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타인의 무엇을 부러워하고 때론 탐하곤 합니다. 재능, 외모, 마음, 성격, 물건 등등. 책 속 주인공 소영도 대학 동창 미홍의 삶을 부러워합니다. 지금 나에게 만족하는 삶이 쉽지만은 않지요.

 

안지숙 소설집『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출간 후 산지니 인스타에서 신간이벤트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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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없는 타인의 무엇'을 댓글로 남기면 추첨해서 신간을 보내드리는 이벤트였는데  특히 많은 '소영'님들께서 댓글을 달아주셨죠.^^ 주인공과 이름이 같으면 아무래도 소설 읽을 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내게 없는 통장의 월급

#내게 없는 동료의 빙썅짓

#내게 없는 우OO 전 민정수석의 당당함
#내게 없는 타인들의 다이어트, 열공 의지
#내게 없는 칼퇴

 

월급날인데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모두 사라졌다는 인친님 댓글에 빵 터졌네요. 인간관계, 월급 등 직장인들의 고충과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글 등 부조리한 현실 속 '을'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지숙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가 십여 년 동안 틈틈이 쓴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보다 문제를 끌어안고 미련스럽게 견딘다. 화려한 인생을 꿈꾸기보다 투덜거리며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여성,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의 이야기로, 작가는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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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3 비참하고 씁쓸한 여성들의 현실 이야기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3)

2016.12.30 부조리한 현실 속의 '을' 생존 길 찾아가는 여정-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2016.12.21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길 찾기-『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책소개)

2016.11.16 첫 번째 독자를 만난 안지숙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4)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흑갈색 눈동자와 검은 피부의 베트남 여인 쓰엉

쓰엉을 둘러싼 어긋난 사랑과 욕망, 희망이 펼쳐진다


제3회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등단한 서성란 소설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자주 내세웠던 서성란 소설가가 이번에는 베트남 여인을 소설 한가운데로 불렀다. 


흑갈색 눈동자와 검은 피부의 베트남 여인 쓰엉, 젊고 건강한 그녀는 한국 시골 마을에서 국제결혼중개업소에서 만난 김종태와 결혼해서 살고 있다. 상상했던 결혼 생활과 달리, 시어머니와 갈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남편은 시어머니와 자신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화를 모른 척한다. 

시골 마을에 또 다른 이방인 소설가 이령과 문학평론가 장규완, 이들은 도시에서 이사 와 하얀집을 짓고 살지만 좀처럼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적막한 시골 마을에 나타난 이방인들, 그리고 쓰엉을 향한 장규완과 이령, 김종태와 벙어리 사내 등 서로 다른 시선과 사랑, 욕망을 서성란 소설가의 섬세한 필체로 그려진다. 


서성란 소설가가 그린 쓰엉은 순응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젊고 건강한 여인이다. 작가는 쓰엉이 단지 결혼을 위해 이주해 온 이방인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평범한 여인임을 깨닫게 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새 그녀를 응원하게 한다.




 

욕망하는 쓰엉, 더 나은 삶을 꿈꾸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방화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쓰엉의 집이다. 하필 쓰엉이 없을 때 집에 불이 나고 시어머니는 죽게 된다. 남편 김종태는 방화 범인이 쓰엉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후 남편은 농사일도 하지 않고 쓰엉을 하며 술주정뱅이로 살아간다. 쓰엉은 생계를 위해 도시에서 이사 와 하얀집을 짓고 사는 이령과 장규완의 집에 가사 도우미로 일하게 된다. 문학평론가 장규완은 소설가 이령의 아름다움과 관능에 사로잡혀서 산골 마을에 하얀집을 짓고 그녀와 재혼을 한다. 그러나 상상하던 행복한 결혼생활과는 달리, 산골 마을 관목 숲에서 벙어리 사내를 피해 달아나다가 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받고 언어와 기억을 잃어버린 이령을 간병하며 지내게 된다. 좁고 어두운 다락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잃어버린 시간을 더듬던 이령은 쓰엉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령의 간병으로 지쳐 있던 장규완 역시 젊고 아름다운 쓰엉을 욕망하게 된다. 

쓰엉은 하얀집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마을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을 꿈꾼다. 쓰엉의 욕망을 눈치챈 남편 김종태는 하얀집을 붙 태우기로 마음먹는다.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남편의 방화와 마을 사람들의 암묵적인 용인으로 쓰엉은 방화 용의자로 몰려 구속된다. 스스로를 변호해야 함에도 쓰엉은 능숙했던 한국어를 전혀 말하고 듣지 못하는 일시적 언어 장애를 겪는다. 쓰엉은 법정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쓰엉을 둘러싼 인물들의 위태롭고도 위험한 욕망을 작가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엮어간다.



 


다양한 서술자로 이야기를 이끈다


이번 소설은 색다르게 하나의 시점으로 서술되지 않고 장마다 주요인물 세 명과 보조인물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끈다. 1장, 3장, 6장, 13장은 비평가 장규완이 서술하고 2장, 5장, 8장, 12장은 소설가 이령이 서술한다. 4장, 7장, 11장은 쓰엉이 서술하고 9장은 쓰엉의 남편 김종태가 10장은 쓰엉과 한 마을에 사는 벙어리 사내 강동주가 서술한다. 서성란 소설가는 능숙한 솜씨로 인물마다 다르게 느낀 사건의 시선과 감정을 표현해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여기에 벙어리 강동주와 쓰엉을 안쓰럽게 여긴 박 씨 할머니, 마을이 시끄러워지는 게 싫은 이장까지 현실에서 존재할 듯한 인물로 촘촘히 서사를 채워간다.

 

 

다문화 시대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다

 

작가는 다문화 시대 결혼이주여성의 삶에 주목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최대 국제결혼 대상국은 중국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결혼이주여성의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베트남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다. 무작정 한국 문화에 동화되길 요구하기보다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의 문화와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거기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소설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서성란 한 마디]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쓰엉의

삶을 좇으면서 나는 저물기 시작하는 해를 바라보고 서서 

초록색 파프리카를 깨물어 먹었던 츄옌을 떠올렸다.

마지막 문장을 쓰고 고개를 들었을 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몇 해의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은색 아오자이

를 입고 머리에 논라를 쓴 쓰엉이 부지런히 노를 저어서 강을

건너오고 있다.

 

 

[책 속으로&밑줄긋기]

 

P.8: 낡은 외투를 걸치고 보풀이 잔뜩 일어난 목도리를 두른 여자가 추위로 빨개진 홍옥 같은 제 뺨에 손바닥을 대고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강바람이 여자의 검고 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다. 장은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여자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가 진저리치며 떨어진다. 여자는 머뭇거리거나 수줍어하지 않고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흑갈색 눈동자를 반짝거리면서 웃는다.


P.130: 쓰엉이 오토바이를 타고 개울을 건너 앞마당으로 들어설 무렵이면 이령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졌다. 집 안을 오가며 밥을 짓고 청소하는 젊고 건강한 외국인 여자를 경계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쓰엉이 머물러 있을 때 하얀집은 정막이 걷히고 온기가 돌았다. 따뜻한 말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쓰엉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P.265: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손금을 읽듯 빤히 읽히는 삶을 벗어나려면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것을 여자는 알고 있었다. 여자는 운명에 순응하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




서성란

1967년 익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경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한국소설의 결혼이주여성 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중편소설 「할머니의 평화」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창작집 『방에 관한 기억』 『파프리카』 『침대 없는 여자』 장편소설 『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 『특별한 손님』 『일곱 번째 스무 살』 『풍년식당 레시피』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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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엉


서성란 지음 | 288쪽 판 변형 | 13,800원 | 978-89-6545-377-2 03810


흑갈색 눈동자와 검은 피부의 베트남 여인 쓰엉, 젊고 건강한 그녀는 한국 시골 마을에서 국제결혼중개업소에서 만난 김종태와 결혼해서 살고 있다. 상상했던 결혼 생활과 달리, 시어머니와 갈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남편은 시어머니와 자신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화를 모른 척한다. 

시골 마을에 또 다른 이방인 소설가 이령과 문학평론가 장규완, 이들은 도시에서 이사 와 하얀집을 짓고 살지만 좀처럼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적막한 시골 마을에 나타난 이방인들, 그리고 쓰엉을 향한 장규완과 이령, 김종태와 벙어리 사내 등 서로 다른 시선과 사랑, 욕망을 서성란 소설가의 섬세한 필체로 그려진다




쓰엉 - 10점
서성란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무시무시한 태풍도 지나가고 10월엔 즐거운(?) 축제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네요.

 

우선 내일 시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산지니도 참가합니다. 책 만드는 산지니가 영화제에서 뭘 하는지 궁금하시죠. 벡스코 2전시관에서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에 저희도 부스를 신청하여 영화관계자들에게 콘텐츠를 홍보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만든 책들 중 영화로 만들면 좋을 소설 8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살짝 보여드릴게요.

 

 

 

 

 

<토스쿠> 정광모 장편소설
미지의 섬, 그곳에서 마주친 또다른 나를 찾아가는 여정

 

<레드 아일랜드> 김유철 장편소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주 4.3사건을 다룬 팩션 소설

 

 

<감꽃 떨어질 때> 정형남 장편소설
한국 근현대와 교차하여 그려낸 소박한 민초의 삶

 

<밤의 눈> 조갑상 장편소설
가상의 공간 경남 대진읍을 배경으로 보도연맹 사건을 비롯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소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김비 장편소설
우리나라의 대표적 트랜스젠더 소설가인 김비 작가의 장편소설

<번개와 천둥 : 소설 대암 이태준> 이규정 장편소설
몽골의 ‘신의(神醫)’이자 조선의 숨겨진 독립운동가 대암 이태준의 삶을 다룬 소설

사진에 없는 두 권은 박정선 장편소설 <가을의 유머>와 서성란 장편소설 <쓰엉>인데 올해 안에 출간 예정이라 열심히 만들고 있답니다.

 

 

 

 

 

 

다음 주에는 2016부산독서문화축제가 열립니다.

와! 부산에서 영화도 아니고 불꽃도 아닌 책 축제가 열리다니요.

두근거리시죠. 

 

10월 14일(금) 오후 2시에 패션디자이너 진경옥 작가를 모시고 '영화 속 패션 이야기'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구요(아래 링크 참조)

 

 2016 부산가을독서문화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

 

10월 15일(토)~16일(일)에는 독서문화축제 본행사가 부산교대 운동장에서 열립니다. 산지니를 비롯하여 국내 25개 출판사가 참여하여 책도 전시하고 판매도 한답니다.

 

서울에는 와우북페스티벌이나 파주책잔치 등 매년 책축제가 열띤 분위기 속에 열리고 있지만 부산은 쉽지 않은 환경이죠. 여러분들이 많이 와주셔야 책 관련 행사가 지속될 수 있답니다. 책도 많이 사주시구요.^^

 

 

 

 

 

Posted by 산지니북

오늘 소개할 책은 서정아 소설가의 『이상한 과일』입니다. 서정아 소설가의 첫 책이라 조금 더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설명보다 이번 책 재밌습니다. 진~짜!  









관계가 불러오는 불안과 고독을 포착한 

서정아 첫 번째 소설집

“모든 일들은 용서받을 수 있거나 모른 척 지나가게 될 것이다”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서정아 소설가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은 관계를 화두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남편과 아내, 엄마와 딸, 친구와 애인 등 인간관계가 불러오는 불안과 고독을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로 드러내고 있다. 유부남과 만나는 친구,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괴로워하는 나, 권태를 숨기고 사는 부부 등 작중인물들에게 인간관계는 더 이상 세상에 안전장치가 되어주지 못한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관계로 인해 생기는 갈등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기보다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거나 모른 척 흘려보낸다. 갈등 없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실제 우리의 삶과 닮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서정아 소설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인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탐색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가정과 직장을 삶의 무대로 삼고 있는

현대 젊은 여성들의 이


서정아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여성들이며, 이야기의 주 무대는 가정과 직장이다.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와 「나를 알아?」 는 직장에서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고, 「해산」은 아이를 잃은 여성이 엄마와의 유년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정아 소설가는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삶을 소설에서 외면하지 않고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직장에서 소문의 중심이 되는 여성, 어린 시절 가족 내 성폭력을 당한 여성, 아이를 잃은 여성 등 현대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로 직장생활과 애정문제, 가족과의 갈등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소설의 이야기를 더욱더 현실감 있게 만들며, 현대 젊은 여성들의 공허한 내면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게 한다.


젊음은 아름답고 순수하기에 위태롭고 영원하지 못하기에 절박하다. 서정아의 소설은 꽃 같은 젊음이 왜 슬픈지, 혼돈스런 젊음이 어떤 희생을 치르고 제자리를 찾는지를 온몸으로 묻고 답하는 이십대 여성들의 세계다. 소설 속의 인물이 현실의 우리와 다르다면 어디든 끝까지 가보기 때문인데, 끝까지 가서 그들이 선 자리는 상처투성이로 발가벗겨지고 되돌아올 수 없는 세상의 끝 죽음이기도 하다. 탄력과 절제를 갖춘 플롯, 집중적인 감정, 메마른 시선의 형식미가 인물들을 기억에 남게 한다. _조갑상(소설가)




일상의 균열과 폭력을 은유적으로 표현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은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노래 제목이다. 백인에게 린치로 교수형을 당한 흑인들의 시체가 나무에 매달려 흔들리는 것을 보고 루이스 알렌이라는 사람이 시를 썼고, 이걸 빌리 홀리데이가 노래로 불렀다. 루이스 알렌은 이런 끔찍한 광경을 보고 흑인의 시체를 이상한 과일이라고 묘사했다. 

표제작「이상한 과일」에서 남편은 대화와 섹스를 거부하는 아내로 인해 직장동료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내의 불륜을 짐작하지만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남편은 아내에게 묻지 않는다. 이번 소설에 해설을 쓴 김필남 평론가는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남편은 이상하다. 그런데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들, 즉 게이, 기형적으로 짧은 다리를 가진 고양이, 불륜, 사생아 등이야말로 이 복잡하고 모호한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시선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서정아 소설가는 소설 속에서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일상의 균열과 폭력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남쪽에 있는 나무에는 이상한 과일이 열렸네. 잎새에 묻은 피와 뿌리에 묻어 있는 피. 검은 육체가 남풍을 받고 흔들리네. 이상한 과일이 포플러 나무에 열렸네. ……나무에 매달린 흑인 시체를 과일에 비유한 거예요. 가사가 섬뜩하지 않아요?” _「이상한 과일」 36쪽


옳은 것, 예쁜 것만 찾는 기형의 세상에서 그것보다 더 이상하다고 하는 것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 세상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_「해설」 229쪽




지루함 없이 빠르게 읽히는 재미


이 소설집의 또 다른 매력은 이야기의 속도감이다.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읽히는 이야기는 당연 독자들에게 재미를 안겨준다. 서정아 소설가가 한 올씩 땋아 내려가는 사건들은 절제된 구성력으로 탄탄한 전개를 보인다. 가정, 직장, 연애 등 젊은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으로 독자에게 가독성과 흥미를 함께 선사한다.


박 실장은 등산에 어울리지 않는 김선주의 옷차림을 비꼬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마냥 밝게 웃었다. 회사에서도 늘 그랬다. 좋게 말하면 순진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좀 모자라 보일 정도로 눈치가 없었다. _「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66쪽


혹시나 다른 곳에 들어가 있나 싶어 사무실 사람들의 책상 서랍과 캐비닛까지 모두 뒤져 보았지만 류의 문서철은 나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지난 금요일 나의 집에서 소각되었으니까. _「나를 알아?」89쪽



작품 소개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

젊음과 아름다움이 변질되는 것이 두려운 ‘경’, 이런 경을 좋아하는 ‘미수’, 끊임없이 남자를 유혹하는 엄마. 미수는 엄마 역시 영속성을 집착하며 남자를 유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과일」

부부 사이에서 일어난 권태와 불신에 관한 이야기. 대화와 섹스를 거부한 아내를 견디지 못해 직장 동료와 불륜을 저지른 남편.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

직장에서 소문의 중심에 선 김선주가 주인공 최해연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며 가까이 다가온다. 안락한 일상에 방해받고 싶지 않은 최해연은 김선주가 부담스럽다. 김선주는 최해연에 대한 연민과 안락한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은 두 가지에서 마음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나를, 알아?」

직장에서 인기 많은 ‘류’와 가까워진 주인공 ‘나’. 그러나 ‘류’는 자신과 친해졌다는 이유로 ‘나’를 마음대로 생각하고 재단한다. 그러나 ‘류’ 역시 이런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편파적인 이미지에 갇혀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꿀벌의 비행」

문득 하진은 남자친구 명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언젠가부터 명의 곁에는 후배 은지가 있고 둘 사이가 계속 의심된다. 의심은 집착을 낳고 명과의 관계도 위태롭게 만든다.


「해산(解産)」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현주는 임신을 하게 된다. 현주는 미혼모가 되기로 결정하지만 결국 사산된 아이를 낳는다. 엄마를 찾아가 위로를 받고 싶지만 엄마는 어릴 때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줬던 그대로 냉랭하다.


「빙하로 가는 날엔」

불륜, 성폭행, 이별을 겪은 젊은 두 여성의 이야기. 유부남과 만나고 있는 친구, 어릴 때 가정 내 성폭력을 당했던 나. 그러나 비밀스럽게 지켜왔던 두 사람의 과거는 폭로된다. 상처를 딛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젊은 두 여성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그렸다.


「잎이 삼킨 것들」

주인공 ‘나’가 대학 졸업하고 얻은 취직자리는 학원 강사. 잘 나가는 학군에 학원 강사를 하면서 원장과 학생들에게 은근한 멸시를 받는다. 우연히 대학 때 선망하던 선배를 학원 건물에서 마주친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변한 선배와 마주하면서 지금 내가 잊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자문한다.






글쓴이: 서정아

1979년 인천에서 출생, 여러 도시를 거치며 성장하다 1996년 부산에 정착했다.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clawjsanf@hanmail.net




『이상한 과일』

  서정아 소설집


서정아 지음 | 소설 | 신국판 | 242쪽 | 13,000원

2014년 9월 30일 출간 | ISBN : 978-89-6545-264-5 03810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서정아 소설가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은 관계를 화두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남편과 아내, 엄마와 딸, 친구와 애인 등 인간관계가 불러오는 불안과 고독을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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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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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소설집 『만남의 방식

 

"다음 목적지는 어딥니까?"
 상처의 발자취를 쫓는 집요한 시선

중견 소설가 정인의 세 번째 소설집 『만남의 방식』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서로에게 숨겨왔던 것들이 드러날 시간입니다. 정인 소설의 뿌리인 우리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그것이 형성한 고통과 치유의 서사는 이번에도 단단한 결정을 이루어 뼈처럼 보석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붙듭니다. 몸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평생 완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결코 나을 수 없다면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를 말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의미한 행위인가요. 아닐 것입니다. 고백과 폭로라는 일관된 구조를 통해 새로운 시작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레 타진해온 정인 소설의 정통성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오롯합니다. 8편의 소설마다 빠짐없이 존재하는 ‘나’들은 다양하게 변주된 학교폭력, 성폭력, 가족갈등 속에서 고백 혹은 폭로를 선택하며 숨겨진 의외성을 보여줍니다.

 

고백과 폭로 뒤에 숨겨진 의외성

 

 

 

 

 

 

 

잊어버릴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잊는가?

 

 

 

 

 

 

 

 

 

 

 

고통의 제물과 재생의 방식으로서의 소설

우리는 살면서 깨달은 바 있습니다. 혹시 그 사람[情人]이 아니면 사랑할 수 없지 않나요. 정인은 대체할 수 없는, 아무나가 될 수 없는 작가입니다. 『만남의 방식』에서 그녀는 자신을 고통의 제물로 삼아 재생을 도모하는 종교적 의식을 치를 제사장처럼 보입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에,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 허망한 명제는 현실적인 힘을 얻습니다. 치유가 영영 불가능할지라도 상처를 덮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독자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작가 정인의 소설집 『만남의 방식』 은 그래서 한 자루 펜으로 드리는 기원과도 같습니다.

 

 

 


 

『만남의 방식』 정인 소설집

정인 지음 | 문학 | 국판 변형 | 260쪽 | 13,000원
2014년 7월 31일 출간 | ISBN :978-89-6545-248-5 03810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그것이 형성한 고통과 치유의 서사에 천착한 정인의 세 번째 소설집. 병폐와 상처를 도려내고 덮어 가리는 대신, 힘든 고통일수록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인
1958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자랐으며 인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0년 『21세기문학』에 「떠도는 섬」, 『한국소설』에 「당신의 저녁」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노근리평화문학상을 받았으며 작품집으로는 『당신의 저녁』, 『그 여자가 사는 곳』이 있다. 현재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목차

유서
만남의 방식
밤길
수원보호구역
해바라기의 비명(悲鳴)
실버로드
호수 근처
라 메르

작가의 말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