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어린왕자’ ‘민들레 영토’ 등


시대를 초월한 지혜 새로운 디자인으로 잇따라 출간

시대를 초월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는 책을 고전이라 한다. 고전은 과거와 현재를 매개할 뿐 아니라 변화의 핵심을 꿰뚫는 지혜를 선물한다. 역사 이래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명멸했지만 살아남은 책이 바로 고전이다.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두고 고전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유례없는 문학 출판계 불황이라고 하지만 고전만큼은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다. 그만큼 책의 가치가 판매와 연계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책은 단연 전 세계 지식인의 필독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다. 저자는 지난 20세기를 빛낸 지성인 중 한명으로 꼽히는 헝가리 출신 예술사학자 아놀드 하우저(창비식 표기로는 아르놀트 하우저·1892∼1978)다. 한마디로 그는 인간의 지적 야심이 얼마나 넓으면서 깊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 지성인이다.

최근 창비에서 펴낸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예술을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접근한 책이다. 선사시대부터 영화시대까지를 예술 사회학의 관점에서 조명했는데, 당시로선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지식인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1951년 영문판으로 첫선을 보인 이후 20여 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1966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책의 일부가 소개되었고 1974년 현대의 예술부분(지금의 4권)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첫 완역은 1981년으로, 소개된 지 15년 만에 이루어졌고 1999년 한번 개정을 거쳤다. 이번 개정판은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개정판으로, 총 500점에 달하는 컬러도판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더 쉽고 재미있게 구성됐다. 

하우저는 이 책에서 예술을 신비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활동 일환으로 봤다. 무엇보다 하우저는 예술형식과 예술가, 수요자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매개로 인간, 사회, 예술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방대한 자료와 이를 꿰어내는 혜안, 술술 읽히는 문체가 특징이었던 책은 읽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예술적 심미안에 목말랐던 지식인들을 매료시켰다. 맑스의 유물사관이 어느 정도 녹아 있었지만, 하우저는 고정불가의 입장이 아닌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유연하게 조명했다.




산지니출판사는 일본의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1932∼2010)의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펴냈다. 서구의 중심주의 세계관을 극복하기 위해 동아시아적 입장에서 중국을 이해하자는 내용이다. 

1989년 발간 당시 저자는 중국의 근대사는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과 같은 서구식 이분법 시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중국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입장을 견지했던 터라 당시 일본뿐 아니라 중국학자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인문서뿐 아니라 동화도 개정판이 출간됐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첫 번째로 ‘어린 왕자’의 불한 개정판이 나온 것.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김미성 교수가 생텍쥐페리의 감성이 살아 숨 쉬는 작품을 아름다운 한글로 옮겼다. 

번역자는 프랑스어가 영어로 번역되며 다소 의미가 모호했던 부분을 우리 정서에 맞게 바꾸었다. 원작의 감동이 행간마다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해인(71) 수녀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도 출간 40주년을 맞아 최근에 발간됐다. 초판본을 재현한 양장노트도 함께 출시돼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민들레의 영토’는 1976년 2월 이해인 수녀가 종신서원을 하며 발간한 기념 시집으로, 시인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이 담겨 있다.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는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뒤 잠언 같은 시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이해인 수녀는 최근에 신작시를 발표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월에 영면한 신영복 선공회대 석좌교수의 유작 ‘처음처럼’ 개정판도 곧 출시된다. 출판사 돌베개는 최근 온오프라인 서점에 책의 목차를 공개하고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처럼’은 신 교수가 생전에 ‘다시 쓰고 싶은 편지’라고 표현했던 대표 저서다. 그는 병환 중에도 개정판 작업에 공을 들였다.

박성천 | 광주일보 | 2016-02-17

원문읽기

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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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묵직한 고전들의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출판 불황이라고 하지만 검증 받은 고전만큼은 출간 가치면에서나 꾸준한 판매 면에서 밑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창비는 아놀드 하우저(창비식 표기로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4권 개정2판을 내놨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서 찰리 채플린과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영화까지 다룬 이 책은 예술도 시대의 산물이라는 마르크스주의 방법론 때문에 ‘문예사’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1970~80년대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혔다. 크게 고치기보다 도판을 모두 컬러로 바꾸고 서체와 행간을 조정해 보기 좋게 바꿨다. 1999년 개정판이 나온 뒤 두 번째 개정판이다.

개정2판 서문에서 백낙청 전 창비 편집인은 영어본 제목은 그냥 ‘예술의 사회사’였고, 독일어본은 ‘예술과 문학의 사회사’였음에도 우리 번역본 제목에서는 문학이 앞세워진 것에 대해 “초판 출간 당시에는 문학 독자가 여타 예술분야 독자보다 훨씬 많았다”고 설명해뒀다. 문학이 적게 다뤄지는데 대한 나름의 해명인 셈이다. 창비 관계자는 “계간지 창작과비평 50주년을 맞아 한번 더 재정비해 내놓을만한 좋은 책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각 권마다 매달 몇 백권씩 꾸준히 나가는 책이다.

산지니출판사는 미조구치 유조의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내놨다. 미조구치는 서구 중심의 세계관, 일본의 일방적인 서구 제국주의 추종을 비판하기 위해 중국을 그 대안 카드로 뽑아 들어서 1989년 이 책을 냈다. 욕할 것도, 칭찬할 것도 없이 중국이 자기만의 근대를 추구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자고 제안해 일본뿐 아니라 중국 학자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았던 책이다.

지금 보면 결국 ‘현실 중국’을 미화하는 쪽으로 치우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의 굴기가 현실화되면서 국내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학자이기도 하다. 산지니도 “중국학연구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 중국학의 방향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적 가치에서 중국을 바라보면 중국의 방향이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암사의 ‘자아연출의 사회학’은 1959년에 나온, ‘연극론적 사회학’의 창시자 어빙 고프먼의 첫 책이다.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이 실은 고도의 연극적 장치들로 이뤄져 있다는 내용을 담은 미시사회학의 고전이다. 계급, 계층 문제에 집중하면서 대규모 통계처리기법이 사회학 연구를 휩쓸고 있을 무렵, 고프먼은 거꾸로 소집단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 보고서에 가까운 사회학 이론을 내놓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추천사를 쓴 김광기 경북대 교수는 고프먼을 “주류 사회학계에서 그토록 벗어나려 했던 사회학계의 이단아”라 평하면서 “그의 책 출간은 독자들에게 축복”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고프먼 이론을 두고 ‘그래서 모두가 연극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냐’고 비웃기도 했지만, 상징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발생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묘사해낸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 받았다. 우리 누구나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새롭게 마주치는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끊임없이 탐색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조태성 | 한국일보 | 20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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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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