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12월 27일자 '책 속으로' 지면에서 여러 필자들이 각자 '올해의 책'을 꼽았습니다. 셰프이자 음식 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씨는 『북양어장 가는 길』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2014년의 마지막 ‘책 속으로’ 지면입니다. 한 해를 마감하며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다독가(多讀家) 8인이 추천하는 책을 모아봤습니다. 여기 소개된 책은 베스트셀러나 출판계를 뒤흔든 대작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개인의 마음에 깊숙이 다가가 빛나는 영감을 선사한 값진 책들입니다. 

 좋은 책 한 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친구 한 명을 사귀는 것만큼이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한 해를 정리하며 독자분들도 한번 꼽아보시면 어떨까요. 올해 당신을 움직인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


박찬일 셰프·음식 칼럼니스트
●북양어장 가는길
최희철 지음, 해피북미디어
198쪽, 1만3000원




고기 잡으러 베링해로 떠났다가 사고를 만난 오룡호 사건이 터지고나서 식탁의 명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우리 입은 이미 국토와 영해에서 나는 것들로는 채울 수 없게 됐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 5% 시대를 사는 현실이 오룡호 사태를 불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요를 향한 과욕의 업보이면서 동시에 현실이다. 우리는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근원을 모른다. 소나 닭이 한가한 목가적 분위기 대신 공장형 축산시설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어선과 마도로스의 흥분따위는 없다. 만선을 향한 자본의 고유한 욕망이 지배하는 바다 사정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 있다. 북양은 명태잡이를 하는 저 북쪽 바다. 북극과 멀지 않은 추운 대양을 말한다. 까다로운 대국의 간섭과 무자비한 경쟁국의 어선들, 태풍에 버금가는 저기압에 맞서 싸우며 그물을 끈다. 어군탐지기와 군함에서나 쓰이는 줄 알았던 소나로 바다밑의 고기를 훑는다. 트롤 어선은 ‘피도 눈물도 없는’ 바다의 수확자다. 거대한 그물로 어군을 찾아 훑어낸다. 그것이 우리 밥상에서 반찬이 되는 생선이다.

 음식 공급이 시스템화된 현대는 개인이 그 좌표를 읽어낼 능력이 없다. 쾌적한 마트에 진열된 식품은 이런 구조에서 탄생하고, 원양어선은 그 시스템의 최초 생산자다. 깔끔하게 포장된 게맛살의 원료와 명란을 얻기 위해 오늘도 트롤 어선은 북양의 집채 같은 파도와 싸운다. 할머니 손맛의 동태찌개와 코다리조림의 근원이 저 바다에 있다니.

 흔히 예상하는 원양어선의 낭만적 묘사는 이 책에 없다. 시종 표준 혈압으로 담담하게 서술해나가는 터라, 오히려 현장감이 살아난다. 일상적 노동을 매우 건조하게 쓰고 있는 문체를 읽노라면, 마치 김훈의 소설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울컥하게 되는 것도 닮았다. 저자가 감성 넘치는 시인이라는 것은 책 서두의 들어가는 글에서 빛난다. 특별한 명문이다. ‘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기록 문학으로서 가치도 함께 지닌 책이다. 

중앙일보ㅣ2014-12-27

원문 읽기: http://joongang.joins.com/article/863/16793863.html?ctg=1700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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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4.12.29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려 올해의 책이네요+_+!!
    표지부터 내용까지 아름다운 책이네요. 저자분께도 이 책을 추천해주신 박찬일 셰프님께도, 책을 만든 온수편집자/잠홍편집자 모두 축하해요~!^^*

    • BlogIcon 잠홍 2014.12.29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 저자분과 온수 편집자님, 편집장님이 수고가 많으셨지요. 저는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_-vV

    • 온수 2014.12.29 1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저 온수편집자입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해서 나타났습니다 하하. 박찬일 셰프의 음식은 먹어보지 못했지만ㅋㅋ 글은 참 좋아하는데요, 올해의 책으로 뽑히다니 뭔가 기분이 좋습니다. 마무리는 잠홍 편집자님이 했으니까 암요암요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아듀 2014이네요. 산지니 식구들 모두 행복한 2015년 되세요^^

    • BlogIcon 엘뤼에르 2014.12.30 0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수) 호랑이도 제 말한다면 온다고 해서 왔다니 너무 ㅎㅎㅎ 온수도 행복한 2015년 되시고, 늘 웃음꽃 피는 아름다운 나날들 되시어요~**

자본이란 괴물이 꿈틀대는 '욕망의 바다'…북양어장 가는 길

  


 
 



북양어장 가는 길/최희철 지음/해피북 미디어 펴냄

바다와 함께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들, 어획 대상이었던 물고기들, 트롤어선과 어구들, 거센 바람과 어둠, 파도와 눈보라, 안개와 대양, 검푸른 대양에 상처처럼 솟아 있는 회색빛 섬들….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는 수없는 사건이 있었지만, 원양 어업이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어떤 역사도 남기지 못했다. 적어도 기록으로서 역사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젊은 시절 원양 어선을 탔던 지은이는 그러나 ‘몸의 기억, 검은 주름, 포효하는 바다’에서 그들이 새겨놓은 역사를 찾는다. 무심한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기록들이다.

책은 출항 준비에서부터 선원들의 계약 방식, 뇌물, 선적용품 단가 후려치기, 출항, 고기잡이 과정, 합작사업, 혹한 노동, 그물사고, 비바람, 대포 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파도 부딪히는 소리, 피항, 당직, 부표와 등대, 운반선과 만나 어획한 고기를 보내고 필요한 물자를 전달받는 과정, 어군탐지기보다 더 발달한 ‘소나’가 가져다준 혼란과 욕망, 선상의 훌라 등 원양 조업과 원양 어선 선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북태평양 어장에서 항해사로 근무했던 지은이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북태평양 어장에서 경험했던 일을 ‘미시적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행문도 아니고, 학술서도 아니고 논문도 아닌 당사자의 기록이다. 그렇다고 일기도 아니고 사건 기록도 아니다. 바다에서 보낸 세월을 통해 바다살이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큰 범주에서 독특한 수필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은 바다를 푸르고 아름답게 기억하는 관광객에게는 사납고 두려운 바다를, 언젠가 바다로 가리라는 꿈을 가진 청년들에게는 바다살이의 고충과 즐거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격한 노동 속에서 무심한 눈으로 보았던 바다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항해사로 일했던 지은이는 야간조업 중에도 다른 배에 달린 불빛의 위치나 숫자만으로 배의 종류나 이름을 파악해야 했고, 국제어장의 다른 어선들과 통신으로 소통하며 배의 예망코스를 정했다. 어군을 찾아내고 무사히 투망하는 일도 어렵지만, 그물을 끌고 다니며 다른 어선의 그물과 엉키지 않게 하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예망코스를 결코 변경하지 않으려는 북양어장의 무법자 폴란드 어선, 특공대 일본어선…. 그들과 그물이 엉키지 않도록 하면서 어군을 쫓아가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바다 그 자체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바다까지 따라온 자본논리 역시 원양에서는 무시무시한 괴물인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망망대해가 아니라 광포하면서도 촘촘하게 엮인 공간인 것이다.

명란철이 되면 선원들은 하루 16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오직 먹고, 자고, 배설하며 고기만 잡는 것은 아니다. 휴식시간에 거듭 수입을 계산하며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육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작은 모형배 기념품을 만들기도 한다.

선원들은 흔히 우리가 아는 것처럼 ‘터프한 사나이들’만이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드러운 연인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며, 아버지들이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배를 탄 사람도 있고, 바다가 좋아 배를 탄 사람도 있고, 원양 어선을 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꿈을 가진 사람도 있다.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생활한 사람도 있고, 바다가 처음인 사람도 있고, 수산대학 등에서 바다와 고기잡이를 배운 사람도 있다.

북양어장의 추위는 그 자체로 극복하기 힘든 하나의 노동조건이었고, 위험의 상징이다. 거대한 파도가 배를 덮치고, 그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안간힘이 늘 가슴 한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두려움 속에서 그물을 던지고 고기를 잡아야 했다. 두려움에 대한 응전은 살아있는 것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대양에서 눈보라와 파도를 만났을 때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엔진을 최소한으로 쓰며 어느 정도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위험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운명에 몸을 던지는 것, 운명을 긍정하는 일이 운명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지은이와 함께 원양 어선을 탔던 선원들은 “뱃사람들에게 바다는 어머니 품 같기도 하고, 변심한 애인의 얼굴 같기도 했다. 그 시절 젊은 마린보이들의 꿈은 거친 파도 장단에 따라 춤을 췄다”고 회고한다.

197쪽, 1만3천원.

매일신문ㅣ조두진 기자ㅣ2014-12-13 

원문읽기: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62993&yy=2014#axzz3LvTgSkNp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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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을 되살려 바다를 기록하다
<북양어장 가는 길>/해피북미디어 펴냄
[378호] 2014년 12월 06일 (토) 00:38:21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피항(避航)이 결정되면 조업을 중단하고 갑판에 있는 모든 기계와 그물은 고박한 채 배는 앞바람을 받으면서 서서히 전진하는 방법으로 저기압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갑판과 마찬가지로 처리실도 흔들리거나 넘어질 것들을 고박하고 특히 배수 관련 시설들을 점검한다. 열려 있던 ‘렛고(let go) 구멍’도 안에서 잠그고 배수펌프를 준비해둔다. 그리고 처리부원들에게 일정한 간격으로 처리실에 침수가 있는지 살피게 한다.”

25년 전 실제로 북태평양(북양) 명태잡이 트롤 어선에서 항해사로 일했던 최희철 시인이 바다에서 높은 파도와 비바람을 맞았을 때 ‘피항’하는 법을 묘사한 대목이다. 60명 중 단 7명만 구조된 ‘501 오룡호’의 마지막 순간을 짐작하게 해준다. 피항은 원래 저기압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것이지만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바다에서 바람과 맞서며 2~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버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최희철 제공</font></div>최희철 시인은 명태잡이 어선의 항해사로 일했던 경험을 <북양어장 가는 길>에 조목조목 기록했다.


 
ⓒ최희철 제공
최희철 시인은 명태잡이 어선의 항해사로 일했던 경험을 <북양어장 가는 길>에 조목조목 기록했다.

최 시인이 배를 탔던 1980년대 후반에는 조업 환경이 더 열악했다. ‘올림픽 시스템’이라는 쿼터 소진 방식 때문이었는데, 그는 이렇게 기억했다. “올림픽 시스템 쿼터 소진 방식 때문에 모선들은 어장을 떠나기가 어려워졌다. 만선이 되어도 귀국하지 못하고 운반선을 통해 어획물을 전재하고 다시 어장으로 복귀해야 했다. 연료와 식재료는 운반선으로 배급받았다. 그래서 출항하면 6개월 이상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했다. 북양에서 4년 근무하는 동안 항구에 정박한 것은 여섯 번뿐이었다.”

“배에서 내리기 위해 배에 올랐다”


오룡호 사고를 접하고 그는 25년 전의 북양을 기억했다. “우리 때와 조금 다른 것도 있었다. 우리 때는 전부 한국 선원이었다. 오룡호는 동남아 출신 선원이 더 많았다. 오룡호는 러시아와 협약을 맺고 캄차카 반도 인근 서베링해에서 조업했지만 우리는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과 협약을 맺고 알래스카해에서 조업했다. 우리가 탔던 배는 일본에서 건조한 어선이었는데 오룡호는 스페인에서 건조한 유럽식 어선이다. 트롤 어선은 기본적으로 구조가 비슷하긴 하다. 근무 여건은 그때나 지금이나 열악한 것 같다.”

사고 일주일 전 그는 북양에서의 기억을 모은 <북양어장 가는 길>을 펴냈다. 부제를 ‘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 어장’으로 붙인 이 책의 내용은 북태평양 명태잡이 트롤 어선이 어떤 배이고, 어떻게 조업하고, 배의 선원들은 어떠했으며, 선사는 어떻게 운영되었고, 명태는 어떤 특성을 가진 생선이며, 어떻게 잡아서 어디에 판매했는지를 조목조목 기록한 책이다. 단지 명태잡이에 대한 글인데도 책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가 보이고 국제 관계가 읽힌다. 등단 시인답게 문장도 유려하다.

최 시인은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청춘의 기록이기도 했고. 나이가 들수록 그때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바다에 몇 달씩 나와 있으면 마치 유배당한 것 같았다. 중심에서 멀어지는 느낌에 마음이 황량했다. 모두들 배에서 내리기 위해 배에 올랐다. ‘몇 년 타서 얼마를 모으면 내려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우리는 모두 육지를 사무치게 갈망했다. 그때 우리의 모습을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래도 대학을 나오고 문명의 혜택을 받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책에서 최 시인이 선장의 역할만큼 부각한 것은 트롤 그물의 끝자루(코드엔드:cod end)다. 끝자루는 대량의 어획물이 마지막으로 담겨 갑판으로 끌어올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 크기와 무게도 엄청나다. 선원들이 그물을 손질할 때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끝자루가 터지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한다. 선장의 판단력만큼 끝자루의 지지력도 중요하다. 최 시인은 사회에서도 선장만큼 이 끝자루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문읽기: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34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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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가 기록한 바다, 소년들이 꿈꾸는 바다

부산서 해양문학서 두 권 발간

   
'북양어장 가는 길'의 저자 최희철 시인이 1990년 원양어선 갑판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희철 제공
- 최희철 시인 '북양어장 가는 길'
- 직접 체험한 현장 모습 담겨
- 해사고 동아리, 풋풋한 글 묶어

1961년생 해양문학가 최희철 시인은 이달 초 드물게 보는 형식의 해양문학서 '북양어장 가는 길'(해피북미디어)을 펴낸 뒤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들, 어획 대상이었던 물고기들, 생명 없는 기계라고 생각했던 트롤어선과 어구들, 출렁이던 바다의 흔적으로서 바람, 어둠, 파도, 눈보라, 안개 그리고 대양의 상처 같았던 섬들 모두 역동적인 주인공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록으로 남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역사 없는 것들'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북양어장 가는 길'(왼쪽), '바다를 바라보다'
거의 같은 시기에 부산의 '고딩'들이 해양문학서 한 권을 내놓았다. 국립부산해사고에서 '해양문학교실'이라는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는 1, 2학년생 19명이 필자로 참여한 '바다를 바라보다'(산지니)이다. 한국해양문학가협회장을 지낸 해사고 심호섭 교사가 지도했다. 이 책의 필진은 앞으로 해기사가 되어 세상의 바다를 누빌 청소년이다.

"배를 어느 정도 타본 사람이라면 모두 하나같이 항해 중 그 무엇인가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바로 Landfall(육지초인) 즉, 육지를 발견하는 일, 그러고 나서 상륙하는 것이다. 이때의 희열감과 성취감이야말로…나의 경험을 들어보자면 목포에 입항했을 때…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목포를 한눈에 바라본 경험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바다를 바라보다'에 '항해의 묘미-기항지 여행'을 쓴 해사고 2학년 이지훈 군은 "이를 통해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는 나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국립부산해사고 해양문학교실 소속 학생들이 심호섭 교사의 지도 아래 문학 토론을 하는 장면. 심호섭 제공
항해사 출신 최희철 시인의 '북양어장 가는 길'은 부제가 '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이다. 2013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수상작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직접 겪은 험하고 거친 북양어장의 일을 세밀하게 되살리고 기록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출항, 피항, 혹한 노동, 선원들의 놀이, 그물 사고에 이르기까지 깨알같이 박진감 넘치게 그린 소중한 자료다. 

최 시인은 "원양어업은 거대한 자본이 기획해 노동을 투입하는 구조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그간 우리 해양문학은 현장을 그리되 이런 문제는 잘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을 포함해 나 자신과 바다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바다를 바라보다'에 실린 글은 해기사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이 쓴 글답게 풋풋하고 순수하며 힘이 넘친다. 해양문학교실의 동아리를 오래 지도한 심호섭 교사는 "나는 이 책을 거창하게 해양문학 작품집이라고 부른다. 미숙한 청소년의 작품집이지만, 글의 중심에 바다 고유의 미학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장년의 해양문학가가 이미 겪은 바다로 책을 쓰자 미래에 바다를 누빌 청소년이 해양문학 작품집으로 화답하는, 부산 문단의 풍경이다.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바다를 바라보다 - 10점
해양문학교실 지음/산지니
 

원문읽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41209.220231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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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양어장 가는 길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1만3000원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간 걸까? 1980년대까지 알래스카와 가까운 북태평양어장 곧 북양어장에서 명태 자원은 엄청났다. 잡힌 명태를 기다리는 건 ‘할복’이었다. 수놈은 그대로 버리고, 암놈은 배를 갈라 명란만 빼낸 뒤 버렸다. 명란 가격이 워낙 좋아서 그렇게 해도 수산회사는 이윤을 남겼다. 물론 ‘지속 가능한 어업’은 아니었다. 요즘 근해에선 명태 씨가 말랐다고 하니.

1986~1990년 북양어장에서 항해사로 일했던 최희철(53) 시인이 당시를 기록했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바다 위에 쓴 청춘의 기록은 다시 미시사로 세공됐다. 부산항을 출항한 배는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쓰가루 해협, 오츠크 해를 지나 북양어장으로 향했다. 그 길은 세속의 질긴 끈을 놓고 먼 산문으로 향하는 출가의 길처럼 아득했다. 수심 3000m 공해 어장에 도착하면 거대한 트롤어선은 대기권을 벗어난 듯 기침을 해댔다. 그러곤 아침을 향해 그물을 던졌다.

원양어업을 기획한 건 국가와 자본이었다. 하지만 원양어업의 주인공은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 어획대상이었던 물고기, 생명 없는 기계로 생각했던 트롤어선과 어구들, 출렁이던 바다의 흔적으로서 바람과 어둠과 눈보라와 안개였다. 최 시인이 “몸의 기억을 살려” 쓴 이 책은 21개의 에피소드를 엮었다.

한겨레ㅣ손준현 기자ㅣ2014-12-04

원문읽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7632.html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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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양어장 가는 길


- 미시적微視的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




▶ 북태평양어장의 항해사였던 시인, 바다살이의 비늘들을 들추다


청년 시절 미국 알래스카와 가까운 북태평양어장에서 항해사로 근무했던 최희철 시인의 바다살이에 대한 수필집. 혹한의 공해空海에서 원양어업에 종사했던 시인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로서 바다와 그곳의 역동적인 생명들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가 “몸의 기억을 되살려” 집필하였다는 이 책은 학술서, 기행문, 순수문학으로 나뉘는 기존의 어업관련 서적 사이에서 당사자의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거대한 북태평양어장에서의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미시적 사건’으로 다룬다는 것은 바다살이의 “낡은 비늘들 속에서 어린 비늘들의 꿈틀대는 ‘운동성’을 목격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수산업 종사자에게는 동료의 눈으로 바다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해양산업 연구자나 바다에 대한 꿈을 품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바다살이의 고충과 즐거움을 생생하게 전하는 책이다.


저자분이 보내주신 그때 그 곳에서의 모습. 갑판 위에 바닷물이 얼어있는 것이 보인다.


▶ 공해는 텅 빈 바다가 아니고, 선원은 단순한 ‘바다 사나이’가 아니다


흔히 ‘바다’를 떠올릴 때 탁 트인 망망대해를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지은이가 그리는 북태평양어장은 나름의 질서가 촘촘히 짜여 있는 곳이다. 항해사로서 저자는 야간조업 중에는 다른 배에 달린 불빛의 위치나 숫자만으로 배의 종류나 이름까지 파악해야 했고, 국제어장의 다른 어선들과 보이스 통신으로 소통하며 배의 예망코스를 정했다. 어군을 찾고 무사히 투망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물을 끌고 다니다 다른 어선의 것과 그물이 엉키는 사고를 겪기도 한다. 자신의 예망코스를 절대 변경하지 않으려는 북양어장의 ‘무법자’ 폴란드 어선, 힘 좋은 ‘독고다이’ 일본어선, 그리고 심지어 같은 회사 배와도 엉켜서 일어난 3연속 그물 사고에 대한 에피소드는 어선 간의 보이스 통신 대화도 포함되어 있어 특히 흥미진진하다.

명란 철이 되면 하루 16시간 노동도 감내해야 했던 선원들이지만 그들의 삶에서 고기잡이가 전부인 것은 아니다. 휴식시간에 계산기로 수입을 거듭 계산해보며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다른 선원들과의 놀이 겸 경쟁으로, 육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기념품으로 작은 모형 배를 만들기도 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선원들 간의 우정과 갈등을 묘사하며 터프한 ‘바다사나이’라는 선원의 단편적 이미지를 넘어서서 보다 심층적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 배의 ‘태풍-되기’, 인간이 운명을 긍정하는 방법


어군 탐지의 정확성을 높인 소나, 특수 그물 등 과학적 장비의 발달로 고기잡이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바다는 인간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양에서 눈보라와 파도를 만날 때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엔진을 최소한으로 쓰며 어느 정도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배의 ‘태풍-되기’라고 부르며, 두려움에 상황을 탈출하려 하기보다 이렇게 “운명에 몸을 던지”기를 권유한다. 운명을 긍정하는 일은 운명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저자는 바다에서 발견한다.


▶ 시인 특유의 감수성으로 바다의 삶의 결들을 포착한다


인이 살아낸 바다에는 잡어雜魚와 우주가 공존한다. 명태를 잡다 보면 돈이 되지 않는 잡어도 그물에 걸리는데, 미처 버려지지 않고 어창 안에 “뒹구”는 잡어를 먹은 일을 회고한다. “슬픔은 모두 왜 그렇게/차갑고, 딱딱한지…//잡어를 먹는 놈들은/모두 잡놈들이다.” 하지만 ‘잡놈’의 바다 위 생활을 그는 “오랜 우주여행”에 빗대기도 한다. 그에게 바다란 고된 노동의 현장일 뿐만 아니라 “빛의 산란과 함께 내가, 아니 우리가 그동안 어획해왔던 온갖 생명들, 명태, 가자미, 대구, 도미, 갈치, 문어, 갑오징어 그리고 버려졌던 몸뚱이와 영혼으로서의 잡어(雜魚)들, 바다와 섬들, 그런 것들이 한바탕 어울려 (...) 무한하게 열려 있는 우주”이다. 그래서 저자는 북태평양이 그립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명은 자기 방식대로 주변을 물들여나가면서 극한의 자유를 획득하려” 한다고 말하는 저자 스스로가 자유를 찾아나간 방식을 이 책에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 최희철

1961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어업학과를 졸업하였다. 1984년부터 약 7년간 원양어선 및 상선 항해사로 근무한 바 있다. 1982년 향파문학상, 2005년 인터넷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13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1년 시집 『영화처럼』을 발간하였으며 현재는 문학동인 ‘잡어’에서 활동 중이다.


북양어장 가는 길

미시적微視的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

최희철 지음 | 수필 | 신국판 | 197쪽 | 13,000원
2014년 11월 25일 출간 | 978-89-98079-06-2 03810

청년 시절 미국 알래스카와 가까운 북태평양어장에서 항해사로 근무했던 최희철 시인은 "몸의 기억을 되살려" 이 책을 집필했다. 혹한의 공해空海에서 원양어업에 종사했던 시인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로서 바다와 그곳의 역동적인 생명들에 대해 서술한다. “생명은 자기 방식대로 주변을 물들여나가면서 극한의 자유를 획득하려” 한다고 말하는 저자 스스로가 자유를 찾아나간 방식을 이 책에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차례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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