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국가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의 산업 생태계와 미래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해 나갈 것이 플랫폼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플랫폼을 채우는 것은 결국 콘텐츠이며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가 콘텐츠라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서사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내러티브와 장르』(부산: 산지니, 임영호 옮김)에서 닉 레이시는 내러티브가 인간의 존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근대 소설에서부터 현재의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서사의 원형이 된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그리스 서사시와 비극이었다. 김영하는 『읽다』(파주: 문학동네)를 기원전 그리스의 서사시 작가 호메로스로부터 시작한다. 당시 모두가 알고 있던 오디세우스 얘기를 쓰기 위해 호메로스는 현재의 관점에서 봐도 상당히 복잡한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고 김영하는 지적한다. 김영하는 호메로스가 이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를 셰익스피어와 같은 후대의 천재적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다르게 쓰기(14쪽)”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호메로스가 서사시를 쓰던 시절에 내러티브에 가해진 제약은 활용할 수 있는 소재의 제약이었다. 수천 년이 된 서사의 역사와 고전을 알고 있는 지금의 창작자들에게 가해진 제약은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서사와 어떻게 차별화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읽다』로 돌아오면 김영하는 현재의 관점에서 호메로스의 작품이 현대적이라고 느껴진다면 당대에 창작되고 있는 소설, 영화, TV드라마가 오히려 고대적이며 호메로스 시대의 서사들에서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호메로스 시절에는 이야깃거리 자체가 없어 서사가 빈곤해지기 쉬웠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수많은 라이브러리가 존재하는 지금은 다른 이야기와 차별화 하는데 실패 한다면 서사의 식상함은 피할 수 없다. 어느 시대에나 좋은 서사는 찾기 어려우며 각기 다른 종류의 서사의 빈곤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최근에 개봉한 <강철비2: 정상회담>의 소재인 남북관계는 이미 수없이 많은 다른 영화들이 소재로 활용해 왔다. 문제는 소재 자체가 아니라 그 소재를 어떻게 변주해 내어 그동안 남북관계를 다룬 다른 콘텐츠들과 변별점을 확보해 낼 수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강철비1>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차별적인 서사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마 속편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전작의 성공에 힘입은 바 컸을 것이다.

플랫폼이 많아질수록 좋은 서사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고 플랫폼들은 콘텐츠를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의 수는 많은데 막상 좋은 콘텐츠는 찾기 힘들어지면서 우리는 또 다른 종류의 서사의 빈곤과 마주하고 있다.

다른 서사도 마찬가지만 영상 서사는 특히 기술적 변화에 민감하다. 현재의 동영상 소비 환경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힘입어 영상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서사의 내용과 장치가 주 타킷이 되는 영상 소비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생태계가 되어 가고 있다.

제작비가 높아지면서 콘텐츠 제작에 따르는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콘텐츠 투자의 목적은 보다 명확해야 하며,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좋은 서사란 단순히 의미 있고 재미있는 내러티브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적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고 이용자의 니즈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서사만이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플랫폼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좋은 서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미디어 뿐 아니라 커머스와 같은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서비스 하면서 플랫폼이 산업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쪽으로 초점이 맞추어 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미디어 분야는 본질적으로 문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동영상을 포함한 모든 서사는 당대의 특성을 어떻게 반영해 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산업 육성에만 관심이 매몰된다면 오히려 산업 육성도 어려울 수 있다.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는 좋은 서사를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훌륭한 서사를 만들고 이를 유통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다. 미디어 이용량은 코로나로 인해 늘어나고 있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그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 이후 세상이 변화한다면 서사도 그 이전과는 다른 서사가 되어야 할지 모른다.

서사의 역사가 증명하듯 미래의 서사도 과거의 자장 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충분히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다른 서사여야 한다. 그리고 내러티브만을 가지고 과거의 서사들과 경합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되었지만 내러티브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가용자원은 더욱 늘어났다. 이와 같은 환경적 특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느 시대에나 좋은 서사에 대한 갈증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이 폭증하는 시대에 좋은 서사에 대한 갈망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클 수 있다.

 

[아주경제 원문 보기]

 


 

 

내러티브와 장르 - 10점
닉 레이시 지음, 임영호 옮김/산지니
Posted by 연이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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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닉 레이시|역자 임영호|산지니|464쪽


영국 고등학교에서 미디어 개론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책으로 인간과 함께해온 이야기 분석의 핵심이 되는 언어, 내러티브와 장르가 어떤 구조인지 설명한다. 

롤랑 바르트 등 주요 내러티브 이론가들의 이론을 저자 특유의 위트를 곁들여 설명하면서 드라마, 영화, 소설, 신문 기사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고 풍부한 예시를 수록해 이해를 돕는다.




내러티브와 장르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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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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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와 장르

 미디어 분석의 핵심 개념들                  



기원전 서사시부터 현대 SF까지

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미디어의 핵심, 내러티브를 들여다보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TV에서 넷플릭스로, 오늘날 미디어 매체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콘텐츠는 어떨까? 놀랍게도 콘텐츠의 내용과 구조는 인간이 이야기를 기록한 이래 몇천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예컨대, 기원전 2천 년 경에 쓰인 길가메시 서사시의 고난 구조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의 플롯은 현재의 웹드라마와 장르 소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사람들을 다른 간접 경험의 세계로 빠지게 하는 이야기는 본능적으로 인류의 삶 속에 계속되고 있다.

영국 고등학교에서 미디어 개론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내러티브와 장르는 인간과 함께해온 이야기 분석의 핵심이 되는 언어, 내러티브와 장르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달 관행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블라디미르 프로프, 롤랑 바르트를 포함한 주요 내러티브 이론가들의 이론을 다루고, 장르 기본 구조와 규칙, 등장인물의 성격 등을 통해 각 장르의 레퍼토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각 이론에는 저자 닉 레이시 특유의 위트가 곁들여진 설명이 함께하여 생생함을 더하고, 드라마, 영화, 소설, 신문 기사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고 풍부한 예시를 수록해 이해를 돕는다.



내러티브의 이론부터 실제까지

미디어의 핵심을 파헤치는 개론서


내러티브와 장르는 텍스트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내러티브 개념과 관련 이론 소개에서 시작해, 대중문화의 기본 장르 분류와 관련 이론을 해설한다. 1장에서는 내러티브의 개념을 소개하며 토도로프, 프로프, 레비스트로스, 바르트 등 주요 내러티브 이론가들의 이론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내러티브의 역사를 소개하며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내러티브의 역사를 보여주고, 내러티브의 사회적 기능,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내러티브 텍스트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3장에서는 내러티브 보이스의 유형을 고찰하고, 이데올로기적 내러티브와 대안적 내러티브 체제 개념을 검토한다.

미디어 텍스트는, 형식은 달라도 모두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비슷한 소재와 스토리를 갖춘 대중문화 텍스트들은 다양한 장르를 이루면서 유통될 뿐 아니라 영상 서술 방식에서도 각기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나름대로 독특한 장르 관행도 갖고 있다. 이러한 장르를 설명하는 부분은 4장과 5장이다. 4장에서는 멜로, SF, 느와르 등 대표적 장르를 소개하며, 각 장르의 패턴, 형태, 스타일, 구조를 정의한다. 5장에서는 칼 융이 말한 신화로서의 장르 개념을 중심으로, 장르 이론 비판의 개념을 살핀다.



언제 어디서나 미디어와 함께하는 시대

미디어의 기본 구조를 알면 사회적 의미도 보인다


지금까지 대중문화 연구는 텍스트 자체의 특성보다는 그 주변 맥락을 규명하는 데 더 치중해왔고, 정작 텍스트의 구조와 장르 관행을 밝히는 도서는 많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입문자에게 대중문화 텍스트에 대한 이해는 그 사회적 의미보다, 텍스트의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 TV광고는 어떤 이야기 전개 구조에 기반하고 어떤 장르 관행에 의존하는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사용하는 미세한 의미 전달 관행들은 어떤 것인지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뒤 사회적 의미를 공부해도 늦지 않다.

이 책은 국내 미디어 학부생들에게 대중문화 텍스트의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또한 대중문화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의 안목을 넓혀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미디어가 어떻게 작동하고, 미디어의 규칙이나 관행, 이데올로기적 목적은 무엇이며, 이러한 가공물이 21세기 초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목적이 있는지를 탐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책속으로 

P. 139 카타르시스가 생성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자신을 텍스트 속의 캐릭터와 동일시하는 것이다물론 다른 행동 영역과 동일시할 수도 있지만대다수는 아마 주인공과 동일시하려 할 것이다우리는 현실 삶에서는 성공을 위한 투쟁에서 가끔 패배를 경험하지만주인공과 동일시를 통해 잠시나마 성공의 경험에 참여할 수 있다이는 우리가 일상적 좌절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어 부분적으로나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를 낳게 된다.


P. 224 일상적 삶과(가장 폭넓은 의미에서 인공적 구성물로 정의된) 예술은 지금은 모두 예술을 모방하고 있다고 포스트모더니스트는 주장한다. 만약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트레인스포팅>의 렌턴이 말했듯이,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초점이 뚜렷하고, 치열하고, 다양하며 다사다난한' 삶인가, 아니면 '산만하고, 침묵하고, 반복적이며 무사안일한' 삶인가? 글쎄, 인간은 내러티브를 통해 삶을 흥미로운 경험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들이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내러티브이든, 도피주의와 유토피아의 느낌을 조장하기 위해 픽션 내러티브를 이용하는 허구의 삶에 관한 내러티브이든 상관없다. 아마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즉 '지식의 주체로서의 인간')가 아니라 호모 나란스(homo narrans, 즉 '이야기 전달자')인지도 모르겠다.




         저자 소개 


닉 레이시
(Nick Lacey)

영국 워릭대학교(Warwick University)에서 영화와 문학을 전공한 후 영국 타임스 신문잡지 그룹인 EMAP, 요크셔 텔레비전 방송사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활동했다. 1991년 이후 학교로 돌아와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현재 영국 서부 요크셔의 벤턴 파크 스쿨(Benton Park School)에서 미디어연구 주임(Head of Media Studies)으로 근무하고 있다닉 레이시는 현장 경험과 폭넓은 이론을 결합하여 일반인에게 유용한 지침서를 많이 썼다.

주요 저서는 이미지와 재현(2009) 내러티브와 장르(2000) 미디어 제도와 수용자(2002) 3부작이 가장 유명하며, 그 밖에도 현대 헐리우드 상품으로서의 영화(로이 스태포드와 공저, 2008) 영화 입문(2, 2016) 등의 저서가 있다. 저자는 팬의 미로(2018) 영화 해설: 블레이드 러너(2012) 세븐(2001) 똑바로 살아라(2018) 현기증(2017) 등 많은 영화 관련 해설 비평서도 썼다.


         역자 소개 


임영호

서울대학교 신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부산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러 학술지 편집위원장 등의 학계활동 외에도 일간지의 독자위원, 미디어비평 집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 등 대외활동도 다양하게 했다. 

저서로는 학문의 장, 지식의 제도화 (2019), 한국 에로 비디오의 사회사(공저, 2018); , 텔레비전을 말하다(공저, 2013) SNS혁명의 신화와 실제(공저, 2011) 민주화 이후의 한국언론(공저, 2007) 전환기의 신문산업과 민주주의(2002) 외 다수가 있고, 역서로는 문화, 이데올로기, 정체성: 스튜어트 홀 선집(2015)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윤리(2015) 흔들리는 다문화주의(공역, 2014) 언론학의 기원(2014) 대처리즘의 문화 정치(2007) 스튜어트 홀의 문화 이론(1996) 등이 있다. 주 관심분야는 문화연구, 저널리즘, 지식사 등이다.



         목차 




내러티브와 장르

닉 레이시 지음 | 임영호 옮김 | 464쪽 | 152*225 | 978-89-6545-642-1 93330 | 25000원 | 2020년 2월25일 발행

 미디어 분석의 핵심 개념, 

 내러티브와 장르를 파헤치다 

오늘날 매체와 채널은 쇠퇴하고 있을지라도 여전히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의 콘텐츠는 계속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랑과 증오, 죄와 벌, 권력과 투쟁 등 삶의 다양한 이야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사람들을 간접 체험의 세계에 빠지게 한다. 

이처럼 미디어가 바뀌고 시대상황이 변해도 콘텐츠의 기본 내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책은 이러한 이야기가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며, 이야기의 전달 관행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설명한다.





내러티브와 장르 - 10점
닉 레이시 지음, 임영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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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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