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이름으로

- 황은덕 소설가 인터뷰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으나입니다.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린 아침을 뒤로하고, 흐린 기운이 가실 무렵 저는 황은덕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작가님께서는 긴장감으로 굳어 있던 저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셨는데요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황은덕 작가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 바로, 그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환한 미소를 지어주시는 황은덕 작가님

 

 

# 질문 하나

 2009년 첫 소설집 『한국어 수업』 이후, 8년 만에 신간 『우리들, 킴』으로 독자와 만나시는 기분이 어떠신가요?

 - 우선 '부끄럽다.', '회한이 남는다.' 이 두 감정이 먼저 떠올랐어요. 소설가로서 조금 더 열심히, 성실하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반성을 많이 했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다짐의 계기가 되었어요. 책을 묶는 게 그런 과정인 것 같아요. 반성을 하고 앞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하는 그런 계기요.

 

 

#질문 둘

 공백기 동안 어떤 활동을 하며 지내셨나요?

 -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로 사는 게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사실 『우리들, 킴』을 8년 만에 내기는 했지만, 공백기라고 하기보다는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2009년에 첫 창작집을 내고 난 이후 지금까지 소설 청탁이 온 것을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는데, 모든 걸 소화하면서 책을 내는 데까지 이 정도 시간이 걸린 거죠. 물론, 어떤 작가들은 청탁 상관없이 열심히 써서 각종 문예지 투고를 한다든지 그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작가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청탁이 들어오면 습작하고 있던 것들을 다듬어서 작품으로 발표했죠. 1년에 한 편 정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셈인데, 이것도 다른 지역 작가에 비하면 운이 좋았던 편이죠.

 

 

#질문 셋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을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는지, 혹시 어릴 적부터 소설가를 꿈꾸셨나요?

 - 소설이나 시, 문학 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어릴 적에 '책 읽기'를 다들 즐겨하셨을 거예요. 물론 저도 그랬고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썼죠. 소설보다는 시에 더 관심이 많았고 또 많이 읽기도 했어요. 제가 전라남도 광주 출신인데 대학을 전남대로 진학했어요. 전남대에 문학 써클, 지금 말로 하면 문학 동아리가 딱 하나 있었어요. 이름이 '용봉 문학회'였는데 (전남대가 용봉동에 있어서 '용봉 문학회'라고 불렀어요.) 저는 거기에 가서도 시를 썼죠. 시를 쓰고, 시화전도 하고. 그때가 80년대였고 시가 강세인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계속 시를 썼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등단을 하더라도 시로 등단을 하겠지, 생각했죠. 대학 졸업하고 바로 서울에서 방송작가 생활을 했어요. 5년 정도, 그러니까 항상 글을 쓰는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대학 때 문학 동아리 활동을 주로 하긴 했지만 전공이 영문학이었어요. 서울 MBC 라디오 국에서 방송작가 일을 하면서 번역도 하고 멘트를 다 썼죠. 책 읽고 글을 쓰는 게 늘 일상적인 일이었어요. 미국에 8년 정도 체류하면서 공백이 있었죠. 그러니까 어릴 적부터 소설가를 꿈꿨다기보다 사실은 시인이 되고 싶었죠. 시인이 되려다 소설가가 된 거예요.

 

 소설가가 아니라 시인이 되셨어도 굉장히 잘 어울리셨을 것 같아요. 그럼 언제 '소설을 써봐야겠다.'라고 생각하셨나요?

- 제 생애 첫 소설은 대학교 4학년 때 나왔네요. 계속 시를 쓰다가 졸업 직전에 난생 처음 단편소설이라는 것을 썼어요. 그 이후로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 소설 쓰는 것을 잠시 접었죠. 방송작가를 하면서도 계속 시로 등단하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8년간 지낸 후, 귀국을 앞두고 '이제 한국 가서 소설을 써 봐야겠다.'라고 그때 처음 생각했어요. 그게 98년이었죠. 제 등단작이 「한국어 수업」인데 그 소설 첫 문장이, 미국에서 귀국하기 직전에 노트에 써 둔 구절이었어요. '자 다시 한 번 따라해 보세요.' 이 문장이거든요. 아직도 그 문장이 적힌 노트를 들고 있어요. 98년도 여름에 부산에 와서 2000년에 등단을 했으니까 실질적으로는 1년 만에 소설로 등단한 거죠. 그러니까「한국어 수업」이 '소설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쓴 첫 소설이고, 완성한 후에 9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투고했는데 이게 덜컥 당선이 되서 소설가가 된 거죠.

 

 그 당시 신춘문예에 당선되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한국어 수업」은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 제게는 일상적인 이야기 였거든요. 당선이 되고 나서 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이야기가 굉장히 신선했나봐요. '나에게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구나.' 라고 그때 처음 생각하게 됐죠.

 

 저도 작가님의 데뷔작「한국어 수업」을 읽어 보았습니다. 해외 입양아나 그 입양아들이 처한 사회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 그 이전에는 없다보니, 당시에는「한국어 수업」이라는 작품이 낯설기도 하고 굉장히 새로웠을 것 같습니다.

 

 

 #질문 넷

『우리들, 킴』 속 총 7편의 단편소설 중 절반 정도가 '입양', '미혼모' 등 한국 사회에서 민감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담담한 어조가 오히려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강조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쓰시는 과정에서 이러한 민감한 사회 문제를 다루시는 데 큰 어려움이 없으셨나요?

- 제가 비 입양인이잖아요, 비 입양인로서 입양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한 큰 심적 부담감이 있어요. 왜냐하면 내가 직접적으로 체험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저는 2000년 등단작  「한국어 수업」부터 입양인의 삶을 다뤘어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소설은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어 강사 생활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인데, 제 수업에 한국 입양인 여학생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한국어 수업」에 등장하는 크리스틴의 모델이죠. 그 이후로도 계속 입양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 왔어요. 그러다보니까 2000년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GOAL'이라는 단체에서 통역 자원봉사일을 몇 년 했어요. 입양에 관심이 있고, 등단작에서도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제가 현실적으로 도움이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말하자면 제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들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인 거예요. 그러니까 민감한 사회 문제라기보다는 제 주변에 이런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저한테는 가까운 문제였던 거죠. 이게 막 민감한 소재구나라는 생각은 별로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럼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이야기나,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셨다는 말씀이시네요.

- 그렇죠.

 

 

#질문 다섯

 실제로 미국 생활을 하시고 귀국 후에 입양 단체에서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경험들이 작품 창작에 영향을 끼쳤나요? 

- 엄청난 영향을 끼쳤죠. 소설 속 인물들도 물론 제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이긴 하지만 실제 경험에서 온 부분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부산에 계신 작가 분들 중에 몇몇 분은 10여 년 동안「한국어 수업」이 제 이야기인 줄 아시더라고요. "부모님 없이 어렵게 살았는데..."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제 이야기는 아니구요. 미국에서의 경험들이 소설 속 배경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거죠. 입양 단체에서 일을 했을 때는 가까이에서 직접 입양인을 만났고요.『우리들, 킴』에 등장하는 많은 입양인이 있는데 물론 이들의 모습이 현실과 백 퍼센트 맞지는 않지만 제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온 경우가 많죠. 미국 생활이나 입양 단체에서 일을 한 경험이 제가 소설을 쓰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그렇군요.『우리들, 킴』을 읽으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인물들의 상황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는 작가님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질문 여섯

『우리들, 킴』의 첫 문을 여는 단편「엄마들」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마치 시의 수미상관 형식처럼 '입양은 기쁨입니다.'라는 플랜카드의 문구로 소설이 시작되고 끝을 맺는데요. '나'가 아이를 보내고 '가슴이 아렸다.'라는 부분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 상황에서 플랜카드의 문구가 참 이질적으로 느껴졌는데요, 소설 속 '나'의 상황과는 별개로 '입양은 기쁨입니다.'라는 이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입양은 기쁨일까요?

- 소설 속 '나'의 상황에서 본다면 입양은 기쁨이 아니라, 현실에서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리는 경우죠. 소설 속 '나'의 상황과 별개로 이 문구에 대해 생각했을 때는 일단 국내입양, 국외입양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 봐야 할 것 같아요. 'GOAL(해외입양인연대)' ,'뿌리의 집(해외입양인보호 비영리민간인단체)', 'TRACK(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 입양인 권익단체들의 입장을 보면, 해외입양을 반대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입양 활동가이자 작가인 'TRACK'의 대표 정 트렌카 씨(정경아 씨)가 <한겨레 21>에 기고를 한 게 있어요. 중심 주제가 '아기 살 돈으로 친엄마를 지원하라.' 인데요. 이 말을 지금 누구한테 하고 있냐면 해외 입양 부모들에게 하고 있어요.「우리들, 킴」을 보면 해외에서 입양 부모가 아이를 입양할 때 지불해야 할 돈이 나오잖아요. 그렇게 입양을 하지 말고 차라리 고국에서 친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하라는 의미죠. 입양인 당사자들이 계속해서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거예요. 친가족, 친모, 친부가 아이를 스스로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자는 의미인거죠. 더 나은 복지라든지... 예전보다 상황은 좋아지고 있어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미혼모나 한부모가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긴 하지만요. 결론적으로 입양은 기쁨이 아니죠.

 

 '입양은 기쁨입니다.'라는 표현은 오히려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그렇죠.

 

 

#질문 일곱

「우리들, 킴」 속 마지막 부분에서 '더 나쁜 경우가 될수도 있었어.'라는 문장이 인상 깊습니다. 입양이라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나쁜 경우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소설 결말부에서 이 문자잉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요? 특별히 이 문장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셨나요?

- '더 나쁜 경우가 될수도 있었어.' 라는 말은 입양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위로하면서 하는 말이죠. 수록작 「글로리아」에서는 이 문장에서 말하는 더 나쁜 경우가 실제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이 말 자체가 굉장히 양날의 검 같은 말인데 입양인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서 입양 부모의 경우 입양아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입양 부모가 아이한테 이 말을 쓴다는 거죠. '내가 너를 구원했어. 내가 널 입양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쁜 상황에 직면했을 거야.' 라는 식으로요. 누가 이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 입양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역설적인 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더 나쁜 경우가 될수도 있었어.'라는 말을 듣는 해외 입양인의 입장인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자체가 이미 나쁜 상황일수도 있을 텐데, 이런 말로서 그들의 삶 자체를 수긍해버리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우리가 보통 비 입양인으로서 입양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극단적이에요. 하나는 아주 유명한 입양 성공 사례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아주 비극적인 사례가 있어요.  최근까지도 해외 입양아들이 한국에 와서 고독사를 하고 자살을 하는 경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죠. 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뭐냐면, 이 극단적인 두 사례들의 가운데에서 정말 평범하게 살아가는 입양인이 많다는 거예요. 제 주변에도 이런 분들이 많고요. 물론 그런 분들이 치명적인 트라우마는 가지고 있죠. '버려진 아이' 라는... 이건 결코 가려져선 안 되는 거죠.

 

#질문 여덟

 「글로리아」를 읽고 마지막 각주를 살펴보다, 이 소설이 2006년 미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한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몰랐던 부분이라 충격이 컸는데요, 기존에 발생했던 사건을 창작 배경으로 삼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시지 않을까 합니다.

 - 2006년에 실제로 미 플로리다 주에서 일어났던 사건인데, 이 당시에 제가 미국에 있었어요. 2005년에서 2006년까지 잠깐 미국에 체류를 했었는데 그때 신문에서 이 사건을 접했죠.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미국 사회에서도 큰 이슈였어요. 언론에서도 계속 보도가 되었고요. 정말 아주 비극적인 케이스죠. 이 사건이 아직까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어요. 입양인 멜린다 더캣과 그녀의 아이 트랜튼 더캣의 이야기. 아직도 아이는 실종 상태고, 당시 범인으로 멜린다 더캣이 제 1용의자로 지목 됐었죠. 근데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미국 언론이 21살 한국인 출신 입양아 멜린다 더캣을 마녀사냥으로 확 몰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글로리아」를 보면 CNN 방송국에서 주인공을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도 거의 실제 있었던 일을 활용해서 썼죠. 제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심한 인종차별이 존재하거든요. 해외 입양이 나쁜 이유 중에 하나가 특히, 인종 간 입양이 이루어질 경우 백인 사회에서 노란 피부의 아이가 혼자 살아가야한다는 거죠. 얼마나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겠어요. 누구나 이 아이가 입양인이라는 것을 아는 거죠.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 입양아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이 사건의 핵심인데 결국은 이런 편견들이 멜린다 더캣을 자살로 내몬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 사건 이후 입양인 권익단체에서 한 입양인이 인터뷰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멜린다 더캣이 다른 입양인과 같이 있었다면, 다른 입양인들과 연대를 했다면 그렇게 혼자 죽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우리들, 킴」에서 입양인들이 서로 돕고 연대하는 모습을 그렸다면,「글로리아」를 통해서는 연대 없이는 이런 비극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어요.

 

 연대 너머의 다른 모습에 집중해서 「글로리아」를 쓰신 거네요?

 - 그렇죠. 가장 비극적인 경우인거죠.

 

 

#질문 아홉

『우리들, 킴』 속에는 '입양'과 '미혼모'에 대한 내용 이외에도 남녀 간의 사랑 혹은 우정을 표현한「불안은 영혼을,」과 「환대」와 같은 단편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특히「환대」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진숙 그리고 은희의 관계가 인상 깊습니다. 두 인물의 경우 친구 사이지만 친구 이상의 유대감을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사이라고 해야 할까요? 은희의 남편, 진숙의 오빠처럼 주인공에게 상처를 주는 대상이 남성이고 비슷한 상처를 가진 여성들이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이러한 인물 관계를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 사실 「환대」는 진숙과 은희가 서로 서로를 환대하는 내용이에요. 비록 한 친구는 정신병원에 있고 한 친구도 바깥 사회에서 생활하지만 행복하지 못한 상황이죠. 제한된 공간, 면회실 같은 곳에서 밖에서 사온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고 산책하는 이 정도의 만남이지만 서로에게 엄청난 위안을 주는 사이죠. 사실 이러한 과정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인 거예요. 엄청난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상처가 사회적인 시스템 안에서 남성들의 권력으로 인해 비롯되었다는 점이 이 두 인물의 공통점이죠. 이걸 연대라고 말한다면 정말 힘없고 나약한 연대죠. 끊어질 듯 너무나 가느다란 연대긴 하지만, 삶의 순간들을 시간이나 양으로는 볼 수 없잖아요. 어떤 한 순간이 평생을 위로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죠.「환대」를 통해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리들, 킴』을 보고 계시는 황은덕 작가님

 

 

# 질문 열 

 작가님의 소설을 보면 주인공이 거의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소설을 쓰실 때 좀 더 몰입하기 위함이신가요?  

- 다른 작가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설을 쓰면서 뭘 쓸까라는 고민을 할 때, 가장 먼저 나에게 절실한 것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관심이 있고, 나에게 가장 절실한 것. 저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가장 절실했던 거죠. 이 소설집에서 남성이 나오는 부분은 「불안은 영혼을,」 에서 정수라는 인물이 나오고, 그 외의 다른 단편들에서는 주인공이 다 여성인데요, 제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쓰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당분간은 아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쓸 것 같아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완전히 여성, 남성으로 가를 수는 없잖아요. 같이 살아야 하니까. 제가 남성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면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쓸 것 같아요. 아직 남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못 쓰는 이유가 가장 크죠. 잘 아는 것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쓰는 사람이 몰입하는 것,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먼저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질문 열하나

 사람의 이름과도 같은 소설의 제목, 이 제목이 주는 힘이 한 편의 소설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우리들, 킴』도 제목 자체가 주는 힘과 분위기가 있는데요, '우리'라는 범주와 '킴'이라는 단어 자체가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혹시 '우리들, 킴'이라는 제목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요?

- 단편 「우리들, 킴」은 복수화자가 주인공이죠. '우리'가 주인공인 거예요. 소설 내에 화자가 나오는데 '비서 킴'도 아니고 '화가 킴'도 아닌 '킴들' 중에 한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많은 킴들 중에 한 명이 화자인거죠. 킴 중에 한 명이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킴의 이야기를 하는 구조인데, 여기서 킴은 해외 입양인을 상징하는 보통명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입양인들은 서로서로 아낌없이 돕거든요, 저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요. 사람들이 연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2년에 '입양특례법'이 개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입양 권익단체들의 힘이 굉장히 컸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 연대의 힘을 「우리들, 킴」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우리들, 킴」이 표제작인 된 이유도 이 연대의 힘을 조금 더 집중해서 표현하기 위함이신가요?

 - 그렇죠, 「우리들, 킴」을 제외한 다른 단편들은 입양을 전후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요. 「엄마들」같은 경우에는 미혼모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이 과정에서 입양아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글로리아」도 마찬가지고, 「해변의 여인」은 입양인을 둔 큰엄마의 이야기잖아요. 「열한 번째 아이」도 결국 아이 양육에 대한 문제고, 「불안은 영혼을,」과 「환대」는 여성이 굉장히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고 있죠. 이 소설집 전체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우리들, 킴」인거죠.

 

 

#질문 열둘

 소설 속에서 주로 다루셨던 '입양'이나 '미혼모' 와 같은 이런 사회적 사안에 대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요즘은 미혼모라는 표현보다 '한부모가정'이라고 하죠. 사실, 입양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미혼모나 미혼부가 아이를 충분히 키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하죠. 지원정책 같은 경제적인 여건이 탄탄하게 형성되어야 하고, 또 '입양'과 '한부모가정'을 바라보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시선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 충분히 잘 양육할 수 있다.' 라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해요. 사회적인 낙인을 없애야 하는 거죠. 더디기는 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가정 밖으로 끌어내서 공론화하는 게 시작인 것 같아요. 다 쉬쉬하고, 덮고 그들을 그늘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거죠.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중에 하나예요.

 

#질문 열셋

 황은덕 작가님에게 '소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 『우리들, 킴』 작가의 말에 '소설을 쓰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썼는데,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요즘 소설이 영상이라든지 미디어, 웹, 웹툰 등에 밀리면서 그 힘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에요. 문학이 주는 힘도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쓰면서 항상 '어떻게 살아야하지' 라는 삶의 방식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이 삶의 방향성을 많이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써야겠죠.

 

#질문 열넷

 마지막 질문입니다. 저도 작가님처럼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싶은 문청들 중에 한 명인데요, 소설가(혹은 작가)처럼 글을 쓰고자 하는 문청(문학을 하는 청년)에게 전하고 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 이 시대의 문청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가장 어려운 질문 같아요. 참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는구나, 돈도 안 되는 길을 가려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죠. 제가 문학을 시작했던 80년대에는 문학이 사회를 바꿀 수 있고, 사람들에게 의식의 전환점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영화나 다른 미디어들과 나누고 있는데 특히, 그 속에서 문학은 입지가 좁아진 상태죠. 그렇지만 아직까지 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힘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아요.

 

 ▲ 책에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시는 황은덕 작가님.

처음에 이름을 물어보시곤 "이름 뒤에 뭐라고 쓰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셨다.

 

 

 

『우리들, 킴』을 통해 황은덕 작가님을 만나 본 인터뷰, 끝까지 잘 읽어 주셨나요? 작가님을 만나 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저 역시도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품 속에 묻어 있던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과 대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실제로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이었습니다. '한 작품은 작가 그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만난 『우리들, 킴』은 황은덕 작가님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이 부족하고 어리숙했지만 질문 하나하나 귀 기울여주시고 답변해주신 황은덕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 작가와의 만남이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산지니 출판사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행복하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들, 킴 - 10점
황은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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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카 2018.01.22 2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굉장히 긴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소설의 내용이 더 이해가 되네요.

  2. BlogIcon 단디SJ 2018.01.24 1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인터뷰 준비해서 진행하고, 이렇게 정리하기까지 으나님께서 고생이 많으셨네요!! '입양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아닌, 아주 평범하게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신 것 같아요! 나와 가족과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3. BlogIcon 으나sn 2018.01.24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읽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4. Ted 2018.03.02 0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 하세요?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Ted Park 입니다.친구로 지낼 수 있는40대 여성분 찾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지낼 수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 테니스. 골프등 운동 좋아 하시고. 여행 같이 할 수 있담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겠죠? 전 돌싱 이구요 여기에서 작은 개인 비즈니스 하고 있어요. 요리 잘 해서 여기 친구들 한테 칭찬 받고요. 운동 많이 해서 몸과 마음이 늙 지는 않았어요. 이민 온지 13년 됬고요 한국에선 현대구룹에서 일 했어요. 혹시 관심 있으신분 이 메일로 메시지 남겨 주세요. fzone9@gmail.com
    •먼저 카톡 친구 하구요 좋으시면 호주로 방문 하세요

 

안녕하세요~

열혈 인턴 희얌90입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헉헉) 오늘은 서평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서정아 소설집 『이상한 과일』입니다.

 

서정아 작가님은 1979년도에 인천에서 출생하셨고 여러 도시를 거치며 성장, 1996년에 부산으로 오셨다고 합니다.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셨어요. 등단하고 첫 소설집을 묶어 내셨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이상한 과일』입니다!

 

 

을 처음 받아들고, 놀랐습니다. 아, 정말 이상한 책이다. 생각했습니다. 이건 가로로, 시나리오 읽듯 봐야하는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물론 표지가 정말 예뻐서 책 표지만 떼서 갖고싶을 정도였습니다.

제목이 '이상한 과일'인 만큼 이상한 책을 기대하며 가로로 책을 펼쳤습니다.

 

오잉

세로로 된 책이었네요. 읽기 전 부터 기대가 up! 되는 책이었습니다.

안에는 표제작과 함께 여덟 작품이 실려있습니다.

작가님의 첫 등단 작인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도 실려있습니다.

 

뎅이가 지나간 자리는 곤충을 수집하는 남자와 사귀는 여자의 이야기인데요. 이것이 참 사귀는 사이로 말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들은 엄청나게 간단한 만남, 충동적인 헤어짐과 같이 연인 사이라고 하기엔 모자란 사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모'를 매개로하여, 이어져있습니다. 늙은 이모를 보고 토악질을 하는 남자, 젊은 시절 죽은 이모를 기억하는 여자. 그들은 서로 다른 기억으로 서로를 잡고 있습니다. 관계에 대한 무언의 압박에 대해 고민하는 여자와 주변 환경들. 그리고 박제된 풍뎅이. 그것들이 여자를 괴롭힙니다.

이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고흐의 그림을 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고흐가 왜 자신의 귀를 자른줄 알아?' 남자의 물음에 저까지 고민하며, 고흐의 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물음과 고흐. 고흐의 그림. 그 모든 것이 소설의 배경을 압축시켜 놓는 느낌이었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고흐의 <귀에 붕대를 두른 자화상>

 

『이상한 과일』에선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벌레가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작중 인물 중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 여성 화자를 사용하는 소설은 어디든 많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과일』에 등장하는 여성 화자는 다른 소설에서와 다릅니다. 파괴적인 내면을 가진 여성,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여성, 자신이 인간관계에 삽입되는 것을 경멸하는 여성. 모두 다 다른 신경을 가진 여성화자가 등장해 웬만한 액션 영화보다 손에 땀을 쥐게합니다. 정신차려보면 제가 전지, 이 소설 속의 여자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여 제 책상 옆에 놓인 전화기를 부수고 싶은 감정을 들게 합니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에 등장하는 직장생활의 백태 혹은 추태들은 회사원이지도 않은 제가 공감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리고 문제적이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부터 화자의 방에 들어와 사는 달팽이가 거슬리는 여자는 달팽이를 발견하면 늘 소름이 돋곤 합니다. 그리고 휴지에 그것을 싸 버려 버립니다. 그런 그녀에게 달팽이처럼 등장한 '김선주'라는 인물은 회사 동료들에게 사장의 이거라 뒷담화의 대상입니다. 주인공은 그런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끊으려 하지만 김선주도 회사 사람들도 끊임없이 질척이며, 느리게 그녀에게 신경을 쓰도록 만듭니다.

 

 

 

달팽이는 3월이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비가 오거나 습기 찬 날이면 어김없이 방으로 기어 들어와 나를 보고 있었다. 때로는 벽에 붙은 채로, 때로는 이불 위에서, 때로는 화장대에서……. 분명히 내 방까지는 열심히 기어 왔을 텐데 희한하게도 방 안에서는 꼼짝하지 않고 마치 나를 기다리듯 한자리에 가만히 있었다.…(중략) 갑자기 귀에 확성기를 갖다 대고 외치는 듯한 김대리의 말에 문득 정신이 들어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일제히 나를 향해 있는 얼굴들 사이로,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p64~84)

 

어느 날 사라진 그녀처럼 달팽이도 사라지는데, 그것이 하얀 달팽이의 점액처럼 남아 그녀에게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찬 원룸 방안에서 비를 피하는 것같은 기분에 앉은 자리가 찝찝해질 정도였습니다. 

'꿀벌의 비행'엔 꿀벌이, '잎이 삼킨 것들'에는 파리지옥이 등장합니다. 이것들은 화자를 물거나 쏴서 그녀들에게 어떤 충격적인 사건으로 몰아가거나 혹은 정신을 차리도록 만듭니다. 소설적 장치를 벌레나 식물로 설정하여 아주 적절한 충격을 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벌레가 정말 저는 무섭거든요.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의 서평을 위해 풍뎅이를 검색했다가 바로 껐습니다. 벌레는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에겐 무섭고, 두려우며, 한편으론 음침한 무언가를 생각나게도 합니다. 그런 벌레의 이미지를 소설적 장치로 잘 사용하신 점이, 문청으로써 본받고 싶었습니다.

 

 

또한, 소방관이 벌집을 떼러와 하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을 지키기위해 스스로 파괴한다는 벌이 아이러니하다는 그의 말은, 그녀가 남자에게 이별을 고하고자 하는 마음을 잡는데 확신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꿀벌이 어디에서 어디로 날아가는지, 자신은 어디로 날아갈 건지. 지키기 위해 파괴할 것인지, 지키지 않고 살아갈 것인지.

'해산'에는 아이를 잃은 여성이 어머니를 찾아간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화자는 아이를 잃고 남자도 잃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찾아간 것은 다방에 앉은 어머니.

 

 

 

어머니는 화자가 짝사랑했던 남자와 관계를 하고 화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줍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분개한 화자는 아이를 보내고 난 뒤 어머니를 만납니다. 어머니에게 자신을 왜 낳았냐는 질문을 던지는 화자. 화자는 어머니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신을 품었던 열 달의 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화자는 텁텁한 다방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 제임스의 차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자궁을 그리워 합니다. 그녀는 새로 태어난 기분일까요?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하며, 또 동성애나 불륜과 같은 소재를 거부감 없이 소설의 한 내용으로 그대로 녹여 썼는지 부러워하고 또 부러워했습니다. 관계의 부조리함과 관계의 헛됨 그리고 버려짐을 마다 않는 작중 인물들. 이 책을 읽고나면 정신적 내성이 생겨 그 어떤 충격에도 호들갑 떨지 않게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배경묘사와 작중 인물들의 대화가 리얼하여, 저는 연기 대본을 읽는 것처럼 읽었습니다. 한 번은 남자친구에게 유산을 했다고 거짓말하는 여자가 되었다가, 엄마에게 못되게 구는 여자가 되었다가. 한편의 드라마를 찍었습니다.

이 책은 허무한 듯 하면서 진정한 관계 속에자아의 고요한 우물에 돌을 던져놓음으로서 우리가 겪는 관계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는지, 어떤 행동을 취해왔는가 되묻는 소설이었습니다. 또한 주인공들의 성격도 화끈(?)해서 좋았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그것이 자꾸 머리에 남아 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하얀 점액에 이상한 과일이 열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피어서 어떻게 하려구?하면서 말이죠.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계속되는 잔상이 남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꼭-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상 열혈 인턴 희얌90이었습니다~

 

 

이상한 과일 - 10점
서정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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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코라떼 mj 2015.01.16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평만 봐도 정말 책의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저도 나중에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특히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를 읽어보고 싶어요. 오늘은 제가 첫 댓글!ㅋㅋㅋㅋㅋㅋㅋㅋ


부산일보 신춘문예·해양문학상 수상자들의 모습입니다. 앞줄 왼쪽부터 오선영 소설부문 당선자.정와연 시부문 당선자. 임선영 동화부문 당선자. 김자미 동시부문 당선자. 현찬양 희곡부문 당선자. 김종찬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자.


바야흐로 신춘문예의 계절입니다.

2013년 새해를 맞아 그동안 열심히 습작해온 결과물의 발표를 숨죽여 기다려온 문학가 지망생들의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만큼, 기다려오고 2013년 1월 1일의 신문지면을 고대했을테지요.

자신의 이름 석자가 신춘문예 지면에 실리는 그날을 말입니다.


부산 출판사인 산지니도 부산의 신문사인 신춘문예 지면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답니다. 훗날 이들이 성장해 한국문단계를 이끌어나갈 소설가, 시인, 동화작가, 희곡작가, 동시작가로 거듭날테니까요. 저도 이날 참석해 이들과 눈도장을 꼭 찍고 나왔답니다.


앞으로 더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글쓰기에 매진하겠다던 오선영 소설부문 당선자.(오선영 당선자는 산지니의 저작물 『공존과 충돌-적을 향한 상상들』의 공동저자이기도 합니다.) 늦은 나이에 시를 써서 꿈을 이루어 기쁘다던 정와연 시부문 당선자.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동화를 계속해서 쓰겠다던 임선영 동화부문 당선자. 소감을 말하는 내내 눈물을 그렁대면 동시를 쓰면서 가진 그 순수함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던 김자미 동시부문 당선자. 당선되고 지인들에게 밥사주고 술사주기 바빴다며 겸손해 하던 현찬양 희곡부문 당선자. 


모두 모두 당선을 축하드리며, 앞으로 건필을 기원합니다.^^



2012 부산 해양문학상 수상자 김종찬 선생님입니다.


한편, 이번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은 2012년 해양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거행되었습니다.

당선자는 『뉴펀들랜드 어장의 선원들』의 김종찬 선생님이 수상하셨는데, 늦은 나이에도 문학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이 보여 훈훈했습니다. 실제로 젊은 시절, 어업활동에 종사하시면서도 일하는 틈틈히 습작을 해서 「부산일보」에 신춘문예로 응모했으나 낙선했던 일이 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다시 해양문학상을 「부산일보」를 통해 받게 되어 더욱 뜻깊다고도 덧붙이셨고요. 

더불어 김종찬 선생님께서는 당선소감으로 팩션소설이나 실제로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선원들의 삶을 그대로 재현해 냈기 때문에, 자전소설, 또는 자신의 일기로 읽어도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종찬 선생님의 해양문학상 수상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자주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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