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인문 에세이

 

시인의 공책

 

 

 

 

▶ 문학 평론가의 눈으로 들여다본 세계의 깊이와 넓이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 주제를 넘나드는 사유의 향연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후 부산을 거점으로 문학 평론가로 활동해온 구모룡의 에세이집 『시인의 공책』이 출간됐다.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한 저자는 부산 문학 평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감성과 윤리』, 『은유를 넘어서』 등 여러 권의 비평서를 출간하며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활동을 했다.
구모룡 인문 에세이 『시인의 공책』은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 하얀 공책에 차곡차곡 써내려가듯
공(空)으로 향하는 문학에 대한 사유

 

 

‘공책 하나만 들고 온 세상을 서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은 서재에 갇혀 온갖 가려움에 시달리며

나의 영혼은 낡아만 간다. 언제쯤 글쓰기의 모순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그 누군가 내 글을 읽지 않는다면 내 글은 빈 여백과 다를 바 없다. 다행히 그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 하여도 그가 생성하는 의미가 전부 내 것이라고 우기지 못한다.’

 

_ p.5 「서문: 글쓰기의 여백」 중에서 

 

 

 저자는 다른 사람의 활자와 문장을 쉴 틈 없이 읽어야만 빈 여백을 빽빽이 채워나갈 수 있는 ‘글쓰기의 모순’에 봉착한다. 그는 긴 고민 끝에 하얀 공책에서 답을 찾는다. 텍스트의 본디 모습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텅 빈 ‘공책’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와 같은 깨달음은 이 책의 전체 메시지와도 닿아 있다. 『시인의 공책』은 공(空)의 사상에서 출발해 1부 「시인의 정의」에서는 시인으로서, 나아가 문학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추구해야 하는 선한 가치에 대해 서술한다.

 

 

 

 

▶ 촛불 집회부터 후쿠시마 사태까지
통찰과 사색의 글을 통해 사회를 보듬다

 

 

자기의 몸을 녹이면서 타오르는 촛불은 희생과 정화의 이미지를 가진다. (…)

촛불은 어둠에 맞서는 빛이자 따스한 온기이다.

단독자로서 홀로 타오르면서 자기를 응시하지만

결코 홀로 버려지지 않는 공동의 삶을 갈망하게 한다.’

 

_ p.56 「촛불에 대한 잡감」 중에서

 

 

 2부 「장미의 이름으로」에서는 위의 글처럼 촛불 집회에 대한 단상, 거리 민주주의 정신,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디아스포라에서 볼 수 있는 전체주의와 파시즘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낮은 곳으로부터의 저항과 외침에 주목한다.

 

 

‘모든 삶의 방식이 문화이고 그 삶을 표출하는 형태가 문화이다.

문화는 개인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하는 실천의 행위이다.

열린사회일수록 이 같은 문화가 만개하는 것이 당연하다. (…)

새로운 장르, 기성을 부정하는 스타일, 자유로운 몸짓들이

매체를 채우고 거리를 떠돌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_ p.99 「문화는 진보한다」 중에서

 

 

 3부 「문화는 진보한다」에서는 ‘문화’를 모든 삶의 방식이며 삶을 표출하는 형태라고 정의하며, 개인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하는 실천의 행위로 서술한다.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멋과 삶의 관계, 여름날 화려한 비키니 차림과 대비되는 시민 의식, 모두가 열중인 몸 담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염증처럼 퍼져 있는 크고 작은 ‘문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파헤치며 지식인으로서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 우리는 어떤 장소에 살고 있는가
장소와 인간의 관계를 정의하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구체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찌 보면 무감각해진 우리의 의식을 깨치는 일과 무연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반복되는 변화를 경험하면서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고

공간이 획일화되는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갖게 된지 모른다.’

 

_ p.174 「북항을 바라보며」 중에서

 

 

 4부 「장소의 혼, 장소의 멋」에서 저자는 어쩌면 너무 가깝게 있었기에 인식하지 못했던 ‘장소’의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 근대에 들어 달라진 아파트 등의 주거 장소성과 우포 늪, 황학대 등 부산·경남 지역의 사라져가는 장소에 대해 서술하며 안타까움과 각성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현대문학의 메카로서의 부산! 이는 나만의 공상이 아니다.

리얼리즘, 모더니즘, 해양문학, 추리문학 등 모든 영역에서 부산은,

한국현대문학의 중심적 가치들을 만들어 왔다.

문제는 이 소중한 가치를 부산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_ p.183 「부산은 현대문학의 메카다」 중에서

 

 

 5부 「부산, 문화의 오아시스」에서는 오랫동안 부산에서 활동한 지식인으로서 부산 곳곳의 장소성과 그에 따른 부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며, 부산은 ‘늙은 도시’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해 문화 정책과 도시계획을 통해 새로운 문화로 활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또한 임시 수도로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부산에서 전개된 리얼리즘, 모더니즘 계열의 현대문학, 바다를 옆에 둔 지리적 특성과 1960년대 근대화와 더불어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된 해양문학, 근대의 과학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추리문학까지 부산 지역에서 전개된 문학과 그 특성을 이야기하며, 부산 문화의 미래와 결부시킨다.

 

 

 

 

책 속으로

 

 

 

저자 소개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하였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등이 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목차

 

 

 

 

 

시인의 공책

 

구모룡 지음 | 208쪽 | 13,000원 | 2018년 7월 10일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시인의 공책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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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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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8.07.12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도 이쁘고 책도 이쁘네요^^ 산지니 개관식 때 많은 분들에게 자랑하면 좋겠어요

 

출간 후 많은 언론이 주목했고 그 덕분인지 5월 초판이 나온 후 1달여 만에 2쇄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10월 캠브리지대학으로부터 책의 판권이 살아 있다는 연락을 받은 후 3년여에 걸친 출간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가치 있는 책을 알아봐 준 언론과 독자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망자들의 세계에는 피아 구분이 없다

베트남 사람들은 전쟁으로 생긴 전사자의 개별 무덤, 마을 집단묘지 뿐만 아니라 무명 외지인들의 무덤도 함께 지킨다. 자기 지역에 연고가 없는 민간인은 물론 외국 군인들을 위해서도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린다. 망자들의 세계에는 피아 구분이 없다.
(…)
책은 학계에서 '사회적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던 유령의 의미를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베트남전 전몰 영혼을 내편 네편 없이 보듬다

“현대세계의 전쟁과 집단기억을 어떻게 조명할 수 있는 지 보여줬다”는 극찬과 함께 가장 우수한 동남아연구서에 주어지는 제1회‘조지 카힌 상’을 받았다. 무당들이 억울한 혼을 불러내 만나는 과정, 접신의 과정, 사당을 세우고 지전을 불태우면서 유령들을 편히 잠재우는 과정 등 저자의 상세한 취재 기록이 쭉 이어진다.
(…)
무당을 통해 죽은 원혼과 직접 대화해보기도 하고, 집요한 취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일부 지역민과 지방정부의 훼방을 뚫어가며 기록한 것들이다. 그 덕에 이제껏 소개된 저자의 책 가운데 가장 손쉽게 읽히기도 한다.
한국일보

 

전쟁 트라우마…그들에게 기억은 곧 치유다

전쟁 영웅도, 조상도 아닌 유령을 학술적으로 분석해 베트남전쟁 희생자에 대한 기억이 주는 사회적, 정치 경제적 의미를 조명한다.
(…)
권 교수는 베트남에서 발생한 잔혹한 폭력과 대규모 죽음의 역사를 치밀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동안 미국 등 서구 전쟁의 아픔은 많은 학자와 후손에게 기억됐다. 반면 베트남을 비롯한 비서구 지역의 아픔은 잘 다뤄지지 않았다.
(…)
베트남의 이야기지만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대규모 살상은 6·25전쟁을 겪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베트남 전쟁 유령 현상에서 관찰되는 화해와 연대의 가능성은 아직도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 사회에 의미심장한 윤리적·실천적 교훈을 남긴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

 

우리는 산 자처럼 싸우지 않는다오” 망자의 음성 듣고, 가족이 되는 이들

때때로 인류학자로서의 학술적 언급이 등장하지만 책은 대부분 ‘발품의 기록’이다. 저자가 만난 베트남인들은 개별 무덤과 집단 묘지를 만들어 유령들을 돌본다. 가족의 연은 물론 연고도 없는 민간인, 외국 군인 모두를 위해 향을 피운다. 구천을 헤매던 유령들은 윤리적 책임감에 따른 산 자들의 행동을 통해 강력한 상징적 변환을 거쳐 고향이 아닌 마을의 터주신이 되고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된다.
경향신문

 

인류학적 성찰 담은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책은 베트남 전쟁 이후 '전쟁유령 의례'에 초점을 맞춘다. 이 현상은 1980년대 경제개혁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부각된다. 저자는 베트남 전쟁의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기념행위가 갖는 사회적, 정치경제적, 종교적 함의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뉴스1

 

생생한 역사적 증거로 베트남전 유령 조명

런던정경대 냉전연구센터 오드 웨스타드 교수는 이 책에 실은 추천사에서 "권헌익의 책은 탁월하다. 역사학, 인류학, 문학 연구를 아우르는 이 책은 지금까지 어떤 학자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베트남 전쟁에 관한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고 썼다.
국제신문

 

‘유령’ 연구로 다시 읽어낸 베트남, 베트남전

지은이의 연구는 냉전에 대한 유럽 중심적인 인식과 연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유럽에서 냉전은 양극단의 세력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지정학적 경쟁을 펼쳤던 “상상의 전쟁”이라고 봤지만, 비서구 탈식민 지역에서 냉전은 대규모 학살의 경험이었다. 비참하고 폭력적인 경험 속에서도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 네트워크가 싹텄다는 것을 포착한 지은이의 연구는, 냉전 연구의 본질 역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겨레

 

냉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사회에 던지는 질문

베트남의 유령 관련 문화가 비합리성이나 무지몽매의 표현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 도덕적 가치, 규범, 삶의 물질적 조건 등과 복잡하게 연동돼 사회적 현실의 중요한
축으로 접근한다.
교수신문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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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6.24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정리를 해주시니, 많은 언론에서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을 다뤘다는 게 한눈에 들어오네요. +_+!!

  2. BlogIcon 별과우물 2016.06.24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기사를 써주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