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성 평론집

무한한 하나


 

 


▶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 세계를 탐구

독점의 하나가 아닌 평등한 이들의 이름, 무한한 하나

 

2007년 『작가세계』 평론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대성 평론가의 첫 번째 평론집. 평론집은 노동, 지역, 공동체, 공생 등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의 세계를 탐구한다. 김대성 평론가는 글쓰기를 ‘한 사람’을 무한하게 만나기 위한 시도로서 모든 ‘하나’가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속성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는 지배와 독점을 근간으로 ‘군림하는 하나’가 아닌 미미하지만 평등한 이들의 이름, ‘무한한 하나’를 뜻한다.

 

이 책에 묶인 다양한 평문은 글 쓴 평론가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문학과 글쓰기, 평론과 삶이 어떻게 하면 공존할까 하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백무산 시를 분석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용접공으로서 고단하게 살아온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정태규 소설가의 서평 글에서는 지난날 처음 만난 정태규 소설가에게 부탁받은 소설집 발제문을 가혹할 정도로 비판했던 치기 어린 자신을 반성한다. 이처럼 김대성 평론가는 자신과 비평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수행의 발판을 삼으며 공동적인 것을 향한 실천의 의지를”(구모룡 문학평론가) 놓지 않고 있다.

 

그의 비평은 타자와 자기를 포개고 섞으면서 살아있는 문장을 생성하려는 아슬한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무한으로 나아가는 존재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이반과 탈주, 소외와 공생, 고통과 죽음을 말하고자 한다. (…)그의 글에는 타자와 세계를 읽는 비평가의 비애가 묻어난다. 그리고 다른 곳을 사유하는 비평가적 신체가 문장의 배면으로부터 은근하게 드러난다._구모룡(문학평론가)

 



 

        

 

 

▶ 주변부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

 

1부는 주변부를 탐색한 글로 묶었다. 백무산, 박완서, 김중혁 등의 글로 연약한 존재들이 자신의 힘으로 깊이와 무게를 더해가는 고투의 이력을 탐색했다. 2부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로 묶었다.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멈추어선 안 된다고 말하며 문학을 통해 공동체 안과 밖을 탐구한다. 처음 청탁받아 쓴 「고통의 공동체」와 몇 년 후에 쓴 「불가능한 공동체」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3부는 정익진, 김이듬, 송재학 시인 등의 시적 세계를 탐문하며 시인과 시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읽을 수 있다.


 

▶ 비평한다는 것과 지역적인 것

 

4부에 수록된 글은 지역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요산 김정한, 조명숙, 정영선 등 부산 지역 작가의 작품을 주목하면서, 지역이란 개념과 ‘지역 작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했다. 지역을 단일화로 환원하지 말고 특색을 지닌 개별적인 곳으로 바라보길 당부한다. 5부는 서평 형식의 글로 진은영, 정태규, 정형남, 김영민 등의 문학 세계를 분석했다.

 

‘지방’이 아닌 ‘지역’이라고 명명한다고 해서 중앙과 주변의 이분법적 도식이 손쉽게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이라는 프레임 안에 자리하고 있는 ‘지역 작가’라는 명명 속에도 이미 ‘위계화’에 의한 차별과 소외라는 핸디캡을 안고 작업을 하는 ‘핍박받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가 각인되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다._「부산스러운, 하나가 아닌 여럿인」 277쪽

 

 

▶ 비평가로서 글쓰기

 

이 책에서는 김대성 평론가가 비평가로서 가지는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촘촘한 연결망에서 외부와 소통하기 위한 통로이기도 하고, 일상적 글쓰기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쓰기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 비평가로서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생산성과 실천성을 보일 수 있는지 되물으며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발견한다

 

첫 평론집은 독자에게도 평론가에게도 드물고 귀한 기록이다. 날이 잔뜩 선 첫 평론집의 세계는 안주하지 않는, 아니 안주할 영토를 찾지 않는 비판의 공간이 가장 무한하게 펼쳐진 자리이다. 그 무한한 자리가 전율과 공포로 아로새겨져 있는 것은 필연이다. 영원히 침묵하는 무한한 공간 앞에서, 전율과 공포 속에서도, 헛되이 사라질 말의 조각을 던지는 일, 그것이야말로 ‘쓰기’의 존재 이유이다. 『무한한 하나: 몫 없는 이들의 문서고』는 그런 ‘쓰기’의 존재 이유를 묻는 책이다._권명아(비평가)



【책 속으로&밑줄긋기】


P.8: 비평은 자유롭게 숨 쉬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필드(field)였다. 그저 부지런히 달리는 것으로 텅 빈 운동장을 경기장으로 바꿀 순 없었지만 무언가를 읽고 쓰는 일을 지속하는 것은, 다시 말해 내 힘으로 트랙을 달리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P.15: 내 아버지는 용접공이었다. 결혼을 한 이듬해 고향이었던 강원도 삼척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다 어깨너머로 배운 용접 작업으로 한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용접 자격증 따위는 없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로 팀을 꾸려 언제, 어디라도 불러만 주면 달려갔다. 야무지고 기술이 좋다는 입소문 덕에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새벽에도, 휴일에도,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일거리가 생기면 달려 나가 용접을 했다. 식사 시간을 뚝 떼어내고, 잠자리를 뚝 떼어내서 철골들을 이어 붙이고 무수한 구멍과 빈틈들을 때웠다.


P.34: 문학은 현실의 불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행위이기에 그곳은 ‘말을 둘러싼 투쟁’의 현장일 수밖에 없다. 금지되어 있는 ‘말’을 전유하려는 의지와 ‘몫 없는 이’들의 ‘몫의 재분배’ 혹은 ‘자리바꿈’을 향한 쟁투는 동궤를 이루는 것이리라.



글쓴이 : 김대성

1980년 부산 출생. 2007년 『작가세계』 평론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9년∼2013년까지 연구모임 <aff-com>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현재 생활예술모임 <곳간>의 공동대표이자 『문화/과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목 없는 이들의 문서고

 

무한한 하나

 

 

김대성 지음 | 380쪽 신국판 | 25,000원 | 978-89-6545-384-0 03810


2007년 『작가세계』 평론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대성 평론가의 첫 번째 평론집. 

평론집은 노동, 지역, 공동체, 공생 등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의 세계를 탐구한다.




 

 


 

 

무한한 하나 - 10점
김대성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죠?

 

오늘은 날이 개였지만,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군요.

 

이런 궂은 날씨에도 부산 대표 문인들이 산지니에 모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바로바로 5·7문학 2호 편집회의!!"

 

 

편집인 조갑상 선생님을 비롯하여

 

편집위원 강동수, 정훈,  박향, 최영철, 구모룡(주간) 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편집회의는

 

1. <5·7문학 무크1 : 다시 지역이다> 출간 이후 경과 보고

 

2. 반 연간지 형태의 잡지 <5·7문학 2호> 구성

 

3. 8월 문학 행사 구성

 

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계속해서 강조되었던 것은,

 

'작품을 중요하게 생각하자'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자'

 

라는 부분이었는데요,

문학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더 나아가 지역문학의 활력을 살릴 수 있는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 )

 

 

 

* <5·7문학 무크 1 : 다시 지역이다> 책 소개  

들여다보고 느낄수록 선명해지는 '로컬':: 다시 지역이다: 5·7문학 무크 1

 

* [5·7문학 창간 기념회]

부산 문학계의 '사건'이 일어나다 :: 5·7문학 무크 창간 기념회

 

* [언론스크랩]

'5·7 정신'(요산 김정한 주도 문인단체)으로 지역문학에 활력 불어넣는다 (국제신문)

30여년 만에 부활한 부산 진보문학 열정 (부산일보)

 

 

다시 지역이다 - 10점
5.7문학 편집위원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권디자이너 2016.06.23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보 문학의 열정 57문학 화이팅!

  2. BlogIcon 별과우물 2016.06.23 1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회의실이 꽉 차있으니, 또 다른 공간인 것만 같이 느껴집니다. 사진에서 57문학을 향한 열정이 느껴지네요. 화이팅입니다! ㅎㅎ

  3. 온수 2016.06.23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네요^^

 

 

어제였죠? 10월 29일(목)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님의 강연을 다녀왔습니다.

퇴근 후라 꽤 날이 차가웠는데도 신문 광고를 보고 많은 분들이 참석을 하셨더라고요.  

 

강연의 주제는 '신경숙 작가 표절과 문학 권력'이었습니다. 

지난 6월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이후

현재는 문학의 권력에 대한 쟁점으로 옮겨갔는데요. 

 

이에 대한 최재봉 기자님의 날카로운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강연은 크게

1.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세계 - 참여적 사실주의 문학

2. 신경숙 작가의 표절 그 이후 - 문학 권력

의 내용으로 진행됐습니다.

 


 

1.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세계  

 

   최 기자님께서는 오랜만에 부산에 오면서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을 다시 읽으셨다고 합니다. 역시 우리 문학의 참여적, 비판적 사실주의, 진보 문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라는 것을 느꼈다며 강연의 운을 띄우셨습니다.

 

   특히 <사하촌>과 절필 이후 문단 복귀작인 <모래톱 이야기>를 거론하셨는데요, 먼저 <사하촌>에서는 소작농이 된 사람들의 핍박받는 현실과 말미에 이러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래톱 이야기>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주인공 소년 건우에게 하는 말, 건우 할아버지의가 자신의 땅을 유력자들, 권력자들에게 뺏기고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대목 등에서 민중의 처지와 삶을 보여주는 요산 선생의 문학 정신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부분의 글을 읽어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핍박받는 현실에 분개하는, 바로 잡으려고 애쓰는, 저항적인 문학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소설 속의 사실적인 부분에 대해 강조 하셨습니다.  

 

   "1966년,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단 복귀와 창작과 비평의 창간"

 

   요산 선생은 36년 등단 후, 40년 이후 절필. 66년에 다시 복귀를 하셨습니다. 1966년 그 해,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가 창간 되는데요, 요산 선생께서 참여적 사실주의 문학을 일궈가는 시점과 창비의 참여 진보적 문학과의 시점이 동일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요산 선생이 문단에 복귀하며 쓴 작품들은 가라앉은 참여 문학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고 이후 70년대부터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들,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진보적이고 참여적인 문학이 든든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비가 있었고, 창비는 그런 문학들을 적극적으로 개제, 출판, 착가 후원을 왔습니다.

  

2. 신경숙 작가의 표절 그 이후-문학 권력 

 

  내년이죠? 2016년은 창비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5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창비. 그러던 와중에 최근에 여러가지 상황들이 벌어진 셈이죠. 최 기자님께서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그 이후, 지금 현재 상황이 어떻게 와 있는지 설명하시며 메이저 출판사(문학동네, 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의 문학 권력을 비판하셨습니다. 그중 특히 창비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셨는데요, 특히 창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진보적이고 참여적인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창비 내부의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신랄하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신경숙 표절 행위가 창비의 문학 권력으로 이동한 데는  창비의 책임이 크다고 설명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하셨습니다.

 

- 백낙청 선생의 1인지배체제의 지속화가 낳은 권위주의

- 작가 신경숙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두둔

- 창비의 진보적, 비판적 문학관의 포기

 

   신경숙 사태 이후 문학동네(이하 문동) 가을호에서 작가 토론회(좌담)를 열었습니다. 사회는 신영철 평론가가 봤는데, 그의 발언 중 "출판사들 사이의 교집합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최 기자님께서는 이 부분을 해석하자면 출판사들 사이의 차이점이 크게 없어졌다는 것인데 그것은 문동이나 문학과 지성사(이하 문지)가 창비 쪽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고 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문제는 창비는 문학주의, 문학지상주의, 문학을 위한 문학과 같은 태도가 아닌 문학에 담기는 내용. 그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미학과 메시지, 문학은 양쪽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현재 문학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창비는 조금 더 현실에 참여적이고 전투적으로 다가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거론하며, 미학적 완성도 치우쳐서 커다란 것(사회, 인류)들을 놓쳐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든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 기자님께서는 이런 점에서 올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작가는 논픽션을 쓰는 작가로 전쟁,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 등 인류사의 큰 사건들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접근하는 방식은 목소리의 소설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관련자들을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그 중에서 그 목소리들을 꺼내서 자기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만약 이런 작품이 노벨상을 받기 전에, 한국 평론가들이 봤다면 뭐라고 이야기했을까? 미안하지만 '그건 문학이 아니다. 언론이다'라고 이야기 했을 것 같다고 답하셨는데요. 이 작가의 작업이 단순한 소재주의가 아니라 그것을 대단히 문학적인 터치와 소화를 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상상력으로 꾸려내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아픈 목소리들을 끄집어 냈고 작가가 자기 스타일을 내서 소화를 합니다. 스타일, 소재, 현실 등 이런 것들이 문학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셈이죠.

 

   우리는 '문학적이다'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 기자님께서는 직접 현실 속에 들어가 마주보는 르포와 같은 글쓰기의 필요성을 언급하셨습니다. 현재, 르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꽤 많지만 문제는 우리 문화에서는 이것을 문학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신경숙 표절 이후, 지금 한국 문단은 어디에 와 있는가?

그리고 창비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 창비가 살 길은 창비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수용해서 편집위원들이 다시 짜는 것이라고 말하며 창비 이외의 좋은 문학 잡지들을 소개하셨습니다. 먼저 <실천문학>은 80년대 초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자신의 출발에서 지켜나가야 하는 것들을 놓치고 있지 않다고 하셨고, 이어 부산에서 나오는 계간지인 <오늘의 문예비평>을 거론하셨습니다. 이 두 권의 잡지를 이야기 하시며 창비나 문학동네만큼 유명하고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좋은 잡지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잡지들을 응원하고 구독해주며 호응해주는 것이 창비와 같은 메이저들을 자극하고 본연의 길로 돌아오게 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15년 현재, 우리 사회는 80년대 못지않은 위기와 절망의 시기라 생각한다. 문학이 그것에 비하면 너무 태평스럽고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창비가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와서 진보적이고 참여적인 작품의 큰형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아니카 2015.11.02 1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접 가서 듣는 것처럼 생생하네요. 잘 읽었어요~

  2. 선언한다 2015.11.11 2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창비와 백낙청은 표절 작가 신경숙을 옹호했다. 진보의 가치에 똥칠했다. "나는 창비와 백낙청을 버렸다." 이곳에 선언한다.

    2. 한겨레는 '국정 교과서' 광고를 지면에 실었다. 진보 가치에 똥칠했다. "나는 한겨레를 버렸다." 이곳에 선언한다.

 

『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 |문학|수필

조갑상 지음
출간일 : 2006년 12월 8일
ISBN(10) : 899223502x
신국판 | 292쪽

소설을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의 지난날과 오늘을 살펴본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걸어 다녔던 길을 따라가면서 작가들의 생각과 작품의 무대를 복원해보고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살펴본다.




 글쓴이 소개

조갑상(曺甲相) :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대학원에서 「김정한소설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혼자웃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하면서 경성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부산에 관계된 저서로는 『소설로 읽는 부산』(1998), 『한국소설에 나타난 부산의 의미』(2000), 공저『춘향이 살던 집에서 구보씨 걷던 길까지』(2005)가 있으며, 창작집 『다시 시작하는 끝』(1990)『길에서 형님을 잃다』(1998) 장편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2003) )『테하차피의 달』(2009)을 냈다.


차례

제1장 강은 멀고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곳, 구포
- 조명희의 「낙동강」과 김정한의 「독메」

끊긴 구포다리와 낙동강의 홍수
그 시절에 이 강을 건넜던 사람들
윤상은 선생의 집터를 찾아

제2장 동경유학생의 발길을 따라, 중앙동과 동광동
- 염상섭의「만세전」, 최찬식과 이병주의 소설들

붐비는 터널, 가까운 일본
'관부연락선'을 탔던 사람들
우체국 삼거리에 서서
일본화된 부산거리와 이인화의 두통

제3장 임시수도, 그 복닥거리는 삶을 따라, ‘완월동 제면소’에서 범일동 조선방직까지 - 이호철의 『소시민』

'완월동'국수공장에 모인 사람들
피난시절의 기호공간,국제시장
'땅끝'으로서의 부산과 어느 일본인 신사의 인사
'웃부산'으로 가는길

제4장 온천과 겨울바다, 물 위의 세계, 해운대
- 이태준의 「석양」과 최서해, 김성종의 소설들

동해남부선과 해운대
수로의 낙원호텔과 천국호텔
1930년대의 해수욕 풍경과 은빛 밤바다 위의 달
우리 아이들의 해운대

제5장 곰삭은 부산, 동래와 온천장 그리고 일광 바다
- 손창섭의 「비 오는 날」과 이주홍, 김정한, 윤후명의 소설, 오영수의「갯마을」

동래읍성에 살았던 이들
비의 장막 너머로 사라진 청춘을 찾아
붐비던 시절,온천장과 금강원의 모습들
'갯마을'의 어제와 오늘

제6장 해풍에 씻긴 근대 한국과 부산의 축소판, 영도
-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과 김은국, 조해일, 천운영의 소설들

대평동으로 가는 똑딱선
낭항동 전차종점에서
영도다리에서 다이빙하던 '내 친구 해적'

제7장 송도와 남부민동, 그리고 완월동 언덕배기
- 서정인의 「물결이 높던 날」과 최인훈의 「하늘의 다리」, 안수길, 이호철의 소설들

바다 앞에 서는 두 가지 방법
고향을 잃은 두 문학청년이 부산에서 살았던 모습

제8장 시간 너머에 공간이 있다
- 부산의 원형, 동구

좌천동,부산의 역사가 모인 곳,그리고 삼일극장과 삼성극장
고관,또는 수정동 외솔배기
초량시장 일대,그리고 '박기출외과; 찾기
남선창고,그리고 러시아 사람들의 시나마찌,텍사스촌,상해거리
,매축지,에서 현대백화점까지

제9장 요산 김정한 소설의 현장을 찾아서
- 을숙도에서 남해 선구리까지

남산동 생가와 범어사
「모래톱 이야기」와 을숙도, 그리고 낙동강
양산 메깃들과 물금,화제-「사밧재」「산서동 뒷이야기」「수라도」
삼랑진으로 가는 길-「뒷기미 나루」


책소개

『이야기를 걷다』는 경성대 국문과 조갑상 교수가 소설을 빌려 부산이라는 도시를 읽어온 지 8년 만에 낸 세 번째 책이다. 저자는 1998년에 『소설로 읽는 부산』, 2000년에 『한국소설에 나타난 부산의 의미』를 경성대 출판부에서 펴낸 바 있다. 이번 세 번째 책은 계간지《오늘의 문예비평》과 《작가와 사회》에 시간을 두고 쓴 글을 다시 정리하고 사진과 지도를 보충했다. 시간을 두고 쓴 글들이기 때문에 그 사이 모습이 변한 곳이 많아 저자는 3개월에 걸쳐 사진가와 함께 일일이 다시 찾아다니며 원고를 고쳐 쓰고 사진을 찍었다.

집필동기

조갑상 교수는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소설을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의 지난날과 오늘을 살펴보고 싶었다. 현실과 소설을 동일시해서는 안 되지만 소설은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미메시스(재현)하는 것이고, 소설 속에서 재현되는 현실은 공간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데 그것은 소설의 생동감이 공간에 대한 묘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설정된 인물이 걸었던 공간을 따져 보는 일은 소설을 살피는 데 가장 집중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이다.”

공간학 연구에 문학을 빌린 형태의 글쓰기나 문학현장 답사와 같은 글쓰기가 대중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여러 가지 책이 나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도시 공간에 대한 글쓰기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형편이고, 부산에서는《오늘의 문예비평》에 문학을 중심에 놓고 지역학과 공간학을 이야기하는 연재가 있었을 뿐이다. 문학현장 답사기는 답사문화의 활성화와 더불어 창작의 산실, 작품무대에 대한 답사 형식의 책들이 여러 출판사에서 기획되어 왔으나 이 역시 지방에서는 출판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소설이라는 문학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있으며, 소설 속에 구현된 문학현장이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자취를 하나하나 발로 밟아 가며 더듬어본다는 점에서 부산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척 반길 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문학작품의 현장답사, 문학공간학과 관계되는 저서나 논문은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한 특정지역을 소설을 통해 집중적으로 탐색한 글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지역의 역사와 사회사를 모르고 지역발전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소설을 통해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안다는 것은 문학에 대한 교양 지식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편안한 방법이다. 또한 이 책은 전문적인 학술서라기보다는 에세이풍의 교양도서에 가까운 글쓰기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 교양서적을 읽는 독자와 문학이나 부산에 애정과 흥미를 가진 독자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할 것이다.
역사(근현대사), 지리, 사회과목을 담당하는 중등학교 교사들이 이 책을 읽는 다면 학생들에게 좀 더 재미있게 지역의 역사, 지리, 사회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여러 작가들에게서 어떻게 해서 지역을 그렇게 잘 아느냐는 말과 공간이 뚜렷한 작품을 써야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역학(부산학) 연구에 문학이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부산학 연구의 한 방법론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부산이 낳은 민족문학의 큰 봉우리 요산 김정한선생

마지막 장 「요산 김정한 소설의 현장을 찾아서」는 부산이 낳은 민족문학의 큰 봉우리 요산 김정한선생(1908~1996)의 문학답사기 형태를 띠고 있다. 남산동 생가와 범어사, 「모래톱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을숙도와 낙동강, 요산이 양산농민저항사건에 연루되어 학업을 중단하게 만든 양산 메깃들과 물금·화제, 근현대사의 폭력을 고스란히 재현한 「뒷기미 나루」의 삼랑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산이 7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초기 작품 대부분을 썼던 남해로 이어진다. 가는 길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고, 지도와 사진도 곁들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요산문학의 답사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머리에

소설을 빌려 부산이라는 도시를 읽어온 지 8년 만에 세 번째 책을 내게 되었다.
책에 실린 글들은 계간지《오늘의 문예비평》과 《작가와 사회》에 시간을 두고 쓰여졌지만 수록된 글들은 하나의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 시간, 소설 속의 작중인물들이 걸어 다녔던 길을 따라 가면서 작가들의 생각들을 따지며 작품의 무대를 복원해 보고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살피는 일,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동구라는 부산의 한 지역을 추억한 글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문학양식 중에서 현실세계와 가장 많이 닮아 있다하더라도 소설 속의 인물이 경험했던 공간이 우리가 사는 현실공간과 일치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까뮈는 현실과 소설이 마주치는 미메시스(재현)의 문제를 두고 소설의 세계는 작가의 깊은 욕망에 따라 장악된 현실의 수정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현실을 빌려 작가의 의도에 따라 구축한 또 하나의 완결된 세계이기에 둘 사이를 직접적으로 겹쳐보아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작가가 인물을 빌려 걸었던 길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시간은 사라지고 흘러가도 공간과 장소만이 남는 것은 우리 실제 삶의 이치와 다를 바 없기에 우리는 공간을 통해 떠나간 인물과 시간을 다시 붙들 수 있다. 소설 속의 공간과 장소는 우리들에게 지금 여기에서의 일상적 경험의 차원을 떠나 지난 시간을 살았던 이들의 삶과 고뇌에 찬 영혼들의 속삼임을 우리들에게 전해준다.

중앙동 부산우체국 사거리는 「만세전」의 동경유학생 이인화에 의해 삼일운동이 일어나기 바로 전 해 ‘조선’의 현실을 축사한 상징적 장소가 되고, 삼랑진역은 유학길에 오른 『무정』의 주인공들이 수해를 당한 헐벗은 농민들을 위해 즉석음악회를 여는 곳으로서 1910년대 낙관적 계몽주의의 시선이 집약된 공간이 된다. 또한 낙동강과 구포역, 구포다리는 조명희와 김정한의 작중인물들의 발걸음에 의해 역사적 의미공간이 된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서 썼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들이 효율성만이 강조된 근대화의 산물이겠지만, 특히나 항구도시로서 부산은 급격하게 기억의 공간을 무너뜨리며 성장했다는 생각이다. 기억의 공간들이 여지없이 파괴됨으로써 부산이 추상적인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는 기왕의 지적들은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어김없이 확인되었다. 기억할 공간이 없다면 지나간 시간도 무화된다. 우리 인간이 기억함으로써 존재한다는 걸 믿는다면 공간과 같이 시간이 사라지는 모습은 안타까움 이상의 마음을 갖게 한다. 물론 『뉴욕의 역사』를 쓴 프랑수아 베유의 말처럼 대도시의 역사는 썼다 지우고 지금 현재에도 다시 써넣는 양피지 같은 역사일 수밖에 없겠지만 시간을 간직한 공간이나 건축물까지 헐면서 역사가 부재하는 도시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행이나 답사형식의 글들이기에 글을 썼던 시점과 책으로 묶어내는 오늘 사이에도 길이 새로 나고 건물이 헐리고 세워지기에 다시 발품을 팔아 처음의 원고를 수정 보완해야 했음은 어쩔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아무쪼록 이 책이 부산과 경남 일부지역, 그리고 김정한소설 읽기의 한 통로로 자리했으면 더할 수 없는 기쁨이겠다.


책 속으로

점이라는 농촌 주부의 이야기를 통해 국유지 불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김정한의 단편 「독메」(1970)에 김해 쪽에서 구포다리를 건너오는 장면과 구포장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독메란 넓은 들에 흩어져 있는 고립촌락들을 이르는 말로 김해 사람들은 섬바위, 들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구포다리도 저쪽 끝이 빤히 바라보이면서도 실상은 멀었다. 게다가 길 폭이 좁은 위에 쉴 새 없이 차가 오고 가기 때문에, 점이는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한쪽 옆으로 바싹 붙어 가야만 했다. 그래도 우락부락한 운전수들은 마구 퍼붓기도 했다.
“눈깔이 없나?”
점이는 눈물이 핑그르르 돌 때도 있었다.
다릿목에서는 거간꾼들이 각다귀처럼 덤빈다. 안 된다! 예까지 끌고 온 물건을 그들에게 헐값으로 넘길 수는 없다. 점이는 억척보두 같이 장거리로 끌고 간다. 그러나 시장 안 채소전 거리에는 들어갈 도리가 없다. 가까이 가서도 안 된다. 허가가 없기 때문이다.
부득이 시장밖에 리어카를 세워야 한다. 그래도 장 세금은 꼬박꼬박 물었다. 팔에 완장을 두른 시장 사무원이 어느새 보고 달려온다.
도회지 아낙네들은 도대체들 여간내기가 아니다. 이것저것 마구 뒤져 내 가고 얼토당토않은 값을 걸어온다.
(본문, 23쪽)

구포 다리

해마다 되풀이되는 낙동강 하류의 홍수는 이 지역의 숙명이었다. 그래서 근대문학이 이 근대적 축조물을 통해 하구 범람의 숙명을 극복하려는 장면을 연출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연을 폭력적으로 교정함으로써 획득하게 된 안온함은 더 큰 자연의 위력 앞에 별 힘을 쓰지도 못하고 무너지고 말지만. 혹 옛 사람들은 하구 범람에 맞서 투쟁했던 게 아니라 생명의 과정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2003년 태풍 ‘매미’로 끊기기 전의 구포다리와 끊긴 후의 모습. (20쪽)

새로 짓기 전의 구포역과 오늘의 모습

구포역은 1920년대의 문제작 「낙동강」의 여자주인공 로사가 북행열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으로 해서 기념비적인 공간이 되었다. 동경으로만 향했던 근대 지식인들에게 ‘북행’은 그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했을 것이고 식민지 자본주의 현실을 타개할 희망으로 보이기도 했을 법하다. 식민지 수탈의 첨병인 철도 내부에 가로 놓여 있는 식민지 극복에의 희망이 서서히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에서부터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지 않던가. 우렁찬 기차 소리 사이로 날카롭게 비켜나가는 로사의 상기된 얼굴이 문득 스친다. (31쪽)

국제시장

국제시장은 해방 후 난전에서 시작되었다. 전쟁 중 이곳은 생존의 공간이자 기회의 공간이기도 했다. 삶이 펄떡거리며 뛰는 시장이 희망을 주었다는 것은 이념의 각축장이었던 그 시기에 다른 삶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전쟁 당시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 (82쪽)

해운대 해수욕장


최서해 소설에 묘사된 해운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옛 사진이다. 동백섬에서 바라본 광경인데 멀리 장산이 보인다. 사진에는 카메라의 피사체에 해운대를 담아내기가 역부족이었는지, 해송 세 그루가 흐느적 서 있다. 이는 해운대라는 자연을 카메라라고 부르는 원근법적 인식으로 장악하기 어려운 풍경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최서해에게 해운대가 ‘옛날 한시를 읽는 맛’으로 다가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116쪽)

영도

근대 초기 지금의 중구청 쪽에서 바라본 영도와 오늘날 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바라본 영도의 모습이다. (159쪽)

영도 다리

역사적인 건축물이 거의 다 사라진 부산에서 영도다리는 가장 기념비적인 것이다. 영도다리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다. (173쪽)

완월동

‘법’은 완월동 사창가를 만들고 또 폐쇄시켰다. 뒤편에 천마산이 흐리게 보이는 1920년대의 완월동 모습과 오늘의 모습이다. 일인들이 많이 살았던 ‘부산’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는 ‘매춘’이었다. 도시 운영에 있어서 세금 부담을 가장 많이 담당했던 것도 바로 게이샤로 대표되는 매매춘 종사자였다고 한다. 처음에 이들은 일본에 유곽이 들어서는 방식 그대로 보수천 양 쪽으로 들어서 있었는데, 땅값 상승과 보수천 매립 등으로 완월동으로 옮겨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대만에서는 현지 여성을 고용하여 영업을 했다고 하는데 조선에서는 일본여성이 직접 고용되었다는 점이다. (207쪽)


 관련 글

도시의 속살 - 지역에서 출판하기(4) | 산지니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 - 우리가 기억하는 부산은 어떤 곳인가요
곰삭은 공간에 대한 기억(독자리뷰) | whitecow38
2006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


이야기를 걷다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신국판, 300쪽, 10,000원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특별한 소설집이 출간 됐습니다. 사실 이 멋진 제목은 연합뉴스 고미혜 기자님의 작품입니다. 신간 <부산을 쓴다>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을 요렇게 달아놓으셨드라구요.

 

 

 

그림 심점환 (부산일보 사진제공)

작년 요산(樂山) 김정한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08년 8월 14일부터 매주 한 차례 부산일보에 연재됐던 단편소설들을 묶어 책으로 낸 것입니다. 책에는 신문에 연재되지 않은 8편을 더해 모두 28편의 작품이 실렸습니다. 책은 글을 살리느라 그림을 뺐지만 신문 연재는 서양화가 심점환의 그림도 같이 볼 수 있답니다.

 

20대 여성 작가부터 70대 원로 소설가에 이르기까지 부산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28명의 소설가들이 쓴 원고지 30장 분량의 짧은 글들의 배경은 구포시장, 사직야구장, 용두산공원, 반송, 영도다리, 온천천 등 부산 곳곳입니다.

 

 

온천천은 부산 금정산에서 시작해 금정구,동래구,연제구를 거쳐 흐르는 하천입니다. 과거 무분별한 개발로 하천 생태계가 거의 파괴되고 오염이 심해 사람들이 외면했는데, 1995년부터 연제구에서 온천천 살리기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자연환경이 많이 살아났습니다. 더불어 하천옆의 집값, 땅값도 많이 오르고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 받아 주말이면 꽤 북적거립니다.


 

정태규의 '편지'는 동래읍성 해자(垓字)에서 발견된 400년 전 부부의 편지를 읽고 죽은 남편에게 편지를 쓰는 아내의 이야기다.

임진왜란 당시 함락의 슬픔을 안고 있는 동래읍성은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부부의 애틋한 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됐다.

1987년 초량동을 배경으로 한 정형남의 '필름 세 통의 행방'에는 생전의 요산 선생이 등장하기도 한다.

시위군중과 진압경찰이 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서 요산 선생이 축사를 위해 찾았는데, 성황리에 마친 그 출판기념회의 사진을 찍은 필름 세 통의 행방은 이십 년이 훌쩍 뛰어넘은 후에도 묘연하다.

촛불집회를 보도하는 TV에 우연히 잡힌 옛 사랑을 찾아 서면으로 간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조명숙의 '거기 없는 당신'에서 등장하는 대현지하상가, 동보극장, 쥬디스태화처럼 부산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지명들도 소설집 곳곳에서 등장한다.
-연합뉴스

수록작 가운데 박명호의 단편 〈야구장에서 돼지를 사냥하다〉는 사직야구장을 무대로 부산 사람들의 유별난 야구 사랑을 그렸다.
-조선일보




부산을 노래한 시는 간간이 시집으로 묶여 나왔지만, 소설의 경우 집단적으로 지역을 화두로 한 창작물이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으로는 혹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서울을 쓴다><마산을 쓴다> <통영을 쓴다> 등등.

 책의 표지 그림은 부산역 맞은편 보리밥집 거리 풍경인데, 첫 창작 그림책 <입이 똥꼬에게>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젊은 미술가 박경효의 작품입니다. 최영철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산지니)에 그린 부산 관련 작품들과 그림책에 실린 원화들로 2008년 여름  광안리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었지요.



 

책 속으로

 

삼팔따라지 인생이라는 말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짓고땡 노름판에서 삼월 사꾸라와 공산 팔 패를 잡으면 끝장이지만 여기서는 숫자의 의미가 확 달라진다. 평일에는 파리를 날리다가도 장날이 되면 한 밑천 톡톡하게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오일장이 현대인들의 외면으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구포장은 좀 다르다. 낙동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좋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사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지금도 장날이 되면 유동 인구가 이만여 명을 넘을 정도다. 
- 본문133~134p <아름다운 숙자씨>

 

도와줄 거라며 불룩한 배를 디밀고 여기저기 다니던 남편은 가만히 있으라는 타박을 듣고 난 후 먹다 남은 배를 손가락으로 집어먹고 있었다. 안 먹으면 그것도 처치 곤란이니 이곳저곳 얼쩡거리는 것보다야 나았지만 명절 끝이라 여전히 주는 것 없이 미웠다.
저렇게 맛있을까.
H는 힐끗 남편을 쳐다본 후 다시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따 반송 한 번 가 볼까?”
입 안에 배를 문 남편의 불분명한 발음이었지만 H는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뭐 바안쏭?
여벌 수저를 챙기던 H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 사람이 갑자기……?
수저를 들고 있던 손끝이 아주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어쨌든 못 들은 척했다.
“반송에 가 보자니까.”
못 들은 척하기에는 너무 큰 목소리였다.
“뭐 하러?”
H는 시치미를 떼고 최대한 퉁명스럽게 물었다.
“상가를 한 번 볼까 해서. 3호선이 개통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H는 갑자기 볼일이 생각났다는 듯 수저를 내팽개치고 베란다로 나갔다. 금방까지 떠올리고 있던 ‘그때 그 사람’ 변이 살고 있던 곳이 바로 반송이었다.  
- 본문133~134p <반송을 만나는 두 가지 방법>


차례

1부
편지 - 동래읍성 정태규
마지막 인사 - 범어사 정인
야구장에서 돼지를 사냥하다 - 사직야구장 박명호
별을 향해 쏘다!! - 온천천  김미혜
연꽃은 피고, 또 지다 - 두구동 연꽃소류지 이인규
온천장의 새벽 - 금정산 전용문
영혼들의 집 - 영락공원 유연희

 2부
다시, 희망을 - 구포국수 이상섭
연인 - 을숙도 박향
일몰 - 삼락공원 김일지
물이 되어 - 녹산 수문 주연
설레는 마음으로 - 다대포  김서련
아름다운 숙자 씨 - 구포시장  고금란

3부

거기 없는 당신 - 서면 조명숙
가족사진 - 용두산공원 황은덕
아침바다를 만나다 - 태종대 옥태권
시간의 꽃을 들고 - 부산진성  박영애
영도, 다리를 가다 - 영도다리 구영도
필름 세 통의 행방 - 초량  정형남
태양을 쫓는 아이 - 하얄리아부대 이정임

4부
모리상과 노래를 - 해운대  조갑상
반송을 만나는 두 가지 방법 - 반송 정영선
뜨거운 안녕 - 좌수영교 이미욱
빛과 그늘 - 광안리  문성수
낙농마을 이야기 - 황령터널  정혜경
내 님을 그리사와 - 정과정비  이규정
매미가 울었다 - 수영사적공원  김현
월가(月歌) - 이기대  나여경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낭만인생 2009.10.15 1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책 같아요

    • BlogIcon 산지니북 2009.10.15 1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호. 낭만인생님. 감사합니다. 부산에 살고 있거나 부산에 살았던 분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책이지요. 다들 좋게 평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아~ 머리가 아프다. 왜냐. 보도자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편집자가 하는 각종 잡무(?-난 편집자는 우아하게 책만 보고 교정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ㅠㅠ) 중에 아주 무지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보도자료 작성이다. 책 출간일에 맞춰 책 홍보를 위한 사전작업 중 하나다. 각종 일간지나 주간지 등 책 소개란에 실릴 수 있게 최대한 멋지게(?) 써야 한다.


출판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신문 서평란에 실리는 글은 모두 기자가 직접 책을 다 읽고 쓰는 줄 알았다. 물론 어떤 기자는 직접 다 읽고 편집자보다 더 정확하게 책의 내용을 간파하고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서평을 쓰기도 한다. 진짜 예술이다.


하지만 보통 한 달에 거의 몇백 권씩(심했나!!) 쌓이는 책을 어떻게 다 일일이 읽어보고 서평을 쓰겠는가. 출판사에서 보내준 보도자료만 한 번 휘리릭 보고 다룰 것인지 말 것인지. A(신문 반 장 정도 큰 사이즈) 사이즈로 할 건지 E(두세 줄 정도) 사이즈로 할 건지 결정한다.


A 사이즈로 나면 무지 좋아한다. 신문광고보다 더 효과가 좋으니...

어디에? 당근 책 판매에 말이다. 기사가 안 나거나 작게 나면 엄청 스트레스 받는다. 옆에서 가재미눈으로 누군가 나를 갈군다.
 

아 무지 부담된다. 더구나 나같이 출판사 들어오기 전에는 일기 외에는 써 본적이 없는 경우에는 간단한 신변잡기 하나 쓰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막중한 임무를 띤 보도자료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각설하고 오늘은 조만간 출간될 <부산을 쓴다> 보도자료를 써야 한다.


요산 김정한 (부산일보 사진제공)

이 책은(잠깐 책 홍보 ㅎㅎ) 요산 김정한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제11회 요산문학제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책이다. 요산 김정한 선생은 누구보다 부산과 낙동강을 사랑하였다. 요산 선생은 그냥 단지 하나의 공간에 불과했던 곳에 장소성을 부여함으로써 우리 문학의 중요한 장소로 의미화하였다. 낙동강이 그냥 낙동강이 아니고 을숙도가 그냥 을숙도가 아닌 것이다. 그럼 뭘까요.(^^) 그러한 요산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부산작가회의에서 부산의 주요 명소와 지역을 소재로 시와 소설을 써서 시집과 소설집으로 묶어 낸다는 기획을 세우고 여러 시인과 소설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한 것이다.

 


‘부산을 쓴다-시집’은 문학제 행사 기간 중에 타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었고 소설집은 부산일보에 연재를 마친 후 연재된 20편에 8편을 더 추가하여 연재가 끝나면 출간될 예정이다. 부산작가회의 소속 작가 28명이 참여하여 부산의 명소나 장소를 개인적 체험이나 역사적 사실을 버무려 서사화하고 있다. 비록 한 편이 원고지 30매 분량으로 짧지만 한 편 한 편마다 한 편(으... 단어 반복, 나의 역량 부족)의 소설로 부족함이 없다.

12월 25일 부산일보에 마지막 연재(이상섭 소설가가 대망을 장식함-진짜 재밌음, 거짓말 아님)로 연재가 끝나면 짜잔~ 서점에 깔릴 예정이다. 거기에 맞춰 출간을 하기 위해 엉덩이에 땀띠 나게 열심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편집은 이제 거의 다 끝났으니 난 보도자료를 써야 하고 디자이너는 표지작업을 하고 있다.

왼쪽 시안은 부산역 앞 거리풍경이고 오른쪽은 보수동 헌책방 골목 풍경.

 

일단 최종적으로 두 개의 시안을 잡았는데 어느 걸로 할까 의견이 분분하다. 여러분은 어느 것이 좋으세요? 추천 받습니다. 자기가 추천한 것이 선정되면 상품이 있을까요. 없을까요(갑자기 웬 존댓말). 자기가 추천한 표지가 책에 박히는 영광을 드림.ㅎㅎ.

이런 시도는 내가 알기로는 전 세계적(진짜?)으로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하여튼 이런 중요한 책의 보도자료를 써야 하는데 책이 색다르다 보니 보도자료 쓰기가 대략난감이다. 거기다 갖다 써먹을 자료도 설상가상으로 부족하다. 이 책을 엮은 이상섭(가명) 샘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한 줄 써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시얍”. 발뺌이다. 아 이런 갈수록 태산이다. 거기다 수시 때때로 우리 사장님은 빨리 쓰라고 닦달이다. 정말 웬수가 따로 없다.

어쨌든 없는 머리 쥐어짜서 보도자료나 빨리 작성해야겠다. 아자아자. 잘 쓸 수 있게 기를 불어 넣어 주셔!!  

- 김은경

'출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지사도 먹고 살아야지  (2) 2009.01.08
2008년 마지막 선물 <빛>  (3) 2008.12.19
편집자는 우아한 직업?  (7) 2008.12.18
축! 환경도서 당선  (4) 2008.12.05
드라마 출연한 <돌이야기>  (2) 2008.11.14
축! 교양도서 당선.  (7) 2008.11.04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부산사람 2008.12.18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왼쪽에 한 표. 부산 역 맞은편 풍경. 이렇게 보니 달라 보이네요. 보리밥집에서 된장에 쓱쓱 비벼 먹은 보리밥도 맛있었어요. 가격도 저렴하구요. 백조커피숍은 기억 잘 안나네요.

  2. BlogIcon 늘 축제였음 2008.12.19 15: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일보는 크게 쓰겠네요. ^^ 보수동 책방 골목 한번 간다간다하는 게 근 1년째네요. 글 잘 읽었음다.

  3. BlogIcon 산지니북 2008.12.24 1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부산일보 외에는 조금 걱정이 되네요.^^

  4. 할렘녀 안나킴 2009.01.07 0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왼쪽에 매우 한표입니다. 서울토박이 저로써는 오른쪽 골목길은 서울풍경 혹은 그냥 전국곳곳에 있는 골목길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왼쪽은 색감이나 느낌이 확 달라요!!

  5. 편집자희망생 2013.12.05 1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집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올라와 있는걸 보니깐 세삼 방가우면서도 굉장히 어려워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