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대한출판문화협회 국제교류위원장

 

최근 도서정가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3년마다 재검토를 거치는 도서정가제 관련 법규에 따라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민관협의체에서 십수차례에 걸쳐 논의한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외면하고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겠다는 문체부의 방침이 반발을 낳고 있다. 이에 맞서 지난 8월10일 문체부는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려는 뜻이라는 해명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사안에 따라 둘로 갈려 극단적 대립을 마다하지 않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태 전반을 온당하게 파악하는 어려운 작업 대신에 여론을 주무르기 위해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사실만을 부각시키거나 왜곡과 과장도 빈번하게 끼어든다. 안타깝게도 도서정가제 찬반 논의도 이런 폐해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니 도서정가제 폐지론의 중요한 주장을 검증해보자. 그렇지 않으면 문체부가 민관협의체의 논의를 국민에게 알려 더 합리적인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도 엉뚱한 쪽으로 흐를 수 있다. 지난해 도서정가제 폐지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을 채워 주무 장관의 (원론적인)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청원의 주요 주장은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후 지역서점 수 감소, 출판사 매출 위축, 도서 초판 발행부수 감소, 평균 책값의 상승, 독서인구의 감소 등으로 출판독서시장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첫째, 개정 도서정가제가 작은 지역서점들을 망하게 했을까? 사실과 다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순수서점의 수는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감소폭이 완화되었다. 개정 도서정가제 이전의 서점 감소율은 2009년 10.6%, 2013년 7.2%였지만, 시행 이후 2015년 4.1%, 2017년 1.5%로 감소세가 완화되었다. 이는 강화된 도서정가제가 지역서점의 생존 여건을 조금이나마 개선했다는 것을 뜻한다. 무엇보다도 ‘독립서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이 등장한 것은 확실히 도서정가제 덕분이다. 2015년 101개에 불과했던 독립서점은 2020년 650개로 늘어났다. 도서정가제가 특색 있는 작은 서점들의 경쟁력 기반이 되어준 것이다.

둘째,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의 매출에 악영향을 끼쳤을까? 사실이 아니다. 출판사는 2013년 4만4148개에서 2018년 6만1084개로 증가했고, 신간발행종수도 2013년 6만1548종에서 2017년 8만1890종으로 늘었다. 독립서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서정가제는 1인 출판사, 소규모 출판사들이 출판업에 뛰어들 제도적 기반이 된 것이다. 초판의 평균발행부수가 2014년 1979부에서 2017년 1401부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초판 발행부수 감소는 출판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줄 뿐 도서정가제의 폐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출판산업 총매출은 디지털 환경 변화 속에서도 소폭 감소에 그치며 선전하고 있다.

셋째, 도서정가제 탓에 책값이 비싸졌을까? 그렇다고 보는 일부 소비자의 호소가 있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2015년을 100으로 할 때 2018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04.45인 데 반해 서적류는 103.13에 머물렀다. 교보문고의 관련 조사에서도 책값은 도서정가제 이후 상대적으로 다소 떨어졌다.

넷째, 도서정가제 때문에 독서인구가 줄었을까? 그렇게 볼 근거는 부족하다. 독자개발 조사보고서인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책의해 조직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2018)에 따르면, 가장 큰 독서 장애 요인은 ‘시간이 없어서’(19.4%)이며, ‘책을 사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는 1.4%에 불과하다. 문체부의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2020)도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어 독서인구 감소에 가격 요인이 크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

 


도서정가제 폐지 국민청원은 “지식 전달의 매체로서 책은 언제나 구할 수 있는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책은 ‘저렴한’ 가격이 아닌, ‘적정한’ 가격에 공급되어야 한다. 책이 적정한 가격에 팔려야 저자-출판사-서점-도서관-독자로 이어지는 책 생태계의 선순환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생산가격 이하로 후려치는 출혈경쟁의 부작용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며, 위의 간단한 팩트 체크로도 도서정가제의 긍정적 효과가 드러난다. 이 엄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전자책의 도서정가제 등 기술발전과 사회변화에 따른 새 쟁점들에 대해 합당하고 열린 논의가 가능하다.


[경향신문 원문 보기]

 

 


[도서정가제 관련 출판 현안 좌담회 개최 안내]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는 도서정가제와 관련하여, 출판사, 서점, 작가단체 등을 포함한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출판 현안 좌담회를 아래와 같이 개최합니다.

 

------- 아     래 -------

 

1) 주제 : <문체부가 뒤흔든 도서정가제, 어디로 가는가?>

 

2) 일시 : 2020. 08. 20 (목) 14:00 ~ 16:30

 

3) 장소 :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대강당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6)

 

4) 참석

 가. 좌장 : 송성호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 이상북스 대표)

 나. 좌담: 한기호 소장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박옥균 이사장 (1인출판협동조합), 조진석 사무국장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안찬수 사무총장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 신현수 사무총장 (한국작가회의), 김환철 회장 (문피아 /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 / 한국웹소설협회) 등

*좌담자는 추가 또는 변경될 수 있음

 

 

Posted by 연이인턴

댓글을 달아 주세요

KNN 행복한 책 읽기 - 산지니 대표 강수걸 편

                                        (2018. 1. 21 방영분)

 

 

산지니 강수걸 대표가 읽는 이 책!

콘텐츠의 미래 ( 바라트 아난드, 리더스북, 2017)

 

 

 

 새해 첫 주, <KNN 행복한 책 읽기>에서는 변방의 화가 변박의 삶을 통해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따라갔던 소설 '유마도'가 소개되었습니다. <유마도>편을 통해 산지니가 만든 책, 산지니의 콘텐츠를 일부분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요. 이 흐름을 이어 2주 후, <산지니 대표 강수걸> 편이 연이어 방영되었다는 사실!

 

 이번 방송은 산지니가 만든 산지니의 소설이 아닌, 산지니를 이끌어가는 강수걸 대표의 새해 책갈피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라는 모토를 몸소 실천해나가기 위한 정직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KNN 행복한 책 읽기> 산지니 후속편을 소개합니다.   

 

 



 산지니의 수장 강수걸 대표님께서 소개해주신 책은 '콘텐츠의 미래'(리더스북, 2017) 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디지털 혁명의 21세기! 종이책은 과연 사라질까요? 사양의 길로 접어든 출판 산업이 마주할 것은 결국 막다른 골목 뿐일까요? 콘텐츠의 양보다는 질을, 콘텐츠의 생산보다는 전달과 소통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이 책을 든 대표님은 'No! '라고 대답해주셨습니다.

 

 5분 남짓한 영상을 통해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라는 주제가 무엇보다 강조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미래가 '융합'과 '소통'에 있다면 출판 산업에서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결합을 통한 활자의 확장 가능성이 핵심 과제가 될 텐데요. '지역'에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산지니는 <콘텐츠의 미래>속에 담긴 통찰들을 경유해 보다 더 멀리 나아갑니다. 사색과 고민이라는 독서활동에 디지털 영상의 화려함을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해나가는 것,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이 가능성을 직접 실현해 내는 것! 산지니의 버팀목 강수걸 대표의 새해 책갈피를 통해 산지니의 새해 다짐을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KNN 행복한 책 읽기 - 산지니 대표 강수걸 편 보러가기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화융성을 말하는 박근혜정부의 내년도 문화예산이 지난 10월 1일 발표됐다. '우수도서 선정 및 보급' 사업 예산이 2013년 45억 원에서 2014년 142억 원으로 대폭 증액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은 2012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던 문학나눔 사업(올해 예산 40억 원)을 내년부터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일반 예산으로 전환하여 문학나눔 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을 통합 운영키로 정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문학출판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걷다』 저자 조갑상 소설가


지역 문학출판 지속시킨 힘… 폐지라니


출판계에서 문학출판은 출판사에 소위 돈이 안 되는 '레드오션' 분야다. 2005년에 출판사를 창업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서울 출판사 대표들은 필자에게 문학출판은 피하라고 당부하였다. 국내 작가의 작품은 독자의 구매 비율이 낮고 판매 기간이 너무 짧아 채산성을 맞추는 출판사가 희소하다는 이유였다. 


그런 영향인지 필자는 2006년 조갑상 소설가의 산문집 '이야기를 걷다'를 출간하면서도 문학출판 장르라기보다 지역콘텐츠 출판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9월에 책을 냈는데 문학나눔이라는 사업이 2005년부터 생겼다는 정보를 듣고 뒤늦게 급히 신청하게 되었다. 1년여 공들인 책이 한국문학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됐고 2천 권을 구매해 주어 출판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출판사 9년 동안 42종이 각종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는데, 이 가운데에서 문학나눔은 16종이 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부산에서 문학출판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


지난 8일 민영·천양희 시인과 현기영·윤후명 소설가, 염무웅 문학평론가 등 원로문인 13명은 문학나눔 사업 폐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래 이 사업은 문학의 진흥을 위해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진 민간단체에 운영을 맡겨 왔던 것이다. 이제 출판산업 진흥이 목적인 공공기관으로 사업을 이관시키겠다는 것은 통제와 검열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윤후명 작가는 "문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전시행정의 뒤에 있다고 해서 이렇게 홀대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문학인에게 글을 쓰는 최소한의 자유가 맡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 목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문학계 등 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정교한 사업설계를 통해 배포처의 적절성, 심사의 공정성, 배포 후의 활용도 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52억 5천만 원의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2005년 시작된 문학나눔 사업의 초창기 사업 이름은 한국문학의 회생을 위한 '힘내라 한국문학' 프로젝트였다. 침체에 빠진 한국문학을 되살린다는 목적하에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 구입해 산간벽지, 마을문고, 어린이도서관, 교도소, 고아원,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 소외지역(계층)에 보급해 온 사업이다. 올해는 320종을 선정해 종당 1천200부씩 구입, 배포해 왔다. 양서이기만 하면 초판 물량 정도는 소화가 가능하도록 해 주는 문학출판 시장의 최소한의 안전 장치였던 셈이다.


정책 기조와 안 맞아 재검토 촉구한다 


문학나눔 사업이 9년간 진행되며 이룬 성과 중 대표적인 것은 신인작가 쿼터제와 지역출판물 쿼터제를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비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국내 유일의 제도로 지역 출판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좋은 작가와 작품들을 내놓으며 꼭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지역 문학의 저력을 보여줬다. 문학나눔이 신인이나 지역 작가의 책들을 꼼꼼히 살펴봐 준 덕분에 시장성이 떨어지지만 문학성이 높은 지역작가들의 소설이나 평론집을 낼 수 있었다. 


문학나눔 사업의 폐지로 내년부터 유명한 저자의 책과 보기에 화려한 책들이 우수도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명 문학도, 지역출판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문화융성위원회의 최근 발표와도 완전히 역행하는 정책 엇박자이다. 재검토를 촉구한다.


강수걸 산지니 대표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