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근대불교학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주목! 학술서- 김영진의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근대는 역동적 공간이었다. 서구의 산업 문명과 더불어 문화·학문 전 분야서 동양과 서양이 교차됐다. 불교도 다르지 않았다. 서양의 학문 방법론이 유입되면서 중국의 많은 불교학자들은 부조화를 경험했다. 그들은 처음 접한 서양의 불교 연구법을 사용하여 전통의 일부였던 불교를 연구하고 설명해야 했다.


김영진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가 최근 내놓은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은 근대 공간에서 중국의 불교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하는 연구서다.

근대기 서양 학문 방법론 유입
학자들 전통·근대적 태도 공유
문헌·역사·철학으로 흐름 조망
장타이옌 등 사상가들 다루며
東西학문 교차되는 과정 확인

책은 크게 문헌학, 역사학, 철학의 세 갈래로 중국 근대불교학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다. 또한,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상가와 학자들도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교를 혁명 종교로 각색한 장타이옌(章太炎), 불교에 계몽의 옷을 입힌 량치차오(梁啓超), 백화문 연구에서 선종 연구에 도달한 후스(胡適) 등이다. 저자는 이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중국의 근대불교학에서 동아시아 전통 종교와 학술이 ‘근대’라는 시공을 맞아 기꺼이 감내한 자기 변혁과 동서(東西) 학술의 교차가 빚은 창조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김 교수의 연구서는 매우 친절하다. 근대 서구 학문의 방법론들이 기존의 불교학과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돼 가는지를 분야와 시기별로 잘 조망하고 있다.

근대 시기로 접어들면서 서구 불교학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일본과 달리 근대 초기 중국 불교학자들은 전통적인 입장과 근대적인 태도를 공유했다. 일부 학자들은 전통적인 교감학을 통해서 불교 문헌학을 진행했고, 1920년대부터 일부 학자들은 서구의 불교 문헌학을 직접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했다.

특히 저자는 근대 불교학의 초석을 놓은 문헌학 방법론은 실은 불교가 근대시기 정치사상으로서 철학으로 작동하게 된 바탕을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것은 불교 지식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또한 확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략)

21세기 중국 불교학에 대해서도 저자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 불교학계는 국학 차원을 벗어나 인도·티베트·동남아·일본 불교 등으로 연구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 사용하든 국민 통합의 이데올로기로 사용하든 불교학은 중국에서 중요한 학문 영역임은 분명하다. 또한 불교 연구의 세계화라는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불교신문 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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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역사 편집후기


기획부터 인쇄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혁명과 역사』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눈뜨기』, 『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의 저자로 유명한 역사·인류학자 아리프 딜릭이 그의 박사논문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인데요. 


이 책을 맡게 되었을 때의 소감을 떠올려보면... 당시에는 정말 무념무상했습니다. 

혁명? 역사? 

단어에서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는데, 

너무나도 무난한 원서 표지를 보며 저는 별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아, '읽을 테면 읽어보렴' 하는 듯한 이 학술서의 정취-

그래도 내심 '그렇다면 해보겠다!'는 두근두근함도 있었던 것 같네요. 

사실 『혁명과 역사』는 제가 처음으로 편집을 맡은 외서이기도 합니다.

(『방법으로서의 중국』이 이 책보다 먼저 출간되긴 했습니다만, 이 책 작업을 먼저 시작했어요.)


『혁명과 역사』의 '풀네임'은 혁명과 역사중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 』입니다.

20세기 초반, 중국의 역사학과 마르크스주의의 만남에 대한 책을 우리가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유물론적 역사 개념은 공식적인 비호를 받으며 역사학계를 독점했다. 또 그만큼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수많은 인민들의 역사의식에 녹아 있다는 사실이다.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처음 소개되었던 1910년대부터 중국의 역사관은 수년간에 걸쳐 과장 없이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사상이 중국의 역사관을, 따라서 중국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중국의 사상가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어떻게 활용하고 변형했는지를 기원에서부터 추적한다면, 중국의 마르크스주의가 어떻게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19191937, 이 년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1919년 이후 중국으로 마르크스주의 역사 이론이 소개됨으로써 중국 역사에 대한 급진적 재해석의 가능성이 마련되었다. 

('문제' 중에서)


중국 지식인들은 1910년대에 이미 마르크스주의 역사 이론을 알고 있었지만, 초기에는 중국 역사에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적용시키는 데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1917년)이 일어난 이후,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을 겸비한 최초의 중국 역사 분석이 나타납니다. 


1919년 11월 『건설』에 다이지타오의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본 중국의 혼란의 근원從經濟上觀察中國底亂源」이 발표되었다. 이후 수개월에 걸쳐 같은 잡지에 중국 사상사와 중국에서 친족 조직의 진화에 관한 후한민의 장편논문 두 편이 실렸다. 두 논문은 역사적 유물론을 중국 역사에 적용한 이 시기 가장 야심차고 인상적인 글이었다. 

(맥락 중에서)


이 글로 인해 유물론적 역사관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1927년에 이르러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중국에서 분명한 경향이 됩니다.


1927년은 중국 역사학에 있어서 아마 가장 역동적이고 자극적인 경향이랄 수 있는, 소위 '사회역사논쟁'이 빠른 속도로 부상한 해였다. 이 시기 생산된 영향력 있는 저작들은 1930년대 역사적 작업에 확연한 흔적을 남겼다. 

(...)

1927년 이후 십여 년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활동이 집중적으로 전개됨으로써 마르크스주의 사회역사학 개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고, 이에 따라 중국 지식인들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관점을 수립했다. 

('문제' 중에서)


사회역사논쟁의 주요 논자들이었던 타오시성(左), 궈모뤄(右)


그렇다면 딜릭은 왜 1937년을 책이 다루는 시기의 끝으로 설정한 걸까요?


출처: 위키피디아


1937년은 중일전쟁이 일어난 해입니다. 이 해 7월부터 1945년까지 전쟁은 계속되었습니다. 딜릭은 이 책에서 많은 학자들이 전쟁 이후, 정확히 말하면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1949년 이후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만 집중해 혁명과 내전 이전, 혁명을 꿈꾸던 사상가들이 제시한 다양한 역사관을 무시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중국 역사학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의 가장 독창적인 공헌은 1949년 이후 역사연구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정통성이 확립되기 이전에 이루어졌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은 1949년 이후에도 중국 역사 연구에 지속적으로 공헌했으나 그들의 임무는 보다 단조로운 것들이었다. 거기에는 초기에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퇴고하고 정제하는 것, 그리고 수정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둘째로, 1949년 이후 역사기록에 집중했기 때문에,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주로 그 정치적 기능 때문에 중요하다는 인상이 심어졌다. 1949년 이후 공식적 역사관이 조성되면서 역사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해석의 폭은 좁아지고 말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1930년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연구는 역사적 유물론적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중국 역사에 적용하는 데 있어 상당한 다양성을 띠고 있었다. 이 시기 역사는 관방의 지도나 강요로부터 자유로웠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의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소신은 그들의 역사 분석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치와 역사 사이의 상호작용은 1949년 이후보다 훨씬 더 복잡했으며, 역사 저작에 있어 정치가 가지는 함의도 그러했다. 

('문제' 중에서)


국정화 교과서의 역사 다시쓰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지금, 

공식적 역사관이 조성되기 이전 중국의 사학자들이 과거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제시했다는 점을 특별히 눈여겨보게 됩니다.


번외로, 

편집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재미있었던 점은 중국에 마르크스주의 서적들이 어떻게 소개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1910년대에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지식은 1차와 2차 자료가 뒤섞여 있는 일본의 선집뿐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다 1920년대에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중역본重譯本이 아닌 중국어 번역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이 시기의 청년들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복잡성을 앞선 세대보다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고요. 출판이라는 업이 어떻게 지식장/사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자,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 책의 매력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릴게요. 

"혁명이든 역사든 그 어느 쪽에 대해서도 목적론적 관점을 피했다는 것"

저자는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들이 그들의 생각 때문에 추적, 검열, 투옥,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지만, 그들의 역사 연구에 대해 때로는 가혹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비판을 가하기도 합니다. 

본 연구의 맥락 내에서, 나는 모든 역사 저작들은 평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그들의 공헌을 평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저작들은 역사로서 쓰였기 때문이다.(강조는 저자-역자) 이것이 그들이 행한 것을 진지하게 인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서문' 중에서)


나는 그들의 학문에 비난받을 만한 결함이 있음에도,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의 개념이 종종 조악하게 조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이 중국 역사 연구에 지속적인 공헌을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사상적이고 정치적인 맥락 아래에서 형성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문제' 중에서)


『혁명과 역사』는 이렇게 뜨거운 사상의 역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추적합니다.

 

1978년에 출간된 이 책은 2004년 중국에서도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그리고 12년이 지나 한국의 독자들과도 만나게 되었네요. 

중국 역사와 마르크스주의를 바라보는 올곧은 시각을 갖추는 데에 이 책이 보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혁명과 역사: 

중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

아리프 딜릭 지음 | 이현복 옮김 | 신국판 336쪽

978-89-6545-325-3 93910 | 28,000원 | 2016년 2월 15일 

중국 역사학의 혁명기를 다룬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소개된 이후 중국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유교적 역사관을 넘어 사회 자체에서 발전의 동력을 찾는 전대미문의 작업에 천착했는지 보여준다. 약 20년에 걸친 열띤 논쟁을 통해 중국에서 역사는 권선징악과 운명의 영역에서 사회경제 구조의 내재적 힘들이 상호작용하는 변화의 장으로 바뀌었다. 『혁명과 역사』를 통해 오늘날 중국 역사의 근저를 이루는 주요 역사학자들의 공헌과 한계를 파악하고, 혁명을 꿈꾸었던 역사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혁명과 역사 - 10점
아리프 딜릭 지음, 이현복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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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는 자신의 이론을 어떻게 정립했을까? 그리고 마르크스의 사상은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적용됐을까?

마르크스를 조명한 책 두 권이 잇달아 나왔다.

러시아 경제학자 비탈리 비고츠키가 쓴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강신준 옮김)는 네 번에 걸친 마르크스 경제 이론의 발전과정과 그 의미를 밝혀냈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집약한 저서 '자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눠 정리했다.



첫 번째는 마르크스가 경제이론의 방법론적 전제를 세운 1840년대다. 이 시기 마르크스는 부르주아 고전경제학의 노동가치론을 거부했고, 따라서 자신의 독자적 경제이론도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마르크스가 경제이론에 대한 작업을 심화시키기 시작하는 동시에 경제학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한 1850년대 초반이다. 마르크스는 고전경제학의 방대한 자료를 접하고 여기에 대한 요약노트를 만들어 자신의 비판적 주석을 붙였다.

세 번째는 마르크스가 '자본'의 첫 번째 초안에 해당하는 '경제학 비판 요강'을 집필한 1850년대 후반이다. 그는 이때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론과 잉여가치론을 서술하고 평균이윤과 생산가격에 대한 이론을 치밀하게 다듬었다.

마지막으로 1860년대는 마르크스가 잉여가치론에 대한 작업을 마치고 고전경제학에 대한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평가를 한 시기다. '자본'의 두 번째 초안에 해당하는 '1861∼1863년 초고'가 그것이다.

저자가 정리한 네 단계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르크스 경제이론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마르크스 이론에 집중했다면 '혁명과 역사'(아리프 딜릭 지음.이현복 옮김)는 마르크스주의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살핀다.

터키의 역사·인류학자 딜릭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소개된 이후 중국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유교적 역사관을 넘어 사회 자체에서 발전의 동력을 찾는 작업에 천착했는지를 보여준다.

책에는 오늘날 중국 역사의 근저를 이루는 유물론적 역사 개념의 공헌과 한계, 이를 둘러싸고 혁명을 꿈꿨던 역사학자들의 격렬한 논쟁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는 그 기원이 외래적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사유에 근본적인 충격을 줄 수 있었다"며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이론 체계에서, 중국의 지식인들은 아마도 19세기 유럽의 사고로부터 비롯된 가장 포괄적인 '변화의 사회학'을 마주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 도서출판 길. 322쪽. 2만원.

'혁명과 역사' 산지니. 336쪽. 2만8천원.

고은지 | 연합뉴스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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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역사 - 10점
아리프 딜릭 지음, 이현복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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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역사:

 

중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


콜럼비아대학 석좌교수이자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눈뜨기』, 『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아리프 딜릭의 첫 저서가 드디어 국내 출간되었습니다. 


『혁명과 역사: 중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은 


1.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의 유가적 역사관에 일으킨 혁명을 탐구합니다.


과거에 중국에서 역사란 운명과 권선징악의 영역이었습니다. 

유물론적 역사관은 이러한 중국의 유교적 역사관에 혁명을 일으켜 

지도자의 품성이 아니라 중국 사회를 파고드는 심층적 연구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2. 역사가들이 어떻게 오늘의 혁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역사를 다시 쓰려고 했는지 했는지 보여줍니다.


역사학자들의 치열한 논쟁은 지적 유희가 아니라 철저히 실용적인 것이었습니다. 

혁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거를 이해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혁명과 역사』는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이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에도 시사점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오늘 여기에서 행동하는 데에 이 책이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마르크스주의, 중국의 역사관에 혁명을 일으키다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눈뜨기』,『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의 저자이자 35년간 미국 듀크대학에서 역사와 인류학 교수로 재직한 아리프 딜릭의 『혁명과 역사』가 국내 출간되었다. 중국 역사학의 혁명기를 다룬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소개된 이후 중국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유교적 역사관을 넘어 사회 자체에서 발전의 동력을 찾는 전대미문의 작업에 천착했는지 보여준다. 약 20년에 걸친 열띤 논쟁을 통해 중국에서 역사는 권선징악과 운명의 영역에서 사회경제 구조의 내재적 힘들이 상호작용하는 변화의 장으로 바뀌었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유물론적 역사 개념은 공식적인 비호를 받으며 역사학계를 독점했고, 수많은 인민들에게 전파되었다. 저자는 “역사적 유물론은 공산주의가 20세기 중국 사회에 야기한 혁명적 변화에 대한 지적 영역에서의 대응물”이라 말한다. 독자들은 『혁명과 역사』를 통해 오늘날 중국 역사의 근저를 이루는 주요 역사학자들의 공헌과 한계를 파악하고, 혁명을 꿈꾸었던 역사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1919년에 일어난 5·4 운동. 러시아혁명의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 혁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거 이해하기”

신문화운동 이후, 사회문제 부각되자 주목받은 마르크스주의 역사관

『혁명과 역사』는 근대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적 역사 해석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사상의 역사’이다. 그러나 이 책은 상아탑에서 벌어진 지적 유희를 다룬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에 있어 역사는 단순한 취미의 대상도 아니며 학문적 사업도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기능적이며 현저히 실용적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절박하게 역사를 이해하려고 했다. (…) 당대 사회의 발전의 동력에 관한 비밀이 역사 안에 담겨 있다고 믿었고, 스스로 사회의 운명을 변화시키고자 열망했기 때문이다. (…) 그들의 역사학적 노력은 20세기 초부터 내려온, 중국 역사와 당시의 시대적 변화의 요구를 일치시키려는 역사 다시쓰기의 최신의 경향을 대표했다. 

_서론, 20쪽

그렇다면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은 어떠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는가? 19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신문화운동은 인습 타파를 선언하며 전통적 역사 해석의 권위를 손상시켰다. 유가적 역사관에서 역사는 인간의 행동을 인도하는 영속적인 도리들이 운명으로 발현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신세대를 길러내려는 신문화운동 사상가들이 가족 조직과 여성의 지위와 같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를 역사적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이해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이 주목받게 되었다. 정치적이고 지적인 현상들을 규정하고 형성하는 사회적 공간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역사적 유물론이 역사적 방법으로서의 미덕뿐만 아니라 혁명의 문제와 연관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호소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유물론이 중국인들에게 주목받은 1920년대 중반은, 마르크스가 역사 이론을 형성한 시기의 유럽이 그러했듯이 낡은 질서의 파괴와 새로운 세력의 등장에서 사회의 혁명적 변화가 나날이 확연해지던 때였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의 “주요한 관심사는 현재에 혁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사회역사논쟁의 주요 논자들이었던 타오시성(左), 궈모뤄(右)


국공 연합의 붕괴를 전환점으로 시작된 ‘사회역사논쟁’

계급투쟁이 시급한가, 봉건·제국주의 세력 파괴가 우선인가?

1925년부터 1927년까지 진행된 혁명운동은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정치 발전의 전환점이 되었다. 1925년까지 혁명은 주로 정치적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되었으나, 점차 계급투쟁 측면이 부각되면서 1927년에는 결국 국공연합이 해체되었다. 계급투쟁이 먼저인지, 봉건 엘리트와 제국주의 세력을 파괴하는 것이 먼저인지에 대한 논쟁에서 국민당과 공산당이 대립했던 것이다. 이 논점에 대하여 트로츠키와 스탈린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 전해지면서, 중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상호 논박에 불씨가 붙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역사에 대한 본격적인 유물론적 분석을 최초로 제기한 ‘사회역사논쟁’이다.

저자는 ‘사회역사논쟁’을 1930년대 중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적 현상”이라 명명한다. 이 열정적인 “소란”에서 국민당의 급진주의자, 공산당의 스탈린주의파, 그리고 이후 공산당에서 축출된 트로츠키주의파는 각각 중국의 역사를 다시 쓰는 분석을 내놓으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민당 좌파들은 계급 구조의 모호성 때문에 중국에는 지배적 계급이 없고, 정치·경제적 통합을 약화시키는 계급투쟁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공산당은 계급투쟁을 통합의 선제조건으로 인식했고, 토착 자본과 제국주의 외국 자본을 구분하며 부르주아가 봉건 세력과 제국주의자들의 억압에 복종했지만 미래에 재동맹이 이루어졌을 때 혁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론적으로 가장 강경했던 트로츠키파는 중국 부르주아가 외국세력과 구분되지 않으며, 해방을 위한 혁명적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모든 논자들은 당시 중국이 처한 곤경이 제국주의와 중국 사회의 복잡한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당시 상황의 뿌리를 역사에서 발견해 그들의 혁명 전략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이들이 중국의 봉건제와 노예제에 대해 내놓은 상이한 주장과 분기관은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중국의 사료나 역사 유물론의 개념을 왜곡하지 않고 중국 역사 발전을 설명하는 포괄적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독창적 연구의 바탕이 된 마르크스주의 사학

사회가 변화할 때마다 역사 문제는 되살아난다

물론, 유럽의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진 역사 범주를 통해 중국 사회를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역사 발전이 보편적 모델을 따른다고 간주할 필요는 없었지만, 혁명적 계급투쟁의 이론적 필요성을 포기할 수 없었던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보편적” 모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이론적 개념과 중국 역사의 해석, 양자의 단순화였다.

중국에서 혁명이 퇴조함에 따라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폄하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마르크스주의 사학자들의 발견은 이미 주류 사학계의 일부가 되었다. 중국의 역사가들은 마르스크주의적 모델이 제공한 새로운 중국 역사관으로부터 독창적인 연구를 이끌어냈으며, 표면적으로는 공허한 충돌의 원인이 되었던 여러 모델은 중국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파고드는 심층적 연구의 바탕이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에 『혁명과 역사』는 필수적인 책이다. 번역자 이현복은 『혁명과 역사』 영어 원서의 오류를 바로잡고 중국어판에 실린 중국어 1차 자료를 번역하여 언어의 치환을 넘어서서 깊이 있는 자료를 구성했다.

역사 문제는 사회 변화의 순간마다 거듭해서 되살아난다. 중국에서 혁명의 문제가 지속되는 한, 역사의 문제 또한 새로이 등장할 것이다.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그린 혁명의 청사진을 추적하며, 우리나라의 독자들도 ‘실천’이라는 오래되었지만 빛바래지 않은 단어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Centre for the Study of Developing Societies

지은이 : 아리프 딜릭(Arif Dirlik)

1940년 터키 메르신 출생. 이스탄불 로버트대학에서 전기공학으로 학사학위를, 뉴욕 로체스터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로 중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역사, 인류,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방면의 연구와 저술활동을 전개해왔다. 듀크대학에서 역사와 인류학 교수로서 35년을 재직하였고 2001년 오레곤대학으로 옮겨 사회과학 석좌교수(Knight Professor)로 역사와 인류학을 연구하고 가르쳤으며 비판이론과 다국적 연구센터(Center for Critical Theory and Transnational Studies)의 센터장으로 재직했다. 이외에도 홍콩중문대학,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 빅토리아대학, 캘리포니아대학,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중국 칭화대학 등에서 석좌교수, 명예교수 등으로 재직했으며 2016년 2월에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에서 석좌교수(Green Professor)로 임명될 예정이다.

대표 저서로는 Revolution and History: Origins of Marxist Historiography in China, 1991-1937, The Postcolonial Aura: Third World Criticism in the Age of Global Capitalism, Culture and History in Postrevolutionary China: The Perspective of Global Modernity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눈뜨기』,『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이 : 이현복

1971년 서울에서 출생해 고려대학교에서 중국근현대문학을 전공했다. 2011년 고려대학교에서『청말 新政時期 문학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고려대학교 중국학연구소에서 청말부터 중국 현당대에 이르기까지 문화 및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淸末 도덕 개혁의 一端-譚嗣同의 『仁學』을 중심으로」, 「1930년대 중국 문예에서의 자유와 진실의 의미-自由人ㆍ第3種人論爭의 再考」 등이 있다. 역서로는 『무중풍경』(공역), 『타이완의 근대문학』(공역) 등이 있다.


차례




혁명과 역사: 

중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

아리프 딜릭 지음 | 이현복 옮김 | 신국판 336쪽

978-89-6545-325-3 93910 | 28,000원 | 2016년 2월 15일 

중국 역사학의 혁명기를 다룬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소개된 이후 중국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유교적 역사관을 넘어 사회 자체에서 발전의 동력을 찾는 전대미문의 작업에 천착했는지 보여준다. 약 20년에 걸친 열띤 논쟁을 통해 중국에서 역사는 권선징악과 운명의 영역에서 사회경제 구조의 내재적 힘들이 상호작용하는 변화의 장으로 바뀌었다. 『혁명과 역사』를 통해 오늘날 중국 역사의 근저를 이루는 주요 역사학자들의 공헌과 한계를 파악하고, 혁명을 꿈꾸었던 역사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혁명과 역사 - 10점
아리프 딜릭 지음, 이현복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