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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불황 뚫고 묵직한 고전 잇단 출간(한국일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2. 16.

연초에 묵직한 고전들의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출판 불황이라고 하지만 검증 받은 고전만큼은 출간 가치면에서나 꾸준한 판매 면에서 밑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창비는 아놀드 하우저(창비식 표기로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4권 개정2판을 내놨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서 찰리 채플린과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영화까지 다룬 이 책은 예술도 시대의 산물이라는 마르크스주의 방법론 때문에 ‘문예사’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1970~80년대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혔다. 크게 고치기보다 도판을 모두 컬러로 바꾸고 서체와 행간을 조정해 보기 좋게 바꿨다. 1999년 개정판이 나온 뒤 두 번째 개정판이다.

개정2판 서문에서 백낙청 전 창비 편집인은 영어본 제목은 그냥 ‘예술의 사회사’였고, 독일어본은 ‘예술과 문학의 사회사’였음에도 우리 번역본 제목에서는 문학이 앞세워진 것에 대해 “초판 출간 당시에는 문학 독자가 여타 예술분야 독자보다 훨씬 많았다”고 설명해뒀다. 문학이 적게 다뤄지는데 대한 나름의 해명인 셈이다. 창비 관계자는 “계간지 창작과비평 50주년을 맞아 한번 더 재정비해 내놓을만한 좋은 책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각 권마다 매달 몇 백권씩 꾸준히 나가는 책이다.

산지니출판사는 미조구치 유조의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내놨다. 미조구치는 서구 중심의 세계관, 일본의 일방적인 서구 제국주의 추종을 비판하기 위해 중국을 그 대안 카드로 뽑아 들어서 1989년 이 책을 냈다. 욕할 것도, 칭찬할 것도 없이 중국이 자기만의 근대를 추구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자고 제안해 일본뿐 아니라 중국 학자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았던 책이다.

지금 보면 결국 ‘현실 중국’을 미화하는 쪽으로 치우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의 굴기가 현실화되면서 국내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학자이기도 하다. 산지니도 “중국학연구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 중국학의 방향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적 가치에서 중국을 바라보면 중국의 방향이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암사의 ‘자아연출의 사회학’은 1959년에 나온, ‘연극론적 사회학’의 창시자 어빙 고프먼의 첫 책이다.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이 실은 고도의 연극적 장치들로 이뤄져 있다는 내용을 담은 미시사회학의 고전이다. 계급, 계층 문제에 집중하면서 대규모 통계처리기법이 사회학 연구를 휩쓸고 있을 무렵, 고프먼은 거꾸로 소집단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 보고서에 가까운 사회학 이론을 내놓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추천사를 쓴 김광기 경북대 교수는 고프먼을 “주류 사회학계에서 그토록 벗어나려 했던 사회학계의 이단아”라 평하면서 “그의 책 출간은 독자들에게 축복”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고프먼 이론을 두고 ‘그래서 모두가 연극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냐’고 비웃기도 했지만, 상징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발생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묘사해낸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 받았다. 우리 누구나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새롭게 마주치는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끊임없이 탐색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조태성 | 한국일보 | 20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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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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