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눈』과 『병산읍지 편찬약사』

- 작가 조갑상과 보도연맹 학살사건

 

 

조갑상 작가에게, ‘보도연맹 학살사건’은 어느덧 하나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화두가 된 듯하다. 2009년 발간된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산지니)에 수록된 <어느 불편한 제사에 대한 대화록>에서 보도연맹 사건을 언급했을 때만 해도, 수록작 하나를 가지고 그가 보도연맹에 아주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기에 더더욱, 보도연맹 사건은 마주보고 소설화하기에는 부담이 큰 소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2012년 그에게 만해문학상이라는 큰 영예를 안겨 준 장편 『밤의 눈』(산지니)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작품이었다. 달은 밤의 눈을 하고 세상을 내려다볼 뿐이고 인간들은 아무 죄 없는 사람인 줄을 알면서도 이웃을 쏘았고 더러는 산 채로 묻었다. 그 지옥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어렵게 꾸린 유족회 활동은 시대의 족쇄에 매여 오히려 그들을 두 번 죽인 셈이 되었고, 그들 스스로의 손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나서지 못하게 했다. 바뀌어 가는 시대를 바라보며 ‘이제는 회한의 눈물이 아닌 내일을 위한 눈물을 흘리겠다’고 다짐하며 소설은 끝나지만, 그들이 살아왔던 굴종의 세월은 그들을 쉽게 놓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고 있다.

 

 

2017년, 그가 신작 소설집 『병산읍지 편찬약사』(창비)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작품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병산읍지 편찬약사>를 비롯해 <해후>, <물구나무서는 아이>까지, 모두 세 작품. 첫 페이지부터 연달아 세 작품이 이어진다.

 

<해후>에는 경찰 사위의 기지로 구출될 뻔했으나 마을 사람들의 눈을 꺼려 다시 창고로 돌아온 ‘장인’과 그를 돌려보내지 못하고 다른 이웃들과 함께 트럭에 실어 보내야 했던 경찰 출신 사위의 아픈 역사가 있다. 집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을 뿐인데 온 몸에 부상을 입을 만큼 나이가 든 박 영감은 온 몸에 깁스를 하고서도 유골 발굴 현장에 찾아간다.

 

<물구나무서는 아이>에서 김영호는 창고 앞에서 아버지를 날마다 불러대 아버지를 구할 뻔했으나 아버지를 자처하고 나선 낯선 남자가 아버지 대신 살아남게 되고 아버지는 죽고 만다. 훗날 그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던 사장에게서 그 낯선 남자의 냄새를 맡고, 그를 간첩으로 신고한 자신을 정당화하며 열성 극우파로 살아가다 허무한 죽음을 맞는다.

 

<병산읍지 편찬약사>에서는 병산읍 승격 기념 읍지에 보도연맹 사건이 너무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을 ‘좌빨 글 싣는’ 것으로 간주하는 여론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원고를 썼던 이 교수는 피드백대로 고쳐보려고 애를 쓰지만, 도저히 지울 수 없는 부분을 지우라는 요구에 필자 교체를 요구한다. 결국 읍지는 보도연맹 관련 내용이 한 줄만 실린 채 발간된다.

 

요약하자면 <해후>가 『밤의 눈』처럼 보도연맹의 현장에 서 있다면, <물구나무서는 아이>는 유족회에 들지도 못하는 피해자의 인생 궤적을 간단하지만 충실히 따라간다. 인물들의 비극을 개인사적 비극으로 그리고 있지만 작가의 시선은 사회를 향한다. 그리고 묻는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그 답을 <병산읍지 편찬약사>에 꾹꾹 눌러 담았다. 모두가 터부시하고 지워내기 급급한 역사, 그 아래에서 신음소리 한 번 제대로 내 보지 못한 채 숨죽여 살다 간 피해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의 시선은 가해자들의 시선과 정말 다른가. 아니 우리 자신이 가해자가 아닌가.

 

작가는 『밤의 눈』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번 단편들을 통해 정리한 듯하다. 어찌 보면 『밤의 눈』의 후일담처럼 느껴질 정도로 반복되는 이야기임에도 서사에는 지루함이 보이지 않는다. 『병산읍지 편찬약사』를 통해 또 다시 역사를 향한 이야기를 쏟아 낸 작가의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소개된 책

 

병산읍지 편찬약사 - 10점
조갑상 지음/창비

 

 

 

 

 

 

*같이 읽으면 좋을 산지니 책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혼탁한 한국사회 에두르며 자본주의 현실 겨냥한 책들 쏟아진다


지난호에서 갈무리-사이언스북스의 출판 예정 목록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호에서는 산지니-휴머니스트의 목록을 알아본다.




부산을 배경으로 인문사회 분야 저력 있는 책들을 출판하고 있는 산지니는 하반기에 공들인 책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나 아렌트와 탈학습』(마리 루이즈 크노트)과 계급론의 대가인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의 『계급 이해하기』, 그리고 그리스 문학을 통해 살펴본 향수와 방향제의 역사를 담은 『사포의 정원』(주세페 스퀼라체), 건축사학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동중국해 문화권의 민가』(윤일이)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특히 『한나 아렌트와 탈학습』은, 전범 아이히만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진 한나 아렌트가 이제까지 학습해온 사고의 틀을 벗어남으로써 ‘악의 평범성’을 발견한 바로 그 점에 착안한 책이다. ‘탈학습(unlearning)’의 가능성을 엿본 저자는 웃음, 번역, 용서, 극화라는 네 개의 테마를 통해 아렌트의 사유 방법과 과정을 다룬다.


『중국인쇄사(전5권)』(장수민), 『조선왕실의 책봉의례』(신명호) 등을 준비하고 있는 세창출판사는 이외에도 『중국고대 도성제도사 연구』(양관), 『프로이트 연구: 정신분석의 성립과 발전, 수용과 영향』(한스-마틴 로흐만 외), 『한국의 교양인을 위한 새 독문학사』(안삼환)도 작업 중에 있다. 『중국인쇄사』는 인쇄물의 발명으로부터 1천년간의 모든 판각과 도서간행의 역사를 말하애 상세하게 각 시대의 도서간행 장소·도서 내용·판본의 특색·각자공과 인쇄공의 생활과 그들의 역정 및 각종 도서간행의 방법을 서술했다. 기타 서적 이외에 각종 인쇄품들, 예컨대 판화·세화·신문·지폐 및 인쇄소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 종이와 먹 등 문방용품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자료와 독특한 견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역동적인 인문출판의 명가인 소명출판의 예정 목록은 빽빽하다. 그만큼 다양한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뜻인데, 젊은 연구자들과 중진 학자들의 책, 연구회 단위의 기획 도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적 근대의 자의식: 식민지 문학, 문학사, 그리고 동아시아』(김명인), 『근대세계의 형성: 19세기 세계 1』(허보윤), 『근대지식과 저널리즘』(정선경), 『일제하 한국아나키즘 소사전』(오장환), 오무라 마스오의 『윤동주와 한국문학』, 『사랑하는 대륙이여: 시인 김용제 연구』, 『식민주의와 문학』, 『조선의 혼을 찾아서』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사적을 조사 발굴한 지구상 최초의 연구자인 오무라 마스오의 책이 여러 권 소개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일본과 한국의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 퇴조기 최후의 기수이자 최후미 주자였던 김용제의 삶과 문학을 소개한 책, 국제심포지엄 ‘식민주의와 문학’에서 저자가 10여년 동안 발표했던 글을 묶은 책 등이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다.


굵직한 명저 번역서 중심으로 신간을 제출해왔던 아카넷은 『탈서구중심주의는 가능한가: 비서구적 성찰과 대응』(강정인 외), 『근대성과 자아의식』(차인석), 『후설전집』(후설전집번역위원회), 『일상사 연구』(알프 뤼크게), 『실패한 제국: 스탈린으로부터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냉전시대의 소련』(블라디슬라프), 『이주 노동자의 기원을 찾아서: 일제하 화교노동자의 삶과 한국인』(김태웅)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탈서구중심주의 가능한가』는 서구문명의 전 세계적 군림에 대한 세계 여러 지역들의 다양한 성찰과 대응을 정치·경제·군사적 면보다는 사상·문화적 면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전집’이라고 했지만 분명 『후설전집』은 ‘주요 저작’에 한정한 번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에 첫 책으로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과 『현상학의 근본문제』가 나올 예정이다. 『실패한 제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과의 소련이 전지구적 대결을 전개할 수 있었던 동기를 탐구한 책으로, 일련의 비판적 구술사 프로젝트들의 성과에 힘입어 서술된, 냉전사의 한 획을 긋는 연구서로 평가되고 있다.
 

『아이작 뉴턴』(리처드 S. 웨스트풀), 『역사의 도둑』(잭 구디), 『자연의 해석자』(도날드 맥크로리), 『신과 문화의 죽음』(테리 이글턴) 등을 준비하고 있는 알마는 이외에도 종이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한 『백색 마법』(로타르 뮐러),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덩샤오핑의 일생을 건드린 『덩샤오핑』을 출간한다. 역사학자 잭 구디의 책은 유라시아 역사를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책으로, 특히 아시아 역사에 대한 연구 부족을 지적하면서 세계사 전반에 관한 논의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자연의 해석자』는 과학자이자 지리학자, 탐험가인 훔볼트의 일대기를 종합적으로 저술한 훔볼트 평전이다.


스무살의 젊디 젊은 저자를 발굴, 과감하게 단행본을 내놓았던 에코리브르는 『장소의 운명』(에드워드 S. 케세이), 『국경 없는 세계에서 지역의 힘』(헬무트 버킹), 『영화로 보는 이주민과 다문화 사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소의 운명』은 서양 현대 사상에 깊이 잠들어 있는 ‘장소’를 다시 한 번 철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재조명하는 책이다. 『국경 없는 세계에서 지역의 힘』은 세계화와 로컬 문화에 대한 진단으로, 글로벌 논의가 어떻게 로컬 문화로 극단적인 이동을 보이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열린책들은 『일본의 대외 전쟁』(김시덕), 『성장을 넘어서』(허먼 데일리), 『전문가의 독재』(윌리엄 R. 이스털리), 『대분열』(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가브리엘 마르쿠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은행 개발 원조 파트에서 16년간 일한 저명한 개발 경제학자 윌리엄 R. 이스털리는 서구의 메시아적 대외 원조가 과거의 식민주의적 오만의 재탕이라고 비판하며서, 하향식 거대 원조보다는 상향식 경제 개발이 훨씬 효과적으로 빈곤을 퇴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연소 철학 교수 타이틀을 거머쥔 독일 철학계의 신성 가브리엘 마르쿠스의 책은, 독일에서 16주간 베스트셀러에 있었던 책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대가의 솜씨를 자랑하는 사유 실험’이라고 이 책을 평했다.
 

열화당은 프랑스 미술사학자 르네 위그의 『보이는 것과의 대화』 , 고고학자 지건길의 역작 『한국 고고학 100년사: 1880-1980』, 건축학자 손세관의 『20세기 집합주택을 말하다』 등을 목록에 올렸다. 르네 위그의 책은 미술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우리의 삶에 어떤 본질적 중요성을 가지는지를 역사·문학·철학 등 광범위한 탐구에 토대를 두고 밝혀낸다. 지건길의 책은 19세기 말 일본인들에 의해 근대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고고학의 100년 역사를 명쾌하게 정리한 책이다. 한국 고고학의 발자취와 성과를 주요 발굴작업의 도면·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이학사는 루크거 뤼트케하우스의 『탄생 철학』, 존 롤즈의 『공정의로서의 정의』,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헌 권력』을 내놓는다. 『탄생 철학』은 플라톤 이래로 2천500년 동안 이어져온 죽음 중심의 철학에서 벗어나 탄생을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삼는 탄생 철학의 기초적인 윤곽을 그린 책이다. 특히 이 책은 탄생에 대한 물음이 우리 존재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생명과학과 의료 기술이 권력을 장악해가는 오늘날 사멸성에서 탄생성으로 나아가는 철학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나 아렌트의 ‘탄생성’ 개념이 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 네그리의 책은, 그가 『제국』의 출간에 앞서 정치에 대한 자신의 사유의 정수를 갈무리해 내놓은 책이다.


지리학 분야에서 굵직한 책들을 출판해왔던 (주)푸른길은 『개도국의 지리학』(글린 윌리엄스 외), 『1950년대, 현 지리교육의 역사적 기원을 읽다』(안종욱), 『이주 주요 개념』(데이비드 바트람 외), 『사회정책의 혼종성과 다양성』(김의영 외), 『분쟁의 세계지도』(이정록 외) 등을 챙기고 있다. 안종욱의 흥미로운 책은 현 지리교육과정, 고등학교 지리교과의 내용체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지 고찰하기 위해 지리교육과정의 내용과 체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시기를 찾아 교육과정의 변화와 사회의 관련성을 분석한다.


역사 대중화의 선두 주자인 푸른역사는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이영미), 『신여성, 개념의 역사』(김경일), 『한국고대사-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총서 01·02』를 준비하고 있다. 이영미의 책은 식민지시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국대중예술사를 ‘신파성’이라는 관점으로 고찰한다. 소설, 대중가요, 영화, 만화, 방송드라마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신파성’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주됐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핀다. 사회학자 김경일의 책은 신여성의 개념과 실체에 관해 지금까지 제기돼온 질문과 문제들에 답하고 있다. 신여성 개념의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세대에 따라 근대 여성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고 여기에 이념의 차이를 고려한 유형화를 시도한다.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 터주대감인 (주)학지사는 『한국 전통 상·장의례의 상징성』(이부영 외), 『의식과 변용』(켄 윌버 외), 『영재상담: 이론과 적용』(이신동 외)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 정통 상·장의례의 상징성』은 전통적인 유교적 상·장례와 전통 상·장례에 수반돼 연출되는 우리나라 진도 특유의 민가 연희 ‘다시래기’에 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를 다룬 책으로, 죽은 자들의 넋을 보내는 제의의 심리학적 의미를 융의 상징 이해의 방법에 따라 충실히 전달하고자 한다. 『의식의 변용』은 통합의식 연구와 통합사상 분야의 최고 석학인 켄 윌버와 하버드대 의대의 잭 앵글러 등이 집필한 정신의학적 접근과 명상정관적 접근에 의한 심리치료와 의식의 성장 변화와 변용에 관한 책이다.


저력 있는 사회과학 출판사 한울엠플러스(구 도서출판 한울)는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니콜라스 조지스쿠로젠), 『저항은 예술이다』(제임스 제스퍼),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사회적 국가』(홍준기), 『한국 사회적 경제의 역사와 전망』(신명호 외), 『역사 선언』(조 굴디 외), 『사회적 경제의 사회학』(이재열 외),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사』(김상배 외) 등을 선보인다. ‘사회적 경제’, ‘사회적 국가’와 관련한 지적 탐색이 눈에 들어온다.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은 열역학의 엔트로피 법칙을 경제 과정에 적용한 책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만큼 난해하다는 평이다. 특히 『한국의 사회과학 개념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데, 한국 사회과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한 수용과 변용의 과정을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인문·사회과학 출판을 표방하고 있는 창비는 역사, 영화비평, 문학, 지리, 인류학 등에서 신간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주의 길들이기』(장문석), 『조선영화란 하오』(백문임 외), 『중국의 초상』(쑨거),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데이디브 하비), 그리고 『자살폭탄테러에 대하여』(타랄 아사드)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역사학자인 장문석의 책은, ‘자본주의는 이윤추구와 경쟁만을 덕목으로 삼는다’라는 통념에 반하는 역사적 사실을 20세기 초 이탈리아사를 통해 드러내는 역사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17세기 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족, 국가, 종교 등 ‘비자본주의적 요소’를 보호하며 자신의 효율성과 정당성을 갖춰왔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비록 현대에 이르러 탐욕스러운 신자유주의로 변모해가지만, 그 본연의 ‘공정함’과 ‘도덕성’은 복원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책세상은 『역사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김정인), 『도서관과 작업장: 지식자본주의 시대, 사회민주주의는 가능한가』(옌뉘 안데르손), 『텔레마코스 콤플렉스: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마시오 레칼카티), 『비스켄슈타인의 철학』(이영철) 등을 내놓는다. 김정인의 책은 20여년에 걸친 역사전쟁의 궤적을 정리한다. 각 국면의 논점과 역사 인식의 실체가 무엇인지 등 역사전쟁의 현장, 전선,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찰적 역사인식과 ‘역사 대화’를 촉구한다. 『도서관과 작업장』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년 동안 지식경제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라 풍미했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위상이 곤두박질친 ‘제3의 길’ 프로젝트가 역사에 남긴 흔적을 짚는다.


현실문화연구가 선보일 책은 『해방된 관객』(자크 랑시에르), 『소리의 정치: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을 상상하기』(이화진), 『애드호키즘』(찰스 젠크스·네이선 실버), 『양식의 문제: 장식사를 위한 정초』(알로이스 리글),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김미덕), 『공간 침입자』(너멀 퓨워) 등이다.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은 한국 페미니즘에 붙은 다섯 가지 오해에 대한 페미니스트 정치학자의 해명이다. 여성주의가 젠더정치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언들도 담고 있다. 『공간의 침입자』의 저자는 그동안 소수자들이 배제돼왔던 학계, 공직, 예술계에 소수자들이 진입했을 때 벌어지는 문제를 ‘특권의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다. 소수자의 진입에 존재론적 ‘공모’가 있었으며, 그래서 조직의 전복이 일어나기보다는 동화의 압력에 놓이게 된다는 시각이 비판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휴머니스트는 인문, 역사 외에도 과학 쪽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올해 내놓을 예정 목록에는 『협상』(김연철), 『면화의 제국』(스벤 베커트), 『한국 역사학의 기원』(신주백), 『대학의 역사』(김정인), 『지식 정치와 지민의 탄생』(김종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상욱), 『신의 입자』(레온 레더먼 외) 등이 올라 있다. 『디지털 사회론』(백욱인) 연작도 기대된다. 신주백의 책은, 한국 역사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식민사관 논쟁은 물론이고, 현재 유행하는 다양한 역사학의 흐름이 본질적으로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그 뿌리를 캐는 책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역사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종영의 책은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황우석 사태, 4대강 문제, 광우병 촛불집회 등 지식과 한국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다룬 것으로, 시민 지성이 한국 사회의 각종 이슈에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최익현 | 교수신문 | 201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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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어제였죠? 10월 29일(목)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님의 강연을 다녀왔습니다.

퇴근 후라 꽤 날이 차가웠는데도 신문 광고를 보고 많은 분들이 참석을 하셨더라고요.  

 

강연의 주제는 '신경숙 작가 표절과 문학 권력'이었습니다. 

지난 6월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이후

현재는 문학의 권력에 대한 쟁점으로 옮겨갔는데요. 

 

이에 대한 최재봉 기자님의 날카로운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강연은 크게

1.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세계 - 참여적 사실주의 문학

2. 신경숙 작가의 표절 그 이후 - 문학 권력

의 내용으로 진행됐습니다.

 


 

1.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세계  

 

   최 기자님께서는 오랜만에 부산에 오면서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을 다시 읽으셨다고 합니다. 역시 우리 문학의 참여적, 비판적 사실주의, 진보 문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라는 것을 느꼈다며 강연의 운을 띄우셨습니다.

 

   특히 <사하촌>과 절필 이후 문단 복귀작인 <모래톱 이야기>를 거론하셨는데요, 먼저 <사하촌>에서는 소작농이 된 사람들의 핍박받는 현실과 말미에 이러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래톱 이야기>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주인공 소년 건우에게 하는 말, 건우 할아버지의가 자신의 땅을 유력자들, 권력자들에게 뺏기고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대목 등에서 민중의 처지와 삶을 보여주는 요산 선생의 문학 정신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부분의 글을 읽어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핍박받는 현실에 분개하는, 바로 잡으려고 애쓰는, 저항적인 문학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소설 속의 사실적인 부분에 대해 강조 하셨습니다.  

 

   "1966년,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단 복귀와 창작과 비평의 창간"

 

   요산 선생은 36년 등단 후, 40년 이후 절필. 66년에 다시 복귀를 하셨습니다. 1966년 그 해,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가 창간 되는데요, 요산 선생께서 참여적 사실주의 문학을 일궈가는 시점과 창비의 참여 진보적 문학과의 시점이 동일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요산 선생이 문단에 복귀하며 쓴 작품들은 가라앉은 참여 문학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고 이후 70년대부터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들,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진보적이고 참여적인 문학이 든든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비가 있었고, 창비는 그런 문학들을 적극적으로 개제, 출판, 착가 후원을 왔습니다.

  

2. 신경숙 작가의 표절 그 이후-문학 권력 

 

  내년이죠? 2016년은 창비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5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창비. 그러던 와중에 최근에 여러가지 상황들이 벌어진 셈이죠. 최 기자님께서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그 이후, 지금 현재 상황이 어떻게 와 있는지 설명하시며 메이저 출판사(문학동네, 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의 문학 권력을 비판하셨습니다. 그중 특히 창비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셨는데요, 특히 창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진보적이고 참여적인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창비 내부의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신랄하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신경숙 표절 행위가 창비의 문학 권력으로 이동한 데는  창비의 책임이 크다고 설명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하셨습니다.

 

- 백낙청 선생의 1인지배체제의 지속화가 낳은 권위주의

- 작가 신경숙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두둔

- 창비의 진보적, 비판적 문학관의 포기

 

   신경숙 사태 이후 문학동네(이하 문동) 가을호에서 작가 토론회(좌담)를 열었습니다. 사회는 신영철 평론가가 봤는데, 그의 발언 중 "출판사들 사이의 교집합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최 기자님께서는 이 부분을 해석하자면 출판사들 사이의 차이점이 크게 없어졌다는 것인데 그것은 문동이나 문학과 지성사(이하 문지)가 창비 쪽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고 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문제는 창비는 문학주의, 문학지상주의, 문학을 위한 문학과 같은 태도가 아닌 문학에 담기는 내용. 그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미학과 메시지, 문학은 양쪽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현재 문학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창비는 조금 더 현실에 참여적이고 전투적으로 다가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거론하며, 미학적 완성도 치우쳐서 커다란 것(사회, 인류)들을 놓쳐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든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 기자님께서는 이런 점에서 올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작가는 논픽션을 쓰는 작가로 전쟁,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 등 인류사의 큰 사건들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접근하는 방식은 목소리의 소설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관련자들을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그 중에서 그 목소리들을 꺼내서 자기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만약 이런 작품이 노벨상을 받기 전에, 한국 평론가들이 봤다면 뭐라고 이야기했을까? 미안하지만 '그건 문학이 아니다. 언론이다'라고 이야기 했을 것 같다고 답하셨는데요. 이 작가의 작업이 단순한 소재주의가 아니라 그것을 대단히 문학적인 터치와 소화를 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상상력으로 꾸려내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아픈 목소리들을 끄집어 냈고 작가가 자기 스타일을 내서 소화를 합니다. 스타일, 소재, 현실 등 이런 것들이 문학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셈이죠.

 

   우리는 '문학적이다'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 기자님께서는 직접 현실 속에 들어가 마주보는 르포와 같은 글쓰기의 필요성을 언급하셨습니다. 현재, 르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꽤 많지만 문제는 우리 문화에서는 이것을 문학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신경숙 표절 이후, 지금 한국 문단은 어디에 와 있는가?

그리고 창비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 창비가 살 길은 창비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수용해서 편집위원들이 다시 짜는 것이라고 말하며 창비 이외의 좋은 문학 잡지들을 소개하셨습니다. 먼저 <실천문학>은 80년대 초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자신의 출발에서 지켜나가야 하는 것들을 놓치고 있지 않다고 하셨고, 이어 부산에서 나오는 계간지인 <오늘의 문예비평>을 거론하셨습니다. 이 두 권의 잡지를 이야기 하시며 창비나 문학동네만큼 유명하고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좋은 잡지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잡지들을 응원하고 구독해주며 호응해주는 것이 창비와 같은 메이저들을 자극하고 본연의 길로 돌아오게 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15년 현재, 우리 사회는 80년대 못지않은 위기와 절망의 시기라 생각한다. 문학이 그것에 비하면 너무 태평스럽고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창비가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와서 진보적이고 참여적인 작품의 큰형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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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비평사 4곳 토론회…"문학이 사라진다" 우려의 목소리

소영현 '21세기 문학' 편집위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열린 '한국문학,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소 편집위원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가을호에서 신경숙 논란을 사과했지만 창비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신경숙 사태가 불거진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출판사 창비가 여전히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천문학·오늘의 문예비평·황해문화·리얼리스트 공동 주최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열린 '한국문학,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 토론회에서는 신경숙 사태와 한국문학의 방향을 되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소영현 '21세기 문학' 편집위원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가을호에서 신경숙 논란을 사과했지만 창비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창비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을 발간한 출판사다.

창비는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 백영서 편집주간의 사과의 글과 함께 표절 사태 직후 진행된 두 번의 토론회 토론문(정은경·김대성) 및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게시물(윤지관)을 실었다.

소 편집위원은 그러나 "세 편의 글은 개별 글의 내용과 무관하게 창비의 무성의한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며 "창비의 입장이 이 글들을 통해 밝혀질 수 없으며 대변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학장 쇄신에 대한 요청에 어떤 방식으로 응답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여전히 표절 프레임 내부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 반응에 멈춰 있다는 점에서도 창비의 이번 대응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에서 문학이 가지는 위상과 의미가 변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임태훈 '말과 활' 편집위원은 "취할 것을 택하기도 전에 우리 자신이 버림받고 있다"며 "대학에선 한국문학 재생산의 한 축인 국문과와 문예창작과가 사라지고 있고 다른 한 축인 출판시장은 4∼5년 뒤 더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편집위원은 "신경숙 사태는 이 와중에 터진 것이고, 우리는 사양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근대문학의 태동과 함께 정의되고 재생산된 '작가' 개념은 오래지 않아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 편집위원은 "이번 사태는 우리가 그간 문학이라 불렸던 것의 한 시대가 끝나고 있음의 시그널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권력의 최후 저항선'이자 '자유의 수호자', '시대정신의 상징적 사표'로서의 작가가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경숙의 표절 문제는 문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세간의 기억에서 많이 잊힌 상태다.

토론자들은 그러나 신경숙 사태가 작가 개인적 잘못으로 축소돼 사회적·문학적 관심에서 멀어져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박형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은 "신경숙 표절이라는 문제를 단순히 작가 개인의 사적 도덕률의 위반이나 특정 작가의 일탈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본질은 자기 성찰을 누락한 작가, 출판사, 비평가가 어떻게 균형감각을 잃고 자기 내부로 침전되고 매몰될 수 있는지 보여준 문화적 증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발간된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과사회' 가을호는 강동호 동인을 비롯해 외부에서 황호덕, 김영찬, 소영현 평론가가 참여한 '표절 사태 이후의 한국문학' 대담을 게재했다.

대담에서는 표절 논란과 관련 특히 창비가 게재한 윤지관 평론가 글에 대한 비평적 언급이 잇따랐다. 윤지관은 해당 글에서 '전설'이 우국의 일부 구절을 차용했다고 해도 문학적 성취를 이뤄냈으므로 전체적으로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대해 김영찬은 윤지관의 글이 나름 합리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설'은 문학적 성취에 있어서 실패한 작품에 가깝다며 '성공한 표절은 표절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소영현과 강동호 또한 '성공한 표절=표절 아니다'는 등식은 이상한 논리라는 데 입장을 같이하면서 "신경숙 작가에 대한 변호를 누군가 했어야 하는데 동의하지만, 이보다 지금 필요한 건 표절을 넘어선 프레임 전환적 사고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논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황호덕은 윤지관의 글이 대중을 경시하는 '엘리티즘'으로 비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중배 고은지| 연합뉴스|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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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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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신경숙 표절 논란 두 달’ 토론회…창비·문학동네 침묵에 쓴소리

“1894년 갑오경장 이후 폐지된 과거제를 기다리면서 옛 문장 읽고 쓰기에 붙들려 살았던 100년 전 유생들은 여러모로 지금의 문학장을 닮았다. (…)다른 몸체로 옮겨가되 문학의 위대한 속성은 보존해야 한다. (…)그러니 겨우 신경숙쯤으로 징징거리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향해 야망을 품자.”(임태훈 평론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촉발된 지 두달여 만인 26일 ‘리얼리스트’ ‘실천문학’ ‘오늘의 문예비평’ ‘황해문화’ 4개 문예잡지가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논의는 두달간 침묵한 창비와 문학동네를 비롯한 문학장의 현재를 되짚고, 새로운 몸, 새로운 개념의 문학이 필요하다는 요구로 모아졌다.

소영현 ‘21세기 문학’ 편집위원은 사태 이후 가을호 계간지들의 반응을 검토한 결과 “문학장의 일원들이 지난 두 달여간의 사태 추이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문학장의 미래를 위해선 ‘성역으로 지켜지는 획일적 문학관’이 변해야 한다며 장르문학에 대한 홀대, 흐릿한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끝내 고수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좋은 문학을 선별하고 판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좋은 문학인지 그 판정 기준은 어떻게 구축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본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말과 활’ 편집위원은 “현행 문학제도를 이어갈 토대 붕괴는 시간문제”라며 ‘새로운 문학의 몸’을 상상해야 한다고 봤다. 그 대안으로는 크라우드 펀딩, 뉴스 펀딩 등을 통한 새 출판 생태계 구축, 나름의 미학적 성취를 이룩하고 있는 게임과 웹툰의 몸을 빌린 ‘다른 문학’ 등을 들었다. 

임씨는 두달 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메이저 문예지 편집위원’에 대해서는 “이런 대응으로 세상을 휘몰아치는 말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 리 없다. 느리든 빠르든 속도는 메시지다. 문학장 바깥의 속도를 영민하게 감지하고 필요한 메시지를 가속 또는 감속시킬 수 있는 능력의 결핍은 비평계 전반에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평가 개개인의 능력 차라기보다는 둔감한 제도와 자족적 문화의 한계”라며 “창비 가을호가 딱 이 사례”라고 말했다.

박형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은 “창비, 문학동네에 요구되는 것은 ‘문학권력’이어서 미안하다는 반성이 아니다. 자신들의 물적·인적 기반과 파급력을 통해 수행·지향했던, 한국문학의 보편화·보편성에 대한 기획과 전략이 실패했을지 모른다는 것을 자성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신경숙 사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직접 현실과 조우하지 못하는 많은 작가와 비평가가 어떻게 ‘한국문학을 망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했다. 이강진 평론가는 “창비와 문학동네는 전혀 양립할 수 없는 각각의 논리로 신경숙 상찬에서 합의했다. 왜 그렇게 접근하는지, 서로 비판했다면 기묘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편적 사고라는 환상과 강박을 깨고 ‘끼리끼리’ 문화가 강화돼서 자기들 입장을 확고하게 내세워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창비가 내놓은 ‘내용 없는’ 가을호에 대해 토론 참가자들은 회의적이었다. 임씨는 “창비 얘기를 듣고 기운이 빠졌지만, 앞으로 하는 게 뭔지 상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씨도 “창비 가을호 목차를 보면서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나’ 회의도 들었다. 정제된 입장을 기다리던 독자로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여란| 경향신문 |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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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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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곰치·평론가 구모룡 "표절은 확실"
전성욱 편집주간 "사랑 결합하는 서사구도 유사"


부산 지역 문인들이 소설가 신경숙(52) 표절 사태와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3일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부산광역시 거제동에 위치한 산지니 출판사 회의실에서 전성욱 편집주간의 사회 아래 소설가인 조갑상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최영철,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이하 직함 생략)가 참석해 좌담이 진행됐다.

이들은 표절 논란에 휩싸인 후 신 씨가 보인 태도, 그를 옹호하고 나선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된 윤지관(61) 평론가의 글, 백낙청(77) 창비 편집인의 글에 대해 비평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 '오늘의 문예비평'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김곰치는 "한국문학에 신경숙과 함께 소속돼 있다는 생각을 평소 별로 하지 않아선지, 동료애랄 게 없어 솔직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몇 평론가들이 십몇 년 전부터 이 소설가의 표절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그것이 널리 알려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공론화되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숙의 표절행위로 그의 작품들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빈자리를 다른 새로운 작가들이 채울 기회를 얻게 되니까 좋은 일이다"며 "왜곡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고, 드디어 그런 기회가 왔다는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곰치는 "표절은 확실하다"며 "같은 작가 입장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든지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맞겠다'라는 식의 신경숙 답변은 말이 안된다"며 "대중 앞에 나서서 작가가 거의 죽을 정도의 서러운 결단으로 고백을 하든지 신상발언을 해야 하는데, 신경숙의 대응은 참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구모룡은 "표절이냐 아니냐하는 논란은 이미 다 결판났다고 생각한다"며 "당사자조차 기억이 안 난다. '아몰랑'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치판이나 문학판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은 기억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 만큼, 신경숙의 태도가 진솔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 기회에 신경숙 문제만이 아니라, '읽고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2015-09-03

이어 "신경숙의 글은 신경숙의 읽고 쓰는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며 "백낙청 선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신경숙 문학의 강점으로 신경숙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을 꼽았다. 문제는 신경숙이 가진 기억과 경험이 소진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명망이나 자본과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쓰다보니 이 사람의 글쓰기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성찰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작가가 자신이 얻은 허명의 노예가 되거나 자본에 종속될 때 어떻게 귀결되는가, 이런 반성을 신경숙을 통해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성욱은 "어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정래 선생께서는 '왜 하필이면 이 작품이냐'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1936년의 2.26사건, 즉 청년 장교들이 천황의 친정을 주장하며 일으킨 우익 쿠데타를 다룬 작품이다. 국가에 대한 사랑과 남녀 사이의 사랑, 삶과 죽음의 문제를 결합시켜 아주 농밀한 에로티시즘으로 천황에 대한 우국의 지성(至省)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설'도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며 "두 작품에서 공통된 구도는 남자가 나라를 위해 떠나야 한다는 설정이다. 특정 문단의 일치 여부와는 별도로, 국가주의와 남녀의 사랑을 결합하는 서사적 구도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구모룡은 "'전설'이 수록된 소설집의 원래 제목은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래 전 집을 떠날 때'(창비, 1996)이다"며 "정문순 씨의 평론에서 두 작품의 문장을 나란히 비교해 놓은 것을 보면 명백한 표절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영철은 "신경숙 작가는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며 "이는 작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도덕적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의 대표작가가 그런 정도라면, 오늘날 작가들의 문학적 도덕성 또한 우려해야 할 수준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과거 '문예중앙'에 실린 정문순 평론가의 표절 지적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작가 본인은 정문순의 평론을 묵살하면서도 속으로는 엄청 찔렸을 텐데, 왜 개정판을 내면서 해당 단편을 빼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출판사에서 제목만 바꾸고 수록작은 똑같다. 왜 그랬을까 싶다"고 말했다.

백낙청 창비 편집인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신경숙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잡담 제하고 신경숙의 해당대목이 의식적인 베껴쓰기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할 정확한 진실은 저도 모른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한 토론도 이어졌다. 구모룡은 "'백낙청 선생은 왜 오판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백낙청 선생은 신경숙의 출신, 즉 신경숙이 가지고 있는 공장 여성노동자로서의 경험을 과도하게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는 백 선생의 태생적 한계가 작동하고 있다. 백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진보적인 리얼리즘을 주장한 분이다. 이 분의 맹점은 가난함 속에 자란 경험을 모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일종의 무지로 한 몫 접어두고 신경숙을 보게 되니, '창비'는 문학주의가 아닌데도 신경숙을 두고는 '문학동네'와 뜻을 같이 해버리는 묘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안타깝게도 백낙청 선생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사진=뉴시스 DB) 2015-09-03

최영철은 "지금 출판 자본과 작가의 관계만 주목하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독자"라며 "제삼자인 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지금 독자들의 수준과 성향이 표절을 부추긴 한 요인일 수 있다. 10만부 넘게 팔리는 책이 있으면 1만부나 5000부가 팔리는 책도 있어서 나란히 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출판시장은 좋은 책을 1000부 팔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갈수록 독자층이 잘 팔리는 작가와 작품 쪽으로만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따지고 보면 독자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며 "독자가 잘 감시했다면 인기작가 신경숙이 아닌 좋은 작가 신경숙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독자층의 특질이 그런 작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충격적인 것은 창비가 표절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신경숙의 작품이 더 뛰어나다'면서 무마하려 했다는 점이다"며 "하지만 제가 읽은 '전설'은 '우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국'은 미시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완벽한 문장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단편임이 느껴진다"며 "미시마는 작품 발표 뒤 약 10년 뒤 '우국'의 자살 장면을 자신의 자살로 재현했고, 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단편소설 하나에 목숨을 건 이런 집중력을 저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전설'은 참 허접하다. 표절 문제를 떠나 억지로 쓴 가짜 작품이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윤지관 평론가는 '전설'이 더 뛰어나다고 이야기했는데, 믿을 수 없는 비평적 언사였다"며 "부산문단도 무차별화 등 문제가 많지만, 이 표절 사건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창비도 무섭게 타락했다"고 말했다.

전성욱은 "그동안 애써 살피지 못했던 어떤 진실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특히 이른바 주류 문예지와 출판사, 그리고 언론에서 만들어낸 신화화된 작가와 작품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탄로나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문학장의 정치적 역할 때문에 억압되고 말았던 진실"이라며 "이렇게라도 드러나게 된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관건이고, 그 진실을 보존함으로써 지금까지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을 견책하고, 또 결국에는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효령 | 뉴시스 |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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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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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가을호 게재 윤지관 글에 비판 '한목소리'

"감정적 대응보다 지속적 논의가 중요...창비 공과 구별해야"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된 윤지관 평론가의 신경숙 옹호글에 대해 부산 지역 문인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1일 출판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문단을 대표해온 계간 문예지 '오늘의 문예비평'(산지니)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전성욱 편집주간의 사회 아래 소설가인 조갑상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최영철,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가 지난달 21일 대담한 내용(이하 직함 생략)이다.

좌담에선 표절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이어가기보다 이번 사태가 노출한 한국문학의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들이 잇따랐다. 그러한 맥락에서 표절 논란 확산을 촉발한 창비 가을호 편집 방향과 백낙청 편집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과 비판들이 제기됐다.

김곰치는 "충격적인 것은 창비가 표절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신경숙의 작품이 더 뛰어나다'면서 무마하려했다는 점"이라며 "제가 읽은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전설은 참 허접하다. 윤지관 평론가는 '전설'이 더 뛰어나다 했는데, 믿을 수 없는 비평적 언사"라고 지적했다.

전성욱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설'이 '우국'보다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는) 윤 평론가의 글은 평론가로서 식견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며 "설득력이 없으며,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설'의 문학적 성취를 표절 비난에 대한 반박의 주요 근거로 삼았던 윤지관의 논거를 약화시키는 지점이다. 앞서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문학과사회' 가을호에서 김영찬 평론가 또한 "'전설'은 문학적 성취에 있어 실패한 작품에 가까우며, 성공한 표절은 표절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설'의 표절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새로운 진술도 나왔다. 최근 '우국'을 읽어봤다는 김곰치는 "표절은 확실하다"며 "대중 앞에 나서서 작가로서 거의 죽을 정도의 서러운 결단으로 고백을 하든지 신상발언을 해야 하는데, 신경숙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표절의 정황 증거로 지목한 대목은 '전설' 속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라는 표현이다. 이는 창비가 '우국'에 비해 '전설'의 뛰어난 대목이라고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앞의 문장 흐름에서 이 말을 살려주는 서술적 근거는 없다. 깨끗하고 속되지 않다는 뜻의 '청일하다'는 말은 흔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서른 즈음에 참 맛깔나고 매력적인 한자어를 사용했군, 하고 신경숙의 단어 감각 하나는 인정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우국'의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청일함'이란 단어가 나온다. 너무 고약하다." (김곰치, 29쪽)

그러나 좌담 참석자들은 신경숙이 재충전해야 할 때 출판자본에 이끌려 자신을 소진한 측면에 무게를 뒀다. '표절' 의혹이 작가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출판자본에 종속돼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공헌하는 비평가와 매체 등을 뜻하는 '문학권력'에 대해 일정 부분 창비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의 책임을 지목하면서도 이들의 공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모룡은 "백낙청 선생이 상업주의적으로 신경숙을 띄운 것은 아니다"며 "백낙청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리얼리즘을 주장했는데, 신경숙은 여공 출신 작가로서 성공을 이뤄냈다. 이점 때문에 백낙청이 신경숙을 한 수 접어두고 본 것이 판단착오"라고 주장했다.

전성욱은 "(문단이) 그동안 애써 살피지 못했던 어떤 진실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주류 문예지와 출판사, 신화화한 작가와 작품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관건이며, 지금까지 이를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을 견책하고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배| 연합뉴스 |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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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그전에 산지니 블로그를 통해 열심히 자랑을 했으니 이제 그만 한 이야깃거리를 풀어놔야겠지요. 그럼 우선은 시상식장의 뷔페 후기부터? 농담입니다.

『밤의 눈』만해문학상 받으러 갑니다


11월 25일 월요일 오후 6시 30분에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창비가 주관하는 2013년 문학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상과 수상자,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제28회 만해문학상― 조갑상 장편 『밤의 눈』

제15회 백석문학상― 엄원태 시집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제31회 신동엽문학상―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조해진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정세랑 장편 『하주』

제13회 창비신인시선상― 전문영 「사과를 기다리며」 외 6편

제20회 창비신인평론상― 류수연 「통각의 회복, ‘이름’의 기원을 재구성하다」: 권여선의 『레가토』와 『비자나무숲』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멀리서나마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시상직장 입구에서 받은 식순 알림.

 

인사말을 하고 계시는 백낙청 선생님.


 

조갑상 선생님과 사모님. 사회를 맡은 문학평론가 송종원 선생님은 "상금은 사모님께서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농담으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축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최원식 선생님은 조갑상 선생님께 “조갑상 형은 선합니다. 소설가가 저렇게 선해도 될까 싶게 그렇게 선합니다.”라는 부드러운 말로 시작하는 진심어린 축하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소설가 요산 김정한 선생님의 인터뷰를 계기로 가까워졌다는 두 분의 오랜 인연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문장들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수상 소감에서 “최원식 선생이 (심사 때) 한 표를 준 것은 확실한데,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라며 재치 있게 말문을 여셨습니다. 이후 수상의 기쁨을 현란한 수사 없이 “참으로 기뻤다”라며 솔직하게 표현하신 선생님은(“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아주 중요할 수 있는, 집사람에게 수상 소식을 전하며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기쁨”까지!) 수상 이후 한 기자와 인터뷰한 이야기를 하시며 지역 문학의 유구함과 건재함, 동료 작가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감사를 전하셨습니다.

 

 

 

 

“서울 중심으로 움직이는 우리나라 문학계의 구조와 관행에 비춰볼 때 제 (만해문학상) 수상이 이례적이라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1994년 송기숙 선생님 수상 이후 처음이라는 이야기도 친절하게 지적해주었습니다. (중략) 지역에서 글을 쓰며 어렵거나 아쉬운 점이 없었느냐고 물었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부산에도 80년대 이후부터 창작과 비평의 층이 두터워지면서 나름의 에너지가 넘친다며 전화 중임에도 불구하고 고개까지 흔들며 힘차게 답변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갈 때 아직 오지 않은 추위를 상상하며 몸을 움츠리던 중에, 조갑상 소설가의 만해문학상 수상은 그야말로 흥겨운 잔치였고 기쁨이었습니다. 산지니는 물론이고 문학을 사랑하시는 부산, 경남의 모든 분들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소감 마지막 부분으로 마무리합니다. 조갑상 선생님께 다시 한 번 축하를 보내며, 독자 여러분께는 선생님의 다음 작품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기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창비에 쓴 수상소감의 제목이 ‘면책 받을 수 없는 과실에 대한 귀중한 질책’입니다. 작가가 작품을 제대로 많이 쓰지 못한 것은 큰 잘못입니다. 제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앞으로 남은 일생을 모으고 시간을 아껴 이 무정한 시간을 견디고 이겨낼 작품을 쓰도록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호롱불 킬 시간도 없이 일어난 일이라.”-『밤의 눈』(책소개)

밤의 눈 심사평 보러 가기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 수상과 수상소감 장면 사진을 제공해주신 소설가 옥태권 선생님 감사합니다.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25일 오늘, 저는 조갑상 소설가를 모시고 서울 나들이에 나섭니다. 여러분들께서 많이 축하해주셨던 『밤의 눈』 만해문학상 수상, 기억나시죠? 드디어 그 상을 받으러 갑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무척 기분 좋은 나들이가 될 것 같네요. 그런데 KTX 탈 때는 정말 신발을 벗고 타야 하나요?(농담)

 

『밤의 눈』 2013 만해문학상 수상!
(
눌러보세요)

 

 

Posted by 비회원


며칠 전 창비 저작권팀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는데요.

“중, 고등 국어교과서가 국정이 아닌 검정 교과서로 바뀌면서 여러 종의 국어 교과서가 발행되어 있습니다. 창비는 검정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문학작품 중에서 좋은 작품을 선택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편에 귀사의 저작물 「밴드와 막춤」(출전:입국자들)을 사용하고자 아래와 같이 문의를 드리오니 검토하시고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략)”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밴드와 막춤」이라는 시를 다른 작품들과 같이 묶어 책을 발행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밴드와 막춤」은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하종오 시인의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인데요.

『입국자들』 소개글 보기

작년에도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 「사전」을 싣고 싶다는 이런 메일을 창비에서 받은 기억이 나네요. 「사전」은 중학교 생활 국어 2-2에 실려 있답니다.
그때 허락 메일을 보내드렸더니 책이 나오고 나서 저희 출판사에 2권을 보내왔더군요.
한 권은 저희 아들놈 읽으라고 집으로 싹~. 마침 제 아들도 중2이거든요.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 중에서 이 외에도 몇 편이 더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데요.  이 시집 만들 때 저희 출판사에서는 처음 출간하는 시집이라 꽤 많이 공력을 들였는데 교과서에도 실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되어 좋네요.

창비의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에서 작품을 선정할 때도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좋은 시를 많이 접해서 우리 주위의 사람, 사물, 세계에 대한 인식이 훌쩍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주민에 대한 인식도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고요.^^


 

사전

시어머니 손에 잡혀 나오면서도
영문을 몰랐던 며느리는
서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시집온 지 겨우 한 달
한국어는 말하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해도
베트남어는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손을 잡고 앞장섰다

각종 외국어 사전이 꽂힌 서가 앞에서
베트남어 한국어 사전을 뽑아 든
며느리는 빠르게 책갈피를 넘기고
한국어 베트남어 사전을 뽑아 든
시어머니는 천천히 책갈피를 넘겼다

사전 한 권씩 들고 집에 돌아온 고부는
그때부터 편해지고 마음 놓이는지 
굳이 사전을 뒤적여 찾지 않아도 
한국말과 베트남말로
제각각 한마디씩 해도 살림할 수 있었다


입국자들 - 10점
하종오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