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Kang Sugeul, dear Kyoungok Kwon and dear Eunmi Yun
As the new year begins, I still cherish the wonderful experience in Korea and I would like to thank you again for making that possible. For all your preiects in the new year I wish you good luck and inspiration,
독일 문학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작가 ‘아네테 훅’ 그녀가 전하는 언어, 문학, 역사 그리고 자유
아네테 훅(Annette Hug)은 스위스 연방문화재청이 수여하는 스위스 문학상(Literaturpreis des Schweizer Bundesamtes für Kultur, 2017)을 수상한 독일어권 문학의 떠오르는 소설가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필리핀 국립대학에서 여성학과 개발학을 공부하면서 글쓰는 이의 존재 의식과 언어의 힘을 배웠다. 세 번째 장편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는 지금까지 작가가 품어온 세계와 의식들이 폭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는 필리핀의 실존 인물이자 국가적 영웅으로 언급되는 호세 리살(José Rizal, 1861~1896)을 주인공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오가며 풍부한 비유와 암시, 환상적 전개 등이 인상적이 작품이다. 실제 호세 리살은 프리드리히 쉴러의 희곡 『빌헬름 텔』을 따갈로그어(마닐라의 토착어)로 번역했고, 그 작품은 필리핀 독립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스위스 독립을 이끈 전설 속의 인물 빌헬름 텔과 그를 소재로 한 희곡 『빌헬름 텔』, 그리고 작품을 번역해 고국의 독립운동에 불씨를 지핀 호세 리살.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은 문학이 세상을 향해 쏘는 붉은 화살과 같은 힘이 아니었을까?
▶ 이야기를 옮기다, 자유를 옮기다, 외로운 투쟁을 옮기다
의사이자 작가인 호세 리살은 안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1886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안과 수술을 집도하면서도 형의 부탁으로 시작한 『빌헬름 텔』의 번역을 이어나간다. 독일어를 자신의 모국어인 따갈로그어로 하나씩 옮길 때마다 그는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작가 쉴러의 자유에 대한 사랑에 감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독일 유학은 안과학 공부뿐만 아니라 언어의 탐험, 식민지가 된 고국의 곤경을 깊게 바라보게 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필리핀의 국가적 영웅에 관한 전기와 여러 편의 영화들이 있지만, 그중 소수만이 호세 리살의 작품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리살의 산문에 국한되어 있다. 작가 아네테 훅은 올바른 말을 찾기 위한 리살의 고된 번역 작업에 집중한다. 리살의 번역작업에 대한 묘사는 현실적 감각을 무디게 하여 환상의 세계로 보일 만큼 감각적이다.
또한 작가는 리살의 번역 작업을 통해 깊고 깊은 언어의 세계, 의식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작가가 이와 같은 서사를 보이는 이유는 하나다. 외국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언어 사이에 빠져 있는 주인공의 모습과 고민이 자유를 향한 외로운 투쟁이기 때문이다. 호세 리살의 번역물은 식민지 지배에 대항하여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의 노래가 된다. 즉, 번역의 혼란은 혁명의 혼란이다. 그가 옮기는 단어 하나는 텔이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향해 쏘아 올린 화살과 같다.
▶ 빌헬름 텔과 호세 리살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로 맞힌 빌헬름 텔의 일화는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이야기다. 중세 시대 의적으로 꼽히는 빌헬름 텔의 이야기는 쉴러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데, 평화로운 마을에 닥친 정치적 폭력, 그리고 그 속에서 텔이 했던 선택들(바움가르텐을 호수 건너편으로 옮겨주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터전을 마련케 하며, 폭력의 지배를 일삼던 성주를 죽임.)은 330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온 필리핀의 역사에 선물과 같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루손섬 칼람바 출생으로 부유한 지주의 집안에서 태어난 호세 리살. 그는 해외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한편 필리핀 식민지의 개혁을 요구하는 언론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번역한 『빌헬름 텔』은 필리핀 혁명(1896~1902)에 불씨가 되었다. 그리고 호세 리살은 마닐라에서 일어난 폭동과 반역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공개 처형된다.
이 야심찬 소설은 본질적으로 문학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한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역사의 진실과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문학이 자리하고 있음을 오롯이 보여준다.
▶ 아네테 훅,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 해외 작가 선정
10월 18일, 부산 독자와의 만남 진행 예정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주최하는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에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의 작가 아네테 훅이 초대됐다. 오는 10월 2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될 이번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지금 여기 있습니까(Nowhere/ Now Here)’를 주제로 국내외 작가 30명(국내 16명, 해외 14명)을 초청해 작가들의 수다, 낭독 등 다채로운 문학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아네테 훅은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출간되는 게 이번 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가 처음이며, 동시에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도 처음 가지게 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국제작가축제 웹사이트 http://siwf.klti.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0월 18일, 제86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의 작가 아네테 훅 편으로 진행된다. 부산 아난티 코브 이터널 저니에서 저녁 6시부터 진행될 이번 행사에는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을 번역한 서요성 교수(대구대 독어독문학과)가 사회를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의 저자 아네테 훅과 한국의 독자들이 만나는 시간을 통해 작품 속 숨은 이야기와 책 속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강연 관련 문의는 이터널 저니와 산지니 출판사(T.051-504-7070)로 하면 된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 26 “우리에게 쉴러의 작품을 번역해다오.” 리살은 빠차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는 『마리아 슈투아르 트』를 훗날로 기약해놓고 『빌헬름 텔』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낱말 하나씩 하나씩 번역하기 시작한다. 그는 ‘총독’, ‘귀족’, ‘막일꾼’, ‘전답감시인’을 번역할 때 애를 먹는다.
P. 51 한 인종이 나태함이나 연약함에 푹 빠지더라도, 그런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은 항상 언어 자체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P. 94 이제 리살은 서둘러 집으로, 『빌헬름 텔』에게로 간다. 그가 집에 도착해서야 잊었던 낱말들이 다시 떠오른다. 그는 우림 위에 솟은 얼음 산맥을 잘 안다. 그가 쉴러의 작품을 즐길 수 있던 것은 여러 상념 때문이다. 상념들이 그새 어휘를 생각나게 해준다.
P. 111 폭도들이 주요 사안이 된 것은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였다. 리 살은 자신의 작은 방에서 문장을 문장으로, 역사를 역사로 번역 하고, 저녁엔 거실에서 뤼틀리 풀밭의 사건에 대해서 번역한다.
P. 137 “사과가 떨어졌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명령으로부터 구조된 아이를 보고 환호했지만, 기예르모는 이성을 잃었다. (…) 그는 광장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처럼 텔의 체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만일 젊은 사람들이 기예르모가 졌다는 사실을 보거나 듣는다면, 그들은 용기를 잃는다. 슈타우파허는 봉기가 계획에 따라 성공하지 않는다면, 모든 재산과 가족을 잃을 것이다.
P. 176 “저는 그 불쌍한 사람들 때문에 두려웠습니다. 그들이 전시된 곳은 동물원 정원이었어요. 그 가엾은 사람들은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고 폐렴에 걸려 있었어요. 이런 겨울에는 스페인 사람들도 여러 벌 옷을 걸쳐 입지만 폐렴을 앓아요.”
P. 209~210 쉴러의 작품에서 단순 명료한 표현은 없다. 범인이 화살이고, 화살은 텔이 쏜 것이라고 가리키는 것은 게슬러의 짐작뿐이다. 그 화살이 의도적으로 발사되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은 따갈로그어로 던져진다.
저자/역자 소개
아네테 훅 소설가 아네테 훅(Annette Hug)은 197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취리히 대학에서 역사학을, 마닐라의 필리핀 국립대학에서 여성학과 개발학을 전공했다. 귀국한 뒤로 대학강사와 노동조합 비서로 활동하면서 수필집, 단편소설, 세 편의 장편소설을 써냈다. 그는 세 번째 장편소설인 『Wilhelm Tell in Manila(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통해 필리핀 사람들의 언어인 따갈로그어를 사랑하게 되었고, 나아가 글로벌 세계에서 모국의 모습을 상상했다. 본 소설은 저자에게 자유 문필가로서의 존재의식을 심어주었고, 2017년 스위스 연방문화부 문학상(Literaturpreis des Schweizer Bundesamtes für Kultur)을 수상했다. 저자는 같은 해 상하이에서 두 달간 체류하는 동안 동아시아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서 다른 공간에서 세상을 사고하는 방법을 깊이 배웠다.
옮긴이 서요성 서요성은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언어문예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독일어권 문학 및 문화를 비롯하여 매체, 인지, 정신의 상관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 『베르톨트 브레히트: 도축장의 성 요한나』(2011), 저서로 『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2015), 논문으로 「인식과 문화의 맥락에서 미디어의 고찰. 마샬 맥루언의 감각, 말, 글 개념에 대한 비판적 독해」(2017) 등이 있다. 현재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약속과 예측
정동 이론을 젠더 연구와 연결시키고, 이를 ‘젠더·어펙트’ 연구로서 제시하고자 한다. 책에는 물질과 담론, 자연과 문화, 주체와 객체 등 근대적 이원론으로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 보이는 정동적 분석을 담은 열두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사상 2 :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중심’과 ‘주변’이라는 문제틀은 실체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다르게 배분되는 정치적 힘을 가리키는 은유라고 해야 더 알맞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심/주변의 관성적 이항대립을 깨뜨리기 위해 어떤 개념적 장치를 가져야 하는가?
통증보감
아프면 병원 가고, 약 먹고, 수술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 누구나 지니고 있는 자연치유력과 생활습관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한다. 질병의 증상과 통증 부위에 따라 원인을 정리하고, 도움이 되는 운동을 정리해 실었다.
베스트셀러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좋은 일의 기준이 달라진다★ 우리 사회가 가진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되짚어보고 변화하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삶과 함께하며 일할 권리, 나쁜 노동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어떠한 고용형태라도 차별 받지 않는 구조, 어린 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등 일에 대해 활발하게 논한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2020년 부산 원북원도서 선정도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벽이 없는 세계
★국경 없는 시대에 필요한 지정학 전략★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붕괴와 포퓰리즘 부상을 필두로 한 50개의 주요 이슈를 통해 국제 정치 현안을 다룬 책이다. 미국, 중국, 터키,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의 지정학 전략을 통한 국제 정세를,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측면에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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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멀리서 날아온 새해 인사네요! 아네테 훅 작가님의 따스한 마음이 편지에서 전해지네요~
직접 만든 카드에 감탄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