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동안 블로그에서 잠수타다가 이제서야 인사 드리는 잠홍 편집자입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어요 믿어주세요 ;_;)

추석은 모두 잘 보내셨나요?

'명절'하면 먼저 그때만 먹을 수 있는 온갖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지만

동시에 그 많은 음식을 하고 뒷정리까지 떠맡게 되는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희 산지니에서는 추석 직전,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난 여성들'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바로 『모녀 5세대』 이기숙 저자의 강연회였습니다.


행사장 입구에 멋지게 전시된 <모녀 5세대>!


오늘처럼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었지만 

행사장 안의 분위기는 행사 시작 전부터 이미 화기애애했습니다.


밝은 웃음은 이기숙 선생님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죠 :)

강연에 앞서 이날 행사는 대담으로 시작되었는데요,

부산 여성사회교육원의 박해숙 원장님께서 대담자로 참석해주셨습니다.

박해숙 원장님과 이기숙 선생님은 부산의 여러 여성 활동을 함께해오셨고,  

이기숙 선생님은 박해숙 원장님의 은사이시기도 합니다 ^^ 


두 분의 미소가 왠지 닮으신 것 같아요.


박해숙 원장님께서 짚어주신 『모녀 5세대』의 '미덕'은 

"일상에서 100년에 걸친 다섯 여성의 삶을 구성"한다는 점입니다.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담고 있지만 읽기 좋게 구어체로 쓰여져 있고,

또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책인 만큼 다양한 독자들에게 읽을거리를 줍니다. 

독자 저마다 재미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고, 저마다의 이야기에 비춰 읽을 수 있다는 말씀이셨는데요.

박해숙 원장님께서는 이기숙 선생님의 어머니와 할머니 이야기 부분을 읽으시면서 본인의 할머니,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찡했는데, 

책에 등장하는 이기숙 선생님의 손녀 채림 양은 역시 자신이 나오는 장이 가장 재미 있어서 책을 거꾸로 읽었다고 합니다 ㅎㅎ


『모녀 5세대』의 또 다른 매력은 저자의 기억이 설명이 아닌 묘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방울방울 떠오르는 기억들을 그대로 그려냈기에, 책 속에 담긴 

관계들의 '따뜻함'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어떻게 '따뜻함' 뿐일까요. 

긍정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이 책에 대해 저도 여쭙고 싶던 질문을 박 원장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대체 선생님의 삶을 이렇게 따뜻하게 만든 요인이 뭔가요?"

"자식들이 부모를 닮아 머리가 좋고, 남편을 잘 만났고, 천성이 긍정적이어서다...라고 말하시면 우리는 절망하겠죠 ^^ 다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라고 덧붙이시자 이기숙 선생님은

"답을 다 말하셨는데요."라며 독자들을 약올리셨어요 ;0;

그러나 이어지는 답에서는 몇 가지 힌트를 주셨습니다.



생활 속에서, 그리고 가족과 여성에 대해 무려 40년간 공부하시면서 얻은 깨달음이지요.

"내려놓거나, 책임감을 가지고 받아들이기"

이기숙 선생님은 어떤 관계가 너무 힘든데, 이 관계를 내려놓아도 나에게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냥 관계를 끊는 데 주저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걸어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신다는데요. 

어쩌면 뻔한 답이라 할 수 있지만 

'도망'이 아닌 '내려놓기', 또 '무리하면서 떠안는' 것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받아들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기숙 선생님은 교수로서 여러 학술서를 내셨지만, 이 책 이전에 이미 수필집을 내신 바 있는 등단 작가(!)이시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글쓰기에 욕심을 내셨냐는 질문에는 

대학 시절 학보사에 글을 실었던 경험에서, 

몇년 전말 해도 가족이나 여성에 대한 공부를 하는 이들이 드물어 5월 가정의 달에 많은 청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모녀 5세대>를 위한 글들은 2011년부터 띄엄띄엄 쓰셨으니 총 4년간 모아온 원고가 올해 세상에 나온 것이죠. 

퇴임하신 후 계속 글쓰기와 공부를 이어나가시면서, 

지금은 부산일보에 <죽음을 배우다>라는 칼럼을 연재중이시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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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 경청하고 계신 많은 관객 분들!

이어진 저자 강연에서는 선생님께서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연구자로서 지난 40여 년간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가족과 여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할 때부터 이 주제를 깊이 파고드시면서

고부관계나 가족 내 성차별적 요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법률에 필요한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연구와 또 이와 관련된 사회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연구자로서의 관심은 최근 노인, 그리고 죽음까지 확장되었는데요.

은퇴했지만 아직 '젊은 노인'으로서 어떻게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북돋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시다고 합니다.


"호기심을 놓지 않는 것"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늙지 않는 비결"이라고 하신 이기숙 선생님.

은퇴하시기까지 진보적 사회활동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해 오셨죠.

그래서 질의 응답 시간에는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활동을 하셨나요?"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후배들이 부르면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몇십년간 저녁 12시 이전에 주무신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와... 20대인 저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체력의 소유자이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후배 여성들에게 전하고픈 말로는 '협력'을 드셨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졌든 아니든, 혼자 사는 것은 인생이 아니기에

저 사람이 있어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있어 저이가 행복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내가 먼저 양보하는 협력의 관계를 만들기를 권하셨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 또는 친구나 동료, 스승에 이르기까지-

내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적추적 비 오는 날 강연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점차 쌀쌀해지고 있지만, 산지니 독자 여러분들께 

올 가을이 따스하고 풍성한 계절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


모녀 5세대 - 10점
이기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입니다.


어느새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곧 추석도 다가오고 있는데요.

독자분들은 여러 세대로 구성된 가족이 모이는 명절을 어떻게 맞이하시나요?

음식을 만드는 일과 집안 정리정돈도 피해갈 수 없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즐거운 명절을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명절에 앞선 '마음 준비'를 돕고, 

일상에서 반짝이는 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는 

『모녀 5세대』의 저자 강연회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모녀 5세대』마음으로 기억하는 한국 여성 생활사 100년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가족·여성·노년의 삶에 대해 지난 40년간 연구해 왔고, 

5세대에 걸쳐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저자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난 여성들과 본인의 삶에 대한 마음의 기억들을 모아낸 것이지요. 


1900년대생 외할머니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손녀까지, 

다섯 세대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비추는 저자의 추억들은 우리의 마음을 감싸주는 따스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외할머니가 절구에 직접 찧어 만들어주시던 의 맛, 

딸들의 산후 조리를 위해 큰 솥에 미역국을 끓이시던 어머니의 모습, 

출퇴근 시간에 딸과 통화하며 나누는 이야기, 

손녀와 목욕탕을 가는 일 등, 

저자가 그리는 삶은 여성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보살피는 생동감 있는 일상입니다. 

은퇴를 앞둔 저자가 소중한 이들에게 보내는 감사한 마음을 통해, 

우리 또한 주변의 작은 행운과 우리를 아껴주는 이들을 다시금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행사는 부산여성사회교육원의 박해숙 원장님과의 대담과 함께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일시: 9월 23일 오후 6시 30분

장소: 영광도서 문화사랑방 (4층)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비회원

흔히 부산을 '영화의 도시'라고 합니다. 

많은 영화들이 이 곳에서 촬영되었고,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축제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부산이 여성영화제의 도시라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지난 금요일, 저는 올해 네번째 생일을 맞은 부산여성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부산여성영화제는 여&남: 차이와 사이라는 주제로 총 3일간 열렸는데

저는 7일에 진행된 여성학 워크샵과 경쟁부문 단편공모작 상영회에 참석했습니다.

부산여성영화제는 2009년에 부산여성사회교육원에 개최하기 시작하여 2010년에 제2회가 열렸고, 이후부터는 격년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제18회 여성학워크숍도 함께 진행되어 전국 각지에서 오신 발제/토론자 분들이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는데요. 여성영화제라는 행사의 의의를 되짚어 보고, 미래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왼쪽부터 김정화 부산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현재 국내에는 35개의 여성영화제가 있는데, 그 중 '큰언니'는 1997년에 시작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입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이혜경 집행위원장님은 영화제를 만드려던 시기에 "여성영화제가 있다면 남성영화제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아 이에 

"여성영화제 이외의 다른 영화제는 전부 남성영화제입니다"라고 답했던 것을 회상하시며 새로운 문화, 새로운 장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의 욕망을 가시화"하고, 여성들이 "공공의 영역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정치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시공간의 역할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에 더하여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님은 여성영화제를 "행동"이라 하셨습니다. 

올해 열번째로 열린 인천여성영화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다녀오며 에너지를 충전하던 인천의 여성활동가들이 "우리도 해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미 활동하고 있던 인천지역 문화단체들과 각종 기관들에게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하여 영화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장애여성에 대한 영화의 GV 사회자로 인천지역 장애인단체의 관계자를 초청하는 등, 타 단체들과의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대가 있어 꿈꾸던 행사가 가능하졌을 뿐만 아니라, 더 즐겁고 의미있는 자리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영화제라는 단발적 행사로 그치지 않고 '모씨네 영화놀이차'라는 이동영화관을 통해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는 독립영화관이 없기에 제주여성영화제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여성영화제의 비경쟁부문공모 심사위원 김효선님은 "된" 행사, 즉 지원금을 받아 실현시킬 수 있게된 행사를 지원하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서 말씀하시며, 영화제가 세대간의 교류의 장이 되고, 비경쟁부문의 도입을 통해 여성영화인들의 성장을 더욱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밖에도 허은희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님은 영화가 소비될 뿐 아니라 만들어지기도 하는 곳인 부산의 특성을 부각하시며 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이 문화향유자에서 생산자로 전환하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지연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님께서는 부산여성사회교육원에서 '전설의 여공'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부산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기도 했다는 점을 짚으셨으며, 여성영화제는 "지역여성 영화(인)를 전국적 여성영화 인력과 연계"하는 "터미널"이라 비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날 마지막 토론자는... 저였는데요ㅋㅋ 저는 '문화소비자'인 여성의 위치에서 (여성)영화가 어떻게 저와 타인간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었는지 이야기하고, 확장된 의미에서 모든 여성은 문화향유자 뿐만이 아니라 문화생산자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라고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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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에서 발표를 하느라 잔뜩 긴장했던 탓에, 유체이탈을 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경쟁부문 단편공모작의 상영회였는데,


검은꽃 명절 증후군 탐구생활 미드나잇 썬


19:19 그 남자, 그 여자의 면접


임신을 하여 선택의 기로에 선 여고생과 소녀들 사이의 우정에 대한 검은꽃

명절에 대한 주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명절 증후군 탐구생활, 

구화교육을 받은 청각장애인 남매의 하루를 다룬 미드나잇 썬

교회 안 '내 몸 같이 사랑해야 하는 이웃들' 간의 관계를 조명한 19:19, 그리고 

배우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승무원이 되려는 그녀, 영화감독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의 면접

이렇게 총 다섯 편이 상영된 뒤 감독들이 모두 자리한 GV가 진행되어 관객과의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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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크숍에서의 공통된 화두로는 '말문을 터트리는 미디어'로서의 영화, 그리고 '학술적인 것을 대중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도록 번역하는 여성영화제', 두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 다큐멘터리 '달리는 꿈의 상자, 모모' 중에서

인천여성영화제 이영주 프로그래머께서는 '모씨네 영화놀이차'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언급하신 대사입니다. 이 날 제가 영화를 보고 GV에 참여하며 곱씹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구절을 듣고 <편집자란 무엇인가> (김학원 저) 에 등장하는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처럼 함께 경험하고, 대화의 씨앗을 심는 것이 책이라면, 

출판이란 영화제처럼 이야기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상, 손발이 오그라든 잠홍이었습니다 ^_^!!!!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