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돋보기] 발바닥으로 쓰는 남자, 김곰치

 

르포·산문집과 소설을 넘나드는 글쓰기, 소설가 김곰치. 이름부터 특이했습니다. 김곰치. 자꾸 곱씹는 이름, 김곰치. 이름이 특이했고,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는데 실은 그의 본명은 김경태입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그 이름이 곰치라는 탈을 쓴 순간부터 제겐 특별하게 다가왔으니, 소설가의 이름도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데 한 몫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곰치, 그는 1970년 김해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구요. 1999년 제4회 한겨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가 쓴 책으로는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한겨례신문사, 1999), 『발바닥 내 발바닥』(녹색평론사, 2005), 『빛』(산지니, 2008), 『끝까지 이럴래(-졸업)』(한겨례출판사, 2010), 『지하철을 탄 개미』(산지니, 2011),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한겨례출판사, 2011)가 있습니다.

오늘은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그의 소설 『빛』과 르포·산문집『지하철을 탄 개미』을 살펴볼 작정입니다.

먼저 『빛』에 대한 이야깁니다.  

 

 

『문학을 탐하다』를 먼저 읽고, 소설 『빛』을 읽으니 이건 그의 자전적 소설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 이름이 '조경태'거든요. 작가의 본명은 '김경태'구요. 또 『문학을 탐하다』 속에서 볼 수 있었던 정영태 시인이 『빛』 안에서 종종 등장하기도하고, 자신의 가정사와 닮은 이야기를 소설 안에서 작가가 풀어놓아서 그랬을테지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전도는 기독교인의 사명이라지만, ‘교회 나와보세요’라는 말을, 물론 기독교인이라니까 정연경한테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듣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오늘 집에 가시면 성경을 한 번 읽어보세요, 읽고 저랑 이야기 좀 해봐요, 이런 말은 기분이 안 나쁠 거 같은데, ‘교회 나와보세요’라는 말에는 뭔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위태로우나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던 대화였는데, 나는 축지법을 쓰듯 백 걸음 앞서버렸어요. 성깔을 드러낸 것입니다.

pp186-187

 

소설 속 주인공인 '조경태'는 '정연경'이라는 여자와 썸씽(?)이 있습니다. 조경태의 썸녀 정영경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사실은 얼마 전 불교에서 개종한 사람입니다. 조경태는 따로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그런 그녀를 나쁘게 보지 않았는데, 애정 관계로서의 만남이 아닌 마치 전도하려 자신과의 만남을 가진 듯한 그녀의 말에 기분이 확 상해버리죠. 소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경태와 정영경의 썸씽은 어떻게 전개 될런지요.

 

살인, 강간마저 용서하는데, 내가 저지른 죄 정도는 가볍게 용서받겠다, 종교가 이 정도는 돼야지, 혹시라도 당신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곤란합니다. 기독교는, 아니 정확한 이름은 바울로교입니다, 살인과 강간을 용서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극단적인 교리를 내놓고 있는 종교입니다. 용서가 불가능한데, 그 불가능한 죄의 용서를 성취해냈다고, 그래서 더욱 기적과 같은 종교가 아니냐고, 제발 그러지 말아 주세요. 죽은 이, 그의 부모, 목에 칼을 대인 채 강간당한 이, 그녀의 부모, 애인, 사랑 없이 낳아진 자식의 운명 등을 곰곰이 생각하면, 그런 염치없는 소리는 절대 입에 올릴 수 없어요.

pp224-225

 

조경태와 정연경의 썸씽에 앞서 이 소설이 다루고자하는 이야기는 ‘기독교’에 대한 내용이지요. 더 정확히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지만요. 소설 안에서 조경태는 ‘기독교’의 안일함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교 자체를 비판하기보다는 문제있는 신도와 그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비판이지요. 종교적인 냄새로 독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일종의 편지형식을 취하며 독자에게 말을 건넴으로서 작가는 독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독대하고 있죠. 또 가까워진 거리만큼 거부감을 줄이면서요.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 무지했던 독자들에게 배경지식을 알려주기도 하구요.

 

아, 그런데 존경하는 당신이…… 복음에서 예수 이적 이야기를 모조리 뽑아버리셨다구요! 오늘에야 알았어요! 거짓말이라 진리공부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리 러시아 농민한테 조금도 쓸 데가 없다고 충치처럼 뽑아버리셨다구요! 선생님의 그 단호한 조치는, 『전쟁과 평화』,『부활』,『안나 카레니나』만큼 내 인생의 빛이에요. 얼마나 큰 격려가 되는지 선생님은 모르실 것입니다. 나는 갑자기 진짜 자유로워요. 선생님과 함께 정말 자유롭단 말예요!

p298

 

여기에서 ‘존경하는 당신’은 소설가 ‘톨스토이’입니다.

 

선생님이 이적 기사를 뽑아버린 것은, 그러면서도 그리스도인으로 자처했던 것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던 예수라 해도 참삶을 산 사람이기에 우리들 인생의 빛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아닙니까. 내 생각과 일치하여 너무 반가워요!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리스도사상을 가졌는지 알고 싶어요. 당신의 ‘통합 복음’을 꼭 읽고 싶어요! 맹세할게요, 앞으로의 내 인생, 예수의 성령잉태를 절대 부인합니다. 천 번을 윤회한다 하여도 나는 단 한 번도 기독교인이 되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 너무 잘하셨어요! 감사해요, 감사해요.

p299

 

본문에선 톨스토이가 그리스도인이지만 기독교를 바울로, 혹은 바울로의 후손들이 왜곡한대로 받아들이지 않으셨다는 점을 높이 사지요. 예수의 ‘성령 잉태설’은 바울로와 바울로 제자들이 그들의 죄를 가볍게 하기위해, 혹은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다른 이들이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예수를 신성시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저 또한 종교가 없는지라 ‘성령 잉태’같은 건 믿지 않았지만 톨스토이가 생각한대로 그가 인간임에도 충분히 존경받을 존재였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Lev Nikolayevich Tolstoy)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사상가로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일컬어지고 있다. 톨스토이는 예수를 신적 대상으로 추앙하기보다는 따름의 대상으로 생각하여, 기독교의 영성은 하느님을 공경하고, 가난한 사람과 죄인들까지 모두 사랑하며,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복음서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바울로 (The Apostle Paul)

기독교 최초의 전도자. 예수가 죽은 지 불과 몇 년 뒤에 회심한 그는 새로운 종교운동, 즉 그리스도교를 지도하는 사도(선교사)가 되었으며, 그 운동이 유대교의 한계를 넘어 세계 종교가 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남긴 서신들은 현존하는 그리스도교 문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바울로의 서신들은 신학적인 정교함과 목회적인 이해를 생생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리스도교의 생활과 사상에 대해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형, 까놓고 얘기해보자구. 예수가 지 입으로 마리아가 성령으로 지를 잉태해 낳았다고 한 적 있나. 하느님은 내 아버지라고 했지 정말 그렇게 태어났다고 했어? 지가 태어날 때를 어떻게 기억해? 그런 말 진짜 했다면, 제자들에게 살짝이라도 말했다면, 왜 직접인용으로 성경에 기록되지 않았겠냐구. 예수 스스로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럼 대체 성령잉태는 뭐야. 마태, 아니 마태 죽고 난 뒤의 어떤 미친 새끼가 성령잉태 이야기를 써갈겨 넣은 거야? 예수 좆 빠는 소리를 왜 집어넣은 거냐구!

p315

 

작가는 과격한 말투로 ‘성령잉태’의 허위성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예수의 ‘사생아설’에 무게를 싣지요.

 

예수의 존재, 예수의 사랑이 절대화되면 될수록 자기 죄가 가벼워지는 바울로, 그리고 그 후예들이 그 짓을 했지. 근데 그게 예수를 높이는 그 새끼들이 진심으로 예수를 높이려고 그랬나? 십자가에 이미 죽고 없는데, 죽고 없는 예수를 어떻게 빨아? 예수 이름으로 교회 세우고 세력을 확장하려는 교회 지도자 놈들 좆 빠는 소리였지!

p315

 

또한 작가는 허위사실 기록으로 예수를 신격화시키며, 신성화시키려했던 그들의 전략에 대해, 그들의 진실된 속셈에 대해 폭로하고 있습니다.

 

나는 애잔해졌고 따스한 사랑을 느꼈다. 똥 누는 예수가 내 미래의 아기처럼 예뻐 보였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질 교류가 원활하게 되도록,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제 할 일을 하고, 일익을 맡아 똥 누는 일을 매일매일 성실하게 행할 뿐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느님을 즐겁게 순종하는 일을 누구든 거역할 리 없고, 어떤 생명체든 거역하다간 죽음을 일찍 부를 뿐이다.

p326

 

그리고 인간적인 예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요. 예수도 과거의 사람일 뿐이고, 신격화 된 사람이었다는 사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한사람에 불과하다고. 그가 신격화 될 만큼 존경받을 만한 사람인 것은 동의하나, 남녀의 잠자리 없이 태어날 수 없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성령 잉태’는 허위지만, 그가 ‘빛’인 것은 진실이라고 설파하지요. 자세한 내용은 소설 『빛』을 참고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은 르포·산문집『지하철을 탄 개미』에 대한 이야깁니다.

 

 

산문 챕터 두 개와 르포 챕터 두 개로 구성된 이 책은 ‘발바닥으로 쓰는 글’이라는 취지에 가장 맞는 글이지요. 산문1, 르포2, 르포3, 산문4로 차례가 구성되어있는데, 산문1에 있는 내용은 서정적인 글들이 많습니다. 작가가 사물을 바라볼 때 느끼는 애정이 깊다는 게 보이지요. 르포2에서는 보다 무거운 문제에 접근하지요. 원자폭탄 환우 2세들의 이야기(원자폭탄 2세들에게 무관심한 정부 비판),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시절 한양 주택 주민들을 거주지 침해(다수를 위한 소수의 강제적 희생을 요구), 또 태안 앞바다를 오염시킨 기름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대기업인 삼성에 관한 루머) 있습니다. 르포3에서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아이들의 이야기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결핵 문제, 그리고 호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산문 4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또 생각을 새로 버는 데에 걷기만 한 것이 없어요. 발이 하는 일이 걷기인데, 머리에서 제일 먼 게 발이죠. 걷는다는 것은 뇌를 발바닥까지 내려보내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뇌가 발바닥까지 내려오는, 즉 온몸을 통과하는 뇌, 그러면서 뇌가 온몸이 되는 일인데, 사실인즉, 뇌와 심장 사이로 오가는 짧은 회로 속에 갇힌 다량의 피가 걷기에 의해서 발바닥까지 내려가 지기(地氣)를 받고 뇌로 돌아가는 일인데, 어떤 까닭인지 모르지만, 심장만 돌고 올라온 피에 비해 발바닥까지 갔다가 온 피는, 즉 피가 온몸 구석구석까지 돌고 왔다는 것인데, 경험 많은 자가 지혜가 많듯이 풍성한 아이디어와 감정을 뇌에 담뿍 선사하는 것이었어요. 생각을 버는 데에 걷기가 최고라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p233

 

산문4에서 내오는 부분인데, 『빛』에서의 주인공의 편지를 인용하고 있는 부분이지요. 이 부분은 작가가 생각하는 글쓰기 방식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바닥으로 쓰는 글. 작가는 “가장 직접적이고 진실하고 또 가장 겸손한 어떤 것을 르포 글쓰기가 잘 담아낼 수 있다”며 르포의 가치를 말했다고 합니다. 고발자 역할. 소설은 현실의 사건을 형상화하는데 느리지만(예술이기 때문) 르포르타주는 감정적 자아를 솔직히 드러내데 효과적이지요. 그래서 매력적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더 호소하는 힘을 가진 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곰치 작가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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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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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윤은미·손수경·양아름 편집자, 아랫줄 왼쪽부터 권문경 디자이너, 강수걸 대표, 전성욱 주간. 강선제 사진작가



작지만 강한 출판사 ⑧ 산지니

산지니 출판사를 처음 찾은 것은 2006년께다. 소설 속 부산의 풍경을 다룬 산지니의 책 <이야기를 걷다>(조갑상 지음)를 서점에서 발견하고 책 취재를 핑계 삼아 강수걸 대표를 만났다. 부산 법조타운에 세든 사무실에서 만난 강수걸 대표는 타고난 애서가이자 다독가였다. 어느 중공업 회사에서 10년째 근무하던 그는, 책을 좋아하는 열정만으로 2005년 2월 고향인 부산에 출판사를 열었다. 그리고 8년 뒤인 지난달 15일, 지역에 기반을 둔 성공한 출판사의 대표 사례로 산지니를 다시 찾게 되었다.


“산지니는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입니다. 전투적인 이름이지만 1980년대 모교 앞에 있던 사회과학서점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에 그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사회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었고, 그 기억은 저에게 산지니란 이름을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해주었습니다.”


초기 산지니 출판사는 부산 지역문화와 동아시아 문화를 다룬 인문 사회 분야의 책들을 출판했다. 최근 문학평론가 전성욱씨를 주간으로 영입해서 문학과 비평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영화 얘기를 다룬 <무중풍경>, 중국의 해양 문화를 다룬 <바다가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 한·중·일 세 나라의 문학과 그 배경이 된 장소를 탐구한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등이 도시와 문화를 다룬 주목할 만한 책이라면,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김곰치씨의 장편소설 <빛>이나 올해 세계문학상 수상자인 박향씨의 소설집 <즐거운 게임> 등은 지역의 작가들과 함께한 문학책들이다. 산지니 출판사가 발간해온 지역의 문예비평 계간 <오늘의 문예 비평>도 빼놓을 수 없다. 산지니 출판사는 현재까지 200여종의 책을 만들었다.


디자이너 권문경씨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고, 전공이 각기 다른 편집자 셋은 지난해부터 합류했다. 업무가 고단하지 않으냐고 물어보니 “사장님이 야근을 싫어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권문경씨는 올봄 대만 타이베이 도서전에도 다녀왔고 편집자 양아름씨는 오는 9월에 스웨덴의 도서전에도 다녀올 예정이란다.



부산에 터 잡고 부산 책 펴내 
문학·비평으로 영역 넓히는중 
지역문예비평 계간지도 발간



산지니 블로그(sanzinibook.tistory.com)에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소소한 일상과 생각이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맥이 없어서 무작정 저자를 찾아가 기획의도를 일일이 설명해야 했던 이야기나 저자들과 잦은 마찰로 책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결국 책이 출간되었을 때,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는 에피소드들은 책을 만드는 이의 고단함과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부산에 자리잡고 있어 지역 저자들의 책을 쉽게 낼 수 있다는 것이 산지니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다. 산지니 출판사의 전략은 부산에 대한 책을 부산을 알고 싶어 하는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의 콘텐츠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알리는 구실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을 맛보다>는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전국 유통망을 넘어 아시아와 재외 동포,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책을 전할 수 있도록 목표를 삼고 있다.


최근에 불어닥친 출판 불황을 지역 출판사도 피할 수는 없다. 도서 정가제 파행과 사재기 파동으로 출판계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 대표는 조급해지지 말자고 다짐한다. “신간 발행 종수도 줄고 있고, 책의 수명도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지금 당장 팔 책보다는 다음 세대의 독자들이 필요한 책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힘들 때일수록 잘 버티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지요. 일단 저희가 만든 책들은 되도록 절판을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출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어느덧 머리가 세어버린 강 대표와 오랜 경력의 디자이너, 야심찬 문학평론가, 책과 사랑에 빠진 세 명의 편집자들. 그리고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소설가인 나는 머리를 맞대고 출판의 미래에 대해 점심시간을 넘겨 이야기하였다.


부산/서진 소설가


기사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98245.html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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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해찬솔 2013.08.06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겨레신문에서 읽고 반가웠습니다... 소중한 친구 맞습니다. 맞고요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나시고 더욱 알찬 좋은 책 많이 부탁합니다.

    • 전복라면 2013.08.07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왓 기사 보셨군요? 해찬솔님도 산지니의 소중한 친구랍니다~ 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세요!

흠흠, 휴가특집 포스팅이라.... 휴가때 밀린 잠을 실컷 자두고, 꿈나라로 떠나온 저는, 이번 휴가를 맞이하여 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기획해 봤습니다. 세계여행. 거창하게 돈 들일게 뭐 있나요? 한권의 책을 손에 두고 이방의 세계를 탐험하는게 진정한 세계여행이 아닐까, 주장해 봅니다.

100% 엘뤼에르의 편견에 의한 나라별 소설 추천 리스트! 지금, 시작합니다.



1. 유럽권


 프랑스 /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소설 속 여주인공, 라일라는 인신 매매단에 잡혀가 숱한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이리저리 표류하게 됩니다. 운명 속에 자신을 내려놓고 이리 저리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말이지요. 부자와 빈자, 약자와 강자로 대변되는 선악론과 이분법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부조리를 문학으로 표현했을때의 묘한 감동과 따뜻함을 소설 속에서 아프도록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벨기에 / 아멜리 노통브 <앙테 크리스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예요? 라는 질문에 으레 하루키와 아멜리 노통브를 외쳤던 저인만큼 이번 포스팅에도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 빠질 수 없겠네요. 크리스타와 블랑슈라는 두 소녀 사이의 적대 관계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는 아멜리 노통브의 <앙테 크리스타>는 외로운 소녀의 감성이 절절히 묻어나는 독특한 소설입니다

 

 독일 /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인터뷰도 마다하고, 좀처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쥐스킨트. 이 책은 한 여류화가로부터 강요당한 '깊이'라는 덧없는 무언가에 대한 단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서처럼, 평론이 말하는 '깊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가 예술을 바라볼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 예술을 어떠한 편견없이 바라보아야 할 내면을 비우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여하튼, 작은 이 책은 짧은 시간을 내어 읽기에 좋은 괜찮은 독일 소설입니다. 

 

 오스트리아 / 게르하르트 J. 레켈 <커피 향기>


 커피라는 기호의 문화사를 배경으로 음모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커피를 들이키고 싶어 굉장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될만큼, 커피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입니다. 미스테리한 사건이나 스릴러를 좋아하거나 '다빈치 코드'를 재밌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2. 아시아권

한국 / 김곰치 <빛>

 이번에는 산지니에서 나온 한국소설입니다. 교회 다니지 않는 남자 조경태와 교회 다니는 여자 정연경 사이의 서툰 연애를 따라가며 감정과 심리의 냉온탕을 세심하게 그린 김곰치의 장편소설 『빛』은 37살 노총각·노처녀의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종교소설이라고 보이지만, 사실은 진지하고 소박한 연애소설에 가깝다는 것. 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일본 / 다자이 오자무 <인간 실격>

 요조는 제목 그대로의 '인간실격'자로 나옵니다. 사람 사귐에 서툴고, 사람을 살핍니다. 내 태도로 인해 저 사람의 반응이 어떤지 항상 살피고 괴로워하고, 한편으로 조금은 즐거워하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고 아플때마다 이 책은 치유의 마법약같기도 합니다. 너혼자만 그런거 아니라 다들 괴로워하고 있다고, 특히 요조가 슬프게 익살지으며 웃으며 다가올 것만 같은 소설입니다.

 

 중국 / 펄 벅 <연인 서태후>

몇년 전, 중국에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화원이란 곳을 들렸었지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게 도대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던 저는 서태후의 별장이구나 하고 고개만 끄덕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제일먼저 도서관에서 펄벅의 연인 서태후를 빌려 읽었습니다. '대지'의 작가 펄벅이 그리는 서태후의 일대기가 한편의 영화와도 같이 재밌게 읽히는 소설입니다.


3. 중동

이스라엘 / <가자에 띄운 편지>

비록 여행을 하며 즐기면서 떠나기는 어려운 중동지역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TV로 지켜보며 항상 궁금했습니다. 왜 정치적인 문제로 이유도 없이 아이들과 민간인이 죽음을 당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책은 팔레스타인의 한 남자아이와 이스라엘의 한 여자아이가 주고 유리병을 통해 주고받는 편지글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다소 식상한 소재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와닿았던 것은 이들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십대의 아이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극적인 서사는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4.북미

 미국 / 폴 오스터 <뉴욕 3부작>

뉴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 폴 오스터! 탐정소설을 쓰고 있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결말부까지 다 읽고나니 소설 자체가 한편의 탐정물처럼 곳곳에 복선이 깔려있음에 경악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작가인 폴 오스터가 등장인물로 등장해서 이것이 과연 소설일까 하는 의문마저 선사하는데요. 현대인의 고독을 뉴욕이라는 공간을 통해 잘 묘사해 낸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5. 남미

콜롬비아 / 가브리엘 G.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너무 재밌어서 손에 땀을 쥐며 봤던 책.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표지에 겁먹어서 난해한 소설이 아닌가하고 겁먹기도 했는데,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한 가족을 휩싸고 있는 '고독'이라는 그림자와 남미의 역사가 중첩되어 묘하게 슬픈 소설이었습니다. 판타지적 요소들이 전혀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설명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처럼, 이 상황이니까 당연하게 상황이 전개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두꺼우니까 충분히 시간을 내어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하네요. 

 

 칠레 / 팜 무뇨스 라이언 <별이 된 소년>

꽤 최근에 나온 책이네요. 올해 초에 나온 <별이 된 소년>은 노벨문학상 수상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소년의 머릿 속은 자연에 대한 의문과 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해 있지만, 철도회사에 다니는 아버지는 무뚝뚝한데다 시인이 되고 싶은 소년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특별히 본문이 초록색으로 인쇄되어 있어 신기해하면서 봤던 이 소설 속에서 네루다의 소년기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재밌게 읽었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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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입니까 2012.08.08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다자이 오사무^^

  2. 온수입니까 2012.08.08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세계문학지형으로 보니까 우리가 접하는 나라의 문학만 접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산지니가 세계문학지형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훗!

    • 전복라면 2012.08.09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수씨의 훗! 의 의미는 무엇인가ㅋㅋㅋ 이거 보고 여러 작가의 작품을 읽어봐야겠어요

    • BlogIcon 엘뤼에르 2012.08.10 14: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국내소설과 인문사회 분야에 강한 산지니지만, 외국 소설도 출간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좋아하는 책들을 나름 목록화해서 정리해 봤네요 ㅎㅎ

  3. BlogIcon 카레왕파힘 2012.08.09 0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신기해요! 포스팅을 읽고나니 등짝이 서늘해지는 것이 진짜 어디론가 갔다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_<// 제목만 듣고 스쳐지나간 작품들을 이렇게 여름특집으로 만나게 되니까 다 재밌을 것 같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욧! 꺄악

  4. 블루 2012.08.10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아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책들.
    세계여행과 더불어 올림픽 특집인 것 같기도 한데요?? ^^

    • BlogIcon 엘뤼에르 2012.08.10 14: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처음에, 올림픽으로 나라별 메달 경쟁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각 나라별 좋은 소설도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데 의도가 전달되어서 좋네요^^ 고마워요~ㅎ

  5. BlogIcon 둥그미 2012.08.10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과 함께 부산에서 연극으로 공연이 되기도 해서 관심이 있던 작가라 눈에 확 보이네요ㅋㅋ
    인간 실격은 국내에 '로얄 패밀리'라는 이름의 드라마로 방영되어 역시나 인기를 얻기도 했던 작품이구요@_@ 항상 책은 늘 같은 나라, 비슷한 작가들의 것만 봐서 그런지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여러 작가와 작품들 목록은 가뭄의 단비같습니다ㅋㅋ

    • BlogIcon 엘뤼에르 2012.08.10 1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적의 화장법>이 연극으로도 공연이 되었군요! 봤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ㅎㅎ 아멜리의 팬이라서 관련 정보를 모두 알고 싶었던지라... 아참,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답니다. 아직 못봤는데 과연 소설속의 그 내용을 그대로 살렸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ㅎ

  마지막 인터뷰는 '만덕'에서 진행했습니다. 드디어 서면을 벗어난다고 생각했지만, 만덕도 만만찮게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저는 이 추운 겨울에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 대단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게 됐네요. 제가 결코 게을러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동안 너무 딱딱하게 글을 쓴 것 같아요. 전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인기가 없었나 봐요. (절규)
  아, 아직도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을 소개해 드리지 않았네요. 여러 작가님이 물망에 올랐지만 며칠 전에 따끈따끈한 후속작 초고를 완성하신 김곰치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년 9월에 개정판이 나온 제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이하 『칼국수』)대상 작품으로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삼백구 년 만에 약속이 있어 12센티 구두를 신고 갔는데, 만덕은 높고 높아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작가님도 그런 걸 신고 왔느냐고 하셨죠.

  가까운 다방에 들어가서 유자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동아대에서 강의할 예정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졸업을 해서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죠. 아마 소설실습과목을 맡게 될 것 같다고 하네요. 강의는 처음이라서 사뭇 긴장하면서 설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개정판을 내며..

 책도 세월이 지나면 죽고 만다. 책이 살아 있고 죽었다는 기준은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칼국수』는 12년 전에 나왔고 죽은 책이죠. 심한 경우는 작가 본인에게도 책이 죽은 경우도 있다. 꼴도 보기 싫고,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고 하는 경우에는 그렇다. 이상적으로는 한 명의 독자와도 소통된다면 그 순간에는 책이 살아 있다. 그렇지만 책이 많이 나오는 세상이라 죽어 있는 책이 많다.

『칼국수』는 나에게 반쯤 죽어 있는 책이었다. 그러다 어떤 의욕이 생겨 책을 바로 잡게 되었다. 재밌는 건 수업을 나가면 『칼국수』 처음 책과 개정판 두 가지 텍스트인데, 작품의 퇴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장을 퇴고하고 장면을 보강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는 게 증거 자료로 남아 있다. 학생들에게 초고를 쓰고 고치는 작업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기에는 좋은 텍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훗날 문학도들이 내 작품 두 개를 두고 퇴고수업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은 초기작이고 자전소설이라고 알고 있다. 주인공 현직과 김곰치 작가님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거리낌은 없었나요? 만약 엄마가 죽었다면 이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나요?

  사실 그 시기에 집안도 굉장히 좋지 않았다. 부산에 귀향한 이유는 조금 달랐지만, 나의 건강이나 사회적 진출에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어머니 수술이 잘 돼서 지금도 건강히 살아 계신다. 만약 엄마가 돌아가셨으면 절망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절망하면 절망을 추스르지 않고는 글을 쓰지 못한다. 절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절망을 벗어나서 얘기하거나 아니면 절망이 아닌 것이다. 절망하면 몇 줄짜리 유서밖에는 쓸 수 없다. 어떻게든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의 에너지가 있었기에 나는 소설을 쓸 수 있었다. 나는 핵가족화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님은이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 문학이 개인화되고 있다. 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주변이야기를 쓰는 걸 지향한다. 남의 이야기를 쓰면 잘 써야지 자기 이야기처럼 실감이 나지 그게 아니라면 잘 읽히지도 않는다. 사랑의 달인만이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할 수 있다. 실제 겪을 일을 소설화하는 방식도 수만 가지가 있다. 우리 독서 시장에서는 아직도 자전, 경험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자전소설은 경험 하나 잘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칼국수』는 자전적이긴 하지만 경험과 허구가 적절히 섞여 있다. 만들어진 장면에 독자들이 놀라기도 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자전'과 싸우게 될 것 같다. 

 대학 시절 하숙집에서 소설을 쓸 때 옆방 선배가 "야, 네 얘기를 써라"라고 던진 완벽한 충고가 소설가 김곰치를 만들었다. 나는 선배의 충고 덕에 내 얘기를 써서 당선되었다. 남의 이야기는 르포로 써왔다. 70~80년대 리얼리즘을 나는 르포로 연결해 쓰고 있다. 두 길을 다르게 걸어오고 있지만 어느 순간 합쳐지는 날도 있을 거다. 나는 경험 그것을 중요시한다. 


♤ 칼국수를 먹는 장면은 소설 끝 부분에 나온다. 혹시 나중에 제목 때문에 첨가한 내용은 아닌가요? 왜 주인공 현직을 '그'라고 지칭했나요?

  실제로 어머니와 함께 칼국수를 먹었다. 나는 그 순간에 소설을 쓴다면 칼국수 먹는 것이 마지막 장면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한 순간이었다. 감정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부분은 있지만, 소설이기에 허용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나'라는 화자를 데려올 때는 독특한 화자일 경우에 가능하다. 『빛』의 조경태가 그런 경우다. 착한 소설은 '나'라고 하는 것이 너무 자서전적이다. 현직이가 조경태보다는 무난한 자아를 가졌기에 '나'라고 할 수 없었다. 『빛』에서는 조경태의 생각을 최대한 늘여놓고 그리고 인간적 약점을 노출하는 데 '나'는 유용했다. 현직을 '나'라고 하기에는 겸연쩍었다. 간단한 선택이기도 하다.

나도 학기중에 자전적인 색을 가진 소설을 써오는 친구들을 자주 봤다. 물론 나도 안 썼다고는 말은 못 하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화할 때 수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에 어려움이 있다. 김곰치 작가님은 그런 경계를 잘 타는 작가인 것 같다. 다행히 작가님이 어설픈 소설일 뿐이라고 말해주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이 소설을 쓴다는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 제목을 짓는 비결이 따로 있으신가요? 저는 중간 제목 <어……간……주… 알……> , <스캇렌 요한슨이 십자가에 달렸다면> 등 개성 넘치는 제목이 많았습니다. 제가 자랑할 수 있는 제목은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 정돕니다.

  미국 작가 레이먼드 카버도 그런 제목을 잘 짓는다. 레이먼드 카버 정도 쓰면 단편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두 소설에 마음에 들지 않는 소제목은 <영적인 것들>, <감자와 흰자위, 삔 팔, 족발> 정도다. 『빛』에 <그 방에 불이 켜졌다>는 3장 제목인데 제목과 관련된 내용은 다른 장에서 나온다. 앞에 살짝 정보 노출을 하는 거고 독자들은 나중에 그 얘기가 나올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한다. 소설 전체에 대한 제목은 정해 놓고 쓰지만, 소제목은 정말 안 나온다. 소설을 다 쓰고 마지막 퇴고를 할 때 자연스럽게 제목이 떠오른다. 퇴고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각 장에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명백히 알게 된다. 소제목은 퇴고하던 중에 하루 만에 다 지을 정도로 제목이 잘 나왔다. <조치원에서 꾸다>, <조치원에서 어린 새[鳥]로 날다>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제목이다. 조치원을 서로 연결해 묘미가 있었다. 학생이 소제목을 이야기한 첫 사람이라 반갑다.






























  김곰치 작가님은 개정판을 내면서 '인간적으로 후회가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초기작을 다시 꺼내 보는 건 작가에게 큰 용기였을 겁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너무 급하게 나온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은 경험도 없었지만 모든 애정을 투자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1,800매에서 600매를 일주일 만에 줄였기에 소설뿐 아니라 문장에도 군더더기가 많았던 거죠. 김곰치 작가님은 박혀있던 가시를 다시 빼내는 작업을 시도했죠. 펜을 들고 일일이 퇴고를 4~5번 거듭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개정판 작업은 새로운 작품을 쓰기 전에 흔히 말하는 초심 잡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자신의 내면을 항상 관찰하는 분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소설에 얼마나 무한한 애정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차기작 『파프리카』가 7월쯤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스포일러 하려고 내용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네요. 모두 함께 김곰치 선생님의 활동을 지켜봅시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 10점
김곰치 지음/한겨레출판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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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웹의 등장 이후 독서환경에서 정보적 기능이 축소되는 등 책이라는 미디어의 환경이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다만, 책이 주는 오락적 기능과 자기 성찰적 기능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책의 기능이 축소 및 변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사회적 의제를 한 권의 책을 통해 한 도시에서 토론하자는 운동이 미국에서는 왜 벌어졌을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사례가 없는 이런 독서운동을 어떻게 고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더 연구할 영역이지만, 추론 가능한 것은 미국이라는 사회가 강제하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다문화사회이다. 소수자 문제에 대해 전체 구성원이 함께 토론해야만 사회통합을 이끌 수 있는 불완전한 구조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유럽의 다른 복지국가에 비해 공공적 인프라가 부실한 사회이다.

특히 출판시장은 1990년대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10개 정도의 출판사가 독점하는 등 다양성이 많이 파괴되고 있는 구조이다.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외하고는 작가가 책을 내려면 호주나 영국, 캐나다에 있는 출판사에서 자비로 출판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통해 특성화된 서점이 존재하는 등 다양성이 존중되는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아마존서점 등 대형서점의 독점으로 자유경쟁이란 이름으로 정글적인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에서 유색인종 혹은 이민자의 경험을 주제로 다룬 책을 한 도시에서 읽고 의제하자는 것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사회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미국식 운동방식이다. 예를 들면 하퍼 리(Harper Lee)의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주의와 관용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도시에서 한 책으로 선정되어 토론되었다. 다양성이 생명인 사회에서 다양성이 파괴되는 구조를 개혁하고자 출발한 운동이었다고 파악할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 퓰리처 상을 수상한 하퍼 리의 소설로 1960년에 출판되었다.



그렇다면 운동의 취지는 존중하더라도 우리가 이를 도입할 때는 조금 더 실사구시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2003년 이후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운동에서 검토할 요소가 있다고 생각된다. 서울은 각 도서관별 한 책을 읽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청주는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한 도시 한 책 독서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의 시카고에서도 2004년에는 한 작가를 선정하여 토론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방식은 도시의 특색을 살려 더 다양하게 구현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민간의 다양한 주체와 협력의 네트워크를 할 것인가가 핵심과제이다. 공공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전개하는 독서문화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점을 분석하고 좋은 대안을 시민과 함께 논의한다면 개선이 가능하다. 외국의 제도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요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며 도시마다 조금씩 강조점이 다를 것이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문화 기반시설에서 도서관 수가 꼴찌이지만 도서관 사서를 중심으로 통합시스템을 만드는 등 창발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여 좋은 도서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지역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분명히 필요하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들여서 한 권의 책을 읽고 지역의 토론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정보를 더 자세히 공개해야만 참여를 증대시킬 수 있다. 지역 신문의 출판담당 기자와 지역출판사를 참여시킨 토론이 앞으로 지역의 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로 연결되면 좋겠다. (끝)

  • 16:48:0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 2011/10/2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2)
  • 2011/09/23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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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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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2)

    '원 북 원 부산' 운동을 대표하여 안내하는 곳은 부산시민도서관 사이트이다. 사이트 내용에 따르면 원 북 원 부산 운동이란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일보가 주최하고 부산시 공공도서관이 주관하는 시민독서생활화 운동이다.

    누구에게나 권장할 만한 교양도서 한 권을 시민의 투표로 정하여 다함께 읽고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부산시민 전체의 공감대 형성과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로 <책 읽은 시민, 생각하는 부산, 토론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원 북 원 부산 운동의 바람이라고 하고 있다.

    현재 사이트에는 공개된 자료가 매우 부족한데 그나마 시민도서관의 도움으로 2004년∼2009년을 정리한 2010년 발간 자료집을 구하여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경과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였다.

    그리고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의 발제문도 원 북 원 부산 운동의 비전과 과제를 잘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지엽적인 방법론에 대한 논쟁보다는 독서운동에 대한 시각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근본적 접근이 더 토론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먼저 한 책 한 도시 운동을 소개하고 있는 다음 기사에서 참조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독서운동을 벌여 주목된다. 지자체들의 독서운동이 아직까지 도서관 지원과 설립 등 근본적인 독서 인프라 조성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독서를 권장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크게 이바지한다는 평가다.

    특히 2003년 국내에 들어온 ‘북 스타트(BOOK START)’ ‘한 책 한 도시(One Book One City)’ 운동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독서운동을 위해선 넘어야 할 수많은 과제가 있다”며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의 독서운동은 눈길을 끈다”고 밝혔다.

    '원북 원시티' 운동이 시작된 미국 시애틀 (출처 : usa-seattle.mofat.go.kr/)


    ‘한 책 한 도시(원북 원시티)’는 한 지역사회에서 지역민 모두가 함께 한 권의 책을 선정, 읽고 토론하는 문화운동이다. 책을 매개로 작가와의 만남, 독후감 토론,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공동체적 문화축제로 승화된다. 이 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돼 세계로 번지고 있다.

    부산대 이용재 교수는 “한 책 한 도시 운동은 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각종 문화행사와 토론이 벌어질 수 있고, 디지털시대에 또 하나의 공동체 문화가 꽃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에 상당히 이바지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독서운동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독서인구의 증가, 책 읽는 문화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더욱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1회성 이벤트를 지양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재 교수는 ▲독서문화 일상화를 위해 안정적・지속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비영리기구(공익법인 형태) 설립 ▲주민들의 도보권 내에 공공도서관・마을도서관 건립 확충 ▲도서관과 사서들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의 문화운동 전개 등을 꼽았다.

    윤정옥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해외사례를 볼 때 독서운동은 대부분 공공도서관이 주체가 되지만 지역사회의 정부와 기관, 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 협력이 있을 때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경향신문 도재기 기자 기사 부분 인용)

    위 내용은 그동안 실시된 '원 북 원 부산' 토론회 내용을 잘 정리한 기사이다.

    지자체들의 독서운동이 아직까지 도서관 지원과 설립 등 근본적인 독서 인프라 조성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독서를 권장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크게 이바지한다는 평가에 대해서 고찰해 보자.

    먼저 집에서 걸어서 30분 안에 공공도서관이 존재하는 OECD 나라들에 비해 대한민국의 도서관의 숫자와 시설은 매우 빈곤하다. 근본적으로 도서관의 지원과 설립 등 양과 질의 증가는 복지국가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이유로 지자체에서 당장 이런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 과제로 미루고 지자체장의 단기적 성과로 평가될 수 있는 독서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판단된다.

    도서관 인프라 확충은 국가예산의 확보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지식정보화사회와 양극화사회에서 정보소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성이 더 필요하다.

    특히 부산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를 앞두고 이를 더 적극적으로 의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도서관을 민간에 위탁 경영하여 도서관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된 서울 지역의 예는 부산에서도 꼭 참조할 사례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도서관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해 종교시설이나 대학 등에 위탁하면서 주차요금을 징수하고 열람실 이용료를 받는 등 임대사업화로 공공성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계속)


  • 16:48:0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 2011/10/2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2)
  • 2011/09/23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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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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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부산에서 ‘산지니’라는 출판사를 시작하고 2008년 9월 30일 부산시가 주최한 독서문화토론에서 「지역에서 책 만들기」라는 토론문을 발표하였다.

    부산지역에서 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구체적 기획을 구상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쳤다. 먼저 출판사 대표인 내가 부산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신문도 서울에서 발행하는 중앙지만 보았고,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부산소식은 거의 무지하였다. 부산의 유구한 역사와 부산을 빛낸 인물에 대한 이해도 깊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반성이 필요하였고 초읍에 있는 부산시립시민도서관을 방문하여 부산 관련 책들을 읽으며 기획정보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부산지역의 신문들을 자세히 읽고 모니터링하면서 지역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을 만나서 조언을 구하였다. 지역서점에서 주최하는 독서토론회에도 참석하여 지역의 독자들의 관심사항도 관찰하였다. 그러면서 처음 낸 책이 <반송사람들>이었다. <반송사람들>은 반송 지역에서 여러 가지 지역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책을 내고 난 이후 지금은 그 사람들이 ‘느티나무도서관’을 만들어 더 유명해졌다.

    지역의 필자들과 교감을 통해 국내서와 국외서를 기획하고 4년 동안 56권의 단행본을 발행하였다.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알려 많은 원고가 출판사에 들어오는 지금도 여전히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저자(번역자를 포함하여) 중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과 도시에 대해 애정이 없으면서 서울만 바라보며 지역의 다른 필자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식인의 이런 허위의식이 일제식민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문제라고 바라본다.

    물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흐름도 생기고 있다. 최근에 전국 어디보다 민간의 마을가꾸기 운동과 마을도서관 운동이 활발한 곳이 부산이다. 부산시의 열악한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공공도서관을 잘 가꾸려는 열의가 높은 곳이 부산이다. 지역의 출판사와 함께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저자도 있다.

    출판사가 서울에 95% 존재하고 수도권 독자들이 책의 70∼80%를 구매하는 대한민국에서 지역출판사가 생존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지역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지역의 잠재적 필자군(C급 필자)을 가능성 있는 필자군(B급 필자)으로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검증된 필자군(A급 필자)으로 만들고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의 출판사가 6개월에 5천 부 판매가 보증된 필자와 아이템만을 쫓아갈 때 우리는 생활하는 공간에서 필자를 찾아내고 지역의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다.

    동시에 지역 독자들의 요구사항을 기획에 반영하여야 한다. 부산지역의 많은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졸업하지만,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과 교류가 많은 나라와 도시에 대한 문화적 정보를 가공하여 단행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적극적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해외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대학을 다닌 80년대는 정치적으로 암울했지만, 많은 독서를 하며 취업도 잘되는 시대이었다. 반면에 지금 20대는 IMF를 경험하고 졸업과 동시에 비정규직이 예상되는 불행한 88만원 세대이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서경식 선생의 표현을 빌리면 “자신이 갇혀 있는 세계에는 ‘외부’(바깥)가 있다는 발견이고, 타자의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려는 대화”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도 지역출판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정책으로 구체화시키면 좋지 않을까? 지역아이템에 대한 사전 공모나 사후 지원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중앙에서 지역을 말해주지 않는다. 지역의 문화가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지역 출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원 북 원 부산 사업을 부산시 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에서 하고 있는데, 2004년에는 김중미, 2005년에는 김형경, 2006년에는 공지영, 2007년에는 김현근, 2008년에는 박경철의 책이 선정되었다. 시 차원의 이런 사업에서도 가능하면 부산을 소재로 한 책이든가, 부산 저자가 쓴 책이든가, 지역 출판사가 발행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원 북 원 부산 운동을 언급하면서 끝낸 토론문에 대해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관장님이 원 북의 선정 기준 10가지를 언급하면서 토론을 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음해 2009년 원 북 원 부산 후보도서 10권 중에 부산지역 소설가의 소설집 <부산을 쓴다>가 선정되어 20일간 투표를 하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출판사 책 투표를 호소하였지만, 결과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선정되는 걸로 끝났다.


    2010년에는 시민도서관에서 출판사로 원 북 원 부산 도서추천을 요청하는 메일이 왔다. 조갑상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을 추천하였으나 2008년에 출판된 김곰치의 장편소설 <빛>이 10권의 후보도서에 선정되었다. 이번에도 지인들에게 투표를 호소하였지만, <산동네 공부방, 그 사소하고 조용한 기적>이 선정되었다. <산동네 공부방>은 부산 감천동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책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에 잘 선정되었다고 생각했다.

    2011년에도 시민도서관에서 후보도서 추천을 요청하여 박태성 칼럼집 <유쾌한 소통>과 정영선 장편소설 <물의 시간>추천하였으나 후보도서 5권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하지만 후보도서 5권 가운데는 부산의 중견시인 최영철의 <찔러본다>, 부산 지역 소설가 김현의 <봄날의 화원>, 교사 이상석의 자전소설 <못난 것도 힘이 된다> 등 부산 지역 작가의 작품이 3권이나 후보에 올라서 반가웠다. 결과적으로는 2005년에 출간된 <책만 보는 바보>가 선정되었는데, 이 책은 출판된 후에 스테디셀러로 남녀노소 다양한 대중이 보기에 좋은 책이다. (계속)

  • 16:48:0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 2011/10/21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2)
  • 2011/09/23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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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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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도 기가 막혔다. 77일 목요일 김곰치 작가를 만났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난 후부터 난 계속 긴장 상태였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까 하나하나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입술 옆에 물집까지 생겼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한다
    . 낯가림이 심하고 성격도 소심해서 누군가 함께 모이는 자리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있으면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처음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가 정색을 하며(본의 아니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나를 좋아라하진 않는다. 이런 내가 새로운 사람, 거기다 내가 꿈꾸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혼자 끙끙 앓고 있다 결국 어차피 해야 될 일, 편안히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만덕역에 내리자마자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김곰치 작가를 만나기 전,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지하철을 탄 개미를 읽었다. 버스를 타고 만덕역으로 갈 수 있었으나,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였기 때문일까. 나는 지하철을 타고 만덕까지 갔다. 김곰치 작가는 도서관 앞에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김곰치 작가와 나는 도서관 옆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특수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근데 특수한 시간이 뭔지 안 궁금해요?"
      “, 여쭤 봐도 될까요?”
     
    몇 번의 실패를 했지만, 어제부터 다시 또 금연을 시작했거든요.”
     
    첫 대화는 금연으로 시작됐다. 지금 금연 중이니 다소 까칠할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란다는 김곰치 작가의 말에 오히려 난 조금 긴장이 풀렸다. ‘작가를 만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내게 김곰치 작가의 첫 마디는 10년을 넘게 금연을 꿈만 꾸고 있는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곰치 작가의 지하철을 탄 개미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르포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라고 재밌게 읽었다고 말했다. 김곰치 작가와 르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 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 글쓰기라는 것은 옳은 것이 무엇이냐를 자기한테 질문하게 되어 있다. 원래 안 그런 사람도 글을 쓰다보면 사람이 되어 간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은 면이 있다.
    - 좋은 글, 쓰기 힘들다. 사람들이 읽고 문제의식을 가질 말한 글을 쓰는 것이다.
    - 나는 치열한 기행문을 쓴다. 어떤 부분에서는 소설처럼 세심하게 묘사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료를 언급한다. 누구나 쓰기는 쉽지만 정말 제대로 된 완성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다. 치열한 기행문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르포가 되게 되어 있다.
    - 르포는 정말 쓰기 쉽다. 누구도 겁낼 필요가 없다. 최대한의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단수 판단력도 필요하고 문장도 잘 써야 한다. 나는 퇴고를 많이 했다. 문장도 많이 신경을 쓴 르포였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자기 문장 욕심을 내면 르포는 예의에 어긋난다. 정확하고 정직한 문장을 써야 한다. 소설도 그렇다. 연기를 잘해야지 자기 꾸미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르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간단하게 자판기 커피도 한 잔 했다. (, 자판기 커피 정말 맛있었습니다! 달달한 커피 참 오랜만이었어요!)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소설 『빛』이야기로 넘어갔다. 나는 크리스찬이긴 하지만 『빛』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 '조경태'는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저는 경태가 참 좋더라고요. 특히 정태가 연경이에게 마음속으로 욕하는 부분은 경태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었어요."
      "경태는 약간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성격이 있어요. 근데 그 부분 쓰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 장면 쓰기가 제일 힘들었다. 내가 거의 마지막까지 쓰면서 그 장면을 정말 힘들어 했어요. 마음속으로 욕하는 건데 굉장히 큰 사건처럼 보이잖아요. 소설을 잘 쓴 거죠. 욕망이 분노로 표출된 게 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경태와 정연경의 이야기가 흘러 흘러 그렇다면 '연애 소설'에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까지 넘어 갔다. 김곰치 작가에겐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그래서 김곰치 작가의 말이 더 잘 귀에 들어 왔다. 지금 우리 문학에는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김곰치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서 어른스럽게 명쾌하게 다루면 정말 좋을 거예요
    . 그걸 읽으면 사람들이 연애를 잘하게 되죠. 쓸 때 없는 감정 소비를 안 하게 되잖아요. 연애 성공률이 높아져요. 그거 얼마나 좋은 소설이에요. 연애소설에서는 이런 걸 다뤄야죠. 소설은 인간학인데……."

      김곰치 작가는 소설은 인간학이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곰치 작가와 나는 디지털도서관에서 만덕역까지 걸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를 한 후 집에 와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곱씹어봤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 마음에는 한 가지가 깊이 남았다. 그날 나누었던 이야기 결론은 결국, 이곳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정말 인간학이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지를 말해주는 것이 '문학'이었다.


      대학교를 들어오면서, 많은 친구들과 소설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1학년 그 새내기가 뭘 안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혼자 다짐을 했었다. 이제 졸업반이다.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다짐을 이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할 때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 이야기,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를 쓰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내가 그래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나의 그 평생 다짐에 있다. 이제는 나를 깨뜨리고 부대끼며 살아야겠다.
      결국,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하니 쉬운 일이 아니네요.
      김곰치 선생님의 모습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합니다. (선생님, 사진 마음에 드세요? ^^)
      선생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인도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 마음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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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성욱 2011.07.11 0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참 재밌네요. 좋은 작가가 될거예요. 김곰치 소설가의 매력은 저 남방의 무늬같은것일겁니다. 언젠가 누나가 사준 새옷을 입고 무척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 정현미 2011.07.12 1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교수님!!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지요...^^ 그래도! 김곰치 소설가의 매력에 정말 푹 빠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ㅎㅎㅎㅎㅎ





    지은이 : 김곰치
    쪽수 : 272p
    판형 : 신국판
    ISBN : 978-89-6545-135-8
    값 : 13,000원
    발행일 : 2011년 1월 24일





     


    김곰치 르포 산문집 『지하철을 탄 개미』출간

    『발바닥, 내 발바닥』 이후 6년 만에 작가 김곰치가 두 번째 르포 산문집인 『지하철을 탄 개미』를 묶어 내놓았다. 생명과 개발에 대해 집요하게 묻고 장삼이사의 아포리즘을 나르며 발바닥으로 뛰어다닌 결과물인 12편의 르포와 소설가 김곰치의 감성이 담긴 13편의 산문을 한 그릇에 담았다.

    왜 르포인가?

    김곰치는 본업인 소설이 있다. 그러면 소설가가 자기 주제의식이나 현실의 이야기를 소설로 하면 되지 왜 르포인가?

    “소설은 현실의 사건을 형상화하는 데 발이 느리다. 왜냐하면 소설은 그야말로 예술이기 때문이다. 완성도가 생명이다. 언어예술로서 소설은 어떤 소재와 주제를 놓고 한 작가의 인생에서 늦게 쓰면 늦게 쓸수록, 또 오래 쓰면 오래 쓸수록 완성도의 성취 확률이 높아진다. 다양한 장르적 분화가 일어나 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시사문제를 놓고 형상화가 거친 사회고발소설을 쓰느니 감정적 자아를 솔직히 드러내는 르포르타주가 보다 효율적이고 적합하다고 본다.” -작가와의 대화 중에서

    김곰치 르포 글쓰기의 핵심은 ‘약자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옹호’

    김곰치 르포 글쓰기의 핵심은 ‘약자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옹호’라고 요약할 수 있다. 『발바닥, 내 발바닥』이 자연의 생명권에 대한 작가의 질문과 주장이 주되게 담았다면 이번 『지하철을 탄 개미』는 사람, 자연, 물건의 생명권을 함께 바라보자는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주제의식이 확장되고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김형율 르포(사람), 한양주택 르포(물건), 태안 르포(자연)가 이 세 가지 사안에 집중하고 있다.

    김곰치는 남루하고 비참한 세속에서 어떤 숭고함을 찾으려 애쓰는 작가다. 그의 글은 삶의 터를 빼앗기고 쓸쓸하게 죽어가는 것들, 그 연약한 생명의 외로움에 대한 따뜻한 포옹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글에는 빼앗고 내쫓는 세상의 야비함에 대한 서늘한 추궁이 담겨 있다. 그는 어떤 순간에라도 쉽게 동조하거나 조급하게 비판하지 않는다. 느리게 사유하면서 뜨거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보편적 진실에 가 닿는다. 그래서 김곰치는 진정 발바닥으로 사유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머리로 글을 쓰는 세상의 잘난 사람들이 동서고금의 아득한 이름들을 빌려 제 생각을 풀어낼 때도, 그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외로운 이름들을 애써 부르며 그들과 함께한다. 그러니 김곰치는 “누군가 잊지 않고 있다는 것, 그 위로의 힘”을 알고 실천하는 참으로 놀라운 작가가 아닌가. -전성욱(문학평론가)

    섬세한 소설가의 감성을 담아낸 산문

    『지하철을 탄 개미』의 2부, 3부에서 르포작가로서의 김곰치의 치열한 정신을 볼 수 있다면, 1부, 4부에서는 소설가 김곰치의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르포를 취재하고 쓸 때는 지사(志士)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야말로 공적인 문제를 놓고 누군가와 다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취재와 글쓰기가 끝나면 작가는 약간의 후유증을 앓으며 일상으로 돌아온다. 평범한 동네 청년으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도시생활자로 돌아와 우리 주변을 돌아본다. 지하철을 타고 개미를 보고 복잡한 감동을 받고, 산책하고 음악 듣고 벤치에 앉기를 좋아하고... 그러다 길을 덮은 시멘트와 블록 틈새에서 줄기와 잎을 내고 있는 잡초들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내가 나라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라는 섬세한 소설가의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지하철을 탄 개미

    르포가 책의 분량을 많이 차지하지만, 제목은 산문에서 따왔다. ‘지하철을 탄 개미’... 불안하고 연약하고 안쓰럽고 또 분명한 하나의 신비스러운 생명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현재 우리네 삶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그와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는 이 책 머리말에서 ‘사랑과 싸움의 르포’라고 말했다. 사랑하고 싸우고 좌절하고 새로 인식하고 다짐하는 르포 속의 모든 등장인물들도 지하철을 탄 개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

    장편르포도 기대

    김곰치는 소설가이다. 그동안 여러 편의 단편소설과 두 권의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빛』을 출간했다. 앞으로 『빛』에 이은 두 편의 장편소설 『말』 『소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700매 분량의 경장편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장편르포에 대한 기대도 가져본다. 운명과도 같이 어떤 사건, 어떤 인물을 놓고 불같은 그런 시간이 작가에게 올 것이라 믿는다. 작가는 앞으로도 계절마다, 또는 일 년에 두세 번, 르포를 쓰기 위해 녹음기를 들고 도시의 후미진 골목을, 또는 어떤 사건의 현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 같다.


    저자 : 김곰치

    1970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였다.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빛』이 있고, 르포 산문집 『발바닥, 내 발바닥』이 있다.
    1999년 제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차례

    머리말 직접적이고 진실하고 겸손한

    제1부 산문 첫 번째 이야기
    한 사람
    숨 쉬고 싶다
    지하철을 탄 개미
    을숙도에서
    인사동에서 울다
    옛날 옛날에
    새만금갯벌은 죽지 않는다, 다시 산다
    잘 자라, 아이들아

    제2부 르포 첫 번째 이야기
    “글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김형율의 삶과 죽음 1
    “나는 아프다!”-김형율의 삶과 죽음 2
    이 집은 살아 있는 생명의 집이다-서울 한양주택 사람들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지키는 사람들-서울 한양주택 사람들 2
    바다는 망하고 우리는 병났다-태안에서 1
    누가 바다의 주인이냐-태안에서 2

    3부 르포 두 번째 이야기
    시간에 지쳐 울지는 않겠다-탈북 청소년
    “지난 반년, 하루 한 시간밖에 못 잤어요”-국립마산병원에서
    아름다운 이별도우미, 호스피스-부산의료원에서
    어느 40대 여성노동자의 1인 시위
    살아 있는 한, 희망의 본능은 꿈틀댄다-부산역 광장에서
    봄 되면 평택에 모내기하러 오세요

    4부 산문 두 번째 이야기
    산책과 벤치
    지역작가로 살아보니 알겠다-내가 산지니와 손을 잡은 까닭
    인생의 최대사건
    오래된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
    도대체 저건 뭐야! 하고 외칠 때가 있다

    지하철을 탄 개미 - 10점
    김곰치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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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판 부수

    출판일기 2010.04.02 14:36

    송인서적에서 <빛> 주문이 60권 들어왔다.  한동안 주문이 뜸했는데 이번 '원북원부산' 독서 캠페인에 후보도서로 뽑혀서일까? 어쨌든 대량주문은 반가운 일이니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본사에 있는 재고 중에서 독자님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상태 좋은 넘들로 고르고 골라 50권을 보냈다.

    김곰치 장편소설 <빛>은 2008년 7월에 출간됐는데 초판 1000부가 한달만에 모두 팔렸다. 8월에 2쇄를 제작했고 그해 12월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3쇄분 2000부를 문화예술위원회에 납품했다. 요즘 소설은 천부 아니면 만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소설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는 얘기다. 소설 <빛>은 지금까지의 성적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데 들인 작가의 공력을 생각하면 독자들의 사랑이 더 넘쳐도 될 책이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 저자와 초판 제작부수를 의논할 때
    '우선 초판은 500~1000부를 제작한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라고 얘기를 시작하면 저자들은 실망스런 낯빛을 감추지 못한다.
    '제 책이 정말 1000부밖에 안팔린단 말인가요?'

    천원, 천개, 천권
    '천'이라는 숫자에 대해 사람들의 체감 지수는 각기 다를 것이다.
    몇해 전부터 '천냥마트'나 '천원김밥'이 인기다. 요즘은 그마저도 물가가 올라 천원은 김밥 한줄도 못사먹을  하찮은 돈이지만, 
    책에서 '천'이라는 숫자는 다르다. 아주 큰 숫자다.
    책 한권 팔기가 녹록지 않은 요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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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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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성심원 2010.04.02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래서 한달에 일정금액(10만원)을 책구입하는데 사용하려고 열심히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이 일정금액은 다섯 식구가 책을 구입하면 각 1~2권정도입니다.
      하지만 한달에 한권의 책이라도 구입해서 읽자는 의지이기도 하지요.
      디지털 시대에 방전만 하는 블로거는 더욱 책을 읽어야할거라고 초짜 블로거가 느끼고 있습니다.

      • BlogIcon 산지니 2010.04.02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채우지 않으니 나오는 것도 빈약한 것 같습니다. 매달 식비로 얼마를 쓰는 것처럼 책비로 일정금액을 떼 놓는 것, 참 좋은 생각이네요.

    2. 풀소리 2010.04.02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십만원? 만원어치도 안 사는 나는 ㅠ ㅠ 존경스럽네요.

    축하해주세요.^^

    부산광역시교육청과 부산일보가 공동주최하고 22개 공공도서관이 주관하는 <원북원부산> 후보도서로 우리 출판사 출간도서인 『빛』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네요.

    <원북원부산>은 부산시민의 독서생활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범시민 독서생활화 운동’ 사업의 일환인데요, 부산을 대표할 한 권의 책을 시민투표를 통해 뽑는답니다.

    1~2월 각계각층 독서관련 전문가들이 추천한 도서 200여 종 중에서 교수님, 사서선생님, 문학가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10종의 후보도서를 선정하여 시민투표를 통해 최종 한 권의 책을 뽑는데요. 올해 그 후보도서로 김곰치 소설가의 『빛』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네요.

    작년에도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부산을 쓴다』가 후보도서로 선정되었는데 안타깝게도(우리 입장에서^^) 신경숙 소설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선정되어 아쉬움을 금치 못 했는데요. 올해 다시 한번 기대를 해봅니다.

    투표기간은 2010년 3월 2일(화)부터 3월 21일(일)까지 20일간이며, 투표 방법은 부산광역시교육청, 22개 공공도서관, 서점 등에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됩니다.

    올해는 선정된 책의 내용을 주제로 북 토크쇼 등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해 시민과 함께하는 진일보한 독서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많은 투표참여로 정말 부산을 대표할 만한 책이 선정되면 좋겠죠.^^



    그러면 『빛』은 어떤 책인가. 소설가 김곰치가 첫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낸 이후 9년 만에 엉덩이로 쓴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예수라는 존재가 어떤 종교적 상징으로 있는지, 아니 상징으로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앉아 우리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암약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인데요. 기독교적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 과정을 펄펄 살아 뛰는 현실의 언어로 그려 예수라는 인물에 과도하게 인입되어 있는 신비화, 신격화를 묵은 빨래를 세탁하듯이 빨아버리고 있는 책이죠.

    김곰치 소설가가 쉼표 하나 토씨 하나 고민하며 써내려간 작품입니다.

    『빛』책소개 자세히 보기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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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2010.03.03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축하합니다. 이번엔 꼭 부산의 원북으로 뽑히길 기대해볼께요...

    2. BlogIcon 마루니 2010.03.03 1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많은 홍보와 투표 참여 꼭 부탁드려요.

     

    박경효 선생님과의 점심식사

    <산지니> 출판사의 점심 시간은 ‘1시’입니다. 여느 사무실이 12시인데 비해, 조금 늦은 편이지요. <산지니> 사무실은 법조타운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12시에 나갔다가는 치열한 자리 경쟁에 휩싸이게 마련입니다. <산지니>의 식사 시간이 다소 늦은 이유는 바로 ‘한가로움’을 확보하기 위함이지요. 조금 늦게 하는 식사라, 당연히 밥맛도 더 좋습니다.

    보통 직원들끼리 단출하게 먹는 편입니다만, 종종 반가운 손님들과 함께하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는 그림 그리시는 박경효 선생님이 방문하셔서 점심을 함께하였습니다.


    옮겨간 곳은 사무실 근처의 횟집. <산지니> 식구들은 ‘회덮밥’을, 선생님은 ‘내장탕’을 시키셨습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이 최근에 구입하셨다는 캐논의 G10 카메라를 구경하였답니다. 튼튼한 바디와 휠로 조작되는 조리개까지! 앞으로의 활약이 잔뜩 기대됩니다. 카메라 테스트를 하느라고 돌아가며 여러 컷을 찍었는데, 그중 잘 나온 선생님을 여기에다 올립니다.


    볼로냐, 아동서와 예술서의 천국

    박경효 선생님은 다음 주에 볼로냐로 떠나실 예정입니다. 이번 달 23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46회 볼로냐아동도서전(www.bookfair.bolognafiere.it)에 참석하시기 위함이지요. 올해는 우리 나라가 최초로 주빈국으로 참가한다고 하니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박 선생님은 지난 해 <입이 똥꼬에게>라는 창작 그림책으로 제14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하셨는데, 이번 여행은 그 ‘포상’이라고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입이 똥꼬에게> 판권이 해외로 수출되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소개되길 함께 기원해 봅니다.

    최근에 읽은 이홍의 <만만한 출판 기획>에 마침 이런 문구가 나오더군요.

    “볼로냐는 아동서와 예술서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모든 분야의 편집자가 다 가지는 않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북페어가 볼로냐라고 한다.” (169p)

    도서전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그리고 볼로냐아동도서전은 출판인들이 한번쯤 참석하길 꿈꾸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해외 도서전에 다녀오고 나면 사표를 내는 편집자들이 그렇게 많다고 하네요. 엄청난 문화 충격에 따른 상대적 초라함을 이기지 못한 탓일까요? 이런 후유증 때문에 절대 해외 출장을 안 보내는 사장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얘기들 속에서 도서전의 수준과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보게 됩니다.


    제46회 볼로냐아동도서전 주빈국 표어 '둥글게 둥글게(Round and Round in a Circle).'
    + 포스터 이미지 출처 :  http://www.bologna2009korea.or.kr/


    박경효 선생님과 산지니의 인연

    식사를 맛있게 끝내고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하려는데, 아차차! 서빙 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선생님의 점퍼 위에 커피를 엎지르고 말았습니다. 거듭 사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지나가는 말로, “그럼, 서비스라도...” 한 것이 냉큼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잠시 뒤, 테이블에 오른 것은 맥주 두 병. 그 후 짧지만 기분 좋은 ‘낮술’ 타임이 훈훈하게 이어졌답니다.

    박경효 선생님과 산지니의 끈끈한 인연은 네 권의 책 속에 녹아 있습니다. <제갈 선생 7일 7장>, <빛>,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부산을 쓴다>가 바로 그 책들이지요. 박경효 선생님께서 활발한 아동문학화가로 활동하시는 가운데, 앞으로도 <산지니>와도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게 되길 바랍니다.

    “박경효 선생님, 볼로냐 잘 다녀오세요!”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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