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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21 한자 울렁증 극뽁?! 잠홍 편집자의 부산박물관 서화특별전 방문기 (2)

'서화'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한자를 그대로 직역하자면 글씨와 그림.


안견의 <몽유도원도>, 



김홍도의 풍속화, 



그리고 보다 최근에는

고 신영복 선생님의 글과 그림까지


본 적이 있던가 의문이 들면서도 실은 우리와 가까이 있는 서화입니다. 


저도 그렇게 지난 주말에 문득 서화를 만났습니다. 

산책을 하다가 부산박물관이 보여서 들여가보니

서화 특별기획전이!




부산박물관이 지난 40년간 수집·소장한 서예 및 회화작품이 모두 모인 자리입니다. 

김홍도와 같은 유명한 서화가의 작품을 포함해

조선시대부터 근대기까지의 작품 80여 점이 전시되고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마치 서화에 대해 이것저것 아는 것처럼 글을 시작하였으나

사실 저는 한자 울렁증이 있어요.

아름다움은 무지한 눈에게도 전해진다고 하지만

서양화보다 서화가 더 낯설게 느껴지는 건 그 배경을 잘 몰라서, 

그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한자를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아서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 제가 제발로 서화 전시에 찾아들어간 이유는?!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저자 이성혜 선생님께서는 이 책에서 한 가지 질문에 답하십니다. 


왕실과 양반계급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던 서화가 

어떻게 대중적 문화상품이 되었을까? 


딱딱해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 책을 담당편집하면서 

한자 울렁증 떄문에 멀리했던 서화와 조금 친해질 수 있었답니다. 

게다가 이 책의 구성이 이번 서화전의 구성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

그럼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과 함께 서화전 맛보기 떠나실까요~


이번 서화 전시는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장: "조선후기 중앙 화단에서 활약한 문인화가 및 도화서(圖畫署) 화원(畫員)들의 작품"


조선시대의 서화는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첫째, 관에 소속된 서화가들이 왕실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것. 

여기서 '화원'은 바로바로 관에 소속되었던 직업화가이고,

'도화서'는 이 화가들을 관리하던 국가기관이었습니다. 


그래서 도화서의 화원들은 자기표현을 하는 '예술가'라기보다 

타인의 감흥을 대신 그려주는 기능인이었다고 합니다.


풍속화로 유명한 김홍도도 오랜 세월을 화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 포함된 김홍도의 <산수인물도>


두 번째 종류는 사대부 양반들이 취미로 작품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관에 소속되지는 않았지만 서화를 만든 양반들을 "문인화가"라 부르는데,

문인화가들이 "예술로서의 서화"를 담당했다고 해요. 

그런데 오늘날처럼 예술 상품으로 서화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글씨가 유명했던 문인 김구는 

자신의 글씨가 매매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수치심을 느껴 

다시는 글씨를 쓰지 않았다네요 !


이렇게 조선전기의 서화는 대중들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나 조선후기로 오면서 서화예술은 서울의 양반 문벌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중인과 서민들이 상업경제의 발달로 부를 획득하면서, 

서화가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고요. 


도화서 화원은 정규적인 녹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생활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관의 요구가 있을 때는 이에 응하여 일정한 보상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서화를 매매하는 중개인도 등장했고, 

서울 광통교 부근에는 서화를 판매하는 서화포도 생겼습니다.

마침 서울에서는 광통교 서화포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네요!


증여를 위한 서화 생산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서화는 주문생산 또는 대량생산되기 시작합니다. 


2장: “조선후기 부산 지역 화단(畫壇)의 회화”



18세기 초·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부산 지역에서 이루어진 회화 활동을 조명합니다. 

변박(卞璞, 18세기 후반 활동), 변지한(卞持漢, 19세기 전반 활동), 이시눌(李時訥, 19세기 초·중반 활동) 등 이 시기에 출현한 10여 명이 넘는 지역 화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저에게 재미있던 점은 매를 그린 그림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운데 보이는 운암의 <응도> 가 있습니다.


해설을 보니 

부산 지역의 화가들은 일본의 고객들로부터 주문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시 일본 상류층 사회에서는 매를 키우는 취미가 유행해 

매 그림 또한 수요가 많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3장 “조선 민화와 파격미”

저에게는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민화ㅎㅎ 


조선시대 민화를 그린 많은 무명의 화가들은 

그림 대상을 파격적으로 구성하고 원색으로 화려하게 채색하는 등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과감한 표현 기법으로 정통 회화를 재해석하였습니다. 



'소나무 아래 까치와 호랑이' 라는 의미의 <송하호작도>. 작가 미상입니다.

호랑이의 뒷다리를 소용돌이 모양으로 그려낸 것이 독특했어요. 


민화는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많은 경우 집안에서 실내 장식품으로 감상되었다고 합니다. 


작가 미상의 <책가도> 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실까요?



예쁜 도자기와 과일, 꽃-- 오른쪽 펼쳐진 책 위에 있는 것은 안경일까요?


책가도는 원래 청나라 궁정에서 많이 그려진 형식의 그림으로, 

청나라에서는 중국 도자기, 옥과 같은 귀한 물건을 진열해 놓은 모습을 그렸다고 해요.

이것이 조선 궁중에 들어오면서 조선에 맞게 내용이 바뀌었고,

19세기 이후에는 민화로 많이 그려졌다고 합니다.

민화 책가도의 특징은 책가(책꽂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또, 궁중 책가도에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사치품이나 수입품이 주로 등장하지만

민화에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물품을 여럿 볼 수 있다고 해요.


5장 "조선시대 서예의 흐름" 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간찰> 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예가이지요. 

작년에는 부산박물관 소장 유물 '베스트 오브 베스트 10' 중에 

김정희 필 법해도화가 꼽히기도 했습니다.  

법해도화(法海道化). 

'불법(佛法)이 무한하고, 부처님 깨달음의 세계(佛道)가 온 천지에 퍼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간찰>은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다소 여유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정좌하고 쓰신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어서 

그 나름의 멋이 있었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오니 봄볕이 좋아서 산책하기 딱이더라구요.


박물관 근처에는 UN공원도 있고, 산책길이 여럿입니다. 

이번 주말에 부산박물관으로 나들이 어떠세요?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이성혜 지음 | 국판 양장 | 301쪽 | 25,000원

2014년 12월 24일 출간 

978-89-98079-08-6 93600

왕실과 양반계급 내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던 서화는 어떻게 대중적 문화상품이 되었을까? 저자 이성혜 교수는 근대 전환기 신문과 잡지를 살펴 조선시대부터 일제 시기까지 국내 서화계의 변화를 실증적으로 규명한다. 근대국가 체제로의 전환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화가들이 어떻게 생존을 모색했는지 엿볼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소개는 여기!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 10점
이성혜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