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를 보고 유령처럼 보여 깜짝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 자세히 보면 나무일뿐이다. 밤길이 두렵다는 조건이 작용했기 때문에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착각을 일으켰다.

이러한 착각은 일상생활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이 착각이라고 알아채지 못하는 착각, 이런 까닭에 모든 고뇌가 발생하는 착각이 있다. 그 근원적인 착각은 ‘자기라고 하는 실체가 실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들은 보통 울거나 웃거나 먹거나 마시거나 하는 자신이라는 존재가 현재 여기에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유식(唯識)사상은 이를 강하게 부정한다. 존재하는 것은 단지 정신활동 뿐이라는 것. 단순히 주관적인 인식작용만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객관과 주관의 양자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단지 나타내진 것, 알려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유식사상의 본질은 자기 마음을 떠나

외계 사물이 존재한다는

집착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데 있어

세상 모든 존재와 작용은

오직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용에 불과

자기라고 하는 실체가 존재한다는

착각에서 모든 고뇌 발생

 

예를 들어 나무를 바라봤을 때 시각의 대상인 나무라는 사물과 나무라고 인식하는 심적 활동은 모두 어떤 것에 의해 나타내진 것이다. 현실에서 인정되는 외적 현상과 내적 정신은 모두 어떤 근원적인 것에 의해 나타나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유식의 근본적인 정의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모든 존재를 낳게 하는 근원체는 무엇인가. 바로 아뢰야식이다. 아뢰야는 ‘저장하는 것’, ‘모으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풍경 모두가 인화지 위에 새겨지는 것처럼, 모든 정신적 육체적인 활동은 아뢰야식 속에 심어지며 이 종자는 일정기간 저장되고 성숙되어 새로운 존재를 낳게 된다.

아뢰야식도 식이지만 우리들의 의식으로 경험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기 때문에 심층심리에 속한다. 마치 멈추지 않는 물의 흐름처럼 의식의 근원체로서 멈춤 없이 활동한다는 점에서 아뢰야식은 생명의 근원으로도 불린다.

저자는 우리들에게 눈을 더 크게 떠서 심층으로 눈을 돌리라고 당부한다. 마음이 약하고 키가 작다고 괴로워할 수 있지만 이는 표층의 물거품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저것은 버드나무다. 혹은 유령일지도 모른다’라는 개념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려는 의식이야말로 정신활동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왜곡의 요인이다.

 


유식이란 ‘모든 존재는 아뢰야식에 의해 나타나게 된 것,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실에서 인정되는 외적 현상과 내적 정신은 모두 아뢰야식에 의해 나타나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적 정의이다.

 

사물을 보는 방식의 개혁이야말로 불교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아뢰야식이라는 자기의 근원을, 존재 전체의 근원을 변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식사상의 본질은 자기 마음을 떠나 외계 사물이 존재한다는 잘못된 집착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 있다. 모든 사상이나 존재는 자기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를 키우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사상이나 존재를 만들어낸 마음 그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태까지 자기의 존재방식을 고양하는 것이다.

유식사상은 끊임없이 인간의 심적 작용을 분석하며 인간의 내적 세계로 탐구해 들어가는 역사와 함께 한다. 서양의 심리학을 능가하는 멋진 이론을 갖고 있으며 학문으로서 심리학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본래 존재방식으로 되돌리기 위한 치료법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30쇄 이상 출간된 스테디셀러이다. 저자가 30대일 때 집필한 초기 저작이지만 이후 30여 년에 걸쳐 증판을 거듭했다. 단순한 이론 습득을 넘어 마음을 정화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도록 돕는 실천적 가르침으로서 유식사상을 접할 수 있다.

현재 릿쿄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번에 책이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것은 큰 기쁨”이라며 “유식사상의 연구와 수행이 다방면에서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홍다영 기자_불교신문 2978호/2014년1월18일자]

출처: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129

 

 

불교의 마음사상 - 10점
요코야마 고이치 지음, 김용환 외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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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김종신 2014.01.27 1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들이 착각이라고 알아채지 못하는 착각, 이런 까닭에 모든 고뇌가 발생하는 착각이 있다. 그 근원적인 착각은 ‘자기라고 하는 실체가 실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저도 사진 찍으면서 착칵에 자주 빠져 삽니다 ㅎㅎㅎ.

 

 

 

▶삶이 괴로운 이유,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유식(唯識)에서 답 찾기

삶이 괴로운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는 이 괴로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불가의 설명에 따르면 마음을 뒤덮은 번뇌로 인한 우리의 여러 활동이 생․로․병․사를 초래하는데, 이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에서 번뇌를 없애고 정화하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오직 마음뿐’이라는 뜻의 ‘유식(唯識)’사상이 필요하지만, 세상의 모든 존재와 작용이 오직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는 이론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유식사상 입문서인 『불교의 마음사상』〔원서명 『唯識思想入門(유식사상입문)』〕은 일본에서 30쇄 이상 출간된 스테디셀러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사례와 다양한 도식을 들어 난해한 유식을 그 근본부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단순한 이론 습득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실천적 가르침으로서의 유식사상을 접하게 하는 책입니다.

 

▶불교 최고의 발달 사상, 마음의 비밀을 탐구하는 “유식(唯識)”

유식사상이란 기원후 3~4세기경 인도에서 기원한 불교사상입니다. 불교는 붓다 생존과 사후 수십 년간의 원시불교, 이후 논쟁과 분열을 거듭하다 발흥한 부파불교(소승불교), 자기보다 타인의 해탈구제를 우선으로 하는 대승불교 순으로 발전했습니다. 대승불교는 사상적으로 『반야경』에 근거한 ‘공사상’과 『해심밀경』 등에 근거한 ‘유식사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후자를 추구한 집단을 ‘유가행파(瑜伽行派, Yogcāra)’라고 부릅니다. 이 유가행파의 사상이 유식사상이다. 유가행파의 유식사상은 반야의 공사상을 답습하면서 ‘식(識)’이라는 존재를 어떤 의미로 인정함으로써 공사상의 허무적 측면을 시정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교리적인 측면에서 유식사상은 최고도로 발달한 불교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원의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 볼까요. 유식사상에 따르면, ‘나무’라는 사물과 그것을 감각·지각하는 ‘심적 활동’, 이 양자 모두 어떤 것에 의해 나타났다고 여깁니다. ‘현실에서 인정되는 외적 현상과 내적 정신은 모두 어떤 근원적인 것에 의해서 나타나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 ‘유식’의 근본적 정의입니다. 여기서 근원적인 것 근본적 심리활동을 ‘아뢰야식’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유식이란 ‘모든 존재는 아뢰야식에 의해서 나타나게 된 것,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의미가 되겠죠.

 

▶마음을 치유하는 ‘구제의 심리학’

유식사상의 역사는 바꾸어 말하면 인간의 내적 세계로 탐구해 들어가는 역사였다. 이것인가 이것인가, 라고 말할 정도로 끊임없이 인간의 심적 작용을 분석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가 아뢰야식과 말나식의 발견이고, 여러 식들의 상호 인과관계에 의한 정신의 순환적 흐름(아뢰야식연기)을 해명하는 것이었다. 특히 유식사상은 서양의 심리학을 능가할 정도의 멋진 이론을 성립시켰다. 게다가 그것은 단지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이 아니라, 더러움으로 가득 찬 비정상적인 인간의 마음을 정상적인 본래의 존재방식으로 맑게 되돌리기 위한 치료법으로서의 심리학이었다. 유식사상에 ‘심리학’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실로 ‘구제의 심리학’이라고 불려야만 한다.

-서론 중에서

 

유식사상은 외계의 사물과 자기의 존재조차 부정합니다. 하지만 식(識)에 얽매인다면 그것도 하나의 집착이 될 뿐이겠지요. 식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일은 자기 마음의 작용과 외계의 사물 가운데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종교적 실천을 행하는 일입니다.
분주하게 부대끼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우리의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허하고 때로는 아프기도 합니다. 『불교의 마음사상』은 마음속 미지의 세계로 침잠하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그 깨달음으로 번뇌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을 선사할 것입니다.

 

 

아시아총서 08

『불교의 마음사상유식사상입문

요코야마 고이츠(橫山紘一) 지음 | 김용환, 유리 옮김
종교 | 신국판 변형(153*210) | 208쪽 | 18,000원
2013년 12월 30일 출간 | ISBN :
978-89-6545-234-8 94220

불교의 유식사상(唯識思想) 입문서. 일본에서 30쇄가 넘게 출간된 스테디셀러 『唯識思想入門(유식사상입문)』을 번역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사례와 다양한 도식을 들어 난해한 유식을 그 근본부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 : 요코야마 고이츠(横山紘一)
도쿄대학 문학부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인도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그 뒤 도쿄대학 문학부 조교, 릿쿄대학 문학부 교수를 거쳐서 현재는 릿쿄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유식불교사전』, 『유식사상입문』 등이 있다.

역자: 김용환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대정대학교 범문학 연구실을 수료하였다. 현재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신라의 소리 영남범패』(공저), 『불교예술과 미의식』(공저), 『요가와 선』(공저)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무기설에 대하여」, 「원시불교에 있어서 법 사상의 전개」 등이 있다.

역자: 유리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논문으로는 「해석학의 존재론적 정조에 관한 연구」가 있으며, 역서로는 『인도인의 논리학』(공역), 『불교인식론』(공역) 등이 있다.

 

 

불교의 마음사상 - 10점
요코야마 고이치 지음, 김용환 외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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