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를 만나세요, 당신이 세상의 乙(을)이라면


- 기존에 출간된 책보다 매끄럽고 쉬운 번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한비자는 처세술이 아닌 경영학+정치학의 통치술
- 특히 사회에 나가기 전인 청년에 일독을 권합니다

고전학자 정천구(49) 박사를 부산 금정구 남산동 연구실 겸 자택에서 지난 19일 만나자마자 평소의 의문부터 털어놓았다.

   


'한비자' 번역본을 펴낸 고전학자 정천구 박사가 한비자의 사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본지에 연재한 기획시리즈에 바탕을 둔 단행본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도 함께 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재작년 이른바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들썩인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 일이 떠오를 때마다 저는 사건의 장본인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일찌감치 '한비자'를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하곤 했는데요."

커피콩을 가는 수동 커피그라인더를 돌리던 정 박사가 대답 대신 요즘 우스개를 하나 들려준다. "어떤 청년에게 꿈이 뭐고, 그 꿈을 이루는 데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재벌 2세가 되는 게 꿈인데 아빠가 노력을 안 해요'라고 답하더랍니다." 참 절묘한 농담이다.

곱게 간 커피가루에 물을 부어주면서 정 박사가 덧붙인다. "한비는 전혀 다르게 말하죠.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는 있어도 능력은 물려받을 수 없다. 필요한 덕목을 터득해서 네가 1세가 되라, 네 삶의 군주가 되라 하는 메시지와 내용이 '한비자'에는 있지요."

요약하면, '한비자'를 쓴 중국 전국시대(거의 2500년 전이다) 법가 사상가 한비가 땅콩회항의 현장을 봤다면, "그렇게 공부하라고 했건만…"하고 혀를 찼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물론, '한비자'에서 배울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비자'는 훨씬 풍부하고 깊고,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현실감이 높다. '한비자'는 2500년 세월을 거치며 강철처럼 단련되고 엄정하게 검증받은 책이다.

■거칠지 않게 어렵지 않게 번역

정천구 박사는 최근 산지니출판사에서 '한비자' 완역본을 펴냈다. 한비자를 전면에 내세워 현대 한국사회의 현실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한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도 같은 출판사에서 함께 냈다. '한비자,제국을 말하다'는 지난해 3월~8월 국제신문에 연재한 글을 다듬어 엮은 책이다.

그는 비중이 크고 중요한 책을 꾸준히 번역하거나 저술했다. 저서로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맹자독설', 번역서로 '차의 책' '동양의 이상' '원형석서' '일본영이기' '밝은 마음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명심보감' '삼교지귀' '모래와 돌' '베트남 선사들의 이야기' 등이 있다.

그의 저서 가운데 '논어, 그 일상의 정치' '맹자, 시대를 찌르다' '중용, 어울림의 길'은 고전 주해서로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동양 고전을 깊이 읽고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비자'가 그 흐름을 이었다.

"다른 연구자의 번역서가 나와 있는데, 정천구 번역본 한비자를 다시 내신 뜻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그는 답했다. "한비자 전체를 번역한 책은 현재 시중에 4종 정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런데 대체로 번역이 거칠고 상그러워요. 대학생 이상이면 읽는 데 어려움이 없는 번역서가 필요하다고 봤지요." 정 박사는 "그리고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게 아니라 옮기는 이의 해석과 시각과 역량이 담기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내내 한비자 주석서가 안 나온다. 비교적 근래까지 한비자에 관한 관심이 없었다. 일본만 해도 에도시대에 한비자 주석서가 쏟아져 나왔고 권위 있는 책도 많다. 이런 사정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명세에 비해 한비자 번역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았다.

■제자백가 책은 고루 읽어야

   

그가 한비자를 새로이 공들여 번역한 뜻은 또 있다.

"기존 한비자 번역서에는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사상이 유가사상과 단순하게 대립하고 배척만 한 것으로 이해하는 면이 있죠. 유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고, 그러다 보니 유가와 법가의 관계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정 박사가 볼 때 둘 사이의 관계는 훨씬 긴밀하다.

법가의 거물로, 진시황이 완성한 천하통일의 바탕을 마련한 상앙은 당시 유가를 비판하면서 법가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상군서'라는 책으로 남겼다. 유가의 거목 맹자는 이런 '상군서'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비판하면서 자기 사상을 펼친다. "불교사상이 없었다면, 성리학이 성립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하게 법가와 유가의 관계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데가 있었죠."

이는 정천구 박사가 강조하는 고전 공부법의 요체로 이어진다. "함께 읽어야 해요." 한비자를 비롯한 제자백가는 '나는 논어가 좋아' '그럼 나는 맹자' 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배울 수 없고 고전공부에서 아주 중요한 균형감각까지 못 갖추기 십상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세상 살기 어렵다고 노자와 장자에만 빠져들면 도피로 흐르고, 법가만 파고들면 각박해질 수 있겠다. 실제로 에도시대부터 한비자에 열광한 일본은 국가 발전을 앞당기는 데 성공하지만, 그 뒤 침략적 제국주의로 흘렀다. 조선은 법가와 유가가 균형을 이룬 전기에는 융성했으나, 성리학과 관념론에 빠져버린 조선 후기에는 참혹했다. 정 박사는 '한비자' 또한 '논어' '맹자'를 비롯한 여러 제자백가의 책과 함께 볼 것을 권했다.


■당신이 을이라면 한비자를 읽자

'한비자'의 문장은 간결한 아름다움이 있다. 상당 부분이 치밀하고 논리적이다. 권력과 정치의 속성과 본질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2000년이 지난 지금과 하나 다를 게 없어 간담이 서늘하고 모골이 송연해질 지경이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한국 정치 현장 이야기처럼 생생하고 현실감이 강하다.

망징(나라가 망할 징조) 팔간(신하의 여덟 가지 간사한 짓) 십과(군주의 열가지 허물) 세난(유세의 어려움) 간겁시신(간사하고 겁주고 시해하는 신하)…. '한비자' 자체가 강한 책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한비자'는 인간사회의 관계를 힘(권력)의 관계로 보고 이를 활용하고, 여기서 살아남고, 번성하고, 안정되는 법을 논한다.

"그러므로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경영학과 정치학을 아우른 통치술이지요. 조직 위계에서 아래 쪽에 있는 분들, 갑을관계에서 을인 분들은 반드시 읽어야죠. 그래야 안 당하죠. 20대 청년들도 사회에 나가기 전에 꼭 읽기를 권합니다. '한비자' 속에는 일화가 많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논어 맹자 등 다른 책과 함께 읽을 때, 당신을 강하게 만들어 줄 책이다. 


# 고전학자 정천구와 그가 말하는 인문학

정천구 박사는 부산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부산 동구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에서 도덕경을,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사상구 사상평생학습관에서 맹자를 강의한다. 이 두 군데에서 강의하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책 쓰고, 노니는 삶을 산다.

그는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가르치려면 "장기 강의는 필수"라고 잘라 말한다. 그 자신이 강사로서 한비자 84주, 맹자 60주, 중용 36주, 순자 32주를 강의했다. 현재 하고 있는 맹자는 96주 진행했다. 드문 장기 강의이다.

좋은 인문학 강의는 진지하게 이뤄지며, 수강생에게 배우는 재미와 삶의 변화를 체험하게 해준다. 정 박사는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적어도 인문학 공부라면 1회성 강의나 특강은 보람과 효과를 느낄 수 없다. 80주에 걸쳐 해야 할 공부를 단 두 시간에 듣는 것은 '나도 안다'는 착각만 조장한다. 공부의 효과는 단숨에 얻을 수 없다. 꾸준히 해야 한다. 그것 말고는 길이 없다. 그 과정을 통과해야 인문학의 참맛을 느낀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4-21

원문 읽기


 

한비자 - 10점
한비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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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4.22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기사가 잘 나왔네요!!

  2. 권디자이너 2016.04.25 18: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봉권 기자님의 심층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바깥 세상에 갔다 온 414.입니다.

 지난 목요일, 저는 장전에 있는 아스트로 북스에 방문했습니다.





 아스트로 북스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장성시장에 있는 작은 서점입니다. 선간판도 없고,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찾았을 때 희열감을 준다는 '아스트로 북스 블로그'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입구 왼쪽 사진의 입구로 들어가 서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오른쪽 입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길 찾기는 나름 자신 있는 분야였는데. 매력을 하나 잃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왕 못 찾는 김에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나유타 카페





 B-SHOP





 개인의 취함




 그리고 아스트로 북스입니다.




 눈앞에 있었습니다. 








 서점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깔끔했습니다. 중간 탁자 위에는 귤과 문구 용품, 여러 책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서서 인사를 드리자, 아스트로 북스에선 제게 차와 귤을 권하셨습니다. 





 


 

 귤과 책과 솔방울과 성냥과 여러 가지 문구 용품과 그리고 탁자입니다.


 아스트로 북스에 처음 진입했을 때, 유독 명함이나 출입문에 새겨진 로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로고는 아스트로 북스 SNS 프로필 사진과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아스트로 북스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astrobooks.1652.



SNS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서점 같은 느낌으로. [웃음] 실체가 없는. (신비감 있네요.)네, 다들 오프라인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온라인으로만 오프라인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베일에 싸려고 싼 건 아니지만.


로고

 해주신 분 따로 계세요. 어떤 의미나 가치로 일을 시작하는지 짧게 인터뷰를 하신 뒤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로고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인터뷰한 다음날 만들어 오셨는데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책을 모티브로 한 우주선, 아스트로.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별생각 없는 인터뷰였는데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곳 시장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에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장성시장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에겐 행운이죠.

 (전주의 청년 몰이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가게 수가 많지는 않지만, 젊으신 사장님들이 많으셔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웃음] 저는 전주 청년 몰에 가본 적이 없어요. 그저 우연히 모이게 된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 있는 가게도 서점, 빵, 채식카페, 목공소 등 다양하고, 아니면 10년 20년 이 자리를 지키시던 분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죠.

 그래도 좋아요. 우연히 만났지만 좋은 사람들 만나서 같이 지낸다는 건 자체는 의미가 있잖아요.

 작은 책방이나 이런 거리에 대한 문화적 기대는 받고 있습니다. [웃음]





연애상담

 '현정'이라는 작가가 월요일마다 해주고 있습니다. 그분은 연애나 섹스칼럼을 계속 써 왔고, 저와는 어쩌다 아는 사이가 됐습니다. 잠깐 부산에 내려와서 책을 쓰는 중인데 월요일은 원래 어차피 휴무라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3월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항상 개강하면 ''을 많이 타곤 하죠. [웃음]

 사실 연애에 대한 고민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자아 성찰이죠.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문제는 자기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네가 어떻게, 이렇게 잘 연애해라 이런 것뿐만 아니라, 네가 어떻게 너를 바라보는지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상담 엄청 잘해요. (기대되네요.) 회초리처럼 날카롭게.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현정. 출처 인스타그램, astrobooks.1652.




소소한 이벤트

 (『차의 책』을 차와 함께 찍으셨더라고요.) 팔았어요 그래서. 서울로. 온라인 서점답게.

 손님들이 인스타에 올려야 관심을 가져요. 들어오셔도 인스타 보여주시면서 이 책 어디 있냐고. [웃음] 주로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활동적이신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데, 일로서 하게 되니까 평소보다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주로 인스타를 보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의책, 오카쿠라 텐신, 산지니. 출처 인스타그램 astrobooks.1652.








책 추천 

 제가 요새 즐겨보는 책은 약간 사회 메시지를 담은 것들입니다. 사회 문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청년들도 그런 고민이 많죠. 그 중 『공부중독』은 사회로 나가는 걸 유예하는 우리 모습을 지적합니다. 공부가 싫어도 대학에 가고, 대학원에 가는, 가야만 하는 현실을 짚는 거죠. 책에서 지적하길, 취준'생'도 학생 신분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마치 학생처럼 말하고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사회로 나가길 유예한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취준생이 아니라 취준자, 취준인일 수도 있다는 거죠! [웃음] 재밌습니다. 이 책. 대담형식이라 잘 읽히기도 합니다.

 두 번째 추천 책은 수필입니다. 제가 올해 제일 재밌게 읽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섬세한 감성이 잘 묻어나는 책입니다. 제목은 『그들 각자의 낙원』. 책 앞부분의 지도는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에요. 사람마다 안식처가 있듯. 이 작가에겐 이 이 그런 곳입니다. 이곳에서 어떤 걸 느끼고, 뭐가 좋은지, 무슨 생활을 했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문장이 아름다워요.

 아, 산지니 책 중에서는 지행출!







초판본

 (다음에 놀러 와도 될까요?) 놀러 오세요. 다음에는 일 말고, 재미로. [웃음] 요새 저 책이 정말 핫하지 않아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소와다리 초판본. 특히 문학 관련 친구들이 열광하는 거 같아요. 잘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갑작스러운 영감을 받나요?) 이벤트라 해도 거창한 건 없어요. 생각나면, 그냥 기회 될 때 소박하게나마 하고 있습니다. 전에 이탈리아 북 페어를 한 적이 있어요. 친구가 이탈리아에서 책을 10권 정도 사 왔는데, 그걸로 작은 전시를 했습니다. 작은 서점이라 가능한 일이겠죠.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주시는 덕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화 중 단골 분들이 고개를 내밀고 구경하시다 가기가 여러 번 지난 뒤에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추천해주신 책과 제 마음에 드는 책 하나씩을 골라 구매했습니다. 진열된 책들을 좀 더 구경하곤 아스트로 북스를 나섰습니다. 





 





 문까지 배웅해주시는 아스트로 북스에 인사를 드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와 걷고 있는데 문득 허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전화가 울렸습니다.


 "수첩 두고 가셨어요!"




 







 다행히 멀리 가진 않았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수첩도 되찾았습니다.

 








 무사 귀가 후에, 구매한 책들을 꺼내 구경했습니다.

 추천해주신, 『그들 각자의 낙원』과 제가 골라 본 『동사의 맛』입니다.




 잘 읽겠습니다.


 무슨 질문이든 시원하게 답변해주신 아스트로 북스 감사드립니다. 





(장전동) 인디 서점, 아스트로 북스

화~일 12:00 - 20:00 (월 휴무)

부산 금정구 수림로61번길 53 6호


아스트로 북스 블로그

http://blog.naver.com/astrobooks

아스트로 북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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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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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2.29 1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도 보이네요!! 반갑반갑!!

  2. BlogIcon 아스트로북스 2016.02.29 1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문과 방문기 감사합니다! :)

  3. BlogIcon 잠홍 2016.02.29 1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스트로북스 이야기만 듣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확실히 가고 싶네요 :)

  4. BlogIcon Emillia 2016.02.29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점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가보고싶어요. 자세한 설명과 사진 잘봤어요. 수고하셨습니다^^

  5. BlogIcon 조아하자 2016.03.01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스트로북스 로고 이뻐요!

얼마 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가 내한했었는데요.

와타나베 이타루 선생님께서는 당시 한국에서 몇 차례의 강연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중 저자께서 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산지니에서 출간된 『차의 책』을 추천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보이네요.

기사 전문을 소개해드립니다 :)


“‘궁극의 빵’을 만들고 싶어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182호] 2015년 11월 01일 (일)

조성일 기자  pundit59@hanmail.net


나는 애초 일본(2만 부)보다 우리나라(3만 부)에서 더 많이 팔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정작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자본론’에 초점에 맞춰져있는데, 사람들은 ‘빵집’에 더 관심을 두니 말이다. 하지만 9월 30일, 10월 1일 두 차례 이 책의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44)와 그의 아내 마리코(41)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달’도 ‘손가락’도 모두 봐야 함을 깨달았다.

고객 아닌 판매자 입장의 상식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일주일에 사흘 쉬고, 일 년에 한 달 쉰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였다. 빵집이라면, 고객이 필요할 때 언제든 빵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니까. 아, 그렇구나. 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상식일 뿐. 빵집 입장에서는 그 ‘상식’이 달라진다. 문 열 때만 판다. 그렇다면 그러고도 장사가 될까, 먹고는 살 수 있을까.
“다루마리 빵집은 언제 쉰다는 걸 소비자들이 다 압니다. 빵을 만들어 파는 날만 사러 오면 되니까 전혀 불편하지 않죠.”
그렇다. 빵집과 고객 사이의 ‘믿음’이 있으면 가능할 것 같다. 아니, 그가 실제 보여주고 있으니까,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가능하다.

물론 경쟁 빵집이 있을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더욱이 빵 가격까지 여느 빵집보다 더 비싸다면 아예 망하려고 작정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경영전략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한다. 
“다루마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듭니다. 설탕, 우유, 달걀, 버터 그리고 이스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다루마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입니다.”

“빵을 만들어보렴!”
와타나베 이타루가 빵집을 열게 된 것은 “작지만 진짜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질풍노도 시절을 누구보다 요란스럽게 보낸 이타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의미 없이 지내고 있었다. 이때 아버지가 안식년을 맞아 헝가리로 가게 되었는데, 그는 아버지의 보호자를 자처하여 따라나선다. 그는 그곳의 일본인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통해 한심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할아버지처럼 의사가 되려고 했으나 늦깎이 수험생에게는 버거웠다. 해서 농대에 들어간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유기농산물 유통회사에 취직한다. 그러나 회사원의 삶은 그가 꿈꾸던 세계가 아니었다. 더욱이 원산지 허위 표시, 뒷돈 거래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사로 이루어지는 사실에 그는 깊은 좌절을 겪는다. 마침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던 아내 역시 같은 고민을 하다 먼저 회사를 그만둔다. 하지만 시골살이나 농사를 동경하는 그였지만 그는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다시 날품 파는 인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적인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잠자리에 누워 선잠이 들려던 참, 아주 어렸을 때 전사했던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타루, 너는 빵을 만들어보렴!”

나는 이 말의 현실성에 의심이 들어 그에게 물었다. 혹시 평소에 빵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냐고. 빵에 대한 간절한 동경이 할아버지의 음성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냐고. 
“제빵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빵을 먹은 적도 거의 없고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굳이 빵과 관련해서 생각한 게 있다면 아내가 잼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고민한 적이 있었을 뿐인데…”
그도 왜 빵인지에 대해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와 아내의 부모를 비롯한 친구 등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하는 대로다.

“마르크스를 읽어보지 그러니?”
회사를 그만둔 이타루는 4년 반 동안 네 군데의 빵집을 전전하며 제빵 기술을 배운다. 빵집 역시 그가 다니던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 실망했던 그는 마지막 수련하던 빵집에서 국산 밀의 효과(농약 등을 친 수입밀에 의한 알레르기 때문에 흘리던 콧물이 멈춤)를 보고 국산밀을 사용하되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재료가 사람의 생명을 키우는 힘이 있다면, 균은 빵이나 와인처럼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으로 재료를 변화시킵니다.”

2008년 2월, 이타루는 아내 마리와 함께 인구가 8천 명이 조금 안 되는 지바현 이스미시에 두 사람의 이름을 딴 ‘다루마리 빵집’의 문을 연다. 그런데 ‘사람보다 개구리가 더 많은 시골’이라 싸게 팔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정직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매겨서 원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먹이자’는 경영철학을 내세워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두 사람의 ‘경영회의’는 부부싸움이라 할 만큼 치열했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에서 곡물 수입을 늘리면서 재료값이 폭등한 것. 여기에다 2008년 9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론이 터져 세계 경제는 대혼란에 빠졌다. 개점했지만 빵집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에서 이번에는 그의 아버지가 엉뚱한(?) 권유를 한다.

“이타루, 마르크스를 읽어보지 그러니?”
마르크스에 푹 빠져 지내던 아버지 덕에 마르크스라는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한 번도 꺼내 읽은 적이 없던 그는 서점에 가서 열세 권짜리 《자본론》부터 샀다. 그리고 한 권 한 권 읽어 나갔다. 

일주일에 사흘, 1년에 한 달은 쉰다
자본론을 통해 그는 자본이 창출하는 이익과 노동자의 임금이 서로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19세기 영국 제빵 노동자의 일과를 보고 휴식이라곤 없는 노동강도에 경악했다. 그래서 그는 일주일에 사흘 쉬고, 일 년에 한 달을 쉬는 ‘희한한 빵집’을 완성해나갔다. 
이타루는 공중에 떠다니거나 작물에 붙어서 존재하는 천연효모로 빵을 만든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효모인 이스트를 ‘순수배양효모’라고 부르며 눈속임 하는 사실을 개탄했다.

“이스트는 그 많은 ‘야생효모’ 중에서 제빵에 적합한 효모를 골라내 인공적으로 배양한 겁니다. 그런데 효모를 증식시킬 때 몸에 나쁜 첨가물을 넣습니다.”

그가 천연효모를 강조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천연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그 생명을 다한다. 즉 썩는다. 그럼 다시 밀가루를 만드는 밀 재배를 위한 거름이 되고, 그렇게 자란 밀은 다시 빵이 되고… 이런 순환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썩지 않는다면 순환과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썩지 않는 효모로 계속 빵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빵값이 떨어지고, 그 결과 상품가격 결정의 절대조건인 노동자의 임금도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 또한 그는 지역 사회와의 순환도 생각한다. 
“재료를 지역에서 재배한 유기농으로 구입하면 농가에 대가를 지불하게 되고, 농가는 그 대가를 기반으로 다시 밀을 재배하게 됩니다. 제가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우리 빵집의 경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에 일정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맥주 한 잔 하실래요!”
2011년 3월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그는 오카야마 현 가쓰야마로 이주해 2012년 2월에 새 빵집을 열었다. 그곳으로 이사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물’을 찾아서였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오카야마의 이웃 현인 돗토리 현 지즈 마을의 옛 보육원 건물을 빵집으로 개조해 다시 이사했다. 그가 그토록 찬양하던 가쓰야마를 버린(?) 이유가 궁금했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쓴 와타나베 이타루는 부인 마리코와 함께 9월 말 방한하여 여러 차례 강연을 하였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밀을 소맥분으로 만들려면 높이가 6미터나 되는 제분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여의치 않아 축소해서 억지로 설치했었는데 고장이 났어요. 그리고 지역 사회와 순환 경제를 이루려면 밀보관용 대형 냉장고가 필요한데, 그런 걸 실현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는 지즈에서의 경영에는 무게중심이 다소 이동한다고 밝혔다. 옛 보육원 건물이라 충분한 공간이 가능해 애초 하고 싶었던 효모 맥주도 제조하여 파는 카페로의 변신이다. 특히 그는 가쓰야마에서 농가에겐 대가가 지불되었지만 좋은 물과 땔감(화덕 피자용 장작)을 제공하는 산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대가가 돌아가지 않아서 안타까웠는데, 여기서는 가능할 것 같아 좋다고 말한다.

“천연효모는 효모 맥주에서 추출해서 사용하는데, 20%만 활용되고 나머지 80%는 제가 마십니다. 그래서 빵을 만들려면 꼭 필요한 게 맥주인데, 이걸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거죠.”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다루마리에 구경 가기를 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기서 일하면서 제빵 기술을 배워 한국에서 직접 빵집을 경영해보고 싶어한다고 하자 그는 연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제빵 기술 전수는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그걸 한국에서 현지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왜 이런 일을 할까.

“그냥 맛 좋은 빵을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팔면 팔수록 주변 환경이 좋아지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빵, ‘궁극의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랬다. 이타루의 실험은 지속가능한 빵집의 운영이었다. 100년 전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100년 후에도 운영되는 그런 빵집을 그는 꿈꾸고 있었다.


이타루가 추천하는 책

생명의 농업 | 후꾸오까 마사노부 글, 정신세계사
‘자연농법을 통한 대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인간 삶의 근원이 되고 있는 자연과 생명, 농업에 대한 깨달음과 자연 속에서 올바른 농업행위(正農)가 무엇인지를 천착하는 책이다.

차의 책 - 10점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茶の本 | 오카쿠라 가쿠조 글, 이와나미
일본 근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쓴 책으로, 일본인의 미적 문화적 삶에 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천착한 에세이.

 

기사 원문 보기(책과 삶 11월호) >>>

http://www.bookandlif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3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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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동양의 이상'이 나왔습니다.



▶ 『동양의 이상』에 대하여

『동양의 이상』은 일본 메이지(明治)시대의 저명한 미술사가이자 미술 교육자로서 일본미술의 현대화를 위해 교육 및 행정 분야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던 오카쿠라 텐신이 서양인들에게 동양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고자 저술한 책이다.

The Ideals of the East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Art of Japan 이라는 제목으로 1903년 영국 런던에서 간행되었으며, 1904년에 간행된 『일본의 각성The Awakening of Japan』, 1906년에 간행된 『차의 책The Book of Tea』(링크)과 더불어 오카쿠라 텐신의 대표적인 저서다.

출간된 이후 100여 년 동안 서양인들에게 동양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로서 널리 읽히고 있으며,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 일본 미술사를 중심으로 동양인의 사유방식과 미학의 특성 등을 기술

『동양의 이상』은 원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히 일본 미술과 관련하여”라는 구절이 덧붙어 있다. 이는 일본 미술의 미학이나 원리 또는 그 정신을 중심으로 동양의 이상에 대해서 말하려 하였음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일본미술의 역사를 지배층의 변화에 따라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는 곧 일본의 미술사와 미학이 동양의 이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텐신의 관점이나 이해를 드러내는 것이다.

즉, 저자는 인도와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일본미술의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하면서 거기에 동양인의 사유방식과 미학의 특성 및 동양 각국이 구현해야 할 이상이 내재해 있음을 밝히고, 일본인으로서 일본의 미술이야말로 인도와 중국이 잃어버린 미술의 세계를 오롯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표현하였다. 따라서 일본이 바로 동양의 이상을 구현할, 말하자면 동양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저변에 깔려 있기도 하다.

바로 그 때문에 텐신의 이러한 사상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에 의해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우리가 이 책을 읽을 때에도 그러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20세기 초에 일본에서 이런 저술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워


『동양의 이상』에서는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는 미술사의 지식과 정보들이 매우 풍부하게 또 체계적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20세기 초에 일본에서 이런 저술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저자가 동양의 미술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떠나서 이 정도의 정보량을 이 정도로 간략하게 서술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저자의 명석함을 가늠해볼 수 있다.

1901년 즈음에 인도를 방문한 텐신은 아잔타 석굴 등 인도의 예술과 그에 스며 있는 정신에 대해 폭넓은 식견을 가지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유교, 도교, 불교를 아우르는 중국의 사상과 예술 그리고 인도의 사상과 예술이 어떻게 아시아 문화의 토대가 되고 일본 미술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체계적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

또 인도를 여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힌두교 철학자 스와미 비베카난다Swami Vivekananda를 만나게 되는데, 이 인연으로 비베카난다의 제자인 영국인 니베디타 수녀가 이 책의 서문을 써주게 되었다.

1901년에서 1902년 사이에는 인도를 방문하였는데, 이 또한 중국 여행과 마찬가지로 텐신의 사유를 매우 풍부하게 해주는 구실을 하였다. 특히 비베카난다를 만나서 교류하게 된 일은 텐신에게 동양에 대한 사유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즈음에 『동양의 이상』과 『동양의 각성The Awakening of the East』을 집필하기 시작하였는데, 『동양의 이상』이 “아시아는 하나다”로 시작되는 것도 이러한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해제: 오카쿠라 텐신의 생애」 가운데)

▶ 아시아는 하나라는 텐신의 사상

텐신은 미술사가로서 미술평론가로서 교육자로서 근대 일본의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아시아주의를 주창한 인물로서 주목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도 첫 문장을 “아시아는 하나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그러한 그의 사상은 특히 『동양의 이상』을 비롯해서 『일본의 각성』, 『차의 책』 등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아시아는 하나다. 공자의 공동사회주의를 가진 중국 문명과 베다의 개인주의를 가진 인도 문명을 히말라야가 가르고 있는데, 이는 오로지 강력한 두 문명을 두드러져 보이게 할 뿐이다. 하지만 그 눈 덮인 장벽조차도 궁극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향한 열망의 드넓은 확장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 열망은 모든 아시아 민족에 공통된 사유의 유산을 물려주어, 그들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위대한 종교를 낳게 할 수 있었고, 또 개별적인 것에 골몰하면서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을 탐구하는 지중해·발트해 연안 민족과 구별되게 하였다. (1장 첫머리에)

최근 일본의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이 여러 번 텐신의 사상을 언급함에 따라 우리나라 문학계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이 책은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어서 이해하려고 하는 오늘날의 학인과 일반인에게 관점이나 이해방식 등에서 매우 긴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번역물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출판 풍토에서 『차의 책』을 먼저 번역 출간하고 이번에 『동양의 이상』을 내놓게 된 정천구 선생은 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에 『일본의 각성』을 번역 연재하고 있으며, 이 또한 책으로 묶어 출간할 예정이다.


『동양의 이상』- 일본 미술의 정신 -  
| 인문 | 학술

오카쿠라 텐신 지음 | 정천구 옮김
출간일 : 2011년 9월 26일
ISBN : 9788965451594
신국판(양장) | 256쪽

메이지시대의 저명한 미술사가 오카쿠라 텐신이 동양문화의 진면목을 서양에 알리고자 저술한 책.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는 미술사의 풍부한 지식과 다채로운 정보를 체계적으로 서술하였다.



저자: 오카쿠라 텐신

메이지(明治)시대의 미술사가이자 미술교육자. 요코하마(橫浜)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이름은 카쿠조오(覺三)이다. 도쿄대학(東京大學)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미국인 훼놀로사의 감화를 받아 일본 미술에 깊이 빠졌다. 졸업 후에는 문부성(文部省)에 들어가 일본의 고찰과 신사 등에 소장되어 있는 고미술품을 조사하면서 일본화(日本畵)의 쇄신에 힘썼다. 1886년, 미국과 유럽을 시찰하고 귀국해서 동경미술학교를 설립하는 데 참여하여 교장직을 맡았고, 1898년에 교장직을 사퇴한 뒤에는 일본미술원을 창설하였다. 1904년부터는 보스턴미술관 동양부장을 맡았다. 그는 『동양의 이상』, 『일본의 각성』, 『차의 책』 등 영문으로 쓴 저서에서 독자적인 문명관을 피력하였다. 사후에는 헤이본샤(平凡社)에서 『오카쿠라텐신전집(岡倉天心全集)』을 출간하였다.

역자: 정천구

1967년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국유사를 연구의 축으로 삼아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학과 사상을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대학 밖에서 ‘바까데미아(바깥+아카데미아)’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저서로는 『논어, 그 일상의 정치』가 있고, 역서로 오카쿠라 텐신의 『차의 책』, 일본불교설화집인 『모래와 돌』(상·하), 일본불교문화사인 『원형석서』(상·하), 명심보감 완본을 번역한 『밝은 마음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 등이 있다.


차례

서문
1 이상(理想)의 범위
2 일본의 원시예술
3 유교-북방 중국
4 노장사상과 도교-남방 중국
5 불교와 인도예술
6 아스카(飛鳥) 시대(550∼770)
7 나라(奈良) 시대(700∼800)
8 헤이안(平安) 시대(800∼900)
9 후지와라(藤原) 시대(900∼1200)
10 카마쿠라(鎌倉) 시대(1200∼1400)
11 아시카가(足利) 시대(1400∼1600)
12 토요토미(豊臣) 및 초기 토쿠가와(德川) 시대(1600∼1700)
13 후기 토쿠가와 시대(1700∼1850)
14 메이지(明治) 시대(1850∼현재)
15 전망

해제 : 오카쿠라 텐신의 생애
옮기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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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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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창동오동동이야기 2011.10.07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경남도민일보 부설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 김태훈입니다. 저희가 오픈한 '창동오동동이야기' 사이트 홍보차 들렀어요. 자주자주 찾아주세요. 고맙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은 매달 저희 출판사에서 주최하여 인문학 카페 백년어서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이루어지는 행사입니다. 맛있는 떡과 차와 책이 어우러지는 만남입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은 정천구 선생이었습니다. 정천구 선생은 앞서도 한 번 소개드린 바 있지만 동아시아의 비교문학을 연구하시는 학자로서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합니다. 오늘은 하신 말씀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말은 "논어는 중국의 유산이 아니다. 바로 동아시아의 유산이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논어가 살았던 시대는 지금의 국가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고, 논어의 가르침이 생활 속에서 잘 구현된 것은 오히려 우리 선조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 저의 출판사에서 출간한 논어 책입니다. 두께가 장난이 아닙니다. 당연히 책값도 만만치 않지요. 책에 대해서 정천구 선생님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답니다.

1) 어려운 책은 무조건 사라. 거기에는 제가 모르는 지식이 들어 있다.
2) 읽기에 쉬운 책은 사지 마라. 남들 다 아는 지식을 번듯하게, 그럴듯하게 옮겨놓은 것일 뿐이다.
3) 두꺼운 책는 사라. 베개로도 쓸 수 있다.


그럴 듯한 말입니다. 평소에도 선생은 두꺼운 책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누가 학자 아니라고 할까봐서요. ^^

논어 책 옆에 차의 책이 보이시지요? 이 책은 일본인이 쓴 책을 정 선생께서 번역한 건데요, 1906년에 미국에서 동양부장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날리고 있던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이 펴낸 책으로 원제는 The Book of Tea입니다. 이후 이 책은 1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양의 차를 서양인들에게 알리는 데 가장 인기 있는 책이 되었는데요, 아직도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정 선생은 이 책에 대해 정말 국제적인 책이라고 말씀하시네요. 저자는 일본인, 사상은 중국, 미학은 한국, 문자는 영어.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웃는 모습이 해맑은 정천구 선생입니다.


오늘은 비도 오고 날이 궂어서 많은 분들이 참석하시진 않았어요. 그래도 따뜻한 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논어에서 가장 고갱이는 역시 학이편 첫머리라며 "자왈~ 어쩌고 저쩌고" 액센트를 줘가며 낭독해주는 것도 재밌었고요...

다음 달에는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의 번역자 이한숙님(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자와의 따뜻한 차 한 잔 어떠세요?

<4월 저자와의 만남>
일시 2010년 4월 27일 화요일 오후 7시
장소 백년어서원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번역자 이한숙님을 모십니다.


논어, 그 일상의 정치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차의 책 - 10점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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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와 백년어서원이 매달 마련하는 '저자와의 만남' 자리에 이번 3월에는 정천구 선생님을 모십니다. 『삼국유사』를 연구의 축으로 삼아서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학과 사상을 비교하다가 유교와 불교, 도교, 일본의 신토(神道) 등 종교 사상까지 두루 섭렵하신 분으로 매주 목요일 부산일보에 <삼국유사 속 바다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데, 글도 재미있게 쓰실뿐더러 말씀도 얼마나 재미있게 하시는지 모릅니다.

저희 출판사에서는 지난 해『논어, 그 일상의 정치』『차의 책』 두 권을 번역하여 출간하셨습니다. 『논어, 그 일상의 정치』는 논어를 완역한 책으로, 아름다운 순 우리말 번역과 정천구 선생의 해설이 들어간 주석, 그리고 사족이 읽는 맛을 더합니다.

논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논어를 다 읽어본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저도 논어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출판 편집자라는 직업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닌가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논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했으니까요. 덕분에 공자라는 한 인물이 왜 성인으로 일컬어지는지도 알게 되었답니다.

여러분, 논어 그리고 공자 만나러 오세요.

논어, 그 일상의 정치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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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책 정리를 하다가, 할아버지가 쓰시던 옥편을 발견했다. 누런색 크라프트 용지로 거풀이 씌어진 옥편은 참 곱게 낡아 있었다. 식민지 시대에 건너온 물건인 듯, 한자-한글이 아닌 한자-일본어 사전이라는 것도 새삼 신기했다. 옥편을 잠깐 쓸어보노라니, 어린 시절 기억 한 자락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내가 해야 할 커다란 임무가 있다는 듯이 한 번씩 부르시곤 했는데, 달려가 보면 한자 책과 메모지가 펼쳐져 있곤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깨알같이 작고 복잡한 한자를 크고 시원시원하게 ‘그려 드리는(!)’일이었다. 부수도 획순도 모르던 꼬맹이였던 데다, 인쇄 상태도 조악한지라 그것은 마치 커다란 임무처럼 여겨졌다. 때로는 “할아버지, 글자가 너무 복잡해서 못 그리겠어!” 하고 도망간 적도 있었는데, 그 일이 이토록 잊히지 않을 줄 몰랐다. 늙음을 탓하며 잠시 책을 덮기도 하셨겠지, 하고 생각하니 죄송할 뿐이다.
 


   두 가지 버전의 <차의 책>


오카쿠라 텐신이 쓰고, 정천구 선생이 옮긴 <차의 책> 대활자본이 발간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에 시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을 위한 대활자본 도서 보급'사업을 실시했는데, 거기에 <차의 책>이 선정된 것이다. 20종(22책) 400만원 상당치를 '문학관, 도서관에 문학작가 파견' 사업에 참여한 80개 도서관ㆍ문학관에 배포했다고 하니, 아직은 ‘시범’ 단계인 셈이다. 앞으로 사업이 보다 확장되어 어르신들이 도서관에 발걸음하시는 횟수가 늘어나면 좋겠다. “여가는 있어도, 눈이 침침해서…….” 하셨던 분들께 부디 희소식이 되면 좋겠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주로 독서 확대기에 의존해온 약시자들에게도 ‘대활자본’은 유용할 것 같다. 독서확대기를 통해서 보거나, 특수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대활자본을 펴들 수 있다면 책 읽는 기쁨이 두 배로 늘어나지 않을까.

(위) 일반인들을 위한 <차의 책> : 11포인트.
(아래) 노인 및 약시자들을 위한 <차의 책> 대활자본 : 17포인트.

조만간 교보문고 매장의 한켠에 ‘대활자본’ 코너가 생긴다고 한다. 아무쪼록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서점 나들이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책의 향기와 더불어 늙어가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지 않겠는가. 책을 좋아하는 어르신들께 아들딸, 손주, 며느리들이 대활자본 책을 선물해드리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얼마 전, 아마존에 들어갔다가 “어머니(아버지)의 날을 맞아, 킨들을 선물하세요.”라는 배너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절묘한 프로모션이란 생각이 들었다. 활자 크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의 이점을 강조해, 중․장년층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할부금을 부어가며 전집을 사주셨던 부모님의 은혜를 되갚는 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돋보기도 거추장스러운 어르신들께, 전자책 단말기는 더욱더 먼 나라 얘기일 터. 뭐니뭐니해도 맨눈이 최고라면, 대활자본이야말로 효자가 아닐까 싶다.

(좌) 킨들의 광고. (우) 독서확대기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대활자본은 전자책 단말기나 확대기 없이도 맨눈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덧) 이 글을 쓰고 있노라니, 사장님께서 <출판문화> 9월호에 대활자본 기사가 실렸다며 참고하라고 주신다. 나사렛대학교 점자문헌정보학과 학과장이신 육근해 선생님께서 쓰신 <출판의 새 지평을 열며-큰글자도서 출판에 부쳐>에는 큰글자도서 활성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매년 장애인용 대체자료 구입비를 확보, 출판된 도서를 일괄 구매한다.’ 그리고 ‘정부는 장애인용 대체자료를 출판한 출판사에 국가 기여도를 인정한다’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달리 말해, 노인과 장애인들을 포함, 모두를 위한 책(Books for everybody) 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서는, 출판사와의 정부의 협동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공도서관이 노인들 및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출판된 책이 없어 안타까워했다는 소문은 이제 그만 사라지길. 아무쪼록 <차의 책>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대활자본을 펴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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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을사조약이 체결된 다음해인 1906년, 미국 뉴욕에서 한 일본인이 영어로 된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당시 보스턴미술관에서 동양부장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날리고 있던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 펴낸 책은 바로 “The Book of Tea”. 이후 이 책은 오늘날까지 1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양의 차를 서양인들에게 알리는 데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 손꼽혀왔다. 이 책은 아직도 미국 온라인서점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다도를 통해 일본의 전통문화를 가장 재미있고 매력 있게 해설한 책”이라는 서평에서는 서양인들이 이 책을 통해 다도(茶道)를 넘어서 일본문화, 나아가 동양의 전통문화에 얼마나 매혹되었는지 알 수 있다.

낭만적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

도쿄예술대학의 오카쿠라 텐신

1862년에 요코하마의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나 메이지유신을 겪으며 성장한 오카쿠라 텐신은 불과 27세에 도쿄미술학교 교장으로 취임할 정도로 뛰어난 청년이었으며, 예술과 미학에 조예가 깊었다. 이후 일본미술원을 창립하는 등 일본미술의 근대화와 국제화를 도모하였으며, 서구미술과 그 이론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새로이 일본화라는 전통을 확립하고, 일본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 책 외에도 『동양의 이상(理想)』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동양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했는데, 그것은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부르짖으며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려는 일본제국주의의 정치적 요구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심미적이고 관조적인 텐신의 성향은 역사의식의 부재와 함께 정치현실의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차는 약용으로 시작하여 음료가 되었다. 중국에서 8세기에 고상한 놀이의 하나가 되어 시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15세기 일본에서는 그것에 기품을 부여하면서 심미주의라는 종교, 즉 다도(茶道)로 드높여졌다. 다도란 하찮은 일상 가운데 숨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숭앙, 그것에 기초한 일종의 의례이다. 다도는 순수함과 어울림, 보시의 신비, 사회 질서의 낭만성 등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함에 대한 숭배이니, 말하자면 불가능의 연속인 이 인생에서 무언가 가능한 것을 성취하려는 은근한 시도다.-책의 첫머리에


지금 왜 『차의 책』인가

100여 년 전에 쓰인 이 책이 아직도 읽히고 있다면 단순한 과거의 유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일본문화, 특히 다도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통째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역자는 번역의 동기를 밝히고 있다.

일본 다도, 그 이상과 실상의 거리

동아시아의 문학, 사상 등을 비교연구하고 있는 역자 정천구는 말미에 해제를 달아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서양인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동양 문화의 가치를 서양에 전파한다는 책 본래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텐신은 심미적이고 비역사적인 성향으로 인해 정치현실을 바로 보지 못함으로써 일본문명이 최고라는 국가주의의 경향을 보였다. 또한 다도의 이상적인 면만을 강조함으로써 실상과 이상의 괴리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다도보다는 다법에 치우쳐 형식적으로 점점 까다로워지고 번잡해진 일본 차문화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또한 다실을 꾸미고 다기를 갖추며 한복을 차려입는 일, 그것은 형식일 뿐이라며 자칫 우리네 차문화 또한 형식으로 흐르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책의 구성

차의 책 - 10점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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