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옷을 잘 입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옷을 잘 입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와 관련해 영화 '워킹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초라하게 입으면 (사람이 아니라) 옷이 되레 주목받아요." 

무슨 말일까 싶은데, 다시 생각하니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대부분 사람은 옷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한단다. 행색이 초라하면 사람까지 초췌해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51편 영화 속 패션 "한 권에 담아" 
책 읽으면서 영화 찾아보게끔 
"영화 패션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진경옥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가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산지니)란 책을 펴냈다. 모두 51편의 영화를 보고, 그 속에 선보인 영화 의상의 역사와 배경을 풀어쓰고 비평한 패션 에세이다. 옷을 잘 입는 방법을 딱히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패셔니스타들의 삶을 통해 그 방법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단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20돌을 맞은 상황에서, 부산 출판사에 의해 영화 관련 패션 책이 나왔다는 사실도 의미가 크다. 전국적으로도 영화 패션을 다룬 책은 드물다.

책은 2013년 7월 12일부터 2014년 12월 26일까지 1년 5개월여 동안 부산일보 라이프면에 연재된 글을 토대로 엮었다. 패션과 관련된 영화 장면을 컬러 사진으로 곳곳에 배치해 읽기가 수월하고, 간혹 잘 모르는 영화가 있으면 일부러 찾아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진 교수는 어릴 때부터 영화와 친숙했다. "아버지가 서울과 지방에 영화관을 여럿 두었고, 간간이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우리 집이 영화 세트장으로 활용된 적도 더러 있었어요. 덕분에 당대 최고 배우인 김지미, 최무룡, 윤정희 씨의 연기를 코앞에서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지요." 그때의 관찰과 체험이 영화에 대한 관심의 끈을 평생 이어가게 했다고 그는 추억했다.

"영화 패션을 이해하면 영화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잘 만든 영화일수록 의상에 더 많은 투자를 하거든요. 특히 주·조연의 의상을 눈여겨보면 감독의 숨은 의도를 시나브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14년 작품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을 예로 들었다. 호텔 종업원의 보라색 유니폼과 모자, 황토색 프라다 가방, 흑백 가로줄 무늬 죄수복 등이 모두 철저히 계획된 것으로, 이러한 의상과 색감이 서로 잘 어우러져 영상을 더욱 환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다고 그는 풀이했다.

부산 영화패션산업에 대해서도 그는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송혜교 주연의 영화 '황진이'는 한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공했다"며 "부산에서도 영화와 관련된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영화 패션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이너인 그에게 옷을 잘 입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그러나 자기 생각 대신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시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등장한 사라 제시커 파커의 대사를 읊조렸다. "무엇을 입느냐보다 문 밖에 나왔을 때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백현충 | 부산일보 | 201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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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 - 10점
진경옥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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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자동차 산업 같다. 자동차는 기계, 화학, 전자부터 할부를 위한 금융과 보험까지 다양한 연관 산업을 이끄는 종합산업이다. 영화도 영상, 미술, 음악 등 여러 분야와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종합예술이다. 지금껏 조금 간과된 분야가 있다. 의상이다.

저자 진경옥 동명대 교수는 “패션과 영화의상은 근본적으로 다른 분야다. 패션은 상업적으로 대중의 소비를 요구하지만, 영화의상은 배우의 캐릭터를 드러내며 스토리텔링 역할을 맡는다"며 "그러나 결국 영화의상은 다시 패션산업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인기를 얻은 영화의 의상은 대중 사이에 패션 유행을 만든다. 영화의상 디자인과 패션 디자인의 조우는 1920년대에 프랑스 파리 패션이 할리우드에 영향을 끼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제 패션디자이너들은 앞다퉈 영화의상을 디자인하고, 이를 다시 자기 패션쇼나 컬렉션에서 발표한다. 배우들도 배역에 맞는 이미지를 위해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한다.

이 책은 국내외 영화 51편을 매개로 영화의상 및 패션이 대중과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소개한다. 영화의상으로 패션 유행을 주도한 대스타들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릴린 먼로, 그레이스 켈리, 오드리 헵번이 유명하다. 여배우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행을 넘어 스테디셀러 패션이 된 청바지와 가죽재킷의 매력을 대중에게 선사한 배우는 '와일드 원’(1953)의 말론 브란도와 ‘이유 없는 반항’(1955)의 제임스 딘이다. 아예 패션 브랜드를 제목에 넣은 영화도 나왔다.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 주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다. 프라다를 비롯해 샤넬, 베르사체, 구찌, 돌체 앤 가바나 등 100만달러어치 이상의 영화의상이 등장한다. 320쪽, 2만원.

황희진 | 매일신문 | 20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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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 - 10점
진경옥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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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마지막 편(4편)이 개봉하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패션에 힘 준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알렉산더 매퀸의 디자이너 세라 버튼, 한국 디자이너 정욱준 등 유명 디자이너 여럿이 참여했다. 주인공 캣니스가 캐피톨의 지배에 대항하는 리더로 성장해가는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의 의상은 인물의 성격이나 지위는 물론 심리 변화까지 보여주는 도구였다.

영화 속 패션은 때론 신드롬을 낳기도 한다. 메릴린 먼로가 ‘7년 만의 외출’에서 선보인 홀터넥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몸매를 드러낸 의상에 섹시한 걸음걸이의 먼로는 단숨에 섹스심벌로 부상했고, 보수적이던 미국 사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까지 했다. 영화 속 의상은 나아가 영원한 고전이 되기도 하는데,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오드리 헵번이 입고 나온 블랙 미니 드레스나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소화한 붉은 점퍼와 청바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실제 패션 디자이너가 영화 의상에 참여하거나 영화 속 의상을 재해석해 대중적인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대상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도구가 의상인 만큼 책에 나오는 영화 중에는 시대극이 많다. 대부분은 철저한 고증을 거치지만 완성도를 위해 ‘영화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브레이브하트’가 단적인 예다. 극중 멜 깁슨이 입은 킬트는 당시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의상이고, 푸른색 칠을 한 얼굴은 오히려 현대 축구팬의 모습에 가깝다.

저자는 동서양 영화 51편 속 패션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와 함께 각 의상들이 어떻게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는지를 이야기한다. 고전부터 최근 영화까지 망라한 데다 다양한 사진을 담고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이새샘 | 동아일보 | 20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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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 - 10점
진경옥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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