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마르크스는 자신의 이론을 어떻게 정립했을까? 그리고 마르크스의 사상은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적용됐을까?

마르크스를 조명한 책 두 권이 잇달아 나왔다.

러시아 경제학자 비탈리 비고츠키가 쓴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강신준 옮김)는 네 번에 걸친 마르크스 경제 이론의 발전과정과 그 의미를 밝혀냈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집약한 저서 '자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눠 정리했다.



첫 번째는 마르크스가 경제이론의 방법론적 전제를 세운 1840년대다. 이 시기 마르크스는 부르주아 고전경제학의 노동가치론을 거부했고, 따라서 자신의 독자적 경제이론도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마르크스가 경제이론에 대한 작업을 심화시키기 시작하는 동시에 경제학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한 1850년대 초반이다. 마르크스는 고전경제학의 방대한 자료를 접하고 여기에 대한 요약노트를 만들어 자신의 비판적 주석을 붙였다.

세 번째는 마르크스가 '자본'의 첫 번째 초안에 해당하는 '경제학 비판 요강'을 집필한 1850년대 후반이다. 그는 이때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론과 잉여가치론을 서술하고 평균이윤과 생산가격에 대한 이론을 치밀하게 다듬었다.

마지막으로 1860년대는 마르크스가 잉여가치론에 대한 작업을 마치고 고전경제학에 대한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평가를 한 시기다. '자본'의 두 번째 초안에 해당하는 '1861∼1863년 초고'가 그것이다.

저자가 정리한 네 단계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르크스 경제이론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마르크스 이론에 집중했다면 '혁명과 역사'(아리프 딜릭 지음.이현복 옮김)는 마르크스주의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살핀다.

터키의 역사·인류학자 딜릭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소개된 이후 중국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유교적 역사관을 넘어 사회 자체에서 발전의 동력을 찾는 작업에 천착했는지를 보여준다.

책에는 오늘날 중국 역사의 근저를 이루는 유물론적 역사 개념의 공헌과 한계, 이를 둘러싸고 혁명을 꿈꿨던 역사학자들의 격렬한 논쟁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는 그 기원이 외래적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사유에 근본적인 충격을 줄 수 있었다"며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이론 체계에서, 중국의 지식인들은 아마도 19세기 유럽의 사고로부터 비롯된 가장 포괄적인 '변화의 사회학'을 마주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 도서출판 길. 322쪽. 2만원.

'혁명과 역사' 산지니. 336쪽. 2만8천원.

고은지 | 연합뉴스 |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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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역사 - 10점
아리프 딜릭 지음, 이현복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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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방법으로서의 중국』 미조구치 유조 지음|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296쪽|25,000원

그가 내세운 중국학은 바로 ‘자유로운 중국학’이다. 여기서의 자유의 의미는 물론 ‘진화’에서 벗어나 방법론상의 자유의 확대를 가리키는 동시에 사회주의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자신의 學의 목적의식으로 삼는 그러한 중국밀착적인 목적으로부터의 자유 또한 가리킨다.

 

 



 
   
 

중국을 대상으로 자신의 사유를 전개한 사상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미조구치 유조(1932~2010)의 초기 저작 『방법으로서의 중국』이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국내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오래 전부터 이 책의 번역을 염두에 뒀는데, 이제야 출판을 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중국의 싼롄서점에서 ‘미조구치 유조 전집’의 완간을 앞두고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미조구치의 저작은 많이 번역돼왔지만 유독 이 책만 번역되지 않아 조바심을 내던 차였다. 이미 번역된 저작들 대부분이 전문 연구서임에 반해 이번에 출간된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자신의 학술연구를 바탕으로 ‘지금 중국을 말하는 이유’를 종래의 일본 중국학을 비판하면서 밝히고 있는 저서라는 점에서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1980년대에 발표한 논문들을 수록한 이 책에서 그가 강조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근대 중국을 분석하는 주류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이다. 여기서 주류적 방법론이란 중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종래의 시각 즉 진화론에 입각한 단계론적 시각을 가리킨다. 미조구치는 종래의 양무운동-변법유신-신해혁명이란 단계론적 구도에 따른 중국 근대사 이해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병폐를 나았는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아울러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이라는 단순한 이원론적 구도로는 중국의 근대가 지닌 독특함 그리고 이것이 드러낸 다양한 역사구조상의 모순들을 정확히 투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현재적 시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내용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당시에도 이와 같은 서구 중심의 근대 이해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제기됐다. 그런데 미조구치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중국의 근대 특히 현실 중국(중국 사회주의)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식의 단계론적 시각에서 ‘봉건’이라고 명명된 전근대를 일방적으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획득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미조구치는 중국의 근대를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大同的 근대’라고 정의하고, 근대 중국에서 일어난 혁명 전체를 장기적으로 부감하는 시각을 갖지 않고서는 중국의 근대를 규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非’가 아닌 ‘異’적인 전근대와 근대의 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투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조구치의 이러한 주장이 중국의 근대를 분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즉 그의 중국 연구는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말한 ‘중국을 방법으로 세계를 목적으로’라는 구호는 중국 연구가 지향해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미래 세계의 문명에 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데 중국 연구가 일조할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서구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중국이라는 창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인데, 그것은 중국 근대사의 제 현상을 횡적으로 대비하고 종적으로 탐문하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중국 연구자가 담당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서 미조구치의 시선은 중국학의 역사로 옮겨 간다. 이 책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내용이 바로 일본 중국학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검토인 이유다.


미조구치가 1980년대에 현실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일본 중국학 분야의 선배 연구자인 다케우치 요시미를 비롯한 좌파 지식인들의 탈근대적 중국론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됐다. 그는 좌파 지식인들의 탈근대론적 중국론 역시 사회주의 중국을 이상화하는 오류를 범했는데,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거부했다는 서구식의 근대 이해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미조구치가 비판한 근대에 대한 단계론적 해석을 철저하게 인정하는 위에서 그들의 중국 연구가 성립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바로 앞의 선행 중국학 연구를 비판하는 데서 출발해 일본의 중국학 연구사의 흐름을 중심적인 학파를 대상으로 기술했는데, 그는 이를 크게 ‘중국 없는 중국학’과 ‘중국밀착적 중국학’으로 구분했다. ‘중국 없는 중국학’은 일본의 전통 漢學과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서구(유럽)의 시놀로지를 수용한 지나학이 해당한다고 규정한 반면, ‘중국밀착적 중국학’은 바로 앞에서 말한 좌파들의 낭만적 중국 이해 또는 연구라고 지적한다.


근대 이전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시대에 보편적인 학문으로서 ‘한학’이 존재했었다. 그 ‘한학’의 내용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근대 이후에도 동아시아 각국에서 여전히 위력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실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 ‘한학’적 연구방법론만으로는 부족하며, 아울러 서구의 시놀로지를 수용한 지나학 역시 과학적 방법론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차례로 비판했다. 미조구치에게 중국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며 바로 현재의 중국이며, 그리고 이 중국은 결코 과거가 박제화 된 채로 있는 것이 아니며 미래 역시 이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한학’이나 ‘지나학’은 그런 점에서 ‘살아 있는 학문’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파악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교(학)가 지닌 다층적인 의미를 포착하고, 근대 이후의 ‘봉건’이란 이름으로 부정된 反 유교 운동의 과격한 측면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학문이 정치(혁명)과 결부됨으로 그 자신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과거(전통)에 대한 학술적 해석에 있어서 경계해야할 사안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일본 중국학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그가 내세운 중국학은 바로 ‘자유로운 중국학’이다. 여기서의 자유의 의미는 물론 ‘진화’에서 벗어나 방법론상의 자유의 확대를 가리키는 동시에 사회주의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자신의 學의 목적의식으로 삼는 그러한 중국밀착적인 목적으로부터의 자유 또한 가리킨다. 이러한 자유야말로 이제까지 중국을 객관적으로 대상화하는 보증이 되며, 이 객관대상화의 철저야말로 일본의 한학이나 지나학과 같은 ‘중국 없는 중국학’에 대한 충분한 비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중국을 단순히 아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중국에 대한 몰입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그런 범위 내에서 또 하나의 중국밀착적 중국학이 되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면 시종 자신의 개인적 목적의 소비에 이용하는 한에서 또 하나의 중국 없는 중국학이 되는 것은 결코 자유로운 중국학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에 미조구치는 진정 ‘자유로운 중국학’은 어떤 양태이든 목적을 중국과 자기 내부에 두지 않고, 결국 목적이 중국과 자기 내에 해소되지 않는, 역으로 목적이 중국을 넘는 중국학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중국학’으로 정의된다.
일본 중국학에 대한 미조구치의 이와 같은 정리는 바로 한국의 중국학 연구자들에게 우리 중국학의 역사와 위상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향후 우리의 중국 연구의 방향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한다. 과연 우리의 중국학은 우리를 바라보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했으며, 나아가 자신을 상대화하는 눈을 통해 중국을 상대화하고 더 나아가 중국 연구를 통해 다른 세계에 대한 다원적인 인식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 책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서광덕 건국대 강사·중문학

필자는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의 근대문학가 루쉰 및 동아시아 근대 지식의 형성과 관련해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루쉰』, 『일본과 아시아』, 『중국의 충격』, 『루쉰전집』 등을 번역했다.





교수신문 |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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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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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근현대사상총서’ 시리즈 1차분 4권 출간



중국 근현대사상이 던진 삶의 근본문제와 대안세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시리즈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중국이 학문적으로 급성장함에 따라 현대의 중국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근현대사상을 돌아보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지만, 정작 그 시대의 고민이 담긴 텍스트들을 온전하게 읽어볼 기회가 적었다.
 이에 산지니 출판사와 경성대 글로벌차이나 연구소는 중국 근현대사상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 시대가 만들어가야 할 문명사회를 상상하는 유익한 사상자원으로 삼고자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시리즈를 출간했다.
 1차분으로 출간된 책은 총 네 권으로 담사동의 ‘인학’, 량치차오의 ‘구유심영록’과 ‘신중국미래기’, 그리고 1920년대 중국 지식인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과학과 현학 논쟁’의 ‘과학과 인생관’이다.
 변법유신운동을 주도하다가 서른넷의 나이로 아깝게 처형당한 담사동의 ‘인학’은 동서양의 다양한 근대학문과 사상을 바탕으로 간섭이 없는 평등한 세계가 무엇이고 이를 추구하기 위한 도덕 정신의 고양을 실천덕목으로 제시한 글이다.
 중국의 계몽사상가 량치차오의 ‘구유심영록’은 유럽 여행을 떠난 량치차오가 서양문명을 바라보고 새로운 문명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는 사상서이다.
 ‘과학과 인생관’은 1923년 칭화대학에서 있었던 장쥔마이의 ‘인생관’ 강연에서 촉발돼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해 1년이 넘게 지속된 ‘과현논쟁(과학과 현학 논쟁)’의 과정을 모두 실어 당대 중국 지식인들의 치열한 사상 정립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신중국미래기’는 근대 중국의 계몽사상가 량치차오의 미완의 정치소설로 미래 신중국에 대한 구상과 중국 현실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는 작품으로, 특히 시진핑 시대의 중국몽을 예언하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4권의 작품을 먼저 선보이게 됐지만 ‘중국근현대사상총서’는 앞으로 류스페이와 리다자오, 천두슈, 두야취안, 후스의 사상선집을 비롯해 휘튼의 ‘만국공법’, 장지동의 ‘권학편’ 등 다양한 중국의 사상서들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관 | 경북도민일보 |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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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학 - 10점
담사동 지음, 임형석 옮김/산지니


구유심영록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과학과 인생관 - 10점
천두슈 외 19명 지음, 한성구 옮김/산지니


신중국미래기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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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20세기 초 주요 저작 '중국근현대사상총서'로 묶어
1차분에 량치차오·탄스퉁 저서




전통/현대, 개량/혁명, 자본주의/사회주의, 국가/세계, 과학/철학, 동양/서양….


19세기 말~20세기 초 중국 지식인들은 나라의 존망(存亡) 위기 앞에서 격론을 벌였다. 거듭되는 전쟁과 혁명 뒤에 중국 공산당이 승리함으로써 논쟁은 끝난 듯했지만 20세기 말 개혁과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비슷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지금 중국 지식인들은 한 세기 전 선배들이 제시했던 해법을 재성찰하고 있다.

산지니 출판사의 '중국근현대사상총서'는 청말(淸末)~민국초(民國初) 주요 인물들의 저작 중에서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미래 구상에 사상적 자원이 될 수 있는 것을 골라 우리말로 옮겼다. 1차분으로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1873~1929)의 '신중국미래기'와 '구유심영록(歐游心影錄)', 1898년 무술변법의 주역 탄스퉁(譚嗣同·1865~1898)의 '인학(仁學)', 1923년 과학의 효용과 한계를 놓고 저명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해 벌인 논쟁을 수록한 '과학과 인생관'등 네 권이 간행됐다.

1902~3년 잡지에 연재됐던 '신중국미래기'는 중국이 입헌 국가가 된 지 50년 뒤에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형식의 정치소설이다. 공자의 후손으로 혁명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던 쿵훙다오(孔弘道)는 중국이 세계 대국으로 부상한 과정을 예비 입헌(立憲), 분치(分治), 통일, 국부 축적, 대외 경쟁, 비약의 여섯 시기로 나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개량파와 혁명파로 나뉘지만 서로 배척하지 않고 경쟁과 연대를 통해 부강과 독립을 달성한다. 소설 속에서 중국이 '유신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세계평화회의와 상하이 박람회는 오늘의 중국을 예언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중국에서는 이 소설을 시진핑의 '중국몽(夢)'과 연결해 미래 중국의 비전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구유심영록'은 1911년 신해혁명 후 사법·재정총장으로 정치에 깊이 관여했던 량치차오가 파리평화회의에 참석차 1918년 10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유럽을 돌아보고 와서 쓴 책이다. 서양 근대 문명에 절대적 신뢰를 갖고 동아시아에 전파해온 그는 1차 세계대전으로 서구 문명이 폐허가 된 것을 보고 과학만능주의와 약육강식의 사회진화론을 반성하며 물질과 정신의 조화, 개인의 상호 부조와 국가 간 협력·소통, 서양 문명과 중국 문명의 화합을 통해 새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과 인생관'은 과학만능주의를 지지하는 후스(胡適·1891~1962)와 천두슈(陳獨秀·1879~1942), 이에 반대하는 량치차오 등이 1년여에 걸쳐 벌인 논쟁이다. 결과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지지했던 전자가 승리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과학과 전통문화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학'은 중국 전통 윤리의 핵심이었던 인(仁)을 새롭게 해석하여 기존 질서와 기성 종교를 해체함으로써 근대적 가치의 불을 댕긴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이 시기 주요 사상가인 리다자오(李大 조·1889~1927)·류스페이(劉師培·1884~1919)·두야취안(杜亞泉·1873~1933)·천두슈·후스의 사상선집과 장지동(張之洞·1837~1909)의 '권학편', 량수밍(梁漱溟·1893~1988)의 '중국문화요의', 위원(魏源·1794~1856)의 '해국도지(海國圖志)' 등이 계속 번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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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 조선일보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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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학 - 10점
담사동 지음, 임형석 옮김/산지니


구유심영록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과학과 인생관 - 10점
천두슈 외 19명 지음, 한성구 옮김/산지니

신중국미래기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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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국은 전통지식과 서구의 근현대지식이 만난 중국 사상사의 격변기였다.

현대 중국사상을 이해하려면 이때의 중국을 돌아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경성대 글로벌차이나연구소와 산지니 출판사는 중국 근현대사상이 품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을 소개하는 중국근현대사상총서를 발간했다.

이번에 출간된 1차분은 청나라 말기 사상가 담사동(譚嗣同)의 '인학', 청말 중화민국 초기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의 '구유심영록'·'신중국미래기', 그리고 1920년대 중국 지식인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과학과 현학의 논쟁 '과학과 인생관' 등 4권이다.

변법유신운동을 주도하다가 34세에 처형당한 담사동의 '인학'은 동서양의 다양한 근대학문과 사상을 바탕으로 간섭이 없는 평등한 세계는 무엇이고 이를 위한 도덕정신은 어떻게 고양하는지를 제시한 책이다.

량치차오의 '구유심영록'은 유럽여행을 떠난 량치차오가 바라본 서양문명과 새로운 문명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또 그의 미완의 소설 '신중국미래기'는 미래 신중국에 대한 구상과 중국 현실에 대한 고뇌를 드러낸다.

'과학과 인생관'은 1923년 칭화대(淸華大)에서 있었던 장쥔마이(張君<萬+力>)의 '인생관' 강연에서 촉발돼 각 분야 지식인이 대거 참여한 이른바 '과현논쟁'(과학과 현학 논쟁)의 전 과정을 실었다.

1년 넘게 이어진 논쟁을 통해 당대 지식인의 치열한 사상 정립 양상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는 류스페이(劉師培), 리다자오(李大釗), 천두슈(陳獨秀) 등 중국 근현대기 대표적 사상가의 사상전집과 중국에서 서유럽 국제법을 인식한 기본서가 된 미국 법학자 휘튼의 '만국공법', 장지동(張之洞)의 '권학편', 위원(魏源)의 '해국도지' 등을 추가로 출간할 예정이다.

고은지 | 연합뉴스 |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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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학 - 10점
담사동 지음, 임형석 옮김/산지니

구유심영록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과학과 인생관 - 10점
천두슈 외 19명 지음, 한성구 옮김/산지니

신중국미래기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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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묵직한 고전들의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출판 불황이라고 하지만 검증 받은 고전만큼은 출간 가치면에서나 꾸준한 판매 면에서 밑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창비는 아놀드 하우저(창비식 표기로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4권 개정2판을 내놨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서 찰리 채플린과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영화까지 다룬 이 책은 예술도 시대의 산물이라는 마르크스주의 방법론 때문에 ‘문예사’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1970~80년대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혔다. 크게 고치기보다 도판을 모두 컬러로 바꾸고 서체와 행간을 조정해 보기 좋게 바꿨다. 1999년 개정판이 나온 뒤 두 번째 개정판이다.

개정2판 서문에서 백낙청 전 창비 편집인은 영어본 제목은 그냥 ‘예술의 사회사’였고, 독일어본은 ‘예술과 문학의 사회사’였음에도 우리 번역본 제목에서는 문학이 앞세워진 것에 대해 “초판 출간 당시에는 문학 독자가 여타 예술분야 독자보다 훨씬 많았다”고 설명해뒀다. 문학이 적게 다뤄지는데 대한 나름의 해명인 셈이다. 창비 관계자는 “계간지 창작과비평 50주년을 맞아 한번 더 재정비해 내놓을만한 좋은 책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각 권마다 매달 몇 백권씩 꾸준히 나가는 책이다.

산지니출판사는 미조구치 유조의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내놨다. 미조구치는 서구 중심의 세계관, 일본의 일방적인 서구 제국주의 추종을 비판하기 위해 중국을 그 대안 카드로 뽑아 들어서 1989년 이 책을 냈다. 욕할 것도, 칭찬할 것도 없이 중국이 자기만의 근대를 추구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자고 제안해 일본뿐 아니라 중국 학자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았던 책이다.

지금 보면 결국 ‘현실 중국’을 미화하는 쪽으로 치우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의 굴기가 현실화되면서 국내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학자이기도 하다. 산지니도 “중국학연구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 중국학의 방향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적 가치에서 중국을 바라보면 중국의 방향이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암사의 ‘자아연출의 사회학’은 1959년에 나온, ‘연극론적 사회학’의 창시자 어빙 고프먼의 첫 책이다.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이 실은 고도의 연극적 장치들로 이뤄져 있다는 내용을 담은 미시사회학의 고전이다. 계급, 계층 문제에 집중하면서 대규모 통계처리기법이 사회학 연구를 휩쓸고 있을 무렵, 고프먼은 거꾸로 소집단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 보고서에 가까운 사회학 이론을 내놓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추천사를 쓴 김광기 경북대 교수는 고프먼을 “주류 사회학계에서 그토록 벗어나려 했던 사회학계의 이단아”라 평하면서 “그의 책 출간은 독자들에게 축복”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고프먼 이론을 두고 ‘그래서 모두가 연극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냐’고 비웃기도 했지만, 상징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발생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묘사해낸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 받았다. 우리 누구나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새롭게 마주치는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끊임없이 탐색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조태성 | 한국일보 | 20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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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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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미조구치 유조 지음/서광덕, 최정섭 옮김/산지니/2만5000원

중국 vs 아시아, 그 전쟁의 서막/조너선 홀스래그 지음/최성옥 옮김/시그마북스/1만5000원

일본의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1932∼2010)의 첫 저서이다.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적 입장에서 중국을 이해하자는 책이다. 중국의 근대사는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과 같은 서구식 이원론적 시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중국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자유로운 중국학을 주창했다.

중국의 독자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중국을 상대화해 바라보자고 주장한다. 아울러 일본의 중국학을 중국 없는 중국학으로 비판한다. 지금 일본인의 시각으로는 1949년 이후 중국의 근대사 역시 제대로 해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출판사는 “국내에서도 중국학연구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학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면서 “이 책을 통해 21세기 중국학 방향을 정립하고 중국 연구가 지닌 세계성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적 가치에서 중국을 바라보면 중국의 방향이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중국 vs 아시아’는 중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딜레마를 분석했다. 저자는 중국과 주변국 간의 긴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융통성 없고 비타협적인 정책은 주변국의 반감을 사면서 불가피하게 심각한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극대화하려는 열망이 있고, 이런 열망은 주변국을 불평등한 동반자 관계로 내몰며 점차 분쟁이 있는 영토를 장악할 수 있다. 저자는 그러나 중국의 열망을 특별한 것으로 바라보진 않는다.

중국은 정상적으로 부상하는 국가이고 평범한 야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서구 열강들 또한 고민했던 ‘전쟁과 평화’라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본다.

저자는 “오늘날 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전쟁을 막기 위해 첫 번째로 할 중요한 일이, 바로 이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욱 | 세계일보 | 201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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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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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조구치 유조'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지난 여름입니다.

세계적인 중국 연구자의 책이라는 소개와 함께 책을 한 권 건네받았는데, 표지를 봐서는 별달리 알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세계적 석학의 저서'라는 찬사와 함께 출간되는 책들의 표지는 대부분 이러한 저자의 프로필을 부각했기 때문일까요? 

흰 바탕에 검은 글씨. 상당히 절제된 느낌의 이 책이 『방법으로서의 중국』원서였습니다. 



호기심에 '미조구치 유조'를 검색해봤으나 국내 자료는 몇 없었습니다. 몇 권 번역되어 있는 저서의 저자 프로필에는 학력과 저서가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지요. 


국내 출판된 미조구치 유조의 몇몇 저서들


중국 사상사, 그리고 사실상 중국학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 미조구치 유조이고,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방법으로서의 중국』이라고 들었는데, 

중국학에 문외한인 저는 딱히 미조구치 유조가 누구인지, 왜 중요한 사람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미조구치 유조는 2010년에 타계하기 전까지 동아시아 지식인의 교류를 선도하며 왕후이, 쑨거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고, 중국에서는 사후에 전집이 출간될 정도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본 학자"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사진출처: 한겨레

천광싱 대만 자오퉁대학 교수는 미조구치 유조를 기리는 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지난 한 세기 넘게 유럽과 미국의 역사발전 경험과 그에 따라 형성된 지식틀이 아시아 학계에서 유일하게 참고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틀로는 더이상 유럽·미국과 그밖의 여러 지역의 역사경험을 해석할 수 없다. 이제 참고할 대상을 어떻게 확대해 다원적 좌표를 만들고 새로운 지식의 방식을 창조해낼 것인지가 전세계 학술계가 마주한 공동의 문제이다. 그 다른 길을 찾는 여정에서 우리는 미조구치가 이미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줄곧 외롭게 그 길을 걸어왔다.

미조구치가 1980년대 제기한 명언인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것은 세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는 당시 일본 지식상황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전까지는 ‘세계’를 방법으로 중국을 가늠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실제로는 유럽과 미국이었다.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것은 더이상 유럽을 기준으로 타인을 가늠하지 않는 다원적인 구성이다. 유럽, 중국,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모두 이 세계를 구성하는 원소다. 즉 중국의 역사를 입구로 라틴아메리카를 바라보고 아프리카 역사에서 출발해 유럽을 보는 것처럼, 다원적 진리의 대화 과정에서 더 높은 수준의 세계의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인식을 가져야만 이론상에서 ‘제국주의’를 피할 수 있다." 


'중국을 방법으로 하여 세계를 보는 것'에 대한 미조구치의 시각이 선명하게 정리되어 있는 곳이 바로 그의 첫 저서,『방법으로서의 중국』입니다. 1989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중국에서 '공사公私'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본에서의 의미와 비교해 명확히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미조구치가 훗날 더 깊이 파고들게 되는 주제들에 대한 열정적 논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50년 넘게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미조구치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또한 동아시아 지식인 간의 교류였습니다. 그는 중국의 저명한 학자 왕후이, 쑨거 교수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중국 사회과학원의 쑨거 교수와는 1990년대에 함께 ‘중·일 지식인 회의’를 이끌었고 "스무살이 넘는 나이 차이와 국경, 전공을 넘어 친구"로 지냈다고 합니다. 쑨거는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미조구치 유조의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언급했지요. 



“어떤 국가든 사회든 인식 상대를 나와 관계 없는 외재적인 개체라고 생각하면, 상대를 숭배하거나 무시하게 되어 ‘평등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다케우치 요시미나 미조구치 유조(1932~2010) 같은 일본의 사상가들은 일본인이 일방적으로 미국을 숭배하는 현상을 보면서 어떻게 중국이나 아시아를 방법으로 삼아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고민했죠.” 

같은 인터뷰에서 쑨거 교수는 미조구치의 이론을 차용해 '방법으로서의 한국'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미조구치의 이론은 『방법으로서의 중국』이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모색하는 연구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노년의 미조구치 유조. 사진출처: 이와나미쇼텐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미조구치 본인이 자신은 이론가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점인데요. 미조구치의 제자 이토 타카유키에 의하면, 그는 줄곧 "나는 이론가가 아니라 장인(職人)"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목공이 물건을 만들듯이, 담론을 만드는 일도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어떤 실체를 구성하는 작업이란 말일까요. 

온라인 번역기의 도움을 빌린 의역입니다만, 이토 타카유키의 이야기를 잠시 읽어보시죠. 

"[미조구치에게는] 현장 감각을 가진 사람 같은 모습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광맥을 찾아내, 시대적 사조와도 겹치는 동물적인 육감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그에게는] 한때 사정이 있어 가업을 잇고, 그 약진이 경제지에 취재된 것이 자랑거리였다. 일본에 온 해외 연구자 때문에, 자가용으로 가재 도구를 나르기도 했다.  『주자 어류(朱子語類)』의 강독 세미나에 참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윤독회에는, 사망 반년 전까지 건강 악화를 무릅쓰고 발걸음해 그것이 사는 보람처럼 되어 있었다."


미조구치의 '현장 감각'은 가업을 이었던 경험에서 온 것일까요? 땀을 뻘뻘 흘리며 동료의 이사를 돕는 학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2010년 타계 직전까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장인'의 꾸준한 수련을 연상시키네요. 


///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방법으로서의 중국』 담당하게 되었을 때는 막막한 느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번역되어 세상에 나온 책을 만나니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네요ㅎㅎ

"故 미조구치 유조의 대표작이 드디어 한글로 나왔어요!"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새로운 중국, 그리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책소개 읽기


참고자료

서구의 틀을 벗어나 세계를 보다 (한겨레, 천광싱

“사람들이 상식으로 여기는 인식 방식 없애는 게 내 역할” (한겨레, 쑨거 인터뷰)

中国思想のエッセンス』 소개글 (이와나미쇼텐)


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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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중국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평가를 비판한 책 '중국의 충격'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1932∼2010)의 첫 저서다.

저자는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구축하고자 했다.

특히 문화혁명을 비롯한 중국의 근대사는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과 같은 서구의 이원론적 시각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신 중국을 하나의 방법으로 삼아 중국,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이른바 '자유로운 중국학'을 주창했다.

중국의 독자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중국을 상대화해 바라봄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세계를 오롯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지금은 우리가 원한다면 중국이라는, 좋든 싫은 독자적인 세계를 통해 이른바 중국 렌즈로 유럽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종래의 '세계'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게 됐다."(본문 128쪽)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89년 발행된 책이 아직도 유의미할까?

출판사는 "국내에 중국학연구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학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면서 "중국을 대상으로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는 지식인과 청년들은 21세기 중국학 방향을 정립하고 중국 연구가 지닌 세계성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지 | 연합뉴스 | 20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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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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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온전히 바라봄으로써

우리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방법으로서의 중국



선구적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가 제시하는 중국학의 미래

“중국을 방법으로, 세계를 목적으로”

평생 중국 연구에 천착하며 근대성에 대한 독특한 사유를 전개한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는 국내에서도 중국 철학에 대한 여러 저서와 중국 근대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평가를 비판하는 『중국의 충격』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0년에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동아시아 지식인의 교류를 선도하며 중국의 왕후이, 쑨거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 미조구치 유조의 첫 저서이자 중국학에 대한 그의 신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법으로서의 중국』이 드디어 국내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근대성에 대한 해명을 통해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구축하고자 한 선구적 중국연구자의 선언이다. 문화혁명을 비롯하여 20세기 후반 중국의 급격한 변화를 관찰하면서, 저자는 유럽을 기준으로 해서는 중국의 근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미조구치는 선진-후진이라는 틀 대신 중국을 방법으로 삼아 세계를 볼 것을 제안한다.

1989년에 일본에서 처음 발행된 이 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국내에 중국학 연구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학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중국의 근대성에 대한 미조구치의 총체적인 시각을 오롯이 전해주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중국학과 사상에 입문하려는 연구자들, 그리고 중국을 대상으로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는 지식인과 청년들은 21세기 중국학의 방향을 정립하고 중국 연구가 지닌 세계성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중국학에도 일침이 되는

서구 기준 단계론과 일본의 ‘중국 없는 중국학’ 비판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중국의 근대를 보는 종래의 시각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 시작된다. 미조구치가 비판한 중국 연구의 시각은 서구 근대의 기준에 의해 중국의 근대를 단계론적으로 파악하는 시각, 그리고 전후 일본의 이상화된 중국상이다.

서구를 기준으로 하는 단계론적 시각은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이라는 단순이원론적 구도에 의지해, 중국의 근대가 지닌 독특함을 정확히 투시하지 못한다. 저자는 종래의 양무운동-변법유신-신해혁명이란 단계론적 구도에 따른 중국의 근대사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병폐를 낳았는지 이 책에서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시각으로는 1949년 이후 중국의 근대사 역시 제대로 해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사회주의와 1980년대 이후의 자본주의 수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조구치는 일본의 ‘중국 없는 중국학’을 비판한다. 일본의 중국학은 일본과 중국이 공유하는 문화에 매몰되어 정작 중국과 일본의 차이는 세심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라톤이나 단테를 읽는 사람이 유럽 근대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고전인 『사기(史記)』나 『당시(唐詩)』를 읽는 것은 순전히 문학 또는 철학계의 일이지, 당대(唐代)와 송대(宋代) 중국을 알기 위해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유교가 재평가되면서 일어난 유교 관련 연구들도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지닌다.

중국이 일본과 유럽과는 매우 다른 역사의 길을 걸어왔다는 그 상대적 독자성이, 이때 유럽형 사고에 익숙한 우리 일본인의 역사관에 많은 자극을 줄 것이라는 한에서 그 독자성—단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이 문제가 될 것이다. (112쪽)

미조구치 자신은 중국의 근대를 “대동(大同)적 근대”라고 정의하고, 근대 중국의 혁명 전체를 장기적으로 부감하는 시각을 갖지 않고서는 중국의 근대를 규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중국의 ‘이(異)’적인 전(前)근대와 근대의 총 프로세스를 역사적으로 투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문의 목적이 중국을 넘어서는 “자유로운 중국학”

『방법으로서의 중국』에서 미조구치는 “자유로운 중국학”을 주창한다. 여기서 ‘자유’는 진화론적 역사관에서 벗어난 방법론상의 자유의 확대를 가리키는 동시에, 사회주의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자신의 학(學)의 목적의식으로 삼는 중국 밀착적인 목적으로부터의 자유 또한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는 이제까지의 중국을 객관적으로 대상화하는 보증이 되며, 이 객관·대상화의 철저함이야말로 일본의 한학이나 지나학과 같은 “중국 없는 중국학”에 대한 충분한 비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을 단순히 아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중국에 대한 몰입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또 하나의 중국 밀착적 중국학이 되거나, 시종 자신의 개인적 목적의 소비에 이용하는 점에서 결코 자유로운 중국학이 아니다.

미조구치는 진정 “자유로운 중국학”은 어떤 양태이든 목적을 중국과 자기 내부에 두지 않고, 결국 목적이 중국과 자기 내에 해소되지 않는, 역으로 목적이 중국을 넘는 중국학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중국학”이다. 미조구치는 중국 연구를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 중요한 자원으로 삼았고, 그래서 “중국을 방법으로, 세계를 목적으로”라고 하는 자신의 중국 연구의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은 우리가 원한다면 중국이라는 이 좋든 싫든 독자적인 세계를 통해 이른바 중국 렌즈로 유럽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종래의 ‘세계’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자유’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법’, ‘계약’이란 무엇인가 등 지금까지 보편적 원리로 간주되어온 것을 일단은 개별화하고 상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상대화이지, 소위 일본주의적인 일본 재발견, 동양 재발견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화는 세계의 상대화이므로 당연히 자기의 세계에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중국학이 중국을 방법으로 한다고 하는 것은 이처럼 일본도 상대화하는 눈에 의해 중국을 상대화하고, 그 중국에 의해 다른 세계에 대한 다원적 인식을 충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세계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 것은 상대화된 다원적 원리 위에서 한층 고차원적인 세계상을 창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128쪽)




중국을 온전히 바라봄으로써 우리와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과연 우리의 중국학은 우리를 바라보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는 중국 연구를 통해 다른 세계에 대한 다원적인 인식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을까. 미조구치 유조는 중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기존의 원리들을 재검토하는 것은 새로운 원리의 모색과 창조에 연결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을 방법으로 한다는 것은 세계의 창조 그것 자체이기도 한 바인 원리의 창조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독자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중국을 상대화하여 바라보는 작업은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세계를 오롯이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국이 G2로 부상한 21세기에도 서구의 사상은 여전히 지식 체계에서의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유교문화권’, ‘한자문화권’으로 중국과 뭉뚱그려지는 우리나라의 중국학도 미조구치가 지적한 ‘중국 없는 중국학’에 빠질 위험이 있다.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 연구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다.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길잡이 삼아 우리의 중국학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기원한다.




지은이 : 미조구치 유조 (溝口雄三)

1932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고, 중국 사상사를 전공하였다. 도쿄대학 중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나고야대학 대학원을 거쳐 규슈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대학 문학부 중국철학과 교수와 다이토분카대학 교수를 지냈다. 도쿄대학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2010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은 책으로 『중국 전근대 사상의 굴절과 전개』, 『방법으로서의 중국』, 『중국의 공과 사』, 『중국의 사상』, 『중국사상문화사전』(공저) 등 다수의 책이 있다.



옮긴이 :

서광덕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석사, 박사)

현 건국대 강사

역서: 『루쉰』, 『일본과 아시아』, 『중국의 충격』, 『루쉰전집』 등


최정섭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석사, 박사)

현 성결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성공회대 강사.

역서: 『텍스트의 제국』,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


차례




방법으로서의 중국아시아총서 18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 지음 | 서광덕 · 최정섭 옮김 | 학술 |

신국판 296쪽 | 25,000원 | 2016년 1월 29일 출간 | 978-89-6545-331-4 94910


평생 중국 연구에 천착하며 근대성에 대한 독특한 사유를 전개한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의 첫 저서로, 중국학에 대한 그의 신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책.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근대성에 대한 해명을 통해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구축하고자 한 선구적 중국연구자의 선언이다. 선진-후진이라는 틀이나 유럽이라는 기준이 아니라 중국을 방법으로 삼아 세계를 볼 것을 제안한다.


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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