현할 수는 없다. 인류의 진화에는 항상 다시 궁구할 만한 발자취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전투에 대해 비관하거나 비열하게 소극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감히 낙관하며 득의양양한 태도를 취해서도 안 된다. _「우리의 마지막 각성」중에서
신해혁명 이후, 중국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보면서 천두슈는 단순한 정치체제의 변혁이나 상층 권력부의 정권교체만으로는 진정한 정치 혁명을 이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다. 또한 실질적인 사회변혁을 가능하게 할 정치혁명을 일으키려면 사상, 윤리, 문화의 영역에서 근본적인 ‘정신계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제국주의는 침략주의로, 군주가 국민의 허영심을 이용해서 그 권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독일이나 오스트리아가 그렇다. (중략) 강국의 백성이지만 복리는 어디 있는가. 이 모두 제국주의를 애국주의로 잘못 생각하고 정부기구가 무력을 과시하며 위세를 부리는 데 희생된 것이다. _ 「애국심과 자각심」 중에서
한편 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국가와 애국에 대한 관점에도 결정적 변화를 가져온다. 천두슈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전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권리와 행복을 보장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으며, 이러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모르고 하는 애국은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한다. 또한 국민을 전쟁의 비참한 희생자로 내몰거나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괴롭히고 살육하는 나쁜 국가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과감한 주장까지 제기한다. 1914년에서 1918년까지 천두슈의 관심은 국가나 국민보다는 독립자주의 인격을 갖추고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누리는 근대적 개인 주체에 놓여 있으며, 실천적인 관심의 초점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사회적 문화적 조건을 어떻게 형성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 천두슈에게 영향의 미친 사건 ② : 오사운동
오사운동은 독립자주의 인격과 과학, 민주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사조와 문화를 소개하면서 근대적 개인 주체를 양성하기 위해 ‘정신계의 혁명’을 펼쳐온 오랜 과정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신계의 혁명’의 세례를 받은 청년 지식인들이 주축이 되어 중국의 독립과 자주를 위협하는 국제사회의 강권적 횡포에 저항하는 운동을 일으켰는데, 그 파장이 상인, 노동자들에게까지 퍼져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게 되었다. 천두슈는 이 오사운동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직접적인 행동으로 사회혁명을 추동한 민중의 거대한 힘에서 찾았다. 이때부터 그는 개인의 이성적 자각과 자주 독립적 인격을 강조하던 기존의 방향에서 인간을 움직여 자발적이고 강력한 행동을 나서게 하는 힘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힘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천두슈가 그때까지 부정적으로만 평가했던 감정,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재평가하는 변화를 일으킨다.
▶ 세상을 사랑하며 노력하는 개혁주의자의 길
사회운동가, 언론인, 투사 등 다양한 활동경력을 가진 천두슈에게는 반전통주의자, 서구진보주의자, 세계주의자, 평화주의자, 우경기회주의자, 트로츠키파 등 복잡한 사상적 이력을 드러내는 다양한 호칭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천두슈의 복잡한 호칭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관되는 특징적 태도를 살펴볼 수 있는데, 이는 독립적 사고와 저항정신, 삶에 대한 열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신청년』이 창간하던 시기부터 개인적인 차원에서 천두슈는 자주적, 독립적으로 사고하며 행동하는 근대주체 수립의 이상이었다. 또한 사회적인 차원에서 가난한 자들의 생존과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모든 체제와 이념을 넘어서는 보편가치로서 언론의 자유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적 민주주의까지. 민의民意에 기초하고 민民에 의해 시행되며 민의 이익과 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대한 강한 신념을 시종일관 견지했다. 그리고 이러한 독립자주의 인격과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 위에서 궁극적으로 꿈꾸었던 것은, 너와 나를 가르는 국가의 장벽이 철폐되고 침략적인 무기와 폐기된 평화로운 세계시민 공동체의 건설이었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59 사람이 살아가면서는 응당 악한 사회와 싸워 이겨야지 악한 사회에 정복당해서는 안 되며, 악한 사회를 뛰어 넘어 모험과 고투의 대열로 들어가야지 악한 사회 안으로 숨어들어가 도피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p.65~66 근대문명의 특징은, 옛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과 사회를 확연히 새롭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거기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인권론, 생물진화론, 사회주의가 그것이다.
p.74~75 그들은 국가라는 것이 인민 공동의 재산이며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 하지만 구미 국가의 국민들 대부분은 이것을 알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가 감히 그들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내딛어야 할 정치적 각성의 첫걸음이다.
p.102 지금 공화제를 공고히 하려고 하면 우선 국민의 머릿속에 든, 공화를 반대하는 구사상부터 말끔히 씻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중략) 하나는 평등정신을 중시하고, 하나는 존비의 계급관념을 중시하므로 절대로 같이 어울릴 수가 없다. 만약 한편으로는 공화정치를 시행하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또 군주시대의 구사상을 보존하려고 한다면 그건 절대로 조화될 수가 없는 일이다.
p.129~130 우리가 단지 산동문제 때문에만 자극을 받아서 비로소 분노하고 일본을 질책하고 일본을 저지한다면, 또한 단지 분노하거나 일본을 질책하거나 일본을 저지하는 것만 알고, 게다가 우리의 시야가 단지 산둥문제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이런 인식은 너무나 피상적이며 이런 각성은 너무나 철저하지 못한 것이어서 정말 각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p.201 지식과 본능이 서로 나란히 발달하지 않는다면 인간성이 온전히 발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제임스는 종교에 반대하지 않았다. 현실주의자라면, 무릇 사회적으로 실질적인 수요가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에 대해서도 반대해선 안 된다.
p.266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유산계급 정치가와 정객들의 부패와 무능, 의회제도의 신용 수준을 보자. 중국에서 민주정치와 의회정책은 서구에서보다 특별히 더 실패했다. 그러므로 중국이 만약 독일 사회민주당의 국가사회주의를 선택한다면 그건 단지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관료정객들에게 나쁜 짓 할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p.347 어떻게 해야 정치적인 승리를 할 수 있을까? 민중이 혁명이 자신들에게 이로운 것임을 이해하고 혁명의 승리가 바로 자신들의 승리라는 것을 알고 떨쳐 일어나 이 승리를 지지하면서 혁명당과 혁명군이 모든 반혁명 세력을 전복시키는 것을 돕고 이러한 혁명 정권을 지지해야만 비로소 혁명당은 정치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p.528 피압박민족이 자본 제국주의의 억압에 저항하고 전쟁까지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비난할 게 없다. 이렇게 민족의 자유를 위해 전쟁을 하는 대투쟁이라면 누가 그것을 지도하든, 민족 안에서 진보적인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모두 지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산계급이 지도하는 것뿐 아니라 설령 봉건 귀족이 지도하는 민족해방 투쟁이라도 자본제국주의를 타도한다는 진보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투쟁이 만약 민족투쟁의 범위 내로 제한된다면 그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 | 역자 소개
저자 천두슈(陈独秀, 1879~1942)
안후이 성 출신으로 언론인, 교육자, 문필가, 혁명가, 공산당 지
도자로서 20세기 중국혁명의 한복판에서 활동했던 실천적인 지식인이다. 신문화 운동과 오사운동을 모두 주도한 인물로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중국공산당 창당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초기 5년간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활동하면서 국공합작 및 중국혁명의 정세 등에 대한 판단에서 코민테른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으며, 쑨원과 장제스가 주도하는 북벌을 통한 국민혁명 방식에 대해서는 시종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었다. 1927년 4·12 쿠데타의 책임을 떠안고 당서기직에서 해임되었으며 1929년에는 코민테른의 결정에 맹종하던 중공 지도부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적마저 잃게 되었다. 이후 중국혁명과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트로츠키의 견해에 공감하면서 짧은 기간 트로츠키파로 활동하다가 1932년 체포되어 5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1937년 항일전이 본격화되면서 보석으로 석방되어 나온 뒤에는 잠시 항일선전운동에 가담했으며, 이내 충칭 근교인 장진으로 거처를 옮겨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곳에 은거하며 집필활동에 전념하였다.
역자 심혜영 1986년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와 UC Berkeley IEAS(동아시아센터)에서 방문학자로 연구 활동을 수행한 바 있다.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의 학술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성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반도평화연구원의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 『인간, 삶, 진리-중국 현당대 문학의 깊이』가 있으며, 역서로 모옌의 『붉은 수수밭』, 마오둔의 『식(蝕) 3부작』 등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근현대 사회문화와 기독교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천두슈와 관련된 논문으로는 「오사시기 천두슈와 기독교의 만남-‘기독교와 중국인’을 중심으로」가 있다.
목차
머리말
01 안후이애국회 연설 安徽愛國會演說 02 『안후이 속화보』 발간 취지 開辦『安徽俗話報』緣故 03 국어교육 國語敎育 04 국가에 대해 논함 說國家 05 애국심과 자각심 愛國心與自覺心 06 삼가 청년에게 고함 敬告靑年 07 프랑스인과 근대문명 法蘭西人與近世文明 08 우리의 마지막 각성 吾人最后的覺悟 09 신청년 新靑年 10 공교 문제를 다시 논함 再論孔敎問題 11 문학혁명론 文學革命論 12 구사상과 국체문제 舊思想與國體問題 13 도덕의 개념과 그 학설 유파 道德之槪念及其學說之派別 14 『신청년』의 죄안에 대한 답변서 『新靑年』罪案之答辯書 15 인종 차별 문제 人種差別待遇問題 16 수감록 隨感錄 17 조선독립운동 감상 朝鮮獨立運動之感想 18 우리는 어떠해야 하나? 我們應該怎樣? 19 빈민들의 울부짖는 소리 貧民的哭聲 20 산둥문제와 국민의 각성 山東問題與國民覺悟 21 우리는 대체 애국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我們究竟應當不應當愛國 22 베이징시민선언 北京市民宣言 23 민치 시행의 기초 實行民治的基礎 24 반눙의 「D---!」 시에 답함 答半農的『D---!』詩 25 『신청년』 선언 『新靑年』宣言 26 학생들은 마땅히 일본 상품을 배척해야 한다 學生界應該排斥日貨 27 기독교와 중국인 基督敎與中國人 28 맬서스의 인구론과 중국의 인구문제 馬爾塞斯人口論與中國人口問题 29 신문화운동이란 무엇인가? 新文化運動是什麽? 30 오사운동의 정신은 무엇인가? 五四運動的精神是什麽? 31 정치에 대해 논함 談政治 32 사회주의에 관한 토론 關於社會主義的討論 33 사회주의 비판 社會主義批評 34 마르크스의 양대 정신 馬克思的两大精神 35 비종교동맹에 대한 회의 및 비기독교학생동맹에 대한 경고 對於非宗教同盟的懷疑及非基督敎學生同盟的警告 36 연성자치와 중국의 정치적 상황 聯省自治與中國政象 37 본보 선언-『향도』 발간사 本報 宣言-『向導』發刊詞 38 조국론 造國論 39 차이 총장의 선언을 평함 評蔡校長宣言 40 천두슈, 리다자오, 차이허산, 탄핑샨과 마오쩌둥 동지가 쑨중산에게 드리는 편지 陳獨秀, 李大釗, 蔡和森, 譚平山和毛澤東同志致孫中山的信 41 『과학과 인생관』 서 『科學與人生觀』序 42 국민당과 공산주의자 國民黨與共産主義者 43 국민당의 한 가지 근본문제 國民黨的一個根本問題 44 27년 동안의 국민운동에서 얻은 교훈 二十七年以来國民運動中所得敎訓 45 시월혁명과 중국민족해방운동 十月革命與中國民族解放運動 46 국민정부의 북벌에 관해 논함 論國民政府之北伐 47 혁명과 민중 革命與民衆 48 중공중앙상임위원회 동지에게 드리는 편지 致中共中央常委同志信 49 중공 중앙에 보내는 답신 復中共中央的信 50 중공 중앙에 보내는 편지 致中共中央的信 51 전당의 동지들에게 알리는 글 告全黨同志書 52 중국 혁명의 앞날 中國將來的革命發展前途 53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 中國將往何處去 54 피압박국가의 무산계급은 애국운동을 지도해야 하는가 被壓迫國的無産階級應不應領導愛國運H動 55 국민회의 구호에 관해 논함 論國民會議口號 56 변론서 辨訴狀 57 항일전쟁의 의미 抗日戰爭的意義 58 스안자전 實庵自傳 59 항전과 건국 抗戰與建國 60 ‘오사’운동의 시대는 지나갔는가? “五四”運動时代過去了嗎? 61 우리는 자본주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我們不要害怕資本主義 62 시류에게 보내는 편지 給西流的信 63 나의 근본적인 생각 我的根本意見 64 피압박민족의 앞날 被壓迫民族之前途
해제: 천두슈의 삶과 사유의 역정 - 심혜영 찾아보기
천두슈 사상선집 중국근현대사상총서 006
천두슈 지음 | 심혜영 옮김| 신국판 578쪽 | 38,000원
천두슈는 신문화운동의 창도자, 오사운동의 총사령관, 중국공산당 창당인이자 초대 당총서기로 불리며, 정치 사회 사상 문화 등 20세기 중국 현대사 전 영역에 걸쳐 큰 영향을 남긴 인물이다. 『천두슈 사상선집』은 이러한 천두슈 사유의 골간이 되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글, 현대 중국의 혁명사나 사상문화운동사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글, 천두슈의 개인적인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글, 천두슈 연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져온 글 등 총 64편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산지니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시리즈는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까지 격변의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중국의 사상가, 혁명가, 관료, 정치가, 교육가들의 저서를 번역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변화와 위기 앞에 선 19세기 중국의 메시지를 통해 삶의 근본문제와 대안세계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문명사회를 상상하는 유익한 사상자원으로 삼고자 한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통치학의 대표 고전 『한비자』. 『한비자』는 치열한 경쟁과 암투, 부정과 모순 따위가 빚어내는 인간의 갖가지 행태들을 예리하게 분석하여 점점 복잡해져가는 사회와 혼탁한 세상을 무탈하게 살아가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유교적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 즉 한국인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하고 긴요한 책이다.
고전오디세이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고전 해설서와 주석서를 선보였던 산지니 출판사는 『한비자』를 쉽고 명료한 번역으로 완성한 번역서 『한비자』와 『한비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진단한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를 동시에 출간했다.
고전오디세이06
한비자
한비 지음 | 정천구 옮김
『한비자』(한비 지음|정천구 옮김|산지니|3만원)는 한 개인, 기업, 국가가 어지러워졌을 때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 긴요한 방침과 방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해놓은 책이다. 무엇보다 산지니 고전오디세이 여섯 번째 시리즈인 『한비자』는 정천구 선생의 정확하고 명료한 번역으로 원문과 주석 없이도 누구나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정천구 지음|산지니|1만5천원)는 『한비자』의 해석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점점 더 복잡한 형세를 띠고 있는 우리 시대의 현상을 살펴본 책이다.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며 깊이 있는 비판과 통찰력을 보여준다.
약속과 예측
정동 이론을 젠더 연구와 연결시키고, 이를 ‘젠더·어펙트’ 연구로서 제시하고자 한다. 책에는 물질과 담론, 자연과 문화, 주체와 객체 등 근대적 이원론으로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 보이는 정동적 분석을 담은 열두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사상 2 :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중심’과 ‘주변’이라는 문제틀은 실체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다르게 배분되는 정치적 힘을 가리키는 은유라고 해야 더 알맞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심/주변의 관성적 이항대립을 깨뜨리기 위해 어떤 개념적 장치를 가져야 하는가?
통증보감
아프면 병원 가고, 약 먹고, 수술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 누구나 지니고 있는 자연치유력과 생활습관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한다. 질병의 증상과 통증 부위에 따라 원인을 정리하고, 도움이 되는 운동을 정리해 실었다.
베스트셀러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좋은 일의 기준이 달라진다★ 우리 사회가 가진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되짚어보고 변화하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삶과 함께하며 일할 권리, 나쁜 노동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어떠한 고용형태라도 차별 받지 않는 구조, 어린 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등 일에 대해 활발하게 논한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2020년 부산 원북원도서 선정도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벽이 없는 세계
★국경 없는 시대에 필요한 지정학 전략★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붕괴와 포퓰리즘 부상을 필두로 한 50개의 주요 이슈를 통해 국제 정치 현안을 다룬 책이다. 미국, 중국, 터키,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의 지정학 전략을 통한 국제 정세를,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측면에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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