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아닌 것

- 존재인식에 대한 자유, 나와 타자에 대한 자유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정체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책의 저자인 나탈리 하이니히(Nathalie Heinich)는 정치와 철학의 관점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정체성 개념을 비판하고, 인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역사학, 민속학과 같이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여, 정체성이 아닌 것에서 정체성의 구성 논리를 제시한다. 하이니히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으로 여성과 현대 예술에서 나타나는 주체의 지위 및 정체성 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프랑스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의 명예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을 수상하는 등 오늘날 프랑스 언론과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책 정체성이 아닌 것(Ce que n’est pas l’identité)(2018)은 그의 작업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고 있다.

 

사회적 혐오 현상, 한국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

프랑스 사회과학계는 1970년대 말부터 인류학에서 정체성의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 정체성의 단어는 프랑스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가 되었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는 국가 정체성을 선거의 핵심 이슈로 삼았고 국가 정체성 부처를 창건했다. 반면, 1980년대 정체성의 정치적 용법이 미국 좌파에서 등장했을 때 그것은 인종 차별과 성차별 반대의 소수자 수호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정체성에 대하여 저자 나탈리 하이니히는 정체성이 아닌 것으로 그 윤곽을 잡으려 한다.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가 단일민족의 틀에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 다양한 사회적 낙인은 정체성의 위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나와 타자를 인식하는 관계의 미성숙을 증명하는 것이자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개인들의 심각한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정체성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정체성을 정의하고 인식하고 적용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체성은 기억과 경험에 근거한 구성물이기에 사물처럼 관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체성이 환상인 것도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정체성의 개념을 먼저 정의내리기보다 무엇이 정체성이 아닌지에 대해 먼저 톺아본다. 정체성은 우의 개념도 아니고, 좌의 개념도 아니다. 객관적 사실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며, 국가 정체성에 한정되지도 않는다. 정체성은 유사성이나 차이에서 구성되지 않으며, 일원적이지도, 그렇다고 이원적이지도 않다. 정체성의 위기가 없다면 정체성의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은 극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처럼 정체성이 아닌 것들에 대해 역추적하고 지워나가며 정체성이란 개념의 윤곽을 드러내는 저자의 작업은 정체성이라는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차이와 유사, 한 단어 속에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 정체성

정체성(Identité)의 단어에는 두 가지 상치되는 의미가 있다. 존재 자체라는 의미와 두 가지의 것이 동일하다는 유사성의 의미이다. 한 단어 속에 완전히 반대되는 두 의미(차이, 유사)를 가지는 정체성의 단어는 의미론과 존재론의 입장에서 엄청난 인식의 어려움을 일으킨다.”(본문 58쪽) 인간은 타인이 아닌 나, 유일성의 나를 가지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과 투쟁한다. 차이 정체성은 대체 가능한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 유일한 존재로서의 나를 말한다. 하지만 나는 사회의 구성원이며 사회적 집단에 소속되어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 사회적 관계의 나는 시공간 속에서 소속 집단의 고유한 문화, 정신, 가치, 지식을 공유한다. 사회적으로 공유된 특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은 외부 세계의 객관적 현실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며,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인 나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결국, 정체성이란 유일성의 개별적 특성과 타인과 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의 특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기존의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간 삼원적 정체성 구성

“명명(désignation), 소개(présentation), 자기 인식(autoperception)”

이 책의 저자는 사회학의 이원적 정체성 구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삼원적 정체성 구성을 제시한다. 이원적 정체성 구성으로는 타인과의 관계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기 인식의 순간, 타인에 의해 불려지는 명명의 순간, 타인에게 나를 말하는 소개의 순간. 이 세 순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기 인식, 명명, 소개의 순간을 통해 구성된 삼원적 정체성 구성은 주체와 타인으로 구성되는 관계가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세 순간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 세 순간이 불일치할 때 정체성의 위기를 야기한다.

 

자기 인식, 소개, 명명의 세 순간은 내재성과 외재성의 측면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유한다. 자기 인식은 가장 내적인 순간으로 언어에 의해 매개되고 타인의 시선에서 내재화되는 자기와의 관계이다. 소개는 매개의 순간이며 주체에 의해 타인에게 제공되는 이미지이다. 명명은 타인에 의해 주체에게 주어지는 고유한 이미지이며 가장 중요한 외재성의 순간이다.(p.89-90)

 

 

우리는 왜 정체성을 논의해야 하는가

저자는 정체성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무용해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숨겨지고 언급되지 않는 정체성의 문제를 톺아봐야 할 이유는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되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 타자가 어떻게 나를 바라보는지,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내가 타자에게 어떻게 소개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 세 순간이 불일치를 겪을 때 우리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갈 수 있다. 이는 역자의 말처럼 서양 사회에서 논의되는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개념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 다양한 사회적 낙인 현상과 공동체에 상처받은 사회적 집단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정체성 문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한국적 현상은 ‘혐오’ 논쟁이다. 우리 사회의 혐오 대상은 다종다양하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혐오 대상은 출신 지역, 출신 학교, 부의 크기, 직업, 성별의 유무에 따라 이른바 갑질 형태로서 사회적 낙인을 안착시켰다. (…) 각자도생의 경쟁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배려하지 않으려는 적대성은 나와 타자를 인식하는 관계의 미성숙을 증명하는 것이자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개인들의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반증하는 것이다.(p.156)

 

정체성은 성찰하는 인간과 성찰된 내용을 공유한 사회 집단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구조, 심각해지는 환경, 기술력 발달에 제한된 인간성과 같은 오늘날의 삶의 조건에서 개인은 새로운 방식의 자기 인식과 자기 행위 결정의 문제에 부닥친다. 정체성은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의 행복을 위한 존재 인식에 대한 자유’, ‘나와 타자에 대한 자유에 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 공유되어야 할 우리의 이야기이다.

 

 

📝 첫 문장

정체성의 문제 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학계에서 대두되었다.

 

📝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3 우리는 정체성의 단어가 가진 모호성, 내포성connotation, 투사projection의 의미에 봉착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잘못 통용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된 개념을 웅덩이에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을 수단 삼아 정체성이 무엇과 관련되는지 성찰하려고 한다.

P.25-26 따라서 의 구분 인자로서 정체성 질문을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것은 정체성이 작동하는 맥락, 특히 옹호되는 해당 공동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체성 질문을 정치 영역에 축소하는 경향은 정체성 논의의 쟁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하고, 축소주의에 따른 성찰의 기회를 막아버린다.

P.50 국가 정체성이 개인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지만 개인 정체성이 국가 정체성에 한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 정체성은 공동체 소속에 따라 자아를 규정하는 다양한 기준과 경쟁적이다.

P.100 정체성 없는 정체성의 위기는 없다. 이 규칙은 민족이나 문화와 같은 공동체적 실체보다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 개인이 자기 인식, 소개, 명명의 순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느꼈을 때, 즉 정체성의 위기를 가진 인간 존재에게서 더욱 명확하게 확인될 수 있다.

P.140 지위에 부여된 부정적 표시는 자기 일치의 순간에 필요한 조건의 복잡성을 보여줌으로써 정체성의 세 순간에 대한 효용성을 부각시킨다. 자기일치는 존재의 정상 조건이 아닌 특권이나 복잡한 과정의 결과에서 단번에 달성되지 않을 때, 영원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위기가 아닌 비교적 견딜 만한 정체성 감정을 유지시킨다.

 

📝 저자

나탈리 하이니히(Nathalie Heinich)

1955년 프랑스 출생. 예술 사회학 전공. 사회과학고등교육원(EHESS) 졸업,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 여성과 현대 예술에서 나타나는 주체의 지위 및 정체성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네 차례의 수상(2012년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 수상, 1996여성의 신분Etats de femme, 2015현대 예술의 패러다임Le paradigme de l’art contemporain, 2017가치들 Des valeurs)을 통해 오늘날 프랑스 언론과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 정체성이 아닌 것 Ce que n’est pas l’identité(2018)은 그녀의 작업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고 있다.

 

📝 역자

임지영

파리 5대학 소르본인문사회과학대학 사회학 박사. 부경대학교, 부산교육대학교, 경성대학교, 타히티 가톨릭대학교 강사. 저서로 사회가 뭐예요?: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이해(2019), 역서로 믿음과 지식은 어떻게 선택될까?(2017), 통합이란 무엇인가?(2012)가 있다.

 

📝 목차

서문

1장 정체성은 우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좌의 개념도 아니다)

2장 객관적 사실도 환상도 아닌 정체성

3장 정체성은 국가 정체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4장 정체성은 유사성이나 차이에서 구성되지 않는다

5장 정체성은 일원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이원적이지도 않다)

6장 정체성의 위기 없이 정체성의 감정도 없다

7장 정체성의 혼란은 불치가 아니다

8장 정체성이란

 

후기: 유대인의 시련과 정체성

해제: 나와 타자를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

참고문헌

 

정체성이 아닌 것

나탈리 하이니히 지음 | 임지영 역자 | 190쪽 | 978-89-6545-722-0 |

112*187 | 18,000원 | 2021년 5월 10일 출간 

정체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책의 저자인 나탈리 하이니히는 정치와 철학의 관점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정체성 개념을 비판하고, 인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역사학, 민속학과 같이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여, 정체성이 아닌 것에서 정체성의 구성 논리를 제시한다.

 

알라딘: 정체성이 아닌 것 (aladin.co.kr)

 

정체성이 아닌 것

정치와 철학의 관점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정체성 개념을 비판하고, 인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역사학, 민속학과 같이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여,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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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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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본주의의 계급갈등과 사회변혁 전략

 

계급 이해하기

UNDERSTANDING CLASS

 

 

 반드시 필요한 급진적 사유의 기준점이다.

괴란 테르본 (Göran Therborn)

 

//

 

천재적 사상가인 에릭 올린 라이트만이

분석의 명확성과 정밀함을 잃지 않으면서,

그런 긴요한 정치적 상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이클 뷰러웨이 (Michael Buraway), UC 버클리

 

 

  오늘날 계급보다 논쟁적인 개념은 없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계급의 죽음을 선언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계급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계급은 개인의 경제적 조건과 기회를 설명하는 데에만 적절하다는 주장이 존재하는 반면, 계급이 거시적 권력 관계의 구조적 특성이라는 주장 또한 존재한다. 미국의 대표적 좌파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는 『계급 이해하기』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을 분석하는 통합적 분석 틀과 사회변혁 전략을 제시한다. 계급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접근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비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의 불평등 이론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수용한다. 그리고 계급투쟁과 계급타협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고찰하여 자본가와 노동계급 사이에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적극적인 계급타협의 조건과 실현 방법을 모색한다. 몇 차례의 계급 관련 논쟁을 거쳐 온 세계적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는 『계급 이해하기』를 통해 다시금 우리에게 계급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제안한다.

 

 

에릭 올린 라이트의 『계급 이해하기』, 무엇을 새롭게 이야기하는가?

  에릭 올린 라이트의 저서들 가운데 국내에 번역 출간된 『계급론Classes』(2005년)과 『리얼 유토피아Real Utopia』(2012년)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한국 진보좌파진영에 영향을 미쳤다. 『계급론』은 소위 ‘중간계급 논쟁’이라 일컬어지는 마르크스주의 내의 민감한 이론적 난제를 다루었고, 『리얼 유토피아』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체적인 변혁전략과 대안사회의 상을 과감하게 제시하였다. 『계급 이해하기』는 라이트가 1995년부터 2015년 사이에 집필한 논문들을 모은 것으로, 앞서 출간된 두 저서의 이론작업을 총괄하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급분석 틀을 제시한다. 그는 통상 대척점에 있다고 간주되는 계층연구 전통과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게임의 비유’를 통해 계급분석에 함께 적용하고, 이론적 난제로 여겨지는 중간계급을 분석하기 위해 베버주의 전통을 수용한다. 계층이론과는 명확한 선을 그었던 라이트가 계급분석의 추상수준에 따라 유연하게 분석기준을 적용하는 통합적 방법을 보여주고, 베버주의로의 귀착이라는 자신에 대한 비판 또한 반비판한다. 비록 특정 국가나 시기에 이런 분석 틀을 적용한 실증적인 계급분석 자료가 이 책에는 담겨 있지 않지만, 계급의 개념화 및 분석 방법과 관련된 계급론의 방법론적 측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장점 중심의 비평으로 본 비마르크스주의의 불평등 이론

  『계급 이해하기』는 실용적 실재론의 관점(실재 메커니즘을 잘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방법들을 통합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비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의 불평등 이론을 개괄하고, 계급분석에 필요한 부분을 적극 받아들인다. 막스 베버, 찰스 틸리, 오게 쇠렌센, 마이클 만은 분석을 위한 개념적 측면에서, 데이비드 그루스키와 킴 위덴, 토마 피케티, 잔 파쿨스키와 말콤 워터스, 가이 스탠딩은 21세기 계급을 분석하는 방법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된다. 물론 라이트는 게임의 비유와 이에 입각한 통합적인 계급분석 관점에서 각 이론의 한계 또한 분명히 밝힌다. 본문 뒤에 첨부된 역자 해제를 통해서도 라이트가 본 비마르크스주의 불평등 이론의 의미와 한계를 간략히 정리해볼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와 비마르크스주의 접근법이 종종 어떤 문제에 관해 서로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취해지는 기본적 태도 중 하나는 상대와의 논쟁에서 각자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적합한 지적 토론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책 논문들에서 나의 목표는 특정 이론가의 저작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발견해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의 가장 유용하고 흥미로운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있다. 소위 이를 단점 중심이 아닌 장점 중심의 비평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_「서문」 중에서

 

적극적인 계급타협과 비자본주의 경제영역의 강화

   라이트는 몇 년 전 출간된 『리얼 유토피아』에서 전략적 다원주의를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사회개혁이냐 아니면 혁명이냐’라는 기로에서 서로 다른 길을 택했던 정치사조들–사민주의 전통, 아나키즘 전통, 혁명적 사회주의/공산주의 전통–의 전략을 절충하는 전략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 중에서도 사민주의 전통에 속한 적극적인 계급타협의 이론적 논리를 게임이론을 통해 면밀히 살핀다. 라이트는 자본과 노동 어느 하나의 일방적인 지배에서가 아니라 두 계급이 상호 협력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계급타협이 황금기가 아닌 침체 시기의 자본주의에서는 실제 실현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비자본주의 경제영역을 강화하는 아나키즘 전통의 전략이 계속 뒷받침된다면, 노동계급의 단결력은 증가할 것이고 이는 적극적인 계급타협의 가능성 또한 높일 수 있다. 라이트의 이런 사회변혁 전략은 민주주의를 사회 전 영역에서 실현하고 협동조합식 생산을 이상적인 생산체제로 간주하는 민주사회주의 전통과 매우 관련이 깊다.

  전통적으로 사회민주주의는 경제조직의 비자본주의적 형태를 강화하는 것에 크게 집중하지 않았다.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가 유연하게 기능하는 것을 뒷받침하여, 자본주의 안에서 발생하는 잉여의 일부를 사회보험과 공공재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었다. (…) 일반적으로 비자본주의적 부문과 실천을 육성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 하지만 적극적인 계급타협을 위한 조건이 형성될 수 있더라도 자본주의 구조가 갖는 장기적 불확실성을 고려한다면, 좌파는 자본주의 경제 안에서 비자본주의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이롭고 가능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_ 「3부 계급투쟁과 계급타협」 중에서 (p.370)

 

책 속으로

 

저자 | 역자 소개

글쓴이 에릭 올린 라이트 Erik Olin Wright

저자 에릭 올린 라이트(Erik Olin Wright, 1947~)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새로운 마르크스주의 계급분석 틀을 제시하여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는 분석 마르크스주의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이후 세계 전역을 돌며 추진한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Real Utopias Project)의 결과를 담은 단행본들을 출간하였다. 2012년에는 미국사회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Classes(London: VERSO, 1985), Interogating Inequality(London: VERSO, 1994), Class Counts: Comparative Studies in Class Analysis(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7), Deepening Democracy: Institutional Innovations in Empowered Participatory Governance(London: VERSO, 2003)(공저), Gender Equality: Transforming Family Divisions of Labor(London: VERSO, 2009), Envisioning Real Utopia(London: VERSO, 2010) 등이 있다.

번역자 문혜림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철학을 전공하여 『교육혁명가 파울로 프레이리 : 교육사상과 사회변혁론』(2012)을 출간하였다. 이후 마르크스 역사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경상대학교 정치경제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계급 죽음 논쟁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비판」(2014)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마르크스주의 계급분석 및 계급이론을 발전시키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번역자 곽태진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철학을 전공하여 「그람시의 사회변혁 사상과 교육의 관계 고찰」(2015)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박사과정에서 마르크스주의와 과학철학을 바탕으로 교육(철)학을 재조명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목차

 

 

계급 이해하기 - 10점
에릭 올린 라이트 지음, 문혜림.곽태진 옮김/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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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총서 15



빼앗긴 사람들
아시아 여성과 개발





성장신화가 가져온 디스토피아에서 아시아의 현재를 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의 자살률, 최장의 노동 시간, 과로사 같은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다. 이 같은 디스토피아의 도래에는 오로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제논리인 ‘개발 지상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 이화여대아시아여성학센터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개발의 모습을 새로이 조명하고자, 새로운 대안을 위한 아시아 지역 교류(ARENA)에서 2004년 출간된 『빼앗긴 사람들(The Disenfranchised)』의 한국어 번역판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생태계 보존의 문제와 여성/젠더의 문제를 동시에 분석하는 한편, 개발도상국 여성이 겪는 풍부한 사례와 함께 개발 이면에 감춰진 문제점들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은 다문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아시아 각국의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들을 통해 아시아 각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이처럼 전보다 가까워진 아시아권에서 일어난 개발 이면의 상처와 아픔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 개발 속 희생된 이들의 숨겨진 목소리


‘왜 당신은 알기를 원하는가, 나의 상처를 헤집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지금도 그 공허한 시선과 ‘상처’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떠오른다. (…)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오빠와 엄마 그리고 남편을 빼앗아 갔어요. 아들까지 잃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나는 이 세상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지요. 나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_「물, 토지, 식량 환경재해」에서


이 책을 편집한 우르와시 부딸리아는 인도의 여성운동가로서, 아레나(ARENA)의 젠더 프로젝트에 관여해왔다. 저자는 세계 경제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흥 개발 국가들에 포함되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의 경제발전 과정의 이면에서부터 이미 개발 궤도에 오른 싱가포르, 대만 그리고 군사화 독재로 아픔을 겪고 있는 버마(미얀마)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초 개발 과정에 있던 6개국의 사례들을 한 권에 엮어냈다. 특히 환경 난민, 인권 유린 등과 같은 개발과정 이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는데, 아시아 각국의 여성과 아이들이 개발 한가운데서 어떻게 권리를 빼앗기고 희생당하는지를 사례연구와 통계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가까이에 있으나 잘 알지 못했던 각국의 상황을 다양한 시사적 내용과 더불어 연구조사를 통해 나온 통계와 자료를 통해 알아볼 수 있어, 국제·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나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큰 책이 될 것이다.

아시아 개발의 이면을 비판적 시선으로 고찰하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빼앗긴 선주민 공동체의 눈에는, 또 농업 공동체로 살아오다가 토지와 생계 수단을 빼앗긴 자들의 눈에는 ‘개발’ 그 자체가 하나의 전쟁이 아닐까? 또한 전쟁을 포함하는 ‘개발’이 바로 패권 추구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개발 그 자체가 헤게모니 담론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 _「책머리에」에서

이 책은 아시아 각국의 학자, 활동가, 풀뿌리 운동 실천가들이 한데 모여 아시아 개발 그 이후를 면밀하게 연구 분석한 결과물이다. 특히 자원 수탈,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 정체성과 역사 말살, 지식과 생명체의 약탈, 상품화, 여성의 착취와 억압 등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편집자 우르와시 부딸리아는 단순히 개발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사람 중심’의 개발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즉, ‘빼앗긴 사람들’의 요구와 희망을 개발의 중심에 놓자고 저자들은 목소리 높인다. 인권을 대가로 경제발전을 이루거나 비민주적 정권, 소수집단의 주변화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불평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에서도 참조점을 시사 받을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선진국이라 여겨왔던 싱가포르 사례에서는 성소수자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 개발 이면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게끔 하였다. 진정한 사람 중심의 개발은 무엇인가. 이는 빠르고 양적인 성장이 아닌 저자가 말하듯 덜 착취하고 덜 이익을 취하는 장기적 지속성장이 그 대안이 될 것이다.


빼앗긴 사람들 | 아시아 총서 15

우르와시 부딸리아 편저 | 김선미, 백경흔, 이미경, 정규리, 최형미, 홍선희 옮김 | 사회 | 신국판 | 507쪽 | 30,000원

2015년 7월 15일 출간 | ISBN : 978-89-6545-294-2 93300

아시아 각국의 학자, 활동가, 풀뿌리 운동 실천가들이 한데 모여 아시아 개발 그 이후를 면밀하게 연구 분석한 결과물이다. 특히 자원 수탈,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 정체성과 역사 말살, 지식과 생명체의 약탈, 상품화, 여성의 착취와 억압 등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편집자 우르와시 부딸리아는 단순히 개발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사람 중심’의 개발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편저: 우르와시 부딸리아(Urvashi Butalia)
인도 최초의 페미니즘 출판사인 ‘여성을 위한 칼리(Kali for Women)’의 공동 설립자로, 칼리의 자회사 ‘주반(Zubaan)’을 새롭게 설립했다. 헌신적인 여성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인 그녀는 여성, 매체, 소통 및 공동체 의식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 그녀가 집필한 수많은 출판물 중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산지니)는 특히 많은 찬사를 받으며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를 포함해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다. 아레나(ARENA)의 젠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아레나에서 다년간 함께 활동했다.

기획: 아시아여성학센터(Asian Center for Women’s Studies)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는 이화의 130여 년 여성교육의 역사와 30여 년 여성학 교육을 바탕으로 1995년 설립되었다. 지난 20여 년간 아시아의 여성학 발전과 제도화를 목적으로 아시아여성학 커리큘럼 개발 및 교재 발간, 「Asian Journal of Women’s Studies」 영문학술지 발간, 국제 여성학자 학술 교류 및 차세대 여성학자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왔다. 2012년부터는 아시아-아프리카 여성활동가 역량강화 및 차세대 여성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GEP)을 주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성학 이론과 실천, 연구와 현장,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합하는 새로운 여성학 지식생산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차례



빼앗긴 사람들 - 10점
우르와쉬 부딸리아 엮음, 아시아여성학센터/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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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15.07.15 1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고 들어 오고 책 나오기까지 세 번째 여름을 맞고 있네요.
    500쪽이 넘는 책 편집하고 만드느라 다들 애쓰셨습니다.

  2. BlogIcon dIce 2020.07.07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입니다.

  3. BlogIcon FhvN 2020.07.07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