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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28 [서평] 당신이 곧 나이기 때문에_『어느 돌멩이의 외침』 (1)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당신이 곧 나이기 때문에

어느 돌멩이의 외침


인턴 최예빈 


어느 때 한 시절을 풍미하는 책들은 자연히 시대정신과 그 배경을 담기 마련이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잉게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제각각 장르도, 결도, 국가도 다르지만 내게는 모두 한국의 7-80년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해주는 책들이다. 이제 여기에 한 권이 더해진다. 바로 유동우의 <어느 돌멩이의 외침>이다.

이 책의 이름을 처음 알게된 것은 학부 때(졸업을 못했으니 지금도 학부지만) 한창 교지를 만들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후반 이념전쟁을 그대로 거쳤던 대학잡지는 재밌는 구석이 많았다. 재고로 쌓여있던 90년대 출간 교지들을 읽어보면 NL이니 PD, 지금의 대학생으로선 뜻모를 단어들이 가득했다. (표지에는 빨간색으로 극우반동분자구독금지딱지가 붙어있었으니, 말다했다.)

그때 그 낡은 교지를 펼쳤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어느 돌멩이의 외침>이다.


그렇게 외워둔 제목을 3년이 지나 산지니 인턴을 하면서 다시 마주쳤다.


 

유동우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노동문학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한때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였던 이 책은 당시 공안에게 금서 처분을 당하면서 대화출판사, 청년사 등 출판사를 달리하여 출간되었다가 정지되기를 반복하는 수난을 겪었다. 90년대 초 청년사 판본을 마지막으로 유통되지 않았던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기획된 공동출판프로젝트 '너는 나다'를 통해 다시 세상에 나왔다. 


저자 유동우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공장노동을 시작한다. 70년대 노동환경은 열악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저 끼니를 챙겨주는 것에 감사해야했던 함빠생활은 노예노동에 가까웠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자아를 강하게 갖고 있던 유동우기업의 이런 횡포와 착취를 묵과할 수 없었다. 저자는 결국 여러 각성과정을 거쳐 70년대 초, 인천의 삼원섬유에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든.

사측의 방해공작과 어지러운 시대상황 탓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저자는 마침내 외국인투자기업은 노조를 설립하지 못한다는 묵계를 깨고 삼원섬유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낸. 부평공단 최초의 노조였다. 이제 삼원섬유의 종업원들은 노조를 통해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의식을 각성하고,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누구든지 남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본보기로 보여주어야지요우리가 노동조합을 하는 것도 다른 것이 아니에요기업주의 횡포에 대해 법에 의해서 우리의 권익을 보장받자는 것이지요기업주에 대해선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야겠다면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권리는 짓밟혀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모순이잖아요여성으로서의 권리나 노동자로서의 권리또한 사람으로서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우리는 철저히 찾아야 합니다


각성은 도미노처럼 작용한다
. 한번 고취된 의식은 전방위적 감각을 일깨우고, 여성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여성으로서의 위치를 자각하게 했다노동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형식의 억압과 지배구조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공장 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에 비해 못한 대우를 받았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공임이 적은 가공부에 소속되었으며, 그마저도 깎이기 십상이었다. 적은 임금에 쪼들리던 여성들은 다방과 술집으로 '부업'을 나가는 등 사실상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실정이었으나, 초기 노조의 설립을 주도하고 간부직을 도맡은 것 또한 모두 남성 노동자였다.



그랬던 여성 조합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아가면서 저항의 원리를 터득하고, 자신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차츰 깨뜨려간다. 자발적으로 공부모임을 조직하고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남성의 보조자가 아닌 책임자로 스스로를 위치 짓는다. 


여성 상위시대란 말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볼 때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조금씩 진출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기 때문에 좋은 의미의 말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그 말을 우리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볼 가치는 있다그 말을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시대적인 요청이라고 바꾸어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성들이 저질러 놓은 전쟁, 빈곤, 독재 등의 파괴적인 것에서 이제 여성이 참여하여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어떤 예시일 수도 있는 것이다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들도 앞으로는 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남성들이 저지른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무언가 새롭고 창조적인 것으로 이 사회를 개혁해 나가는 것이 사회에 새로이 참여하는 여성의 책임이다그런 면에서 우리는 그 말을 더욱 진지하고 책임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자들이 남자한테 좀 맞았기로서니 뭐가 그리 큰일이라고 <;;


노조 내에 만연했던 여성폭력을 지적하는 유동우의 통찰은 후일 드러나는 100인위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하며 뼈아프게 다가온다. 당시 운동권에서는 반집행부적 성향의 여성 노동자를 어용으로 몰아 운동에서 배제하고, 운동권 내부에서 일어난 성폭력을 사측의 사주로 명명함으로써 일축시켜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노동해방이라는 '대의' 앞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소한 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기본적 원리가 남녀관계에 적용될 수 없다면 노동조합 또한 아무 의미가 없다.

 


유동우는 삼원섬유 노조를 설립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다. 즉각 반발하며 조합원들과 함께 부당 해고에 항의하지만, 결국 경찰에 구속되며 취업 금지 대상자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을 원천봉쇄 당한다. 이후 재야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며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조직하는 일을 이어나가지만, 전민노련 사건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가혹한 고문을 받은 뒤 구속된다. 


여러분은 결코 약해져서는 안 돼요.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내가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내가 쫓겨나리라는 것을 각오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항상 힘을 길러야 한다고 했잖아요. 여러분들이 내 뒤를 이어 내가 하던 일을 더욱 멋지게 해준다면 나는 결코 죽지 않는 겁니다. 비록 억울한 중상모략을 당해 쫓겨나긴 하지만 우리가 함께 가꾸어온 이상과 정신은 여러분들 속에서 언제까지나 사는 것이에요. 이렇게 해서 우리들은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나는 비록 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일했지만 결코 그 시간이 짧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조금의 미련도 없어요. 왜냐하면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물론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평가해주겠지만... 나는 복직이 안 되어도 아무 상관없어요. 다만 여러분들이 나보다 더 우리 분회를 잘 발전시켜준다는 그것으로 나는 만족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곧 나 자신이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며 동료들에게 남긴 저자의 말은 '너는 나' 프로젝트의 정신을 관통한다. 당신이 곧 나라는 연대의 정신. 우리가 유니온을 만들고 코뮨을 상상하는 것은 내가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닌다. 타인의 고통을 좌시하고 있을 수 없기에 하는 일이다. 당신이 나이며 내가 당신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여기에 희망이 있다. 돌멩이의 외침은 바위가 되어―어떤 노랫말처럼―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된다.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시리즈 

어느 돌멩이의 외침 - 10점
유동우 지음/철수와영희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10점
이창우 지음/산지니

스물셋 - 10점이종철 지음/보리

읽는 순서 - 10점
노정임 지음, 김진혁 그림/아자(아이들은자연이다)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 - 10점
강성규 지음/한티재


작은 너의 힘 - 10점
조영권 지음, 방윤희 그림/비글스쿨

우리들은 정당하다 - 10점
뤼투 지음, 고재원.고윤실 옮김/나름북스
무조건 기본소득 - 10점
다비드 카사사스 지음, 구유 옮김/리얼부커스
JTI 팬덤 클럽 - 10점
김인철 외 지음/북치는소년
노동인권수업을 시작합니다 - 10점
양설 외 지음/(주)학교도서관저널
여기, 우리, 함께 - 10점
희정 지음/갈마바람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 - 10점
김원 지음/이매진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 - 10점
박영미 지음/산지니







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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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4.28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멋진 서평입니다. 글에 속 빠져서 읽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