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3 딸아이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극단 새벽의 <미누, 시즈위를 만다다>라는 연극이었지요.
소극장 실천무대는 남포동에 있습니다.
남포동을 나가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미누, 시즈위를 만나다


언제부턴가 영화를 보는 일이 몹시 힘들어졌습니다.

영화관의 그 번잡함과 시끄러움이 머리를 아프게 하더군요.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극장은 작고 아담하고 조용해서 좋더군요.
연극도 좋았고, 모처럼 딸아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메일함을 열어보니 그 극단 새벽의 이성민 연출가한테서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그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닫아둔 블로그를 열며-
 
 어제 단원들에게 구두 한 켤레를 생일선물로 받았습니다.
덕분에 17년간 신어서 뒤축이 하얗게 닳아빠진 구두를 새 구두로
갈아 신었습니다.
 구두하나를 17년이나 신었다니 내가 무슨 자린고비나 되는 줄
오해는 마십시오. 가난한 삶을 살지만 그 정도 짠돌이는 아닙니다.
이제는 신발장 한곳에 보관될 오랜 벗과도 같은 그 낡은 구두는
삼년 전 하늘로 간 사랑하는 후배가 구두 없이 운동화로만 살던 내게
여섯 달 동안 모은 용돈으로 생일날 사준 신발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딴 세상으로 떠난 날부터 최근까지 깊은 우울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블로그를 닫고 몇 개의 사이트에서 진행하던 글쓰기도
그만 두었습니다. 극단 공연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글쓰기 말고는
모두 접었습니다.
 그와 나는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물질보다는 사람이 우선인 세상. 인간중심 보다는 생명이 공생하는 세상.
등수경쟁보다는 가치경쟁이 미덕인 세상. 연극이, 예술이, 상품이 아닌
공적가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런 세상. 하지만 그런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불가능한 꿈을 꾼 것입니다.
그리고 척박한 문화 토양에 늘 열악하기만 한 부산의 연극 환경까지도
운명이 아니라 바꿔야 할 현실이라 생각했던 배우 윤명숙은
2007년 6월 27일 오후 7시 암 투병 끝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날부터 나만 홀로 남았습니다. 창단 할 무렵 40여명이나 되던 단원들
힘겹다고 하나둘 떠나고 딱 둘이 남았었는데 이제 덩그러니 혼자가 된 겁니다.
그리고 어느덧 삼주기가 다가오는데 어제 저녁 선물 받은 새 구두로 갈아 신으며
문득, 우리 둘의 꿈을 이어 함께 꾸는 아홉 명의 후배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아! 그랬구나.
 

 일주일전 쯤 극단 사이트에 닫혀 있던 블로그를 펼쳤습니다.
다시 세상과 마주 할 겁니다. 중단 했던 글쓰기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불가능한 꿈을 접지 않을 것입니다.
6월 2일 선거가 있습니다. 정치가 현실이라면 교육은 미래라고 믿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이 가난을 증명해야 밥을 빌어먹게 하는 비인간적 교육관과 싸우고
끊임없는 등수경쟁만 있는 학교교육을 개혁하고, 붕괴된 공교육을 살려낼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 됐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나라 역사 수업을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바꾸려는 한나라당식 교육관을 저지하는 교육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은 낙동강 파 뒤집는 게 환경을 살리는 거라는 괴변에 속지 않는
유권자이면 좋겠습니다. 천안함 폭발로 드러난 안일한 안보관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남/북간 냉전구도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MB식 기만정치에 휘둘리지않는
유권자이면 좋겠습니다. 실종된 민주주의, 실업과 비정규직을 남의 일이라 생각지 않는
유권자이면 좋겠습니다. 범야권후보, 시민추대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였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아는 주변의 지인들이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내 이웃들이 내 꿈이 헛된 망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할
신념이라 믿는 벗들이면 좋겠습니다.
 
- 극단새벽 상임연출 이성민 드림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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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달은 저자 만남이 아니라 역자 만남입니다. 이번 달에 독자들과 함께한 책은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라는 번역서였으니까요.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는 'NGO의 정책 제안'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주민 정책을 제안한 일본책을 번역한 책입니다.

산지니 대표께서 원서를 들어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책을 번역한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 이한숙 선생입니다. 이한숙 선생은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일본은 방문한 경험으로 말을 시작하셨습니다. 우리 나라도 이주민들의 환경이 열악하기가 짝이 없지만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아니, 우리보다 더 심할지도 모르지요. 이주민 관련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기는 우리보다 일본이 먼저이고, 그에 따라 이주민을 지원하는 단체도 우리보다 먼저 생겼으며, 그런 단체의 활동을 바탕으로 이 책은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이한숙 선생은 일본 엔지오와 교류하면서 이 책을 번역해야겠다 생각하셨다는군요.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


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우리 현실입니다. 그간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많았고, 정부 정책도 많이 바뀌고 했는데, 이주민들이 살아가기가 좀 나아졌는지 묻는 질문에 현정부 들어서 후퇴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표시하셨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라면 무엇보다도 이주민들 스스로의 인식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준비해간 자료를 열심히 읽고 계시는 독자분



때 맞춰 극단 새벽에서 이주민 관련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데,
오늘 저자와의 만남이 있는 걸 아시고 초대권을 보내주셨네요. 오늘 오신 독자분들 다섯 분께 초대권을 나누어드렸습니다. 연극 제목은 <미누, 시즈위 밴지를 만나다>이고, 5월 15일까지 공연한답니다.


이한숙 선생님께서 미누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미누는 네팔에서 온 이주민으로, 17년 동안 한국에서 살다가 2009년 표적 단속을 당해 추방당했다고 합니다.
연극은 30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정책이 2000년대 한국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연극에 대한 자세한 내용 보기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 10점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 지음, 이주와인권연구소 옮김/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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