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념1 제주의 비경 - <지슬>과 <비념> 현기영의 「순이 삼촌」(1978)을 읽지 않은 대개의 사람들은 아마도 제목의 그 ‘삼촌’이라는 말을 쉽게 오해하고 될 것이다. 남녀 구분 없이 가까운 이웃을 일컫는 이 말에 대한 뭇 사람들의 오해만큼이나 제주에 대한 나의 이해는 일천하다. 제주에 대한 내 인식의 기초는 국민국가의 논리로 학습된 네이션의 감각에 깊이 연루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제주란 나에게 경험을 초월한 저 아득한 관념의 지평 어딘가에 있다. 화산의 섬 제주가 대한민국의 국토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제주에 대해 지금과는 많이 다른 심상들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제주는 역시 세상의 다른 모든 것이 그러한 것처럼 가 닿기 힘든 심원한 기표다. 이런 저런 독서와 공부로 얼룩진 내 심상의 지리 속에서 제주는 무엇보다 4・3의 장소다.. 2013. 6.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