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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2

불안을 다듬는 끌질, 이병순 소설집 『끌』 이병순 소설집 『끌』불안 허공 탈주 『끌』은 제가 인턴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책상 위에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당시 방금 막 나온 신간도 아니었고, 사무실의 누군가가 읽다 잠시 위에 올려두신 것 같았습니다. 누가 제게 읽으라고 한 적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었지만, 왠지 시간이 날 때마다 눈이 가게 됐습니다. 그렇게 4주째 『끌』은 자리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끌「명사」 망치로 한쪽 끝을 때려서 나무에 구멍을 뚫거나 겉면을 깎고 다듬는 데 쓰는 연장. 끌은 끊임없이 가구를 다듬습니다. 까슬한 겉을 깎고 다듬어야 죽은 나무는 비로소 공간에 놓일 수 있습니다. 『끌』은 불안하고, 텅 빈 공간에서 계속해서 끌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질 에볼라와 언감생심, 개죽, 인질 주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비어 있다.. 2016. 2. 23.
날 선 감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져 가는 일상의 의미-『끌』(책소개) 끌 이병순 소설집 일상의 균열을 통해 피어나는 삶의 질문들 소설 「끌」은 평생 가구를 만들며 성실하게 살아온 목수의 이야기다. 가구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그것을 보람으로 삼는 주인공(남편)에게 두 가지 시련이 닥친다. 하나는 가구 업계의 불황이고, 두 번째는 아내의 외도다. 호구지책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던 주인공은 친구의 주선으로 다시 나무와 연장을 만지며 자신을 가다듬는다. 끌로 생채기 난 가구를 다듬으면서 자신의 내면에 쌓인 분노와 원망도 함께 끌질해 나간다. 소설 「끌」에서는 주인공과 아내의 관계를 끌과 나무의 관계로 보여주며 아내의 외도로 상처받은 주인공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다. 서랍장 생채기를 화심으로 삼아 꽃을 갉작갉작 그린다. 가는 꽃문양이 새겨지는 자리마다 .. 2015.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