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잠홍 편집자입니다.


여느때처럼 교정지에 둘러싸여 지내다 달력을 보니 

어느새 12월 31일군요.

그렇다면

2015년의 마지막 블로그글은 바로 제가?!?!?


내가 내가 해~ 잠홍 타령이옵니다


어제는 온수입니까 편집자님께서 

2016년 산지니의 변화를 예고해주셨는데요.


( 읽어보세요~ 산지니 어워드 1부-2016년 달라지는 산지니! )


오늘은 2015년의 마지막 날이니,

오늘만 할 수 있는 블로그 포스팅을 해야겠지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2015년에 굿바이를 고하는 대미의 블로그 포스트. 바로


2015년에 빛난 산지니 책!



올해 상을 받은 산지니 책이 워낙 많다 보니 (에헴)

이번 포스팅에서는 문학 도서를,

다음 포스팅인 '산지니 어워드 3부'에서는 인문 도서를 다룰 예정입니다.


소개하는 순서는 글쓰는 사람 마음...이기도 합니다만, 대체로

가장 최근에 발표된 수상작부터 시작해 연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 날짜변경선, 편지 

세종도서 문학나눔 - 소설




올해의 문학나눔 소설 부문에서는 


유연희 작가님의 소설집 <날짜변경선>, 그리고 


정태규 작가님의 창작집 <편지>이 선정되었는데요.




<날짜변경선>은 바다 저편의 파랑(波浪)을 향해, 

육지의 지나온 기억들을 내려놓고 떠나는 뱃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김만중문학상을 받은 표제작을 비롯한 소설 7편이 실려 있어요.







해양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유연희 작가님은 

"지금도 커다란 위험과 미지가 도사린,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바다로 뚜벅뚜벅 배를 타고 나가는 이들을 보면 

의문과 신비가 생깁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날짜변경선 - 10점
유연희 지음/산지니


정태규 작가님의 창작집 <편지>는 

단편소설 8편과 콩트 6편으로 구성된 독특한 책입니다.



주소 없는 마음에 띄우는 애잔한 편지 한 장이 떠오르는 작가님의 문장들은 

싱싱한 생명력을 통해 루게릭병과의 사투에 굴하지 않는 

작가의 뜨거운 창작혼을 드러냅니다.


 







작품 중 ‘비원’은 말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던 

지난해 여름, 구술을 통해 집필하신 것으로,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경향신문에 "원망과 회한이 죽음의 공포를 버텨낼 만한 

강한 위안과 결심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그렸다."고 

소개되었지요.



편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2/ 

2015년 부산작가상 - 소설




이병순 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끌>은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표제작을 비롯해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슬리퍼, 창, 스마트폰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을 통해 일상에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삶의 질문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작품들이 모였는데요.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삶을 가다듬어 나가는 인물과 소설 곳곳에 자리한 일상의 흔적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더불어 문학의 의미,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합니다.

올해 부산작가상 심사위원분들께서는 <끌>의 
"단정하고 야무진 문체와 안정감 있는 서사"에 주목하셨다고 합니다.

<끌>은 디자인 면에서도 돋보이는 책입니다. 권디자이너님께서 표지 후가공으로 무광청박을 처음 시도하신 책인데, 이병순 작가님도 무척 만족하셨다는 후문이~ :)


 - 10점
이병순 지음/산지니




3/ 레드 아일랜드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 선정작


김유철 작가님의 <레드 아일랜드>는 해방 전후 시대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대의 폭력과 상처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그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운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 놓인 인물들과 현실적인 구성을 통해 1948년 4월 3일 제주를 다시금 바라보는 이 소설은 10년의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탄탄한 장편입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화에 적합한 컨텐츠를 선정해 영화인들에게 소개하는 '북투필름'에 선정한 이 작품. 제주도의 언론사 제민일보에서는 <레드 아일랜드>를 " 4·3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소재로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건 속 인물들에게 집중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더한다."고 평했습니다.


레드 아일랜드 - 10점
김유철 지음/산지니


4/  번개와 천둥 

부산문화재단 우수지역출판도서





'소설 대암 이태준'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작품은 1910년대 몽골에서 독립운동과 의사로서 활동했던 대암 이태준을 조명하는 장편소설입니다. 이태준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함안이 고향이신 이규정 작가님께서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이태준 기념공원을 방문하시고 나서 수년간 조사와 집필을 하셨다고 합니다. 먼 타지에서 자신의 본분을 묵묵히 다해낸 선생을 의사, 독립운동가, 신념을 가지고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으로 그려내셨습니다.


국제신문에서는 "원숙하고 막힘 없는 문장이 역사소설의 매력을 한결 끌어올린다." 고 소개해 주셨어요.




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5/ 아버지의 구두 
원종린 수필문학상


양민주 수필가의 첫 번째 수필집 <아버지의 구두>는 생을 바라보는 조화로운 시선과 같은 통찰로 자신이 경험한 삶의 조각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저자는 육친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 평상심을 잃지 않고 자연의 이법을 따르는 삶, 타인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유연한 태도 등 자신만의 고아한 수필 세계를 이 책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구두>에는 범지 박정식 서예가의 아름다운 그림도 실려 있답니다. 풍부한 시적 감수성과 먹의 농담이 조화로워요.




아버지의 구두 - 10점
양민주 지음, 박정식 그림/산지니



6/ 만남의 방식 
제8회 백신애문학상


정인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만남의 방식』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그것이 형성한 고통과 치유의 서사는 단단한 결정을 이루어 뼈처럼 보석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붙듭니다. 고백과 폭로라는 구조를 통해 새로운 시작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레 타진해온 정인 소설의 정통성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오롯합니다. 8편의 소설마다 빠짐없이 존재하는 ‘나’들은 다양하게 변주된 학교폭력, 성폭력, 가족갈등 속에서 고백 혹은 폭로를 선택하며 숨겨진 의외성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집을 통해 정인 작가님은 결국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점을 말하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저자 인터뷰에서 발췌합니다:
"「만남의 방식」을 보면 ‘나’가 결국 자기 사촌을 수용하잖아요. 너는 나를 외면해도, 나는 내 마음 속에 너는 사촌이라는 의식이라는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7/ 금정산을 보냈다 
2015년 원북원부산 도서



목록의 마지막은 처음부터 마음 속에 고이 점찍어두었던 주인공이라고 하죠.

<금정산을 보냈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산지니 시인선 001호이자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출간되자마자 문학기자들이 '찜'한 책. 

부산 출판사에서 나온 책, 그리고 시집으로서는 첫 번째 원북원부산 도서! 


<금정산을 보냈다>는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발굴한 전작과 달리,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어둠을 직면하는 시집입니다. 최영철 시인은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집니다.




최영철 시인에 대해, <금정산을 보냈다>를 담당한 온수입니까 편집자는 

"출판사에 올 때 빈손으로 오지 않는 시인, 그리고 언제나 헤어질 때는 막걸리 하자며 술 약속을 어김없이 하는 시인. 시인인가 출판인인가 가끔 헷갈리지만 그래도 그의 시를 읽으면 역시 시인이야!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시인."이라 말했고


엘뤼에르 편집자는 "한동안 잊었던 시 읽는 맛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라며 

이 책을 '올해의 산지니 책'으로 추천하시더군요.


시집이 쓸모없다고 하지만, 시만이 할 수 있는 일. 

시가 아니면 금정산을 통째로 아들에게 보낼 수 없었겠지요.


새해를 시와 함꼐 시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독자 여러분, 미리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산지니 어워드 3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부산출판이라는 지역성에서 그 외연을 넓혀 동아시아를 조망하는 출판을 지향하고자 해온 산지니. 그 노력들은 2011년 중국인민대학의 옌렌커 소설가, 왕자신 시인과 부산작가와의 만남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2015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해 지속되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부산작가들이 상하이로 떠나 부산-상하이 문학 포럼을 상하이 작가들과 가지기도 했고, 올해는 부산에서 모임을 가지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102일과 3일이었는데요, 2일 저녁에는 백운포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서 조그마한 ‘부산-상하이 문학인의 밤행사를, 그리고 3일에는 대한중국학회 주최로 이뤄지는 부산-상하이 문화공동체를 위한 소통과 연대학술 세미나 자리의 주요 행사로 부산-상하이 작가의 작품발표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잘 접하기 어려웠던 각국의 부산, 상하이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작가의 낭송과 번역된 작품으로 함께 접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에 저도 다녀왔는데요. 각국의 언어적 차이에도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유사점으로 느껴지는 독특한 정서로 따스한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던 그 현장으로 함께하겠습니다.


#1. 백운포 한 식당에서 있었던 조그마한 문학인의 밤 자리

부산국제영화제 행사로 분주한 부산의 하루, 상하이에서 귀빈이 도착하셨습니다. 상하이의 떠오르는 대표작가 진런순(김인순) 소설가와 따이라이 소설가인데요. 다음날 있을 세미나의 발표집을 훑으며, 이미 번역된 진런순의 『녹차』 소개문을 찾아보았더니 굉장히 유명하신 작가분이셨어요^^. 이미 옌렌커, 모옌 등은 국내에도 꾸준히 소개되었지만 진런순의 작품세계는 크게 조명되지 않았는데요.

진런순 작가는 재중동포, 즉 조선인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조선인이라는 민족의식을 갖고 자라온 세대가 아닌, 태어날 때부터 중국에서 자라와 한국에 대한 막연한 인식만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는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서 뚜렷한 특이점이 있다고도 하였습니다.

따이라이 작가의 소설은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다음 날 있었던 세미나에서 소개된 작품으로 굉장히 강렬하고 독특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날 함께한 부산 작가 세 분은 2013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부산의 대표작가 조갑상 선생님과 정영선 소설가, 정인 소설가, 김혜영 시인. 이렇게 총 네 분입니다.


산지니에서 출간된 조갑상 장편소설 『밤의 눈』과 정영선 장편소설 『물의 시간』 정인 소설집 『만남의 방식』을 살펴보고 계시는 따이라이(왼쪽) 작가와 진런순(오른쪽) 작가


조갑상 선생님께서 책을 전해주시고 계시네요^^


정인 선생님(맨 오른쪽)께서 표지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며 중국작가분들께 한국소설을 소개해주시고 계십니다


진런순 작가의 『녹차』 한글번역본을 읽고 계신 조갑상 소설가


이날 참석하셨던 많은 분들 중 특별히 왕광둥 교수(상하이대학 중문과)님이 인상 깊었는데요. 2013년 『오늘의 문예비평』에서 구모룡 교수님과의 대담(클릭)을 통해 산지니와도 인연이 깊으신 분입니다. 이번 중국 작가 초빙에 특별히 애써주셨다고 하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 :) 


왕광둥 상하이대학 교수(가운데)와 조갑상 소설가(오른쪽)


국가를 넘어선 문학가들의 교류는 우리 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일일텐데요, 아무래도 이런 이들은 주위에 숨은 조력자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식사는 건강식으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는데요, 저와 함께 자리에 앉았던 정인 선생님께서는 '음식은 맛있는데, 중국 작가분들께서 드실 음식이 나물밖에 없어서 어쩌나…' 하며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하지만 그날 음식은 저도 처음 먹어보는 독특한 자연식이어서 중국분들도 다같이 맛있게 드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그날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


#2. 대한중국학회 학술 행사 <부산-상하이 작가의 작품발표>

2일 행사를 파하고, 그다음 날 저는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정영선 소설가를 만났는데요.^^ 함께 반가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학 캠퍼스로 향하는 틈에, 자칫 지루할 법도 한 길을 즐겁게 향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들른 접수대에서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행사장으로 향했는데요. 첫 행사는 '부산-상하이 작가의 작품 발표'였습니다.



정인 소설가

정인 소설가는 『그 여자가 사는 곳』에 수록된 「새벽이 올 때까지」의 한 구절을 낭독했습니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자를 그리는 남자의 이야기였고요.


따이라이 작가는 장편 『갑을병정』의 한 대목을 낭송하였습니다. 한 연인이 어떤 곡절을 겪고 연인 중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한국어로 번역된 글을 읽는 내내 섬짓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만큼 흡인력 있는 서사를 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정영선 작가는 산지니에서 출간되었던 장편소설 『물의 시간』의 한 대목을 낭송해주셨는데요. 시대극을 다루고 있고, 중국학자와 중국작가를 대상으로 한 낭송이다보니, 작품 시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여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실존인물이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가공된 인물임을 먼저 설명해주셨습니다.


김혜영 시인께서는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에 수록된 「붉은 깃발과 노란 꽃과 그리고 푸른 카페트」라는 시를 낭송하셨는데요. 정말 시인답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낭송해주셔서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가지 색상의 캔버스에 물드는 그림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모습들이 좋았습니다. 배경음악과도 잘 어울리는듯한 느낌이었고요^^


진런순 작가는 『분수』라는 작품의 한 구절을 낭독해주셨습니다. 대화체나 서술방식을 낭독해주시는 부분이 마치 연극을 보는듯 사실감 있게 낭독해주셔서 비록 다른 나라의 언어지만, 실감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갑상 선생님의 『밤의 눈』 낭독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제목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던 학살장면을 낭독하는 부분에서 일동 조용해지는 기운이 작품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해, 저 또한 엄숙해졌는데요. 이 작품 또한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에게 한국문학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3. 대한중국학회 학술 행사 <진런순 작가> 세미나

이후 문학소통분과 세미나로 진런순 작가에 대한 문학세계를 조망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토론자로 안은주 선생님과 통역자로 조계홍 선생님께서 함께해주셨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진런순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한국문화와의 접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는데요. 이날 토론회의 내용은 『오늘의 문예비평』 겨울호(99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물의 시간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거울은 천개의 귀를 연다 - 10점
김혜영 지음/천년의시작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녹차 - 10점
진런순 지음, 김태성 옮김/글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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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서구 부민동 |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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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만남의 방식』 정인 소설가가 제8회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백신애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경북 영천의 소설가 백신애를 기리기 위해 만든 상입니다.

정인 소설가는 2000년 <21세기 문학>에 「떠도는 섬」, <한국소설>에 「당신의 저녁」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다. 작품집으로는  『당신의 저녁』 『그 여자가 사는 곳』이 있고,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노근리평화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산지니에서 출간한 『만남의 방식』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입니다. 제18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이자 표제작인 「만남의 방식」 을 비롯해 8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축하해주세요!

 

 

"다음 목적지는 어딥니까?" ─ 『만남의 방식』(책소개)

사람이 희망이다 :: 『만남의 방식』 소설가 정인 인터뷰

사람에게 희망은 결국 사람이더라─정인 저자와의 만남

 

 

 

 

Posted by 비회원

 

 

 

62회 산지니 11월 저자와의 만남
정인, 『만남의 방식』

 

 

11월 21일 금요일에 『만남의 방식』 소설집을 펴낸 정인 작가를 초청해 저자와의 만남을 열었습니다. 장소는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즐겨 여는 서면 러닝스퀘어입니다. 저자와의 장소 대관은 이때까지 온수입니까 편집자의 업무였는데, 그이가 결혼을 하고 산지니를 떠나면서 저의 업무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행사 며칠 전, 예약이 되지 않아 저자와 독자 출판사 식구가 다 함께 혼란에 빠지는 악몽을 잠깐 꾸기도 했습니다.

 

정인 소설가

 

오랜만에 만난 정인 작가님은 책을 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책을 내면 부족을 포장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기쁨보다는 자괴감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행복감이 충만하고 싶은데 부끄럽다고 말입니다. 이제 선생님이 쓸 세 번째 소설, 첫 번째 장편이 새로운 방점이 되겠지요.

대담을 맡아주신 분은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를 번역하기도 하신 황은덕 소설가님입니다. 이번 책이 무엇보다 잘 읽힌다고 추켜세우면서, 소설 한 편 한 편의 줄거리와 화제를 정리해 독자와 이야기할 장을 미리 만들어놓는 솜씨 덕분에 분위기는 시종일관 편안했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이야기한 작품은 「해바라기의 비명」으로,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여선생이 주인공입니다. 역시 성폭행을 소재로 한 학생 연극을 보게 된 그 사람은 연극이 끝나자 무대로 나가 또 다른 상처받은 사람들을 향해 자신을 고백합니다.  두려우면 손을 내밀라, 아무도 없다면 자신이 잡아주겠다고 말합니다. 감동적이지만 결말이 작위적이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한데요. 작가님 역시 억지스럽지 않나 하는 우려로 쓰면서 고민, 쓰고 나서도 고민했던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님의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피해자가 된 데에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이 어른 구실을 못하는 이 사회에서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누군가는 어린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지 않나'라는 작가의 강한 자의식이 발로한 작품입니다.  황은덕 작가님은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셨고, 만남 자리에 참석한 독자분 역시 “용기 내는 모습이 멋지다”며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대담자 황은덕 소설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실화를 바닥에 두고 쓴 소설이 제법 들어 있습니다. 외며느리가 혼자 제사 치를 걱정에 기독교로 개종하신 정인 소설가의 아버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유서」, 집 근처 산책로를 넓히고 야생화 대신 벚나무와 영산홍을 심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다 쓴 「실버로드」. 그리고 「해바라기의 비명」 역시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근간이 되었죠. 특히 「유서」는 선생님이 제일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 정인 황은덕 선생님이 플랜카드의 글귀를 눈여겨보셨습니다. 산지니 블로그에 올라온 정인 작가님 인터뷰 중 한 문장을 뽑아 다듬었는데, 은근한 열이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덕분에 일상이 어떻게 소설이 되는지, 나아가 상처는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지켜보는 시간은 오래 따뜻했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다음 목적지는 어딥니까?" ─ 『만남의 방식』(책소개)

사람이 희망이다 :: 『만남의 방식』 소설가 정인 인터뷰

 

12월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 저자 류영하 교수님을 모십니다. ‘우산혁명’으로 뜨거운 홍콩 밑으로 많이 들어와주세요.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입니다.


산지니의 11월 저자와의 만남의 주인공은 소설 『만남의 방식』 의 저자 정인 소설가입니다. 

고통과 그 흔적을 마주하는 방법으로 사람이 희망이라는 신념을 표현하는 정인 선생님과의 만남에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를 번역, 『한국어 수업』이라는 소설집을 집필하신 황은덕 소설가님께서 대담자로 참석하셔서 

두 소설가 간의 흔치않은 대화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과의 대화로 이어지겠지요 :) 

참가비는 무료이며, 다과도 제공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14년 11월 21일(금) 오후 6시 30분
장소 : 러닝스퀘어 서면점 (동보플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대담자: 황은덕 (소설가)
문의 : 러닝스퀘어 051-816-9610

 

"다음 목적지는 어딥니까?"─『만남의 방식』(책소개)

 

 

저자: 정인
1958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자랐으며 인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0년 『21세기문학』에 「떠도는 섬」, 『한국소설』에 「당신의 저녁」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노근리평화문학상을 받았으며 작품집으로는 『당신의 저녁』, 『그 여자가 사는 곳』이 있다. 현재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산지니 출판그룹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anzinibook 

산지니 출판그룹 트위터 : http://twitter.com/sanzinibook

 

Posted by 산지니북

안녕하세요, 신입 편집자 잠홍입니다 :) 

비가 시원하게 내리던 어제는 저의 첫 출근일이었는데요. 

첫날부터 출동!! 대표님과 함께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 톡!' 이라는 제목의 요산문학축전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길 위에서>, 산문집 <꿈을 굽다>, 평론집  <시간의 향기> 등의 저자이신 태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하는 자리였습니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전 부산작가회의의 회장이셨던 정태규 작가님의 인기와 부산 문인 사회에서의 주요한 역할을 증명하듯 민주공원 소극장의 객석은 어느 새 가득 차 있었습니다루게릭 병을 앓고 계셔 몸이 불편하신데도 작가님 또한 행사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이날 문학 톡! ! 강동수 소설가, 정인 소설가, 그리고 전성욱 문학평론가의 토론으로 시작되었습니다강동수 작가님과 정인 작가님 두 분 모두 정태규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 대한 추억담을 나누어 주셨는데, 강동수 작가님은 20여년 전 문학담당 기자 시절 정태규 작가의 소설을 읽고 정 작가님께 연락을 하셔서 함께 술자리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 때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졌던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고, 함께 부부 동반 모임을 꾸리고 있다는 점도 말씀하시며 토론 내내 두분 간의 친분을 과시(?!) 하셨습니다.

왼쪽부터 강동수 소설가, 전성욱 평론가, 정인 소설가 이십니다 ^^

정인 소설가님은 소설학당 시절 정태규 작가를 선생님으로 만나셨다고 합니다. 그 당시 작가님으로부터 상당한 혹평을 받았다고 하셔서 정태규 작가님을 포함한 많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셨습니다. 소설계에서는 정태규 작가님께서 10년 선배이시지만 동년배이시고, 같은 정씨 이신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인 소설가님이 할머니 뻘이시라 정인 소설가 님을 종종 '할매'라 부르셨다고 하네요 ^^


이렇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친분도 두터우시지만, 문인 선배/동료로서의 정태규 소설가에 대한 존경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태규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 보았을 때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강동수 작가님은 다양한 화두를 소설책 한 권에 묶는 능력서정적이면서 명징한 문체

정인 작가님은 정태규 작가님의 비유의 탁월함, 언어의 풍성함을 꼽으셨습니다.

전성욱 평론가 님은 <길 위에서>를 처음 읽으셨을 때 이 소설가가 <집이 있는 풍경>을 쓴 사람과 동일인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학세계의 큰 변화를 느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첫 소설집이 나온지 10년이 지난 뒤 출판된 <길 위에서>의 작품들에는 일상의 무게와 불안감이 잔잔하게 녹아 있어, 10년간 활동을 하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줄곧 소설을 써 오셨구나 하고 짐작하셨다고 합니다. 

평론가님의 말씀대로, 두 소설 사이의 기간 동안에도 정태규 작가님은 소설에 대해 꾸준히 사유하셨습니다. 소설쓰기의 미학에 대한 탐문을 모은 평론집 <시간의 향기>에서는 작가님의 비평가로서의 면모를 접할 수 있고, 절판 되었던 <집이 있는 풍경>또한 개정판 <청학에서 세석까지> 다시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


세분의 대화 이후에도 영상으로 다른 문인분들의 추억담이나 본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인터뷰를 접하며 정태규 작가님이 얼마나 부산 작가회의에서 주력하셨는지, 또 부산과 부산 작가들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정태규 작가님의 작품을 미리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아쉽기도 했으나, 이날 행사의 끝으로 작가님의 소설 <누가 용을 보았는가>를 연극으로 보게 되어 조금이나마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극단 해풍이 무대에 올린 <누가 용을 보았는가>

<누가 용을 보았는가>는 평화로운 작은 마을의 사람들이 영생을 얻게 해 준다는 용 비늘과 침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점점 폭력과 권력에 취해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을의 노래꾼은 전설 속의 용은 현실태(態)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 속에 있다고 말하지만 무기를 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지요. 연극 이전에 상영되었던 영상에서 구모룡 평론가님이 정태규 작가는 "인간의 순수한 만남을 동경"하는 분이라 하셨는데, 그 말씀의 의미를 연극을 보며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빗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길 위에서>를 펼쳐 보았습니다. 

가을입니다. 곧 낙엽이 다 지고 찬바람이 불겠지요. 

그걸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삶에 대해서 스스로 강퍅해지지 않기로 합시다. 

겨울이 지나면 곧 새봄이 오겠지요.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님 말씀대로, 우리 모두 담담하게 가을을 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길 위에서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청학에서 세석까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시간의 향기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정인 소설집 『만남의 방식』

 

                       설마설마하니 진짜 그 정인(情人)이다. 저자가 소설가로서 지은 자신의 이름 정인 말이다. 저자는 소설집 『만남의 방식』을 출간한 다음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애인을 “늘 그립고, 위안과 고통을 함께 주는 존재”라고 했다. 독자로서의 나는 그립다는 말이 주는 서정이 좋았으나, 편집자로서의 나는 누군가의 타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연인이라는 존재가 고독하고 연약해 보였다. 그 사랑이 진행 중이든 이미 단절되었든 상관없이 연인은 결국 누군가의 연인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만인의 연인이라 할지라도) 물론 이것은 금방 부정되어 머릿속에서 사라진 감상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통과 고백, 치유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집 『만남의 방식』 중 가장 어두운 편인 작품 「밤길」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등장하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마지막엔 변기에 오줌을 눠놓고 화영의 얼굴을 몇 번씩이나 처박았다. 마침내 화영이가 오줌물이 뚝뚝 흐르는 얼굴로 울음을 터뜨리자 깔깔거리며 말했다. 다음엔 똥이야!” 나는 괴로워하며 초교를 보고 이후 교정할 때마다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한번은 나의 고통을 호소하며 이런 장면을 쓸 때 힘들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작가는 쓸 때는 힘들지 않은데 쓰고 나서 힘들다는 요지의 답을 했다. 지금도 나는 쓰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오는 힘듦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잘 모르며, 다만 그 말을 곱씹을 때마다 어떤 강인함을 느낄 뿐이다. 대적자를 순식간에 압도하는 종류와는 다른, 이를테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냄으로써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내린다는 말을 기어코 참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묵묵한 끈질김. 그것 때문에 나는 『만남의 방식』에 실린 작품 여덟 편이 앞다투어 모국어를 잊어야만 했던 남자, 딸이 자살한 여자, 성폭행을 당하고 그 기억을 잊어야만 하는 소녀, 혼자 요트를 몰고 악명 높은 파도를 뚫는 남자 들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려주어도 지나치게 괴로워하지는 않게 되었다. 독자 여러분도 그러시기를 바란다. 물론 괴롭지 않다는 말은 외면이 아니라 용기와 가까워야 할 것이다.


2014년 5월 상하이대학교와 함께하는 동아시아 문학교류를 위해 부산의 여러 소설가, 시인, 평론가와 함께 상하이에 다녀왔다. 정인 소설가도 일행이었다. 문학포럼을 경청하고 문학의 밤 행사에서 우아하게 작품을 낭독하던 작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남다르게 기억하는 것은 작고 개인적인 일화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가 일행 중 유독 저자에게만 불통이었다. S.O.S.를 받고 옆방으로 건너간 내가 휴대전화를 들고 이것저것 건드려보아도 해결하지 못해 다시 여기저기에 물었으나 끝내 저자는 상하이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다. 저자는 답답했을지언정 이제 와 다시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구석도 있다. 그 넓은 대륙을 쥐락펴락하는 전파도 저자에게는 감히 범접하지 못한 게 아닌가. 억지가 좀 심했나? 그래도 정인은 강인하다. (출판저널 2014년 10월호 편집자 출간기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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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8월의 마지막 금요일이네요. 주간 산지니도 주말처럼 신나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이번 주간 산지니는 90호입니다. 100호 특집이 코앞이므로 앞으로 연재는 더욱 쉬엄쉬엄 하겠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게을러져라!

 

 

사람이 희망이다 :: 『만남의 방식』 소설가 정인 인터뷰

산지니시인선 첫 권! 최영철의『금정산을 보냈다』

역사의 광풍에 내몰린 소박한 민초의 삶-『감꽃 떨어질 때』(책소개)

 

 

 

 

 

Posted by 비회원

 사람이 희망이다

『만남의 방식』

소설가 정인 인터뷰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곰고래곰입니다;-)

얼마 전에 정인 선생님의 『만남의 방식』이 출간되었죠.

그래서 오늘은 정인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해봤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오던 저번 주 수요일에 만나뵀던 정인 선생님은 『만남의 방식』 을 그대로 옮겨온 듯, 맑은 얼굴에 따뜻한 눈빛을 가지신 분이셨어요'_'**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잠깐 책과 이력을 훑어보고 갈까요?




부산 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노근리평화문학상을 받았으며 작품집으로는 
『당신의 저녁』, 『그 여자가 사는 곳』이 있다. 현재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창작수업을 하고 있다.1985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자랐으며 인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0년 『21세기문학』에 「떠도는 섬」, 『한국소설』에 「당신의 저녁」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인터뷰는 서면 영광도서 근처 찻집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분홍색 꽃이 띄워진 시원한 오미자차에 따뜻한 보이차, 볶은 해바라기씨를 묻혀 먹는 수제 양갱까지!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인선생님! 『당신의 저녁』, 『그 여자가 사는 곳』에 이어 세 번째 소설집 『만남의 방식』을 내셨는데요, 새 소설집을 출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웃음)

  출판사에서 막상 받고 보니까 책이 너무 예쁘게 나왔어요. 이 표지가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의 작품인데, 세네치오라는 국화를 보면서 소녀의 얼굴을 형상화한 거예요. 나는 소녀의 어긋난 눈동자가 우리의 어긋나는 만남을 드러내는 것 같더라고. 표지는 직접 고르신 거예요? 표지는 내가 골랐어요. 화가가 굉장히 따뜻하게 청순하고 아름답게 소녀를 그렸더라고. 주황색, 분홍색 그림에 초록색 글자가 잘 어울려요. 표지 보자마자 되게 예쁘다, 하고 감탄했어요! 그래서 산지니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세네치오 폴리오돈파울 클레: 세네치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작년까지 방학 동안에는 여행을 갔는데, 이번에는 여행을 못가고 책 읽고, 글 쓰고, 그런 식의 시간을 보냈어요. 좀 분주하게 지냈어요. 책을 내고 그러다보니까. 책이 나올 때는 항상 뭔가 마음의 안정이 잘 안 되고, 이상하게 좀 그래요. 그래도 다행히 방학이니까, 그 야릇한 감정을 좀 내버려뒀죠. 야릇한 감정이라면?

  나는 내 글에 대해 자기검열이 심한 편이에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그것에 미치지 못하니까, 그런데 그게 감춰져 있다가 책으로 나오면 너무나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니까 그게 두려운 거예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으니까 야릇하죠. 어떤 사람들은 책이 배달 되서 오면 되게 기분이 좋다하는데, 나는 별로 안 좋아.(웃음) 첫 책을 낼 때는 그래도 뿌듯한 마음이 있었는데, 어찌된 게 책을 낼수록 자기검열이 심해져요. 더 좋은 작품, 잊히지 않고 “이거 꼭 읽어봐라” 같은 말을 듣는 작품을 쓰고 싶은 욕심이 아마 많아서 그런 걸 거예요.

  이제 등단한지가 십년이 넘었는데, 좀 더 좋은 작품을 많이 쓰지 못하고 이제 세 번째 소설집이라는 아쉬움도 커요. 여덟 편의 소설을 쓸 때마다 제대로 사유하고 드러내고자하는 것들을 잘 드러냈는가 하는 새삼 다시하게 되고요. 하지만 또 하나 점을 찍은 것에 대한 안도감 같은 것은 있죠. 책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각오를 새삼 다지게 되는 거죠.







본명을 쓰지 않고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계신데, 필명을 정인으로 지은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저는 43살에 늦게 등단했어요. 그전까지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계속 공부도 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꿈이 멈춰져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어요. 그래서 등단할 때 또 다른 나의 이름, 소설가로서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옛날에는 애인을 정인이라고 했었거든요, 나는 사람들에게 소설가로서의 정인이 되고 싶었어요. 작가님께 애인이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애인이라는 것은 늘 그립고, 위안과 고통을 함께 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내 소설이 누군가에게 늘 그립고 위안과 행복을 주면서도,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고통을 주는 존재이길 바라는 거죠. 그래서 정인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이번에 『만남의 방식』 소설집을 내면서 특별히 애틋했거나 쓰기 힘들었던 소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나하나 생각하면 안 그런 게 없는데……. 「유서」는 굉장히 애틋했고 「해바라기의 비명」은 쓰기가 힘들었어요. 「유서」는 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돼서 썼어요. 아버지가 개종을 한 것,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실제상황이에요. 제가 외며느리고 집안이 너무 넓다보니까, 제사를 지내게 되면 며느리가 너무 힘들 거라는 생각에 교회에 가면 적어도 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신 거죠. 그래서 돌아가시기 5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어요. 소설 상에서는 픽션이니까 다 몰랐지만, 그걸 우리 식구들은 다 알았어요.

  작품 속에서 전체를 두고 보면, 삶에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 상처의 줄기를 따라서 깊이 들여다보면, 그 근본에 대부분 다 그게 어떤 형식으로든 폭력이 존재하고 있어요. 정신적, 사회적으로 가해지는 폭력,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폭력, 자연 대한 위해,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존재하죠. 소설 상에서 아버지가 봉사를 하고 기부를 하잖아요, 종교적 선택을 가져오긴 했지만 결국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행위예요. 사람에 대한 기대랄까, 사람을 통해 치유를 하게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작품이에요. 요즘 사람들의 관계들이 황폐해지고, 흐트러지고, 모두 다 이기적이 되어가지만,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생각이 근본으로 깔려있는 거죠.

  「해바라기의 비명」은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오게 된 작품이에요. 자신의 체험을 너무나 진솔하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감동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저것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게 있는 건 감동밖에 없었어요. 체험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쓰기 너무 힘들었어요. 작가는 직접 체험을 한 것으로만 글을 쓸 수 없어요. 결국 간접경험을 통해 글을 쓰게 되는데, 그것만으로도 이모션(emotion), 감동이 들어오거든요.

  그때 이 소설을 쓰게 될 당시에는 우리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되게 많을 때였어요. 그러다보니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고, 우리는 상처를 치유해야해! 하고 꼭 가르치듯이 소설을 쓴 것 같아요. 마음치유에 대한 책을 많이 읽다보니까 내가 그 방법에 대해 알 것 같은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소설 상에서 그 방법에 대해 계속 알려주려고 하게 된 거예요.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머릿속이 딱딱해져서,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자기 입으로 직접 자기 상처를 말하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 자세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기가 자기 입으로 그 일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치유가 된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 치유를 스스로 못하기 때문에 그 얘기를 잘 하지 못해요. 그래서 그 사람이 그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을 듣게 될 때는 너무도 놀라워요. 그 감동은 사건 자체에 대한 감동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자기 스스로 치유가 되어서 그 사건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 자체에 대한 감동이었어요. 사람에 대한 감동. 결국 사람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그 감동만 가지고 쓰다보니까, 잘 감정이입이 안 됐어요. 어떻게 그 사람은 그렇게 치유가 가능했지, 이 생각만 가지고 쓰다보니까 소설이 자꾸 가르치려는 방향으로, 상처는 충분히 치유가 가능해, 그 사람도 그렇게 했거든? 이런 방향으로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려주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하는데……. 그래서 쓰기 좀 힘들었어요.

  「밤길」 같은 경우는, 학교폭력에 관한 얘긴데, 이건 굉장히 우회적으로 쓴 거죠. 여기에는 인과응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화자가 어릴 때 학교 친구를 괴롭히는데, 결국 자기 딸이 그 폭력을 되돌려 받잖아요, 쓰면서도 그런 게 고통스럽죠.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학교폭력, 왕따, 군대폭력 같은 게 드러나잖아요. 이런 폭력 같은 걸 다루다보니까. 한참 뉴스에서도 그런 사건이 나오고 있어서, 쓰는 데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바로 그 사건을 건드리지 못하고 우회적으로 드러낸 거죠.





『만남의 방식』에서는 방금 전 말하신 학교폭력처럼 재외동포, 성폭력, 다단계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서 이야기를 꾸려 나가시는데, 평소 글감은 어떻게 찾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글감은 곳곳에서 얻어지는 거고, 늘 생각해야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은 금방 소설이 되어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내 안에 머물러 있다가 어떤 계기와 만나면 그때 소설에 녹여내게 되는 거죠.

  「해바라기의 비명」 같은 경우는, 이 여자도 결국 사춘기시절의 상처 때문에 애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거잖아요. 내 지인이 말해줄 때는, 자기가 연극을 보러갔다고 말해 줬어요. 그게 곧 치유극이었다고 말해줬는데, 내용은 이제 이런 내용이 아니었어요. 소설 후반부에서 화자가 의자에서 일어서서 얘기를 하잖아요, 지인이 그 극을 보고, “사실은 나도 할 얘기가 있다, 이러이러한 상처가 있는데, 그래도 잘 살고 있다. 그러니까 너희들 상처받지 마.” 이런 말을 일어나서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났대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돌아 나오면서 그게 너무 후회스러웠다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들은 순간 “그럼 내가 널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내 딸이 「해바라기의 비명」을 읽고 “엄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솔직하게 용기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러는데, “그래서 그런 주인공이 선택됐어.” 그랬거든요. 그 사람 말이 인상 깊어서 그 소설을 쓰게 된 거죠.

  「수원보호구역」은 실제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에요. 부산에 해동수원지라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람이 아무도 못 들어가던 곳이었는데, 보호구역이 해제되면서 들어갈 수 있게 됐거든요. 거기가 부산의 물을 옛날에는 도맡아서 대던 곳이에요. 지금은 상업용수로 변경될 정도로 물이 많이 더러워졌지만, 그래도 그 주변 풍경이 몹시도 아름다워요. 그 아름다운 풍경 물 아래에 수몰지역이 있는 거죠. 일제강점기 당시 농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물이 필요하다보니까 일본군이 그곳을 저수지로 만든 거예요. 실제적인 사건을 내가 취재를 한 거죠.

  내가 그곳에 산책을 갔는데, 그 입구에 무덤 하나고 너무 외롭게 홀로 놓여있더란 거예요. 그 무덤 속에 누워있는 누군가는 늘 이렇게 누워 있다가 사람이 왔다갔다 지나가면 시끄럽고 안 좋겠다, 혹은 좋을까, 이런 상상을 하다가 자료조사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저수지가 만들어진 걸 확인하고 글을 쓰게 됐죠.

  「수원보호구역」에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모든 것이 보존되지 못하고 있고, 우린 그걸 즐기고 있지만, 그게 과연 온당한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들어있어요.




 



표제작 제목처럼, 이번 소설집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상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함께 연결되어 살아갈 것인지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계시는데, 그중에서도 자기고백을 통해 “오랜 이야기”를 회복하는 ‘만남의 방식’이 눈에 띱니다. 「밤길」, 「해바라기의 비명」, 「라 메르」같은 작품에서 그것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는데요, 작가님은 이러한 ‘만남의 방식’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으신가요?



   결국은 “우리 사람에게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시간이 흘러가는 속에서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어있고, 헤어짐은 또다시 만남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잖아요. 어긋난 만남 속에서 문제들이 생길 수 있는데, 결국 만남이라는 건 서로에 대한 이해 속에서 성공적일 수도, 어긋날 수도 있다는 거죠.

  「만남의 방식」을 보면 ‘나’가 결국 자기 사촌을 수용하잖아요. 사촌은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닌 것으로 살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래도 이 땅에 발붙이고 있는 ‘나’는 여전히 그를 사촌이라고 여기고 있죠 자기 핏줄에 대한 인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것으로 봐야해요. 너도 그 땅에서 살아가려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그 고통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너는 나를 외면해도, 나는 내 마음 속에 너는 사촌이라는 의식이라는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해바라기의 비명(悲鳴)」 함형수 시인의 시 제목을 빌렸다고 쓰셨는데, 비석에 새긴 글자라는 뜻의 비명(碑銘)에서 슬피 울거나 외마디 절규라는 뜻의 비명(悲鳴)으로 바꾸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앞의 비명(碑銘)은 비석의 글자, 소설 속의 비명(悲鳴)은 고통에 차서 내지르는 소리예요. 소설 속에서 나와 있지만, 해바라기는 한참 예쁘게 피어나는 생기발랄한 청소년들을 의미해요. 비명(碑銘)을 비명(悲鳴)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게,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얘기하기가 어려워져서 속으로 비명을 삼키고 있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역할극을 만들어서 얘기를 들려주는 거잖아요. 그 자체가 고통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거니까, 연극 자체가 비명을 내지르는 행위로 볼 수 있겠죠.

  화자가 그것을 귀 기울여 듣는데, 자신도 과거의 상처가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묻어놓고 있었잖아요. 심리학책에 보면 고통이 너무 심한 경우 그게 내재화되어서 본인도 그런 상황이 있었는지 잊어버리게 된대요. 무의식 속에 가두어놓고, 자기도 절대 없었던 일처럼 생각한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어느 계기로 폭발하게 돼요. 갈무리가 잘 되면 질곡에서 헤어날 수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정신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워지고 분열 상태에 이를 수 있어요. 화자가 학교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생들에게 냉담했던 것은 자기가 그런 고통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연극을 통해서 예전의 자신의 고통이 다시 떠올려요. 심리학적으로 진짜 그렇대요. 자신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지만, 내면을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그 사람 속에 현재 왜 이런 행동을 하고 문제가 많은지를 알 수 있는 뿌리를 찾을 수 있어요.

  화자의 경우, 상처를 받았던 청소년 시절에 다행히 이모가 옆에 있었죠. 누군가, 특히 청소년들이 그런 고통 속에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요. 화자는 그것을 각성하고 학생들에게 이제 손을 내밀게 된 거죠.




「실버로드」에서 뒷산의 산책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아내의 모습이나 「수원보호구역」에서 수원보호구역을 지키려는 화자와 남자 등, 소설집에서 자연이 비춰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만남의 방식』에서는 자연이 많은 부분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자연과 관련해서 말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아름다운 강산을 인간이 너무 많이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리산 댐 같은 경우도,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데 한번 공언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만들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워요. 지금까지 많은 사례들이 그랬듯이 말이에요. 자연은 그대로 방치해서도 곤란하지만 인간의 욕망으로 무작정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달콤하고 좋을지 모르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면 후손들을 위해서도, 전 지구를 위해서도 안 될 말이죠. “섬은 섬이어야한다.” 난 어쩌면 고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요. 숫자를 가지고 생각하면, 8정도는 보존하고 2정도만 개발해서 우리가 누려야 해요. 각각의 필요에 의해 개발되고 파괴되는 게 우려가 되요.

  「실버로드」 같은 경우는 직접 체험했던 일을 모티브로 한 것이에요. 꽃만 피어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산길에 영산홍 같이 정원에서 보는 꽃들을 심어놓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산길에 들꽃이 있어야지. 그런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나는 굉장히 못마땅해요.





「실버로드」의 아내가 쥐를 보고 “어떤 종류의 생명이든 (…) 제 수명대로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처럼 자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나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경남 산청출신이에요. 돌 되자마자 나오긴 했지만, 어렸을 땐 엄마 손에 이끌려갔고, 방학만 되면 할머니 집 가서 한달 반 정도 머물다 왔어요. 거기는 너무나 시골이라서, 자연 속에서 방목되어 자랐어요. 햇볕이 내리쬐면 내리쬐는 대로,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강물에 들어가 물장구치고 놀고, 겨울에는 토끼 몰이하러 가고. 화장실 가면 돼지우리가 있어서 매일 꿀꿀대며 나하고 이야기하자, 그러고. 이렇게 자연을 많이 접하면서 살다보니까 그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내 몸에 스민 것 같아요. 정말 잊을 수 없는 것들인 거예요. 살아가는 것은 도회의 삶이지만, 늘 그리워하죠. 그래서 가능하면 시골풍경이나 산사에 많이 찾아가는 편이에요 .생명에 대한 존중 같은 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어왔던 거죠.

  「실버로드」에서 아내가 쥐의 눈망울을 보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내가 결혼해서 시집을 갔는데, 시댁이 옛날 오래된 한옥이었어요. 항상 자는 방이 부엌방이었는데, 부엌에는 항상 쥐가 들락날락했어요. 어느 날 달빛이, 막 쏟아지는 굉장히 밝은 밤이었는데, 아마도 쥐가 들어와 찍찍거리니 눈을 떴나 봐요. 발밑에 쥐가 한 마리 있는 거예요. 너무 소스라치게 놀라가지고 엄마야, 하고 있는데 쥐 자기도 놀랐나 봐요. 그 동그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도 놀라고, 지도 놀라고. 그런데 그 제피씨 같은 눈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그 막연한 경험으로 작품을 써본 거죠.

  그런 쥐조차도 우리가 너무 예사롭게 죽이잖아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쥐잡기 운동을 하거든요. 방학 때 쥐꼬리 10개를 모아가는 게 숙제였어요. 그러니까 쥐는 우리가 당연히 죽여야 될 생명체인 거예요. 그리고 요 몇 십년 사이에 너무나 많이 자연이 훼손이 되었죠. 그런 것에 대한 경고와 각성, 반성 같은 걸 많이 하게 되고, 현실에 대해 불만스럽고 염려스러우니까 그런 작품들이 나오게 되더라고요.





책 뒤편의 작가의 말에서 “세상은 우울하고 혼탁하고 극악해져서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도 자연은 변함없이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하고 쓰시면서 “나는 소설도 그럴 수 있기를 늘 바랐다.”라고 하셨습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행위는 현실에서 발을 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경험하는 것 가지고는 모든 것을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가 학생들에게 늘 하는 얘기가, “소설을 읽어라. 그럼 인간을 많이 알게 된다. 그런 간접체험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소설이란 건 인간을 나타내는 하나의 형식이라고 생각해요.

  소설가라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얘기를 들을 만하게, 읽을 만하게, 다양한 삶과 사유를 서사라는 형식으로 보여줘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기쁨이나 고통이나, 어떤 형식으로든 독자의 의식에 진동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지역 소설가로서 지역에서, 지역에 관해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역 소설가로서 그 지역 소설을 쓴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해요. 어느 지역에 있는 소설가는 그 지역을 잘 드러낼 수 있고, 그런 특권을 가지고 있어요, 그게 지역소설가라고 생각하는데, 그 나름 의미가 있을 거예요.

  부산만을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인간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나는 소설을 쓸 때, 부산 이야기만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부산을 나타내도, 서울을 나타내도, 독자들은 어디서나 다 읽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지역소설가로서 분류된다는 것……. 이건 일종의 취향이라고 생각해요. 의무는 아니고요. 수원보호구역 같은 경우가 부산을 배경을 하고 있는 것인데, 소설 상에서는 늘 배경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부산 사람만을 위한 소설을 쓴 적은 아직 없어요.

  그래도 「실버로드」는 내가 사는 곳 바로 뒷산인 금정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수원보호구역」 같은 경우는 해동수원지, 「밤길」 같은 경우도 경남을 배경으로 하죠. 이런 식으로 내가 부산에 살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소설에 부산을 끌어들이게 되요. 자연스럽게. 굳이 그것만을 의식하면서 써야한다는 의무감은 갖고 있지 않아요.





현재 동의대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글 힘은 세서, 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쓰지 않아도 좋다, 그냥 많이 읽어라. 그럼 언젠가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길 거고, 많이 읽다보면 결국 생각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소설 속의 많은 인물들을 만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떤 장면과 맞닥뜨렸을 때 책 속의 인물들과의 만남을 상기하면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다. 나도 그랬고, 주변에서도 보면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어쨌든 많이 읽어라. 그럼 글 힘이 자랄 것이고, 그러면 그 글 힘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기가 된다.






독자들이 이번 『만남의 방식』을 어떻게 읽고 만났으면 하십니까?




 모든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고 나면 독자의 몫이에요. 기분 좋게 읽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읽고 뭔가 생각해보거나 공감하거나, 위안을 받았다거나, 일말을 행복감을 느꼈다던가. 하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행복감을 느낄 만한 주제는 없을 거고.(웃음) 아무튼 그렇게 생각할 거리가 있네, 하고 읽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읽자마자 외면당하는 소설은 아니었으면 하네요.(웃음)







마지막으로 장편소설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시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오래 전부터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금방 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시기적으로 맞지 않으니까……. 소설 쓰는 사람들의 관심이 비슷한 데 집중이 되나 봐요. 내가 한발 늦은 상황이 이미 두 번이나 있었어요. 그래서 장편소설을 갖고 있기는 한데, 예를 들어, 아동폭력이라던가, 조직 속에서의 폭력, 성폭력 같은 소재를 가지고 쓰고 있을 때 이미 다른 작가가 완성시켜서 소설을 내어버린다던가. 또 혹은 역사적인 인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고되게 취재를 하고 있을 때, 또 누군가는 근사하게 취재를 해서 책을 이미 내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소용이 없어져버린 거죠. 그건 오로지 나의 게으른 탓이다, 라고 자책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장편소설을 금방 발표하고 싶었는데 그런 문제로 인해서 발표를 할 기회가 없어져버리고, 지금은 하나 겨우 퇴고를 하고 있는데 어떡하면 장편을 하나 보여 볼까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청탁이 오면 물론 단편을 쓰겠지만, 좀 더 긴 호흡으로 장편을 쓰고 싶어요. 계속 앞으로 쓸 거니까. 다양한 소재가 장편에 들어가게 되겠죠.






이렇게 두 시에 걸친 인터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면 관계상 못 넣은 이야기도 있어서 아쉽네요ㅜ.ㅜ 그 아쉬움을 달래주시려는지 정인 선생님이 제가 가지고 간 『만남의 방식』에 사인을 해주셨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허락해주신 정인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즐거워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도 감사드려요!

정인 선생님의 세 번째 소설집 『만남의 방식』 많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정인 소설집 『만남의 방식

 

"다음 목적지는 어딥니까?"
 상처의 발자취를 쫓는 집요한 시선

중견 소설가 정인의 세 번째 소설집 『만남의 방식』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서로에게 숨겨왔던 것들이 드러날 시간입니다. 정인 소설의 뿌리인 우리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그것이 형성한 고통과 치유의 서사는 이번에도 단단한 결정을 이루어 뼈처럼 보석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붙듭니다. 몸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평생 완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결코 나을 수 없다면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를 말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의미한 행위인가요. 아닐 것입니다. 고백과 폭로라는 일관된 구조를 통해 새로운 시작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레 타진해온 정인 소설의 정통성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오롯합니다. 8편의 소설마다 빠짐없이 존재하는 ‘나’들은 다양하게 변주된 학교폭력, 성폭력, 가족갈등 속에서 고백 혹은 폭로를 선택하며 숨겨진 의외성을 보여줍니다.

 

고백과 폭로 뒤에 숨겨진 의외성

 

 

 

 

 

 

 

잊어버릴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잊는가?

 

 

 

 

 

 

 

 

 

 

 

고통의 제물과 재생의 방식으로서의 소설

우리는 살면서 깨달은 바 있습니다. 혹시 그 사람[情人]이 아니면 사랑할 수 없지 않나요. 정인은 대체할 수 없는, 아무나가 될 수 없는 작가입니다. 『만남의 방식』에서 그녀는 자신을 고통의 제물로 삼아 재생을 도모하는 종교적 의식을 치를 제사장처럼 보입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에,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 허망한 명제는 현실적인 힘을 얻습니다. 치유가 영영 불가능할지라도 상처를 덮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독자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작가 정인의 소설집 『만남의 방식』 은 그래서 한 자루 펜으로 드리는 기원과도 같습니다.

 

 

 


 

『만남의 방식』 정인 소설집

정인 지음 | 문학 | 국판 변형 | 260쪽 | 13,000원
2014년 7월 31일 출간 | ISBN :978-89-6545-248-5 03810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그것이 형성한 고통과 치유의 서사에 천착한 정인의 세 번째 소설집. 병폐와 상처를 도려내고 덮어 가리는 대신, 힘든 고통일수록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인
1958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자랐으며 인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0년 『21세기문학』에 「떠도는 섬」, 『한국소설』에 「당신의 저녁」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노근리평화문학상을 받았으며 작품집으로는 『당신의 저녁』, 『그 여자가 사는 곳』이 있다. 현재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목차

유서
만남의 방식
밤길
수원보호구역
해바라기의 비명(悲鳴)
실버로드
호수 근처
라 메르

작가의 말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