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자인터뷰 포스팅으로 돌아온 다람쥐입니다!  며칠 전에 이미욱 작가님의 『서비스 서비스』라는 소설집을 읽고 서평을 남겼는데요. 수요일엔 이미욱 작가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때의 긴장과 설렘과 즐거움이 다시금 떠오르네요^0^ 묵혀두면 더 쓰기 어려워질 것 같아, 인터뷰 기억이 생생한 지금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무려 3시간 반 가량이나 이어졌던 인터뷰! 함께 감상하시죠~

 

 

아름다운 이미욱 작가님의 사진입니다. ^^

 


  이미욱 작가님은 2005년도 학부생 시절에 쓴 「단칼」이라는 단편소설이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작가와사회>의 편집장을 맡으셨고, 현재는 편집위원으로 있다고 합니다.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셨고, 현재는 국제신문 <책읽어주는 여자> 책 칼럼을 연재 중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강연, 글 쓰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고 해요. 2013년에 산지니 출판사에서 『서비스 서비스』라는 소설집을 출간하셨습니다. 


  7월 9일 수요일, 오후 2시에 수영현대아파트 근처의 ‘아이스빈’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습니다. 전 1시쯤 거센 바람을 맞으며 수영역으로 향했어요~  작가님과의 만남 장소인 아이스빈의 외관이라도 사진으로 남겨놨어야 했는데, 미처 사진을 못 찍었네요.. 아무튼, 전 2층에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질문지 검토를 하며 작가님을 기다렸습니다 ^^

 

 

아이스빈 2층의 내부 모습이에요.

 

 카페 내부 모습은 이렇고요. 사진엔 안 찍혔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와서 조금 시끌벅적했어요. 초조하게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립스틱을 고쳐 바르고... 1층에 좀 조용한 자리는 없나 여러 번 확인도 하고 나름 분주했네요.

 

준비한 질문지를 다시 검토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2시를 기다렸습니다.

 

 

 작가님을 처음 보고는 조금 놀랐습니다! 책 표지에 있던 사진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거든요. 앞머리를 기르셔서 살짝 웨이브진 머리 스타일과 화사한 원피스로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흠씬 풍겼어요~ 평소에 한산하다는 아이스빈이 이날은 사람들로 북적여서 다른 카페를 가야하나, 잠깐 고민했으나 그냥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기니까, 쉼호흡 하시고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인터뷰 시작 전 작가님과 여담을 나눴어요~ 얼마 전에 동아대학교 문창과에 강연 가신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금 늦었지만 첫 소설집 내신 거 축하드립니다. 첫 소설집을 출간하신 소감을 듣고 싶어요.


 

A. 첫 소설집을 내기 전까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등단 후 5년 쯤 됐을 때, 소설집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소설집이 어떤 방식으로 나오느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문화재단 지원을 받는 것 등 소설을 내는 방식이 다양하니까 그것에 대한 고민도 했습니다. 내 자식이 세상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평가받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더 예쁘고 좋은 모습으로 내보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신진예술가 지원금에 도전했고, 운이 좋게 기금을 수혜받았습니다. 이 도전으로 인해 소설집을 내기 전 작품 자체에 대해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아 조금 안심도 됐어요. 2년 안에 작품을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1년 동안은 소설들을 고치며 보냈고, 그 다음 해에 산지니에서 소설집 출간 준비를 했습니다. 교정 작업이 3차에 이르렀을 땐 소설집을 낸다는 것이 실감 가면서 설렜습니다. 


  얘네들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는데, 이 세상을 잘 누비고 다닐 수 있을지… 서점에 빼곡한 많은 책들 중 이 책은 어떤 의미일까. 설렘에 대한 기억이 없어질 만큼, 긴장과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책이 나오자마자 문학콘서트를 했었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


 

 Q. 지금은 어떤 상태이신가요?

 

A. 첫 소설집에 대한 것은 내려 놓은 상태에요. 전성욱 문학평론가가 얘기했듯 이 소설이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제는 성장해가는 과정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에 대한 고민이랄까요? 작가의 나이만큼 소설도 자라야하니까. 문학적 언어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언어도 폭이 넓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끊임없는 고민들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직접 가져오신 책에 사인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Q. 소설집에는 작가님의 등단작인 「단칼」부터 표제작인 「서비스, 서비스」를 비롯해 총 8편의 소설이 있습니다. 이중에 가장 애착을 가진 소설이 있다면 어떤 소설인지 듣고 싶습니다.

 

A. 애착이 가는 소설은 아무래도 등단작인 「단칼」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쓴 작품이었어요. 이 소설을 읽은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이건 무슨 소설이냐’는 심드렁하고 다소 냉정한(?) 반응이었어요. 소설의 소재가 독특해서 그랬는지, 주위에서 좋은 반응은 못 얻어서 소설이 별로인가, 라는 고민도 했지만 이 작품을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 안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손을 잘 봐서 내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여러 번에 걸쳐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이 작품과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미미」는 쓰는 당시에 참 재미있게 썼던 소설이고요, 소설적 장치들에 대한 고민과 소설 자체에 대한 저 나름의 고민을 담은 작품은 「사막의 물고기」였어요.

 

 

Q.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 버림받은 아이들, 가출 소녀, 동성 커플 등 이 사회에서 소외받고 차별받는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모두 그런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어서 그런지 소설은 다소 우울한 느낌도 듭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그냥 그들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인물을 통해서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A. 이런 인물들이 모두 결핍을 안고 있는 건 맞지만, 사실 우리 주위의 어느 누구도 결핍이 없는 완벽한 존재는 없어요. 저는 소외된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 모습은 ‘그들’의 삶이기 전에 우리 모두의 삶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우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이기 때문에 소설에서 희망을 얻기까지 고군분투하는 모습 보다는 힘들고 비참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 얻을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끝까지 그것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꼭 희망이라고 말해야 희망은 아니니까요.

  소설이 현실을 미화하는 건 아니니까… 전 그냥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던 거죠. 일상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독자가 얻어지는 생각들이 저는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진실은 독자들의 몫이고요.

 

 

작가님이 사인해주신 책이에요!

 

Q. 「단칼」이란 소설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갑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하는 사진 모델입니다. 「쎄쎄쎄」의 K는 사진작가이고요. 두 소설 다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작가님은 평소 사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가요?

 

A. 사진에 대해 특별히 조예가 있는 건 아니고요. ^^ 대학생 때 제 친구가 사진 찍는 걸 무척 좋아해서 일상적으로 항상 사진기를 지니고 다녔어요.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을 많이 찍어서 현상해서 줬는데, 사진 속의 제 모습은 왠지 실제의 내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배경으로, 어떤 표정으로 찍느냐에 따라 각각의 사진이 다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때의 나의 표정과 말하는 장면들을 보며 또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도 문학과 뗄 수 없는 매력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칼」속에 등장하는 남자는 보디페인팅, 즉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에요.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고요. 그 당시 관심이 많았던 것이 그림과 사진 같은 것이었어요.

 

Q. 현재에도 그런 취미를 가지고 계신가요?

 

A. 사진 찍는 건 좋아하는 편이에요. 풍경보다는 모서리와 같은 부분. 명화 같은 그림들도 많이 읽었고, 시립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관람하기도 합니다.

  제가 대학 때 <고흐전>을 보기 위해 전시 마지막 날에 즉흥적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 간 적이 있어요. 서울까지 올라가서 긴 줄을 기다리고, 드디어 고흐의 그림을 봤는데 사실 당시엔 그림을 보는 안목도 없었어요. 그런데 단지 그림을 보러 간 것 자체가 현재 저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친구랑 깔깔거리며 그 길을 거닐고, 덕수궁 돌담길 끝까지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그 줄을 기다려서 그림을 보고, 고흐의 그림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함께 했던 그 추억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저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기억인 것 같아요. ‘고흐’로 인해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이야기들이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그 친구의 삶에서의 사진 또한 이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하나의 방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인생을 긍정할 만한 일말의 예술적인 도구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단칼」의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서 억눌려왔던 자신의 감정을 퍼포먼스라는 행위로 표출합니다. 그 장면이 무척 강한 인상으로 남았어요. 보드페인팅은 퍼포먼스 안에 포함되는 거라고 하셨는데, 소설을 읽다가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평소 소설을 쓰실 때 소재와 관련된 부분을 작가가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공부하셔야 하잖아요. 그런 소재를 어떻게 공부하고 알아보는 지 궁금합니다.

 

A. 소설은 내가 이걸 써야겠다, 라는 생각보다 소설이 나에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갑자기 저에게 다가온 게 보디페인팅이었어요. 몸에 그림을 그리는 건 무엇인가, 왜 저 사람은 몸에 그림을 그리는가,다른 사람으로부터 내 몸에 그림을 그리게 허락하는 저 사람의 심리는 무엇인가.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죠. 소재뿐 아니라 소재와 관련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그런 관심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고, 알아가게 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새로운 직업이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은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하거나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참조해 공부합니다. <그린네>라는 잡지에서 활동할 때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취재한 경험들이 글을 쓰면서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연출아닙...니다 ^^

 

Q. 「미미」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린 시절 상처받은 기억 때문에 털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제모에 집착합니다. 저는 ‘털’이라는 소재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털이라는 것 자체가 여자에겐 가리거나 없애야 할 대상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 놀림거리가 되거나 청결하지 못한 인상을 주게 되잖아요. 털은 우리 몸에 분명 있어야 할 존재임에도 그걸 없애려고 하고, 특히 여자에게만 강요되는 그런 이미지들이 하나의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폭력에 대해서 반발하기보다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그것에 대해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 맞아요. 여성들은 그런 것에 대한 죄의식이랄까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이 사회로부터 교육받아 온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그런 강압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했어요. 이 소설은 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아름다움, 즉 미에 대한 관점이나 시각을 얘기하고 있어요. 소설 속 인물을 보면 외모가 문제가 아닌데, 본인은 정작 깨닫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내가 더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라는 원인으로 돌려버리죠. 어릴 적부터 그런 상처를 받아 온 사람들은 모든 일을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을 보이죠.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털에 대한 건.. 음.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른 것 같아요. 여성들이 특정 부위에 제모 하는 것을 굳이 폭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기본적인 에티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어릴 적 개개인의 상처의 유무에 따라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조금씩 다른 것 같고요. 하지만 여성이 받고 있는 미에 대한 폭력성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Q. 소설집에 실린 8편 중 작가님의 개인적 체험과 관련된 작품도 있나요?

 

A. 「서비스 서비스」가 그래요. 이 작품은 제가 처음으로 친구와 일본 배낭여행을 다녀 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거든요.

 저는 평소에 겁이 많아서 도전정신이 좀 약한 편이에요. 제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다른 사람을 만남으로 인해서 해소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의 내 삶의 생활패턴과 전혀 다른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삶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의 개인적 경험이나 상처들을 듣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부모로부터 제대로 보호받고 사랑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요. 이렇게 내가 실제로 체험한 것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느끼게 된 게 많았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과의 소통도 도움이 됐어요.

 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고 나보다 역랑치가 높은 사람을 통해 영향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나와 다른 생활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필요해요.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그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Q. 사소한 질문이지만 소설을 다 쓰고 난 다음에 제목을 정하시나요, 제목을 정한 다음 소설을 쓰시나요? 

 

 A. 이건 소설마다 다 달라요. 제목을 딱 정하고 쓴 작품은 「미미」고요.  제목을  먼저 정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쓰다 보면 '이 제목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여러 번 고치기도 해요.

서비스 서비스」도 기존의 제목은 「표류하는 세계」였어요. 저는 ‘표류’라는 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왜 인간은 표류해야만 하나. 보르헤스가 노년이 되어서 다른 후배나 작가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하는 자리에서 ‘내가 조언해줄 만한 말은 없다. 인간은 끊임없이 표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고 해요. 이 세계의 민재나, 다른 인물들이 일본이라는 낯선 공간에 가서 새로운 문화를 계속 받아들이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잖아요. 코코미 또한 이곳저곳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고요. 그것이 우리들의 삶과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목이 표지와 잘 안 맞고 모호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더 고민해보던 중「서비스 서비스」로 정하게 됐어요. 가장 간명하고 호기심을 갖게끔 할 만한 제목이기도 하고,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특별히 한 작가를 좋아한 적은 없어요. 대중적인 소설보다는 기존에 내가 아는 소설과 다른 방식으로 쓰인 소설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의 작법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 틀을 벗어나진 않으면서도 조금 다르게, 신선하고 재미있게 표현한 작가들에 관심이 많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네요.


 대학 시절에 김경욱 작가의 단편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랄까. 이런 일상의 장면으로 소설을 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가에요.『위험한 독서』나 『장국영이 죽었다』와 같은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또 요즘은 이장욱 작가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천국보다 낯선』, 『고백의 제왕』도 재미있었고요. 소설의 읽는 재미를 독자들에게 만끽하도록 해 주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이 써주신 친필사인입니다!

 

 

Q. 소설을 쓰는 것과 소설을 읽는 것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공통점은 둘다 즐겁고도 괴롭다는 것. 재미있는 작품은, 읽는 재미를 충분히 만끽하며 즐겁죠. '왜 이렇게 재밌어?'라는 생각도 하고요. 반면 나는 왜 이런 문장을 쓰지 못할까, 하는 괴로움도 있어요.(웃음) 또 안 읽히는 책을 읽을 땐 왜 이렇게 안 읽힐까, 나는 왜 이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과 절망(?)도 있어요.
 반면 글을 쓰는 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그 재미도 있지만, 이야기를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한 괴로움도 존재하죠.

 

Q. 선생님은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고 더 좋아하시는지?

 

A. 읽는 거요. 읽는 게 쓰는 거 보다 더 편하기도 하고. 글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에 읽을 수밖에 없는 것도 있습니다. 많이 알아야지만 그 속에서 고민도 할 수 있고 글을 풀어나가는 재료도 생기고요. 내가 여유가 있어야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참혹한 사건도 일어나고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않잖아요. 시는 즉각적인 위로의 작품이 나올 수 있지만 소설은 당장 나올 수 없거든요. 체화가 되어야 해요. 그래서 시일이 좀 걸리죠. 관련된 상황이나 자료들을 충분히 읽고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읽는다는 건 문자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고 읽는 것이기도 해요.

 어쨌든 저는 읽는 것과 쓰는 것을 두고 봤을 때, 무작정 쓰는 것보다는 무작정 읽는 게 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장편소설에 대한 계획은 없으신가요?

 

A. 현재 구상 중입니다. 장편은 어떻게 보면 숙제이기도 하고… 어떤 작품으로 먼저 시작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구상 중인 것을 잘 다듬어서 준비를 해야죠. 중간 중간의 장면 같은 건 가지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잘 조합해서 작품이 나와야하는데, 고민이 되네요. 대략적으로, 어떤 것을 써야겠다는 그런 큰 그림은 그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 아래에 있는 인터뷰 내용은 조금 길어서, '더보기'메뉴에 추가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서 보시면 돼요 ^^

 

  이렇게 작가님과의 긴 인터뷰를 끝냈습니다. 사실 이 인터뷰를 끝낸 뒤 한 시간 반 가량...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0^ 지금 제가 처해 있는 이 상황과,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고민들이 작가님 또한 제 나이 때 비슷하게 느끼고 겪었던 고민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러 조언도 듣고, 작가님 본인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뵙기 전엔 무척 떨리고 걱정되고, 작가님이 어렵게 느껴져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인터뷰 경험이 처음이기도 했고, 질문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막막하고. 그런데 작가님을 뵙고 나서 긴장되던 마음이 많이 누그러지면서 편안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 같아요. 제가 준비해 간 질문에 성의껏 답변해주시고,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도움될 만한 조언도 주신 이미욱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님의 장편소설도 무척 기대가 되네요.

 

 이상, 이미욱 소설가의 『서비스 서비스』소설집을 읽고 저자인터뷰를 다녀 온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서비스, 서비스 - 10점
이미욱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 『서비스 서비스』:::

 부유하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다 

 

 

  안녕하세요! 두 번째 포스팅으로 돌아온 신다람쥐입니다. ^0^  제가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미욱 작가의 서비스 서비스라는 소설집입니다.

 산지니 인턴을 하며 좋은 점은, 그동안 잘 접하지 않았던 지역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소설책을 읽을 땐 서평이나 입소문을 보고 읽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좋아하는 작가들 위주의 작품을 읽다 보니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책은 접하기 어려웠거든요.

 

이미욱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표지가 인상적이에요.

 

이 책은 작가의 등단작인 단칼부터, 표제작인 서비스, 서비스,미미,쎄쎄쎄,분실신고,숨은 그림자,사막의 물고기,연애8편의 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욱 작가님입니다.

 

  이미욱 작가는 1981부산에서 태어나셨어요. 2005국제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단칼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이미욱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어 보는데, 몇몇 소설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그런지 저에겐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었어요. 줄거리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는 소설이 아니라 조금 더디게 읽히며 무언가 찜찜하게 남아 있고, 궁금하고, 또 소설 자체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먼저 소설의 인물들이 모두 결핍을 안고 있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단칼은 친언니가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정신적 혼란과 상처를 겪는 여자가 등장하고,서비스 서비스연인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쎄쎄쎄에서는 태어나자마자 길거리에 버려진 후 동성 커플에게 입양된 소녀, 분실신고또한 부모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길러진 소녀가 나와요. 소설 속 등장인물이 대부분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라는 점, 대체로 여자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가죽 책갈피랑 같이 찍어봤어요. 출장 다녀오신 디자인 팀장님이 선물로 주셨습니다. ^0^

  소설이 독특하다고 느낀 데는 작가의 간결한 문체나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몇몇 소설의 결말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 파격적이고, 난해한 듯한 결말이 강하게 다가왔거든요.


나는 전사의 얼굴을 침통하게 바라보았다.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언니의 남자였다. 남자는 괴로워하며 힘겹게 허리를 굽히면서 겨우 일어났다. …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무사의 정신을 보여 주고 싶었다. 나는 전사에게 휘둘렀던 칼을 보았다. 두 전사의 영혼을 찌른 칼은 가만히 몸서리쳤다. 나는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칼을 높게 쳐들었다. 그리고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단칼이 내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 뜨거운 핏줄기가 그의 붓끝처럼 내 몸을 따라 흘러내렸다. -「단칼」p.35 

 

너는 전봇대 옆 하수구에 쪼그려 앉는다. 거리의 하수구에 대고 헛구역질을 한다. … 뒤따라온 S가 너의 등을 두들긴다. 너는 참지 못하고 울부짖듯이 외친다. 그러나 너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S는 계속 등을 세게 내리친다. S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너의 등을 두들긴다. 퍽,퍽,퍽,퍽. 등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부르던 노랫소리가 너의 귓가에 맴돈다.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 -「미미」p.97

 

  위에 인용한 부분은 단칼미미의 결말 부분입니다.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공포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귀신 목소리가 연상되며 조금 오싹해졌어요.

 

 

 

  저는분실신고라는 소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집을 떠난 여고생이 자신이 묵을 새로운 집을 찾다가, 손님만 잘 대접하면 된다는 한 삼촌의 집에서 기거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학교 내에서 남자 화장실 팻말에 여자 팬티가 걸려 있는 사건이 벌어지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5명의 학생 중 하나인 주인공이 반성문을 쓰며 꾸는 꿈은 자못 충격적입니다. 변호사 손님을 맞은 소녀는 손님으로부터 생일선물로 뱀을 다리 사이로 넣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나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손님이 돈을 더 꺼내며 재촉했다. 잃은 것을 찾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손님이 돈을 서랍에 넣었다. 나는 수조에서 쭈쭈를 꺼냈다. 뱀이 양처럼 순하게 굴었다. -「분실신고」p.148

  

 머뭇거리는 소녀에게 돈을 더 꺼내며 재촉하고, 그 돈에 이끌려 결국 수조에서 쭈쭈를 꺼내는 모습을 보며 그 나이대의 소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고 슬퍼졌습니다. 본인의 잘못으로 인해 잃은 것들이 아님에도 그것들을 되찾기 위해 그런 끔찍한 수치를 견뎌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책 속에 사진을 찍을만한 부분이 없어서 여기저기 책을 배치해보고, 이렇게 책갈피랑 같이 찍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삶에서 잃어버린, 결핍된 무언가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서비스 서비스에서 민재는 프라모델에 탐닉하고, 연애에서 부영는 친구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며, 분실신고의 인물은 많은 돈이 있어야 자신이 잃은 것을 찾을 수 있다며 에 집착합니다. 미미는 털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주인공이 제모와 아름다운 외모에 집착합니다. 이들은 각기 부모로부터 버려졌거나 사랑을 받지 못한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뒤의 해설에서 전성욱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상징계 안으로 평화롭게 안착하지 못한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과 보호, 가정이라는 울타리, 어린 시절의 애착 대상을 잃은 인물들은 저마다 그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러한 병리적 애도는 그들의 삶을 정상화시키지 못합니다.버려짐으로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맬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그들은 그 가혹한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 어찌할 수 없는 그 무능이야말로 정치적 주체화의 길이 봉쇄된 이 시대의 어떤 곤경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p.257)라는 해설을 읽으며 이 소설이 현대 사회의 문제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상징계에 평화롭게 안착하지 못한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방랑하고 부유합니다. 코코미가 히카사로, 아키나로 변하는, 익명의 그림자들로 가득한 그들의 삶은 불안정하고 어딘가 공허하며 외롭지만, 그런 이들의 삶을 맞닥뜨려 읽어나가는 것은 그들의 삶과 이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 뵙게 될 이미욱 작가님과의 인터뷰도 기대가 됩니다! ^^

쓰다 보니 서평이 조금 길어져서 지루하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이번주 내로 저자 인터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


서비스, 서비스 - 10점
이미욱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2005년에 등단한 신예작가 이미욱이 총 8편의 단편을 묶어 첫 소설집을 펴내었다. 이미욱의 이번 소설집 『서비스, 서비스』는 다양한 소재들의 조합과 함께, 가독성 있고 흡인력 있는 문체로 신진 소설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오타쿠,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등교거부 현상, 은둔형 외톨이, 왕따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을 젊은 감각으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시대를 떠다니는 영혼들을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함께 펼쳐내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는 부단한 자의식을 통해, 시대가 품고 있는 병폐를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미욱 소설집


서비스

서비스



소설의 제목인 『서비스, 서비스』는 애니메이션 <신세계 에반게리온>의 TV판 차회예고에서 미사토라는 캐릭터가 던지는 멘트이다. 이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표제작 「서비스, 서비스」의 여주인공 코코미 또한, 프리허그, 메이드까페 등의 일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무형의 것을 제공한다는 소설 속 소재(서브컬쳐)를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다.


표류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를 끌어올리다

그들은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혈연이 아니라 같이 살면서 서로를 보살펴주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이들의 위험한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는 탄력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장, 그리고 섬뜩하리만큼 예리한 인물들의 자의식을 통해 이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_조갑상(소설가·경성대 교수)

결여의 자리를 대타자의 규율로 채우는 과정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의 인물들이 성장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다만 그들이 결여 속에서 앓고 있는 그 고통을 방치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비정한 가학성이야말로 이 작가가 혹한에 대하여 말하는 어떤 방식은 아닐까? _전성욱(문학평론가)


핵가족화와 일인 가정, 동거가족 등 현대 사회의 ‘가족’이란 마냥 안온하고 따스한 위로의 공간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외로움’의 공간이자 ‘전장’의 공간일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싸움’이 끊임없었던 아픈 기억의 공간일 수 있다. 표제작 「서비스, 서비스」에서도 건담 프라모델에 집착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혼 후 각자 재혼해버린 부모로 인해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민재. 그렇게 부모의 사랑이 결핍된 채 살아온 민재는 자기 방의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건담 프라모델에 집착한다. 프라모델의 세계를 알려주었던 친구와 함께 떠났던 일본여행에서 민재는 메이드까페 소녀 코코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서 귀청소 마사지를 받으며 어린 시절 그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상처들을 상기한다. 민재에게 있어 코코미의 다정한 ‘서비스’는 깊은 의미를 지닌 것이었으나, 코코미에게는 그저 감정이 결여된 공허한 ‘일’에 불과했던 것이다.





가족해체 위기에 대한 젊은이의 보고서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비정한 현대사회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소외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런 주인공들을 하나로 엮는 키워드는 바로 ‘버림받음’의 정서이다. 말 못할 사정으로 엄마를 언니로 알고 자라는 여주인공(「단칼)이나 태어나자마자 미혼모인 엄마에게서 유기 당하는 아이(「쎄쎄쎄」), 나이 어린 아빠한테서 집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자고 오라고 문전박대 당하는 「분실신고」속 소녀는 각기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메이드까페 소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하는 소년(서비스, 서비스」),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부모와 친구, 연인으로부터 버림받는 은둔형 외톨이 여성(숨은 그림자」), 못생긴 외모로 인해 남자에게 거절당하는 여성(「미미」), 그리고 부모와 친구로부터 버려지면서 본인의 처지를 작은 먼지와 동일시하며 위안받는 청소년(「연애(涓埃)」), 이명 증세로 동시통역사 일을 할 수 없어 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살아가는 사내(「사막의 물고기」)까지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나아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작가 이미욱은 이러한 다양한 상황 속에서 버림받고 있는 이들을, 마치 아슬아슬하면서도 세밀한 정물화를 그려내듯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상실된 결핍을 향한 부질없는, 그러나 의미 있는 몸짓

애니메이션 음악, 가게를 홍보하는 내레이터의 음성, 스피커에서 터지는 유행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거리에 퍼지자 형광 빛깔의 간판들이 들썩거렸다. 수많은 소리에 민재와 준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인파로 흥청거리는 거리의 끝자락에는 노란 트레이닝복 재킷을 걸치고 블랙 미니스커트를 입은 빨간 머리 여자가 ‘Free Hug’(프리 허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프리 허그를 받아 주는 사람이 없어서 마치 벌 받는 자세처럼 보였다.

“저기 빨간 머리 여자애 얼굴이 우울해 보여. 누군가 안고 위로해 줘야 할 것 같아.”

준세는 빨간 머리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듯 양손을 들었다.

“더 외로운 사람이 덜 외로운 사람을 안아 준다고 하잖아.” _「서비스, 서비스」, 55쪽.


이미 상실된 결핍이란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욱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상실된 결핍을 무엇으로든 채우고자 필사적인 몸짓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몸짓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기 상처 입은 등장인물들이 채워지지 않은 결핍의 환부를 기꺼이 드러내며 서로를 위안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상처투성이 삶을 보듬는다. 결국 작가 이미욱은 버림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상처받은 이들이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상처를 겪어본 자들만이 타인의 상처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서비스』가 가지는 둔중한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지닌다.




글쓴이 : 이미욱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5년 《국제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단칼」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w-mioff@daum.net


차례


『서비스, 서비스』

산지니소설선 18
이미욱 지음
문학 | 국판 | 264쪽 | 12,800원
2013년 9월 24일 출간 | ISBN : 978-89-6545-226-3 03810

이미욱의 첫 소설집. 오타쿠,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등교거부 현상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을 젊은 감각으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시대를 떠다니는 영혼들을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함께 펼쳐내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는 부단한 자의식을 통해, 시대가 품고 있는 병폐를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서비스, 서비스 - 10점
이미욱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으로 옮겨왔을 때 어떤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 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하고 그애들뿐이었다. 그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스인가 하는 비료를 구해 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 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그 애들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내리곤 했다.
(중략)

아차! 이때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중략)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중략)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이다. 

- 26~27쪽, 「무소유」




몇일 전 퇴근길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흘렸는지 소매치기를 당했는지,
지갑 속에 들어있던 현금도 적잖았지만 그보다 각종 카드와 신분증을 다시 만들 생각을 하니 휴- 한숨부터 나왔다. 신용카드와 은행 현금카드, 보안카드, 신분증, 마트 적립카드, 도서관 대출 카드 등등. 이 많은 것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는 빈손으로 왔는데 살면서 소유물이 점점 많아져 물건의 노예가 되는 것 같다. 카드라는 물건만 해도 그렇다. 예전엔 이런 것 없이도 잘만 살았는데 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그만 잊자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잃어버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머리속을 슝슝 날아다녔고, 현금만 쏙 빼낸 지갑이 걸거리 어느 쓰레기통 속에 처박혀 있을 생각을 하니 속이 점점 쓰려왔다.

그때 책꽂이 한 켠에 얌전히 꼽혀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였다. 판권지를 보니 1999년판이었다. 스님이 돌아가신 후 최근 1990년 판이 거액에 경매가 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책.  '무소유'를 소유하기 위해 사람들이 집착하는 걸 보니 참 아이러니했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 책을 읽었다. 다행히 쓰린 속이 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전국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래난
ⓒ강원일보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