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턴 미르입니다.

8월 25일 목요일,

서면 러닝스퀘어에서

제 1회 5.7 문학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에는 발제와 사회를 맡으신

문학평론가 구모룡 선생님,

초청작가 이병순 선생님, 이정임 선생님,

토론에 작가 박향 선생님, 정광모 선생님께서

참가해주셨습니다.

 

 

또 토론회에 관심을 가져주신

아홉 분의 선생님들께서도 함께 해주셨는데요.

제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정영선 선생님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토론의 소주제는

1) 소설가로서 소설을 쓰며 사는 일의 의미

2) 소설쓰기에 있어서 경험과 독서의 위상

3) 서술의 여러 층위-스타일(문체), 화자, 공간, 시간 

4) 단편과 장편 쓰기

이었습니다.

 

 

 

먼저 구모룡 선생님께서 1번 주제에 대해 발제를 하셨는데요.

 

소설과 현실에서의 작가를 비교하며

리얼리즘 작가이면서 환상문학가, 보수주의자인 고골

원시주의를 추구하였지만 파시즘 협력자였던 크누트 함순을

예시로 드셨고, 또 마루야마 겐지의 주장을 인용하여

자기를 너무 부정한 나머지 죽은 다자이 오사무와

자기를 지나치게 긍정한 나머지 죽은 미시마 유키오 등을

예시로 드셨습니다.

 

 

마루야마 겐지는

"왜 소설을 쓰는가란 문제보다 왜 소설가가 되었느냐는 문제를

생각하는 때가 훨씬 더 많다." 라고 했었는데요.

이런 점에서 초청작가 두 분과 토론자 두 분께

왜 소설가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이정임 선생님께서는 아직 

"내가 소설'가'가 되었다고 생각을 안 해 본 것 같습니다." 라고 하시며

자신이 보고 겪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해서

소설을 쓰게 되셨다고 합니다.

 

이병순 선생님께서는 대학 장학금을 받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가

졸업 후 한동안 손을 놓고 있다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을 했을 때

다시 소설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또 등단 이후에도 습작생처럼 치열하게 쓰면서

책을 내기 전까지는 소설가라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박향 선생님께서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많은 책을 사주셨는데

그 책을 읽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지어내서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욕망이 자신을 소설가로 만들었을 거라고 하십니다.

 

정광모 선생님께서는 소설가는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또 가상의 세계인 소설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함으로써

창조자로서의 기쁨을 느끼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발제문이 이어졌는데요.

 

구모룡 선생님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언급하시며

소설과 소설쓰기에 관한 세 가지 비유로

'촌충'과 '카토블레파스'와 '거꾸로 된 스트립 쇼'를 얘기하셨습니다.

모두 소설쓰기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관련한 비유였는데요.

이병순 선생님께는 「부벽완월」에서 '짝패'의 욕망 구졸르 다루기 위해

'김부식과 정지상의 이야기'를 끌고 오지만 하도 유명한 이야기여서

이 소설을 통해 얻으려 한 의도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또 이정임 선생님께는 환상 기법을 끌어들인 작품 「손잡고 허밍」에서

소외된 주변부 인물들의 삶과 구체를 다루는 일과

이러한 경향이 유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께서는 작품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철저히 하고자 했지만

찾을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부식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은 글을 쓸 때는 자료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이정임 선생님께서는 글을 쓸 때 경험과 기억에 많이 의존하신다고 합니다.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이 다른 장소나 장면에 있다고 상상하며 버텨오셨다고 합니다.

그러한 경험이 환상적 기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정광모 선생님께서는 두 초청작가분들께

주된 목적지로 삼는 소재나 주제가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께서는 고급 뷔페에서 슬리퍼를 신고 등장한 가족 얘기를 하시며

그 슬리퍼에서 절대적인 자유를 느꼈고

그러한 순간적으로 스치는 기운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셨습니다.

 

이정임 선생님께서는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을 최우위로 두고

현재는 공간을 설정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두고 계신다고 합니다.

 

 

 

박향 선생님께서는 이병순 선생님께

너무 자료에 집중해서 잘 녹여내지 못한다면

균형을 잃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으셨고,

이정임 선생님께는 환상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독자와의 소통이 어긋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이에 이정임 선생님께서는 습관적으로 자신이 만든 세계를

독자가 상상하여 따라와주기를 원한다고 인정했지만

아직 그 방식을 고수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께서는 자료조사한 것들을 버리지 못해

가능한 소설에 다 담아내게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세 번째 발제문으로 넘어갔습니다.

 

세 번째 발제문은 서술의 방법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이병순 선생님과 이정임 선생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이병순 선생님이 제목에서는 사물을 특정하여

단일한 화제들을 분리하여 파고들고자 하고

텍스트의 완결성을 지향하며 안정적인 서술 방식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정임 선생님은 표제에서 명사를 벗어나고자 하고

유동적인 서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모룡 선생님은 두 작가분 모두

전지(1인칭이든 3인칭이든) 시점을 선택함으로써 인물들의 역장은 약화되어 있고

특히 이정임 선생님의 소설에서는 화자의 젠더 혼선이 느껴지거나

작가 개입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정임 선생님은 화자의 젠더 혼선은 의도한 거라고 하시며

오히려 중성적 화자를 쓰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하십니다.

 

박향 선생님은 어떤 효과를 노리고 그런 시도를 하느냐고 물으셨고

이정임 선생님은 인물의 성격이나 분위기를 드러낼 때

대화를 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아예 독자에게 낯선 인물을 등장시키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정광모 선생님은 이병순 선생님의 제목들이 대부분 명사인 것을 짚으며

하나의 사물에서 이야기를 팽창시키는 방식인데 이러한 부분에 목적의식이 있는지

오래된 것들에 대한 애정이나 감수성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은 긴 시를 쓴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시며

압축된 소설, 긴 시같은 소설 지향하신다고 합니다.

 

박향 선생님은 오히려 너무 지나치게 낭만적이지 않으냐고 지적하셨습니다.

또 대체로 주인공들의 삶의 태도가 수동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은 첫 문단을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첫 문단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하십니다.

또 주인공들이 수동적인 점은 의도하신 것으로

주인공이 다음 상황에 어떻게 할까를 독자들이 알기 때문에

한단계 승화된, 그것마저도 눌러 잠재우고 묵묵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셨습니다.

 

[영상] 이정임 작품에 대해

 

네 분 모두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시느라

시간이 정말 빨리 갔습니다.

아쉽게도 못다한 토론과

네 번째 발제문은 식당에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토론회에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지역이다 - 10점
5.7문학 편집위원 엮음/산지니

 

 

 

 

 

- 10점
이병순 지음/산지니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작화증 사내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즐거운 게임 - 10점
박향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미지의 섬, 그곳에서 마주친 또 다른 나

정광모 장편소설『토스쿠

 

 정선재 | 산지니 편집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라디오에서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디제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음악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쯤 『토스쿠』의 한 구절에 밑줄을 그었다.

 

 

  “내가 내 마음의 작은 일부만을 알고 있다면 나머지는 도대체 뭐란 말일까?”(p.253)

 

 

  우리는 미처 나를 다 알지도 못한 채, 불쑥 밀고 들어오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노래를 계속 틀까? 디제이의 마이크 볼륨을 높일까? 하는 것처럼. 그렇게 현재의 내가 서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삶의 씨앗이었던 삶의 방식과 나는 어딘가에 꼭꼭 숨어버린다.

 

  토스쿠. 처음 원고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제목이자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토스쿠’라는 단어였다. 이는 정광모 작가가 직접 만든 말로, 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을 뜻하기도 하고, 그런 또 다른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미지의 문이 열린다는 의미로도 풀 수 있다.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땐 드라마에서 나오는 식상한 대사인 “나다운 게 뭔데?”의 변주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다운 것’ 속에 들어 있는 꽤 진중하고 깊은 물음들을 꺼내 볼 수 있었다. 내 속에 광활하게 펼쳐지는 삶의 우주에는 내가 선택하여 현재가 된 ‘나다운 것’과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나답지 않은 것’들이 떠다닌다. 소설 『토스쿠』는 이 거대한 우주를 만나는 여정을 통해 인간 내면과 자아,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해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토스쿠』에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우연히 모인 곳은 한 로봇공학자의 목공심리치료소. 명쾌한 이성적 사고로 삶을 대하는 ‘장 박사’와 함께 나무를 매만지며 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그런데 어느 날, 장 박사는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나고, 긴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장 박사를 찾아 떠난 3인은 미지의 섬으로 향한다. 각각 뚜렷한 개성과 고통스러운 과거를 가진 4인방의 이야기는 장 박사를 찾아가는 거시적 서사 내에 현대인의 고립과 누적되는 상처에 대한 선명한 장면들을 녹여낸다. 이야기 속에 보다 작은 이야기들을 배치하며 작가는 노련하게 소설의 긴장감을 지속시키고 있다.

 

  읽고 있으나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소설, 나에겐 『토스쿠』가 그랬다. 선명하고 뚜렷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부터 유독폐기물을 싣고 표류하는 유령선,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까지 소설을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이 이미지화되어 다가왔다. 장 박사와 토스쿠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한 여정, 미신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 신비로운 여정에서 현대문명의 민낯과 현실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또렷하게 그려지는 소재의 이미지들 덕분이 아닐까? 때론 가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법이다. 소설 『토스쿠』를 통해 허구의 이야기가 현실에 던지는 삶의 메시지들을 만나보기 바란다. 그리고 세상에 뿌리내린 무수히 많은 삶들을 응원하는 시발점이 되길.

 

 

 

 

『출판저널』 2016년 8월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판다입니다.

 

 지난 7월 19일 화요일, 『토스쿠』의 저자 정광모 작가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설렘으로 가득찼기에 발걸음은 가볍게 구서역으로 향했습니다. 작가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소설에 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함을 점차 풀어갔습니다. 그리고 근처 카페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토스쿠』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소설 『토스쿠』는 컴퓨터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순익, 정밀 가공업체 사무직원이었던 장욱, 연기자였던 주연 그리고 목적지 없는 무인도 여행의 선장이 된 태성.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돌연 '토스쿠'를 만났다는 메일을 끝으로 사라져 버린 장박사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여정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판도라 상자를 열며 '토스쿠'의 존재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읽고, 독자분들도 자신만의 '토스쿠'를 만나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셨는데요. 작가님과 함께 『토스쿠』에 대해 어떤 것들을 이야기 나누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와 함께 확인해보시죠.

 

 

 

 

 소설의 배경인 '필리핀'에 가보지 않고 소설을 집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네, 필리핀은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했네요. 생각하기에 여러 인물이 무리 지어 다니고, 요트와 큰 바다를 소재로 사용함에 있어서 필리핀이 적합했었어요. 한국과의 거리를 생각했을 때도 괜찮다고 생각이 되었구요. 처음 『토스쿠』를 집필할 때는 원래 '자살'에 관한 소설이었어요. 관광지인 필리핀에 자살하기 위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었는데, 다른 작가분들과 합평을 진행하면서 '자살'이라는 소재는 줄어들고 그 반대로 '토스쿠'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토스쿠'라는 단어 자체를 작가님께서 지으셨는데,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나는 이제 아즈카반을 탈출했어."에서 감옥을 아즈카반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무엇을 상징하는 다른 단어를 만드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토스쿠'라는 단어를 만들게 되었어요. '토스쿠'는 도플갱어나 평행우주론과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요. '토스쿠'는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나'이자 '또 다른 문'을 뜻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크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의 집합소를 로봇을 만드는 장박사의 '목공치료소'로 선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인생의 고비를 거치면서 집결할 장소가 필요했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장박사와 모이게 되는 고리도 필요했었구요. 그래서 그들의 집결 장소를 장박사의 집으로 정했어요. 로봇을 만드는 장박사, 첨단과학은 목공과는 거리가 있죠. 목공은 현대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러한 점 때문에 그렇게 설정을 한 것 같아요. '자연과학공부'를 하는 모임이 있는데, 이것이 현대세계의 상징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과학적이기도 하고 미신적이기도 하게 그려진 것 같아요.

 

  저는 '순익'이라는 인물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아마 죽음이라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가장 자아가 흔들리고 있었던 인물이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 제가 생각했을 때, '장박사'가 가장 주인공적인 인물이면서, 가장 아쉬운 인물이에요. '장박사'라는 인물은 소설 속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들이 여행을 떠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장박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처음 원고에서는 인물들마다 이야기가 많았고, 장박사역시도 이야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원고를 수정하면서 장박사의 이야기가 줄어들고, 비중 역시도 작아졌어요. 그래서 그를 조금 더 부각시키지 못한 게 아쉬워요.

 

 두 번째로는 '순익'인데요. 순익이라는 인물은 과학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찬 인물로, 미신은 믿지 않죠. 하지만 장박사를 찾는 과정에서 믿고 있던 세계관이 흔들리다가 플라스틱 바다에서 회의감을 품고 좌절을 맞이하는데요. 특히 그가 좌절하고 죽게 된 동기가 상징적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순익'이라는 인물은 장박사를 보지 못했다는 것에 깊은 좌절을 느끼고, 비극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반면, 함께 온 장욱과 주연은 장박사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큰 아쉬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항해동안 자신들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들 또는 시선에 초점이 많이 둔 것으로 보였습니다.

 

- 원래 초고에서는 그들도 '토스쿠'를 만납니다. 장욱은 부동산업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주연은 화가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살할 마음을 접고 다시 돌아와서 사는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이 역시도 수정 과정에서 순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서 쓰다 보니 이야기들이 사라지고 순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어요.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을 하고 있었는데요. 소설에 있어서 많은 인물들을 한 가지의 주제로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데, 작가님께서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많은 인물들 때문에 힘드셨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 저는 뼈대만 가지고 바로 글을 쓰는 타입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반대로 이어나가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글을 여러 번 다듬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힘든 부분은 없었고, 완성되고 난 뒤 아쉬움이 큽니다.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그들이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더 풍부하게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워요. 장박사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도 많고, 장박사와 토스쿠, 그 후 돌아와서 이야기 등 아직 할 이야기가 많아요. 마음 같아서는 다시 한 번 더 소설을 내고 싶네요.

 

 

 

 

글에서 눈의 맹점, 시각에 대한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믿으면 보이리라', '시신경이 만들어 내는 감각이란 믿을 게 못 된다.'처럼 상반되는 느낌을 내포하고 있었는데요.

 

- 첫 번째로는 리얼리즘, 현실이라는 것은 꿈속일 수도 있고, 게임 속일 수도 있고, 거대한 거인의 꿈속일 수도 있고, 우리가 캐릭터일 수도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알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고, 자기가 살고 있는 현실을 규정하기 어려워요. 시대 역시도 마찬가지죠.

 

 두 번째로는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시대를 선택하는 게 아니기에 알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현실은 유령적이에요. 그것을 지배하는 것이 시각이구요. 시각 매체는 우리 삶에 50%를 차지하는데, 사실 눈은 흠이 많은 감각수단이라 보이는 것을 착각하기도 하고, 왜곡하기도 하죠. 그래서 눈이란 것이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저는 애매한 현실을 시각, 눈을 통해 눈의 맹점을 통해 드러내려고 했던 것입니다. 시각은 왜곡될 수밖에 없으니 눈으로 본다고 해서 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순익이라는 인물은 그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것이 가짜임을 알고 있는 현실적인 인물처럼말이죠.

 

 '내가 내 마음의 작은 일부만을 알고 있다면 나머지는 도대체 뭐란 말일까?' 라는 구절이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에 꽂혔던 문장인데요. 아마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른다고 생각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 나머지는 '토스쿠'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수가 없어요. 사실, 자기를 안다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각도에서 자신을 본다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은 영원한 소재이며, 영원한 숙제입니다. 사회와 교육이 일상의 다양한 측면들을 억누르는 것이 일상의 매커니즘인데 인간을 규격화시켜야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에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 영원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가상은 때로 현실보다 더 훨씬 현실적인 법이다.'라고 하신 말처럼 이 글도 '플라스틱 바다', '내적자아' 등의 요소들, 현실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기존의 로맨틱이나 가족의 이야기들은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처럼 달달한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넓은 의미로는 작위적일 수도 있죠. 하지만 리얼리즘의 리얼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을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면 굉장히 소설적이에요. 소설 같은 현실을 새롭게 해석하고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짓지 않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소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소설의 재미나 가치 역시도 살릴 수 있구요.

 

 소설적 사건과 현실적 사건은 달라요. 그래서 현실의 참담함이나 암담성을 상징적인 것으로 만들어 그 속에 내포해야 독자들에게도 쉽고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절대반지가 권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죠.

 

 

 

 

 작가님께서는 굉장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님꼐서 내신 『작가의 드론 독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요. 방학을 보내고 있는 20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지식인의 대열에서 권위를 조금 잃어버린 것 같아요. 저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저 독서를 통해 제 연못의 크기를 넓혀가는 것이죠. 작가는 소재를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소설에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눈을 가지기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문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는 장편을 계속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는 것도 중요해요. 독서를 통해 글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알고 있는 소설을 원작의 축소판을 읽기보다는 원작을 읽으면서 자신의 연못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연못이 말라버리면 쓸 것이 사라지니까요.

 

 일반 친구들에게는 자연과학 분야의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자연과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전반이 자연과학 쪽이라 반드시 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끔 다양한 분야들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즐겁고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토스쿠를 다 한 번씩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특히 고문실에서는 자신의 토스쿠를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말이죠. 그래서 독자분들도 토스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토스쿠를 만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같은 생각을 계속 생각하며 읽으면 더 좋겠죠.

 

 

 

 작가님의 저서인 『작화증 사내』를 선물 받았습니다. 책과 함께 소중한 경험을 저는 선물 받았는데요.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곧 작가님의 중편 소설이 나온다고 하니, 그 전에 『작화증 사내』를 빨리 읽고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저의 연못을 넓혀볼까 싶네요.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작화증 사내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지난 629(), 

73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에 함께한 작가는

장편소설 토스쿠』의 정광모 선생님이십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은

정광모 선생님께서 직접 행사를 기획하셨는데요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저자와의 만남을 위해

클라리넷 연주와 피아노 트리오 공연까지 준비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 행사 시작 전,

산지니 도서목록과 행사 안내문을 준비하고

오늘 오실 손님 분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광모 선생님께서 사오신 호두과자도 보이네요~ 냠냠!)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석이 꽉 찼군요 +_+!!

(많은 분들이 함께해서 더 좋았던 저자와의 만남이 아니었나 싶어요~)

 

시인 최정란 선생님의 진행으로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참석해주신 소설가 유연희 선생님과 부산북앤북스 회장님으로부터

토스쿠의 작품평에 대해 들을 수 있었어요.  

 

유연희 선생님은 함께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작품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놀라움,

작품 속 배경과 인물에 대한 시선 등을 이야기해주시면서

바다가 배경으로만 존재해 해양소설의 면모로는 아쉬운 점이 있다는

솔직한 감상평을 전해주셨습니다.   

 

▲소설가 유연희

 

 

토스쿠독자들을 대표(?)하여 감상평을 이야기해주신

부산북앤북스 회장님께서는

'토스쿠'라는 말에 대해 깊은 놀라움을 전하셨습니다.

이 말은 저자가 지은 말로 '또 다른 자신'을 표현한 언어인데요,

작가가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전하는 방식에서

신선함과 궁금증이 동시에 일었다고 하셨어요.

 

 ▲부산북앤북스 회장 

 

 

이어 '클라리넷 연주' (츠츠미 마유미)

'피아노 트리오'(피아노 정금련, 바이올린 김충만, 첼로 박영주연주가 있었습니다.

 

문학과 음악이 함께해서 그런가요?

이 날 행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던 것 같습니다.

 

 ▲클라리넷 - 츠츠미 마유미

 

 ▲바이올린 - 김충만

 

 ▲첼로 - 박영주

 

 ▲피아노 - 정금련

 

 

>> 동영상으로 함께 감상해보시죠 <<

 

 

 

 

끝으로 '저자와의 만남' 행사의 하이라이트!

정광모 선생님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토스쿠'라는 단어, '바다'라는 배경, 인물 각각의 '또 다른 나'

중심으로 소설 토스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보라카이에 가보지 않으셨다는 부분에서 조금 놀랐습니다. 소설 속에 펼쳐진 보라카이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니까요. 멀지 않은 곳인데 왜 가보지 않고 배경으로 쓰게 됐냐는 어느 독자의 질문에 "직접 가보면 글이 써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그려나가는 소설의 모습에 실제의 풍경들이 들어오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제 작품이 나왔으니 (보라카이에꼭 가보려고 한다. 아마 내가 그린 그 모습과 비슷하게 펼쳐질 것 같다."라고 답하셨습니다 

 

 

 

 

 

 

독자의 질문 중

"정광모 작가 본인의 토스쿠 (또 다른 나)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 )

 

 

"사실 우리는 힘을 얻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독서하는 자는 극도로 활기차야 한다. 책은 손 안의 한 줄기 빛이어야 한다. (Properly, we should read for power. Man reading should be man intensely alive. The book should be a ball of light in one's hand.)" -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시인, 평론가)

 

이날 함께한 많은 이들로부터 맑고 건강한 무언가를 본 것 같습니다.

아마 에즈라 파운드의 말처럼 독서하는 자가 가지는 활기참,

책이 주는 한 줄기의 빛 덕분이었겠지요.

다음 74회 저자와의 만남을 기약하며, 

모두들 책과 함께하는 여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 행사가 끝나고, 정광모 선생님의 작은 팬사인회가 열렸습니다 ㅎㅅㅎ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제목에 은박으로 강렬하게 새겨진 ‘작화증 사내’라는 두 단어. 독자들은 이 ‘작화증’이라는 다소 생경한 표현에 당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이 책의 편집자인 나 또한 처음 원고를 받아들고 낯설어 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이 독자들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중적인 이름인가 하는 회의는 책 출간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야기를 만드는 한 사내의 이야기 『작화증 사내』의 미덕은 그런 '낯섦'에 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한 마리 흉물스런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카프카의 『변신』 첫 구절처럼, 이 소설의 제목이 주는 '낯섦'은 어쩌면 매우 신선하고 기묘하면서도 꽤나 아름답다.


이야기를 써 놓은 적이 있나요? 박이 물었다. 뭣 때문에요? 작화증 사내는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어디에든 쓰일 곳이 있지 않나 해서 한 말입니다. 재밌는 환상시리즈로 책을 엮어도 좋을 것 같네요. 환자는 뚫어지게 박을 바라보았다. 선생은 내가 여기 왜 오게 되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요. 저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지 않습니다. 그저 말로 내뱉은 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엉뚱한 선로로 옮겨졌으니까요. _「작화증 사내」中


얼마 전 출간된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를 재밌게 읽고 있다. 주인공이 친했던 친구 그룹의 모든 이름에는 색채에 관련된 한자가 있지만 정작 자신은 색채 없는 이름을 지닌 한 고독한 사내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그의 이름이 ‘만들다’라는 뜻의 쓰쿠루(作, つくる)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아직 완독하지 못한 소설이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어쩐지 정광모 작가의 『작화증 사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에 근거가 없는 일을 말하는 병리현상인 작화(作話) 증세란, 말 그대로 말을 만들어(作) 낸다는 뜻이다. 문득 만든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철도를 계획해서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 하루키 소설 속의 쓰쿠루, 말도 안되는 허황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정광모 소설 속의 사내, 책을 편집하고 만드는 나, 그리고 이 책 『작화증 사내』를 착상하고 글을 썼을 작가 정광모의 삶까지, 내 삶의 언저리에는 이렇듯 수많은 만드는 일로 점철된 일상이 차곡히 배여 있다. 그리고 묵묵히, 또 차분히 일을 행해 나갔을 이들의 결과물들이 주변에 녹아져 있음도 마찬가지다. 삶과 문학은 이처럼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다.


동료 문인들의 낭독극. 장소연, 문성수, 박향 소설가.



출판사 근처의 소극장에서 정광모 작가의 최근작 『작화증 사내』를 두고 문학콘서트가 열렸던 것은 유월 십칠일 월요일이었다. 꼬박 일여 년이 넘는 편집과정을 거치고, 책으로 탈바꿈한 이 책에는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이 포착되어 있다. 역사를 재구성하고 포장해서 전시 흥행으로 일확천금을 누리려는 큐레이터의 삶, ‘시시포스의 돌 굴리기’라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호텔 사장의 욕망, 수능시험이라는 매년의 통과의례 속에 발생한 해프닝을 두고 사건 해결보다 수습에만 급급한 교무부장과 교감의 삶 등, 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들이다. 승진이나 출세, 전시 흥행, 관광객 유치 등 다양한 욕망들을 품고 있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그런 사람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빛나 보이는 것은 그들을 차분히 관조하는 ‘작화증 사내’의 시선 때문이 아닐까. 그는 이런 삶을 조롱하지도 비웃지도, 그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욕망’하지도 않는다. 다만 관찰하고 그려내고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들을 전달할 뿐이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내의 무미건조하고 ‘욕망’하지 않는 삶을 두고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게끔 만드는 사회구조의 부조리를 이 책은 담담하고 건조한 필치로 그려낸다.


저 남자가 정신이상이라고 믿어지지 않아서요. 만약 저 사람이 바깥 사회에 있었더라면 기발하기도 하고 재미가 넘치는 사람으로 보였을 텐데요? 글쎄 그게 그 사람한테 이미 말려든 거라니까요. 저 작화증 사내가 회사에서 무심하게 지어낸 얘기로 일으킨 소동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끌려온 거예요. 제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인정했어요. 저 사람은 자기가 본 영화와 책이나 신문, 텔레비전과 같은 온갖 잡동사니를 대담하게 섞어 탁월하게 이야기를 버무려 내요. 누구든지, 뭐든지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죠. 더 두려운 건, 그걸 본인이 철석같이 믿는다는 거지요. 악성 작화증 증셉니다._「작화증 사내」中




정기문 평론가와 정광모 소설가.



정기문              비문학적 글쓰기와 문학의 글쓰기는 결이 다르다. 글을 쓰는 작가의 신념이 보다 중요하다고 보는데, 글쓰기에 있어서 고충은 없었는가?


정광모                퇴고의 과정이 힘들었다.



정기문              읽으면서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나는 이 책의 테마를 ‘자본주의’, ‘기억’, ‘타자’, ‘우울’, ‘책임과 윤리의 문제’로 판단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바로 「기억금지구역」이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당시의 할아버지의 초상이 걸린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와 손자의 대립을 이야기 삼고 있는데, 역사를 왜곡하고 비틀면서도 ‘일제강점기 시대 신관옷을 입고 있는 한국남성’이라는 흥행요소를 놓치지 않으려는 큐레이터의 욕망이 담겨 있다. 이처럼 역사는 훗날 역사를 바라보는 이들의 관점과 해석으로 재구축되고 재생성된다.  그래서 이 작품에 있어 ‘기억’이 중요한 요소이다. 큐레이터의 욕망과 함께 자본의 축적을 풀어내고자 자본에 공모하는 손자의 선택과 갈등도 매우 흥미롭게 읽혔다. 작가에게 있어서 과거란 어떤 요소인가?


정광모                과거는 기묘하다. 말랑말랑하고 실체 없는 것이다. 밀가루같이 변용가능한 성질의 것이랄까. 나는 과거를 역사적 과거와 문학적 과거로 나누고자 한다. 「기억금지구역」의 작품 속 ‘신관 옷을 입은 할어버지’는 이를테면 보기 싫은 기억이자 상기하기 싫은 과거의 일부였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이런 과거들은 우리 주변에도 흔하지 않은가. 그러나  문학적 기억으로서 우리가 상기해야 할 기억은 놓치지 않고 복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선 작품 낭독 중인 정광모 소설가.



정기문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체제의 무의식을 폭로하고 까발리는데 그 존재의의가 있다고도 본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폭로하는 데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는데 반해, 등장인물의 자살과 같은 요소는 보였으나 굳이 비판하자면 체제를 탈주하려는 전망은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 책임문제도 뒤따라야 하는 게 아닐까 보는데……


정광모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다. 작년께 출간된 『밤의 눈』이라는 조갑상 소설가의 장편소설을 살펴보노라면, 그것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소설임을 주목해야 한다. 세상에는 이처럼 소설보다 더 믿기 힘든 기묘한 이야기들이 산재해 있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데에도 책임을 져야 된다고 본다. 문학의 죽음을 논하는 시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설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가인 나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신념이랄까. 이런 모순된 체제를 탈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썼다. 비록 작품에는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대학 학예제 발표 시절 정광모 작가의 모습.



독자질문             소설이 참 간결하고 담백하다, 맛있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단편 「답안지가 없다」를 재밌게 읽었는데, 수능시험 과정의 소상한 진행과정이라던가 어떻게 구상하고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는지 그 경위가 궁금하다.


정광모                이런저런 조사도 함께 병행하면서 교직에 있는 아내의 도움도 받았다. 매년 수능시험마다 비행기도 못 뜨게 할 정도의 야단법석을 떠는 우리나라의 수능시험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나라 사회현상의 특이점이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로 인한 다양한 이야기 발상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내 나름의 수능현상에서 일어나는 한 교감 선생의 고뇌를 구상하게 되었다.


정기문              작가 본인의 삶의 경험치를 넘어갈 때, 보통 인터뷰와 사전조사가 뒷받침되어야 리얼리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인터뷰를 성실하게 답변해주신 정광모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작화증 사내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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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