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락한 문학의 자리에서

여전히 타협하지 않는 중견 비평가들에게 주목한다

근대 문학의 종언이 선언된 시대에, 비평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1991년 발간되어 25년간 결호 없이 독자들과 만나온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이 국내 중견 비평가들에 주목하는 책을 펴냈다. 위기를 맞았다면 비평의 미래가 될 신인 평론가들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왜 하필 ‘중견’ 비평가인가? 이러한 의문에 필자들은 명료하게 답한다.

“패기 넘치는 젊은 비평가들의 열의도 인정해주어야 하지만, 여전히 도저한 비평가의 자의식으로 활력 넘치는 중견 비평가들의 존재론은, 그 자체로 어떤 강력한 반시대적 전언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귀 기울이고자 한 것이 바로 그 전언이었다.” 

_머리말 중에서

여성문학에 천착해온 비평가들에서부터 진보적·자유주의적 성향의 평론가들까지, 『비평의 비평』은 여전히 문학의 장에서 활약 중인 진중하면서도 타협 없는 ‘불한당’들의 궤적을 포착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한국 비평의 지형도를 그리며, 새로운 상상력을 싹틔워낼 우리 비평의 탄탄한 기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에서 젠더로 이행한 페미니스트 평론가 김미현

변화할 수 있는 세계 보여주며 대중과 소통하는 김용희

도입부에서는 여성문학과 신세대문학을 깊이 연구해온 두 비평가, 김미현과 김용희 평론가를 다룬다. 김경연의 「변온과 항온, 혹은 유동하는 ‘사이’의 비평」은 여성문학에 ‘올인’해온 김미현 평론가의 궤적에 주목한다. 2008년작『젠더 프리즘』에서 김미현은 페미니즘 ‘다시-보기’를 시도하면서 스스로의 비평행위를 심문한다. 여성에서 젠더로, 페미니즘에서 페미니즘 ‘이후’의 페미니즘으로 이행하며 김미현은 “현실을 민감하게 감각하면서 그 변화에 스스럼없이 몸을 내맡기”고 있다.

김필남은 김용희 평론가의 글을 「환(幻)의 글쓰기」라 정의한다. 현실·이성과 대립하는 ‘환’의 글쓰기는 독자를 “환상적인 세계, 꿈의 세계, 유혹에 빠지게” 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김용희는 문학 평론은 물론 영화 평론, 소설 집필까지 나아갔다. 낡은 틀을 넘어서려는 소통의 노력을 통해 발견한 ‘환의 글쓰기’로 그녀는 완성된 형태가 아닌,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세계를 보여준다.


체제의 바깥을 꿈꾸며 문학의 전위에서 활동해온 

조정환, 김명인, 권성우

전성욱의 「유죄로서의 욕구, 이론과 신념」은 평론은 물론 노동해방문학 운동, 출판, 정치철학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온 조정환에게 주목한다. “지금도 나를 가장 강하게 사로잡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날 길을 알고자 하는 욕구”라는 조정환의 글을 인용하며 전성욱은 조정환에게 욕구란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활력”이라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조정환의 비평이란 어떤 ‘론’이 아니라 이론과 신념 사이, 그 “생성의 틈”에서 분출해 나오는 것이다.

「혁명의 좌절, 비평의 악몽」에서 박대현은 80~90년대를 거쳐 오면서 줄곧 비평적 주체의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김명인을 살피고 있다. 그 작업이 “한국 민중문학의 한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한 것은, 비평이 민중으로부터 멀어졌거나 처음부터 변혁의 주체와 떨어져 ‘악몽’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명인의 평론을 통해 박대현은 오히려 비평이 “악몽의 순간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장 절망적이고 비참한 순간에야말로 비평은 (…) 단단한 정신적 좌표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미혹과 비판, 성찰과 망명」에서는 전성욱이 권성우 평론가에 대해 썼다. 전성욱이 말하길 “비평의 아름다움은 문장의 유려함이나 해석의 치밀함보다는 ‘비평가의 자의식’이라는 내면의 섬세한 무늬”로 드러난다. 권성우의 경우 그 자의식은 건조하고 상투적인 논문 투의 비평문체로부터 ‘나’를 전면에 드러내는 개성적 비평으로, 주류화된 문학의 장르 구분을 넘어 변두리 양식의 가치를 발굴하는 ‘외부’의 비평으로, 문단제도의 불합리한 권력 행사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탈주의 비평을 통해 ‘망명의 비평가’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적 좀비’상태를 ‘비판적 사유’로 돌파하는 도정일

당대 문학의 맥을 짚는 모더니스트 황종연, 이광호

서정이라는 ‘정공법’ 통해 시의 미래를 구상하는 유성호

박형준의 글 「르네상스 정신의 비평적 발현」은 이미 고전이 된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의 저자 도정일을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인”으로 명명한다. 문화적 좀비가 된 시민사회의 사유 정지 상태를 인문적 가치, 특히 ‘비판적 사유’를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도정일은 “탈이성에 마취되어 있던 90년대를 ‘차가운 정신’으로 묵묵히” 관통한 예외적인 비평가이다. 박형준은 인간 개개인의 가치와 무한한 잠재성을 신뢰하는 그의 비평에서 계급 모순에 대한 사유가 부재하다고 지적하지만, 이를 근거로 그의 인문주의를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근대 문학 이후를 탐색하는 모더니스트」와 「‘무중력 공간’에 갇혀버린 ‘미적 근대성’」에서 손남훈은 모더니즘 문학에 집중해온 두 평론가 황종연과 이광호를 다룬다. 이 두 평론가에 대한 손남훈의 공통된 비판은 모더니즘-리얼리즘 이분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인데, 황종연은 리얼리즘에 대한 비판을 통해 모더니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이광호는 이 이분법을 부정하면서도 한국 문학사를 도식화하여 이 대립을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근대 문학 이후…」에서 손남훈은 황종연의 “정치한 문학적 방법론과 거시적인 인식이 근대 이후를 지향하는 또 다른 문학의 지형도를 창출”할 가능성을 발견한다. 「‘무중력 공간’…」에서는 이광호 평론의 장점은 “성실한 텍스트 해석과 더불어 이를 당대의 맥락과 관련시켜 의미화하는” 데 있다고 짚으며, 이 두 평론가들이 꾸준히 만들어갈 비평의 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허정의 유성호론 「서정과 현실의 역동적인 교섭」은 시가 근대문학 종언론의 축에 끼지도 못하고 이미 퇴물로 취급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미래파와 전통 서정 간의 대립구도도 시들해진 지금, 유성호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서정 개념의 갱신을 통해 이 시대 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서정이라는 ‘정공법’의 의미를 확대하여 시의 미래를 구상하는 유성호를 허정은 “철저한 현실 대면의식과 대안 세계에 대한 고갈되지 않는 희망을 중시해온 비평가”로 정의한다.


적극적 독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행위, 

‘비평’의 확장을 꿈꾸며

머리말에서 지은이들은 비평을 “적극적 독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창조적 행위”라 정의한다. 그 ‘적극적 독해’가 문학 작품이 아니라, 비평의 길을 앞서 걸어온 선배 평론가들의 궤적을 읽어낼 때, 그 행위는 “신화도 전설도 아닌, 한 사람의 중견 비평가”를 비추어낸다. 물론 ‘비평에 대한 비평’은 자칫 문학장 내부로만 국한된 ‘찻잔 안의 태풍’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비평의 비평』은 새삼 ‘읽고 쓴다’는 행위에 요구되는 용기와 섬세함, 그리고 타자와의 열린 대화가 이루어질 때의 짜릿함을 전하는, 우리 ‘읽고 쓰는 사람’ 모두에게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비평의 비평』을 엮은 『오늘의문예비평』은 내년 봄 100호를 발간한다. 지난 25년간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로서 꿋꿋이 문학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만큼, 이 잡지 또한 ‘중견’이라 불릴 만한 깊이를 갖추게 되었다. 한국 문학 비평의 지형도인 『비평의 비평』을 통해, 『오늘의문예비평』또한 동료들을 여전히 긴장하게 만드는 ‘중견’의 모습으로 근대문학을 넘어서는 문학, 그리고 더 넓은 비평의 장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나누고 있다.


엮은이: 오늘의문예비평



지은이:



비평의 비평: 우리 시대의 중견 비평가론

오늘의문예비평 엮음 | 김경연 외 지음 

| 국판 292쪽 | 15,000원

2015년 10월 15일 | 978-89-98079-10-9 03810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이 국내 중견 비평가들에 주목하는 책을 펴냈다. 여전히 문학의 장에서 활약 중인 타협 없는 ‘불한당’들의 궤적을 포착하여 우리나라 비평의 지형도를 그린다. 



차례


비평의 비평 - 10점
김경연 외 지음, 오늘의문예비평 엮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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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 2015.10.22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나왔네요^^!


소설가 김곰치·평론가 구모룡 "표절은 확실"
전성욱 편집주간 "사랑 결합하는 서사구도 유사"


부산 지역 문인들이 소설가 신경숙(52) 표절 사태와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3일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부산광역시 거제동에 위치한 산지니 출판사 회의실에서 전성욱 편집주간의 사회 아래 소설가인 조갑상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최영철,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이하 직함 생략)가 참석해 좌담이 진행됐다.

이들은 표절 논란에 휩싸인 후 신 씨가 보인 태도, 그를 옹호하고 나선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된 윤지관(61) 평론가의 글, 백낙청(77) 창비 편집인의 글에 대해 비평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 '오늘의 문예비평'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김곰치는 "한국문학에 신경숙과 함께 소속돼 있다는 생각을 평소 별로 하지 않아선지, 동료애랄 게 없어 솔직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몇 평론가들이 십몇 년 전부터 이 소설가의 표절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그것이 널리 알려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공론화되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숙의 표절행위로 그의 작품들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빈자리를 다른 새로운 작가들이 채울 기회를 얻게 되니까 좋은 일이다"며 "왜곡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고, 드디어 그런 기회가 왔다는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곰치는 "표절은 확실하다"며 "같은 작가 입장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든지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맞겠다'라는 식의 신경숙 답변은 말이 안된다"며 "대중 앞에 나서서 작가가 거의 죽을 정도의 서러운 결단으로 고백을 하든지 신상발언을 해야 하는데, 신경숙의 대응은 참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구모룡은 "표절이냐 아니냐하는 논란은 이미 다 결판났다고 생각한다"며 "당사자조차 기억이 안 난다. '아몰랑'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치판이나 문학판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은 기억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 만큼, 신경숙의 태도가 진솔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 기회에 신경숙 문제만이 아니라, '읽고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2015-09-03

이어 "신경숙의 글은 신경숙의 읽고 쓰는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며 "백낙청 선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신경숙 문학의 강점으로 신경숙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을 꼽았다. 문제는 신경숙이 가진 기억과 경험이 소진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명망이나 자본과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쓰다보니 이 사람의 글쓰기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성찰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작가가 자신이 얻은 허명의 노예가 되거나 자본에 종속될 때 어떻게 귀결되는가, 이런 반성을 신경숙을 통해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성욱은 "어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정래 선생께서는 '왜 하필이면 이 작품이냐'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1936년의 2.26사건, 즉 청년 장교들이 천황의 친정을 주장하며 일으킨 우익 쿠데타를 다룬 작품이다. 국가에 대한 사랑과 남녀 사이의 사랑, 삶과 죽음의 문제를 결합시켜 아주 농밀한 에로티시즘으로 천황에 대한 우국의 지성(至省)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설'도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며 "두 작품에서 공통된 구도는 남자가 나라를 위해 떠나야 한다는 설정이다. 특정 문단의 일치 여부와는 별도로, 국가주의와 남녀의 사랑을 결합하는 서사적 구도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구모룡은 "'전설'이 수록된 소설집의 원래 제목은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래 전 집을 떠날 때'(창비, 1996)이다"며 "정문순 씨의 평론에서 두 작품의 문장을 나란히 비교해 놓은 것을 보면 명백한 표절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영철은 "신경숙 작가는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며 "이는 작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도덕적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의 대표작가가 그런 정도라면, 오늘날 작가들의 문학적 도덕성 또한 우려해야 할 수준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과거 '문예중앙'에 실린 정문순 평론가의 표절 지적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작가 본인은 정문순의 평론을 묵살하면서도 속으로는 엄청 찔렸을 텐데, 왜 개정판을 내면서 해당 단편을 빼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출판사에서 제목만 바꾸고 수록작은 똑같다. 왜 그랬을까 싶다"고 말했다.

백낙청 창비 편집인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신경숙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잡담 제하고 신경숙의 해당대목이 의식적인 베껴쓰기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할 정확한 진실은 저도 모른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한 토론도 이어졌다. 구모룡은 "'백낙청 선생은 왜 오판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백낙청 선생은 신경숙의 출신, 즉 신경숙이 가지고 있는 공장 여성노동자로서의 경험을 과도하게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는 백 선생의 태생적 한계가 작동하고 있다. 백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진보적인 리얼리즘을 주장한 분이다. 이 분의 맹점은 가난함 속에 자란 경험을 모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일종의 무지로 한 몫 접어두고 신경숙을 보게 되니, '창비'는 문학주의가 아닌데도 신경숙을 두고는 '문학동네'와 뜻을 같이 해버리는 묘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안타깝게도 백낙청 선생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사진=뉴시스 DB) 2015-09-03

최영철은 "지금 출판 자본과 작가의 관계만 주목하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독자"라며 "제삼자인 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지금 독자들의 수준과 성향이 표절을 부추긴 한 요인일 수 있다. 10만부 넘게 팔리는 책이 있으면 1만부나 5000부가 팔리는 책도 있어서 나란히 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출판시장은 좋은 책을 1000부 팔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갈수록 독자층이 잘 팔리는 작가와 작품 쪽으로만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따지고 보면 독자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며 "독자가 잘 감시했다면 인기작가 신경숙이 아닌 좋은 작가 신경숙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독자층의 특질이 그런 작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충격적인 것은 창비가 표절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신경숙의 작품이 더 뛰어나다'면서 무마하려 했다는 점이다"며 "하지만 제가 읽은 '전설'은 '우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국'은 미시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완벽한 문장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단편임이 느껴진다"며 "미시마는 작품 발표 뒤 약 10년 뒤 '우국'의 자살 장면을 자신의 자살로 재현했고, 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단편소설 하나에 목숨을 건 이런 집중력을 저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전설'은 참 허접하다. 표절 문제를 떠나 억지로 쓴 가짜 작품이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윤지관 평론가는 '전설'이 더 뛰어나다고 이야기했는데, 믿을 수 없는 비평적 언사였다"며 "부산문단도 무차별화 등 문제가 많지만, 이 표절 사건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창비도 무섭게 타락했다"고 말했다.

전성욱은 "그동안 애써 살피지 못했던 어떤 진실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특히 이른바 주류 문예지와 출판사, 그리고 언론에서 만들어낸 신화화된 작가와 작품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탄로나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문학장의 정치적 역할 때문에 억압되고 말았던 진실"이라며 "이렇게라도 드러나게 된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관건이고, 그 진실을 보존함으로써 지금까지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을 견책하고, 또 결국에는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효령 | 뉴시스 |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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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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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도 자만도 밀려가는 저녁에 써내려간 젊은 평론가의 수기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을 이끌며 비평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평론가 전성욱이 두 번째 저서이자 첫 번째 산문집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를 펴냈습니다. “자학도 자만도 밀려가는” 어느 저녁, 주관의 늪과 냉소의 권위로 고뇌하던 젊은 평론가가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쓴 일종의 망명 기록입니다. 책머리에서 그는 어둠 속으로 빛이 저물자 적막 속에서 비로소 떠오르기 시작하는 자신을 고백했습니다. 그가 “나는 무너진다”라고 했을 때 그 말은 파도와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고, 사진을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고, 대화를 나눌 때 흐르는 사유의 조석(潮汐)은 여러분의 마음 어디까지 흘러올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세요.

 

보편에 이르는 멀고 아득한 길들의 길목에서

영화를 보며 쓴 글이 책의 1부를 구성합니다. “나에게 영화의 재미, (중략) 그 놀라운 향락의 희열에 눈뜨게 해준 것은 고다르였다.”라는 고백과 “<변호인>은 세간의 뜨거운 호응과는 달리 그리 매력적인 영화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는 안타까움 등 국내영화와 해외영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망라한 다양한 감상으로 가득합니다.
 
2부는 문학평론가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독서기록입니다. 『실크로드 문명기행』(정수일), 『나치즘과 동성애』(김학이), 『해석에 반대한다』(수전 손택) 등 인문, 사회과학서적을 비롯해 문학에만 치우치지 않는 고른 선택이 돋보이되, 이상섭, 강동수, 허택, 배길남 등 그의 생활 터전이자 비평 무대를 함께하는 지역의 작가들 역시 눈여겨봄으로써 잊혔던 비평가의 또 다른 역할을 상기합니다.

전성욱이 스스로를 ‘나’라고 가장 많이 호명하는 3부는 <라이프 사진전>과 <퓰리처상 사진전>, <랄프 깁슨 사진전>, 베이징과 상해 기행 등 사진전과 연극, 세미나를 접하고 여행을 떠나면서 느낀 글을 모았습니다. 사진이라는 순간적 이미지에서 여행이라는 일상의 변주에 이르는 평론가의 일상이 지적이면서도 경쾌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마지막 ‘바깥에서 바깥으로’는 「비평가의 사무」, 「읽히지 않는 잡지를 만든다는 것」, 「속된 비평의 무안함에 대하여」 세 편의 글로 이루어진 첨언입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하나같이 평론가로서의 정체성, 나아가 비평가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상상한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지금 문학은 몰락의 소문으로 시끄럽고 구원의 열망으로 간절하다. 그 소문들의 진상을 살피고 더 나은 세계로의 변혁에 이르려는 상상력의 여러 차원들을 해석하고 사유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평론가들에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그러므로 이제라도 비평은 글쓰기의 차원으로 맴돌 것이 아니라, 저 책의 운명들 속으로 들어가 그 활자들의 물질성과 더불어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비평가의 사무」 중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기르는 개인가, 해치는 늑대인가?

산문집 특유의 매력 속에서도 평론가로서의 전성욱의 자의식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비평은 작가의 외로운 작업에 말을 걸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글쓰기다. 비평은 작가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일깨우고, 의도하지 않은 위대함을 발견하며, 다른 누군가를 그 대화 속으로 끌어들여 작가와 작품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결코 비평은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글쓰기가 아니다. —「속된 비평의 무안함에 대하여」 중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라는 제목에 영감을 준 이는 전성욱이 아끼는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는 저자의 모순적 상황과 거기서 오는 절망 혹은 고독이 이 이상한 짐승의 세포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현재가 이상한 짐승이라면 또한 개와 늑대의 시간이기도 한바, 인자할 수도 경계할 수도 없는 이 모호함 속에서 전성욱은 홀로 치열합니다.

 

 

 


전성욱
문학평론가, 계간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주간.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일하고 있으며 평론집으로 『바로 그 시간』(2010)이 있다.

 


차례

 

책머리에-나는 무너진다


1부
장르 클리셰의 형이상학―세르지오 레오네 걸작선
장 뤽 고다르의 시간―<영화사(들)>
영화로 개시되는 사유의 운동―<필름 소셜리즘>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언어와의 작별>
속죄와 구원―다르덴 형제의 영화들
두 대의 리무진―<홀리 모터스>, <코스모폴리스>
말년의 고독―<아무르>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해피 투게더>, <열대병>,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의 길―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특별전
오즈의 맛―오즈 야스지로 50주기 특별전
르상티망과 노예도덕―<아리랑>
영화, 그리고 소설―<러시안 소설>
가족이라는 아포리아―<고령화 가족>, <불륜의 시대>, <댄스 타운>
제주의 비경―<지슬>, <비념>
진짜 폭력―<한공주>
좌절을 대하는 방식―<변호인>
청춘의 시간―<은교>
기억이 부르는 날에―<건축학 개론>

2부
전위의 감각―수전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가라타니 고진의 마르크스―「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에서 『세계사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시시포스와 길손의 발걸음―왕후이, 『절망에 반항하라』
어긋남에서 어긋냄으로―김학이, 『나치즘과 동성애』
어느 민족주의자의 문명교류 답사기―정수일, 『실크로드 문명기행』
학문의 길―윤여일,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공생의 조건―최재천, 『통섭의 식탁』
답습 않는 기이함―황정은, 『百의 그림자』
막막함, 먹먹함―정태언, 『무엇을 할… 것인가』
적의로 가득한 우정―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환상과 해학―이상섭, 『챔피언』
척도에 대하여―강동수, 『금발의 제니』
화해하지 말고 증오하라!―배길남, 『자살관리사』
결핍의 정치학으로―허택, 몸의 소리들

3부
그 너머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마리오 테스티노 사진전
대상의 이면―랄프 깁슨 사진전
한 순간의 영원한 울림―라이프 사진전과 퓰리처상 사진전
질서를 향한 내재적 충동―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경솔한 망각―연극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 미네티>
늦은 저녁의 어떤 위로―연극 <황금용>
보편에 이르는 길―연극 <바보각시>
독서를 권장함―가을 독서문화 축제
급진적인 것의 비루함에 울리는 경종―강신준 교수의 『자본』 강의
낯선 만남의 파동―상하이 기행
사상의 실감을 공감한다는 것―동아시아 혁명사상 포럼
중국의 마르크스주의―난징대의 장이빈 교수 
대중의 취향―‘조정래 『정글만리』의 중국읽기’ 좌담회
익숙해질 수 없었던 이방인의 슬픔―베이징 기행
기억함으로써 가능한 기적의 순간―광주기행
열등감으로부터 시작하다―이윤택
탐미적 비평의 몸살―허문영
진지함의 이면―진동선
모더니즘이라는 파르마콘―김민수
비어 있기에 가득 찬 곳―공간 초록


첨언 : 바깥에서, 바깥으로
비평가의 사무
읽히지 않는 잡지를 만든다는 것
속된 비평의 무안함에 대하여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전성욱 산문집


전성욱 지음 | 문학 | 신국판 | 352쪽 | 18,000원
2014년 12월 31일 출간 | ISBN :978-89-6545-279-9 03810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을 이끌며 비평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평론가 전성욱이 펴낸 산문집.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고, 사진을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고, 대화를 나누며 얻은 사유를 담았다.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 10점
전성욱/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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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김무엽 2015.02.05 1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우 드디어 나왔군요

  2. 2016.11.13 0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사회자 손남훈 평론가님(좌)과 저자 목학수 교수님(우)

 

3월 18일 화요일 저녁, 부산대학교 근처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 3월 저자와의 만남이 열렸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 대학의 힘』의 저자 목학수 교수님! 사회자는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편집위원인 손남훈 평론가님입니다. 미국 대학을 탐방할 오늘의 ‘일일 신입생’들을 위해 친절하고도 지적인 안내자가 되어주셨습니다.

 

부산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을 위해 장소 섭외에 신경을 좀 썼습니다. 다행히 대학생 여러분들도 많이 와주셨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역시 책을 쓰게 된 구체적 계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 대학의 힘』은 저자가 미국 오하이오 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쓴 미국 대학 견문록입니다. 목학수 교수님은 “처음부터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으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겸손을 보이셨지만, 선생님이 보내신 초고에는 미국 대학에서 보고 들은 것을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참고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가득했습니다.


2014년 지금 이 시점에서 미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 중에는 “대학에서 교수란, 학생이란 무엇인지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국 대학은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데, 이 부분은 선생님이 『미국 대학의 힘』에서 여러 번 강조하신 부분이기도 하죠. 대학에서 교수란, 학생이란, 교직원이란, 학부모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생각하고 또 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제도나 서비스를 연구한다면 대학이 발전하고, 더불어 그것이 소속된 우리 사회도 더욱 나아질 것 같습니다.


손남훈 사회자는 “책이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서비스, 사람이 먼저”가 아니냐는 날카로운 분석을 해주셨는데요. 지방거점국립대학이나 상대평가 같은 거시적 담론부터 미국 대학 화장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스티커(“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등)처럼 작고 사소한 내용까지 두루 담긴 『미국 대학의 힘』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주신 것 같죠?

산지니도 그렇지만, 저자와의 만남이 열리고 교수님이 교편을 잡고 계신 부산대학교 역시 지역 대학입니다. 미국은 주 자치가 발달된 나라인 만큼 지역과 대학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교수님이 미국의 한 대학 부총장에게 대학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크게 놀라셨다고 합니다.

 

클락 박사는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는 2020년까지 국가적인 연구에 두각을 나타내어, 이를 통해 대학 교육의 국제화를 강화하고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시민들에게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학이 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는 좋은 학생들을 길러 내고, 주립대학으로서 주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찾으며,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미국 대학의 힘』,「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본 PRT」 중

 

대학이 독립적 기관으로 기능할 것이 아니라 그가 위치한 기관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해야 하며,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월 저자와의 만남은 매력 넘치는 어중씨와 함께합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4월은 어중씨만 믿고 따~라~와~

 

『미국 대학의 힘』책 소개>> http://sanzinibook.tistory.com/1036

 

미국 대학의 힘 - 10점
목학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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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입니까 2014.03.21 0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대학의 역할이라는 사실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오늘은 오전에 게시물이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주간 산지니를 오후에 업로드합니다.

일전에 엘뤼에르 편집자가 새치를 뽑아주어서 기사로 쓰려고 책상에 잘 놔뒀는데, 찾아보니 어디 갔는지 모르겠더라구요. 하는 수 없이 다른 기사로 대체했습니다. 미인의 새치를 보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어서 여러분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마지막 말은 물론 제가 지어낸 말입니다. 주간 산지니,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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