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사의 명장면은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6명 전원의 다른 전공만큼 다양한 시선으로 세계 해양사 속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의를 듣는 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으로, 간혹 아는 내용을 만났을 땐 일일이 반가워 해가며 세계의 바다를 물들인 여섯 빛깔 해양사속으로 들어갔다.

 

  내륙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란,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처럼 낯선 장소였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게 된 후에도,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그저 방에 액자처럼 걸려있어 바라만 보던 존재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모든 이야기들이 그만큼 흥미 있음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사의 명장면』은 예로부터 바다에서 길을 찾고 또 그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해양공간은 에스파냐의 모험가들에게 타자와의 접촉을 가능케 한 통로였다. -24p

 

<만국공법>에는 해양 관련 조항이 풍부하다. 이 번역서는 동아시아인들에게 해양 분쟁에 활용되면서 바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각성을 가지게 만들었다. -81p 

 

  역사적으로도 바다는 미지의 세계, 두려움의 세계였다. 아직까지도 어촌에 민간신앙의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근대는 바다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이야기처럼, 기존 육로중심의 관계가 아닌 바다를 통한 새로운 만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통해 바다는 동양과 서양으로 세계를 양분하는 경계선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되었다.

 

해적은 어떻게 기사 작위를 받게 되었나?

근대 중국인의 눈으로 본 영국의 문화는?

곰솔이 어떻게 조선의 해양문화를 떠받치게 된 것일까?

청어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켰을까?

 

  『해양사의 명장면은 이 네트워크 속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전쟁, 무역, 문화교류 등을 자세히 살펴보며 재미있고도 깊이 있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조선은 지도를 깊이 감추어 두려고만 하였다. 바다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리 정보를 비밀에 붙이려고 한 조선은 근대라는 흐름에 올라탈 수 없었고 결국 식민지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진정으로 바깥 세상에 관심이 있는가? -111p

 

  역사를 배우고 알아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권력을 위한 질서유지의 의지 속에서 지식은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하였고, 개척의 의지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은 근대라는 흐름에 올라탈 수 없었. 그래서 이근우 교수는 지금의 우리가 진정으로 바깥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역사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되짚어주고 있다.

 

사람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면 집만 볼 것이 아니라 길도 함께 보아야 한다. -208p

 

바렌츠를 막았던 얼음이 녹듯이, 이 땅 한반도에도 해빙이 올까? 청어가 넘쳐나던 동해로, ‘환동해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283p

 

  그러므로 해양사의 명장면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닷길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역사적 항구도시 부산의 역할은 자연스럽게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속을 뜨끈하게 채워주었던 미역국에서부터 조선의 물고기라 불리던 청어, 우리나라 해양 교류의 중심지인 부산에 이르기까지 바다에서 시작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 가운데 깊이 녹아들어 현재에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해양사의 명장면』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와 친절한 설명으로 인문학 도서, 그리고 해양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를 쌓으며 항해한 우리는 '오늘'에 도착했다. 멈추지 않고 다시 모험을 준비해야 할 지금, 해양사의 명장면을 통해 새로운 바다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해양사의 명장면 - 10점
김문기 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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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부터 동북아까지,

해양 교류와 분쟁의 역사를 들여다보다

 

바다를 기반으로 출발한 부경대학교와 해양도시 부산의 산지니출판사가 함께 내는 해역인문학 시민강좌 총서, 그 첫 번째 책. 부경대학교 사학과 여섯 명의 교수는 ‘해양’이라는 주제 아래 관련 분야 최전선에서 꾸준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에는 서양 근현대사에서 ‘해적’의 역할부터 조선 시대 ‘조선통신사’를 통한 문화교류 양상까지, 저자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본 해양에 대한 다양한 역사와 해석이 담겨 있다.

 

 

 

 

 

▶ 두려움과 공포의 바다부터 교류와 기회의 바다까지

여섯 명의 저자가 바다를 통해 다시 본 역사

 

본디 바다는 인류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대항해시대에 이르러 인류는 고요한 바다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고, 교류와 기회로서의 바다가 탄생했다. 그 바다에서 문명은 서로 부딪히고 겨루며 역사의 명장면들을 만들었다. 이 책은 근대 초기 중요 공간이었던 바다를 배경으로 일어난 ‘해양사의 명장면’들을 담았다.

저자 여섯 명의 각기 다른 전공만큼 담고 있는 장면도 다양하다. 서양 근현대사를 전공한 박원용 교수는 서양 근대사에서의 해적의 역할과 해양공간의 교류가 만든 일상의 변화를 전한다.

중국 사상문화사와 동아시아 아나키즘을 깊이 섭렵한 조세현 교수는 해양 시각으로 본 근대 중국 형성을 연구했다. 그는 청나라 최강 북양함대가 일거에 몰락하는 과정, 중국 ‘해양영웅’ 정성공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고대사를 전공하고 대마도 연구, 해도와 지도 연구를 활발히 하는 이근우 교수는 해도로 보는 조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선통신사 연구의 권위자 박화진 교수는 조선통신사, 왜관 등 바다를 매개로 한 한일 관계사를 깊이 연구했다. 박 교수는 해양교류 측면에서, 조선통신사의 왕래길과 초량왜관 스캔들 등에 관해 전한다.

조선 왕실 문화·역사를 연구한 신명호 교수는 관음 신앙을 해양문화 관점에서 조명하고, 주역, 영남 해로, 해상 진상품 등을 통해 유교 나라인 조선의 해양 인식을 들여다본다.

환경사, 해양사, 기후 관련 역사를 연구한 김문기 교수는 ‘청어’를 중심으로 해양사를 소개한다. 청어는 유럽 한자동맹, 네덜란드의 성장 등 세계사에 영향이 컸고, 조선이 19세기에 바다를 중국에 여는 상황 등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구실을 한 물고기이다.

 

 

 

 

 

 

▶ 근대의 바다를 보며 미래의 바다를 조망하다

 

흔히 ‘근대는 바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바다에 대한 지식과 활용이 근대의 지평을 결정하였던 것이다. 근대 이전 ‘육지’ 중심의 제국에서 ‘바다’ 중심의 근대 제국으로의 전환기에서 어떤 나라는 급격한 성장을 이룩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환기에 조선은 어떠했을까? ‘바다’를 다루는 역량이 부족해 근대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침체기를 겪고 말았다.

해양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에 대한 중요성은 21세기인 지금도 다르지 않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바다를 둔 한국에서 해양의 활용은 정치, 경제, 외교 등의 분야에서 모두 빠질 수 없는 카테고리 중 하나이다.

해양사의 명장면을 통해 ‘해양’이라는 공간을 이해하고, 그 지식을 넓혀보는 건 어떨까. 독자들이 근대의 바다를 보며 미래의 바다를 조망하기를 기대한다. 해양을 얼마만큼 알고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 고지도, 문서, 사진 등 120여 종의 풍부한 사료를 담다

 

해양사의 명장면』 속 여섯 명 저자의 시각자료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이 책에서는 고지도, 문서, 사진 등 한국사, 서양 근현대사, 일본사, 환경사, 해양사를 전공한 교수들이 모은 각 분야의 자료를 수록했고, 이를 보는 해석을 덧붙였다. 예를 들면 일본 에도시대 화가 가노 미쓰노부의 그림 「조선통신사환대도병풍」에서는 국서전명식 구경꾼들이 해학적으로 묘사된 장면이 있다. 저자는 이를 보며 그 당시 조선통신사에 대한 에도 사람들의 열렬한 호감을 유추한다. 또한 남미, 영국, 중국,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장면과 해설을 통해 해양 세력의 교류와 충돌을 볼 수 있다. 독자는 이를 통해 더욱 생동감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4 구하나하니섬의 원주민을 대면한 콜럼버스는 그들을 종교도 없는 존재이자 악, 살인, 범죄, 체포라는 말의 의미도 모르는 존재라고 규정하였다. 콜럼버스는 인종적 타자를 보는 유럽의 시선을 가지고 문명사회의 성원이 지녀야 하는 가치를 결여한 존재로 원주민들을 바라보았다.

 

P.70 장더이는 서양식 교육을 받은 신형 지식인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를 비롯해 청말 대양을 건넌 중국인들은 동양(東洋)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떠났다. 그러나 구미사회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서양(西洋)을 발견했다. 과거 불교로 상징되는 인도문명에 충격을 받아 큰 변화를 겪은 이래, 과학기술로 상징되는 유럽문명의 출현은 세계관의 전환을 가져왔다. 물론 중국 중심적 세계관에 익숙했던 그들에게 오랑캐의 신문명을 받아들이는 데는 심리적 갈등과 더불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P.79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를 설명할 때, 전통시대에서 근대 시기로 넘어오는 것을 흔히 ‘책봉조공 체제에서 만국공법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만국공법(萬國公法)은 좁은 의미에서 책제목이고, 넓은 의미에서 국제법의 또 다른 명칭이다.

 

P.100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동양(東洋)과 서양(西洋)이란 용어는 원래 아시아의 바다를 양분하는 개념이었다. 중국인이 해양활동을 확대하면서 아시아의 바다를 동서로 구분한 것에서 시작했는데, 점차 중국 남해(현재의 남중국해)를 기준으로 동쪽을 동양으로, 서쪽을 서양으로 각각 지칭했다.

 

P.106 조선은 1402년에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는 보기 드문 세계 지도를 제작하였다. 동으로는 일본열도로부터 서로는 아프리카까지 나타내고 있는 세계지도이자,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지도 중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다.

 

 

 

 

 

저자 소개

김문기

부경대 사학과 교수

근세 동아시아 환경사, 해양사 전공

 

박원용

부경대 사학과 교수

서양 근현대사 전공

 

박화진

부경대 사학과 교수

일본사 전공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

조선시대사 전공

 

이근우

부경대 사학과 교수

한국고대사 전공

 

조세현

부경대 사학과 교수

중국 근현대사, 해양사 전공

 

           

 

 

 

해양사의 명장면


김문기, 박원용, 박화진, 신명호, 이근우, 조세현 지음 | 신국판 변형 | 20,000

9788965456100 94900


바다를 기반으로 출발한 부경대학교와 해양도시 부산의 산지니출판사가 함께 내는 해역인문학 시민강좌 총서, 그 첫 번째 책. 부경대학교 사학과 여섯 명의 교수는 ‘해양’이라는 주제 아래 관련 분야 최전선에서 꾸준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에는 서양 근현대사에서 ‘해적’의 역할부터 조선 시대 ‘조선통신사’를 통한 문화교류 양상까지, 저자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본 해양에 대한 다양한 역사와 해석이 담겨 있다.


 

 

 

 

 

 

 

해양사의 명장면 - 10점
김문기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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